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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7 회


제4장. 믿음


8


김성남은 현장지휘부에 걸려있는 공정표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모든것이 계획대로 착착 나가고있다.

내각과 여러 성기관, 전국의 공장기업소들에서 많은 설비와 자재들을 지원해준다. 로바닥주강품은 못하겠다고 했던 ㅎ제철소지배인도 철판식로바닥으로 한다는 소문을 듣고는 적지 않은 철판을 보내주었다.

자동화직장제관공들은 밤낮없이 용접불꽃을 날려 로동체조립을 끝냈다.

이제 대형차로 실어다가 기초우에 올려놓으면 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조립한 로동체의 무게를 미처 타산하지 못하다나니 자동화직장의 문형기중기능력으로써는 도저히 들어올릴수 없었던것이다. 로동자들과 기술자들의 지혜를 발동하여 방도를 찾아보겠다고 하던 직장장이 생각났다. 로밑바닥을 철판으로 해보자고 발기해나선것도 그들이였다.

김성남은 그 어떤 묘안이라도 찾아냈는지 궁금하여 전화기에 손을 뻗치려는데 전화종소리가 다급히 울렸다.

《예, 김성남입니다. 뭐, 전기로동체를 운반하겠다?! 알겠소, 내 인차 나가겠소!》

그가 송수화기를 놓고 돌아서려는데 전화종소리가 다시 울렸다.

안해에게서 온 전화였다.

《무슨 일이요? 빨리 말하오.》

안해의 말을 듣던 김성남은 놀랐다.

《뭐, 유진섭아바이의 생일!… 알겠소. 내 본인을 데리고 가겠으니 준비를 해놓고 기다리오. 참, 고모님도 와야지. 뭐, 고모님이 병원에 가있다고?… 가만 저녁에 만나 마저 듣기요. 지금은 바빠서.》

현장지휘부를 나선 김성남은 자동화직장으로 걸음을 다그쳤다.

전기로동체운반때문에 골머리를 앓고있었는데 그 운반방도를 찾았다니 큰숨이 나왔다. 웅장한 로동체가 놓여있는 제관장에는 숱한 사람들이 모여들어 들썩거리고있다.

연공들과 어울려 일하고있는 자동화직장장을 만난 김성남이 호기심에 겨워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들어올린다는거요?》

직장장이 싱긋 웃었다.

《간단합니다. 문형기중기의 2단활차를 4단으로 보강하여 견인능력을 높이고 통채로가 아니라 한쪽씩 들어서 대형견인차에 싣자는것입니다.》

듣고보니 단순하면서도 기발한 착상이다.

김성남은 기쁜김에 직장장의 넓은 가슴을 주먹으로 툭 쳤다.

《좋구만, 좋아. 허허, 그래 그걸 누가 창안했소?》

직장장은 벙글벙글 웃으며 자랑스레 말했다.

《제관반장이랑, 연공반장, 여하튼 우리 직장의 집체적창안이지요!》

《!…》

직장마당에는 대형견인차가 발동을 걸고 대기하고있었고 쇠바줄을 멘 연공들이 뛰여다니며 권양준비를 하고있다. 한쪽에서는 팔에 붉은 완장을 낀 기동예술선동대원들이 나팔을 불며 분위기를 돋군다.

로동체를 제작할 때 성의껏 음식을 마련해가지고 지원해준 가족들이 손에 꽃묶음을 들고 환영준비를 하고있다. 제관장은 그 무슨 명절처럼 흥성거렸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연공반장이 기동예술선동대원들에게 소리쳤다.

《당분간 나팔부는걸 중지하시오. 작업에 지장을 줍니다.》

나팔소리가 일시에 멎자 여무진 호각소리가 울리였다.

기중기의 동음과 함께 육중한 로체가 움씰 움직이며 한끝이 경사지게 들리운다. 대기하고있던 대형견인차가 로체밑으로 차체를 들이대자 연공들이 날래게 차에 뛰여올랐다.

내리우는 로체를 안전하게 받아 고정시켰다.

그사이에 다른 연공들이 벗겨놓은 기중기활차고리를 경사지게 놓여있는 로체반대쪽에 가져다걸었다.

다시 호각소리가 울렸다.

땅에 있던 로체의 반대쪽이 서서히 들리웠다.

한껏 힘을 받은 기중기쇠바줄에서 탕탕 소리가 나고 푸릿한 연기가 피여올랐다.

