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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제1장


8


내각 건설부문의 일군인 장종학은 나라의 서북지역에 일떠서는 방직공장건설장에 틀고앉아 공사를 추진시키고있었다.

공사착공을 한지 1년이 되였으나 아직 공장건물도 완성되지 못한 상태였다. 진척이 굼뜬 공사를 하루빨리 다그칠 목적으로 김일은 내밀성이 있고 건설실무에 능한 장종학을 건설장에 파견하였다.

장종학이 내려온 후 공사장은 눈에 띄게 활기를 보이였고 건설속도가 빨라졌다. 역시 내각의 일군이 일하는 본새가 다르다는 말이 건설장에 떠돌고있었다.

오늘도 장종학은 건설장을 분주하게 돌아치다가 지친 몸을 끌고 지휘부에 들어와 판자로 투박하게 짠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밖에는 모든것을 얼구어버리려는듯 겨울바람이 씽씽 몰아쳤으나 지휘부안은 배불뚝이난로를 들여다놓고 와짝 불을 때여 후끈하였다.

그는 담배 한대를 붙여물고 연기를 내뿜다가 전화기를 끌어당겨 송수화기를 들었다.

《운수분과를 찾소.… 운수분과장이요? 당장 모래가 떨어지게 되였는데 동무는 뭘 하고있는거요? 뭐, 도로가 눈사태에 막혔다구? 그럼 어쩌겠다는거요? 죽든살든 보장하란 말이요!》

그는 큰소리를 치고 송수화기를 탕 놓아버리고는 길게 한숨을 토하였다. 현재 공사를 다그치는데서 무엇보다 걸린것이 골재보장이였다.

건설장가까이에는 골재가 없었으므로 먼곳에서 운반해오는데 수송이 제때에 따라서지 못하고있었다.

(제기랄, 눈사태가 일어났다니 이거 야단이구나. 어차피 공사가 일시 중단되는게 아닌가. 헐치 않은걸.)

그는 또다시 담배를 피워물었다. 온몸의 맥이 담배연기와 함께 서서히 빠져나가는것만 같았다.

한영덕의 철직소식을 들은 후부터 왜서인지 그에 자꾸 신경이 씌여지면서 맥이 풀린다.

(한영덕이 너무 과격했어. 그가 아무렴 우리 당을 반대해나설수가 없지. 주관에 빠져버렸거던. 이 주관이란게 무서운거지. 어떤 함정에 빠지는지도 모르고 내달리다가 결국 곤두박질하게 되는거야. 아, 그의 일이 안되였구나.) 하고 그는 제나름으로 영덕을 두고 고심하는것이였다.

그의 눈앞에는 때없이 영덕의 딸 설미가 떠오르군 했다. 그는 설미를 어렸을 때부터 잘 알고있었다. 설미는 쾌활하고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처녀로 종학의 뇌리에 인찍혀져있다.

올해 설날에 김일의 집에서 설미를 만났을 때도 얼마나 쾌활했던가.

그 애는 명절날같은 때면 아버지를 곧잘 따라다녔고 영덕이도 딸애와 동행하기를 좋아하였다. 그만큼 영덕이 딸애를 사랑하는것이였다.

장종학이 설인사를 하기 위해 김일의 집에 찾아가니 김일은 나가서 들어오지 않았는데 한영덕과 설미가 손님으로 와있었다.

누구도 김일이 없는것을 두고 별다르게 생각지 않았다. 내각 제1부수상의 높은 직책에 있는 김일이 오죽이나 분망할것인가. 영덕이나 종학은 김일의 안해인 허창숙에게 설인사를 하고 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설미가 어른들이 있는 좌석에서 토달거리는것이였다.

《은희언니 아버진 너무하셔요. 혁명을 혼자 다 하는것처럼 설날에도 나가시면서… 그렇게 혁명을 다 안고 치를내기라면 우리 세대가 할 혁명의 몫이 있겠어요?》

《이 애가 얼마나 버릇이 없는가 보오. 그만 나불거리거라.》

영덕이가 악의없이 설미를 핀잔하는데 좌중에는 즐거운 웃음이 터지였다.

종학은 설미의 천진란만함이 마음에 들어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짓고 롱을 했다.

《이 애 말이 일리가 있소. 이 애들이 해야 할 혁명의 몫도 남겨놓는게 우리 세대의 도리가 아닐가요.》

《은희 아버지가 들어오면 설미의 말을 전달해야 할가봐요. 호호.》

허창숙이 허리를 부여잡고 웃어댔었다.

종학은 설미가 아버지의 철직으로 얼마나 큰 타격을 받았겠는가를 상상해보며 가슴을 앓았다. 설미가 우는 모양이 자주 눈앞에 떠오르군 하였다.

(그 사람… 독단이 너무 심했거던.)

종학이 영덕에 대한 생각에 잠겨있는데 밖에서 부산스런 움직임소리가 들려왔다. 종학은 고달픔이 짙게 어린 눈길로 짜증스럽게 출입문쪽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한사람이 들어와 내각 제1부수상 김일이 시찰나왔음을 알려주었다.

