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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자별열람


제 68 회


후 편
보석은 빛발을 받다


제 9 장


3


미군선발대가 채령동을 지나 염주로 넘어가는 소모령고개를 넘을 때였다. 우물가에 살얼음이 지고 서리가 하얗게 깔린 시험장구내로 미군야전용스리쿼다 한대가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빽-》 급정거하는 아츠러운 쇠갈림소리가 울리고 차안에서 허리에 권총갑을 찬 미군장교와 중년의 사나이가 내렸다. 사위는 쥐죽은듯이 조용했다. 락엽이 수북이 깔린 마당이며 우중충하게 서있는 2층 본관건물을 날카로운 눈길로 쳐다본 그들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이때 팔소매에 《치안대》완장을 두른 턱이 뾰족하고 눈이 빼빼한 좀상스런 사나이가 반달음으로 달려나왔다. 《미군장교어른, 원로에 수고많으셨습니다.》 미군장교는 깍듯이 인사를 개여올리는 눈이 빼빼한자를 멸시에 차서 바라보았다. 따라왔던 눈꼬리 까부장한 사나이가 밤색 봄가을외투주머니에 두손을 찌르고 물었다.

《시험장엔 누가 있는가?》

《텅 비였지요.》

《어째서 비였단 말인가?》

《글쎄요. 폭격을 맞자 인차 산골루 소개를 해갔지요.》

《넌 여기서 무얼 했는가?》

《계박사눈밖에 나서 시험장에서 쫓겨난지 해포가 넘었지요.》

《계박사?!》

미군장교의 눈에 이상한 광채가 번뜩이였다. 《그가 지금 어디에 숨어있는가? 계박사를 찾아내는 사람한테는 일생동안 호강하며 살수 있는 상금과 재산을 주겠다.》

《헤헤, 그건 문제없습니다. 계박사는 원산농대에 강의를 하러 간다면서 열흘전에 떠났는데 뛔야 벼룩이지 갈데가 있나요?》

《넌 지금 그 계박사가 어디에 숨어있다고 생각되는가? 응?》

눈꼬리가 까부장한 사나이는 다우쳐물었다.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고 두눈을 재게 깜박이던 눈이 빼빼한 최병달은 돌연 낯색이 해반주그레해졌다. 그는 사나이한테 바싹 다가붙어 무엇이라고 속살거렸다. 고개를 까닥까닥하던 그자는 미군장교에게 영어로 나직이 속삭였다. 미군장교는 고개를 끄덕이였다.

이윽고 미군장교와 사나이는 눈이 빼빼한자의 안내를 받으며 시험장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락엽이 지긴 했으나 구내에는 름름히 늘어선 나무들이 빼곡하였다. 불타버린 2층잠실앞에 선 미군장교는 회심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나 터자리만 보아도 여기에 얼마나 어방진 시험잠실이 자리잡고있었는가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았다.

《여기 있던 누에들도 몽땅 타버렸겠지?》

《예예, 누에탄내때문에 온 채령동사람들이 한동안 코를 싸쥐고 다녔지요.》

최병달은 미군장교가 바라는것이 무엇이라는걸 제꺽 간파하고 이렇게 침바른 소리를 했다. 실은 실험중에 있던 누에들은 몽땅 소개하고 생산용으로 남겨두었던 누에 여라문장만이 불타버렸지만 상대가 그렇게 된걸 원한다면 그렇다고 대꾸해주는게 상책이라고 생각했던것이다. 그러나 순간 최병달은 무엇때문인지 흠칫 몸을 떨었다. 《치안대》놈은 자기앞에 시험장폭격을 꾸민 장본인이 서있다는것을 육감으로 느꼈던것이다. 모름지기 그자가 아무리 자기를 배척한 계박사며 그 집단을 증오했지만 그 어디에도 비길데없이 훌륭한 시험잠실이 불타버린데 대해서는 아쉬운 생각을 금할수 없었던것이다. 만약 그 잠실들을 남겨두었더라면 그것이 자기네 소유로 되였을것이 아닌가. 그런데 직책을 알수 없는 제임스는 이 땅을 점령한 자리에서도 오히려 억누를수 없는 환희를 감추지 못하고있는것이 아닌가. 무엇때문에 저 사람은 이 훌륭한 시험장을 고스란히 남겨두었다가 자기의 소유로 만들 생각은 하지 않고 그것을 깡그리 불태워버린데서 무한한 쾌감을 느끼는것인가.

