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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제1장


9


참나무, 분비나무들이 꽉 들어찬 깊은 수림은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아득한 고원지대에 수림이 검푸른 바다를 이루고 펼쳐진 말그대로의 천리수해였다. 수림이 얼마나 빽빽한지 하늘이 보이지 않고 대낮에도 어둑컴컴한데 해묵은 락엽들이 두툼하게 깔리였다. 이 무송의 수림지대는 일명 송풍락월지대라 불리우고있었다. 송풍락월이란 가을이 되여 솔잎이 바람에 떨어져야 소나무우듬지사이로 떨어지는 달을 볼수 있다는 말이다.

그처럼 깊숙한 이 천리수해속에서 전영림의 반일부대는 길을 잃고 헤매이고있었다. 안도에서 이 무송의 수림까지 오는 과정에 사람들은 지칠대로 지쳤고 식량도 바닥이 났다. 그런데 그들이 찾는 조선인민혁명군 주력부대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그 행적이 묘연하기만 했다.

반일부대의 앞장에서 길을 잡아온 박덕산은 안타까움에 가슴이 타서 재가 되는것만 같았다.

이 시기 김일성장군님께서는 이미 무송지구를 떠나 장백지구에서 활동하고계셨지만 덕산은 그것을 알수 없었다.

곤난이 겹쌓이고 행군의 끝이 보이지 않자 대원들의 불만과 원망의 눈초리가 박덕산에게 집중되기 시작했다. 그가 부대를 이 사지판으로 끌고온 장본인이라는것이였다.

《박덕산이 죽일 놈이야.》

《무엇때문에 그 개자식을 따라와 이 고생이란 말인가.》

이러한 로골적인 수군거림이 덕산의 귀에도 들려왔다. 그러나 덕산은 내색하지 않고 걸어갔다. 죽는한이 있더라도 김일성장군님을 찾아가고야말리라는 신념과 의지가 억센 기둥처럼 그를 뻗쳐주고있었다.

헐어빠진 군복새로 굵은 뼈가 두드러져 강철처럼 꿋꿋해보이는 팔뚝이 드러난 차림새로 허덕허덕 걸어가는 박덕산의 곁으로 한영덕이 슬그머니 다가왔다.

《덕산동지, 야단났습니다. 대원들이 당장 반변이라도 일으킬 태세입니다.》

덕산의 억세여보이는 얼굴에 컴컴한 그늘이 짙게 어리였다.

《반일회 형제들에게 조금만 참고 견뎌내자고 전달하시오. 언젠가는 이 죽음의 수림도 끝이 날테니까. 김일성장군님의 태양의 빛이 우리에게 와닿게 될것이요. 나는 그것을 믿고있소.》

덕산은 영덕의 헐벗고 여윈 몸을 측은하게 바라보고있었다.

갑자기 와― 하는 여럿의 환성이 수림을 뒤흔들었다. 뜻밖에도 대오앞에 규모있고 알뜰한 인삼포가 넓다랗게 펼쳐져있었다. 사흘동안 굶주렸던 병사들이 말릴새도 없이 인삼포에 달려들었다. 그들은 저마다 푸른 잎새가 뻗친 굵직한 인삼들을 잡아뽑기 시작했다. 벌써 인삼을 캐들고 허겁지겁 입에 쑤셔넣는 대원도 있었다.

박덕산은 저도 모르게 달려가며 소리질렀다.

《형제들, 그만두시오. 이건 주인이 있는 인삼포란 말이요.》

덕산은 어떤 경우에도 인민들의 재산을 제 마음대로 도륙하는것을 절대로 방관시할수가 없었다.

그러나 굶주린 병사들에게 그의 호소가 통할리가 없었다. 그들은 덕산의 말은 들은척도 않고 그냥 인삼을 뽑아먹었다.

덕산은 어깨에 멨던 장총을 벗어들고 하늘에 대고 공포를 쏘았다.

고요한 수림속에 요란하게 울리는 총소리에 놀란 병사들이 굳어져서 덕산을 쳐다보았다.

다음순간 누군가가 소리쳤다.

《박덕산을 죽여라.》

여러명의 병사들이 덕산에게 달려들었다. 굶주리고 지친 그들은 리성을 잃고 덕산을 죽이자고 들었다.

한영덕을 비롯한 반일회성원들이 또한 덕산을 옹위하여 총부리를 들이대였다. 하여 인삼포를 앞에 두고 수십명의 사람들이 서로 대치되여 총을 내대는 사태가 벌어졌다.

