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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회


제3장


1


봄이 왔다. 울창한 수림이 파랗게 살아오르는 모란봉의 여기저기에 연분홍진달래며 노란 개나리꽃들이 무덕무덕 피여나 봄향기를 짙게 풍기였다. 대동강물은 새봄을 노래하듯 더욱더 풍만하고 기세좋게 흘러가는것만 같았다. 만물이 활기를 띠는 이 봄날 김일은 중병에 들어 초대소에서 치료를 받고있었다.

지난해(1973년)말부터 팔과 다리를 잘 쓰지 못하는 증세가 점점 심해져 병원에 입원하여 대수술을 받았으나 병은 조금도 호전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기만 하였다. 올해에 들어와서는 움쩍하지 못하고 침대에 붙들려 매인 신세가 되고말았다.

김일의 병때문에 근심하시던 수령님께서는 외국의 관록있는 의사들을 초청하시였다. 의사 3명이 와서 김일을 구체적으로 검진한 끝에 수술을 권고하였다.

김일에게는 병명을 숨기였지만 그자신은 륙감으로 엄중한 병에 걸렸다는것을 알아차리였다. 그는 어쩐지 자기가 생의 종착점에 다달은듯한감을 느끼고있었다.

그는 3년전에 사망한 어머니의 모습을 자주 꿈에 보군 하였다.

어머니는 97살까지 유한이 없이 살았다.

김일은 아버지보다는 어머니에 대한 정이 깊었다. 김일이 어렸을 때 연길현의 깊은 산골짜기에 위치한 석마골이라는 마을에서 외따로 떨어져있었던 그의 집은 독립군들이 뻔질나게 드나드는 련락소였다. 독립군의 안해인 어머니는 집에 들리는 남편의 동료들을 위해 쉼없이 밥을 지어야 하였다.

독립군이 왜놈들의 공세로 지리멸렬된 후에 아버지는 왜놈들밑에선 일체 일을 하지 않는다고 선포하고 떠돌아다니였다. 김일의 집에는 늙은 할아버지, 할머니와 김일의 누이들과 녀동생이 함께 살았는데 어머니는 그들을 다 먹여살리느라 손끝이 모지라지도록 일을 해야 했다.

김일은 소년시절에 서당에 다니며 글을 익히면서도 어머니를 도와 화전농사도 했고 소도 먹이였다.

나라를 빼앗기고 남의 나라 땅에 쫓겨와 고생을 하는 망국노의 처지를 뼈에 새기며 자란 김일은 일찍부터 혁명의 길에 나서 동분서주하였다.

김일이 반일부대공작을 위해 집을 떠난 후 유격근거지가 해산되였고 아버지는 병으로 사망하였다. 결국 해방후 귀국한것은 어머니와 아들 박용석이뿐이였다.

해방후 어머니는 고생한 보람을 느끼며 여생을 즐기였다. 어머니가 로환으로 앓고있을 때 수령님께서 몸소 집에 찾아오시였다.

그이께서는 허물없이 방바닥에 앉으시여 어머니의 여윈 손을 잡으시고 위로해주시였다. 어머니가 사망하였을 때에는 대동강과 만경대가 한눈에 바라보이는 곳에 묘자리를 잡아주시며 장례식까지 관심해주시였다. 그이께서 중국 동북땅에 묻힌 김일의 아버지 유골도 찾아내여 어머니와 합장하도록 할데 대해 말씀하시여 김일을 울게 하시였다.

수령님의 말씀을 받들고 사람들이 움직이려는것을 김일이 숱한 투사들과 조선사람들이 동북에서 무주고혼이 되였는데 어떻게 자기 아버지 유골만 내오겠는가고 반대하여 어머니는 홀로 묘에 묻히였지만 참으로 어머니는 한이 없이 세상을 떠났고 사후에도 수령님의 사랑속에 복을 누리는셈이였다.

그런데 왜 어머니의 모습이 자주 떠오르는것일가. 아마 마음이 나약해진탓인지도 모른다. 김일의 입가에 조소가 떠올랐다.

(죽는게 겁나는가? 아니다!) 그는 설레설레 머리를 흔들었다.

