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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 회


전 편
집없는 나그네


제 6 장


1


응상은 날이 어두운 다음에야 전마선을 타고 인천부두에 올랐다. 고국으로 돌아오면서 집에 전보 한장 날리지 못했으니 마중나온 사람이 있을리 만무했다. 텅 빈 부두 한끝에는 개미 한마리 얼씬하지 않았다.

그래도 모처럼 흔들리지 않는 든든한 땅에 발을 붙이자 마음이 누긋해지고 구수한 흙내에 가슴이 훈훈해졌다. 어디선가 가을바람이 불어오고 볼품없는 한그루의 미루나무에서 누르끼레한 락엽이 어수선하게 떨어져내리였다.

응상은 무심히 락엽 한이파리를 소중히 집어들고 이윽히 서있다가 멜끈을 하여 트렁크를 한 어깨에 메고 가로등도 없는 어둑시그레한 거리로 무거운 걸음을 옮겨놓았다.

짐배에서 십여일이나 시달리여 지칠대로 지친 그는 여느때없이 후줄근해보였다. 때늦은 봄가을외투에 중산모를 쓰고 해안통로를 벗어나 급한 경사를 이룬 언덕길을 따라 홍예문으로 넘어가는 그의 모습은 후날 기자들이 《누데기를 걸치고 방랑하는 과학자》라고 했을만큼 초라했다.

그러나 파리해진 갸름한 얼굴에는 소리없는 미소가 흐르고있었다. 굳건한 땅으로 자신있게 걸음을 옮기고있다는것을 확고히 인식한 그는 비로소 제땅에 돌아왔다는 깊은 안도감에 휩싸였던것이다.

《손님, 짐을 져다드릴깝쇼?》

골목에서 반달음으로 달려나오며 재빨리 말을 건네는 늙은이가 있었다.

《고맙습니다.》

걸음을 멈추고 등에 진 트렁크를 내려놓는 응상의 눈에는 눈물이 핑하니 어리였다. 그 지게군은 삯짐이라도 얻어 빈배를 채울 잔돈을 벌어볼가 하여 한마디 건네본데 불과했지만 그는 그 지게군늙은이가 눈물이 나도록 고마왔다.

그립던 고국의 말, 십년만에 처음 귀에 들어본 제 나라 말씨에 가슴이 쩌르르해왔다.

차도로는 자동차보다도 네바퀴마차가 더 자주 오갔다. 빈 마차 굴러가는 소리는 이따금씩 먼지를 보얗게 말아올리며 질주하는 일본군용차의 아츠러운 음향속에 묻혀버렸다가는 다시 규칙적으로 울려왔다. 응상은 추연한 눈매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헐벗은 가로수아지에서는 바싹 마른 마지막잎새들이 어수선하게 떨어져내리였다. 그 나무아지사이로 엿보이는 별들은 그가 남방의 하늘밑에서도 늘 보아온 그 별들이겠건만 그것들도 이밤은 그에게 남달리 유정한 미소를 보내주는듯만 싶었다.

지게군을 뒤에 달고 언덕길을 내려 철다리밑을 빠져나온 응상은 송현정 네거리에 자리잡고있는 우편국으로 들어갔다. 계절에 어울리는 은근한 재색봄가을외투를 입은 점잖은 코수염쟁이가 뒤따라들어와 곁에서 우표를 사고있었다.

그는 재빠른 눈초리로 계응상이 전보용지를 받아쥐고 선채로 색다른 만년필을 꺼내여 쓰는 글발을 여겨보고있었다.

《정주군 신안면 수동 계시경앞. 둘째 귀국. 모일 귀향.》

응상은 전보용지를 접수시킨 다음에도 무엇인가 미진한것이 있는듯싶어 그 자리에 서있다가 밖으로 나섰다. 이 세상에 전보용지에 쓰는 글발처럼 그렇게도 함축된 인간의 감정이란 더는 없으리란 생각을 하며 회심의 미소를 짓기까지 하였다.

