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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제1장


12


이날 밤도 한영덕은 민족보위성청사의 한 방에서 수령님의 로작학습에 열중하고있었다. 수령님의 로작들에는 안팎의 준엄한 정세하에서 희망찬 미래를 내다보며 우리 군대와 인민이 힘차게 달려나갈수 있는 방향과 방도가 다 제시되여있었다. 영덕은 군대를 강화하는 그 무슨 새로운 탐구를 한답시고 군대내의 아래일군들을 억누르면서 관료주의적으로 내민 군사기술만능주의가 얼마나 어리석었는가를 날이 갈수록 더욱더 뼈저리게 느끼고있었다.

수령님의 로작원문을 놓고 자자구구 따져보며 심장에 새기는 그의 귀전에는 김일의 목소리가 울리는것만 같았다.

《영덕동무, 어떤 환경과 처지에서든 그이만을 생각하고 그이를 따르며 살면 되는거요. 언제나 굳게 믿고 사시오. 우리 수령님만 믿고 살란 말이요, 오직 위대한 수령님만!》

(그렇다, 나에게 그 어떤 처벌이 내린다 해도 그건 응당한것이다. 그래도 나는 수령님을 따르며 일을 할것이다.)

이때 전화종소리가 울려 한영덕은 송수화기를 들었다. 다음순간 그는 후두둑 가슴이 떨리여 송수화기를 놓아버릴번 하였다. 수화기에서는 김정일동지의 친근한 목소리가 울려나왔던것이다.

《한영덕동지, 그동안 안녕하십니까?》

영덕은 헉― 하고 숨을 들이긋고나서 송수화기를 두손으로 꽉 잡아쥐며 말씀올리였다.

《나같은 불충한 놈의 안녕이 뭐겠습니까. 수령님께선 건강하십니까?》

《예, 수령님께서는 건강하십니다.》

《그럼 됐습니다, 그러면 되지요. 김정일동지의 건강은 어떠하십니까.… 또 이렇게 전화를 걸어주시니 황송하여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바로 며칠전에 김정일동지께서는 영덕에게 몸소 전화를 걸어주시였었다. 그때 김정일동지께서는 따뜻한 인사말씀을 하시고나서 수령님께서 이번에 한영덕동무가 정세를 정확히 가려보지 못하고 과격한 성격으로 망동적으로 일하여 과오를 범하였다고 하시며 크게 가슴아파하고계심을 말씀해주시였다. 그리고 김정일동지께서는 죄책감에 잠겨있는 영덕에게 맥을 놓아서는 안된다고, 조직생활과 사상관점문제에 모를 박고 지난 생활을 잘 총화해봐야 한다는 가르치심을 주시였다. 영덕은 그이가 가르쳐주신대로 당조직에 찾아가 자기 비판을 심각하게 하였고 또 매일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수령님의 혁명사상으로 철저히 무장하기 위한 학습을 진행하고있었다.

《내 조직을 통해 한영덕동지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수령님께도 보고드렸습니다.》

수화기에서 울리는 김정일동지의 말씀은 영덕의 가슴을 세차게 뒤흔들었다. 영덕은 흥분하여 숨이 가빠올랐다.

《수령님께서는 영덕동지가 자기 비판도 솔직히 하고 결함의 원인도 잘 찾았기때문에 로동계급속에 들어가 단련하면 능히 고칠수 있다는 믿음의 말씀을 하시였습니다.》

《수령님께서요? 이 죄많은 놈을 수령님께서 믿어주신단 말입니까. 세상에…》

어느새 영덕의 두눈에 눈물이 그렁하니 고여올랐다.

(아 수령님, 이 한영덕이 수령님께 천백번 용서를 빕니다. 제가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어서 명령을 내리십시오. 내 천길물속이라도 서슴없이 뛰여들겠습니다.)

김정일동지, 수령님께 말씀드려주십시오. 난 이제 당장 로동현장에 내려가겠습니다. 성실히 일하면서 제 과오를 씻겠습니다.》

《영덕동지의 심정을 알만 합니다. 사람이 마음만 굳게 먹는다면 재생하는것은 문제없습니다. 그러나 영덕동지야 원래부터 군인이 아닙니까. 그대로 로동현장에 나가면 모를것이 많을것입니다. 그래서 내 생각에는 인민경제대학에 가서 공부를 해서 경제를 좀 배우는것이 좋을것 같습니다. 그다음에 현장에 나가는것이 어떻겠습니까?》

《예?》

영덕의 홀쭉하니 여윈 볼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리였다.

어쩌면 이다지도 뜨거운 사랑을 베풀어주신단 말입니까. 어떻게 이 사랑과 믿음에 보답한단 말입니까.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제 무슨 말을 할수 있겠습니까. 고맙다는 말밖에는… 보답하겠다는 말밖에는…》

《그럼 됐습니다. 인민경제대학에 가서 공부를 잘하기를 바랍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시 건강에 주의하라는 말씀을 하시고 전화를 끊으시였다.

