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페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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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7 회


제 4 장


전류는 흐른다


마감이야기


영천화력발전소 지배인임명장을 받은 석남흥이 당중앙위원회청사를 나섰을 때 눈에 익은 승용차 한대가 그를 기다리고있었다. 리성복당비서가 새 지배인을 모셔오라고 보낸 차였다.

나이지숙한 운전사가 반색하며 다가왔다.

《축하합니다, 지배인동지. 어서 차에 오르십시오. 비서동지가 기다립니다.》

석남흥은 차에 오르며 나직이 말했다.

《적십자병원부터 먼저 갑시다.》

운전사는 피끗 석남흥을 건너다보고는 적십자병원쪽으로 차를 몰아갔다. 오늘 전 지배인이 퇴원하는것이다.

병원에 도착하니 마침 입원접수실을 천천히 나서는 지배인의 모습이 눈에 띄였다. 그동안 발전소일군들의 관심과 병원측의 사심없는 노력과 정성으로 전에 비해 많이 호전되였지만 아직 팔다리는 부자연스러웠다. 하기는 침상에서 일어선것만도 기적이라고 하지 않을수 없었다.

《지배인동지!》

석남흥은 그를 소리쳐불렀으나 목이 꽉 잠겨 목소리가 제대로 나가지 않았다. 그렇게 호기있던 지배인이 갑자기 10년은 더 늙어진듯 전혀 기력이 있어보이지 않았던것이다. 그가 쓰러졌을 때 누구보다 가슴아파한것이 석남흥이라고 할수 있었다. 그만큼 발전소의 기술적문제와 관련되는 일이라면 덮어놓고 두손 들어 지지해주고 적극 떠밀어주던 지배인이였던것이다.

지배인은 석남흥에게 있어 큰 나무였다. 작은 나무가 상할세라 오가는 찬바람을 다 막아주고 땡별을 가리워주고 눈비를 그어준… 그 큰 나무의 고마운 덕을 지금에 와서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면서 석남흥은 그앞에 경건히 머리숙이지 않을수 없었다.

석남흥이 다시 불러서야 뒤를 돌아본 지배인의 얼굴이 금시 밝아졌다.

《오, 기술발전부기사장! 자네가 왔구만. 아니, 지배인이지. 축하하네. 이젠 마음이 놓이네, 놓여. 잘해보게. 자네야 젊지 않은가. 허허…》

순간 석남흥은 눈굽이 쿡 쑤시였다. 지배인의 진정이 넘친 축하의 인사를 받고보니 가슴속으로는 이름할수 없는 감사의 정이 조수마냥 흘러들었던것이다.

《고맙습니다, 지배인동지. 앞으로 많이 도와주십시오.》

《암, 그래야지. 내 육체로 돕지 못하면 마음으로라도 힘껏 돕겠네. 그러지 않아도 이번에 평양에 사는 맏아들녀석이 자꾸만 같이 살자고 성화를 먹이는걸 겨우 뿌리쳤네. 발전기동음을 듣지 못하면 난 인차 죽고말아.》

《지배인동지!…》

석남흥은 끝내 눈물을 보이고야말았다. 그러자 지배인이 갑자기 버럭 성을 냈다.

《이건 뭔가? 화력지배인이라는 사람이 못나게스리. 빛이 뿜어져나와야 할 그 눈으로 맹물을 쏟다니.》

《용서하십시오. 기뻐서 그럽니다. 지배인동지가 늘 제곁에 있어주기만 해도 전 힘이 됩니다.》

지배인은 젊은 새 지배인을 만족한 눈길로 바라보며 머리를 끄덕였다.

두 지배인을 태운 승용차는 영천화력발전소를 향하여 내달렸다. 석남흥은 달아올랐던 머리가 한결 거뜬해지는것 같았다.

도소재지를 가까이 했을 때 그의 손전화기가 울었다. 당비서한테서 온 전화였다. 선군혁명총진군대회에 참가했던 서재필과 함께 도당앞에서 기다리겠으니 그리로 와달라는것이였다.

석남흥은 지배인을 바라보며 즐겁게 웃었다.

《당비서동지의 전화입니다. 선군혁명총진군대회에 참가했던 서재필아바이가 대회참가자들과 함께 위대한 장군님을 한자리에 모시고 영광의 기념사진을 찍었다누만요.》

《허- 오늘은 경사가 겹쳤구만. 빨리 가서 서동무를 축하해주자구.》

승용차는 도당앞에서 멈춰섰다. 때를 같이하여 서재필과 리성복당비서가 청사층계를 내려왔다. 서재필의 품에는 붉은 비로도천에 정히 싼 영광의 기념사진이 꼭 안겨있었다.

석남흥과 전 지배인은 서둘러 그들앞으로 달려갔다. 그다음 서재필의 량손을 갈라잡고 뜨겁게 흔들었다.

