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페지로
날자별열람


제 64 회


후 편
보석은 빛발을 받다


제 8 장


6


김일성동지께서는 무서리가 채 녹지 않은 시험장정원의 나무그늘밑을 천천히 거닐고계셨다. 그이께서 걸음을 옮기실 때마다 언 가랑잎 밟히는 소리가 울리였다.

《그렇기때문에 동무는 계응상선생을 사람들로부터 갈라놓으려고 했단 말이지요?》

리덕겸에게 이렇게 물으시는 김일성동지의 발밑에서는 락엽부서지는 소리가 더 자주 일었다.

덕겸은 어리둥절하여 아무런 대답도 올리지 못했다.

《좋습니다.》

그이께서는 부장장과의 담화를 끝맺으시였다. 이때 계응상이 발끝으로 돌부리를 차는것도 의식하지 못하며 정원으로 황망히 다가오고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마주 걸어나가시여 응상의 손을 힘있게 잡으시고 수척해진 그의 얼굴을 지켜보시였다.

《시험장구경을 왔습니다. 시험잠실들을 좀 돌아볼수 없겠습니까?》

김일성동지께서는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응상은 황송하여 어쩔바를 모르며 앞장서서 원종유지실로 그이를 안내했다. 시험장 깊숙이 들어앉은 빨간 벽돌로 지은 기다란 단층집에서는 바야흐로 빙고에서 꺼내온 누에알들과 고치들을 펴놓고 봄맞이준비를 하고있었다. 자그마한 칸들의 덕대우에 빈틈없이 얹어놓은 잠박마다에는 각양각색의 누에고치들이 오골오골했다.

눈같이 흰 고치, 파르스레한 고치, 불그스레한 고치, 노르스레한 고치, 눈으로 보건대도 그것이 순종으로 분리해놓은 원종고치들이라는것을 알수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국장이 시험장을 지도할 때 첫번째로 문제삼은 대상이였다.

《이것이 교잡원종들입니까?》

김일성동지께서는 장구형으로 생긴 젖빛누에고치를 집어드시고 계박사에게 물으시였다. 뒤따르던 배부상이며 국장은 긴장하여 계박사에게 눈길을 주었다. 부장장은 응상에게 책임적인 발언을 하라는듯 눈짓을 했다.

《예, 그렇습니다.》

계응상은 맺고 끊듯이 대답했다. 잠실에 들어서자 계박사는 대뜸 몸가짐이 자신만만해졌으며 두눈에는 광채가 번뜩이였다. 그는 주머니에 넣고있던 확대경을 김일성동지께 넘겨드리며 매 잠박의 다양한 누에고치들과 좁쌀알같은 누에알들을 일일이 설명해드리였다.

《누에고치는 색갈도 각양각색일뿐만아니라 모양도 천태만상입니다. 우리는 이 다양한 형질들중에서 우리에게 필요한것을 마음먹은대로 만들기 위해 힘쓰고있습니다.》

계응상박사의 설명을 듣는 사이에 김일성동지께서는 누에의 세계에 점점 더 깊이 잠겨드시였다. 그이께서는 계응상박사가 흥분하여 누에를 설명하는 심정을 헤아려보기도 하시였다.

《그러니까 선생은 누에의 순수한 성질들을 갈라놓고 그것들을 교잡해나가면 색고치는 물론 닭알같이 큰 고치도 만들수 있다는겁니까?》

《그렇습니다.》

계응상은 더욱 자신심을 가지고 대답하는것이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그이께서는 계응상박사의 뒤를 따라 야생누에고치들을 유지하고있는 다음방으로 들어서시였다.

《이 방에는 세계각지에서 야생하는 누에들과 우리 나라 산간지방들에서 수집한 누에들이 있습니다.…》

계박사는 누에에 대하여 말하는것이 아니라 제살붙이에 대하여 자랑하는 어머니와 같은 그런 애정을 담아 이야기했다.

개암나무, 오리나무잎들을 먹고 자라는 붉은색을 띤 개암나무누에, 소태나무, 오수유나무잎들을 먹고 자라는 진한 갈색을 띤 애경수, 퉁경수란 별호를 지닌 가중나무누에, 생김새가 신통히도 골미와 같이 생겼다고 해서 산표주박 메오쟁이라고 부르는 골미잠, 낚시줄이나 외과수술봉합사로 쓸수 있는 풍잠 또는 어사잠이라고도 부르는 낚시줄누에…

여기 와서 보니 누에의 종류가 헤아릴수 없이 많은것은 더 말할것 없고 우리 나라의 산에 무성한 넓은잎나무치고 누에의 자연사료로 리용되지 않는것이 없었다. 만약 산이 많은 우리 나라에서 이 풍부한 자연사료를 리용하여 집누에와 함께 야생누에들도 인공적으로 키운다면 나라의 부강발전에 얼마나 크게 이바지할것인가.

