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페지로
날자별열람


제 28 회


제 4 장


전류는 흐른다


1



2호발전기회전자축복구의 첫 용접불꽃이 튀게 될 날이 밝았다.

아침출근길에서 서재필은 아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봉철아, 자신있겠지?》

《잘해내겠습니다, 아버지.》

그들은 어제 밤 뜬눈으로 밤을 새웠었다. 오금녀가 남편과 아들의 첫 용접성과를 기대하여 여느때없이 일찍 전등불을 껐지만 두사람은 가슴이 마냥 부풀고 심장의 박동이 높아 이리저리 궁싯거렸다.

서재필은 이번 용접작업이 자신의 한생을 총화짓는 마당으로 될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마치 오늘의 이 용접작업을 위해 한생 남들이 이루지 못한 용접기술을 련마해온듯싶었다. 믿음은 받아안을수록 그 보답의 무게도 배로 커야 한다고 서재필은 생각했다. 그는 2호발전기회전자축용접의 담당자로 자기와 아들이 선출되였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 믿음이 너무 크고 고마와 아들에게 울면서 말했다.

《봉철아, 우리 집은 지금껏 나라의 덕만 입었지 그 고마운 조국을 위해 피 한방을 바친 사람이 없다. 하지만 당위원회에서는 우릴 믿구 그 책임적이고 영예로운 과업을 스스럼없이 맡겨주었으니… 봉철아, 내가 쓰러지면 네가 대신해서라도 용접은 끝까지 해내야 한다. 우리가 떨구는 용접물 한점한점엔 우리 가문의 충정이 비껴야 한다는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는 5월17일보수지휘부에 찾아가 한달보름으로 잡은 용접기일을 절반으로 줄일 대담한 계획안을 내놓았다. 그의 혁신적인 안은 또다시 사람들을 놀래웠다. 그 안이란 보조용접공인 아들과 서로 마주앉아 동시에 용접작업을 진행한다는것이였다. 그것은 단순하면서도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있었다. 그런 경우 용접작업장 실내온도는 70~80도씨까지 올라간다. 결론은 용접공들이 오랜 시간을 꽤 견디여낼수 있겠는가 하는것이였다.

서재필은 이 문제에 대해서도 깊이 따져보았다. 그는 한생을 뜨거운 증기와 싸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로를 세우지 않은 상태에서 수많은 승수관과 과열관을 용접해왔었다. 하지만 그때는 고열상태가 단 몇분사이였지만 이번에는 70도씨이상이나 되는 열속에서 장시간을 건디여내야 했다. 서재필은 그 안을 제기할 때 이 문제를 충분히 고려해보았고 또 자신의 인내력과 의지력을 믿고있었던것이다.

만약 그들이 지금의 안대로 용접기일을 절반으로 단축해준다면 2호발전기복구의 다음공정은 충분한 시간적여유를 가지고 원만하게 진행할수 있게 된다. 5월17일보수지휘부에서는 심중히 토론한 끝에 그들의 결심을 지지해주기로 했다.

서재필은 출근길마감에 이르러 또다시 아들에게 강조했다.

《봉철아, 명심해라. 용접시 티끌만 한 내부기포나 미세한 잔균렬도 허용해서는 안된다.》

《알겠어요. 그런데 아버지, 전 아버지가 고열속에서 견디여내겠는지 저어됩니다. 나야 젊었지만…》

《난 견디여낸다. 봉철아, 이 아버진 이번 용접으로 인생을 깨끗이 총화지으련다.》

봉철은 근엄해진 눈길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아버지, 난 아버지를 믿어요. 우리의 용접이 성공하는 그날이 오면 난 세상에 대고 소리높이 자랑하겠어요. 우리 아버진 로동자였다고!)