종학은 불에 덴 사람처럼 벌떡 자리를 차고일어났다. 김일이 얼마전부터 서북지역의 공장, 기업소들을 돌아보고있다는 소식을 들은 종학이였지만 여기 건설장에까지 찾아올줄은 생각지 못했다.

종학이 허둥거리며 달려나가니 김일은 벌써 건설장을 돌아보고있었다. 건설사업소 지배인이 김일을 안내하고있었다. 흙모래가 깔린 도로로 자동차들이 분주히 오가면서 먼지구름을 피워올리는데 김일은 그에 아랑곳없이 주의깊이 로동자들의 작업현장들을 돌아보았다.

지금은 겨울철이라 외부공사는 하지 못하고 주로 건물내부에 화독들을 들여놓고 미장작업을 하고있었다. 그동안 건설을 다그쳐 공장건물의 지붕공사까지 완성한것이 성과라면 큰 성과라고 할수 있었다.

장종학이 허겁지겁 달려와 인사를 하는데 김일은 마치 지금껏 함께 있었던듯이 흔연스런 태도로 무뚝뚝하게 말하였다.

《겨울전에 지붕공사를 해놓은것은 잘했소. 헌데 내부벽체미장은 왜 본격적으로 내밀지 못하고있소? 로력이 딸리는거요?》

《모래가 거의 떨어지게 되여 형편을 봐가면서 하느라고 그렇게 되였습니다.》

종학은 김일에게 도로가 막혀 모래수송이 어려워졌다는 사정을 이야기하였다. 김일은 아무런 대꾸가 없이 건설장을 다 돌아보고나서 종학을 비롯한 건설장 일군들과 함께 온 사람들에게 큰소리로 말하였다.

《지금 수령님께서 인민생활문제때문에 얼마나 걱정이 많으신지 모르오. 이 방직공장을 하루빨리 조업하여야 부족한 천문제가 풀릴수 있소. 그동안 그만하면 일을 제꼈다고 볼수 있소. 그런데 오늘 내려와보니 조건타발을 하면서 앉아뭉개는 결함도 없지 않아 있는것 같단 말이요. 이런 사업태도를 극복하지 않으면 기한전에 공사를 끝낼수가 없소.》

장종학은 김일이 자기를 념두에 두고 말하고있다고 생각하면서 머리를 떨구었다. 김일을 높이 보며 머리를 숙이는 종학이지만 속으로 은근히 불만이 차오르는것을 어찌할수가 없었다.

(그럼 어떻게 일해야 한단 말인가. 그래 내가 지금껏 놀면서 앉아뭉개였단 말인가.)

잠시후 김일은 건설지휘부에 들어가 장종학과 마주앉았다.

《어디 앓소?》 김일이 종학에게 담배 한대를 내주며 물었다.

종학은 황송한 태도로 두손으로 담배를 받아들었다. 지금까지의 인생행로에서 김일을 가깝게 대상하면서 사업해왔지만 왜서인지 날이 갈수록 김일은 더 어렵게만 느껴진다. 내각 제1부수상이라는 직위가 주는 위압감때문인지도 모른다.

《자, 불을 붙이오.》

김일은 종학의 꼿꼿한 태도를 풀어주려는듯 소탈하게 성냥을 그어 불까지 내밀어주었다.

《고맙습니다.》

《그래, 어디 말해보오. 몸이 말짼가? 얼굴색이 좋지 않구만.》

《뭐 별로 앓는데는 없습니다.》

《그런데 왜 그 모양이요? 도무지 꼴기가 없소.》

《솔직히 말하면…》 종학은 갑자르다가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머리를 쳐들고 말하였다. 《한영덕동무가 철직된 소식을 들은 다음부터 일이 손에 잡히지를 않고 자꾸 생각이 그리로만 쏠리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 집에 전화를 걸었댔구만. 내 창숙동무에게서 동무가 영덕동무 일을 묻는 전화를 했다는 소리를 들었소. 그래 지금 영덕동무에 대한 동정때문에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는거요?》

김일은 큰 주먹으로 책상을 힘주어 꾹꾹 눌러댔다.

《그건 좀 너무한 말씀같습니다.》

종학은 김일이 날카롭게 찌르고들자 속이 찔끔했으나 억울함과 섭섭함을 그 어조와 말마디들에 나타내보이였다.

《1부수상동지도 아시지 않습니까. 1부수상동지도 그렇지만 한영덕동무야 젊었던 그 시절부터 인연이 있는 사이가 아닙니까. 그러니 내가 어찌 영덕동무 일을 평범히 대할수가 있습니까. 뭐 동정때문에 어떻다구요? 섭섭합니다.》

《영덕동무의 과오에서 교훈을 찾고 일을 더 많이 찾아하는게 혁명가의 자세와 립장이요.》 하고 말하면서 김일은 물끄러미 종학을 건너다보았다.

(여러 측면에서 이들이 평범하게 대할수가 없다는 그 말이 옳다고 할수 있다.)

문득 김일의 머리속에는 1936년 무송의 수림속에서 있었던 그 일이 스쳐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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