이튿날 아침에 응상은 인천역으로 나갔다. 가죽트렁크를 들고 기차승강대를 오르는데 검은 제복을 입고 옆구리에 칼을 찬 일본순경이 다가왔다.

《손님, 좀 만날수 있을가요?》

《어째서 그럽니까?》

응상은 의아하여 고개를 홱 돌리였다.

《잠간만 실례를 합시다.》

순경은 깍듯이 말했다.

《왜 그러는가 말이요?》

응상은 기분이 흐리여 정색하고 물었다.

《별것 아닙니다. 떠나기 전에 간단히 알아볼것이 있어서…》

순경은 손에 말아쥔 포승줄을 장난감처럼 홰홰 젓는데 그의 등뒤에는 전날 송현정우편국에서 얼핏 눈에 띄였던 코수염쟁이가 우뚝 서있었다. 불쾌한 예감이 뇌리를 쳤다. 그자가 별것 아닌걸 가지고 잠간 조사하자고 하는것이 어떤것인가를 응상은 일찌기 도꾜에 있을 때 체험한바 있다.

그때에도 그는 강의실계단밑에서 이렇게 불의에 나타난 낯선 왜순경과 맞다들렸었다. 잠간 조사할 일이 있다고 해서 히비야경찰서까지 끌려간 응상은 일본에서 열흘동안이나 취조를 받다못해 정주헌병대에까지 이송되여 근 한달동안이나 옥밥을 먹었다.

그런데 려객들에게 서둘러 차에 오를것을 재촉하는 호각소리가 울리는 때 잠간 조사할 일이 있다고 하는것은 심상치 않은 일이였다. 밤새 우울해있던 그의 기분은 참을수 없는 분노에 휩싸였다.

《난 길이 급하오. 볼일이 있으면 목적지까지 가서 만납시다.》

응상은 역겹게 내뱉고는 홱 돌아서서 차칸안으로 쑥 들어갔다. 자리에 앉았으나 불쾌한 생각을 금할수 없었다. 이것이 고국에서 받은 첫 대접이라고 생각하니 어이가 없었다. 제 나라가 일본놈들에게 강점당하고있다는것을 모르는바 아니였으나 처음부터 이런 불손한 취급을 당하리라는것을 예견치 못했기때문에 더욱 분개하게 되는지 몰랐다.

한데 도대체 저 순경놈은 무슨 낌새를 맡고 숱한 길손들중에서 유독 그만을 붙들어세우고 려행을 지체시키며 조사를 하겠다는건가.

응상은 트렁크를 당반우에 얹어놓고 차창가에 뻐젓이 앉아있었다. 오히려 응상의 뒤를 따라 차칸으로 올라와 맞은켠의자에 앉은 학생복차림의 녀학생이 겁에 질린 눈으로 차창밖을 내다보고있었다. 왜순경은 입을 꾹 다물고 승강대밑에서 왔다갔다하더니 삑 돌아서서 걸어나가는것이였다.

《돌아가는군요.》

상냥하게 생긴 녀학생은 안도의 빛을 띠우고 나직이 속삭였다. 응상은 서거운 미소를 지었다. 그에게 용건이 있어서 찾아온것이 분명하다면 결코 저렇게 순순히 물러서지 않을것이다.

다만 소동이 일어나서 시끄러운 일이 생길것이 두려워 일단 사라졌을뿐인것이다. 이제 그자는 정거장파출소로 달아들어가 송수화기를 들고 신호손잡이를 바삐 둘러대며 응상이 가닿게 되여있는 정주경찰서에 련락을 할것이다. 아니, 이제 기차를 갈아타려고 서울역에 내리면 그에 대한 용모파기를 수첩에 적어든 경찰놈이 나들문에서 대기하고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응상은 태연히 앉아있었다. 아무 죄도 없는 그를 취조할 까닭이 무엇인가.

