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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7 회


전 편
집없는 나그네


제 4 장


3


대학에서 돌아오던 응상은 벽돌집모퉁이에 나붙은 한장의 광고에서 눈길을 뗄수가 없었다. X영화회사에서 이튿날 아침부터 영화촬영을 하는데 군중역을 적지 않게 모집한다는것이였다.

하루 1회출연에 1원. 정거장의 하차장에 나가서 종일 탄을 퍼도 1원벌이가 힘든데 군중역으로 잠간 얼굴을 내미는데 1원이면 해볼만 한 일이 아닌가.

네해전 리덕구선생이 희사해준 돈은 좁쌀알을 헤여 밥을 지어먹듯이 아껴쓰느라고 했지만 한여름의 얼음덩이처럼 걷잡을수없이 줄어들어 이제는 몇십원 남지 않았다. 씀쓰기가 조촐한 사람조차 300원돈을 가지고 한해동안 하숙생활을 했다고 해도 별로 푼푼하게 지내지 못했을것이라는것은 누구에게나 명백한 일이였다. 그런데 그 돈을 가지고 근 4년동안 공부를 하고도 몇십원을 남겼으니 그가 어떻게 살았겠는가 하는것은 수수께끼가 아닐수 없을것이다.

응상은 오전강의에 참가하고 돌아오는 길로 백화점옆에 자리잡고있는 영화제작단으로 찾아갔다. 휑한 빈 공지에는 꼬리잡이를 한 사람들이 까마득하게 늘어서있었다.

《하루에 몇명이나 뽑아씁니까?》

《드레없지요. 어떤 날은 여라문명 선발해가구 운이 트인 날은 30~40명 뽑는 날도 있지요.》

이렇게 말해주는 사람도 이틀째 나와 섰지만 한번도 걸려들지 않았다는것이였다. 감독이 나타나서 사람들의 차림새와 관상을 훑어보고는 마음에 드는 사람만 뽑아다쓰고만다는것이였다. 맹랑한 일같았지만 응상도 맨꼬리에 붙어섰다.

기다리기에 지친 사람들은 포석을 깐 맨바닥에 퍼더버리고앉아 싸가지고 온 점심들을 먹는것이였다. 응상은 군침을 삼키며 울대뼈가 오르내리는양을 드러내보이지 않으려고 돌아앉았다. 해가 기울무렵에 바둑무늬샤쯔를 입고 홈스빵모자를 눈섭우까지 푹 내려쓴 영화감독이 나타났다. 모여섰던 사람들은 줄레줄레 일어섰다.

감독은 앞에서부터 사람들을 죽 훑어보다가 마음에 드는 사람이 눈에 띄면 그의 어깨를 툭 친다고 한다. 그러면 그의 뒤를 따르는 조감독이 동그란 표쪽지를 하나씩 던져준다는것이였다.

이날도 영화감독은 앞에서부터 사람들을 훑어나오며 여라문명밖에 뽑지 않았다. 응상은 실망하여 돌아서려고 했다. 한데 그 순간 눈길을 마주친 코가 우뚝한 감독이 히죽이 웃으며 그의 어깨를 툭 치는것이였다.

《쨍그랑.》 어리둥절해있는 그의 발치에 동그란 쇠쪽지가 굴러떨어졌다. 뜻밖의 행운에 어리둥절해진 응상은 황급히 표쪽지를 집어들고 감독을 따라갔다. 같이 선발된 사람들을 둘러본 응상은 안색이 흐려졌다. 신통히도 옷차림이 람루하고 병색이 날 정도로 피골이 상접한 사람들이였던것이다. 직업소개소 뜰아래에 기진하여 쓰러져있는 군중역으로 선발된것이였다.

그들에게는 다른 차림을 시킬 필요가 없었다. 입고있는 옷과 먼지오른 신발, 목에 두른 수건과 해여진 모자가 그대로 안성맞춤이였던것이다. 촬영이 끝나자 감독은 눈길도 돌리지 않고 싹 잘라 말했다.

