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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1 회


제 5 장. 천리마휘장


3


기술공정실책상우에는 대형변압기와 관련한 자료와 기술문헌들이 가득 쌓여졌다. 유진섭은 침식을 거의 전페하다싶이 연구에 전념하였다. 얼굴에는 수염이 텁수룩해지고 두눈은 움푹 꺼져들었다.

공정실에 올라왔던 김성남은 그 정상을 보다못해 권유했다.

《진섭아바이, 그러다가 쓰러지겠습니다. 눈을 좀 붙이십시오.》

《!…》

그를 쳐다보는 유진섭의 눈굽은 쩌릿해났다.

어릴 때 헤여졌던 어머니를 만나자마자 영영 잃은 지배인의 마음이 얼마나 괴로왔겠는가. 자기의 아픈 마음은 내색도 않고 오히려 자기를 위로해주는 그가 눈물겹도록 고마왔다.

《난 일없수다.… 지배인동무가 좀 쉬여야 할것 같습니다. 그간 마음속 고충이 오죽했겠습니까.》

《별 말씀을 다…》하고 말끝을 맺지 못하는 김성남의 음성이 저으기 갈린듯 하였다.

변압기보다 더 귀한것이 아바이의 건강이라고, 몸을 돌보며 하라는 말을 남기고 김성남이 나간 후에도 유진섭은 한동안 깊은 감회에 잠겨있었다.

설계를 도와주던 녀인이 지배인의 어머니였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 유진섭의 마음은 이루 형언할수가 없었다.

김철우동지를 성심성의로 도와주었던 녀인. 유진섭은 결혼식때에도 잘하지는 못하지만 노래를 불러 그들을 축하해주었었다.

비명으로 남편이 세상을 떠났을적에는 함께 눈물을 흘리며 위로를 해준 유진섭이였다.

수십년세월이 흘러 이제는 사람들의 기억에서조차 삭막해졌던 녀인이였다. 그 녀인이 초고전력전기로건설을 도와주다가 아름다운 추억을 남겨놓고갔다.

변압기개조를 위한 연구는 계속되였다.

그 누가 직권으로 내리먹이거나 더 하라고 부추겼다면 아마도 맥이 풀려 쓰러졌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몸을 돌보며 하라고 권고할수록 더 힘이 났다. 스스로도 놀라왔다.

70나이에 며칠밤 새우며 도면우에 엎드려 쪽잠을 자고나서도 힘이 솟고 희열이 넘친다.

사흘이 지나고 닷새가 흘러갔다. 머리를 싸매고 모색하고 또 모색하던 어느날 하늘을 헤가르는 번개마냥 그 어떤 령감이 번쩍하였다. 그것은 매우 짧은 순간이였으나 유진섭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변압기에 병렬로 되여있는 두개의 권선을 직렬로 련결해가지고 기술공학적요구에 맞게끔 절연보강을 한 다음 권선들의 끝단처리를 수만볼트내압에 견딜수 있도록 기술적으로 처리하면 가능하지 않겠는가 하는 착상이였다. 그것은 간단하면서도 요구되는 전압을 얻을수 있는 발견이였다.

너무도 놀랍고 신기하여 다시, 또다시 검토해보았다.

틀림이 없다. 자재와 자금도 크게 없이 얼마간의 절연물만 보장되면 능히 주변압기로 개조할수 있는 방도였다.

이제 며칠동안 수학적계산을 해보아야 알겠지만 유진섭은 순간에 떠오른 령감을 믿었다.

물론 간단하다고 해서 실천적으로 쉽게 되는 일이 아니다. 60여톤이나 되는 변압기를 해체하여 그속 알맹이를 들어내고 결선을 다시 하는 일이 쉬울수는 없다. 하지만 해결방도를 찾았다는것이 큰것이다.

유진섭은 너무도 흥분하여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찾았다! 찾았어!…》

성격이 내성적이고 입이 무거운 그가 갑자기 소리치는 바람에 로기술자들은 흠칫 놀라 쳐다보았다. 인차 무슨 영문인지 깨닫고는 모두 제일처럼 기뻐했다.

실장의 전화를 받은 김성남이 달려왔다.

