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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제2장


5


1945년 10월 어느날, 한대의 찦차가 평안북도 공산당청사를 떠나 동중학교쪽으로 가는 도로를 내달렸다. 찦차의 앞좌석에는 군복차림을 하고 군모를 단정히 쓴 기품있는 30대 중엽의 사나이가 앉아 예리하면서 사색적인 눈길로 앞을 주시하고있었다. 그는 조국에 개선하신 김일성장군님께서 평안북도에 파견하신 조선인민혁명군대표인 김일이였다. 어제날의 박덕산은 해방된 조국땅에서 김일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우고있었다.

원동에 기지를 둔 항일빨찌산들이 조국개선을 앞두고 그 준비를 다그치던 그때 김일성장군님께서는 아무르강가에서 박덕산과 담화하시며 새 이름을 달아주시였다.

김일은 주위의 야산들에는 봇나무가 우거지고 길섶에는 잡초들이 설렁거리던 강변의 오솔길을 생생히 기억하고있다. 머리우에는 여름의 태양이 구름속을 뚫고 빛을 내리쏘는데 나무그림자들이 발치에서 얼른얼른거리던 바로 그 오솔길을 김일성장군님께서 전사와 함께 거니시면서 한생에 잊지 못할 말씀을 하시였던것이다.

《이제 해방된 조국에 나가 활동하자면 여러가지 복잡한 정황에 부닥칠수 있을거요. 그래서 나는 우리의 일부 지휘관동무들이 가명을 쓰도록 하자고 결심했소.》

장군님께서는 검푸른 아무르강의 장엄한 흐름을 잠시 바라보시였다. 강우에서 기계배 한척이 떠가고 그우를 갈매기 한마리가 날아예고있었다. 파도가 일고 강물이 뒤설레이면서 번쩍번쩍 해빛을 반사하였다.

그이께서는 정깊은 미소를 지으시며 말씀하시였다.

《박덕산동무의 가명을 두고는 별로 생각이 깊어지더구만. 어쩐지 동무에겐 내 이름자에서 한자를 따서 주고싶더란 말이요.》

순간 덕산은 흥분이 온몸으로 짜릿하게 줄달음침을 느끼였다. 장군님께서 자신의 이름자에서 한자를 딴다는건 무슨 의미란 말인가?

《사령관동지께서 달아주시는 이름이라면 어떻게 불리워도 다 좋습니다.》

《이름에는 의미가 있어야 하는거요. 일부 숙명론자들은 사람의 운수가 이름에 따른다는 말도 하고있지, 허허허.》하고 장군님께서는 말씀을 이으시였다.

《난 하나 〈일〉자를 생각했소. 박덕산동무야 혁명 하나밖에 모르는 사람이 아니요. 앞으로도 혁명만 알고 혁명을 위해서만 살 사람이니 하나 〈일〉자를 생각한거요.

그래서 김일이라고 부르자고 하는데 어떻소? 박일이보다는 그게 어쩐지 더 친근하고 가깝게 느껴지거던.》

덕산의 가슴에는 고마움이 밀물처럼 차올랐다.

지나친 흥분과 넘치는 행복감으로 그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해졌다.

《그런데… 덕산동무의 부모들이 알면 노발대발하지 않을가?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성까지 고쳤다고 말이요.》

《전 사령관동지께서 이끄시는 혁명을 하고있습니다. 저에게서 사령관동지께서 계시지 않는 혁명은 존재할수 없습니다. 그 혁명은 우리 조선민족을 구원하기 위한 혁명입니다. 사령관동지와 같은 성을 쓴다면 부모님들은 분에 넘치는 영광으로 받아들일것입니다.》

《허허허… 덕산동무가 자기 사령관을 지내 춰올리는것 같군.》하고 나직하게 뇌이시는 장군님의 안광에는 뜨거운 정이 넘치였다.

장군님께서는 생각깊은 눈길로 해빛이 번쩍이는 강물을 바라보시다가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난 정말 동지복이 있소. 미더운 동지들이 언제나 날 받들어주었소. 동지들이 나에게 김일성이란 이름을 지어주었지. 모두들 나에게 큰 기대를 걸고 나를 위해선 목숨도 아낌없이 바치고있소.》

어느덧 그이의 두눈은 축축하게 젖어올랐다.