《계박사가 자랑하던 그 수백종의 잠종들은 어디 보관했댔소?》 사나이의 물음에 《치안대》놈은 정신이 펄쩍 들었다. 《예. 그건 듣건대 한질은 의주군 삼봉리로 가져가고 한질은 예서 40리 좀 떨어진 월탄리 매바위골이란 곳으로 옮겨갔다고 합니다.》

《치안대》놈은 이런 때가 올것을 예견하고 미리 렴탐해서 머리속에 낱낱이 치부해두었던듯이 또박또박 대답했다.

《당장 그 잠종들을 모조리 앗아오도록…》 사나이의 말은 미군장교의 성급한 부르짖음에 의하여 중둥무이되고말았다.

《놔두시오, 크리스마스전으로 전쟁을 결속하게 될테니까 그것들은 그때에 가서 차지해도 늦지 않소. 중요한건 계응상박사란 말이요. 지체하지 말고 정주쪽으로 갑시다. 저 사람 말이 옳소. 계박사가 숨어있을덴 거기밖에 없소.》 말을 마친 미군장교는 몸을 홱 돌려 시험장마당쪽으로 긴다리를 성큼성큼 옮겨놓았다. 잠시후 세사람이 차에 오르자 스리쿼다는 윙 하고 다급한 발동기소리를 내뿜으며 시험장을 빠져나가 남쪽을 향하여 전속으로 내달리고있었다. 그들중 두사람은 한때 수원농사시험장 고문이였던 제임스와 안상길이였고 새로 뒤좌석 한쪽구석에 옹크리고 앉은 눈이 빼빼한자는 벼락출세의 길에 오른 최병달놈이였다. 미군이 동해안에서는 원산, 청진항에 상륙하여 전과를 확대하며 《공산군》을 두만강기슭으로 내몰고있고 서해안에서는 신안주, 정주, 선천을 거쳐 압록강을 향해 진격을 계속하고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있던 10월 하순 어느날이였다. 수원농사시험장 안상길 장장실의 전화종이 자지러지게 울어댔다. 라지오를 틀어놓고 도꾜유엔군방송을 듣고있던 안상길은 송수화기를 집어들었다. 전화는 뜻밖에도 《유엔군》사령부정보처에 가있는 제임스로부터 온것이였다. 그는 긴장하여 송수화기를 귀에 바싹 가져다대였다.

