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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9 회


제5장. 천리마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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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전력전기로에서 주홍빛쇠물이 쏟아져내린다. 만세의 함성이 터져오른다. 안신옥은 줄줄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을념도 못하고 쏟아지는 쇠물을 보고 또 본다. 얼마나 기다리던 이날이였던가!…

조업식이 끝나자 사람들이 와- 흩어졌다. 사람들속에 끼운 안신옥은 무작정 조종실쪽으로 가려고 모지름을 썼다.

그곳에 서있는 아들을 만나고싶었던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밀리워 도무지 갈수가 없다. 게다가 옆에 꼭 붙어서있던 소연이마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우정 그가 아들을 만나보지 못하게 훼방을 놓는것 같다. 신옥은 혼잡통에 여기저기로 밀리우면서 방황하였다.

한동안 터벅터벅 걸어가다보니 사람들은 어디로 다 갔는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대신 사방에 파철무지가 산처럼 막아선다. 어디로 가야 할지 행방을 찾을수 없다. 마치도 그 무엇엔가 홀리워 온것만 같았다.

신옥은 더럭 겁이 났다. 내가 도대체 어디로 와있는것인가. 두릿두릿 살피느라니 저쪽앞에 잔등이 널직한 사람이 걸어가고있다.

신옥은 무작정 그를 따라가며 소리쳤다.

《여보시오, 날 좀 도와주시우. 함께 갑시다!》

그 사람이 홱 돌아섰다. 순간 신옥은 깜짝 놀랐다.

그처럼 만나고싶던 아들이였다. 신옥은 너무도 반가와 소리치며 매달렸다.

《성남아, 내 아들아!》

그러나 성남은 의아한 표정으로 머리를 흔든다.

《나에겐 어머니가 없습니다.… 도대체 아주머닌 누구십니까?》

신옥은 너무도 억이 막혀 눈물을 줄줄 흘렸다.

《아, 이런 법이 어디 있소. 아들이 제 엄마를 몰라보다니. 성남아, 내가 네 어머니다!》

《아니요. 난 아주머니를 처음 봅니다.》

성남은 돌아서더니 저벅저벅 제갈길로 간다. 따라가려고 안깐힘을 다 썼으나 발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신옥은 애닲게 소리쳤다.

《성남아, 내 말을 좀 듣거라!》 하지만 목소리는 입안에서 맴돌뿐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성남은 뒤돌아보지도 않고 점점 사라져간다. 신옥은 겨우 만난 아들을 영영 잃을것 같아 있는 힘껏 소리쳤다.

《성남아, 내 아들아!-》

순간 발이 떨어졌다. 신옥은 두주먹을 부르쥐고 아들을 따라갔다. 갑자기 아들이 온데간데 없어지고 앞에 낭떠러지가 나타났다. 신옥은 걷잡을새 없이 천길나락으로 떨어졌다.

《아!-》 소리와 함께 신옥은 악몽에서 깨여나 눈을 떴다.

벽이며 천정이며 모두 하얗다.

《에구, 이제야 정신을 차렸구만!》

머리맡에 앉아있던 소연이 눈물이 그렁해서 그의 이마에 송글송글 내돋힌 땀을 씻어준다. 신옥이 힘없이 눈을 슴벅거렸다.

《내가… 무슨 헛소릴 쳤나?…》

《자꾸 성남이 이름만 부르면서…》 소연은 말끝을 맺지 못하고 땀을 훔쳐주던 수건을 제 눈굽에 가져갔다.

신옥이 힘없이 웃으며 소연의 손을 쓰다듬었다.

《애들처럼… 울긴…》

소연이 목이 메여 더듬거렸다.

《울지 않게 됐소. 형님은 사경에 처했는데 성남인 어머니란것조차 모르고있으니…》

신옥은 점적대에 거꾸로 매달린 유리병에서 액체가 방울방울 떨어져 비닐관속으로 흘러드는것을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초고전력전기로건설을 온 나라가 도와주라고 하신 장군님의 말씀이 계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안신옥은 청춘을 되찾은듯싶었다. 전기로건설을 더 잘 도와주고싶었다.

그는 약을 먹으면서도 계속 설계실에 나갔다.

여가시간에는 건설장에 나가 가두녀맹원들과 어울려 돌 하나, 모래 한삽이라도 떠주려고 애썼다. 지원자들속에 며느리며 손자, 손녀의 모습도 보였다. 그들을 볼 때마다 신옥은 마음이 든든했고 조업의 그날을 보는것만 같았다.

그러던 어느날 안신옥은 현장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갔다. 의사들은 있는 정성을 다해 치료를 들이댔으나 급성페염에 심장병까지 머리를 쳐드는 바람에 병은 좀처럼 호전되지 않았다. 자주 의식을 잃군 하였다.