한영덕은 그냥 송수화기를 든채 멍하니 서있었다. 귀전에는 그냥 그이의 말씀이 울리고있었다. 영덕은 가슴이 터지는듯 한 격정이 끓어올라 자신을 주체하지 못하고 방안을 서성거리기도 하고 어둠이 짙게 어린 창밖을 바라보기도 하였다.

전화종소리가 울리였다. 영덕은 덤벼치며 송수화기를 들었다. 그 누구한테서 전화가 걸려오든 그에게는 반가웁게 생각되였다.

《한영덕동무요?》

상대방은 김일이였다. 영덕에게는 이 시각에 자신이 가장 바랐던것이 다름아닌 김일과의 대화였던듯이 느껴졌다.

《1부수상동지, 지방에 나가셨다던데 언제 돌아오셨습니까?》

《내 지금 돌아오는 길이요. 오던 길에 설미를 만났댔소. 모란봉숲에서 혼자 모지름을 쓰는걸 현철이가 어떻게 발견하고 거리까지 데려내왔더구만. 그 애가 몸이 불덩이같길래 병원에 입원시키고 왔소.》

《설미가… 그 애가…》영덕은 가슴이 졸아드는것만 같아 더 말을 잇지 못하였다.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소, 아마 감기를 소홀히 하여 페염이 온것 같소. 병원의사들의 말이 며칠 안정하면 일없을거라더군. 내 혹시 동무네 집에서 설미때문에 걱정할것 같아 이렇게 알려주는거요.》

《그렇습니까? 애를 돌봐주어 고맙습니다. 그 애가 요즘 저나름대로 고민에 빠져있는가본데… 하기야 다 이 애비가 구실을 못한탓이라고 할수 있지요.》

《내 보건대 설미가 좀 심한 성격인것 같소. 그런 처녀들이 또 독하기도 하지. 하여간 부모들이 그 애에게 관심을 돌려야겠소.》

《알겠습니다. 그런데 1부수상동지, 이제 찾아가도 되겠습니까. 내 할말이 있어서… 1부수상동지를 기다렸습니다.》

《무슨 일이 있소?》

《내 가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전화상으로는 도저히 말을 다할것 같지 못합니다.》

잠시후 한영덕은 김일을 찾아 내각청사로 향하였다. 세찬 바람속에 우수수 흔들리는 버드나무처럼 여전히 가슴은 마냥 설레이고있었다. 불밝은 거리로 활기있게 오가는 수도시민들의 모습이 여느때없이 친근하고 정답게 안겨왔다. 그의 발걸음은 딸애가 입원하였다는 의학대학병원근처에 와서 우뚝 멈춰섰다. 그의 눈길은 병원의 불켜진 창문들을 하나하나 더듬어본다. 그 어느 방에 딸애가 누워있을것이다.

(애야, 안심하고 잠을 자거라. 이 아버지가 너에게 미안하구나. 하지만 너는 앞으로 보게 될것이다, 아버지가 얼마나 위대한 사랑의 품에 안겨 소생하는가를… 나는 이 한몸 아낌없이 불태워 그 사랑에 보답할것이다.)


×


내각 제1부수상의 집무실에는 두사람의 뜨거운 숨결이 흘러넘치였다. 위인의 덕망이 집무실에도 찾아와 곳곳에 스며드는듯싶었다.

김일은 어느덧 지그시 눈을 감고 (사색이 깊어질 때 그는 눈을 감는 버릇이 있었다.) 한영덕의 격정어린 이야기를 듣고있었다.

(김정일동지… 과시 인정깊고 다심한분이시야. 우리 수령님 그대로이시지.)

《1부수상동지, 왜 말씀이 없으십니까?》

한영덕의 이런 말이 들려와서야 김일은 눈을 떴다. 영덕이 눈물이 글썽한 눈으로 자기를 바라보고있었다.

《영덕동무, 난 우리의 행복에 대한 생각을 하고있소. 수령님을 꼭 닮으신 그러한분이 계신다는것이 조선혁명을 위해서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말이요.》

《그렇습니다.》

《동무도 기억하겠지, 원동의 훈련기지에서 백두광명성탄생소식을 듣고 만세를 부르던 그때의 일이…》

《그 일을 어찌 잊을수 있겠습니까.》

《우린 수령님을 모시고 백두산밀영에 가서 어리신 장군을 보고 그 앞날을 뜨겁게 축복하였었지.》

…그때 백두산밀영의 소백수가에서 조선인민혁명군 지휘관 박덕산은 나무권총을 깎고있었다. 장대한 체격에 목갑총을 찬 그가 투박한 손에 단도를 쥐고 나무를 깎는것은 어쩐지 잘 어울리지 않는것이였으나 그시각 그는 장난감권총을 만드는데 심혈을 다 기울이고있었다.

소백수의 맑은 물이 사품쳐흐르면서 군복바지의 아래도리에 각반을 쳐서 근육이 두드러져보이는 굵직한 다리에 물방울을 튕기였는데 덕산은 아무 감각도 못 느끼는듯 그대로 앉아 없는 재간으로 권총을 깎느라 이마에 땀발이 내돋았다.