《형제들, 총들을 내리우시오. 나때문에 이렇게 서로 싸우면 안됩니다.》 덕산은 가운데로 나서며 힘껏 웨치였다.

그에게 총을 겨눈 병사들속에서 욕설이 터져나왔다.

《네놈이 뭐라구 인삼도 못 먹게 하느냐?》

《당장 굶어죽을판인데 어쩌라는거야?》

덕산은 그들을 향해 침착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인삼을 생채로 많이 먹으면 삼독이 올라 죽고마오. 위생병, 어디 있소? 당신이 말해보시오, 내 말이 틀리는가?》

늙수그레한 위생병이 어물어물 대답하였다.

《그 말은 옳소. 인삼은 그렇게 먹는게 아니지요.》

《죽을수 있다는건 둘째 문제요. 무엇보다 이 인삼포는 주인이 있소.

그러니 어떻게 제 마음대로 인민의 재산을 다칠수가 있소. 우리 반일부대에 인민을 옹호해야 한다는 구호가 있지 않는가.》

격분하여 멋 모르고 날뛰며 고아대던 병사들속에 의혹과 동요의 파문이 번져갔다. 이때 류인원처럼 팔이 길고 입이 삐쭉하니 나온 텁석부리병사가 나서서 침방울을 튕기며 몰풍스럽게 소리질렀다.

《네놈때문에 우리가 이 고생을 하고있다. 넌 거짓말쟁이야. 너는 무송에 가면 김일성장군부대를 만날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어디 있어?

이젠 너를 믿을수 없다.》

《저 박가를 죽여버려야 해.》 다른 병사가 맞장구를 쳤다.

류인원같은 텁석부리가 와락 격발기를 당기며 사격태세를 취하였다.

《내가 이놈을 죽이겠소. 이놈은 우리를 공산당에 팔아먹은 놈이요.》

《물러서라!》

한영덕이 덕산을 막아나서며 텁석부리에게 총을 내대였다.

《한패장, 너도 함께 죽을테냐? 넌 이 박가와 한족속이지?》

이때 한영덕을 슬그머니 옆으로 밀며 한 병사가 중간에서 나섰다. 허우대 큰 애꾸눈의 그 병사는 지난해 왜놈목재소 습격전투시 부상을 입고 덕산에게 업혀왔던 그 사람이였다. 애꾸눈의 병사는 텁석부리가 꼬나든 총을 잡아 밑으로 내리우며 석쉼한 목소리로 조용히 말하였다.

《동생, 너무 덤비지 말라구. 너 이 형님을 몰라?》

애꾸눈병사의 나직한 말이 텁석부리에게는 강한 타격으로 되였는지 그는 울상을 지으며 맥없이 말하였다.

《형님, 우린 이 박가에게 속고있어요.》

《그만둬. 박간사는 내게 은인이야.》

애꾸눈병사는 덕산에게 총을 겨눈 다른 병사들을 사납게 흘겨보았다.

《간사님에게 피해를 입히는자는 가만두지 않겠소.》

애꾸눈병사는 부대내 영향력있는 결의형제패의 맏이였다. 그는 덕산의 반일회에는 가담하지 않았지만 음으로 양으로 덕산을 옹호해왔던것이다. 그 순간 영덕은 애꾸눈병사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을 아직 버리지 못하고있던 자기자신이 부끄럽게 여겨졌고 부대에서 덕산이 차지하고있는 힘을 새삼스럽게 느끼였다.

덕산에게 총을 겨누었던 병사들속에서 술렁술렁 동요가 일어났다. 그래도 총을 내리지 못하고있는 몇명의 장교와 병사들도 있었다.

이때 전영림의 위엄있는 목소리가 울리였다.

《무슨 일인가?》

전영림은 앓고있는 참모장을 들것에 눕혀 메고오는 몇명의 대원들과 함께 뒤늦게 인삼포에 도착하여 벌어진 사태를 목격하게 되였던것이다.

《인삼을 먹겠다고 삼포에 뛰여든것을 박간사님이 제지시켰다고 소동이 일어난겁니다.》하고 한영덕이 보고하였다.

《누가 총을 쏘았소?》

《내가 공포를 쏘았습니다.》 박덕산이 앞으로 나섰다. 《명령없이 발포한것을 량해해주십시오.》

《그렇다?》

전영림은 찌르는듯 한 눈길로 박덕산을 보고 한영덕을 보았으며 의기소침해진 병사들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볼꼴없이 발에 짓밟히고 파헤쳐진 인삼포를 보았다. 이윽고 그는 거센 목소리로 소리쳤다.