《축하합니다!》

《서동무, 축하하오. 텔레비죤화면에서 대회에 참가한 동무를 보았소.》

《고맙습니다. 전 죽는 순간까지 발전소사람으로 전기와 함께 살겠습니다!》

서재필의 눈에서 진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랬다, 그는 한생의 정과 애를 발전소에 깡그리 쏟아부어 전기- 무한한 힘을 내는 신비한 빛을 창조한 사람이였다. 전기는 그의 한생의 전부였다.

《아들이 좋아하겠구만!》

이렇게 말한 사람은 리성복당비서였다. 그의 눈굽도 축축히 젖어있었다.

《서동무, 이 기념사진을 이미 모시고있는 기념사진과 나란히 모시고 봉철이 잔치를 크게 차려야지?!》

《그럼요.》

승용차가 벌판을 지나면서 활 열어놓은 차창으로 시원한 장성강바람이 흘러들었다. 그 바람에 실려오는 발전소특유의 열기배인 냄새와 함께 높이 치솟은 발전소굴뚝우로 타래쳐오르는 흰 연기가 안겨왔다. 늘 보아오고 맡아보던 전경이요 냄새였다.

《차를… 차를 좀 세워주오!》

전 지배인이 흥분되여 부르짖었다. 서둘러 차에서 내린 그는 잠시 귀를 기울이고나서 온 얼굴에 희색의 웃음을 피워올렸다.

《모든게 정상이요. 발전기마다 만부하를 걸었구만.》

그의 거동을 지켜보던 리성복도, 석남흥도, 서재필도 모두 차에서 내렸다. 그들의 눈길은 한결같이 발전소굴뚝의 흰 연기에 가멎었다.

아스라하게 치솟은 발전소굴뚝에서 뭉게뭉게 흰 연기가 파란 하늘을 치받으며 기세차게 타래쳐오르고있다. 차에서 내린 사람들 누구나 그 흰 연기의 모양을 보고도 발전기상태며 또 전기생산량을 콤퓨터화면에 나타난 수자처럼 알아맞춘다. 발전기는 만부하 만가동을 내고있다. 그러니 어찌 이 사람들의 얼굴에 기쁨이 실리지 않으랴.…

《자, 어서 갑시다. 서동무의 집에서 눈이 까매가지고 기다릴텐데…》

한없이 경건하고 숭엄한 감정에 싸여 발전소굴뚝을 바라보고 서있는 사람들에게 리성복이 하는 말이다. 그렇지, 오늘은 서재필의 한생소원이 성취된 가장 의의깊은 날이 아닌가. 지금 그의 가슴에는 선군혁명총진군대회에 참가하여 경애하는 장군님을 모시고 찍은 영광의 기념사진이 정중히 안겨져있다.

일행을 태운 승용차는 살같이 달려 어느덧 동암산기슭에 자리잡은 서재필의 집에 다달았다.

서재필의 집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있었다. 그들은 진정 전기와 떨어져선 한순간도 살수 없고 그래서 발전기와 함께 웃고 울며 오로지 전기, 이 한가지만을 위해 자신의 모든것을 깡그리 바쳐가는 낯익은 모습들이였다. 서봉철, 지련희, 리동혁, 김일로, 명윤희…

눈물을 머금고 오금녀가 열어준 대문안으로 가슴에 기념사진을 안은 서재필이 만사람의 경탄의 눈길을 받으며 들어섰다. 먼저 아들 봉철이 아버지앞으로 다가오며 인사했다.

《아버지! 축하합니다!》

서재필은 축축히 눈물을 머금은 눈길로 아들을 바라보고 다음은 모여선 사람들을 둘러보며 격정에 북받쳐 이렇게 말했다.

《고맙습니다. 다 동지들의 아낌없는 지지와 방조속에 이런 영광을 지녔습니다. 별로 한 일도 없이 이런 영광을 지녔으니…》

서재필은 진정의 마음을 혈육처럼 친근한 사람들에게 터놓았다. 그러는 서재필을 바라보는 리성복의 마음속에는 전류처럼 찌르르 마쳐오는것이 있었다.

(아니요, 서동문 정말로 큰일을 했소. 저 숨죽었던 발전기동음을 서동무와 떼여놓고는 생각할수 없소. 그러니 서동문 응당 이런 영광을 지녀야 한단 말이요. 그러고도 한 일이 없다는게 뭐요. 동문 진짜배기 로동계급이란 말이요. 우리 장군님께서도 동무처럼 한생을 량심에 티 한점없이 조국을 받들어온 로동계급을 제일로 아끼시고 온갖 사랑을 다 주시는게 아니겠소. 서동문 우리 발전소의 보배덩이요. 내 어깨가 뻐근하도록 동무를 업고다니겠소. 발전소구내가 좁다하게 말이요.)

서재필은 집안으로 들어가기 앞서 리성복에게 자리를 양보하려 주춤서버렸다. 리성복이 《서동무, 어서 들어갑시다.》 하며 그의 등을 떠밀었다. 서재필의 뒤를 따라 먼지 한점없이 깨끗이 정돈된 집안으로 많은 사람들이 들어섰다.

서봉철이 군사복무시절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를 모시고 찍은 기념사진곁에 또 한 자리가 있다. 이제 아들의 기념사진과 나란히 아버지의 한생의 소원이 깃든 영광의 기념사진이 모셔지게 된다.

