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3 회


제4장. 믿음


4


김성남은 로밑바닥문제로 의연히 머리가 아팠다. 로체조립의 선행공정이 걸린것이다.

이 문제해결의 결정적방도라고 할수 있는 철판식으로 하자는 발기는 설계자인 리규택은 말할것도 없고 부상과 서승민까지 반대하여나서는 바람에 더 머리를 쳐들지 못하고말았다.

과학기술적견지에서 놓고볼 때 그들의 주장이 옳은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설계대로 하면 조업날자가 결정적으로 걸린다.

철판으로 로밑바닥을 만들면 공정기일대로 해낼수 있다고 하던 직장장의 말이 자꾸 떠오른다. 그와 함께 로밑바닥이 내려앉아 로를 세울수 있다고 하던 부상의 말도…

길고 짧은것은 대보아야 안다고 이 문제를 당장 누구에게 맡겨야겠다고 성남은 생각했다. 언듯 짚이는것이 박영재였다. 물론 그가 중요한 설계를 맡고있지만 로밑바닥문제부터 먼저 풀어야 한다.

그는 영재를 불렀다.

자초지종을 설명해주고난 김성남은 이렇게 말했다.

《그러니 철판으로 할수 있다는 과학기술적타당성을 동무가 찾아내야겠소.

《…》

박영재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전기로의 운명과 관련된 매우 심각한 문제이기때문만이 아니였다. 철판식은 아버지가 반대하였고 다른 기업소에 협동생산으로 물리겠다고 한것을 알았기때문이다. 그런데…

박영재는 한순간 당황해났다.

그의 마음을 들여다본듯 김성남이 한마디했다.

《왜, 자신없나?》

《그런게 아니구…》

《다른 사람에게 맡길수도 있소. 하지만 난 영재가 했으면 하네.》

《!…》

제힘으로 해보자는 지배인의 단호한 결심을 느낀 박영재는 우유부단한 자기의 태도에 스스로 화가 치밀어 소리쳤다.

《제가 하겠습니다.》

김성남은 그의 가슴을 툭 치며 빙긋 웃었다.

《좋아, 그래야지. 그럼 믿겠네!》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김성남은 기술과에 올라가 일반전기로의 바닥설계도면과 기술문건들을 가져왔다. 사무실에 있는 콤퓨터앞에 앉아 필요한 계산과 모의시험도 해보았으나 신통한 방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자주 걸려오는 전화도 받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만나주며 짬짬이 새로 설계한 도면과 일반전기로의 바닥설계를 대비적으로 연구해보았다.

며칠후 영재가 찾아왔다.

새로 설계한 우리 전기로와 ㅎ제철소에 들여온 초고전력전기로를 비교하며 연구해보는 과정에 용량이나 바닥면적에서 차이가 있다는것에 주의를 돌렸다는것이다.

밑면이 작을수록 열에 의한 변형이 약할것이고 용량이 작을수록 밑면을 내려누르는 힘이 적을것이니 철판으로 해도 그 안정성이 담보될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하였다.

로용량과 바닥면적, 여기에 비결이 있다.

《음, 될것 같아. 괜찮아!… 이 자료를 가지고 리규택아바이와 합의해보라구!》

박영재가 주밋거렸다.

《제가 어떻게…》

《좋아, 그럼 내가 만나지.…》

박영재와 헤여진 김성남은 3층설계실에 올라갔다가 설계를 도와주러 나오던 그 어머니가 급성페염에 걸려 구역병원에 입원했다는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되였다.

설계실장이 죄송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저희들이 그만… 설계만 생각하다나니 미처 관심을 돌리지 못했습니다.…》

《기침을 몹시 하기에 절기가 바뀌는 때 몸조리를 하라고 집에 들여보냈댔지요. 며칠 안되여 장군님께서 초고전력전기로건설을 온 나라가 도와주라고 하셨다는 말을 듣고 너무 기뻐 다시 나왔다고 하면서 건설현장에까지 나가 도와주다가…》

《!…》

아들집에 찾아온다던 녀인, 뜻밖에도 설계실에서 다시 만나던 일이며 기술과제제안서가 부결되여 고충을 겪고있을 때 찾아와 힘을 주던 그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라 김성남은 가슴이 아팠다.