그는 너무도 기쁜김에 유진섭을 덥석 끌어안아올리고 빙빙 돌다가 넘어질번 하면서도 껄껄 웃었다.

《언제부터 변압기개조를 할수 있습니까?》

《그건… 전기적정수들을 수학적으로 계산해보고 결정합시다.》

《며칠이면 되겠습니까?》

《일주일은…》

김성남은 초조한 기색을 지었다.

《기일이 너무 긴것 같습니다.… 참, 계산을 콤퓨터로 합시다. 어떻습니까?》

유진섭이 귀밑머리를 긁적거리며 얼굴을 붉혔다.

《난… 아직 콤퓨터를…》

리해가 되는듯 김성남이 빙긋 웃었다.

《박영재동무를 붙여주겠습니다.》

《…》

급히 오라는 련락을 받은 박영재가 기술공정실에 나타난것은 잠시후였다. 그는 작은 노트형콤퓨터를 책상우에 설치해놓고 전원을 련결했다.

김성남은 어쩐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병원에서 퇴원한지도 며칠되지 않았고 불깃하게 피발이 진듯 한 그의 눈이 걱정되였다.

《눈에 부담이 되지 않겠나?》

그를 안심시키려는지 박영재는 조용히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걱정마십시오. 진섭아바이가 불러주는대로 콤퓨터건반을 눌러 결과만 산출해내면 됩니다.》

《?!…》

리규택이며 로기술자들은 하던 일을 거두고 모두 콤퓨터주위에 둘러앉아 영재의 손가락이 피아노를 치듯 건반우를 춤추듯 오가는것을 지켜보았다.

콤퓨터화상에는 유진섭이 부르는 수자들이 열병식대오처럼 일매지게 나타났다. 명백하고 뚜렷하게… 나타난 계산수치들을 음미해보던 유진섭은 제꺽 원주필을 들고 학습장에 또박또박 적어나갔다.

련속 수자들과 부호를 불러주었다. 박영재는 화상을 보며 건반을 눌렀다.

그 속도가 어찌도 빨랐던지 근 일주일이나 예상했던 필요한 전기적정수들을 한시간도 못되는 사이에 산출해냈다. 유진섭은 잘 믿어지지 않았다. 전기로의 고임피단스조업방식을 도입하기 위해 20여일 머리를 싸매고 정수계산을 했던 일이 떠올랐다, 두번, 세번 반복하면서…

얼마나 고달프고 머리아픈노릇이였던가.…

정말 수고했다고 영재를 치하하던 유진섭은 갑자기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영재, 그런데… 나도 콤퓨터를 배울수 있을가?》

영재는 고개를 끄덕이였다.

《아, 얼마든지 배울수 있습니다. 바라신다면 제가…》

유진섭이 나무등걸같은 자기 손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내쉬였다.

《그런데 이 손이 일없을가?…》

《걱정마십시오. 처음엔 잘 움직이지 않지만 숙련되면 인차 풀립니다.》

말없이 옆에 앉아있던 리규택이 흘러내린 안경을 밀어올리며 끼여든다.

《영재, 나두 좀… 배우자구!》

그를 바라보던 유진섭이 우정 빈정거렸다.

《영재, 고집불통인 저 사람만은 배워주지 말라구.》

리규택이 마주 소리쳤다.

《아, 그래서 내 영재한테 잘못을 빌지 않았소, 허허.》

《원, 비위가 장판이라더니, 허.》

사람들은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영재도 즐겁게 웃었다. 함께 웃고난 김성남이 한마디 했다.

《아바이들이 정보산업시대의 요구에 맞게 계속 혁신해나가자면 콤퓨터를 배워야 합니다. 손은 제2의 뇌수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손가락끝에는 말초신경이 집중되여있기때문에 나이가 많을수록 손가락을 자주 놀리면 건강해지고 장수할수 있습니다.》

리규택이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헌데 어디서 배우겠나?》

《제가 매일 저녁 시간을 내여 찾아오겠으니 원하시는분들은 다 참가하십시오.》

《거참 좋구만! 초고전력전기로도 건설하고 콤퓨터도 배우고!》

로기술자들이 모두 호응해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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