방안은 비좁을만큼 사람들로 꽉 차있었건만 빈방처럼 정숙하였다. 격정에 싸인 숨소리만이 들려올뿐…

《봉철아, 어서 기념사진을 모셔라.》

리성복이 서재필의 손에서 기념사진을 받아 봉철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기념사진을 정중하게 받아든 봉철의 두눈에서는 팥알같은 눈물방울이 뚝뚝 소리내며 떨어졌다. 철없는 시절 우리 집엔 어버이수령님과 경애하는 장군님을 모시고 찍은 기념사진이 없는가고 아버지의 애를 태우던 일이 떠올라 울었고 인생의 황혼기에 한생소원을 성취하고 아들앞에 떳떳하게 나선 아버지가 긍지스러워 울었다.

(아버지! 난 아버지를 끝없이 자랑하고싶어요. 남들이 부러워하게 말이예요. )

봉철은 기념사진을 안고 리성복에게로 다가갔다.

《비서동지, 저와 우리 가정 아니, 발전소종업원들의 마음을 담아 이 기념사진을 비서동지가 모셔주십시오.》

봉철의 부탁에 호응하듯 모여선 사람들이 일제히 박수를 쳤다. 서재필도 어서 그래 달라는듯 간절한 기대가 담겨진 눈빛으로 리성복을 바라보고있다. 리성복은 서봉철에게서 기념사진을 넘겨받았다. 그 기념사진에 누가 알아주건말건 손에서 용접기를 놓지 않고 묵묵히 순결한 로동계급의 량심을 묻어온 너무도 평범한 한 인간의 충정이 어려있다고 생각하니 그 무게가 천근만근으로 무거워졌던것이다.

리성복은 정중히 기념사진을 모셨다. 또다시 박수갈채가 울렸다. 방안은 격정의 파도로 설레였다.

서재필의 안해 오금녀가 두손을 높이 들고 기념사진을 쓸며 《령감, 장한 일을 했수다. 내 언제인가 령감의 다 낡아빠진 일기장을 들쳐봤수다. 그 일기장엔 령감이 아들장가도 못 보내고 단명한 우리 시어머니에게 쓴 일기글이 적혀졌는데 그 글을 보고 내 장밤 울었수다. 헌데 령감의 속깊은 마음은 모르고 짜증만 부린 이 주책없는 로친을 욕 많이 하오. 그런데 오늘 령감님은 이처럼 큰 영광을 받아안았구려.》 하고 울음섞인 목소리로 말하며 한쪽에 서서 눈물을 흘리는 서재필의 곁으로 다가갔다.

서재필이 어쩔바를 몰라하며 로친을 다잡았다.

《이러지 마오. 사람들이 보는데 로친 말이 많소. 젊은 사람들이 웃겠소.》

그랬어도 오금녀는 령감의 손을 꼭 잡고 한없는 긍지감에 싸여 모여선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무른 감알같은 로인내외의 화락한 정에 모두가 부러움을 금치 못하며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찬탄을 보냈다.

《봉철동무, 이런 때 아버지를 축하하여 한수 읊어야지.》

리성복의 의미있는 말에 서봉철이 기다린듯 한걸음 나서며 수긍했다.

《비서동지! 고맙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마음속으로 몇번이고 시를 읊었습니다.》

서봉철은 모여선 사람들을 경건한 마음으로 둘러보며 흥분된 어조로 시를 읊었다.


로동자의 이름은

수령님 계시여 빛나는 내 조국의 자랑

로동자의 삶은

수령님과 떨어져선 순간도 못사는 운명이여서



탐내지 않더라 로동계급은

동전 한잎도

고급한 생활의 층계를 오르는 사다리도

탐내는것이 있다면 그것은

수령님을 위한 생각으로 한생을 잇고

수령님을 위한 생을 가다듬는

그런 복된 삶이 부러워!



하늘에서 땅에서 바다에서

박사가 되고

영웅이 되고

인민배우가 되는

그런 인간존엄의 높은 연단에서 나는 자랑했어라

나는 로동자의 아들이라고


이 말을 하면 잠자던 열정도 솟구치고

이 말을 하면 삶의 걸음새도 변함이 없어

나는 늘 마음속으로 이 말을 외운다

위대한 수령님의 뜻 받들어

경애하는 장군님을 대를 이어 높이 모시고

주체혁명위업에 끝까지 충성다할

나는 로동자의 아들이다!


시랑송이 끝나자 제일먼저 리성복과 서재필이 쇠물처럼 이글거리는 눈길을 마주보며 격정에 넘쳐 박수를 쳤다. 두사람의 눈빛과 손바닥이 깨져나가라 쳐대는 박수소리에는 모든것이 담겨있었다. 전기와 운명을 함께 하는 전력생산자들의 기쁨과 슬픔, 아픔과 랑만 그리고 그 전기로 하여 더욱 휘황하고 눈부신 빛에 싸여 륭성번영하게 될 내 조국의 먼 래일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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