《참 좋은 어머닌데… 일이 바쁘더라도 자주 면회를 가보시오.》

이어 김성남은 리규택을 조용히 만났다.

초고전력전기로의 로용량과 바닥면적이 작은것을 고려하여 철판식으로 설계를 바꾸어보자는 그의 말을 듣자 리규택이 벌컥 했다.

《그건 어디까지나 가설에 지나지 않수다. 아, 과학적인 분석자료도 없이 어떻게 짐작이나 경험적인 방법으로 로바닥을 변경시킨단 말이요. 내 외국기술에 빠져서 하는 소리가 아니지만 타산을 앞세우는 그들이 철판으로 하면 빠르고 헐하다는것을 몰라서 주강품으로 하겠습니까? 면적이 크든작든 관계없이 초고전력전기로의 밑면은 다 주강품이란 말이요.》

《그래도 연구해보아야 합니다. 지금 로바닥이 걸려 공정계획대로 나가지 못하고 조업기일이 늦어질수 있습니다.》

조업날자가 늦어진다는 소리에 잠시 주춤거리던 리규택이 툭 내쏘았다.

《거, 부상동무가 성산하 기업소들에 과업을 주어 제작해보자고 하지 않았소?》

김성남이 저도 모르게 어성을 높였다.

《그건 안됩니다. 손으로 드다룰수 있는것도 아니고 여러대의 화물차에 실어야 할 그런 중량물을, 그것도 기술적으로 매우 까다로운 공정을 거쳐야 하는 그것을 어느 누가 선뜻 해주겠다고 하겠습니까? 어디 아바이가 한번 찾아보십시오.》

리규택의 이마에 밭고랑같이 주름살이 패웠다.

《아, 왜 날보고 그러는거요. 철저히 기술적요구대로 했으니 날 건드리지 마시오. 그래 지배인은 과학적담보도 없는 철판식으로 초고전력전기로를 건설하여 기일만 보장하면 된다는거요?

설계의 요구대로 하면서 조업을 보장할 방도를 생각해야 하지 않소?》

《…》

김성남은 너무 성급하게 그의 주장을 돌려세우려 했다는 생각이 들어 얼굴이 뜨거워났다.

《아바이, 제가 그만… 용서하십시오.》

자기가 너무 지나쳤다는것으로 해서인지 리규택은 헛기침을 몇번 하더니 지배인을 피끗 쳐다보았다. 간고했던 설계며 기술제안서의 부결, 건설자들과 침식을 같이하며 신발이 닳도록 뛰여다니는 지배인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그였다.

허나 기술적문제와 관련해서는 조금도 양보할수 없다. 그는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됐수다.… 과학기술적인 자료를 가지고 나를 리해시키시우다. 그전에는 절대로 설계를 개작 못합니다.》

그가 나간 후에도 김성남은 오래도록 방안을 거닐었다.

설계는 그 어떤 직권으로 내려먹일수도 없고 변경시킬수도 없는 법적문건이다. 더우기 그 설계에는 리규택의 희생적인 노력과 땀방울이 진하게 스며있지 않는가.…

설계에서 단연 먼저 기치를 든 그의 완강한 성격이 그 반대의 경우로 나타났으니 이것을 어떻게 보아야 하겠는지.…

혹시 그의 주장이 옳을수도 있다. 하지만 철판식으로 하자고 노력이라도 해보아야 할게 아닌가.…

급히 울리는 전화종소리에 김성남은 정신을 차리고 송수화기를 들었다. 영재에게서 온 전화다.

리규택을 만났던것을 간단히 말하고난 그는 그를 납득시키자면 과학적인 인증자료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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