사람들은 손에 땀을 그러쥐였다. 기중기가 천천히 움직였다.

드디여 로동체가 대형견인차우에 올라앉았다.

순간 나팔소리가 다시 울리고 환호성이 터졌다.

색테프가 로체에 감기고 휘뿌려진 꽃보라가 대형차와 로체, 연공들의 어깨에 축포처럼 떨어져내린다.

김성남의 어깨와 머리에도 꽃보라가 날려왔다.

색테프와 꽃보라를 들쓴 로체가 조용히 대형차우에 앉아있다.

누구인가 익살스럽게 한마디 했다.

《저 로체가 꼭 시집가는 새색시같구만, 하하.》

와- 통쾌한 웃음이 터져올랐다.

그러고보니 꽃보라를 들쓴 로동체는 고개를 수그린 새색시처럼 얌전해보인다. 김성남의 입가에도 미소가 피여올랐다. 그처럼 어렵게만 생각되던 로체를 대형차에 싣는 일이 한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과연 로동자들의 집체적지혜와 힘은 무궁무진한것이다.

대형차가 푸릿한 배기가스를 내뿜으며 움직였다. 온 직장사람들이 전기로동체를 바래웠다. 제관공들은 용접면을 뒤로 제끼고 허리를 폈고 설비조립공들은 기름묻은 나사틀개를 쥔채 대형차의 뒤를 따랐다.

가족들도 꽃다발을 흔들며 따라섰다.

자기들의 기술과 땀방울이 스민, 기쁨과 희망, 정이 깃든 공동의 창조물을 떠나보내는것이니 왜 안 그러랴.… 차를 따라가며 로체를 쓸어보고 만져본다. 어떤 녀인들은 슬며시 눈굽에 손을 가져간다. 딸을 시집보내는 부모의 심정이다. 그들을 바라보는 김성남의 가슴은 뿌듯했다.

어쩐지 박영재 생각이 난다. 그의 희생적인 노력이 깃들어있는 로동체이다. 영재가 이 자리에 있었으면 얼마나 기뻐했겠는가.… 각막이식수술을 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되였는지.…

《어, 지배인동무구만!》

돌아보니 곤청색작업복에 비닐안전모를 쓴 박상근이 서있다. 그는 자주 현장에 나왔다. 어떤 땐 며칠 묵기도 하면서 걸린 문제들을 풀어주기도 했다. 요즘은 영재일도 그렇고 로동체때문에 마음을 써서인지 얼굴이 상해보였다.

《영재는 좀 어떻습니까? 일이 바쁘다고 자주 가보지 못했습니다.》

《괜찮소. 병원의료집단은 강선청년의 눈을 꼭 보게 해주자고 있는 정성을 다하고있소. 며칠전에 각막이식수술을 진행하였는데 경과가 매우 좋다고 하오… 안과의사들은 만날적마다 선희이야길 하더구만. 쇠물을 끓이는 강선의 처녀가 다르다면서… 선희를 위해서도 영재의 눈을 꼭 띄워보내겠다고 했소!》

《!…》

병원에 면회갔던 선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김성남은 크게 감동했었다.

선희의 마음속에 그처럼 뜨거운 인간미와 숭고한 희생성이 있었다는것이 놀랍고도 기뻤다.

그런 동생을 둔것이 자랑스러웠다.

한편 박상근은 철판식로바닥이 아들의 장거로 하여 해결되였고 오늘 이처럼 완성된 로체를 실어내가게까지 되였으니 다행스러우면서도 어쩐지 얼굴이 뜨거워났다.

이제 초고전력전기로건설을 끝내놓고 김성남과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들을 허심탄회 털어놓고 서로의 리해를 두텁게 하리라 생각했다.

그들은 대형변압기제작이며 건설에서 걸리고있는 이여의 문제들을 토의하면서 대형견인차의 뒤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였다.

문뜩 대형차가 멈춰섰다.

로체가 너무 커서 직장정문을 통과할수가 없었던것이다.

직장장이 정문옆의 울타리를 허물고 거기로 길을 닦으라고 지시하자 뒤따르던 김성남이 소리쳤다.