(나도 이젠 살만큼 산셈이다. 이제 죽는대도 별로 아쉬울것은 없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를 수령님의 후계자로 모시려는 소망도 풀렸는데 내 이제 더 바랄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친애하는 그이께서 수령님을 보좌하여 혁명위업을 승리에로 이끌어나가실것이다. 나같은 고목이 꺼꾸러지는것은 당연한 일이지.)

김일은 초대소의 한 방에서 잔디가 새파랗게 돋아나고 개나리꽃이 만발하여 웃는듯 한 정원을 내려다보며 생의 마감에 대한 상념에 잠겨있었다.

이때 림병욱부관이 방에 들어섰다.

《총리동지, 당장 외국으로 떠날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뭐?》

김일의 병색짙은 얼굴에는 허거픈 미소가 비끼였다.

《내가 거긴 뭣하러 간단 말이요?》

《총리동지.》 림병욱은 침착하게 말하였다.

《수령님으로부터 총리동지가 외국에 가서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교시가 계셨습니다.》

《수령님께서…》

김일은 눈굽이 달아올라 얼굴을 돌리였다.

별로 더 살지도 못할걸 생명을 부지하느라 애쓰며 언제까지 수령님께 근심을 끼쳐드려야 하겠는가.

김일의 가슴은 자책으로 쓰리고 아팠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도 더는 자신의 병때문에 걱정을 끼쳐드리고싶지 않았다.

《부관동무, 알겠소. 그러나 난 다른 나라에 가지 않겠으니 그리 아오.》

림병욱이 놀라서 한걸음 다가섰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겁니까. 수령님께서 지시하시였는데…》

《알겠다질 않나. 그러니 날 더 괴롭히지 말라구.》

김일이 딱 잘라 말하는 바람에 림병욱은 입이 얼어붙어버리였다.

림병욱이 방을 나가자 김일은 손수건을 눈가로 가져갔다. 그의 두눈에는 눈물이 고여있었다.

(수령님, 이 불충한 김일을 부디 용서하십시오. 저는 죽더라도 수령님의 곁에서 최후를 맞고싶습니다. 그것이 저의 마지막소망입니다.)

김일은 자기의 한생을 돌이켜보았다. 정녕 수령님을 떠나서는 생각할수 없는 한생이였다. 따뜻이 품에 안아주시고 걸음걸음 손잡아 이끌어주신 그 사랑을 눈에 흙이 들어간들 잊을소냐.

김일은 수령님에 대한 생각으로 하루시간을 다 보내였다.

다음날 전문섭이 김일을 찾아왔다.

《허, 이거 전문섭동무가 날 다 찾아오다니… 서쪽하늘에서 해가 뜨는게 아니요.》

김일은 반가운 웃음을 지으며 전문섭을 껴안았다.

《총리동지, 앓는다는 말을 듣고서도 바빠서 병문안 한번 하지 못했습니다.》

전문섭은 죄송스러운 어조로 말하면서 김일의 손을 잡고 어루쓸었다.

항일무장투쟁시기 수령님의 전령병이였던 전문섭을 김일은 각별히 사랑하였었다.

《무슨 소릴 하오. 동무만큼 중대한 임무를 수행하고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소. 그런데 어떻게 시간이 생겨 찾아왔소?》

어느덧 김일의 얼굴에는 엄한 빛이 떠돌았다.

전문섭은 측은한 눈길로 김일을 바라보고있었다. 이 장사같은 체격의 사람에게 어쩌면 그런 병이 다 침습한단 말인가. 대원들의 앞장에서 펄펄날며 왜놈들을 족치던 왕년의 정치위원, 전화의 불길속에서 병사들을 위훈에로 불러일으키던 전선군사위원의 그 넘치던 힘과 건강은 어디로 사라져버렸단 말인가. 수령님께서 자신의 오른팔처럼 여기시는 김일동지가 이처럼 된병에 걸리다니 하늘도 무심하구나.

《왜 말을 못하오? 혹시 수령님 건강에 무슨 일이 생긴게 아니요?》

김일의 목소리가 떨려나왔다.

전문섭은 슬며시 눈길을 돌리며 말하였다.