《이런 동지들이 없다면 이 김일성 홀로 무엇을 할수 있겠소. 그래서 내 박덕산동무를 김일이라 부르고싶었던거요.》

마침내 뜨거운 눈물이 덕산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장군님을 그리며, 장군님을 우러르며 모진 고생을 달게 여기며 싸워온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흘러갔다. 한생 따르리라 결심한 위대한분, 민족의 태양으로 받드는분에게서 의미가 깊은 이름을 받아안는것만도 더없는 영광인데 오히려 동지복에 대해 말씀하시니 무엇이라 감사의 인사를 올려야 할지 알수 없었고 그저 목이 꽉 메이는것이였다. 그는 겨우 입을 열었다.

《사령관동지, 정말 고맙습니다. 저는 이제부터 죽을 때까지 사령관동지께서 지어주신 〈김일〉이라는 이름으로 살겠습니다.》

《고맙기로는 내 더 동무를 고맙게 생각하고있소. 동무가 그렇게 날 믿고 따르니 내가 고맙단 말이요. 김일동무, 우리는 누구보다 가까운 혁명동지요. 이제는 성도 같아지고 이름도 비슷하니 친형제처럼 생각되는구만.》

《사령관동지, 믿음에 보답하겠습니다.》

《김일동무, 우리 앞으로 혁명의 승리를 위해 더 억세게 싸워나갑시다.》

《이 김일은 혁명승리를 위해 사령관동지 한분만을 따르겠습니다.》

김일은 세상에 다시 태여난듯 한 환희를 안고 장군님을 우러러 감사와 맹세의 표시로 힘차게 거수경례를 올리였다.

박덕산이 김일로 된 사연은 바로 이러하였다.

김일이 동중학교마당에 당도하니 제나름의 군복을 입었거나 혹은 사복차림을 한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앉아있었다. 출입문가까이에는 숱한 무기들이 쌓여져있었고 도인민위원회와 도보안부성원들이 그옆에 서있었다.

당시 신의주국경을 통해 중국에서 활동하던 적지 않은 무장성원들이 들어왔는데 이미 치안부대들이 조직되여 활동하는 조건에서 그들이 이전처럼 무기를 휴대하게 할수 없었다. 하여 김일은 도보안부성원들이 그들의 무장을 해제하도록 하고 그들에게 일정한 정치사업을 한 후에 각자의 희망과 능력을 고려하여 적재적소에 보내는 사업을 조직하도록 하였는데 동중학교에서 그 사업이 진행되고있는것이였다.

김일이 찦차에서 내려 다가가자 김일과 함께 신의주에 파견되여 도보안부사업을 맡아보고있는 손종준이 인사하였다. 김일은 회수한 무기들을 살펴보다가 누구에게라없이 말하였다.

《이속에서 싸창들만 골라내야겠소.》

몇사람이 달라붙어 모젤권총들을 골라놓았는데 김일은 그 모젤권총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좋은것들만 다시 골라 두개의 상자에 넣었다.

두개의 상자가 다 차자 김일은 그것을 찦차에 싣도록 하였다. 김일은 그 총들을 장군님의 호위사업에 쓰도록 하자는것이였다.

《이 총들을 시급히 평양에 올려보내야겠소.》

김일은 손종준에게 말하고나서 차에 올라탔다.

김일이 도공산당청사에 있는 자기 방에 돌아온지 얼마 안되여 도당선전부장이면서 도당기관지신문 《바른말》책임주필로 사업하고있는 김람인이 찾아들어왔다.

《파견원동지, 한가지 제기할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무슨 문제입니까? 여기 앉아서 이야기하십시오.》

김일은 앞상에 나와앉으며 김람인에게 의자를 권하였다.

김일은 지난날에 적지 않게 시도 창작발표하였고 김일성장군님에 대한 흠모심을 간직하고 조국해방을 위한 활동에도 적극 참가한 김람인을 깍듯이 대하고있었다. 람인은 김일과 마주앉자 열이 나서 적산물취급에서 나타나고있는 부정행위들에 대한 말을 꺼내놓았다.