그랬다. 로동자인 아버지를 둔 긍지가 하도 소중해 군사복무시절은 물론 제대되여 고향으로 돌아와서도 아버지자랑을 하고싶어서 몸살이 날 지경인 봉철이였다. 그래서 벌써 세번째나 공장문화회관에서 시 《나는 로동자의 아들이다》를 읊어 관중의 심장을 꽉 틀어잡았다. 시구에도 있듯이 로동자의 이름은 수령님 계시여 빛나는 내 조국의 자랑이고, 로동자의 삶은 수령님과 떨어져선 순간도 못사는 운명이라는 심오하고 철학적인 대목에서는 정말이지 온몸이 시어가 되여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마음속 한켠으로는 서운한 감정도 없지 않았다. 나도 언제면 시인처럼 세상에 대고 《나는 로동자의 아들이다》라고 정말로 자랑할수 있을가? 그날은 멀지 않았다. 이제 아버지는 한생을 바쳐 쌓은 용접기술로 숨죽은 2호발전기를 살려낼것이다.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봉철은 터질듯 부푼 가슴을 달래며 아버지를 앞세우고 작업장으로 들어갔다.

2호발전기회전자축용접이 진행되는 공무직장작업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붐비였다. 회전자축이 놓여있는 이곳에 림시로 가설건물을 설치해놓았다. 그리고 그 안에 가열된 상태에서 용접을 하기 위해 전열기를 켜놓았다. 실내온도가 높을수록 용접의 기술적요구에는 긍정적인 영향이 미친다.

리성복은 이른아침부터 용접장에 들어가 거의 한시간가량 앉아보았다. 마치 한증탕에 들어선듯 했다. 여기에 두대의 용접기가 동시에 가동하면 그 온도가 급격히 올라갈것이다. 그 고열속에서 년로한 서재필이 견디여낼수 있겠는지 걱정되였다. 인간의 인내력과 의지력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이제 해야 할 용접은 승수관이나 과열관용접처럼 단 몇분내 끝내는것이 아니다. 높은 온도속에서 장시간 수많은 용접봉을 소비해야 하는 어려운 과업이다.

리성복은 이 문제를 두고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보았다. 서재필은 심중한 사람이다. 그는 그 어떤 즉흥적인 결심에서 이런 안을 내놓지는 않았을것이다.

그가 고열과의 어려운 싸움을 생각지 못하고 이런 결심을 내렸겠는가? 아니다. 그는 이미 각오했을것이고 또 이겨낼수 있다는 자신심을 가지고있는것이다. 믿자, 그는 이 싸움에서 꼭 승리자가 될것이다!

리성복은 서재필을 믿었다. 그는 용접작업시 용접공들의 최대안전을 위해 작업장곁에 유능한 의료대를 대기시켜놓았고 후방부서에 과업을 주어 그들의 후방사업문제까지도 구체적인 대책을 세워두었었다.

2호발전기회전자축의 용접은 오전 9시에 시작하게 되여있었다.

서재필이 아들과 함께 공무직장작업장에 들어서자 공장기동예술선동대원들이 그들에게 꽃목걸이를 걸어주고 꽃다발을 안겨주었다. 이어 힘있는 취주악의 선률이 작업장을 꽉 채웠다.

서재필은 꽃다발을 가슴에 안고 경건한 눈길로 모여온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크나큰 믿음과 기대, 강렬한 선망의 빛이 실린 수십쌍의 눈길들이 그들 두사람에게로 쏠렸다.

서재필은 이 순간 검불처럼 느껴지던 자기의 존재가 거대한 산을 안은듯 크고 무거워졌음을 깨달았다. 그의 두눈에는 진한 액체가 축축히 고여올랐다. 그는 사람들을 향해 마음속으로 웨쳤다.

(우리를 믿어주시오. 이 한몸을 초불처럼 깡그리 태워서라도 동지들의 기대와 믿음에 꼭 보답하겠습니다!)

취주악이 멎자 리성복이 작업장한가운데 있는 작업대우에 올라섰다. 그는 모여선 사람들을 둘러보며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동무들, 오늘 우리는 2호발전기회전자축복구의 첫 용접불꽃을 날리게 됩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우리 화력발전소의 전체 종업원들을 대표하여 서재필동무와 서봉철동무에게 가장 뜨거운 고무의 인사를 보내는바입니다!》

모여선 사람들이 손바닥이 깨져나가라 열렬하게 박수를 보냈다. 그들속에는 지련희의 모습도 있었다. 지련희는 서봉철과 눈길을 마주하자 정찬 미소를 보냈다.

청중이 조용해지자 리성복의 연설은 다시 이어졌다. 그는 주머니에서 편지 한장을 꺼내들었다.