한영덕이 다가와 의아하여 덕산이 하는 일을 여겨보았다. 말끔하니 면도를 하고 반일부대에 있을 때 왜놈들과 싸우다 부러져 빠져버렸던 이발자리에 새 이를 해넣어 이제는 별로 나무람할데가 없는 영덕의 얼굴에 싱긋 웃음이 어리였다.

《정치지도원동지, 뭘 깎고있습니까.》

조선인민혁명군 8련대 정치위원이였던 박덕산은 원동에서 국제련합군이 조직되면서 조선지대 정치지도원으로 활동하고있었다.

《보면 몰라? 권총을 만들지 않나.》

《그건 만들어 뭘하자구?》

《어리신 장군께 드리자구 만드는거지.》

박덕산은 어리신 장군께서 김정숙녀사와 함께 계시는 밀영쪽을 눈으로 가리켰다.

《그러니 장난감을 만드는군요. 그런데 어리신 장군이 가지고 노는 권총이 있던데요, 못 봤습니까?》

《하나 더 있으면 좋은거지. 김정숙동무도 권총 두개를 차고다니지 않소. 헌데 앞날의 큰 장군이 권총 한개에 만족할수가 있는가.》

《하긴 그 말도 옳습니다.》

《그래서 내 손으로 깎아주고싶어 이러는거야.》

《그런데 솜씨가 서툴군요, 안되겠습니다. 내가 깎아보지요.》

영덕이 이리 내라는듯 손을 내미는것을 박덕산이 툭 쳐버렸다.

《동무 솜씨도 뻔한거야. 내가 깎는게 어드래서 그래. 이제 보라구, 어리신 장군이 흠뻑 마음에 들어할걸. 흠―》

《그럼 난 뭘 만든다? 그렇지, 쌍안경을 만들어야겠군.》

《어리신 장군에게 쌍안경이 있소.》

《쌍안경도 두개면 좋지 나쁠게 없지요.》

《허, 한영덕동무의 머리가 지내 잘 돌아가는군. 좋은 생각이야. 그럼 빨리 가서 쌍안경을 만드오. 한영덕이 얼마나 잘 만드는지 두고보기요.》

박덕산은 부리나케 달려가는 한영덕의 모습을 미소를 띠우고 바라보다가 계속 권총을 깎아나갔다. 그는 어리신 장군께서 씩씩하고 용감하게 자라 조선의 미래를 밝히는 별이 되기를 바라는 소망을 장난감권총에 담고있었다.…

지난날의 추억들을 되새겨볼수록 김일은 감개무량하였다.

《영덕동무, 우리가 산에서 싸울 때 백두광명성을 축복하며 나누던 그 기대와 소망이 오늘 현실로 꽃펴나고있지 않소.》

《맞습니다. 난 우리 군대의 요직에서 사업하면서 김정일동지께서 얼마나 담대하고 현명한 명장이신가를 체험한 사람입니다. 지난해 〈푸에블로〉호사건때에도 그분께서는 놈들이 〈보복〉을 떠드는데 그것을 주동적으로 짓부셔야 한다고 우리들에게 가르침을 주시였습니다. 사실 그때 군대안의 일부 일군들속에서 〈보복〉을 떠드는 적의 위협에 동요하는 현상이 나타났댔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이에 대해 전쟁관점이 바로서지 못한 표현이라고 명철하게 지적하시고 만약 적들이 우리측 지역에 기여든다면 단호히 징벌할데 대하여 가르쳐주시였지요.》

《나도 알고있소. 어찌 군사분야뿐이겠소. 지금 그분의 위인상은 정치, 경제, 문화의 각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부각되고있소. 영덕동무도 그분께서 문학예술분야를 지도하시면서 그야말로 혁명을 일으키고있다는것을 잘 알겠지.》

《그야 뭐 최근에 사람들의 심금을 틀어잡는 영화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는것만을 보고도 알수 있지 않습니까.》

《그래, 지금 문학예술인들은 김정일동지를 높이 따르며 모시고 있다오. 그 사람들이 체계가 선 사람들이요.》

이윽고 김일의 입에서 조용히 노래소리가 흘러나왔다.


장백의 험한 산발 눈보라 헤치시고

혁명의 수만리길 걸어오셨네


김일은 노래를 그만두고 깊은 생각에 잠겨 말을 이었다.

김정일동지께서 친히 지으신 노래지. 〈충성의 노래〉… 노래제목도 얼마나 숭고하오. 이 노래에 그이의 높은 정신세계가 울리고있소. 그이야말로 충성의 귀감이요. 〈인민들은 심장으로 충성을 노래하네〉, 얼마나 좋소. 영덕동무, 난 우리가 한생 수령님에 대한 충성을 심장으로 노래하며 살자면 김정일동지를 높이 받들어모시는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있소. 그분은 우리의 미래이고 조선혁명의 미래요. 그분을 잘 모시는것이 수령님을 잘 모시는것으로 되오.》

《지당한 말씀입니다.》

김일은 한영덕과 더불어 혁명의 앞날을 두고 이야기하며 시간의 흐름을 잊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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