《직장장동무, 아예 정문을 헐어버리시오!》

직장장이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정문을 헐면 어떻게 합니까? 또 쌓아야 하지 않습니까?…》

《앞으로 제2호, 제3호 초고전력전기로를 또 만들겠는데 좁은 정문을 까치우고 더 크게 만들자는거요!》

《!…》

뒤머리를 긁적거리고난 직장장이 신심에 넘쳐 다시 구령을 떨구었다.

사람들은 함마와 지레대를 총대처럼 비껴들고 와 달라붙어 정문의 량쪽기둥을 깠다. 떵- 떵- 함마소리가 세차게 울린다.

한편에서는 기둥과 들보에 바줄을 감아맸다. 연공들이며 제관공들, 지어는 경제선동대원들과 지원나온 가정부인들까지 달라붙어 바줄을 잡아당긴다. 영차- 영차- 웨침소리가 더더욱 기세를 돋군다. 어디 해볼테면 해보자 하는듯 떡 버티고 서있던 정문이 서서히 기울어지며 쿵- 무너진다. 구름같은 먼지가 풀썩 일어난다. 와- 함성이 터져오른다. 순식간에 낡은 정문은 없어지고 넓은 길이 생겨났다. 로동체를 실은 대형차가 배기가스를 세차게 내뿜으며 조립현장으로 나간다.

다시 울려퍼지는 나팔소리며 기쁨에 겨운 웨침소리…

박상근에게는 그것이 난관을 뚫고 전진하는 강선의 기상처럼 느껴져 가슴이 넓어지는것 같았다.

그들은 초고전력전기로건설에서 걸리고있는 문제들을 토의하면서 대형차를 따라 강철직장으로 향하였다.

로동체를 기초우에 설치하는것까지 보고나니 7월의 저녁해가 서산마루에서 너울거리고있다.

한결 마음놓인다.

이제는 제작해놓은 자동화설비들을 자기 위치에 조립하면 된다.

박상근이 성에 조직해놓은 사업때문에 떠나가자 김성남은 서둘러 기술공정실에 전화를 걸었다.

《유진섭아바이가 계십니까?… 구내변전소에 나갔다고요, 알겠습니다.》

저녁노을이 붉게 비치는 창밖을 내다보고난 김성남은 전화로 승용차를 불렀다.

변전소에서 유진섭을 만난 김성남이 다짜고짜로 말했다.

《어서 차에 오르십시오.》

김성남의 독촉에 유진섭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사고라도 생겼는가요?…》

《예… 사고야 사고지요.》

《?…》

유진섭을 태운 승용차는 공장정문을 벗어나 한동안 달리다가 오른쪽으로 꺾어들었다.

철뚝아래 소로길로 천천히 달리던 승용차는 단층건물인 지배인네 집앞에서 멎었다.

승용차의 경적을 울리자 기다렸던듯 지배인의 안해 리영실이 큼직한 꾸레미와 지함을 안고나왔다.

현장에 자주 지원나오는 과정에 친숙하게 낯을 익힌 리영실은 유진섭에게 인사를 하고 차에 올랐다.

유진섭은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몰라 머리만 기웃거렸다.

그렇다고 꼬치꼬치 물어볼수도 없다.

차에 오른 리영실이 앞좌석에 앉은 남편의 어깨를 바라보며 가볍게 나무랐다.

《애들처럼 옷에 무슨 꽃보라를 묻혀가지고 다녀요?》

《응?…》

그제야 김성남은 꽃보라를 곁눈질해보며 그것을 털려고 하는 안해의 손을 잡았다.

문뜩 어린시절에 《청년문학》잡지에 실렸던 《꽃보라》라는 시가 생각났다.

그것은 혁신자축하모임에서 돌아온 아버지를 맞이한 딸애가 어깨에 묻어온 꽃보라가 하도 소중하고 영예스러워서 털고싶지 않았다는 감동깊은 시였다.

《여보, 그게 무슨 꽃보라인줄 아오?… 오늘 로동체를 현장에 실어내갔소… 그것을 축하하여 가족들과 기동예술선동대원들이 뿌려준 꽃보라요 !》

《아이, 그런걸 난…》

《오, 로동체를 실어내갔습니까?》

유진섭의 물음에 김성남이 뒤로 얼굴을 돌렸다.

《예, 자동화직장동무들이 정말 큰일을 해제꼈습니다.…》

로동체운반에 대한 지배인의 말을 듣고있던 유진섭이 근심스런 표정을 지었다.