《동무들, 어제 성에 올라갔던 기술발전부기사장동무가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있는 지배인동무를 찾아가 만났습니다. 지배인동무는 당면한 전력생산과 2호발전기복구에 떨쳐나선 일군들과 종업원들에게 인사를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럼 이 자리에서 서재필동무에게 써보낸 지배인동무의 편지내용을 공개해드리겠습니다.》

박수소리가 또다시 울렸다.

리성복은 그들에게 후더운 미소의 눈길을 보내며 편지내용을 읽었다.

《서재필동무, 축하합니다. 년로보장을 받고 집에 들어갔던 동무가 발전소를 잊지 않고 균렬이 간 2호발전기회전자축을 용접의 방법으로 복구할 안을 제기하였으며 그 무겁고도 책임적인 용접을 스스로 맡아안고 공장에 다시 나왔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을 때 정말이지 동무를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하였습니다.

서동무, 이렇게 침상에 누워 기적과 혁신으로 들끓는 화력발전소의 분위기와 불타는 애국의 마음을 끓이며 2호발전기회전자축복구에 달라붙은 동무들을 그려보느라면 속이 끓어 당장이라도 달려가고싶은 심정입니다.

서동무, 공장에 있을 때 동무의 마음을 몰라주고 진정 뜨겁게 대해주지 못한것이 자책됩니다. 전기불꽃같은 강렬한 빛을 뿜는 동무의 공장애에 머리가 숙어집니다. 난 동무가 성과적으로 용접을 끝마쳤다는 소식이 있기를 분분초초로 기다리겠습니다. 동무는 수천명 화력발전소종업원들의 기대에 꼭 보답할것이며 동무가 바라고바라던 마음속 소원도 꼭 성취되리라 봅니다. 전투적인사를 보냅니다.》

리성복은 흥분된 어조로 편지의 마지막글줄을 읽었다. 편지내용은 사람들의 심금을 세차게 울려주었다.

리성복은 다시금 청중을 향해 소리쳤다.

《동무들, 오늘의 용접불꽃은 2호발전기복구전투의 첫 포화로 될것이며 그 포화는 머지않아 발전기의 힘있는 동음으로 울려퍼질것입니다. 우리모두 더 높은 전력생산성과로 경애하는 장군님께 기쁨의 보고, 충정의 보고를 올립시다!》

그는 작업대에서 내려 사람들속을 헤치고 서재필과 서봉철에게로 다가갔다.

《서동무, 부탁합니다!》

《비서동지!》

서재필과 서봉철은 단조대에 놓인 시뻘겋게 단 쇠덩이처럼 달아오른 가슴을 안고 용접장에 들어갔다.

서재필은 왼손에 용접고대를 틀어쥐고 회전자축에 첫 용접물을 떨구었다.

《뿌지직-뿌지직!》

용접아크가 축포마냥 불꽃을 세차게 일으켰다. 그는 용접면보호유리막으로 용암처럼 녹아내리는 용접물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불현듯 용접물의 녹음점에 어머니의 모습이 언뜻 비쳐졌다. 어머니는 세상에 나서 이렇듯 크고 장한 일을 하는 아들을 눈물이 글썽한 눈으로 대견히 여겨보고있었다.

서재필은 어머니와 마음속 대화를 나누었다.

(아, 어머니. 어머니는 이 아들이 한생소원을 성취하고 돌아오기를 이제나저제나 기다리고계시지요. 하지만 어머니, 전 이제 죽어 한이 없습니다. 어머니도 보고계시지요. 난 인생말년에 동지들과 집단의 사랑과 믿음속에 이렇게 무겁고도 책임적인 임무를 수행하고있습니다. 어머니! 이 아들은 그 어려운 임무를 수행하고 어머니앞에 떳떳이 서겠으니 기다려주십시오!)

용접봉을 교체할 때마다 가끔 마주한 아들이 후더운 눈길로 자기를 바라보고있음을 서재필은 느꼈다. 그 눈길에 실린 간절한 기대, 또 불을 토하는듯 한 호소, 금시 폭발할듯 충만된 열의가 짙게 실려있음을 아버지는 읽을수 있었다.

