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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3 회


후 편
보석은 빛발을 받다


제 8 장


5


원산농업대학에 대한 지도사업을 끝내고 평양으로 올라온 배부상은 자기네 그루빠의 사업정형을 상급당에 보고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자신의 결심에 의하여 단행한 일이 너무도 정당한 일이라고 확신하기도 했거니와 그러한 문제야말로 상급당의 지시를 받음이 없이 자기의 권한으로 결심하고 처리할 일거리라는것을 믿어의심치 않았던것이다.

해떨어질무렵 사무탁앞에 놓인 전화기에서 신호종이 세차게 울리였다. 송수화기를 든 그는 불현듯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경애하는 김일성동지께서 급히 의논할 일이 있으니 왔다가라는 전화련락이 왔던것이다. 그는 급히 사무실을 나섰다.

경애하는 김일성동지의 책상우에는 그이의 비준을 기다리는 문건들이 무드기 쌓여있었다. 그런데 그이께서는 그 모든 중요한 문건들을 한쪽으로 미루어놓으시고 과학잡지들을 들여다보고계시였다. 그 잡지들이며 자료무더기에 눈을 준 배부상은 흠칫 놀랐다.

《농업생물학》, 《자연》특간호, 얼마전 스코틀랜드의 에딘버리에서 진행된 생물학자들의 국제대회에 대한 통보자료들…

그이께서는 그 잡지들이며 자료철들에서 시선을 떼시고 신중한 기색으로 물으시였다.

《동무가 원산농대에 지도사업을 나갔댔다는 말을 들었소. 어제 그 대학 학장동무두 나한테 왔댔소. 그리구 잠업국에서 올려온 시험장검열총화보고서도 방금 보았소. 어디 동무네 지도그루빠가 대학에 나가서 진행한 사업정형을 좀 들어봅시다.》

배부상은 한껏 긴장해졌다. 그는 사업수첩을 펼쳐놓고 침착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 48년 8월 농업과학원총회 회의록이 알려진 다음에도 우리 교육성에서는 원산농대에서 최근에 내내 정통유전학강의를 하고있다는 놀라운 소식에 접했습니다. 실태가 너무 엄중한것이였기때문에 긴급히 성자체로 그루빠를 조직해서 대학으로 나가보았습니다. 실태는 우리가 예견했던것보다 나빴습니다. 그 대학에서는 생물체를 지배하는 그 어떤 타고난 불멸의 기전이 존재한다는 반동적이며 반혁명적인 리론이 공공연히 체계적으로 학생들에게 주입되고있었습니다. 그들은 지어 대학내에 잠학연구실을 꾸려놓고 그 리론을 확증하는 실험사업까지 진행하려고 시도했습니다. 게다가 이런 강의를 직접 담당하고있는 계응상에게는 온갖 특혜까지 베푸는 참을수 없는 현상까지 나타났습니다.

저희들이 제때에 나가보았기에 망정이지 큰 정치적손실을 입을번 했습니다. 그래서 계응상을 학부장직에서 해임시키고 그가 이미 진행한 강의내용들에 대해서도 똑바른 견해들을 가지도록 시정강의를 여러차례 조직하였습니다.》

부상의 말을 끝까지 주의깊게 듣고나신 김일성동지께서는 만면에 엄숙한 빛을 지으시였다. 그이께서는 책상 한쪽에 놓인 잠업국에서 올려온 시험장검열총화보고서에 다시 눈길을 주시였다.

《…리론적으로 불순한 사상을 기초로 하여 진행되고있는 중앙잠업시험장에서의 연구사업은 벌써 신중한 결함들을 발로시키고있습니다. 순계분리해놓은 원종들은 더 말할것 없고 현재 진행되고있는 실험들도 완전히 멘델-모르간주의를 그대로 채용하고있기때문에 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이 모든 사태로 보아 계응상이 뿌려놓은 여독을 뿌리뽑자면 채령동시험장을 해산해치우고…》

김일성동지께서는 그 검열총화보고서를 배부상에게 내미시였다.