《아무리 사지판에 들었다 해도 인간의 체모는 지켜야 하는거야. 이제 더 인삼을 먹겠다는 놈은 나서라.》

무시무시한 공포와 침묵이 혼란되였던 대오에 엄습하였다. 박덕산은 전영림에 대한 감사와 존경심이 가슴에 무둑히 차오르는것을 느끼며 다가갔다.

《대장님, 내가 포주 (인삼포주인)를 찾아보겠습니다. 틀림없이 이 주변에 막이 있을것입니다.》

《좋소, 그렇게 하오.》

전영림은 어서 가보라는듯 손을 흔들었다.

덕산은 영덕을 데리고 곧 인삼포를 떠났다. 그들은 어렵지 않게 인삼포주인을 만날수가 있었다. 근처의 산전막에 있던 주인이 총소리를 듣고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부리나케 달려오고있었던것이다.

주인은 훤칠한 키에 지성이 엿보이는 젊은 청년이였는데 어깨에 사냥총을 메고있었다. 청년은 군복차림의 덕산과 영덕을 보자 당황한 자세로 사냥총을 벗겨들며 엉거주춤 서버렸다.

《어디서 온분들입니까?》 청년은 겁질린 목소리로 물었다.

《우린 왜놈들과 싸우는 구국군이요. 길을 잃고 헤매던중 인삼포를 만나 주인을 찾던중이요.》 덕산이 말하였다. 《당신이 주인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럼 우리와 함께 인삼포에 가봅시다. 가보면 알게 되겠지만 우리 병사들이 굶주렸던차라 인삼을 얼마간 뽑아먹었습니다. 미리 용서를 빕니다. 인삼값은 치러드리겠습니다.》

덕산은 청년을 데리고 인삼포로 와서 전영림에게 인사시키였다.

그리고 자기의 배낭을 풀어 비상용으로 간수하고있던 아편덩어리를 청년에게 주었다. 그것은 왕덕태군장이 급할 때 쓰라고 준 아편이였다.

《이러지 마십시오. 인삼 몇포기 손해난것이 뭐라고 그럽니까.》

청년이 받지 않겠다고 뒤로 물러섰다.

《왜놈들과 싸우느라 고생하는데 우리가 돕지는 못할망정… 그러지 마십시오.》

《인민의 생명재산에 피해를 주지 않는것은 우리 부대의 규률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대장님?》

《박간사 말이 지당하오. 주인, 어서 받소.》

전영림도 머리를 끄덕이였다. 그는 감심어린 눈빛으로 박덕산을 보고있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대원들이 박덕산을 쳐다보고있었다.

그들은 덕산에게 탄복하면서 《저 사람 확실히 우리와는 다른데가 있거던.》하고 수군거렸다.

부대가 처한 어려운 사정을 알아차린 인삼포주인청년이 돕겠다고 자청해나섰다. 그의 말에 의하면 멀지 않은 곳에 부모들이 살고있는 자기 집이 있는데 부모님들에게 잘 말하면 식량도 보태주고 길안내자도 붙여줄수 있다는것이였다.

덕산이 전영림의 승인하에 영덕을 데리고 청년을 따라가게 되였다.

가는 길에 덕산이 영덕과 조선말로 몇마디 주고받았는데 그 소리를 듣고 청년이 슬며시 웃음을 짓고 물었다.

《혹시 당신들은 조선사람들이 아닙니까?》

《그렇소, 우린 구국군에서 싸우는 조선사람들이요.》

영덕이 대답하자 청년이 덥석 그의 손을 잡았다.

《이거 정말 반갑습니다. 나도 조선사람입니다.》

덕산과 영덕은 동포의 정을 안고 새삼스럽게 그 청년과 인사를 나누었다. 알고보니 그는 무송에서 중학을 나왔는데 인생에 대한 환멸을 느끼고 이 깊은 수림속에 도피하여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아가는 청년이였다.

《참 답답하구만. 성한 머리와 팔다리를 가지고 짐승사냥이나 하면서 산단 말이요? 틀렸소, 조선사람이라는게…》

푸접이 좋은 영덕은 어느새 그 청년과 구면친구가 된듯이 너나들이로 말을 했다. 그들은 나이가 엇비슷했다.

《글쎄 난 당신들처럼 용기가 부족하거던요. 사람이 좀 모자라지요.》하고 청년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하였다.