아들이 어련하겠소만 서재필은 마음속으로 다시금 출근길에서 한 당부를 대뇌였다.

《봉철아, 우리 집은 지금껏 나라의 덕만 입었지 그 고마운 조국을 위해 피 한방을 바친 사람이 없다. 하지만 당위원회에서는 우릴 믿고 그 책임적이고도 영예로운 과업을 스스럼없이 맡겨주었으니… 봉철아, 내가 쓰러지면 네가 대신해서라도 용접은 끝까지 해내야 한다. 우리가 떨구는 용접물 한점한점엔 우리 가문의 충정이 비껴야 한다는것을 명심해야 한다!》

서재필의 이 당부가 다시금 아들의 몸으로 흘러들어갔는지 한점한점의 용접물을 피방울처럼 떨구고있다.

용접시간이 흐름에 따라 용접장실내온도는 급격히 올라갔다. 두대의 용접기가 내뿜는 열기는 용접실을 단시루속처럼 만들어놓았다. 숨쉬기가 가빠났고 온몸에 진땀이 샘솟듯 했다. 쩝쩔한 땀물이 눈과 입에 막 쓸어들었다. 눈알이 쓰려나 용접물을 볼수가 없었다.

아들은 목에 두른 수건으로 연방 땀을 훔쳐낸다. 그러다가는 아버지가 걱정스러운지 또 넘겨다본다.

(녀석두, 그저 아버지 생각뿐이라니까. 봉철아! 이 애빈 그렇게 쉽게 쓰러질 사람이 아니다, 너도 느끼겠지만 봐라, 용접물이 얼마나 잘 용착되냐, 다신 이 애비걱정에 헛는 팔지 말아.)

서재필은 아들에게 무언의 대화를 던지며 처음 용접자세그대로 용접에 온 정신을 쏟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두사람은 거의 동시에 용접고대를 손에서 놓았다. 용접가스가 통기구멍으로 굴뚝연기처럼 쓸어나갔다. 각기 자기가 맡은 구간에 10미리메터두께의 용접물을 먹였다. 이제는 손망치로 용접부위를 두들겨 슬라크를 떼내고 내부응력을 해소시켜야 했다.

《탕탕!-》

《탕탕!-》

여문 망치소리가 겨끔내기로 울려퍼졌다.

리성복은 용접작업장밖에서 흐뭇하게 망치소리를 들었다. 그는 곁에 서있는 석남흥에게 물었다.

《시간이 얼마나 걸렸소?》

《10미리용접물을 먹이는데 두시간삼십분이 걸렸습니다.》

《그러니 하루 20미리는 자신있겠소?》

《그렇게 될것 같습니다. 내부응력을 해소시키는데 서너시간은 잘 걸립니다.》

리성복은 머리속으로 속구구해보았다. 서재필이 하루 20미리의 용접물을 녹여준다면 그들이 결의한 날까지는 얼마든지 용접작업을 끝낼수 있었다. 망치소리는 순간도 멈춤없이 들려왔다. 마치도 서재필의 마음속심정을 그대로 담은듯이…

리성복은 온 하루 용접작업장밖에 서있었다. 머리속으로는 이제 해야 할 일들이 하나하나 정리되여나갔다.

그는 2호발전기회전자축복구의 가능성을 백프로의 승산을 가지고 믿고있었다. 2호발전기가 살아나 자기의 동음을 힘차게 울리려면 석탄이 있어야 한다는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탄광들에서 지금처럼 석탄을 보장해서는 2호발전기를 살려내도 석탄이 부족하여 가동할수 없는 형편이였다. 무엇보다도 석탄부터 해결해야 했다.

리성복은 요즘 석탄때문에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탄광중에서도 령창탄광의 석탄생산이 제일 걸렸다. 령창탄광의 석탄생산이자 영천화력발전소의 전력생산이라고 말할수 있다.

현재 령창탄광의 석탄생산량은 여전히 시원치 못했다. 화력발전소의 일군들이 계획된 량의 석탄을 보장해달라고 하소연도 해보고 때로는 피대를 돋구며 열을 올렸으나 석탄생산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였다.

