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페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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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4 회


제 4 장


전류는 흐른다


7


《보이라속성착화방법을 찾았습니다.》

석남흥의 담담한 말이였다. 새로 일떠선 정양소의 첫 입소식에 참가하려고 발전소구내를 가로질러가던 리성복은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석남흥의 보고가 우뢰처럼 고막을 두드린것이였다. 그는 흥분을 누르지 못하며 고함처럼 부르짖었다.

《그러니까 성공했다 그 말이요?》

이번에도 석남흥은 조용히 대답했다.

《예, 말하자면 아주 간단합니다. 호기마다 서로 증기를 주고받을수 있는 드람장치만 설치하면 크게 품들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이렇게 말입니다.》

석남흥은 당비서가 리해하기 쉽게 포장도로바닥에다 쭉쭉 금을 그어가며 드람장치모형을 설명했다. 그러나 리성복은 벌써 첫마디에 그의 착안이 가지는 놀라운 실리를 포착했다. 석남흥은 가동하고있는 보이라의 수백도에 달하는 증기를 새로 착화하려는 보이라에 쏘아줌으로써 손쉽게 예비가열시키려고 하는것이였다. 그렇게 되면 랭상태의 보이라타빈을 덥히려고 중유를 태우는 공정이 절반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것은 아주 간단하면서도 대단한 발견이라고 할수 있었다.

《여보, 그런데 석동문 왜 그렇게 덤덤하게 말하는거요?》

리성복은 너무 반가와 석남흥의 손이라도 덥석 틀어잡고싶었으나 그 요란한 발견자가 마치 매일 하는 례사로운 아침인사같이 말해버리는것이 어처구니없어 의아쩍게 물었다.

그런데 석남흥의 대답이 또한 걸작이였다.

《아, 제 주머니에 늘 차고있던걸 먼데서 찾으려고 한달나마 헤맨 일이 죽도록 부끄러운데 그걸 스스로 폭로해서 망신하겠습니까?》

짜장 옳은 말이였다. 자기 손으로 매일같이 생산하는 증기가 착화시 소비하는 막대한 중유를 대신할수 있다는것을 여태 몰랐으니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그만큼 그 방도를 찾아낸 석남흥이 진귀한 보배덩이같아 덥석 안아올리고싶었다. 과연 석남흥은 이 발전소를 떠받들고나갈 거목같은 존재였다.

기쁨을 주체 못하는 리성복을 바라보던 석남흥은 그의 바지가랭이와 색바랜 로동화에 게발려진 연재탄을 보며 의아한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비서동진 어딜 갔댔기에 바지와 신발에 연재를 가득 묻혔습니까?》

그제서야 리성복은 저으기 놀라며 《이게 뭐야, 부기사장동무가 아니였다면 망신할번 했군. 이제 정양소 개업식에 참가해야겠는데 옷차팀이 이래선 안되지.》하며 분수못에서 흘러넘치는 물에 바지와 신발을 문질렀다. 한참 옷손질을 하고난 리성복은 어디 가서 저런 주제로 왔을가 의문점을 품고있는 석남흥에게 벙글서 웃으며 말했다.

《여보 석동무, 우리 발전소는 부유해도 이만저만 부유한 기업소가 아니요.》

생뚱같이 부유소리는 또 뭔가. 석남흥은 비서가 저럴 때는 무언가 깜짝놀랠 희소식을 가지고있다는것을 모르지 않는다. 무슨 일로 저럴가.

석남흥의 호기심주머니를 한껏 흔들어놓은듯 리성복이 분수못에 놓은 세멘트로 만든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자, 시간도 있는데 앉았다 가기요. 부유하다는 소리에 궁금할테지?》

《아닌게아니라 무슨 일로 비서동지가 기뻐하는지 알고싶습니다.》

비서곁에 바싹 다가앉으며 석남흥이 하는 말이다.