인삼포를 소유하였다는 그의 집은 생각외로 소박하였다. 통나무로 울타리를 든든하게 세운 다섯칸짜리 집에서 부모들과 함께 건장해보이는 두명의 형이 각기 자기 가족들을 거느리고 살림하고있었다. 그러니 온가족이 인삼포를 가꾸고 그것을 팔아 살아가고있는셈이였다.

그의 아버지는 구레나룻이 탐스러운 덕스럽게 생긴 로인이였는데 덕산에게서 반일부대가 김일성장군님의 부대를 찾아가던중에 곤경을 겪고있다는 말을 듣자 두팔을 걷고 돕겠다고 나섰다.

김일성장군이야 조선이 낸 위인이 아니웨까. 삼도왜적이 그 이름을 들어도 벌벌 떨지요. 김일성장군님 성함을 들을 때마다 조선사람된 긍지가 생깁니다. 얼마전까지 이 무송일대에서 활동하면서 본때있게 왜놈들을 족쳤습네다. 지금은 장백쪽에서 소문을 내고있더군요.

만강까지 가게 되면 그분이 있는데를 찾아갈수 있을거웨다.》

인삼포주인로인은 여러대의 말파리를 동원하여 식량을 싣게 했고 길안내자도 붙여주었다. 그들의 도움으로 전영림부대는 굶주림도 면하고 만강으로 쉽게 나올수가 있었다.

주인령감의 막내아들인 지성적이면서 성격이 활달해보이는 례의 그 청년이 만강까지 부대와 동행하였다. 덕산은 사기가 오른 대원들에게 김일성장군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김일성장군님은 유격대가 인민의 생명재산에 털끝만큼한 피해도 끼쳐서는 안된다고 늘 대원들을 가르치고계신다오. 이건 내가 조선인민혁명군 대원들에게서 들은 소린데 언젠가 한 대원이 동지들을 생각해서 길가의 밭에서 옥수수 한배낭을 따온적이 있었다오. 그런데 이 사실을 알게 되신 장군님께서는 옥수수를 따온 대원을 처벌하도록 하시고 지휘관을 밭주인에게 보내여 값을 치러주게 했다는거요. 그분은 바로 이런분이시오.》

한편 영덕은 곁에서 따르는 인삼포주인의 아들과 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여보게 친구, 우리와 함께 가지 않겠소? 우린 이제 장군님을 모시고 싸우게 된단 말이야.》

《난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있소. 부모님들의 승낙도 받지 못했고… 그러나 앞으로 꼭 김일성장군님을 찾아가 혁명을 할 결

심이요.》

《공부깨나 했다는 사람들은 역시 우리 무산자들과는 달라. 이제 후회하게 될거요.》

마침내 만강이라는 크지 않은 부락이 멀리 바라보이였다.

박덕산과 한영덕은 인삼포주인의 아들과 헤여지게 되였다. 덕산은 청년의 손을 힘껏 잡고 흔들었다.

《이번에 큰 도움을 받았소. 잊지 않겠소.》

《뭘요, 내가 할바를 했지요.》

《친구, 또 만나기요.》영덕은 청년의 어깨를 툭 쳤다.

청년은 전영림을 비롯한 반일부대성원들과도 인사를 하였다. 그들은 모두 청년에게 고맙다고 거듭 사의를 표하였다.

그 청년이 바로 장종학이였다. 박덕산은 장종학이라는 그의 이름과 인상을 머리속에 깊이 새겨두었다. 그러나 당시는 후날 장종학과 다시 만나게 되리라는 믿음은 별로 생기지 않았었다.

숲속길로 사라져가는 장종학의 일행에게 반일부대성원들은 오래동안 손을 흔들어주었다.

이때 반일부대앞에 도끼를 허리춤에 찌르고 등에는 망태기를 걸머멘 농군차림의 한사람이 나타났다.

《전영림대장의 반일부대가 아닙니까?》 그가 묻는 말이였다.

전영림이 의아한 눈길로 그의 아래우를 훑어보았다. 비록 허줄한 차림을 했어도 평범치 않은 그 어떤 기백이 엿보이는 그가 이상스러웠다.