김일성동지께서는 유표한 풀색을 띤 한 누에를 계박사가 아꼈다가 별도로 설명하려는듯이 스쳐지나는것을 놓치지 않고 여겨보시다가 조용히 물으시였다.

《풀색이 곱게 든 저 고치는 무엇입니까?》

《예, 이것이 지난해 2월에 제가 장군님께 말씀드린 천잠이라는 산누에입니다.》

《청주라는 희귀한 비단을 짤수 있다고 한 그 누에입니까?》

《그렇습니다. 욕심이 나는 누에이지만 알을 받기가 힘든 품종이여서 대량적으로 키울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 누에를 좀전에 말씀드린 퉁경수와 교잡을 시켜 두 품종의 좋은 점을 다 갖춘 특별한 누에품종으로 육종하려고 조사사업을 하고있는중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 두 품종이 종이 다른것이라고 하면서 우리가 종간교잡을 시도하는것이 반동적리론을 정당화하려는 책동이라고 하는데 저는 절대로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누에의 순계분리도 부인하는데 그렇다면 어떻게 이 수많은 품종을 순수한 형질들로 유지할수 있겠습니까?》

계응상은 배부상과 잠업국장쪽을 피끗 바라보며 도전적으로 말했다.

《그 누가 무엇이라고 해도 누에에서 나오는 이것은 부인할수 없는 사실입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흥분하시고 격동되시여 잠실을 나서시였다. 잔물결인양 조심스레 불어오는 바람이 구내의 나무가지들을 가볍게 흔들었다.

솨- 높이 솟은 백양나무아지에서 한떼의 참새들이 날아올랐다. 샘물처럼 청신한 공기를 한껏 호흡하시며 걸음을 내짚으시던 김일성동지께서는 말씀하시였다.

《여름철이면 여기에 록음이 꽉 들어차겠습니다.》

《예.》

그이께서는 정원에 총총히 들어선 스무나무, 상수리나무, 오수유, 황경피나무들을 오래도록 눈여겨보시며 혼자소리처럼 말씀하시였다.

《저 정원수들도 모두 누에와 인연이 깊은 나무들 같군요.》

《그렇습니다.》

응상은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을 드리였다.

시험장 2층 민주선전실에는 당번을 서는 잠실관리공 몇사람을 제외한 시험장전원이 모여앉았다. 그런데도 웬일인지 모임은 시작되지 않았다. 시험장구내를 부살같이 빠져나갔던 수령님의 승용차가 바람같이 시험장마당으로 들어섰다. 차에서는 놀랍게도 어리벙벙한 명길동이 내리였다.

그가 도착했다는 보고를 받으신 다음에야 김일성동지께서는 선전실로 들어서시였다. 자신의 옆자리에 계응상을 앉히신 그이께서는 엄숙한 표정으로 장내를 둘러보시였다. 부장장은 고개를 수굿한채 맨 앞자리에 앉아있었다.

《어느 동무가 명길동동무입니까?》

김일성동지께서는 물으시였다. 부름을 받은 길동은 두눈이 둥그래서 《예.》하고 대답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집에서는 다 잘있습니까?》

당황하고 흥분한 길동은 그이의 물으심조차 인차 알아듣지 못했다. 옆에 사람들이 앞을 다투어 일깨워주어서야 그는 남의 소리같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별고없습니다.》

《원종부장동무는 휴가에서 돌아왔습니까?》

김일성동지께서는 또 물으시였다.

《련락을 띄웠는데 아직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부장장이 엉거주춤 일어나서 대답했다.

그제서야 술렁이는 장내를 한눈에 일별하신 김일성동지께서는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 그 어떤 리론이든지 그의 진리성이 확증되자면 그렇게 인정할만 한 충분한 론거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 론거들중에서도 실천을 통하여 검증되고 인민들에게 파악된 진리보다 더 위력한것은 없는것입니다. 그런데 계응상선생은 새 조국건설에 절실히 필요한 훌륭한 비단실누에품종을 수많이 육종하여 우리 농민들에게 안겨주었습니다. 부장장동무!》

김일성동지께서는 잠시 말씀을 멈추시고 맨 앞줄에 고개를 푹 숙이고있는 리덕겸부장장을 부르시였다. 《농촌에 더러 나가봅니까?》

《예, 이따금씩 나가봅니다.》

리덕겸은 떠듬떠듬 대답했다.

《그럼 하나 물어봅시다. 농민들이 계응상선생이 육종한 〈국잠47호〉나 〈국잠43호〉와 같은 비단실누에품종에 대하여 무엇이라고들 하는지 알아보았습니까?》

《저…》 리덕겸은 목까지 벌개가지고 말을 갑자르기만 했다. 류지성로인이 벌떡 일어섰다.

