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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8 회


후 편
보석은 빛발을 받다


제 5 장


3


기차에 올라 막내딸과 함께 재령으로 갈 때까지도 계응상은 안해의 사망을 믿지 않았다. 불행하던 사람이 뜻밖의 호사를 하면 급살을 당한다더니 그 말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인가. 재령 맏아들네 집에 들어선 계응상은 너무도 억이 막혀 걷잡을수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소리없이 씹어삼켰다.

방안에서는 지독한 소독약내가 풍기고 의사는 시신을 들여놓은 관곁에 다가서는것도 막으려고 하였다. 계박사가 《출세》하여 《큰벼슬자리》를 한다는 소문을 들은 고향사람들은 오며가며 그의 집에 묵어가군 했다. 그리하여 계박사가 침식을 하는 아래방을 내놓고는 널직한 빈 방들은 친지들과 고향사람들이 묵어가는 려관처럼 되였었다.

사업에 분망한 계박사는 끼때를 내놓고는 그들을 만날 사이가 없었으나 안해는 한동리 사는 아낙네들과 한자리에서 자며 지나간 일들을 옛말처럼 나누기도 하고 장거리에도 자주 드나들었다.

그런데 그중에 발진티브스를 앓고난 녀인이 병균에 오염된 이를 집안에 퍼뜨려놓았던 모양이였다. 아들네 집에 가있던 안해는 병균이 몸에 침습하여 발병한지 사흘만에 미처 손도 써보지 못하고 숨을 거두고말았던것이였다.

《어머니! 이게 웬일이십니까.》

막내딸은 장군님께서 선물로 보내주신 비단옷감을 시신우에 올려놓고 울음을 터뜨렸다.

《눈을 뜨시고 이 옷감을 좀 보세요. 장군님께서 어머니한테 비단옷감을 보내주셨단 말이예요! 어녕 가시려거든 한번만이라도 이 옷감을 보시고 눈을 감으세요.》

오장륙부가 뒤틀리는듯 한 막내딸의 애절한 울음소리에 고인과 작별을 하러 온 사람들속에서는 흐느낌소리가 터져나왔다.

《아버지.》

막내딸은 싸가지고온 옷보퉁이를 풀어헤쳐놓으며 설분을 토했다.

《어머니한테 입혀보내려고 추목두지를 다 들췄지만 이것밖에 없었어요.》

막내딸이 베와 무명으로 지은 치마저고리 네댓벌을 방바닥에 펴놓자 집안식구들이 모두 터져나오는 울음을 막지 못하여 눈물을 좔좔 흘리였다.

웃방에 들여놓았던 관을 출관하기 전에 아들딸들이 저마다 관을 그러안고 곡을 울리였다.

《오빠요-》 막내딸은 남녘땅 어디에 있는지 알길없는 오빠를 목메여 불렀다.

《엄마가 돌아가셨는데 오빠는 왜 오지 못하나요, 예?》

흐느낌소리가 집안에 가득찼다. 응상은 아들딸들이 다 물러간 다음에 혼자 웃방으로 올라갔다.

만시름을 잊은듯 고요히 누워있는 안해의 시신을 내려다보는 그의 눈빛이 뿌옇게 흐려졌다.

《여보! 이게 웬일이요, 응?》

잠든 안해를 깨우려는듯 나직이 뇌인 그의 눈에서 두줄기의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리였다. 터져나오는 흐느낌을 씹어삼키며 입술을 깨물었지만 어깨는 사정없이 들먹이였다.

50줄을 벗어난 근래에 와서야 그는 안해가 더없이 소중한 존재라는것을 마음속으로 깊이 느끼고있었다. 그의 뒤에서 그처럼 헌신적으로 자식들을 키우며 애달프다는 넉두리 한마디없이 남편의 성공을 위해 일생을 고스란히 바친 안해가 아니였더라면 어찌 그가 학사, 박사인들 될수 있었겠는가.

그때문에 그는 이즈막에 와서야 젊어서 주지 못한 애정까지 더하여 안해에게 솔곳이 기울이고있었다. 그래서 안해의 죽음이 더욱 가슴을 허벼내는듯이 아프게 하는듯싶었다.

고생끝에 락이라고 한생을 서글프게 살아온 안해가 마침내 주름살을 펴고 남부럽지 않게 여생을 보낼수 있게 되였는데 이 무슨 객사의 액운을 당한단 말인가!

응상은 안해의 시신이 누워있는 관을 쓸어안은채 마냥 어깨를 들먹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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