《당신은 누구요?》

《전영림대장이 옳지요?》

《그렇소.》

《여기까지 오시느라 얼마나 고생 많았겠습니까. 난 조선인민혁명군 사령부 통신원입니다. 김일성장군님께서 전영림반일부대가 조선인민혁명군을 찾아오는도중 여러가지 곤난을 겪고있다는것을 아시고 친히 저를 파견하시여 데리고오도록 하시였습니다.》

대오에서는 환성이 터져올랐다. 반일부대의 전투모들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서로 부둥켜안으며 울고웃었다. 여러 사람들이 반갑다고 조선인민혁명군 사령부 통신원을 껴안고 돌아가다가 그만에야 공중으로 떠올렸다.

김일성장군님이 제일이시다!》

김일성장군 만세!》

병사들이 와 함성을 올리였다. 숲이 우수수 설레이였다. 뭇새들이 숲을 차고 날아오른다.

《덕산동지.》

영덕이 덕산의 팔을 잡아당기더니 불쑥 가슴에 얼굴을 묻는것이였다.

《드디여 왔군요. 마침내 찾아왔습니다.》

덕산은 자기의 두눈에 눈물이 고이는것을 느끼였다.

(장군님,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덕산은 마음속으로 김일성장군님께 큰절을 올리였다.


×


조선인민혁명군 사령관이신 김일성장군님께서는 장백현 홍두산밀영에서 전영림반일부대를 맞이하시였다.

반일부대가 도착하자 대기하고있던 조선인민혁명군 대원들이 들꽃묶음들을 반일부대 장병들에게 안겨주었다. 박덕산도 축하의 꽃묶음을 받아안고 장군님의 모습을 찾아보았다.

군복우에 입으신 회색봄가을외투자락을 열어제끼신 장군님께서는면에 환한 웃음을 띠우시고 밀영이 보이는 보초소에 나와계시였다. 훤칠한 키에 비범한 풍채가 두드러져보이는 젊으신 모습이 태양처럼을 뿌리는것만 같았다.

(아, 저분이 바로 김일성장군님이시구나. 얼마나 젊으신가! 그리고 얼마나 출중한 풍모이신가!)

덕산은 순간에 장군님께 매혹되였다. 장군님주위에서 설렁거리는 풀대들도, 가을바람에 춤추듯 흔들거리는 이깔나무 잎새들도 그리고 조선인민혁명군 대원들의 활기찬 모습들도 모두 장군님의 몸에서 뿜어져나오는 그 어떤 신비로운 빛과 열의 작용인것처럼 느껴졌다.

전영림이 장군님을 제꺽 알아보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김사령님의 휘하에서 싸우고싶어 불원천리 찾아왔으니 부하로 받아주기를 바랍니다.》

전영림은 두손을 가슴높이에서 모두어쥐고 흔들며 장군님께 인사를 드리였다.

《당신들을 환영합니다. 전대장에 대한 소문은 내 이미전에 들은바가 있었습니다. 우리 함께 고락을 같이하며 조중인민의 철천지 원쑤인 왜놈들을 족칩시다.》

장군님께서는 겸허하게 말씀하시며 전영림을 포옹하시였다.

전영림은 뒤에 서있던 박덕산을 장군님앞에 내세웠다.

《김사령님, 우리 부대 선전간사 박덕산입니다. 이번에 저희들이 김사령님을 찾아오게 된것은 전적으로 이 박덕산의 공로라고 할수 있습니다.》

장군님께서는 믿음에 찬 눈길로 덕산을 보시며 말씀하시였다.

《박덕산동무에 대해서는 내 이미 왕덕태군장에게서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간 얼마나 고생이 많았겠습니까.》

《장군님!》

덕산은 더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쏟아져나왔다. 아, 장군님을 만나뵈옵는 이 순간을 내 얼마나 간절히 소원하였던가.

《이렇게 장군님을 만나뵈오니 이젠 죽어도 한이 없습니다.》

덕산은 덩지 커다란 사나이가 운다는 부끄러움도 잊고 해진 팔소매로 눈물을 뻑 문다질렀다.

《덕산동무!》

《사령관동지!》

덕산은 장군님의 품에 와락 안기며 다시금 눈굽을 훔치였다. 장군님께서 힘껏 덕산을 끌어당기며 다정하게 어깨며 등을 어루쓸어주시였다.

전영림이 옆에서 두눈을 슴벅이며 말하였다.

《김사령님, 박덕산과 같은 좋은 사람을 우리들에게 파견해주시여 정말 고맙습니다. 이 사람이야 물론 나에게 숨기고있었지만 난 이미 박덕산이 장군님의 부하이고 공산당 조직원이라는것을 알고있었습니다.》

덕산은 전영림의 말에 놀라서 그를 보았다.