《여보 석동무, 이미 과학통신자료들에도 나왔지만 지금 여러 지역들에서 화력발전소들에서 나오는 연재를 중요한 자원의 하나로 리용하고있소. 그 연재속에는 유용성분들이 굉장하지. 이산화규소와 산화알루미니움을 주성분으로 하는 점토질광물과 철, 칼시움, 나트리움 이외에도 많은 유용물질이 들어있소. 이것이면 굉장하지 않소. 앞으로 머리만 잘 쓰면 쓸모없이 쌓여있는 연재가 보물이 된다 그 말이요. 안 그렇소? 그래 시간이 있길래 저 내남리와 동암리 재처리장을 한바퀴 돌아보고 오는 길이요. 우리 실정에 맞게 가공하여 쓸수 있겠기에 말이요.》

석남흥은 그제서야 당비서의 바지가랭이와 신발에 게발려진 연재에 대한 의문이 풀릴수 있었다. 그는 기계내속이면 기계내속, 건설이면 건설 뭐나 막힘없이 전문기술자 못지 않게 많은 지식을 소유하고있는 당비서를 탄복할만큼 부러워했다. 오늘 일만도 그렇다. 누구든 그런 자료를 보고는 그저 감탄할뿐 당비서처럼 재처리장에는 직접 나가보지 못했을것이다. 석남흥은 이 한가지 사실을 놓고도 과학을 대하는 그의 진지하고 학구적인 태도에 저절로 머리가 수그러짐을 어쩔수 없었다. 당비서는 짬만 있으면 그가 기술자이든 평범한 로동자이든 과학과 기술을 외면해서는 한걸음도 전진할수 없다, 일군들의 실력의 높이자 애국의 높이라고 입버릇처럼 외우군 했다. 그런 일군이기에 공장을 새 세기의 요구에 맞게 꾸릴 때도 인민대학습당과 망이 련결된 전자도서열람실을 먼저 꾸리자고 했다. 앞으로 우리 발전소의 기술자들과 로동자들도 임의의 순간에 콤퓨터화면을 통해 최근 기술자료를 볼수 있게 될것이다.

석남흥은 이런 당일군밑에서 일하는 긍지를 다시금 느꼈다.

《자, 시간이 됐소. 가서 첫 정양생활을 시작하는 동무들을 축하해줍시다.》

정양소건물은 외부는 물론 내부설비까지도 모두 현대적으로 꾸려져있었다. 군함모양의 웅장한 자태에 물기머금은듯 번들거리는 진록색타일까지 입혀놓은 건물은 그야말로 흠잡을데 없는 멋쟁이였다.

건물의 내부 역시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홀은 3층천정까지 12메터높이의 큰 공간으로 개방되여있고 천정에 설치된 꽃형태의 무리등에서는 각종 모양의 수정알들이 칠색의 령롱한 빛을 뿌려 그야말로 황홀경이다. 그뿐인가. 매 방에는 정양생들과 합숙생들의 편의를 위해 위생실과 목욕탕이 갖추어져있는데 목욕탕은 발전소의 증기를 리용하여 임의의 순간에 더운 물이 쏟아져나오게 되여있었다. 방은 방마다 고급침대며 텔레비죤수상기, 록화기와 함께 책장이 달린 책상과 걸상까지 놓여있으니 누군들 감탄하지 않으랴.

이 모든 기물들에 행정부지배인 위재룡의 남모르는 수고가 깃들어있다는것을 리성복은 잘 알고있었다. 그는 일군치고는 매우 드문형으로서 좀체로 대중앞에 나서기 싫어하는 조용하고 사색적인 사람이였다. 하지만 언젠가 한 모임에서 리성복이 《보이지 않는 전기》라는 평을 내렸듯이 위재룡은 남들의 뒤에서 진일, 궂은 일을 마다않고 헌신적으로 뛰군 했다. 그의 입에서 《해보겠다.》라는 말이 나온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는 《하겠다!》하면 그만이였다.