《…이건 저마다 눈이 빨개서 적산물자를 가로타고 사복을 채우려드는 판입니다. 중하군 중하면에서는 그곳 보안서장이 적산물자를 마음대로 처분하는것을 막아나섰다고 해서 면인민위원장을 체포했답니다.》

《그게 사실입니까?》

《체포된 위원장이 제 친구입니다. 해방전부터 저와 투쟁을 같이한 견실한 사람입니다.》

김람인은 안경을 벗어들고 손수건으로 꼼꼼히 닦는다. 안경을 벗으니 군살이 없는 얼굴이 더욱더 뾰족해보이였다. 그는 다시 안경을 쓰고나서 말하였다.

《파견원동지, 정말 벌어지는 실태가 말이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적산물자취급은 이제부터 내가 틀어쥐고 강하게 통제할 결심입니다. 그리고 중하면보안서장문제는 내가 알아보고 대책을 세우겠습니다. 내 마침 국경지역들을 돌아보려고 떠나려던 참이였습니다.》

며칠후 김일은 국경지역들을 돌아보던 길에 중하면에 들리였다. 면소재지는 공장 한개 없이 농민들과 품팔이군들, 소상인들이 모여들어 사는 보잘것없는 지구였으나 압록강대안의 국경연선이여서 일제는 여기에 면사무소, 경찰서, 수비대 등 식민지통치기관들을 빠짐없이 꾸려놓았었다. 김일은 먼저 일제때의 면사무소에 자리잡은 인민위원회에 들려 실태를 료해하였다. 김일성장군님의 새 조선건설구상을 면에 펼쳐나가는데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하나하나 알아보고 대책을 강구하는 사업을 진행한 후 보안서사업료해에 들어가자 인민위원회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불만을 터치는것이였다.

《보안서장을 하는 그자가 나쁜 놈입니다. 면의 보안사업을 한다면서 제 마음대로 날치거던요. 우리 위원장동무가 그자를 제지하려다가 오히려 화를 입었습니다.》

김람인의 말은 사실이였다. 그곳 보안서장은 당시 도인민위원회에 큰 세력을 뻗치고있던 고려민주당계통에서 내세운 인물이였는데 면의 치안을 본다는 구실로 제멋대로 날치고있었다. 적산물자를 슬슬 빼돌려 제 낯내기를 하는가 하면 첩살림까지 하여 인민들의 불평불만을 야기시키고있었다. 이런자가 도적이 매를 드는 격으로 원칙적인 투쟁의 불을 거는 면인민위원장을 반동이라고 체포하였던것이다.

김일은 동행하고있던 도의 일군들을 군중속에 파견하여 사실여부를 확인케 하고나서 보안서로 향하였다. 보안서도 일제때의 경찰서건물에 틀고앉아있었다. 2층짜리건물이였는데 돌울타리를 높이 두르고 그우에 가시철조망을 늘이였으며 기관총구멍이 사람들을 노려보는듯싶은 포대가 솟아있었다. 김일이 2명의 무장성원을 데리고 들이닥치자 보초소에 서있던 견장을 뗀 군복을 입고 보안서원의 완장을 낀 키가 작달막하고 얼굴에 주근깨가 다닥다닥한 사람이 눈이 휘둥그래서 우물우물 말했다.

《저… 어디서 오는분들인지요?》

아마 위풍이 당당한 김일의 일행을 보고 첫 순간에 주눅이 들어버린것 같았다.

《도당에서 왔소.》

김일은 보초병에게 증명서를 보이였다. 보초병은 그 증명서를 보고나서 정중하게 두손으로 받쳐내밀며 허리를 굽석이였다.

《어서 들어가십시오. 서장동지가 자기 방에 계십니다. 안내해드릴가요?》

보초병은 어느새 자기를 수습하고 아첨기어린 웃음을 지으며 설레발을 쳤다. 보기와는 달리 어지간히 약삭바른 사람이였다.

《그만두오, 우리가 찾아보지.》

김일이 2층에 있는 보안서장의 방을 찾아들어가니 장화신은 발을 책상우에 올려놓고 저뻐듬히 앉아 거드름스럽게 전화를 하던 사람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어디서 구해입었는지는 알수 없으나 쏘련군대군관복을 입고 성긴 머리칼에 기름을 진하게 발라 넘긴 보안서장의 큼직한 주먹코가 냄새를 맡듯이 벌름거리였다.

《무슨 일이요?》 그는 한손을 허리에 얹으며 제법 틀스럽게 물었다.

김일이 신분을 밝히자 보안서장의 허리가 대번에 절반으로 꺾이였다.

