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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4 회


제 5 장. 천리마휘장


6


전기로조작공실에는 그 누구도 들여놓지 않았다.

박상근과 김성남, 유진섭을 비롯한 몇명의 기술일군들과 낮교대로 나온 련심 그리고 교대를 인계해주고 남아있던 강선희뿐이다.

그 옆방인 종합지령실에는 중앙과 도에서 나온 책임일군들과 로동신문사, 텔레비죤방송을 비롯한 출판보도부문 기자들이 촬영기와 취재수첩을 꺼내들고 붐비고있다.

어떤 기자들은 자기들의 특수성을 내걸며 조작공실에 들어오려고 우기다가 밀려나고말았다.

로조작에 지장을 줄수 있기때문이다.

초고전력전기로주변과 강철직장안에는 시운전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일반 전기로들의 꼭대기와 곳곳에 세워진 철기둥, 옥내건물의 지붕, 천정기중기들 어디라없이 초고전력전기로가 잘 내려다보이는 곳이라면 빼놓지 않고 사람들로 차있다. 근무성원들이 아무리 물러서라고 고함치며 밀어내도 막무가내로 좁혀든다.

은백색도색을 한, 옛 고구려장수의 투구처럼 생긴 초고전력전기로앞에는 등색방열복차림의 조인철과 용해공들이 의젓하게 서있다.

하지만 유난히 사람들의 눈길을 끈것은 김성남과 로기술자들의 가슴에서 금빛으로 빛나는 천리마휘장이다.

약속은 하지 않았으나 그들은 3대혁명붉은기휘장과 나란히 천리마휘장을 달고나온것이다.

시운전 총지휘는 김성남과 동력부문을 책임진 유진섭이 맡았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군중들도 조용히 긴장해 서있다.

폭풍전야와 같은 고요가 흘러간다.

김성남이 시작하자고 신호를 하자 유진섭이 조작공에게 소리쳤다.

《전기 투입!》

수천수만의 눈길이 조작실에 쏠렸다.

낮교대에 나와 강선희와 교대를 바꾼 조작공 련심이 조절기를 돌린다.

그의 손이 떨리는듯 했다.

웅- 로용변압기의 동음이 웅글게 들려왔다.

군중들의 눈길이 변압기에 쏠렸다가 다시 조작실로 향한다.

김성남은 긴장한 시선으로 조종탁앞에 주런이 박혀있는 전압계를 살펴보았다. 전압계의 바늘이 예민하게 떨린다, 그의 마음처럼…

2차선전압은 3상대칭으로 정확하게 가리킨다. 안도의 숨이 나갔다. 눈길을 상전압계로 돌리였다. 순간 심장이 후두둑 뛰였다.

이게 웬일인가. 상전압이 비대칭으로 나오는것이 아닌가?

기술적견지에서 보면 2차선전압이 대칭인 조건에서 상전압은 무조건 대칭을 보장해야 정상이다. 혹시 결선이?…

김성남은 유진섭을 쳐다보았다.

유진섭은 종합지령실에 대기하고있던 변압기수리공을 찾아 로용변압기의 단자판을 바꾸어보라고 일렀다.

수리공이 다급히 로용변압기실로 뛰여간다. 군중들이 삽시에 갈라지며 길을 내준다. 수천의 시선이 그의 움직임을 지켜본다.

김성남의 긴장한 눈길은 여전히 전압계에서 떠날줄 모른다.

계기의 바늘이 움직인다. 그러나 상전압의 비대칭은 여전하다.

수리공이 단자를 바꿀 때마다 A상에서 B상으로 아니면 C상으로 옮겨갈뿐 조금도 해소되지 않는다. 눈앞이 캄캄해났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지난 시기 전기로를 시운전할 때와 방식은 같지 않는가?

다르다면 전압이 더 높아진것이고 자동화되였다는것뿐이다.

그런데 무엇때문일가?… 그러면 실패?…

김성남은 한순간 당황하여 눈을 감았다. 초고전력전기로건설의 나날들이 고속화면처럼 흘러간다. 위급한 아들의 수술립회에도 가지 않고 설계를 한 리규택이며 기어이 설계를 보장한 설계원들, 운명하는 순간 달마산에 묻어달라고, 초고전력전기로의 쇠물이 쏟아져나온다면 눈을 감아도 원이 없다던 어머님!

생명의 위험도 아랑곳없이 로밑에 들어갔던 박영재며 쓰러지면서도 설계를 완성한 리제일, 부르튼 손바닥에 딱총을 놓으며 기초를 까고 콩크리트를 타입한 돌격대원들과 달아오른 고데를 물에 식혀가며 용접을 보장한 제관공들!

나라의 큰 가마가 끓어야 가정의 작은 가마도 끓을수 있다고 하면서 밥투정하는 어린애들에겐 흰쌀밥을 먹이지 못해도 건설자들에게만은 음식을 정성담아 해이고 달려오던 강선의 녀인들!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인간들의 진심과 노력이 깡그리 바쳐진 초고전력전기로가 어떻게 실패할수 있단 말인가.… 아니, 절대로 그럴수 없다.