《총리동지, 수령님께서 저를 보내시였습니다.》

《뭐, 수령님께서?…》

《총리동지가 다른 나라에 치료받으러 가기를 거절한다는 보고를 받으시고 수령님께서는 몹시 걱정하시다가 저를 보내신것입니다. 그러니 더는 다른 생각말고 떠나야 하겠습니다.》

김일은 한숨을 쉬며 안락의자에 주저앉아버렸다. 그는 머리를 싸쥐고 가느다란 신음소리를 냈다. 너무나 마음이 고통스러워 금시 터질듯싶은 몸부림을 가까스로 억제하는것이였다. 전문섭이 다가서며 물었다.

《몸이 불편해진게 아닙니까? 의사를 부를가요?》

김일이 번쩍 머리를 쳐들었다. 그는 노여운 눈길로 전문섭을 바라보았다.

《여보, 동무의 책임은 수령님을 호위하는것인데 나때문에 이렇게 걸음한다는게 도대체 경우가 되는 일이요? 도대체 이 김일이 뭐요?》

《총리동지, 전 수령님의 명령을 받고 왔습니다. 수령님께서 명령하셨으니 총리동지는 떠나셔야 합니다.》 전문섭은 강경하게 말하였다.

김일은 설레설레 머리를 흔들었다.

《못 가겠소. 더는 내 건강때문에 수령님과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 근심을 끼쳐드릴수 없단 말이요. 65년도에도 내 병때문에 수령님께서 얼마나 속을 태우시였소. 그런데 지금 또 못된 병에 걸려 수령님께서…》

김일은 말을 맺지 못하고 고통스럽게 숨을 몰아쉬다가 격하여 말을 계속했다.

《도대체 내가 뭐요? 내가 뭔가 말이요?

지난해 오랜 시간에 걸쳐 대수술을 받을 때는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몸소 수술립회를 서주시였소.》

…수술대우에 누운 그는 수령님을 모시고 계속 혁명을 하는가 마는가 하는것이 이 수술에 달려있다는 비장한 생각이 들자 저도 모르게 긴장되고 흥분됨을 어쩔수가 없었다. 수술이 잘되지 않으면 어쩔것인가 하는 근심도 털어버릴수가 없었다. 머리우에 켜진 무영등들이 차디찬 빛을 내며 빙글빙글 돌아가는것만 같았다.

《야단났습니다. 환자의 맥박이 빨라지고 혈압이 떨어지고있습니다.》

환자감시기구를 들여다보고있던 의사가 당황하여 하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두눈만을 내놓고 얼굴을 다 가리우게 위생마스크를 쓴 수술집도자가 김일에게 안타까운 어조로 말하였다.

《총리동지, 진정하십시오. 마음을 편하게 가져야 합니다. 별로 어렵지 않은 수술입니다.》

《난 괜찮소. 정상이요. 그러니 어서 수술을 하시오.》 하고 김일은 말하였다.

수술집도자는 숨을 크게 들이긋고나서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어떻소? 총리동지의 몸상태를 다시 봐주오.》

그러자 울음섞인 목소리가 들리였다.

《안되겠습니다. 그라프수치들이 혼란되고있습니다.》

바로 이때 누군가 수술장안에 들어섰는데 그와 함께 놀라움과 감격의 파도가 사람들을 휩쓸었다. 순간에 수술장안이 밝아지는가싶었다.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동지께서 들어오신것이였다.

김일은 자기의 곁에 다가선 위생복을 입은분이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이심을 알아보고 깜짝 놀라 몸을 일으키려고 하였다. 그러자 그이께서는 급히 김일을 다시 수술대우에 눕히시며 따뜻한 목소리로 말씀하시였다.

《일없습니다. 마음을 놓으십시오. 내가 수술립회를 하겠습니다.》

그 순간 김일의 머리속에는 65년도에 있었던 일이 불쑥 떠올랐다.

김일이 위암진단을 받았다는것을 알고 너무 상심하여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시며 계획에도 없는 지방현지지도를 떠나시던 수령님, 그러나 그이께서는 여러 의사들이 내린 그 무서운 진단을 차마 그대로 받아들일수가 없으시여 정확한 진단을 위해 온갖 대책을 다 취해주시였다. 마침내 김일의 병이 암이 아니라는것을 아시게 되자 만시름을 놓으신듯 웃으시였다. 그이께서는 김일을 찾아오시여 그의 손을 꼭 잡아주시며 말씀하시였다.