《보시오.》

배부상은 총화보고서를 훑어보고나서 덧붙였다.

《제가 보건대도 그는 전형적인 자본주의식 연구방법을 시험장에 확립해놓고있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의 괴벽한 생활태도에 대해서는 머리를 젓지 않는 사람이 없는것 같습니다. 사태의 엄중성으로 보아 그렇게 하는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주의깊은 눈길로 배부상을 건너다보시였다. 자리에서 일어서시여 창가로 다가서신 그이의 얼굴에 정원등의 은은한 빛발이 어리였다. 그이께서는 사무상앞에 다가앉으시여 서랍에서 한권의 책을 꺼내 배부상에게 주면서 말씀하시였다.

《이 책을 보았습니까?》

책표제에 눈길을 준 부상은 두눈을 끔벅이였다. 그것은 북조선인민위원회 농립국 농림연구부에서 연구론문 제1호로서 출판한 계응상의 론문 《가잠의 유전에 관한 연구》였다.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부상은 자신없이 말했다.

《보지 못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유감스러운 표정을 지으시며 물으시였다.

《동무는 누에가 동물계에서 어느 목, 어느 과에 속하는지 알고있습니까?》

《예?!》

배부상은 어리둥절하여 떠듬떠듬 지구상에는 150만종의 동물이 있는데 그중 70만내지 100만종이 곤충으로 조사되여있는것 같다고 말씀드렸으나 그것이 어느 과에 속하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씀드리였다.

《그럴것입니다.》

그이께서는 여전히 긴장한 안색을 풀지 않으시며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나도 이번에 생물학의 형편을 구체적으로 료해하면서야 이런 문제도 정확히 알게 되였습니다. 누에는 몸과 다리가 여러개의 마디로 되여있으므로 절족동물문이고 그의 성충은 세쌍의 다리가 있으므로 6각류 즉 곤충강에 들고 곤충강가운데서도 날개가 있기때문에 유시아강에 들며 또 날개에 비늘이 있어 린시목에 속하고 낮에는 움직이지 않고 밤에만 활동하는것이라구 해서 밤나비목에 들어있습니다.

내가 왜 이런것을 렬거하는지 압니까? 현대생물학은 오래전에 생물체들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세포를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한 과학자가 누에의 세포속에서 그의 형태와 성질을 지배하는 인자가 있다는것을 확증했다면 그것은 벌써 밤나비목에 속하는 누에에만 한한것이 아니라 절족동물문전체에도 해당한 문제, 나아가서는 모든 동식물과 관련되는 문제라는것입니다.

그런데 계응상선생은 그 론문에서 지구상에 번식하고있는 수백종의 누에를 출발재료로 리용하여 수천수백만의 실험을 거듭한 끝에 그 어떤 환경에도 변하지 않는 백여가지의 형질을 찾아냈다고 강조하고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보고 그의 리론이 반동적이라고 규정할수 있겠습니까?》

김일성동지께서는 부상의 둥실한 얼굴에서 눈길을 떼지 않으시였다. 배부상은 한껏 긴장했던 마음을 늦구며 기운을 내여 말했다.

《물론 제가 이러한 결심을 내리게 된것은 제자신이 과학적실험을 통하여 체득한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문제는 명백하다고 봅니다. 저는 수천수만의 세계적인 과학자집단을 가지고있는 다른 나라에서 하고있는 일들을 신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확신하고있습니다.》

김일성동지의 안광에 엄한 빛이 어리시였다.

《이번에 우리 나라에서도 생물학계에서 두개의 유전학을 놓고 복잡한 론의가 벌어지고있다고 하기때문에 나도 좀 연구를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내가 리해한데 의하면 쏘련생물학계에서 두개의 유전학이 날카롭게 대립하게 된데는 무엇보다먼저 그 나라의 특수한 조건에서 산생된 점이라는것입니다.》

잠시 말씀을 멈춘 그이께서는 자료철들을 후르르 넘기시면서 계속하시였다.