《대형변압기제작에 대해선 알아보았습니까?》

《예. 오늘 부상동지에게 다시 상정시켰습니다. 변압기설계가 완성되고 제작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러니 걱정할건 없습니다.》

그래도 유진섭은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머리를 기웃거린다.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승용차는 어느 한 주택앞에 와서 멎었다. 바깥은 어슬어슬하였다.

《이젠 다 왔습니다.》

《?…》 차에서 내리던 유진섭은 어리벙벙해서 굳어졌다.

너무도 눈에 익은 자기 집마당이였던것이다. 할아버지를 기다리면서 마당에서 놀고있던 손자손녀들이 와- 달려와 매달린다.

《할-아-버-지-》

뒤따라 맏아들과 평양에서 온 삼촌, 젖은 손을 행주치마에 씻으며 나오는 로친의 웃음띤 얼굴도 보인다.

《?!…》

그제서야 유진섭은 알아차렸다, 그 사고라는것이 무엇이였는지.…

얼마전 맏아들이 아버지생일이 며칠 남지 않았는데 그날만은 꼭 집에 들어오라고 했었다.

유진섭은 젊어서는 생일을 꼭 쇠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므로 그리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나이를 먹고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자식들이 저마끔 자기 생활을 꾸려나가는 조건에서 형제들사이의 화목을 유지하며 서로 돕고 위해주는 계기점으로 되게 한다는 의미에서 온 집안식구들과 함께 모여 생일을 쇠고싶었다.

그러나 모두 초고전력전기로건설을 위해 하루를 3일로 계산하며 일하고있는데 한가하게 모여앉아 생일축배잔을 든다는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고 거절했었다.

그런데…

유진섭이 목이 메여 더듬거렸다.

《지배인두 참… 가볼데라는게 바로…》

《용서하십시오, 환갑도 쇠지 못한 아바이를 생신날까지 일을 시켜서…》

《고맙수다, 지배인!》

유진섭이 손자와 친지들에게 싸여 문으로 향하자 김성남은 음식그릇들을 내리우는 안해에게 말했다.

《고모님도 함께 왔으면 좋았겠는데… 참, 고모가 병원입원실에서 병구완을 한다는건 무슨 소리요?》

리영실은 빈침을 뽑아 입에 물고는 흘러내린 머리칼을 귀뒤로 넘기고나서 다시 꼽았다.

《글쎄, 어제 병원에 가보니 그 어머니옆에서 고모가 간호를 해주고있는게 아니겠어요?》

《아니, 고모가 그 어머닐 어떻게 알고?…》

《설계실에 지원나갔다가 알았나봐요. 규택아바이도 부탁하고 해서. 그 어머니의 아들, 며느리가 병구완하겠다는것도 돌려보냈다고 하더군요. 늙은이심정은 늙은이가 잘 아니 걱정말라고 하면서…》

고모가 무척 고마왔다. 설계를 도와주다가 병원에 입원한 그 어머니가 걱정되여 안해에게 자주 면회를 가라고 한 김성남이다. 알만 하다는듯 머리를 끄덕이던 김성남이 다시 물었다.

《그 어머니의 병세는 어떻소?》

《좀 나아진듯 해요. 미음도 잡숫고, 제강소일이 어떻게 되고있는가 꼬치꼬치 묻길래 다 대답해주었어요.》

《음.…》

영실의 얼굴에 감동의 표정이 어리더니 다시 입을 뗐다.

《글쎄 그 어머님이 헤여질 때 내 손을 꼭 잡으며 설금이와 설송이가 보고싶다면서 한번 꼭 데려오라고 어찌나 간절하게 말하던지…》

《?!…》

《설금이 아버지…》

리영실은 남편을 잠시 바라보고는 심중한 어조로 나직하게 말했다.

《어째선지 그 어머니를 만날 때마다 꼭 설금이 친할머니를 보는 착각이 들어 마음이 별스러워지군 해요.…》

《당신도?!… 우리 그 어머니를 자식된 심정으로 잘 돌봐주기요. 다음번에 면회가면 내 문안을 전해주오.》

성남은 가슴속 깊은 곳에서 머리를 쳐들려는 이상하고 야릇한 감정을 애써 누르며 알겠다고 대답하는 안해를 정겨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년세가 많은 로기술자들을 잘 돌봐주어야 한다며 가정수첩에 그들의 생일을 적어놓고는 제때에 알려주는 안해이다. 남편의 사업에 빈틈이 있을세라 세심하게 돌봐주고 충고를 주는 그가 곁에 있으니 한결 마음이 놓인다.