《여기까지 오시느라 수고많으셨겠습니다. 내 이미 오셨다는 소리를 듣고 한번 찾아가뵙자고 하던 참이였습니다.》

그자는 자기가 앉아있던 둥글회전의자를 손수건으로 싹싹 문지르고나서 김일에게 어서 앉기를 권하였다. 김일이 성큼성큼 걸어들어가는데 그의 장화발밑에서 마루바닥이 삐걱삐걱 소리를 냈다. 김일이 주저없이 서장의 회전의자에 위엄있게 앉자 서장은 그를 향하여 다시금 정중하게 허리를 굽히였다.

《가르치심을 주십시오.》

《여러말할것 없소. 당신은 이제부터 철직이요.》

김일은 놀라서 뒤걸음치는 그자를 쓰겁게 일별하고나서 거느리고 온 두명의 무장성원들에게 말하였다.

《이자의 무기를 회수하시오. 영필동무가 이제부터 보안서장대리 사업을 보아야겠소.》

《난 절대로 이 조치를 받아들일수 없습니다. 도대체 나를 철직시키는 리유가 뭡니까?》

그자는 김일의 동행일군들에게 권총을 빼앗기면서도 뻣뻣하게 나왔다.

《난 도에 신소하겠습니다. 어떤 놈이 나를 헐뜯은것 같은데 이건 억울하단 말입니다.》

《도에도 신소하고 중앙에도 신소하시오.》

《난 왜놈치하에서 감옥살이까지 한 사람입니다. 난 알짜 프로레타리아선봉투사란 말입니다.》

김일은 무뚝뚝한 얼굴을 하고 나직이 말하였다.

《당신이 도박에서 돈을 떼우고 그 화풀이로 부자집에 불을 지른 죄로 감옥살이를 했다는것을 다 알고있소. 우리 사업에 방해말고 어서 나가시오.》

《다 나를 모함하는 소리입니다. 난 정말 억울하단 말입니다.》

그자는 방에서 쫓겨나가면서도 계속 소리를 질렀다.

김일은 어처구니가 없어 허거픈 웃음을 지었다.

《정말 뻔뻔하고 쓸개빠진 작자로군.》

이윽고 김일은 보안서 류치장에 갇혀있는 면인민위원장을 석방하여 데려오도록 하였다. 김람인의 친구라니 만나보고싶은 생각이 들었던것이다.

며칠간 보안서 류치장에 갇혀 제대로 먹지 못하고 고심해서인지 얼굴이 퍼그나 상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패기가 만만해보이는 훤칠한 키의 젊은 사람이 방에 들어서자 김일은 그가 낯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사람을 어디서 만났댔을가?)

《동무가 면인민위원장이요?》

《그렇습니다.》

《내 도당에 파견되여 사업하는 김일이요. 동무에 대해서는 김람인 동무에게서 이야기를 들었소.》

김일을 유심히 바라보고있던 면인민위원장의 얼굴에 반가운 빛이 어리였다.

《저… 파견원동지는… 이거 실례되는 질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용서하십시오. 혹시 동지는 1936년에 김일성장군님의 조선인민혁명군을 찾아가던 그분이 아닙니까? 구국군과 함께 무송지구의 밀림에서 길을 잃고 인삼포주인을 만나지 않았습니까.》

김일은 놀라서 벌떡 일어섰다.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그 청년이 떠올랐다. 무송의 송풍락월지대, 식량난을 겪으며 허덕이던반일부대, 애타는 가슴을 안고 하늘을 쳐다보던 그때 나타났던 고마운 청년…

《옳소. 내 바로 그 사람이요. 그러니 동무는 무송의 인삼포주인의 아들이로구만.》

《절 잊지 않았군요. 제 장종학입니다.》

《그렇지, 이름이 장무어라고 했어. 내 어찌 동무를 잊을수 있겠나.》

김일은 흥분하여 장종학에게 달려들었다. 김일은 한손으로는 종학의 어깨를 잡아당기고 한손으로는 그의 살빠진 약한 손을 틀어잡았다.

《이 사람말이야. 그때 우릴 뒤따라오겠다고 하더니 여기에 불쑥 나타나다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요?》

《기회는 새처럼 날아가버리면 다시 오지 않는다더니 그 말이 맞는것 같습니다. 그때 무작정 동지들을 따라갔어야 하는건데…》

지난날을 더듬는 장종학의 얼굴에는 쓸쓸한 회오의 빛이 어리였다.