《이렇게 놓고볼 때 배부상동무는 이번에 신중한 오유를 범했소.》

《예?!》

배부상의 얼굴에는 의혹의 빛이 비끼였다.

《수령님, 그렇지만 전 수천명의 다른 나라 과학자들이 거짓말을 할수 있다고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항상 다수파가 진리의 체현자로 되지 않는다는것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소. 조선속담에도 먼데 단 냉이보다 가까운데 쓴 냉이가 낫다는 말도 있지 않소. 다른 나라에서 좋은것이라고 해서 우리에게도 덮어놓고 좋을수는 없단 말이요.》

김일성동지께서는 두눈을 번쩍이시였다.

《그건 그렇고 내가 말하고싶은것은 계응상선생의 리론이 어떤것인가 하는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이요. 설사 그가 과학연구에서 착오를 범했다고 합시다. 하지만 우리는 과학적론쟁을 사회학적으로 분석하고 그를 정치적비난의 근거로 삼는것을 반대합니다. 때문에 우리도 과학적론쟁에 대해서는 절대로 결론을 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식적인 론의로 보는것이 옳습니다. 그런데 동무는 문제를 어떻게 처리했습니까?》

김일성동지께서는 엄하게 말씀하시였다.

《동무는 시험장검열총화보고와 대학검열그루빠사업정형을 두고 생각되는게 없습니까? 동무가 계박사를 학부장직에서 해임하고 시험장으로 돌려보내고 잠업국에서는 잠업국대로 시험장을 해산한다고 소란을 피워 거기에서는 계응상선생의 연구사업이 끝장난것으로 여기고 그의 지도를 받을수 없다고 들고일어나기까지 합니다.》

《수령님!》

부상은 나직이 말을 이었다.

《제가 너무 성급하게 군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 계박사의 리론이 반동적인것이라면 마땅히 제재를 가하지 않을수 없다고 확신하고있습니다.》

《?!》

김일성동지께서는 놀라우신 눈매로 배부상을 이윽토록 건너다보시였다. 얼마후 그이께서는 힘주어 말씀하시였다.

《좋습니다. 사태가 이렇게 번져진것만큼 문제를 해명합시다.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고있는 과학적론쟁에 대해서도 주의를 돌려야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우선 우리 과학자의 말을 들어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배부상동무, 래일 아침 잠업국장동무도 데리고 잠업시험장에 함께 나가봅시다.》

《예.》

배부상은 돌연 의기소침하여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수령님께서는 그를 그냥 눌러앉히시고 날카롭게 물으시였다.

《가만 좀더 앉아있으시오. 내 신중하게 한마디 묻겠소. 어째서 동무는 계박사를 교단에서 내쫓는것과 같은 중대한 조치를 취하면서 나한테는 한마디의 보고도 하지 않소?》

《전 사실 분망하신 수령님께서…》

배부상은 말꼬리를 얼버무리였다.

《그렇다, 솔직하지 못하구만. 동무는 계응상박사를 내가 남반부에서 모셔다가 대학에 배치했다는걸 모르지 않겠는데…》

《…》

배부상은 상이 파랗게 질려 시선을 떨구었다.

수령님께서는 그의 몸가짐을 놓치지 않고 지켜보시며 거듭 물으시였다.

《혹시 동무는 일제때 공산주의운동을 하면서 파벌에 말려돌아가던 버릇을 아직 버리지 못한게 아니요?》

《무, 무슨 말씀을…》

배부상은 당황하여 성급히 발명하려고 갑자르었다.

《그런 일이 없다면 좋습니다. 시험장까지 가자면 길이 머니만큼 아침 일찌기 떠납시다.》

수령님께서는 대범하게 말머리를 돌리시였다.

하여 배부상은 이날 아침 잠업국장 최택민과 더불어 어버이수령님의 뒤를 따라 수도에서 근 4백리나 떨어진 잠업시험장까지 찾아오게 되였던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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