첫 정양생활을 시작하게 된 백여명의 혁신자들이 들뜬 마음을 안고 넓은 홀의 식탁에 모여앉았다. 식탁에는 군침이 돌게 김이 문문 오르는 통오리찜에 기름에 튀겨낸 물고기, 삶은 닭알, 신선한 부루, 쑥갓에 과일까지 곁들어있어 그 풍성함은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를것 같았다.

리성복이 얼굴에 웃음을 담고 말을 뗐다.

《동무들, 나는 이 정양소건설에 아낌없는 땀을 바친 돌격대원들에게 가장 뜨겁고 열렬한 인사를 드리는것으로 입소식을 시작할것을 제의합니다.》

정양생들이 떠나갈듯 크게 박수를 쳤다. 리성복이 계속했다.

《오늘은 우리 화력발전소의 연혁사에 남을 매우 의의깊은 날입니다. 얼마나 좋습니까, 제힘으로 지은 집에서 제 손으로 가꾼 열매를 맛보며 혁신자의 자격으로 보람찬 정양생활을 한다는것이.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 만족할수 없습니다. 아직 전력생산도 그래, 로동자들의 생활조건보장도 그래 부족한것이 너무도 많습니다. 바로 이 부족한것을 만족한것으로 만들자는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그러자면 힘이 있어야 하고 힘이 있자면 몸이 건강해야 합니다. 동무들은 이번 정양기간에 몸무게를 한 댓키로 불굴 욕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아주머니들이 기뻐할게 아닙니까!》

《하하…》

좌석들에서 폭소가 터졌다. 얼마나 멋들어진 입소식인가. 바로 이것이 우리 장군님께서 내세워주시는 로동계급의 본보기생활문화가 아니겠는가.

리성복은 웃음이 한물 지기를 기다렸다가 또다시 큰소리로 말했다.

《자, 듭시다! 그리고 1층홀에 의견함을 달아놓았으니 동무들은 자그마한 불편도 숨기지 말고 모두 적어 거기에 넣어주십시오.》

정양생들은 서로 마주보며 머리를 기웃거렸다. 이렇듯 훌륭한 조건에서 정양생활을 하는데 무슨 의견이 있겠는가.

그 의견함도 리성복이 내놓은것이였다. 그는 어제 정양소입소를 위한 후방일군들의 협의회 뒤끝에 행정부지배인에게 특별과업으로 의견함을 만들게 했다. 그리고 그 의견함에서 나오는 의견을 종합하여 걸린 문제들을 하나하나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정양생들이 차려놓은 음식을 맛나게 먹는 모양을 즐겁게 바라보던 리성복은 식탁뒤켠에 멀찍이 떨어져 서있는 행정부지배인 위재룡에게로 눈길이 갔다. 그러지 않아도 정양생들이 푸짐한 상을 차려준 그의 손을 겨우 잡아다 끌어앉혔는데 언제 보이지 않는 그늘속에 숨었는지… 어찌 보면 아련한 녀인같기도 한 위재룡의 웃는 모습은 꼭 만시름을 다 잊은 어머니같았다.

(어쨌든 진국이야.)

리성복은 기분이 흡족해가지고 맛나게 음식을 들고있는 정양생들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문뜩 이 멋쟁이 정양소건설에 아낌없는 땀을 바친 돌격대원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강병수, 김성일, 리동혁… 그들은 이 자리에 없다. 지금도 미륵령의 험한 산발을 톺아오르며 동발목을 끌고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건설한 이 훌륭한 건물에서 혁신자들이 최상의 대우를 받으며 정양생활을 한다는 그자체에서 행복을 느끼고 긍지를 느낄 그런 사람들이다. 리성복은 아릿해오는 마음을 달래며 부비서에게 어서빨리 문화회관기술원을 불러 좋아라 어쩔줄 모르는 정양생들의 행복한 모습을 록화화면에 담으라는 과업을 주었다. 그랬다가 후방물자를 싣고 탄광으로 가는 차에 올려보내여 돌격대원들에게 보여줄 생각이였다.