《김일동무, 이젠 됐소. 마음을 놓소. 암이 아니라누만. 공연히 걱정했댔소. 잘 치료하면 일없겠소.》

수술장에 들어서시여 수술립회를 하겠다고 말씀하시는 김정일동지를 대하는 그 시각에 김일은 8년전의 그날 병석에 누워있던 자기를 찾아오시였던 수령님의 그 모습을 다시금 뵈옵는것만 같았다.

후에 알게 된 일이지만 그이께서는 병원의 어느 한 방에 설치된 산업텔레비죤을 통하여 수술장을 주시하시다가 김일의 지나친 흥분으로 의사들이 당황해하는것을 포착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서시며 말씀하시였다.

《나에게 위생복을 가져다주시오. 아무래도 내가 가족들과 당중앙위원회를 대표하여 수술립회를 하여야 할것 같습니다.》

일군들이 수술이 두시간이 걸릴지 세시간이 걸릴지 알수 없다고 말씀올리자 그이께서는 세시간이 아니라 열시간이 걸리면 무어라는가, 총리동지가 마음을 진정하고 수술을 받을수 있다면 백시간이라도 일없다고 하시며 수술장으로 향하시였던것이다.

김일의 두눈에는 핑― 하니 눈물이 고이였다.

《아니, 바쁘실텐데 왜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이러지 마십시오.》

김일은 떨리는 입술을 가까스로 열어 말씀올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고무를 주시듯 김일의 한손을 꼭 잡아주시였다.

《수술을 꼭 받아야 합니다. 힘이 들면 내 손을 꽉 잡으십시오. 제가 수술이 끝날 때까지 여기 앉아있겠습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김일은 눈을 꾹 감았다. 자신의 손을 잡아주신 그이의 따뜻한 손을 통하여 그 어떤 신비한 힘이 몸으로 흘러드는것만 같았다. 김일은 마치 어머니에게 몸을 맡긴 아이처럼 마음에 평온이 깃드는것을 느끼였다.

이윽고 감시기구의 그라프수치들이 정상으로 되였다는 간호원의 기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여 수술이 진행되였다. 수술 전기간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김일의 손을 잡으시고 그의 곁에 앉아계시였다. 김일이 수술을 다 받고 눈을 뜨니 지도자동지의 미소를 지으신 자애로운 영상이 안겨왔다.

그이의 이마에는 구슬같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돋아나있었다.

김일의 눈귀로 눈물이 슴새여 귀밑으로 흘러내리였다.…

김일은 그때일을 돌이켜보면서 저으기 흥분하여 전문섭에게 부르짖었다.

《내가 도대체 량심이 있는 놈이요? 내 더는 이 변변치 못한 몸때문에 두분께 걱정을 끼쳐드릴수가 없소. 나도 이젠 살만큼 산셈이지. 예로부터 〈로환은 무책〉이라고 했는데 내 이제 치료를 더 받는다고 병이 나으면 얼마나 더 낫겠소 . 몸조리를 잘하면서 수령님과 지도자동지의 사업을 조금이라도 도와드리다가 여생을 마치고싶소.》

《하지만 이제 수술을 받으면 병을 완치할수 있습니다.》

《전문섭동무, 여기 와서 좀 앉지.》 김일은 머리를 수그린채로 옆의 안락의자를 가리켰다.

전문섭이 의자에 앉자 김일은 그의 손을 잡아쥐며 절절하게 말하였다.

《솔직히 말하면 난 내 병을 잘 알고있소. 불치의 병이요. 난 내가 얼마 살지 못한다는걸 알아. 그래 내가 살겠다고 다른 나라에 갔다가 거기서 죽으면 어떻게 하겠소?》

김일의 두눈에는 눈물이 고여올랐다.

《전문섭동무, 내 심정을 알아주오. 수령님곁을 떠나고싶지 않소. 마지막힘을 깡그리 다 짜내여 일하다가 그분을 우러르며 숨지고싶소. 그것은 나의 가장 큰 행복으로 될거요. 동무는 나의 이 심정을 수령님께 잘 말씀드려주오.》

전문섭은 더 말을 못하고 슬며시 손수건으로 눈굽을 찍었다.