김성남은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머리를 기웃거리고있는 유진섭에게 말했다.

《진섭아바이, 침착하게 다시한번 해봅시다.》

유진섭이 고개를 끄덕이였다.

《상전압의 비대칭은 어떤 기술적원인에 기인되는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어떤 파국적후과가 초래되는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먼저 수동식으로 부하를 계속 걸어보다가 자동으로 이행하면 될것 같습니다.》

김성남은 한동안 계기들의 상태를 살펴보고나서 동의했다.

유진섭은 조작공에게 수동으로 조작할것을 지시했다.

이때 뜻밖의 일이 생겼다. 련심이 울상을 지었던것이다. 처음 당해보는 어마어마한 시운전에 겁을 먹은것이다.

《전 손이 너무 떨려서…》

《?…》

로운전경험이 어린 처녀의 마음이 리해되고도 남았다.

김성남이 소리쳤다.

《선희, 조종탁에 앉아라!》

벽밑의자에 앉아있던 선희는 뜻밖의 일에 깜짝 놀라 일어섰다. 얼결에 박상근을 쳐다보았다. 박상근은 고무하듯 눈을 끔벅해보였다.

《어서!》

련심이 뒤로 물러서고 선희가 조종탁에 앉았다. 선희는 환한 조종실유리창밖을 내다보았다. 수천수만의 긴장한 시선들이 화살같이 날아왔다. 저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문뜩 생명의 위험도 아랑곳없이 쇠물이 펄펄 끓는 로밑으로 들어가면서 자기를 쳐다보던 박영재의 모습이 안겨왔다.

《선희, 뭐가 두려워 그래. 어서 스위치를 돌리라구. 어서!》하고 그가 손을 흔들며 고무해주는것 같았다.

선희는 두눈을 번쩍 떴다. 화살같은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지 못했다. 오직 눈앞에 안겨오는 수동조절기를 단단히 틀어잡았다. 늘 하던 동작으로 침착하게 돌리였다.

순간 번개불같은 화광이 로우에서 번뜩이였다. 이어 쾅다당!- 하는 우뢰와 같은 굉음이 터졌다.

사람들의 심장을 놀래우며…

손에 땀을 그러쥔 사람들의 시선이 조종실에서 전기로에로 옮겨졌다.

선희는 조절기를 살살 돌리며 전극의 움직임을 조종해나갔다. 부하를 건 상태에서 몇분 운전하는데 유진섭이 저력있게 소리쳤다.

《자동으로!- 》

수동조절기를 령상태로 내리운 선희는 재빨리 자동단추를 눌렀다. 이어 왕- 하며 초고전력전기로에서 고르로운 동음이 울려퍼졌다.

자기의 거대한 탄생을 온 세상에 알리는 고고성처럼!…

두시간도 못되여 첫 쇠물이 대차남비에 폭포처럼 쏟아져내렸다.

김성남의 눈가에도, 로기술자들의 주름진 두볼에도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린다. 가슴우에서 빛나는 천리마휘장을 적시면서…

아! 얼마나 많은 시련과 간고한 나날을 거쳐 초고전력전기로의 우렁찬 동음을 들으며 첫 쇠물을 보는것인가.

쌓이고쌓인 그 진한 감정이 눈물로 이어진것이리라.…

환호성이 강철직장천정을 쩌렁쩌렁 울린다. 기자들이 연방 촬영기를 들이댄다. 사진기의 샤타를 누른다.

첫 부하시운전을 보려고 숨을 죽이고있던 애젊은 돌격대원들, 강철직장 용해공들, 전기로건설에 참가하여 말없이 위훈을 세운 모든 사람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환호하는 사람, 박수갈채를 보내는 사람, 만세를 터치는 사람들로 장내는 삽시에 흥분과 열정의 파도가 굽이쳤다.

화광을 일으키는 전기로를 바라보며 어깨를 떨고있는 김성남을 지켜보는 박상근의 눈에도 눈물이 고여올랐다.

제강소를 현대화해보자고 여기저기 해외로 찾아다니며 막연한 기대와 미련을 가지고 남의 얼굴만 쳐다보던 그 수치스러운 나날들이 가슴아프게 떠오른다. 여러해동안 애썼어도 끝내 실현하지 못한것을 단 6개월동안에 해냈다.

그렇다, 하자고 결심만 하면 못해낸 일이 없는 강선의 정신, 천리마의 정신이 바로 이런 기적을 낳은것이리라!…

박상근은 김성남의 곁으로 다가갔다. 감동의 눈물이 어린 시선이 서로 마주쳤다.

《지배인동무!》

《부상동지!》

김성남은 멀리 평양의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장군님! 우리 초고전력전기로에서 첫 쇠물이 쏟아지고있습니다!

어버이장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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