이튿날은 휴식일이다. 리성복이 일과대로 하려면 아침부터 사무실에 문을 닫아매고 책을 보는것이 정상일것이다. 하지만 오늘만은 그럴 시간적여유가 없었다. 어제 발전소 후방과에서는 종업원들에 대한 월동용석탄공급을 끝냈다. 사실은 월말전력생산이 긴장한 때여서 기사장을 비롯한 행정간부들이 휴식날이지만 종업원들이 출근하도록 하자고 행정간부회에서 제기하는걸 리성복이 단호히 취소시켰다. 그는 월말전투니, 분기말계획이 긴장하다느니 하면서 로동자들의 휴식날까지 침범해서는 안된다고, 그런 땜때기식으로 일해서는 로동자들의 로동의욕을 불러일으킬수 없다고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지금은 마가을인데 집에서 세대주들이 할일이 오죽이나 많겠는가, 월동용석탄도 찍어야지 안해들의 힘에 부치는 김치독도 꺼내 소독도 해야지.… 이런 때 로동일로 선포하면 몸은 공장에 있어도 정신은 집에 가있을것은 뻔한 사실이였다. 그럴바엔 래일 푹 쉬면서 월동준비를 하라고, 그다음 거뜬한 마음으로 성수를 내서 월말전투를 벌리자고 호소하는것이 로동자들도 좋고 발전소에도 유익할게 아니겠는가.

리성복은 여느 출근시간보다는 한 삼십분 늦어 작업복을 입고 집을 나섰다. 집에는 군관학교를 졸업하고 휴가차로 온 아들이 이미 월동용석탄을 찍어놓은지라 집안일에 발목을 붙잡힐 일은 없었다.

그는 느적느적 뒤짐을 지고 발전소사택을 흐뭇하게 둘러보며 걸었다. 휴식날이라 발전소사택마을은 명절날처럼 흥성이였다. 어느 집에서는 벌써 앞마당에 무둑하니 석탄을 이겨놓고 량주와 아이들까지 떨쳐나 석탄을 찍고있다. 또 어떤 집에서는 해가 동암산마루에 퍼진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담배질인가고 아낙네의 가벼운 지청구도 들려온다. 리성복은 그 집 대문을 열고 들어가 아낙네의 편역을 들어줄가 하다가 그냥 스치고말았다. 보매 잔소리가 많은 녀인인것 같다. 세대주가 휴식날 늦장을 부릴수도 있지 지나치게 옹알거릴 필요가 있는가, 이렇게 두릿두릿 돌아보며 한동안 걷던 그는 어느 한 집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 집은 령창탄광으로 탄광지원돌격대를 나간 리동혁의 집이였다. 리동혁은 유일하게 총각으로 새로 지은 살림집을 받은 사람이다. 몇달전 발전소에서는 황남도에 홀로 사는 어머니를 두고 발전소로 탄원해온 제대군인 리동혁에게 살림집을 배정하고 자동차를 보내 어머니를 모셔오게 했던것이다. 리성복이 리동혁의 집을 방문하게 된 목적은 남자손이 모자라는 그의 어머니를 도와 월동용석탄을 찍을 결심에서였다.

리성복은 널판자로 키낮게 만들어 단 대문을 열고 마당으로 들어섰다.

《주인님 계십니까?》

이윽고 부엌문이 열리며 칠순에 가까운 늙은이가 《누구요?》 하며 나왔다.

《제 발전소에서 왔습니다.》

《예, 어서 오십시오.》

동혁이 어머니는 반색하며 마중나왔다. 리성복은 집안팎을 둘러보았다. 아직은 새로 이사를 하다나니 집마당이 어설픈게 정돈할 일이 많았다. 이런 때 리동혁이 탄광돌격대로 나갔으니 오죽이나 남자손이 필요했으랴. 리성복은 미리 찾아보지 못한 자신을 후회하면서 오늘은 손을 걷어올리고 탄도 찍고 집안팎을 깨끗하게 정돈해주리라 마음다졌다.