《당신들은 더는 오지 마시오.》

돈 1원을 받아들고 거리에 나선 응상은 허거프게 웃으며 까시시한 얼굴을 손으로 쓸어만졌다. 그는 거울앞에 자기의 모습을 비쳐본지가 오랬다.

그런데 방금 함께 뽑혀갔던 사람들, 등을 구붓하고 가시기침을 걸렁걸렁 짖던 로인이며 광대뼈에 가죽을 씌운듯 한 누런 얼굴의 사나이모습과 자기의 모습이 같단 말인가, 그렇지 않으면 어찌 그가 이런 사람들의 무리에 끼일수 있었겠는가.

그러나 거울을 들여다보고싶지 않았다. 그럴 겨를이 없기도 했지만 설사 거울앞에 자기의 한심한 몰골이 나타나면 어쩔테란 말인가.

어느날 농학부합동강의실에서 강의를 받고 계단으로 바삐 내려오던 그는 뿌지직하고 잔등에서 천이 미여지는 소리가 나는 바람에 흠칠 놀랐다. 황황히 밖으로 나와 조용한 집모퉁이로 돌아가서 옷을 벗어보니 무명양복이 더는 손댈 여지없이 판이 나고만것을 보게 되였다.

수명이 다 된지 오랜 옷을 재봉으로 누비여가지고 간신히 입고 다니던것이였다. 돈이 들더라도 새옷을 해입지 않으면 안되였다. 응상은 피륙점에 들리여 값눅고 질긴 검정색캬바직천을 사가지고 가까운 양복점으로 찾아갔다.

볼살이 얄팍하고 몸매가 날씬한 재단사는 코등에 걸린 안경을 추슬러올리며 응상이 내놓은 양복지와 안감을 내려다보았다.

습관적으로 줄자를 집어들고 상대의 몸매를 살피던 재단사는 갸름한 얼굴을 살래살래 흔들었다.

《학생은 양복도 지어야겠지만 우선 기름진 음식을 장복해야겠수다.》

초면의 손님에게 이런 말을 한다는것은 실례가 된다는것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이렇게 말하는 재단사를 쳐다보며 응상은 자기의 정상이 어느 지경에 이르렀는가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잘라말했다.

《내 일은 내가 어련히 알아할테니 상관하지 마시오.》

창밖에서는 주룩주룩 비가 내리고있었다. 학교에서 돌아온 응상은 까닭없이 마음이 울적하여 비발이 드리운 뿌연 창문에 시선을 주고있었다.

고향을 떠난지도 어언 수삼년, 배를 타고 현해탄을 건늘 때는 당장 세상을 들날리는 큰 업적이라도 세울듯이 신심에 넘쳤었건만 웬일인지 해가 갈수록 첩첩산악이 앞을 가로막는듯 전망이 암담해보였다.

과연 내가 성공이나 할걸 가지고 이렇게 고생을 하는걸가. 설사 농학사나 농학박사가 된다 해도 제 나라가 없는 이상 종의 신세를 면키는 어려울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무엇때문에 이렇게 사서 고생을 하고있는가.

암담한 생각에 휩싸여 감각마저 잃은 그는 출입문이 열리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

《계응상군!》

나직이 부르는 소리가 등뒤에서 거퍼 울리는 소리를 듣고야 응상은 돌아섰다.

주인집아주머니가 문가에 서있었다. 《왜 그럽니까?》하고 물으려던 응상은 전기에 감전된듯 흠칠 몸을 떨며 그 자리에 서있었다. 얼굴이 동그스레하고 인정이 풍기는 주인집아주머니의 손에 편지 한장이 들려있는것을 보았던것이다.

《등기편지가 왔군요. 아무리 약속을 했어두 차마 그냥 간수할수가 없어서…》

주인집아주머니는 말끝을 흐리우고야말았다.

《집에서 등기편지가?》

응상은 두눈이 번쩍 띄였다. 그제서야 응상은 이즈음에 그가 헤여날길 없는 우울증에 사로잡힌 까닭을 간파했다.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을 스스로 목졸라 죽이려고 한 그때문에, 사정없이 짓눌러놓아도 한사코 머리를 들고 일어서는 그 생각을 외면해버린 자신의 가혹한 태도때문에 무서운 형벌을 받고있는 사람의 처지에 빠지고말았다는것을 알았다.