하지만 불안은 가시여지지 않았다. 언제나 저자들이 죄있는 사람만을 붙잡아갔는가. 저희들과 전쟁상태에 있는 나라에서 건너와 통고도 하지 않고 다닌다고 트집을 걸고 애를 먹이면 여간만 시끄럽지 않을것이다. 만약경우를 생각해서 트렁크안에 들어있는 누에알들만이라도 믿음직한 사람한테 맡겨야 하지 않을가. 이런 생각이 든 응상은 몸이 달아올랐다.

그가 트렁크안에 간수한 누에알들은 대부분이 겨울잠을 자고 봄에 깨여나는것들이지만 금황색고치알 같은것은 며칠내로 까나올 다화성품종이였다. 이 누에종자는 중개농공학교에서 육종한 1대잡종원종을 가져다쓰는 한 종란업자가 인디아에서 구해왔다는 희귀한 누에종자였다.

응상이 각별히 귀해하던 피마주누에를 서해에 수장해버린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알찌근해진다. 설마 그립던 고국땅에 와서 또다시 그런 가슴아픈 일을 당할수 있으랴.

허나 이제는 벌써 마가을이다. 서리가 내리기 전에 남도지방에 내려가 막물뽕이라도 듬뿍이 따서 물에 추겨 정성껏 간수하지 않으면 몇고투리의 누에고치도 건져내기 어려울것이다. 그런데 그가 저 무지막지한 경찰놈들의 성화를 받게 되면 누가 이 진귀한 금황색누에를 아글타글 제 살붙이처럼 키워낼텐가.

그는 차창으로 비껴흐르는 연선풍경에 눈을 팔 마음의 겨를이 없었다. 방금전에 부평이라는 역명을 본것 같은데 기차는 어느새 서울역으로 들어서고있었다.

손님들은 당반우에서 륙크사크며 트렁크, 보퉁이들을 내리워들고 웅성웅성하며 홈으로 나가고있었다. 응상은 선뜻 일어나게 되지 않았다. 틀림없이 나들문에 왜순경이 나와있을것만 같았다. 그는 객차안에서 마지막손님이 내릴 때까지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선생님, 내리시지 않습니까?》

녀학생이 가방을 두손으로 마주쥐고나서 근심스레 물었다. 천천히 고개를 든 응상은 어린애의 눈동자와 같이 그렇게도 맑고 순진한 처녀의 눈동자를 주의깊게 들여다보았다.

《학생은 집이 어데요?》

《수창동이예요.》

《수창동?!》

한찰나 응상의 두눈에 밝은빛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잊지 못할 하숙집, 아릿답고 마음씨 곱던 오녀의 모습이 어제일인듯 눈앞에 선했다. 만약 리덕구선생이 생존하여 목적을 이루고 돌아오는 그를 맞이했다면 얼마나 감개무량해하였으랴. 하나 그를 기다리고있는것은 가슴벅찬 상봉이 아니라 애달픈 초조감뿐이였다.

《선생님, 어려워말고 말씀하십시오. 제가 할수 있는 일이라면 힘껏 도와드리겠습니다.》

처녀는 귀여운 볼에 보조개를 살짝 패우며 또박또박 말했다.

《그 어떤 어려운 부탁도?》

《예.》

사뭇 결심어린 목소리였다. 이 처녀는 무엇을 할수 있다고 하는것일가. 그가 알고있는것이란 이 중년의 사나이가 출발역에서 왜순경의 단속에 불응했다는것, 인천역에서 서울역까지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심각한 사색에 잠겨있었다는 그뿐이 아닌가.

어쨌든 고마왔다. 낯모르는 처녀의 눈에 띄지 않는 진정일망정 소문없이 받게 되였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고맙소.》

응상은 부드러운 처녀의 눈길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며 나직이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맨 마지막으로 차칸에서 내린 응상은 녀학생을 앞세우고 천천히 개찰구로 나갔다. 그가 출표원에게 정주까지 뗀 차표를 보이고 개찰구를 빠져나가는데 쎄루양복우에 봄가을외투를 입고 중절모를 깊숙이 눌러쓴 일본인신사가 곁으로 바싹 다가섰다.