X


《뭐요? 한대는 만들것 같지 못하다?…》

박상근은 자리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의자가 뒤로 밀리면서 넘어지는것도 의식하지 못하였다.

천천히 송수화기를 놓고난 박상근은 망연한 눈길로 방 한구석만 뚫어지게 바라보고있다. ㅊ전기공장에서는 의뢰받은 두대의 특대형변압기제작을 위하여 제강소에서 보내온 기술제안서요구대로 필요한 자재들을 구입하였지만 시간이 결정적으로 모자라 한대밖에 할수 없다는것이다.

조업기일까지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는데 나머지 한대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어떻게.

전기공장에 직접 내려가 실정을 알아보고 대책을 제때에 세울 대신 전화로 앉아서 독촉이나 하여온 자신이였다.

당장 어데서 돌려쓸데도 없고 해외에서 들여오자고 해도 많은 시일이 걸린다. 9. 9절까지 조업하겠다고 결의한 이상 이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수 없다. 생각만 해도 심장이 얼어든다.

박상근은 무슨 정신으로 자기 방을 나와 현장지휘부까지 갔는지 전혀 느끼지 못했다. 문고리를 잡고서도 선뜻 열수 없었다. 그만큼 충격이 컸다. 마침 지휘부로 오던 한 일군이 《부상동지! 어디 몸이 편치 않으신게 아닙니까?》라고 물어서야 문을 열었다.

부상의 말을 참을성있게 다 듣고난 김성남은 침묵을 지켰다. 심각하게 제기되였던 로바닥문제가 풀려 한숨 나갔댔는데 생각지도 않았던 변압기가 튀였으니…

유진섭이 변압기개조를 계속 내밀자고 할 때 그것을 눌러치운 자신이 뼈저리게 후회된다. 그때 다문 한대만이라도 개조했더라면 이젠 완성했을수도 있지 않았겠는가… 후회란 언제나 때늦은 법이지.…

박상근은 불꺼진 담배를 재털이에 비벼끄며 컴컴해진 얼굴로 물었다.

《지배인동무… 무슨 방도가 없겠소?…》

김성남은 나직이 말했다.

《유진섭아바이와 토의해보겠습니다.》

《?…》

박상근은 이제라도 해외에서 변압기를 들여오는것이 어떻겠는가고 말하고싶었으나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박상근과 함께 구내변전소로 나가는 김성남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거기서도 작업이 한창이다. 변압기며 전기설비들을 다시 정비보강하고 초고전력전기로에 인입할 단독선을 늘이느라고 법석거린다.

지배인이 찾는다는 전달을 받고 한참만에야 유진섭이 나타났다. 집채같은 대형변압기들사이로 걸어오는 그의 모습은 보잘것없이 작아보였다. 손과 얼굴에 거밋한 변압기유가 묻어있는것을 보면 한창 작업중이였던것 같다.

그들은 전기설비들이 놓여있는 기초우에 걸터앉았다.

김성남이 찾아온 사연을 심중하게 말하는 동안 박상근은 긴장한 눈길로 유진섭의 얼굴을 주시했다.

유진섭은 한동안 생각에 잠긴듯 하더니 침착하게 말을 뗐다.

《방도는 하나입니다. 우리가 처음 계획했던대로 변압기능력을 두배로 올려 주변압기로 쓰는것입니다.》

언제인가 그 기술적방도를 찾지 못하고있다고 하던것이 생각나 박상근은 못미덥게 물었다.

《그게 가능하겠소?》

유진섭이 조심히 고개를 끄덕이였다.

《방도를 찾아보겠습니다.》

《?…》

기일도 긴박한데 아직 개조할 기술적방도를 찾지 못했으니 어떻게 그걸 기대할수 있단 말인가. 설사 방도를 찾는다 해도 집채같은 변압기를 해체하고 내부권선작업을 하자면 날자가 걸리겠는데…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김성남은 자책에 겨워 말했다.

《제가 또 실책을 범한것 같습니다. 우리 힘으로 하자는 아바이말을 듣지 않았으니… 이제부터 다른 일에서 일체 손을 떼십시오. 전적으로 변압기개조에 달라붙으십시오.

전… 아바이를 믿겠습니다!》

유진섭은 무거운 침묵으로 대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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