《정말 오래간만입니다.》

《미스터 안.》 제임스는 인사말도 없이 용건부터 터놓았다. 《압록강구경을 가보지 않겠소?》

《하하, 나도 방금 유엔군방송의 뉴스를 듣던중입니다.》

《나는 뉴스얘기를 하는게 아니라 래일 가보게 될 이북땅에 대해서 묻고있소. 당신은 건망증환자가 아니요?》

《무슨 말씀이신지요?》

《미스터 안, 당신은 몇해전에 계박사를 추격하러 갔던자들이 허탕을 치고 돌아왔을 때 나한테 뭐라고 했소?》

그제서야 안상길은 상대방이 묻는 뜻을 어느 정도나마 추측할수 있었다. 그리고 제임스가 상기시킨 그 일들도 똑똑히 생각났다. 그는 무엇때문에 계응상박사가 자취를 감추었다는 소식을 듣자 사색이 되여 황망히 졸개들을 내몰아 개성 송악산까지 달려가게 했던가. 그는 결코 량심이나 의리를 지키는것이 인간의 도리라는것을 모르는자가 아니였다. 반대로 그렇게 하는것이 인간다운 행동이라는것을 알아도 잘 알고있는자였다. 그는 항상 타산을 앞세우던 나머지 그 모든것과 단호히 손을 끊고 살아왔다. 그대신 그는 겉으로라도 자기를 의리에 충실한 인간으로 표시하려고 갖은 노력을 다해왔다. 한데 그럴 때마다 그의 가슴에 가시처럼 박혀 빠질줄 모르는 존재가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아닌 계응상이였다. 그가 이 세상에 존재함으로써 그는 영원히 추악한 존재로 남아있을수밖에 없다는 그것이였다. 만약 그때 계응상이 그의 술책에 넘어가 초지를 굽히고 그의 수하에 들었더라면 그는 한결 마음이 놓였을것이다.

《계응상이와 같은 인간도 때를 묻히고사는데 별수 있느냐》고 자기를 위안할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듣자니 그는 북으로 넘어가 어엿한 자리를 차지하고 보란듯이 자기의 신념을 꿋꿋이 지키며 살아가고있다지 않는가. 그가 떠나고보니 남의 잠업은 알빠진 벼깍지가 되고말았다. 그가 존재하기때문에 낮과 밤이 대조되듯이 그의 추악한 정체가 여지없이 드러나고있었다.

때문에 그는 그때 제임스앞에서 계응상이야말로 지구의 한끝에까지 찾아가서라도 결판을 보아야 할 일생의 적이라고 했던것이다. 그런데 마침내 때가 왔다. 《하느님》이 도와 북쪽땅을 완전히 수복할 그날이 온것이 아닌가. 그는 뛸듯이 기뻐하며 제임스에게 흔감스레 응대했다.

《눈에 흙이 들어간들 그때 일을 잊을수가 있겠습니까? 제임스씨가 그리로 가신다면 만사를 젖혀놓고서라도 따라가겠습니다.》 이렇게 되여 이틀후에 안상길은 제임스와 함께 스리쿼다에 몸을 싣고 서울을 떠나 북으로 향하게 되였던것이다. 그러나 앞좌석은 내놓고 뒤자리에 나란히 앉아 38도선을 넘어 북녘땅에 들어선 두사람의 목적은 서로 달랐다. 안상길은 오직 생의 적수인 계응상과 마지막결판을 짓자는 비장한 결심을 품고 이 길에 나섰을뿐이였다. 그의 목적지는 채령동이였으며 계응상을 만나 그를 자기의 신념앞에 무릎을 꿇게 하든가 그러기를 거부한다면 육체적으로 소멸해버리는것이였다.

제임스는 안상길의 일생의 원을 풀어주기 위한 고상한 목적이외에 다른것이 없다고 하지만 그것은 겉에 내건 간판에 불과하고 진의도는 어디까지나 드러내지 않으려는듯이 깊숙이 감추고있었다.

그의 트렁크에는 필림과 인화지만이 가득 들어있었다. 그는 그 당시에는 보기드문 최신식카메라를 메고있었는데 샤타를 누른 후 5분이면 현상된 사진이 나오는 그런 사진기였다.

그는 자주 스리쿼다를 멈춰세우고 사진을 찍었다. 금천을 지나 반시간가량 달리자 페허로 된 마을이 나섰다.

차에서 내린 제임스는 타다만 서까래가 얼기설기 얽힌 집터자리에 안상길을 세우고 그뒤에 단 한채의 농가도 남김이 없이 말끔히 타버린 마을을 렌즈에 담고 사진을 찍었다.

잠시후 제임스가 사진기에서 뽑아준 사진을 집어든 안상길은 시무룩해졌다.

그자신의 모습이 《시체》를 디디고선 살인자의 몰골 그대로라는 생각이 들었던것이다.

미친듯이 질주하던 승용차는 황주에서 방향을 바꾸어 송림으로 향했다.