《계응상씨지요?》

《그렇습니다.》

《저하구 좀 같이 가실수 없을가요? 전…》

쪽 뺀 왜신사는 명함을 꺼내여 응상의 코앞에 내댔다. 계응상의 눈에는 조선《총독부》 고등계형사 아무개라는 글발이 얼핏 띄였다. 앞서 걷던 녀학생이 뒤를 돌아보고 눈인사를 보낼만큼 그자의 행동은 천연스러웠다. 가슴이 싸늘해졌다. 그는 걸음을 우뚝 멈추고 날카롭게 물었다.

《뭐요?》

《뭐 별것 아닙니다. 얼핏 좀 알아볼 일이 있어서 그럽니다. 한대 피우시겠습니까?》

왜신사는 은담배곽을 꺼내여 한대를 응상에게 권하기까지 했다.

《피우지 않소.》

《아, 그렇습니까. 미안합니다.》

그자는 담배가치를 입귀에 물고 재치있게 불을 붙이며 연기를 멋지게 내뿜었다. 응상은 영문을 모르고 어정쩡하여 서있는 처녀에게 서글픈 눈인사를 보내고 걸음을 옮겼다.

《저쪽으로 가십시다.》

그자는 응상의 팔을 끼며 역전마당 한끝에 세워놓은 푸장을 친 승용차쪽으로 떠밀었다. 학생복차림의 녀학생은 오도카니 선채 산란한 표정으로 어디론가 급히 실려가는 함께 온 길손의 뒤모습을 아연하게 지켜보았다.

승용차는 벽돌담장을 높이 두른 우중충한 집뜨락으로 들어갔다. 그 사나이는 응상을 잠시 복도에 세워놓고 정문에 앉아있던 안경을 낀 상이 불깃불깃한자와 무엇이라고 소곤거리며 히쭉 웃었다.

그러자 안경을 낀 왜놈순사가 두손을 바지주머니에 꾹 찌르고 응상을 내려다보며 명령조로 툭하게 내쏘았다.

《가방은 거기에 두고 날 따라와!》

불손하기 그지없는 어조였다. 그자는 무례하고 거치른 태도로써 여기에 지배하는 분위기가 어떤것인가를 알게 하려고 하는것 같았다. 그를 데리고온 왜놈고등계형사는 더는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응상을 체포하여 여기까지 데려다가 안경낀 왜순경에게 인계하는것이 그의 임무였던 모양이였다.

응상은 무의식중에 가방을 꽉 거머쥐였다.

《그건 거기다 내려놓으라!》

안경낀자는 나꾸채듯이 트렁크손잡이를 쥐여당겼다. 트렁크가 땅바닥에 떨어졌다. 속이 벌컥 뒤집히고 가슴이 후두두 뛰였다.

《앞서라!》

안경낀자는 위엄있게 내뱉었다. 옆으로 꺾어들어가자 쇠살창을 댄 방이 하나 나졌다. 문에는 주먹같은 자물쇠가 채워져있었다. 안경낀자는 옆구리에서 열쇠묶음을 꺼내여 절컥 하고 자물쇠를 열었다. 살창을 댄 출입문을 열어제낀 그자는 응상에게 방안을 턱으로 가리켰다.

《안으로 들어가라!》

《무엇때문에 이러는거요? 말을 하시오.》

응상은 신경이 돋아 그 자리에 버티고 섰다.

《무슨 말이 많아. 어서 들어가라.》

그자는 응상의 팔을 나꾸채듯이 당기여 대기실로 콱 떠밀었다. 응상은 짐짝처럼 대기실바닥에 쓰러졌다.

《쾅-》하고 쇠살창문이 닫기더니 자물쇠를 채우는 절칵소리가 가슴을 후벼냈다. 모욕감이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라 치를 떨었다.

