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제2장
15
온 나라 인민들의 충성의 마음에 떠받들려
혁명의 성지
대기념비가 완성된 후부터 만수대언덕은 우리 인민들이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행복할 때나 찾아와
만수대대기념비건설이 끝난 후 김일이 주되는 힘을 넣은것은 대성산혁명렬사릉건설이였다.
대성산에는 이미전부터 렬사묘가 있었는데
한여름철의 찌는듯 한 무더위속에서도 공사는 더욱더 활기차게 진척되고있었다.
어느덧 삼복철도 다 지나간다. 대성산에 울창한 소나무숲이 시원한 바람을 안고 설레이기 시작한다. 김일은 바람결에 풍겨오는 송진냄새를 기분좋게 느끼며 렬사릉건설장을 돌아보고있었다.
건설장에 나와 돌아보면 볼수록 김일은
지팽이를 짚고 절뚝거리며 걸음을 옮겨짚는 김일의 퉁투무레한 얼굴에는 감개무량한 빛이 어리였다. 이즈음에 와서 그는 다리가 저려나면서 제대로 움직이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그는 정무원 총리로서의 자기의 무거운 책임을 다하기 위해 쉴념을 하지 않았다. (김일은 지난해 12월 국가정권기구가 개편되면서 정무원 총리로 사업하고있었다.)
김일의 서기 허룡이 옆에서 그를 부축여주었다. 허룡은 김일의 이상한 병증세를 걱정하면서도 차마 그런 말을 하지 못하였다. 1968년부터 김일의 서기로 사업하고있는 허룡은 김일의 성격을 잘 알고있었다.
김일은 자기의 사업에 그 어떤 사사로운 문제(여기에는 그자신의 건강에 관한 문제도 포함되여있었다.)가 끼여드는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일단 해내겠다고 결심한 일은 끝장을 볼 때까지 내밀었고 그를 위해선 그 무엇도 돌아보지 않았다. 부관이나 서기가 김일의 건강상 문제로 만류하려들면 무섭게 흘겨보군 하였다. 그러니 허룡이 건강을 돌보지 않는 김일이 아무리 불만스럽다 해도 어떻게 말할수 있단 말인가.
그저 곁에서 말없이 돌봐주는수밖에 없었다.
오늘도 허룡은 조심조심 김일의 팔을 붙들어주면서 말없이 걷고있었다. 허룡은 체구가 크고 뼈대가 실한 젊은이였으나 김일의 곁에 서면 좀 키도 작아보였고 몸집도 왜소해보이였다.
《허서기는 아직 아버지의 얼굴을 보지 못했지?》 김일이 물었다.
허룡의 아버지는
《난 아버지를 어머니나
《허형식이… 주하유격대창건자의 한사람이였지. 북만에서 함께 싸운 김책동지가 잊지 못해했소.
김일은 깊은 추억에 잠긴 목소리로 말하였다.
《이제 좀 기다려보라구.
대성산혁명렬사릉에는
김일은
혁명렬사릉건설을 발기하시고 세심한 지도를 주시던
《내 오늘 점심시간에 혼자 생각하면서 적어본거요. 내 머리속에 얼핏 떠오르는 렬사들만 해도 60명이 넘었소. 그러니 이 렬사릉에 90상 정도의 반신상은 세워야 할거요.》
렬사릉건설방향에 따라 숱한 일군들이 동원되여 해방전에 희생된
그런데
(아, 얼마나 고결하신
그 한낮 손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닦으시며 먼저 떠나간 동지들에 대해 말씀하시던
(오늘 우리가
김일의 눈앞에는
(
김일은 허룡의 말에 생각에서 깨여났다.
《세상에 우리
건설지휘부가까이 이르렀는데 사진사가 혁신자들의 사진을 찍는 모양이 눈에 뜨이였다. 혁신자들의 사진들을 영예게시판에 소개하는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있었다.
혁신자들이 자랑스럽게 웃으며 사진기앞에 나선다. 그 모양을 보는 김일의 입가에는 부지중 미소가 어리였다. 사진을 찍는 혁신자들속에는 장현철도 있었다. 대성산혁명렬사릉건설을 맡아하고있는 건설기업소는 장현철이 소속되여있는 평양시원림건설사업소였다. 때문에 김일은 건설장에 나올 때마다 현철의 모습을 볼수 있었다.
김일은 현철에게 정이 가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장종학의 아들이여서만이 아니라
사진사는 모범적인 지원자들도 사진찍었는데 그속에는 한설미가 끼여있다.
설미는 만수대대기념비건설공사장에서부터 시작되였으며 만수대대기념비가 완공되자 대성산혁명렬사릉건설장에로 자리를 옮겨 계속 진행되는 야간지원돌격대활동의 가장 적극적인 참가자라고 할수 있었다.
야간지원돌격대는 일요일같은 때면 아침부터 건설장으로 찾아오군 하였다. 오늘은 일요일이였다.
현철과 설미를 발견한 김일의 얼굴에는 느슨한 미소가 어리였다.