《북조선 최대의 제철소가 여기서 30리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있다는데 거기에 잠간 들렸다 갑시다.》

안상길은 《진격》하는 미군부대의 뒤를 따라 곧추 채령동으로 달려가고싶었지만 제임스가 하자는대로 할수밖에 없었다. 황해제철소 역시 철저하게 파괴되여있었다. 원자탄에 의하여 무참히 파괴된 히로시마나 나가사끼도 무색할 지경이였다.

제철소구내에는 수천발의 폭탄이 파렬하여 벌둥지처럼 파헤쳐져있었다.

제임스는 사진기를 안상길에게 넘겨주고 용광로의 로바닥이 있었던 곳, 지금은 시커먼 구뎅이가 입을 항 벌리고있는 언저리에 멋진 자세를 취하고 서면서 어서 사진을 찍으라고 재촉하는것이였다.

그는 넘어진 용광로굴뚝우에 올라앉아서 너털웃음을 치며 사진을 찍었고 영원히 쇠물을 뽑을수 없게 기초를 송두리채 파헤쳐버린 폭탄구뎅이 밑바닥에서 출렁이는 물결을 렌즈에 담았다.

강물에 꺼꾸로 박힌 철교와 교각만 남은 다리, 기총탄을 맞고 논두렁에 쓰러져 악취를 풍기고있는 소를 보자 반색을 지으며 사진기를 추켜들었다.

《제임스씨, 당신은 그 사진들을 무엇에 쓸 작정입니까?》 안상길은 궁금하여 이렇게 묻지 않을수 없었다.

《미스터 안, 우표수집가가 무엇때문에 해를 두고 희귀한 우표를 모으는지 압니까?》

제임스는 반문했다.

《모르긴 하겠지만 그것도 박물학자와 비슷한 취미가 아니겠는지요. 세월이 흐르면 그것 역시 한 시대의 자취를 보여주는 귀중한 증거물로 남지요.…》

《옳게 말했소. 나도 지금 기념품을 모으고있는중이요. 이것은 우리 미군의 혁혁한 전과를 확인해주는 증거물로 되니까.》

그러나 일신의 영화를 첫째로 삼는 안상길이조차도 이 모든것이 전과이기 전에 이 나라를 소멸하기 위한 가장 무자비한 행위라는것을 감득하지 않을수 없어 몸서리를 쳤다. 하지만 그는 황급히 태연한 기색을 지었다. 이 사람들속에서는 아는것도 모르는체, 모르는것도 아는체 해야만 자기를 보존할수 있다는것을 잘 알고있었기때문이였다.

후날 오스트랄리아의 저명한 기자이며 작가인 월프레드 버체트는 전쟁시기 미제공중비적들에 의하여 철저히 파괴된 조선을 돌아본 감상을 피력하면서 미제야수들이 이른바 전쟁에서의 승리를 노리기 전에 조선의 민족공업을 뿌리채 뽑아던지기 위해 계획적으로 책동했다는것을 특별히 강조하였다. 미제의 목적은 명백하였는바 놈들에게는 대독점재벌들을 위한 식민지가 요구되였지 자립적인 경제를 가진 독립국가가 요구된것이 아니였던것이다.

정주 《치안대》뜨락으로 스리쿼다를 몰고들어간 제임스는 좌석등받이에 잔등을 기대인채 잰걸음으로 달려온 캡을 쓰고 카빙총을 멘 젊은 놈팽이에게 신분증을 내보이며 《치안대》대장을 불러오라고 이르고는 담배를 입귀에 물고 뱅뱅 돌리다가 불을 붙였다.

그가 담배를 몇모금 빨기도 전에 주독이 올라 코끝이 뻘건 사나이가 제법 틀진 걸음걸이로 다가왔다.