《어머니, 아들이 없으니 애로되는게 많겠습니다.》

《일없습니다. 어제는 후방과에서 석탄을 실어다주고 또 며칠전에는 김장용젓갈까지 공급해주니 불편한게 없습니다.》

동혁의 어머니는 손까지 저으며 진정 감심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습니까. 어머니, 조금이라도 불편한 점이 있으면 공장후방과에 찾아가십시오.》

동혁의 어머니는 낯모를 사람이 무엇때문에 자기 집을 찾아와 친절히도 집걱정을 해주는지 알수 없는듯 머리를 기웃거렸다. 그 심정을 눈치챈 리성복이 흔연히 말했다.

《오늘은 휴식날이 아닙니까. 어머니와 함께 석탄을 찍어드리자고 왔습니다.》

《그럼 공장후방과에서 오셨수?》

《예. 어머니, 어서 물이나 떠오십시오. 석탄도 물에 푹 잠재웠다가 빚어야 헐하지요.》

리성복은 집토방 한쪽켠에 세워져있는 삽을 찾아들고 석탄무지로 다가가 무지가운데 깊숙이 자리를 내였다. 한동안 고마움에 젖어 서있던 동혁의 어머니가 혀까지 차며 부엌으로 들어가 물을 떠들고 나왔다.

《한 댓초롱은 먹을겁니다.》

한동안 걸싸게 삽질을 해대고난 리성복은 허리를 펴며 말했다. 그새 청년돌격대와 함께 정양소건설을 하면서 몰탈이기기와 미장조력을 많이 한 그여서 석탄이기는것쯤은 문제로 되지 않았다. 동혁의 어머니는 어느새 큰 사발에 무둑히 삶은 고구마를 들고나와 리성복에게 권했다.

《이 고구마를 맛보시우. 이사올 때 집에서 캐가지고온거라우.》

리성복은 사양치 않고 고구마를 받아들고 토방에 앉았다.

《그럼 허리나 좀 펴고 할가. 어머니, 고향생각이 나지 않습니까?》

그의 스스럼 없는 질문에 동혁이 어머니는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왜 안 나겠수, 한생을 정붙이고 살아온 고장인데. 나한텐 자식이라고는 동혁이 하나뿐이우다. 령감이 십년전에 불치의 병으로 돌아가고 나니 믿을데라고는 아들녀석 하나뿐이였수다. 그래 아들녀석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렸지요. 헌데 아들녀석이 제대되여 고향으로가 아니라 화력발전소로 탄원해왔지요. 처음엔 욕도 많이 했습니다. 에미도 모르는 후레자식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다가 아들에게서 온 편지를 받아보고야 그 욕 그만두었수다.》

동혁의 어머니는 두고온 고향을 그려보는지 한동안 말을 끊었다. 리성복도 그의 이야기에 한껏 끌렸던지라 무거운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잠시 동안을 두었던 그가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편지내용은 대략 이러하우다. 아들녀석의 중대사관장을 하던 서봉철이라구, 거게서두 알거우다. 우리 집에 찾아와 아들녀석을 대신하여 수고를 많이 하우다. 그 사람이 제대되면서 대학추천도 마다하고 아버지처럼 전력생산자가 되겠다고 발전소로 왔다더군요. 그러면서 전력공업은 인민경제의 선행관이라는것, 나라의 긴장한 전기사정으로 우리 장군님께서 걱정하신다며 그래서 자기도 사관장동지처럼 화력발전소로 탄원해간다는것이였수다. 그러면서 고난의 행군 때 전기가 모자라 농사철에 양수기로 물을 퍼올리지 못해 어머니가 얼마나 안타까와했는가, 어머니도 귀중하지만 전기 역시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것이기때문에 이 아들은 사관장동지를 따라나섰다는것이우다. 나두 감동이 커 편지를 받자마자 이 어머니 걱정을 말고 일을 잘 하라고 회답편지를 보냈지요. 그래 아들이 장가나 가면 따라와 뒤바라지나 하자고 생각했는데 불쑥 자동차를 끌고와 이사짐을 싣자는것이 아니겠소. 그래 발전소에 집이나 있기에 그러는가고 물었더니 총각이 새집을 받기는 자기가 처음이라며 당비서동지가 어머니를 모셔오라고 했다면서… 그래 인츰 시간을 내서 당비서어른을 찾아가 인사를 할 차비우다.》