2호발전기가 복구되여 정상가동하자면 현재보다 수백톤의 석탄을 더 보장받아야 한다. 하지만 령창탄광의 현존생산능력을 가지고서는 2호발전기가동에 필요한 석탄을 대줄수 없다는것은 두말할것도 없었다.

리성복은 며칠전에 탄광에 올라가 령창탄광의 석탄생산실태를 구체적으로 알아보았다. 탄광에 걸린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였다. 로력도 걸렸고 자재도 모자랐다. 그중에서도 석탄생산용 동발목이 난문제였다.

탄광에서는 모자라는 동발목을 자체의 힘으로 해결해보려고 탄광에서 30리나 떨어진 미륵령에 채벌지를 받아놓았다. 하지만 동발목을 끌어내릴 로력이 없어 속수무책으로 지내고있었다. 현재 탄광로력을 가지고 석탄계획을 하재도 숨찬데 어디서 그 로력을 받는단 말인가?

리성복은 발전소로 내려오면서 탄광에서 애를 먹고있는 동발목을 해결해주리라 맘먹었던것이다. 그가 세운 계획은 빠른 시일에 150명규모의 탄광지원돌격대를 무어 령창탄광에 내보내여 적어도 반년분의 동발목을 끌어주는것이였다. 그렇게만 되면 령창탄광은 동발목지장을 받지 않고 동기석탄생산을 밀고나갈수 있을것이다. 그리고 발전소기동예술선동대를 탄광에 자주 내려보내여 경제선동도 힘있게 벌릴 생각이였다.

이 모든 계획은 아직 혼자의 생각이여서 기사장을 비롯한 행정일군들과 구체적으로 토론해보아야 했다.

그런데 저녁무렵 막 작업장을 떠나려는 순간 용접물의 부착상태를 검열하려고 용접장에 들어갔던 기술준비실의 두 기사가 수군수군거리는 소리가 리성복의 귀에 들어왔다.

《역시 서재필아바이가 귀신은 귀신이구만. 아무리 감마촬영기를 들이대고 봐야 바늘구멍만 한 기포도 없잖나.》

《거야 물론… 하지만 아직 완전히 마음놓긴 이르네. 어느 한순간에 까딱 실수해서 기포를 내기만 하면 끝장일세.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거던.》

불끈해난 리성복은 당장 그 떨보기사를 불러세워 호되게 닦아세우려다가 입술을 깨물었다. 저런 위구를 아직도 못 버리고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게 공장안에 있다면?… 그길로 리성복은 기사장을 찾아들어가 대뜸 이렇게 물었다.

《내 괜히 의심해서 하는 소린 아니오만… 진심으로 대답해주오. 혹시 마음속 한구석에 〈만약 실패하는 경우엔?〉 하는 불안이 조금이라도 있지 않소?》

기사장 명인국은 한동안 퀭해서 리성복을 쳐다보더니 슬그머니 얼굴을 붉혔다.

《한땐 그랬지만 전 오늘 침착하고 자신만만한 서아바이를 보고 확정적으로 믿게 되였다는것을 다짐합니다.》

그 말은 진심이였다. 명인국은 2호발전기복구를 위한 용접공선출때 서재필을 제외시킨것으로 하여 당비서와 의견상이가 있은 후로는 그를 대하기가 몹시 면구스러웠다. 그는 이즈음에 와서야 자기가 서재필에 대해 편협한 생각을 가졌었다는것을 스스로 인정했다. 사실 오늘 아침도 용접작업장에 나가긴 했어도 서재필을 대하기가 거북스러워 고무의 말 한마디 던지지 못했다.

서재필이 기술코대를 세운다는 몇몇 일군들의 말을 듣고 본인의 의사도 묻지 않고 년로보장수속을 시킨 사람이 바로 자기였다. 그뿐인가. 서재필에 대한 지용수국장의 불쾌한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여 용접공선출때 만사람의 찬성에도 불구하고 그를 제외시켰던것이다. 생각할수록 자신이 혐오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는 2호발전기용접안이 제기되였을 때에도 서재필을 믿지 않았다. 외국에서 수입하는 길이 안전하다는 지용수국장의 의견을 주린창자 달래듯 덥석 받아들이는 길을 택하였던것이다. 이제 2호발전기가 서재필의 용접에 의해 복구되면 그는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게 된다. 이런사정은 2호발전기복구를 위해 입술이 터갈라져 뛰여다니는 당비서를 대할 면목이 더욱 없게끔 만들었다. 그는 자신을 이렇게 규정지을수밖에 없었다. 남의 장단에 춤을 추는 꼭두각시! 하다면 그 꼭두각시놀음은 어떻게 되여 시작하게 되였는가? 무엇을 바라고?…