《우린 사령부 정보처에서 온 사람들이다. 여기 덕다리란 곳이 있는가?》

《예, 그런 곳이 있지요.》

《예서 몇리나 되는가?》

《한 륙칠십리 잘됩니다.》

《거기에두 〈치안대〉가 조직되였는가?》

《예, 지금 조직하는중…》 코끝이 벌건 사나이는 고개를 쳐들고 안상길을 쳐다보고는 희색이 만면하여 말머리를 돌렸다.

《아니, 이게 안선생이 아니십니까? 제임스고문관님, 저를 몰라보시겠습니까?》 그는 앞좌석에 앉은 제임스의 모상도 인차 알아보았다.

《어, 양창술이 아닌가. 드디여 환향했구만.》

그제서야 제임스도 《오케이, 오케이.》하면서 반색을 지었다.

《우리가 받은 정보에 의하면 계박사가 원산쪽으로 나가다가 길이 막혀 정주 어느 친척네 집에 은신해있을것 같다고 하는데 너희들은 이걸 모르는가?》

안상길의 물음에 양창술은 머리를 가로저었다.

《금시초문인데요. 이제 곧 련락을 띄워 알아보지요. 계박사가 정주 일경에 박혀있는게 적실하다면 바늘이 아닌 이상에야 못 찾아낼수가 없지요.》

《그가 바늘이라고 해도 꼭 찾아내야 해.》

《말뜻을 알만 합니다.》

양창술은 《귀빈》들을 맞이한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그들을 자기 방에 안내해놓고 각 면《치안대》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는 손님들을 갓 차려놓은 네거리음식점으로 데리고갔다.

이튿날 해가 서쪽으로 기울무렵이였다.

군《치안대》뜨락에 세워놓았던 스리쿼다에 올라탄 세사람은 운전사를 재촉하여 신오리를 향해 전속으로 달리고있었다. 아침에 마산면《치안대》에서 련락이 왔는데 계박사가 자기의 친형인 응관네 집 후간에 은신해있는것을 알아냈다는것이였다.

제임스는 그 즉시로 안상길에게 차를 내여주면서 해지기 전에 계응상을 데려오라고 지시를 하고 방안을 오락가락하였다. 려과담배를 입귀에 문 그는 미구에 벌어질 거만한 조선인박사와의 유쾌한 해후를 그려본듯 눈가에 피여나는 미소를 금치 못하고있었다. 이 시각 그에게는 이 나라 령토의 점령보다도 계응상이와 같은 조선인의 정신을 정복하는것보다 더 큰 승리는 없을듯싶었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흥분하고 격동된것은 안상길이였다. 그는 5년만에 만나는 계박사와 주고받을 말마디들을 머리속에 그리며 안절부절하지 못하였다.

향락주의자인 양창술이는 흥미있는 사건을 목격하게 되였다고 생각한듯 흔들리는 차벽에 어깨를 기대이고 느긋한 기색을 짓고있었고 눈이 빼빼한 채령동 《치안대》놈은 자기의 추측이 들어맞은데 자못 도취되여 미구하여 차례지게 될 출세와 딸라의 세례를 앞질러 맛보며 바보처럼 입을 헤 벌리고있었다.

덜컹덜컹 지난 장마에 되는대로 패인 달래강여울목을 마구 가로질러 건너가던 스리쿼다는 강복판에서 갑자기 《푸르륵, 푸륵 푸륵.》하면서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더니 덜컥 멈춰서고말았다.

바퀴를 잠근 찬물이 발동기의 어느 한 부분으로 솟구쳐들어가면서 연료공급계통에 고장을 일으켰는지 팔이 기형적으로 긴 운전사가 비명을 지르며 찬물속에 들어서서 발동기덮개를 제끼고 이것저것 다쳐보았지만 해가 넘어가도록 끝내 차를 살려내지 못하고말았다.

뜻하지 않은 하찮은 《불행》이 이 불청객들에게 새로운 큰 불행을 들씌우는 계시와 같은것으로 될줄을 어찌 짐작이나 할수 있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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