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페지로
날자별열람


제 36 회


후 편
보석은 빛발을 받다


제 2 장


2


서호기슭에 나가 저녁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계응상은 허공에서 뚝 떨어진듯 그의 책상우에 1943년 영문으로 미국에서 출판된 릐쎈꼬의 《유전성과 그의 변이성》이란 책이 놓여있는것을 발견했다.

그는 이 책을 손에 쥐려고 몹시 애써왔다. 이 책이 유전학박사 도브잔쓰끼가 될수록 많은 생물학자들에게 이 세상의것이 아닌 《비개화론》의 진상을 알려둘 필요를 느꼈기때문에 번역하여 해외에 내보낸것이기도 했거니와 출판되자마자 서방세계의 유전학자들속에서 맹렬한 비난을 불러일으킨 책이기때문이다.

그는 부엌에서 저녁차비를 서두르며 쌀이는 소리를 내는 칠선녀어머니에게 물었다.

《그새 우리 집에 누가 왔다갔습니까?》

《시험장 소사아이가 왔다갔어요. 선생님책상우에 있는 책 있잖어요. 미국고문관이 선생님한테 가져다드리라고 해서 심부름왔다고 하더군요.》

《흠.》 응상은 보이지 않는 날카로운 촉수에 찔리운듯 미간을 찌프렸다. 놀라운것은 그가 도리머리를 쳐버린 제임스가 그에게 책을 보내왔다는 사실보다도 오직 그자신만이 마음속으로 보고저 한 책을 어떻게 알고 보내주었는가 하는것이였다.

응상은 흠칠 몸을 떨며 주위를 휘둘러보기까지 했다. 그자들이 그의 일거일동뿐만아니라 내심의 변화에 대해서까지 예리하게 관찰하며 파고들고있다는것을 감촉했던것이다. 시험장을 나온 후 그자들과는 더는 아무런 인연도 없다고 확신한 그의 생각은 얼마나 단순하고 어리석은것이였던가. 결코 그자들은 그를 배척해버린것이 아니라 제놈들에게 굽어들지 않는다고 타격을 주고 어떻게 하나 자기네들에게 굽신거리는자로 만들기 위해 집요하게 행동하고있는것이였다. 가소롭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응상은 릐쎈꼬의 책을 보고싶은 강렬한 유혹을 물리칠수는 없었다. 그는 숨소리마저 죽이고 자정이 넘도록 《유전성과 그의 변이성》을 읽어보았다. 마지막페지까지 번진 그는 가슴이 답답하여 어쩔바를 몰랐다. 예술에서와 마찬가지로 과학에서도 직감은 문제의 본질을 포착하는데서 중요한 작용을 한다. 그런데 그가 이 책을 보고 느낀 첫 감정은 접수할수 없는것이 너무도 많다는 점이였다. 과학이란 절대적으로 객관적인 사업이다. 엄밀한 실험과학의 견지에서 보아도 그의 리론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아졌다. 우선 리론적인 측면에서 그는 멘델-모르간계의 유전학자가 환경의 영향을 도리머리해버리는것으로 치부하고있는데 이것은 큰 오해였다. 유전학자인 콩크린도 《유전과 환경》에서 환경의 중요성을 제창하고있고 그 자신도 다년간의 실험을 통하여 실천에서는 유전과 환경의 결합이 필요불가결하다고 인정했다. 릐쎈꼬는 종래의 유전학자가 유전의 불변성을 믿고있다는것을 변증법에 어긋나는 유신적인것으로 날카롭게 비판하고있는데 유전학자들은 결코 유전자가 항구불변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또한 그는 전통유전학이 수학을 널리 적용하는것을 비난하면서 수학은 무생물계에나 적용할수 있는것이고 생물계의 현상은 기계적인 수학을 가지고 해석할수 있는것이 아니라고 단정하고있다.

응상은 수만번의 누에교잡실험을 통하여 그것들의 갈림비에 수학적인 법칙성을 띤다는것을 완전히 확인하였다.

리론적인 측면에서뿐만아니라 실험적인 면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릐쎈꼬는 외계와 무관계하게 안정되여있는 유전형질이란 없고 동식물의 변이는 전적으로 환경에 의존하여 환경을 변화시킴으로써 희망하는 변화를 일으킬수 있다고 하고있다.

즉 후천성유전긍정론이다. 이것을 증명하기 위하여 그가 제시한 실험성적중에서 가장 크게 언급하고있는것이 가을밀에 봄맞이처리를 하면 점차 봄밀의 성질이 증대되여 3~4대에 가서는 봄밀로 되고 반대로 봄밀에 낮은온도처리를 거듭하면 종래의 그 어떤 가을밀보다 추위에 견디는 힘이 강한 가을밀을 만들어낸다는것이다. 그는 유전이라는 뜻을 생물체가 생존을 위하여 일정한 조건을 요구하며 또한 그러한 여러가지 조건에 대하여 각각 일정한 반응을 보이는 성질이라고 풀고있다. 그는 이러한 현상을 유물변증법에서 가장 중요한 원리, 객관적인 물질세계는 환경의 영향을 받아 변화발전한다는 진리에 적응한 실례로 보면서 이것과 어긋나는 모든것은 이단적인것이라고 여기고있었다.

어느모로 보나 자기의 리론을 립증할만 한 재료가 합당치 않으며 실험적인 증명도 부족한감을 강하게 느꼈다.

그런데 릐쎈꼬는 자기의 학설에 대하여 세계적인 식물발육의 법칙이라고 주장하고있는것이다. 응상은 둔한 몽둥이에 뒤통수를 얻어맞은듯 머리가 뗑해졌다. 아직도 그는 진정한 과학의 원칙에 충실한 수많은 쏘련의 과학자들속에 이런 의외의 과학자가 나타난것이 리해되지 않았다. 오늘 세계가 공인하는 쏘베트과학의 훌륭한 성과는 이와 같은 비정상적인 사태를 용납할수 없다는것을 말해주고있지 않는가.

그런데 현재 쏘련생물학계의 형편은 세계의 생물학자들이 비난할만 한 사태가 존재하는것이 전혀 무근거한것이 아니라는것을 여실히 말해주고있지 않는가. 계응상은 착잡한 상념의 세계에 잠겨버렸다. 이러한 형편에서 그가 북으로 찾아간다는것은 너무도 분별이 없는 처사로 될것이다.

그러면 이 땅에서 그가 의탁하고 과학연구를 할 곳은 과연 그 어디인가.

이전페지   다음페지

←되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