그는 장현철과 한설미가 만수대대기념비건설장에서 늘 함께 일하였고 또 여기 대성산혁명렬사릉건설장에 와서도 변함없이 다정하게 만나는것을 알고있었다. 이 청춘남녀를 볼적마다
그는 사진찍기가 벌어지는 지휘부 마당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저마끔 김일에게 인사를 하였다.
김일은 뒤전에 서있는 현철을 찾았다. 현철이가 앞에 나서자 그는 시까스르는 소리를 하였다.
《현철이가 청춘의 본때를 보이는 모양이구나. 그런데 넌 항상 봐야 설미와 붙어다니는구나.》
《그건 저…》
현철이가 대답이 궁해서 쩔쩔매는데 설미가 다가왔다. 얼굴이 감실감실하게 타고 작업복을 입은 설미의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총리동지, 안녕하십니까?》
《설미가 용해. 이젠 대학을 졸업했겠구나.》
《지난해에 졸업했습니다. 상업관리소에 배치받았습니다.》
《어련히 일을 잘하겠지, 설미가 누구라구.》
김일은 껄껄 웃다가 말을 계속하였다.
《내 현철이를 좀 놀려대기는 했는데 너희들이 함께 있는 모양이 보기가 좋다. 언제나 그렇게 붙어다녀라, 좋은 일도 함께 하고 좋은 정도 나누고…》
《총리동지가 오해하는것 같습니다.》 하고 현철이가 말하였다.
《사실 우린 뭐라고 할가, 그 의형제를 맺었다고 할가? 우린 오빠와 동생사이입니다.》
《뭐 의형제라구? 지금 우리 사회에 의형제라는것도 있는가? 그리고 남녀사이에도 무슨 의형제라는게 있나? 허, 그건 난생 처음 듣는 소리로구나.》
김일은 짐짓 눈을 쪼프리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의형제라는건 지어낸 소리고요. 우린 서로 그런 말을 한것도 없는데…》 설미가 당황해하며 현철에게 곱게 눈을 할기였다.
《현철오빠, 누가 들으면 놀라겠어요. 그저 오누이사이라고 하면 될걸 가지구.》
《내앞에서야 너희들이 오누이사이라고 하면 어떻게 믿겠니? 모르는 사람들이야 속아넘어가겠지만…》
김일은 시물시물 웃으며 순진한 청춘남녀를 놀리였다.
《그저 그렇게 되였습니다.》 겨우
《은근히 정이 통한다는 소리야.》 김일은 알겠다는듯 머리를 끄덕이였다. 《차라리 너희들의 그 처녀총각의형제를 좀더 발전시키는게 어떨가?》
《어떻게 말입니까?》 현철이가 물었다.
《그것도 몰라? 바보같으니. 아마 설미는 짐작할테지?》
《나도 모르겠습니다.》 설미는 얼굴이 진달래빛으로 물들어간다.
《뭘, 잘 알고있겠는데… 좌우간 생각해봐라. 이렇게 만난김에 사진이나 같이 찍자.》
김일은 사진사를 불렀다.
《사진사동무가 좋은 일을 한가지 해주어야겠소. 이 처녀, 총각 한쌍을 나란히 세워놓고 사진 한장 잘 찍어주시오. 기념이 되게 말이요.》
현철이와 설미가 각기 김일의 팔소매를 잡았다.
《총리동지, 같이 찍읍시다.》
《우리 함께 찍자요.》
설미는 응석을 부리듯 김일의 팔을 잡고 흔들며 실팍한 제몸도 흔들었다.
《우선 너희들이 함께 찍어라.》
현철이와 설미가 나란히 붙어섰다. 나이지숙한 사진사가 사진기렌즈를 들여다보다가 너스레를 떨었다.
《이건 천상배필이구만.》
《사진사동무도 그렇게 생각하나?》
김일이가 묻자 사진사는 거침없이 대답하는것이였다.
《내 심장이 그렇다는걸 속삭입니다. 내겐 사진사로서의 육감이 있는데 사진기를 들고 들여다보면 사람의 마음속이 환히 들여다보이고 앞날까지 환히 내다보이거던요. 그런데 저 청춘남녀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나라를 위해 든든한 기둥감이 될것이고 또한 틀림없이 원앙새부부로 되여 백년해로할것입니다.》
현철이와 설미는 사진사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어 배를 잡고 웃어대고 김일이도 호탕하게 웃어제끼였다.
《이 사진사동무가 사람을 볼줄 아는 신통력을 가졌구만. 대단해, 지인지감이 있단 말이야. 뭐 심장이 속삭인다구, 정말 재미있는 동무요.》
이윽고 사진사가 사진을 다 찍고나자 김일은 자기의 량옆에 현철이와 설미를 세웠다.
《자, 또 한장 찍소.》
김일의 모습은 대견한 자식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친아버지의 모습을 방불케 했다.
《사진사동무가 수고했소. 앞으로 좋은 사진들을 많이 찍고 혁신자들을 적극 고무해주라구.》
김일은 현철이와 설미를 보며 강조하듯 또다시 말하였다.
《앞으로도 계속 붙어다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