며칠전부터는 소연이 병원에 와 간병을 하고있다. 소연은 있는 정성을 다해 형님을 간호해주었다. 머리와 가슴에 찬물찜질, 점적, 입맛을 돋구는 음식대접. 몹시 바빴다. 어느날엔가는 성남의 안해가 병원에 왔다. 대번에 의아해하는 그에게 적당한 구실을 말하느라 진땀을 뺐다. 그러나 그가 올 때마다 늘 죄스러움을 느끼게 되는 소연이다. 그렇게 하는것이 잘하는 일인지 안된 일인지… 하지만 형님의 부탁은 너무도 절절하였다.…

소연은 생각에 잠겨있는 형님을 점도록 바라보았다.

의사들은 병이 위급하니 자식들에게 알리라고 하지만 신옥은 머리만 가로 흔든다. 열에 떠있다가도 정신이 들기만 하면 《쇠물을… 언제 뽑게 되나?…》라고 묻군 하였다. 그러면 소연은 사람들에게서 들은 소식을 말해주었다.

《형님, 성남이랑 기술자들이 걸렸던 로바닥문제를 풀고 로동체를 기초우에 올려놓았대요.…》

《성남이가!…》

그러면 안신옥은 자리에서 일어날듯 움씰거렸으며 얼마동안은 기분도 좋아지고 미음도 받아넘겼다. 베개밑에서 천리마휘장을 달고 찍은 성남의 돌사진을 꺼내 오래도록 들여다보기도 했다.

조업하는 날 우리 손으로 만든 전기로에서 첫 쇠물이 쏟아질 때 아들을 만나겠다는 소원을 절절히 안고있었기에 눈을 감을래야 감을수 없는 안신옥이였다.

신옥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였다.

그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신옥은 자기 명이 이제는 얼마 남지 않았다는것을 절감하였다. 눈을 감기 전에 원이 있다면 아들을 만나고싶은것이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제 손으로 보골보골 끓인 밥을 아들이 맛있게 먹는것을 곁에 앉아 보고싶다. 이것저것 반찬도 밀어놔주면서…

밥을 다 먹고난 성남이 물을 마시고나서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이제부턴 어머니가 해준 밥을 먹겠어요!》하는 말을 듣게 된다면 평생소원이 다 풀릴것 같다. 그 욕망이 어찌나 강렬했던지 신옥은 안깐힘을 쓰며 소연의 손을 잡았다.

《이보라구, 성남이가 보구싶네.… 정말 보구싶어.… 난 그 애한테 내 손으로 밥을…》

소연이 눈가로 손수건을 가져갔다.

《에구, 됐수다.… 왜 자꾸 날 울리면서… 성남이가 오면 형님마음대로 하시우. 그럼 내 당장 성남이한테 알리겠어요!》

소연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나갈 차비를 하자 신옥이 언듯 정신을 차렸다.

몸을 일으키려고 모지름을 쓴다. 그 서슬에 팔에 련결된 점적호스가 움직이면서 점적대가 넘어질듯 위태롭게 흔들거렸다. 소연이 급히 다가가 그를 안정시켰다.

《형님, 왜 그러시우?》

《아니… 아니… 제발 성남이한테… 알리지 말라구.…》

《그럼 어쩌라는거예요?》

신옥의 얼굴에는 아들에 대한 한없는 그리움과 그 무엇인가 결심한듯 한 단호한 표정이 동시에 떠올랐다.

《소연이… 지금은 안돼.…》

소연이 안타깝게 소리쳤다.

《그럼 언제요?》

《이 다음에…》

《형님두 참…》

신옥은 창문너머 바라보이는 제강소쪽의 푸른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아니야… 소연이… 생각 좀 해보라구.…》

신옥은 베개우에서 머리를 흔들며 후- 한숨을 내쉬였다.

《지금은… 그런 사사로운 일에 머리쓸 때가 아니야.… 만약 성남이가 나때문에 마음을 쓰게 되고… 그것으로 해서 전기로건설에 조금이라도 지장을 주게 된다고 생각하면… 난 오히려 심장이 터져 죽을것만 같아… 그러니 제발 부탁이야.… 설사 내가 죽는다 해도 성남이한테만은 알리지 말라구.… 이다음… 전기로건설이 끝나고… 첫쇠물을 뽑은 다음에…》

신옥은 너무 숨이 차서 더 말을 못하고 눈을 감았다. 그를 바라보는 소연의 가슴은 터지는듯 했다. 형님의 그 심정을 눈물겹게 리해하였다. 어린 아들을 품에서 떼여놓고간 형님, 그 죄의식때문에 오랜 세월 아들이 그립고 보고싶었지만 강선으로 오지 못했다.

전기로건설을 돕겠다고 달려왔건만 아들을 눈앞에 보면서도 선뜻 성남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형님, 왜 그러는지 너무도 잘 아는 소연이였다. 그러기에 형님의 그 절절한 부탁을 꺾을수 없었다.

다음날부터 신옥의 병세는 더 악화되였다. 혼수상태에 빠져 깨여나지 못한다. 의사와 간호원이 환자옆에서 떠나지 못한다.

소연은 속이 바질바질 탔다. 성남에게 알려야 한다. 소연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점적병에서는 마지막생명수인양 액체가 한방울, 두방울 긴장하게 떨어져내린다.

소연은 단호하게 나들문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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