《장군님, 제 철들자부터 머리가 희도록 누에를 쳐보지만 그 누에처럼 고치를 잘 틀고 활발하게 자라는 누에는 처음 보았습니다. 농민들도 한결같이 그 누에가 좋다고 합니다.》

《그것 보시오. 〈국잠43호〉나 〈국잠47호〉를 농민들이 모두들 좋다고 합니다. 농촌에 나가면 농민들이 나더러 그런 누에알을 더 많이 보내달라고 제기해옵니다. 아마 동무들이 휴일이나 명절날 거리에 나가보면 그 결과를 뚜렷이 알수 있을것입니다. 이제는 우리 사람들이 나들이옷차림으로 명주옷 한벌씩은 다 마련해놓았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 인민들이 비단옷을 입고 남부럽지 않게 살수 있도록 하는데서 특출한 공로를 세운 과학자를 반동학자라고 합니까? 그리구 누가 잠업시험장을 해산시키려는 추태를 부렸습니까?》

배부상과 최국장은 낯이 하얗게 질려 고개를 떨구었고 덕겸부장장은 침중한 기색을 띠고 묵묵히 앉아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목단추를 풀어놓으시고 천천히 말씀을 이으시였다.

《나는 오늘 시험장을 돌아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계선생은 지금 자기의 과학연구사업에서 풍요한 수확기에 살고있다고 할수 있습니다. 그는 남들이 생물학계에서 수백년동안 이룩한 그 모든것을 우리 대에 이룩해놓으려고 헛눈 한번 팔새없이 자기의 목표를 향해 줄곧 내닫다싶이 하고있습니다. … 지금 어떤 사람들은 응상선생의 리론으로써는 생물체의 본성을 파악할수도 없고 육종해낼수도 없다고 비방중상하고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어떻습니까. 계선생은 그 리론에 기초하여 새로운 생물육종의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놓고있습니다. 그들이 세포 이외에 다른 아무것도 없다고 하는 생물체에서 그것을 지배하는 귀중한 인자를 매일같이 보고있습니다.》

두눈을 지그시 감고 수령님의 말씀을 고요히 새겨들은 응상은 확 달아오른 가슴을 진정할 길이 없었다. 어쩌면 수령님께서는 그가 마음속으로 더듬고있는 그 깊은 과학의 세계를 그렇게도 속속들이 헤아려주시는가.

그는 더는 아무것도 듣지 못했고 보지 못했다. 그저 끝없는 행복감에 자신을 맡긴채 어디론가 가없는 환희의 광야로 훨훨 나래쳐가는듯만싶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정색하여 말씀을 이으시였다.

《동무들, 제정신을 똑바로 가지고 주체적립장에 튼튼히 서서 우리의것을 볼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응상선생의 연구사업을 지연시키면 그만큼 귀중한 진주와 보석을 어이없이 잃게 되고맙니다. 그가 파고드는 황홀한 과학의 세계를 리해해야 합니다. 그것을 위해 그가 얼마나 큰 자기희생을 하였는지 생각해보았습니까. …

그는 자신의 생활에 대해서는 그처럼 가혹하면서도 우리 인민들에게 보다 행복한 생활을 마련해주는데 조금이라도 이바지할수 있다면 백번이라도 그러한 생활을 거듭할 비상한 각오를 품고 과학연구를 하고있습니다. 피나는 생활을 통하여 과학탐구에 성공한 그에게는 일제기관에 복무하기로 마음을 고쳐먹기만 하면 거액의 재산과 안락한 생활이 약속되여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조선민족의 존엄을 저버릴수 없기때문에 단호하게 그것을 거절해버렸습니다.

그런데 동무들은 이런 청렴결백한 과학자를 도와주기는커녕 약점들을 트집잡아 그의 뒤다리를 잡아당기고 괴롭히는 참을수 없는 행동을 했습니다.》

장내에서 《흑》하는 흐느낌소리가 터졌다. 수령님께서 부관을 보내시여 데려온 명길동이가 두팔에 얼굴을 묻은채 어깨를 들먹이였다. 여기저기에서 뼈저린 자책의 한숨소리가 새여나왔다. 덕겸부장장도 못 볼것을 본듯 고개를 떨구었다. …

모임이 끝난 다음 김일성동지께서는 배운권부상과 최택민국장을 정원의 휴식장소에 따로 불러다놓고 엄하게 물으시였다.

《어떻소, 오늘 일을 두고 생각되는게 없소?》

숙인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며 몹시 괴로운 기색을 짓고있던 배부상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제가 일처리를 잘못한것 같습니다.》

《그만 성급하게 문제처리를 하다보니 실책을 범했습니다.》

두사람을 지그시 건너다보시던 김일성동지께서는 준절하게 이르시였다.

《실책정도가 아니요. 동무들은 돌이킬수 없는 엄중한 과오를 범했단 말이요. 제때에 일을 바로잡았게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나라의 농업과학이 어떻게 될번 했소. 그러나 잘못을 느끼고있다니 동무들의 말을 믿겠습니다. 돌아들 가서 자기들이 저지른 일들을 제손으로 바로잡아야겠소. 배부상동무는 직접 계선생을 모시고 원산농대에 나가 교직원, 학생들앞에서 사과를 해야겠소.》

《알겠습니다.》

배부상은 기여드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전페지   다음페지

←되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