그 방은 말이 대기실이지 완전한 구류칸이였다.

두칸으로 되여있는 《대기실》가운데서 첫칸에는 벽에 붙여놓은 장의자 둬개가 놓여있을뿐이고 사이문을 열고 옆방으로 들어가면 수도와 변소가 있었다. 거기에서는 코를 찌르는 온갖 역한 냄새가 왈칵 풍겨왔다.

갑자기 숨이 컥 막혀오고 가슴이 답답해났다. 살창을 짓부셔버리고 미친듯이 밖으로 내닫고싶은 욕망에 온몸이 확 달아올랐다. 그는 주먹으로 출입문의 창살을 쾅쾅 두드렸다.

눈꼬리가 험상하게 치켜올라간 안경쟁이가 뚜벅뚜벅 살창문안으로 다가섰다.

《문 좀 여시오. 내 할말이 있소.》

응상은 큰소리로 웨치듯 말했다. 덜컹 하고 출입문이 열렸다.

《왜 소동을 피우는가?》

그자는 두눈을 사납게 굴리였다. 응상은 그자가 출입문을 닫지 못하게 한발을 문턱우에 올려놓고 말했다.

《여보시오. 난 20년만에 고국을 찾아온 농학사요. 누에밖에 모르는 유전학자란 말이요.》

《당신한테 죄가 있는가, 없는가 하는건 조사해보면 다 알게 될거요. 그전까지는 조용히 앉아있는게 좋아.》

시답지 않게 이쪽을 건너다보며 뇌까리는 소리였다.

《난 기다릴수가 없소. 내 트렁크안에는 방금 까나올 누에알들이 있소. 여기에 이렇게 갇혀있을 겨를이 없단 말이요!》

간밤에 잠을 설쳤는지 게슴츠레한 눈으로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응상을 아니꼽게 내려다보던 그자는 《흥.》하고 코방귀를 뀌고는 응상을 밀어젖히고 철창문을 쾅 하고 닫았다.

그제서야 그는 이자는 인정사정이 통하지 않는 랭혈동물같은 인간이라는것, 여기에서는 죄인취급이외의 다른것을 바라는것이 어리석은 일이라는것을 명확히 깨달았다.

응상은 미칠듯이 뒤설레이는 가슴을 진정할길이 없어 좁은 방안을 왔다갔다하였다. 점심때가 기울어서야 안경쟁이는 돈을 받아가지고 나가서 빵 한봉지를 사다주었다. 겨우 한개를 입에 넣고는 목을 추기려고 옆방으로 들어가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물을 마시였다.

저녁때까지도 아무 소식이 없었다. 응상은 살창문을 잡아흔들며 형사계계장을 불러달라고 요구했다. 해질녘에야 작달막한 키에 이마가 벗어진자가 어슬렁어슬렁 나타났다.

그자는 두손을 바지주머니에 찌르고 서서 아무말없이 응상의 아래우를 찬찬히 뜯어보았다.

(어떤 놈이 감히 여기에서 소동을 피우는가! 흥, 글깨나 안다구 입이 뾰죽해서 야단인 모양이군. 자, 이렇게 찾아왔으니 어서 말해라.) 라고 하는듯이.

개개명관이라고 눈에 띠는 놈마다 목석같이 차다.

이자들의 직업자체가 인간적인것과는 인연을 끊을것을 요구하고있는듯싶었다. 그는 애초의 생각과는 달리 침착하게 말했다.

《조사할것이 있으면 빨리 해주길 바라오.》

《알겠소. 그러나 내 생각엔 오랜 시간이 걸릴것 같소. 당신은 우리의 적대국에서 다년간 복무하다가 온 몸이니까.》

말마디를 또박또박 끊어서 뇌인 그는 더 물어볼것이 있느냐는듯이 응상에게 깔끔한 눈길을 던졌다. 응상은 성난 눈길로 키가 작달막한 그자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자는 절도있게 빽 돌아서더니 총총히 걸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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