그때 김일은 갑자기 얼굴을 찡그리며 왼쪽어깨부위를 오른손으로 주물렀다. 김일은 의자옆의 상두대에 놓여있는 약봉지들속에서 진통알약 두알을 꺼내 입에 넣고 물을 마시였다.

《총리동지, 거기가 아파서 그럽니까?》 전문섭이 엉거주춤 일어나며 근심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전쟁시기 부상당했던 자리인데 요새 좀 말썽을 일으키는가 보오. 큰건 아니요. 좀 이러다가 낫소.》

《수안보로 가는 길에서 전투하다가 입었다는 그 부상자리가 아닙니까?》

《그렇소. 가끔 이런 일이 있소. 이젠 괜찮아졌소.》

김일의 얼굴에서 고통의 빛이 사라져갔다.

《전문섭동무, 여기서 나때문에 지체말고 어서 가보오. 동무의 책임이 얼마나 중요한가.》

《총리동지, 제발 무리하지 말고 치료를 잘 받으십시오.》 전문섭은 간절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김일은 방을 나서는 전문섭을 따라걸었다.

《나오지 마십시오.》

《일없소. 내 바래주겠소. 수령님께서 보내주신 사람을 내 어떻게 심상히 보낼수가 있겠소.》

김일은 절뚝거리며 걷는데 전문섭이 그를 부축하여 팔굽을 붙들어주었다. 정문가에 멎어서있는 승용차곁에 이르러 김일은 말하였다.

《난 동무가 부럽구만. 언제나 수령님을 가까이에서 뵈올수 있으니 얼마나 큰 복이요. 어련하겠지만 맡은바 책임을 다해주기를 바라오.》

김일은 전문섭이 탄 승용차를 바래우며 한동안 그 자리에 서있었다.

수령님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이 차고넘쳐 가슴이 터져나갈것만 같았다. 그의 눈에는 맑은 눈물이 고여올랐다.

머리우에서 새까만 털이 반지르르한 제비 두마리가 지지배배 소리를 내며 분주하게 날아돌았다. 초대소처마아래 둥지를 튼 제비들이였다.

김일은 머리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햇솜뭉치같은 구름덩어리들이 떠도는 파란 하늘가를 제비들이 제세상이런듯 내리꼰지고 올리뜨며 활기차게 돌아치고있었다.

저 제비들이 몇번의 날개짓으로 수령님께서 계시는 곳으로 날아갈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하니 제비의 날개와 같은것이 자기에게도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싶었다.

이윽고 그는 자신의 천진하고 랑만적인 생각을 지워버리며 쓸쓸한 미소를 짓고서 자기 방으로 향하였다. 또다시 어깨부위의 부상자리가 아파났다.

(제기랄, 또 말썽인가.)

문득 어제 딸 은희가 가져다준 《조선문학》에서 본 서정시가 생각났다.

《아버지, 여기 내가 쓴 시가 실렸어요.》 하고 딸이 부끄러움이 실린, 그러면서도 은근히 긍지가 엿보이는 얼굴로 펼쳐보인 시가 있었다.

제목은 《여기는 최전선입니다》였다. 흥미가 동하여 읽어보니 지난 조국해방전쟁시기 최전선에 나오시였던 수령님에 대한 흠모의 감정이 담겨져있었다. 언제인가 김일은 자식들에게 전쟁시기에 겪은 체험을 두루 이야기한적이 있었는데 아마 딸애가 그때 받은 감동을 시로 엮어낸것 같았다.


캄캄한 밤

포성은 쿵쿵 고막을 울리고

때없이 적기가 날고 폭탄이 튀는데

수령님 타신 승용차는 전선길을 달린다


(은희가 비슷하게 시를 엮어냈거던. 시를 쓴다는게 쉽지 않은 일인데… 산호녀석도 젊었을적에는 김람인선생을 따라다니며 시를 배운다더니만 포기하고 말지 않았던가.)

김일은 어깨부위를 손으로 주물러대며 걸음을 옮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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