그는 지금껏 자신에 대한 우월감이 정도이상으로 높았었다. 순간도 멈추지 말고 조국의 부강번영을 추동하는 힘을 창조해내는 이 거대한 화력발전소를 끌고나간다는것이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현재 지배인이 없는 상태에서도 휘친거리지 않고 성적으로 앞선 단위로 인정을 받고있으니 화력발전소를 책임진 지휘일군의 능력이 이것이면 됐지 더 무엇이 필요된단 말인가. 지용수의 말을 빌면 성에서도 기사장에 대한 평가가 좋다는것이 아닌가. 그래 어깨가 더 으쓱해져 성의 지시라면 무작정 받아들였던것이다. 2호발전기복구문제도 그렇다. 처음 서재필이 용접안을 내놓았을 때 그 인간을 믿지 않았을뿐더러 수입안이 안전하다는 지용수국장의 장단에 맞추어 춤까지 추었다. 결국은 어떻게 되였는가. 서재필의 용접안은 만장일치로 지지를 받아 그 실현단계에 들어가지 않았는가. 방금전에 들려오던 용접아크소리는 그대로 자기 가슴을 지져대는 용접처럼 느껴졌다.

명인국은 오늘에 와서야 자기 만족에 싸여있던 거품같은 자신의 존재가 순간에 증발되여 사라져버렸음을 인정하게 되였다. 원인은 명백했다. 국가의 리익보다도 자신의 명예와 출세에 더 왼심을 쓴 공명주의와 웃기관사람들의 비위나 맞추면서 살얼음장을 타고 건느는듯 한 극단한 보신주의의 결과물이 바로 서재필과 같은 인간을 배척하게 된 요인이라고 그는 생각하였다. 이제 어떻게 머리를 들고 서재필을 바라볼수 있단 말인가.

그의 심리적고충을 넘본듯 리성복이 은근한 목소리로 전혀 왕청같은 화제에로 넘어갔다.

《기사장동무, 내 일전에도 말했지만 령창탄광의 석탄생산을 끌어올리지 않고서는 동기전력생산을 보장할수가 없소. 이제 2호발전기동음이 울릴 날도 멀지 않았는데 그 어떤 혁신적인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겠소?》

명인국은 선뜻 대답을 할수가 없었다. 그도 령창탄광의 석탄생산때문에 혈압이 튈 지경이였다. 오늘 아침도 탄광지배인과 석탄문제를 두고 쌈싸우듯이 목청을 돋구어 전화를 했다. 그는 전화뒤끝에 탄광지배인에게 화력발전소에 석탄을 제정량 보장하지 못해 전력생산이 떨어지면 그땐 법앞에서 시비를 가르자고 단단히 으름장을 놓았다. 탄광지배인도 배짱이 여간 아닌지라 법앞에 나서서 이 문제가 해결될수만 있다면 열두번도 흔연히 법앞에 나서겠다고 맞섰다. 명인국은 화가 동해 전화통이 깨져라고 송수화기를 놓았다.

리성복은 명인국에게 자기의 생각을 터놓았다.

《내 탄광에 나가보니 동발목이 제일 걸렸더구만. 그래서 난 탄광지원돌격대를 무어 령창탄광에 나가 동발목을 끌어주면 어떨가 하는 생각인데 기사장동무의 의견은 어떻소?》

명인국은 리성복의 제의에 선뜻 동의할수가 없었다.

《비서동지, 우리 발전소도 로력이 긴장하지 않습니까. 나도 탄광지원을 생각하고있습니다. 그래 후방과에 과업을 주어 돼지도 몇마리 준비하고 직장들에 탄광소공구생산도 포치해놓았습니다. 그렇지만 로력만은 여유가 없습니다.》

기사장의 말은 옳았다. 요즘 발전소도 로력이 몹시 긴장하다. 매 직장단위들에서 젊은 로력들은 청년돌격대에 나가있어 이제 더는 로력이 나올데가 없다.

