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5 회
후 편
보석은 빛발을 받다
제 8 장
7
초겨울날씨치고는 류별나게도 봄날처럼 푸근한 날이였다. 농학부 종합강의실에서 다시 대학에 돌아온 계응상학부장의 유전학강의가 끝나자 교원들과 학생들은 우르르 밖으로 밀려나왔다. 서로 어깨들을 밀치며 마당으로 나선 대학생들은 여기저기 모여서서 흥분에 겨워 떠들었다.
《결국 과학이 이기는구만.》
안경을 낀 대학생이 의미심장하게 한마디 했다.
《사실이란 참으로 고집스러운 물건이니까.》
다부진 체구의 대학생이 바투 깎은 머리를 흔들며 응수했다. 이때 한발 늦어 강의실에서 나온 최필호가 한쪽 손에 두툼한 책을 끼고 그들의 곁을 바삐 지나가고있었다. 얼핏 그를 띠여본 안경 낀 대학생이 소리쳐불렀다.
《필호동무! 복교된걸 축하하오!》
《그런데 강의가 끝나자마자 어디로 그렇게 달려가나?》
《다음시간에 원예학부 종합강의실에서 한수민선생이 〈신유전학〉강의를 한다네.》
필호는 짧게 응대했다.
《그야 계선생이 도리머리를 치는 과목이 아닌가?》
이렇게 말을 번지던 다부진 체구의 대학생은 고개를 끄덕이였다.
《아하, 알만 하네. 이번엔 신다윈주의강의에 의도적으로 열성스레 참가할 작정인 모양이구만. 그렇다면 우리도 그 강의에 빠질수 없지.》
모여섰던 대학생들은 활기있게 떠들어대며 손목시계를 내려다보고는 다음강의에 늦지 않으려고 흩어져갔다.
한편 계응상교수가 강의를 마치고 복도를 나설무렵 그의 등뒤에서 은근하면서도 나직이 부르는 소리가 났다.
《응상선생!》
걸음을 멈추고 돌아선 계응상은 두눈을 치떴다. 얼굴이 둥실하고 키가 늘씬한 한수민이 바삐 다가와 두손으로 그의 두손을 덥석 감싸쥐고 감격에 겨워 말했다.
《정말 기쁘네. 난 이런 날이 오기를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랬었네.》
한수민의 눈귀에는 눈물이 축축하니 번져있었다. 응상은 멍해서 수민을 물끄러미 건너다보았다. 다시 대학으로 돌아온 그는 선참으로 한수민을 찾아가 그의 귀쌈을 후려치며 웨치고싶었다.
《이 비렬한자야! 너는 한사코 발밑을 야금야금 파고 헤쳐 나를 쓰러뜨리려 했지, 그러나 봐라! 나는 이렇게 교단에 다시 섰다.》 한데 이 사람이 그의 일이 바로잡히길 그렇게도 끔찍이 바랐더란 말인가.
《놀라운걸. 》
《허허 놀랍긴, 우리야 벌써 20여년세월 파란곡절을 겪으며 과학의 한길을 걷고있지 않나.》
이렇게 뇌이는 그의 태도는 얼마나 천연스러운가. 그는 생각하기를 이런 극적인 순간에 아무리 능란한 사공이라 해도 머리를 수그리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을수 없으리라고 여겼다. 그러나 자기의 존재를 정당화할만 한 론거가 없는
《자네는 다음시간에 신유전학강의를 한다지?》
《그렇다네. 고전유전학은 특수유전이지만 신유전학은 일반생물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현상을 밝힌 유전학이니까.》
《천만에, 진리는 하나이지 둘이 아닐세.》
《원참 사람두, 성급하기란. 자네는 선악에 대한 판단이 너무 단순한게 탈이야. 자네의 학문과 나의 학문이 서로 다르지만 그렇다고 그게 우리들이 벗으로 되는걸 방해할수는 없네.》
복도저쪽에서 다음강의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은은히 울려왔다. 한수민은 사람좋은 웃음을 지으며 당부했다.
《오늘 저녁엔 동부인해서 꼭 우리 집에 와야 하네. 내 늙은 로친네는 어제부터 자네를 맞을 차비에 바쁘다네.》
응상은 말문이 막혀 위풍있는 걸음으로 스적스적 걸어가는 한수민의 뒤모습을 물끄러미 바래였다. 일생동안 유전학을 탐구한다고 해왔지만 반백이 되도록 아무런 결실도 이루어놓지 못한 실패한 과학자. 하지만 그는 여전히 선배연하는 도고한 자세를 한치도 잃지 않았다. 과학에서 대성할 재능이 없다는것을 인정한 그때부터 그는 학자들에게 결여되여있는 사는 법을 능숙하게 체득하는데서 자기 위안을 찾은듯싶었다.
지혜와 재능이 모자라도 소탈하고 겸손한
배운권부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