(이 중국사람이 참 엉큼한데…)

《김사령님, 나도 앞으로 사령님을 전적으로 믿고 따르려고 합니다.》 전영림은 솔직하게 자기 마음을 털어놓았다.

《좋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나는 전대장을 동무로 부르겠습니다. 전영림동무! 동무네 부대를 우리 8련대에 배속시키려고 합니다. 어떻습니까?》

《제가 무슨 의견이 있겠습니까.》

《그럼 며칠간 푹 쉬면서 로독을 풀도록 합시다. 전동무가 데리고온 대원들에게 군복과 먹을것을 공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사령님, 한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박덕산을 다른 련대에 보내지 말고 우리와 함께 있도록 해주십시오.》

장군님께서는 덕산을 돌아보시며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그렇게 하도록 합시다. 아마 박덕산동무도 전영림동무와 함께 싸우는데 의견이 없을것입니다.》

(그후 전영림은 조선인민혁명군 8련대장으로 용감하게 싸우다가 적들과의 전투에서 장렬하게 희생되였다.)

그날 저녁 김일성장군님께서는 박덕산을 따로 만나주시였다.

달빛이 유정하게 내려비치는 밀영지의 우등불가에서 그이께서는 몸소 장작을 들고 불을 일구시며 덕산을 위해 아낌없이 시간을 바치시였다.

그이께서는 덕산이 언제부터 혁명투쟁에 참가하였으며 가족들은 어디서 살고있는가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물어주시였다. 덕산은 그이의 따뜻한 물으심에 혈육의 정을 느끼며 대답을 올리였다. 장군님께서는산이 부모와 아들이 살길 찾아 헤매는것을 알면서도 찾아가보지 못한데 대해 알게 되시자 깊은 생각에 잠기시였다가 말씀하시였다.

《조국이 광복되면 가족들을 꼭 찾아내여 그간 못다한 효성과 사랑을 넘치도록 쏟아부읍시다. 덕산동무가 혁명투쟁의 길에 한몸 바친 이상 이제는 동지들을 혈붙이로 여기고 살아야 합니다. 우린 사령관이나 전사이기전에 사상의 피, 신념의 피를 함께 나눈 동지입니다.》

박덕산이 감격하여 벌떡 일어섰다.

《사령관동지, 한생의 끝까지 장군님과 운명을 같이하겠습니다.》

박덕산은 그이께 강정익에 대해서도 말씀올리였다.

장군님의 거룩하신 안광에는 추연한 빛이 어리였다. 그이께서는 슬픔을 견디기 어려우신듯 자리에서 일어나시여 우등불가를 거니시였다.

《강정익동무는 카륜에서부터 나와 함께 활동했습니다. 그는 열정적이고 로숙한 혁명가였습니다. 아까운 동지를 잃었습니다. 정익동무의 아들이 살아있다는데 그 애를 어떻게 하든 꼭 찾아서 훌륭한 아버지의 대를 잇도록 해야겠습니다.》

덕산은 장군님의 뜨거운 동지적사랑에 가슴이 뭉클 젖어들었다.

(정익동지, 동지가 그처럼 그리던 김일성장군님께서 지금 동지에 대해 잊지 못하시며 말씀하고계십니다. 나는 기어이 장군님을 찾아와 만나뵈웠습니다. 나는 앞으로 동지의 몫까지 합쳐 장군님을 받들어 조국광복의 그날까지 억세게 싸워가렵니다.)

갑자기 비꽃이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주위의 분비나무들이 솨― 설레이며 그 어떤 곡진한 사연을 터놓는것만 같았다. 덕산에게는 마치 강정익이 저세상에서 자기의 심장의 말을 듣고 감격의 눈물을 뿌리는것처럼 생각되였다.

이날 밤 박덕산과 한영덕은 병실에 나란히 누워 온밤 잠들지 못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의 대화중에는 장종학에 대한 소리도 들어있었다.

《영덕이, 난 한생 오늘을 잊을것 같지 않아. 정말 행복한 밤이요.》

《내 심정도 같습니다. 그런데 장종학이 그 친구 정말 답답하지요. 우리를 따라왔으면 행복과 보람을 함께 누리게 될터인데… 내 그치보고 후회할거라고 했습니다.》

《사람이 혁명의 길에 나선다는게 간단한게 아니지. 더구나 장종학이야 우리와 처지가 다르지 않는가. 어쨌든 괜찮은 친구야. 큰 도움을 받았거던. 모름지기 앞으로 우리를 찾아올수도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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