리성복이 이런 사정을 모르는것이 아니였다. 그는 현재 청년돌격대의 로력을 통채로 탄광지원돌격대로 보낼 생각이였다. 요즘 정양소건설과 전자도서열람실건설은 마감단계에서 진행되고있었다. 이런 상태에서 정양소와 전자도서열람실내부망공사는 건설직장에 넘겨도 크게 지장이 없을것 같았다. 다만 이제 착공하게 될 수영장공사가 지연될따름이다. 하긴 수영장공사도 다 전력생산을 높이자고 하는것이 아닌가.

리성복은 천천히 도리머리를 저었다.

《물론 돼지나 소공구들도 탄광에선 필요할게요.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탄광의 석탄생산을 크게 추세울수 없소. 내 생각에는 정양소마감공사에 동원된 청년돌격대를 탄광에 뽑고 건설직장에서 공사를 마감짓게 하자는 의견이요.》

리성복이 내놓은 안은 참으로 건설적인 안이였다. 그렇게 되면 현행생산에 종사하는 로력을 뽑지 않아도 될것이였다.

명인국은 솔직히 탄광지원돌격대를 무어 령창탄광에 보내는 그 자체안에 의견이 없지 않았다. 사실 화력발전소가 부득부득 로력까지 내보내여 탄광을 도와주어 전력생산계획을 하라는 법은 없다. 발전소는 탄광에서 석탄을 보내준만큼 전력생산을 보장해주면 그만이다. 석탄이 모자라 전력생산이 떨어졌다고 책임을 걸머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없는 로력까지 짜내서 도와주어야 하는가?

그 속구구를 빤히 들여다보았는지 리성복이 다시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기사장동무, 발전소와 탄광은 서로 떼여놓을수 없는 긴밀한 련관단위가 아니요. 탄광이 석탄을 대주는것만큼 앉아서 헐하게 전기를 생산한다면 강성국가건설을 위한 선군시대 일군들의 일본새가 아니라고 보오. 탄광이 일어나야 발전소가 만부하로 돌아갈것이고 그래야 공장, 기업소들이 일떠설게 아니요. 저마다 기관본위주의를 하면 국가의 전반적경제는 어떻게 되겠소. 기사장동무, 탄광을 도와줄바엔 크게 도와줍시다. 그 친구들 정신이 번쩍 들게 말이요!》

명인국은 더 할말이 없었다. 일단 납득이 되고보니 당비서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못할것도 없었다.

(그래, 이것은 기업소본위주의에 앞서 내 머리속에 깊이 뿌리박혀있는 개인보수주의 근성이다. 하기야 한생을 두고 뿌리내린 그 근성이 하루이틀에 없어질가.)

명인국은 결심이 선듯 배심있게 대답했다.

《그럼 비서동지의 안대로 합시다. 하지만 탄광사람들에게 단단히 오금을 박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 친구들 재미들게 될가봐 그게 걱정입니다.》

리성복은 유쾌하게 웃었다.

《하하, 재미들게 된다!… 그러게 이번 기회에 그 재미를 뚝 떼버리게 하잔 말이요!》

두사람은 탄광지원돌격대를 령창탄광에 보내는 문제에 대해 합의를 보고 홀가분하게 퇴근길에 올랐다. 리성복은 어둠속을 잰걸음으로 걸으면서 자기의 결심이 얼마나 옳았는가를 다시한번 확인할수 있었다. 석탄문제를 미리 풀 대책을 세우는것은 미룰수 없는 일이였다. 그러나 보다는 일부 일군들과 종업원들속에 용접의 방법이 얼마나 확신성있는 일인가를 산행동으로 보여주어 모두다 분발하고 힘과 지혜를 거기에 보태도록 하기 위해서 석탄지원돌격대를 하루빨리 탄광에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사람들은 당위원회가 회전자축의 용접성공을 기정사실로 굳게 믿기에 그에 필요한 석탄확보작전을 미리 앞세워둔다는 신심을 가지고 더 용을 쓰게 될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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