아무리 바쁘고 먼길을 가는 사람일지언정 다리쉼도 하지 않고 끼니도 때우지 않고 단 한번의 헛눈 팔기도 허용하지 않으면서 길을 재촉해갈수는 없는것이다. 인간이 목석이 아닌 이상에야 어찌 그럴수 있단 말인가.

농학사의 자격을 지니기 전까지는 혈육과의 일상적인 련계마저 단호히 끊으리라 애초에 지어먹은 마음도 옹졸한 생각같이 여겨지였다. 그는 성큼 나서서 편지를 받아 읽어보고싶었다.

이렇게 고향집과 오래동안 멀리 떨어져 살긴 하지만 그는 집안사정을 너무도 잘 알고있었다. 그들은 편지라는 문명의 발명품을 달갑게 리용하는 사람들이 아니였다. 물곬사람들이 대개 다 그러하듯 이 편지가 날아온다는것은 례외없이 불길한 일이 찾아오는것이였으며 편지를 하는것도 그와 마찬가지로 집안에 큰 재난이 덮쳐들었을 경우가 아니면 난파선에서 구조신호를 보내듯 막부득한 방조를 청하게 될때뿐이였다. 하거늘 그 편지가 보통편지도 아니고 등기편지일 경우에야 더 말해 무엇하랴. 산골숯쟁이집에서 타향만리에 나가있는 자식에게 등기편지를 보낸다! 이것은 전례를 찾아볼수 없는 일이 아닐수 없었다. 집안에 불행한 일이 생겼다! 그것도 타향에 나가있는 자식에게까지 알리지 않으면 안될 그런 신중한 일이.

응상은 이렇게 확신했다. 그는 저도 모르게 앞으로 달려나가 편지를 빼앗듯이 거머쥐고싶었다. 그러나 푸른 일부인이 뚜렷하게 찍혀져있는 편지에서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마치나도 풀어보지 말아야 할 필림말이를 펼쳐보려고 했던것처럼 상이 해쓱하니 질리였다.

아서라, 만약 내가 이 불행한 소식이 담긴 편지를 뜯어보면 어떻게 할셈인가. 대학을 마칠수 있는 유일한 희망처럼 품속에 소중히 간직하고있는 몇십원의 돈을 고스란히 려비로 날려버리고 고향에 다녀올수가 있겠는가. 그것은 중도에서 대학수업을 포기하는것이나 다름없는 무서운 결과밖에 가져다줄것이 없게 될것이다.

그럴수는 없다. 그럴바에는 무엇때문에 이렇게 배움의 령길을 힘겹게 톺아올라왔는가 말이다.

사실이 이럴진대 편지를 뜯어보고도 그는 가슴을 치며 눈물을 뿌릴뿐 달리는 어떻게 할수가 없을것이다. 그렇다면 편지를 뜯어보고 얻을것이 무엇이냐, 불행한 소식을 듣고도 해를 두고 속수무책으로 주저앉아 걱정만 하는 가련한 처지에 빠지고말것이 아니냐. 이것은 남달리 예민한 감정을 지니고있는 그에게 있어서 참으로 무서운 고문으로 되고말것이다.

정녕 불안하고 어지러운 감정에 휩싸여 공부도 할수 없게 될바에는 차라리 편지를 뜯어보지 않는것이 현명지책일것이다. 그 어떤 정황이 생기면 그것을 즉시에 깊이 해명해볼뿐만아니라 신속히 결론을 짓고 출로를 찾아 행동하는데 계응상의 심리의 특성이 있었다. 이러한 처사는 해외만리에서 고립무원하게 생활하는 그에게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스스로 난관을 타개하고 자신을 구출하는데서 적지 않은 도움을 주었다.

응상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잘라 말했다.