…장종학은 사실 애인과 함께 김일성장군님께서 이끄시는 조선인민혁명군을 찾아가려 했던것이였다.

그러나 종학은 애인을 찾아갔다가 거절당하였다. 고생을 모르고 자란 그 처녀는 사랑은 갈구했으나 산에 가서 싸우며 풍상고초를 이겨낼 용기는 없었던것이다. 종학은 혼자 김일성장군님의 부대를 찾아갈 결심을 내렸다. 하여 장백쪽으로 나와 헤매이다가 압록강대안에서 보통학교동창생인 김람인을 만나게 되였다. 그들은 김일성장군님을 동경하며 조국해방을 위해 싸우려는 립장에서 서로 뜻이 통했다. 람인은 꼭 산에 가서 싸워야만 하겠는가, 김일성장군님부대를 찾는다는것도 막연한 일인데 우리 식대로 그이를 받들어 싸워보자고 하는것이였다. 결국 종학은 그의 의견에 동의하였다.

그들은 중하땅에서 시건설사를 내오고 《시건설》잡지를 발간하기 시작했다. 그 잡지의 창간호표지에는 붉은 기발을 새겨넣었고 시문학건설의 새 출발을 호소하는 서문을 실었다. 그들은 문필능력으로 싸우는 길을 택한것이였다.

《시건설》에는 만주에서 벌어지는 항일무장투쟁의 영향하에 창작된 람인의 시작품들과 리찬이 15도구를 넘나들며 쓴 시 《기원》을 비롯한 진보적인 시들도 실었다. 1937년에 종학은 보천보전투소식에 접하였는데 김일성장군님에 대한 경모심이 활화산처럼 터져오르는것만 같았다.

그러한 장종학에게 운명적인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김람인이 달포전에 《시건설》잡지 두부를 가져갔던 친구의 안내를 받아 중국땅에 건너가 조국광복회 조직원을 만나게 되였던것이다. 람인은 그에게서 김일성장군님께서 창건하시고 령도하시는 조국광복회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듣고 《조국광복회 10대강령》을 인쇄할데 대한 과업을 받고 돌아왔다. 김일성장군님께서 친히 작성하시였다는 10대강령을 읽고 종학은 세차게 들먹이는 가슴을 진정할수가 없었다. 강령에는 이제껏 상상해보지 못한 세상이 펼쳐져있었다. 위대한 강령을 받아안은 그는 자신도 성스러운 투쟁의 길에 걸음을 내디딘다는 벅찬 자부심을 의식하였고 일찌기 느껴본적이 없었던 삶의 보람을 맛보게 되였다.

그는 김람인과 함께 소리가 나지 않도록 로라를 굴려가며 며칠밤을 새워 마침내 2천부에 달하는 《조국광복회 10대강령》을 비밀리에 찍어내여 조직에 보내였다.

그후 왜놈들의 탄압으로 《시건설》은 강제페간되였고 그들에게는 징병호출장이 떨어졌다. 김람인과 장종학은 중하땅 깊은 산골에 들어가 숯구이를 하며 숨어살다가 해방을 맞이하게 되였다. 그들은 8. 15소식을 듣고 곧 중하면으로 나와 면사무소와 경찰서를 제압하고 면의 정권을 틀어쥐였다. 김람인은 인차 도당으로 소환되였으나 종학은 계속 면인민위원장으로 사업하던중에 불순분자인 보안서장으로부터 피해를 당하게 된것이다.…

장종학의 지난생활을 료해한 김일의 얼굴에 미소가 어리였다. 그것은 또 한명의 동지를 얻었다는 느낌에서 피여나는 기쁨의 미소였다.

《장종학동무, 이제는 손잡고 함께 일해보기요. 또 지난날처럼 한걸음 늦어져서 후회하는 일이야 없겠지.》

김일은 종학의 손을 잡고 롱조를 섞어 말하였다.

《내 다시는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장종학도 웃으며 김일의 거쿨진 손을 자기의 두손으로 꽉 잡았다.

종학은 김일의 큰손에 잡힌 자기의 손이 어쩐지 녀자의것처럼 작고 연약하게 여겨지면서 부끄러움을 느끼였다.

김일은 장종학을 도당으로 소환하여 김람인과 함께 선전부사업을 맡아보게 할것을 생각하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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