리성복은 뜨거운것이 목안에 꽉 차올라 동혁의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이 어떤 사람들과 함께 전력을 생산하는지 다시금 새롭게 느꼈던것이다. 처음 리동혁이 자기의 군사복무시절 사관장을 따라 여기 발전소로 왔다는 사실은 귀동냥해 들었던 기억이 있지만 이처럼 고향에 홀로 계시는 어머니를 두고왔다는 사실은 구체적으로 모르고있었던것이다. 리동혁의 소행도 감동스럽지만 칠순이 가까운 나이에 전력생산자가 된 아들을 위해 정든 고향도 마다한 어머니가 더 돋보이였다. 이런 훌륭한 사람들과 같이 일하는 내나 우리 일군들이 오늘보다 더 뛰고 뛰여 이들이 생활에 자그마한 불편도 없이 한생 인연을 맺은 전기를 마음껏 생산할수 있도록 하는것이 자기의 임무라는 자각을 새롭게 가지게 되였다.

리성복이 한창 구멍탄을 찍고있을 때 서봉철이 삽을 둘러메고 마당으로 들어서고있었다. 그는 열심히 탄을 찍는 당비서의 모습을 바라보고는 놀라는 기색도 없이 푸접좋게 롱을 걸었다.

《비서동지두, 날 빼놓고 슬쩍 오면 내 모를줄 압니까? 이크, 힘든 일은 다 해치웠군요. 동혁이 어머니에게서 칭찬받기는 코집이 글렀군.》

《그렇게 굼벵이 천장기듯 해서야 어느 세월에 날 따라다니겠나. 자,이젠 동무 몫이니 늦은 봉창을 하라구.》

리성복은 봉철에게 탄기계를 넘겨주었다. 탄기계를 받아든 봉철은 리성복보다는 두배나 빠르게 그야말로 팽이돌듯 하며 탄을 찍었다.

두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지켜보던 동혁의 어머니가 황급히 리성복에게로 다가오며 죄를 진 사람처럼 허리를 굽신하며 사죄했다.

《아이구, 이 늙은게 비서동지두 못 가려보구 체신머리없이 굴었으니 용서하우다.》

더 바빠난것은 리성복이였다. 그는 불시에 돌변해진 동혁의 어머니의 태도에 어떻게 대할지 몰라 허둥이였다.

《어머니, 제발 이러지 마십시오. 당비서가 벼슬자리는 아니니 좀전처럼 허물없이 대해주십시오.》

서봉철은 그러거나말거나 부지런히 탄을 찍었다. 벌써 탄무지를 절반이나 허물어버렸다. 그 걸싼 일솜씨에 당비서도 동혁의 어머니도 혀를 찼다. 두사람은 점심시간전에 한마당 가득하게 석탄을 찍어놓았다. 동혁의 어머니가 점심밥을 자시고 가라고 팔소매가 떨어져나갈 정도로 붙잡았지만 두사람은 후에 다시 오겠다며 동혁의 집을 나섰다.

서운한 기색으로 그들을 바래던 동혁의 어머니가 무슨 생각이 들어서인지 봉철이가 듣지 못하게 저쪽으로 당비서를 데려가 귀속말로 속삭였다. 기다리던 봉철이 동혁의 어머니와 헤여져오는 당비서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묻자 비서는 《비밀이야.》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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