《아주머니, 약속을 지켜주십시오.》

이런 일이 있은 후 그는 눈에 띄게 우울해졌으나 여전히 하루 세끼의 호사스런 식사를 허용하지 않았으며 《유담뽀》이상의 뜨뜻한 난방은 바라지도 않았다. 그는 여전히 하루 4시간밖에 자지 않고 공부를 했으며 자기 전에는 어김없이 운동을 하였다.

한치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 그것만이 상상하기도 어려운 빈궁속에서 최대한의 시간을 짜내여 학업에 열중할수 있는 유일한 출로였다.

응상은 저녁마다 학부실험실 한쪽구석에 마지막까지 앉아있군 하였다. 때없이 실험실에 나타나 학생들의 실험과정을 주의깊이 돌아보던 다나까 요시마로는 계응상의 곁에 걸음을 멈추고 한동안 움직일줄을 몰랐다. 응상은 샤레우에 누에를 해부해놓고 벌겋게 드러난 누에마디를 집요하게 들여다보고있었다. 그것은 다나까교수가 학생들에게 지적해준 실험과제가 아니였다.

그는 학생들에게 관찰력을 키워줄 목적으로 누에피부에 난 숨구멍의 솜털을 관찰하고 그것을 도면에 옮겨놓을데 대한 과제를 주었었다. 응상은 숨구멍에 돋은 솜털들을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그림까지 그려 한쪽에 밀어놓았다. 그리고 새로운 조직편을 샤레우에 올려놓고 현미경을 들여다보고있었다.

《지금 무엇을 하고있습니까?》

다나까교수는 실험중에 있는 다른 학생들에게 방해가 될가봐 저어하듯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제서야 자기곁에 다나까교수가 서있는것을 본 응상은 조용히 대답했다.

《누에의 몸마디운동을 관찰해보고있습니다.》

예리한 턱을 끄덕인 교수는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서는?》

《소론문을 써볼가 합니다.》

응상은 얼굴을 확 붉혔다. 다나까교수가 발표한 누에해부론문들에는 누에의 몸마디운동에 대해서도 상세히 기록되여있었다. 그런데 이제 거기에서 무엇을 더 발견해낼수 있단말인가. 교수는 더는 말을 건늬지 않았다. 자립적으로 선택한 해부대상으로서는 신통치 않은것이였다. 과학자의 자질은 우선 연구쩨마를 선택하는데서 뚜렷이 나타난다.

독창적으로 새로운것을 쥐는 그자체가 벌써 참신한 사고활동을 보여주는 징표로 되기때문이다.

그런데 응상이 선택한 자료는 페갱한 갱구에 달라붙은 광부의 소행이라 할가 누에해부를 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다쳐본것으로서 더는 기대할 여지도 없는 문제였던것이다.

남달리 완강하고 학구열이 높은 이 학생에게서 다나까가 바란것은 이런것이 아니였다. 실망감이 드는것을 어쩌지 못했지만 그런 내색은 하지 않았다. 잘해보라고 고무하는것을 잊지 않고 그 자리를 떴다. 어쨌든 현미경으로 누에의 내부세계를 낱낱이 파헤쳐보는것은 무익한 일이 아니였던것이다.

다나까교수는 대학생들의 실험과정을 지도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 그것은 젊은 교원들이 전적으로 맡아하는 일이였다. 그러나 그는 잠학부의 전체 학생들을 항상 시야에 넣고 그들의 성장과정을 놓치지 않고있었다. 그들속에서 재능있는 과학자들을 찾아내는 일만은 누구에게도 양보할수 없는 자기의 사업으로 간주하고있었다. 그때문에 그는 이렇게 자주 해부실험을 하고있는 학생들속에서 시간을 보내였다.

자정이 넘은 깊은 밤이였다. 자기방에 앉아 봄여름내 진행한 누에교잡실험자료들을 분석해보고 집으로 돌아가던 다나까교수는 실험실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실험실창문들은 모두 눈을 감았는데 구석방에서만 빨간 불빛이 고요히 흘러나오고있었다.

교수는 새로운 기대로 가슴을 울렁이며 그 실험실로 올라갔다. 낯익은 자리에 계응상이 혼자 앉아있었다. 그는 다나까교수가 등뒤에까지 다가선것도 감감 느끼지 못하고 정신없이 현미경만을 들여다보고있었다. 얼핏보니 그는 여전히 누에의 몸마디운동을 관찰하고있었다. 다나까교수는 아무 말도 건늬지 않고 소리없이 밖으로 나오고말았다.

며칠후 그는 계응상이 자기 방에 찾아와 누에해부에 대한 소론문을 썼는데 한번 보아달라고 내놓았을 때도 별로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그는 응상의 론문을 열흘이 넘도록 책상 한쪽에 미루어놓은채 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책상을 정리하다가 영문원서밑에 깔려있는 응상의 론문을 띄여보고 안락의자에 앉아 벌컥벌컥 뒤져보았다. 성급하게 몇장 번지던 그는 뜻밖의 문구에 시선을 박았다.

《누에의 배맥관운동으로 피가 앞으로 나가는것이 정상이나 가끔 거꾸로 역행하는것이 관찰되였다. 이것은…》

다나까는 두눈이 둥싯해졌다. 그는 안락의자에서 일어나 사무상앞에 다가앉아서 응상의 론문을 첫 페지부터 주의깊게 읽어보기 시작하였다. 원고를 다 읽은 다나까 요시마로는 흥분하여 방안을 왔다갔다하였다. 누에를 재료로 하여 유전학을 연구해온 과학자들은 례외없이 누에의 해부에 첫째가는 관심을 기울이였다. 다나까도 누에해부관찰에 한두해만 힘을 넣지 않았다.

그러나 누구도 누에의 몸마디운동에서 이런 이상현상이 있다는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남들이 수천수만번 관찰한 거기에서 새로운것을 찾아낼줄 아는 이것이야말로 얼마나 귀중한 과학자의 자질인가. 그는 그 자리에서 응상의 소론문을 수정가필함이 없이 발표할수 있다는 추천의 글을 써놓았다. (이 론문은 그후 규슈제국대학 학예잡지 1권 5호에 발표되였다. 1925년)

그리고는 그길로 곧장 누에해부실험실로 찾아갔다. 응상은 의자우에 솜덧저고리를 덮고 코를 골며 단잠을 자고있었다.

다나까교수는 응상을 흔들어깨웠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응상은 웬일인가 하여 상기된 스승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다나까는 응상의 손을 꽉 잡아흔들면서 진정을 담아 말했다.

《난 조금전에야 군의 소론문을 보았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누에의 배맥관운동에서 군이 새로운 그 무엇을 찾아내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네.

응상군이 관찰대상을 신통치 않게 선택한다고 실망까지 했었지. 군을 범속한 학생으로 치부했던 나를 용서하게.》

응상은 가슴이 확 달아올랐다.

《고맙습니다.》

응상은 고개를 수그리였다.

《그런 말 말게. 실은 내가 자네한테 청이 하나 있어 이렇게 찾아왔네. 앞으로 대학연구원에 남아서 나의 연구조수로 일해보지 않겠나?》

대학을 마치고 연구원에 남는것은 일본학생들에게도 쉽사리 차례지지 않는 특전이였다. 이것은 장차 이 분야에서 연구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더없이 훌륭한 기회를 주는것이기도 했다.

다나까 요시마로는 후날 세계유전학회 부회장으로 사업한 명망있는 과학자였으며 당시에도 일본유전학회에서 첫손에 꼽히는 과학자였다. 응상은 감사한 마음으로 스승의 청을 받아들였다.

바야흐로 그의 눈앞에는 자기가 발을 들여놓은 유전학분야에서 세계적인 높이에 올라설수 있는 길이 열렸던것이다. 목마른 사람이 샘물을 찾듯이 허줄한 잠뱅이를 걸치고 서울오성중학교를 찾아간 그때로부터 그는 얼마나 간고한 배움의 길을 걸어왔던가.

그러나 그 모든것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마침내 그는 남들이 몇백년 앞서 오른 그 령마루를 지척에서 바라볼수 있게 된것이다. 응상은 더욱 확신성있게 학업에 전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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