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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 회


제 3 장


마음속의 빛은 밝다


3


리성복은 온 하루 돌격대원들과 함께 정양소건설장에서 일했다. 오늘 돌격대는 축조작업을 끝내고 3층천정다공판을 덮었다. 유압식기중기가 마지막다공판을 덮을 때 축조소대원들은 환성을 질렀다. 그들은 계획했던것보다 열흘이나 앞당겨 축조공사를 끝냈던것이다.

리성복은 축조소대원들과 함께 웃고 떠들며 자신들의 땀과 열정으로 우뚝 솟은 정양소건설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리성복은 건설에 남달리 조예가 깊었다. 그는 건설공학도서들과 합리적인 새 건설공법을 소개한 과학잡지들을 구해다가는 짬만 있으면 읽었다. 읽는데만 그치지 않고 실지 건설에 유용하게 써먹었다.

그는 화력발전소 당비서로 부임되여와서 많은 건물들을 새로 짓거나 현대적으로 개건보수했다.

발전소구내안에 새롭게 제 모습을 드러낸 건물들에는 다 그의 손때가 묻어있었다. 공장회관, 행정청사, 연혁소개실, 종합지령실, 공장병원, 영양제식당, 공장유치원과 탁아소 등은 불과 5년동안 공장자체의 건설력량으로 새 세기의 요구에 맞게 일떠세운것들이였다.

그중에서 리성복이 직접 설계하고 시공을 맡아 지은 건물도 여러개나 된다. 건설당시에는 어렵고 힘들었지만 그 완성된 건물에서 종업원들이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않고 생활하고있는것을 볼 때마다 힘이 솟아 다음대상에 달라붙군 했다.

리성복이 건설에 너무 치우친다고 성의 일부 사람들은 그를 보고 건설사업소 지배인을 했으면 꽤 일을 칠수 있을것 같다고 야유가 섞인 말로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거나말거나 리성복은 전력생산도 건설도 다 동시에 땅크처럼 밀고나갔다.

그의 작업복주머니에는 보물수첩이 있는데 누구도 그 수첩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수첩장들에 가까운 기간에 화력발전소의 모든 건물을 새 세기의 요구에 맞게 훌륭히 꾸릴 구상들이 하나하나 소묘되여있다는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언제인가는 축조소대의 매우 얌전하나 때로 기지있는 롱담으로 사람들을 끌군 하는 소대장 김성길이 당비서의 그 보물수첩을 보았다고 하여 사람들의 관심을 끈적이 있다. 저마다 정양소건설이 끝나면 또 어떤 대상의 건설이 예견되는가 물었다. 김성길은 수영관을 짓게 된다고 뻐젓하게 대답했다. 이때 리성복이 나타나 그의 머리를 툭 치며 말했다.

《보긴 봤구만.》

《하하…》

《비서동지, 우리 소대장동지 말처럼 수영관을 짓는게 옳습니까?》

《그렇소. 이 정양소건설이 끝나면 낡은 외래자합숙건물자리를 털어버리고 종합편의시설을 갖춘 수영관을 지을 계획이요.》

《야- 소대장동진 언제 비서동지의 수첩을 훔쳐봤습니까?》

《꿈에서 봤지.》

김성길은 그제야 자기는 그 수첩을 본적이 없다고 실토했다. 그랬으면 어쨌다는건가. 꿈에서 봤든 현실로 봤든 돌격대가 맡아야 할 다음번 공사대상이 무엇인가를 알아맞혔으면 그만이 아닌가.

리성복은 축조소대원들과 함께 웃고 떠들며 기분좋게 목욕을 하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가 사무실에 들어서자 부비서가 기다린듯이 따라들어왔다.

《비서동지, 축하합니다. 축조를 열흘이나 앞당겨 끝냈다면서요?》

《그렇소. 우리 돌격대원들이 정말 수고가 많았소. 이제 공사가 끝나면 평양견학도 조직하고 송암동굴도 견학시킵시다.》

《예, 제 미리 조직을 해놓았습니다. 저 비서동지, 한가지 의견받을 일이 생겼습니다.》

《뭐요?》

부비서는 문건철을 펴고 료해문건 한통을 비서앞에 가져다놓았다.

《연료과 령창탄광주재 김일로동무에 대한 자료입니다.》

리성복은 책상우의 안경을 끄당겨끼고 문건을 들여다보았다. 몇줄 읽어나가던 그는 고개를 들어 부비서를 바라보았다. 이게 사실인가 묻는 무언의 눈빛이였다. 부비서는 진중한 자세로 어서 마지막까지 읽어보라는듯 입을 꾹 다물고있었다.

리성복은 다시 문건을 읽어내려갔다. 그의 얼굴은 먹장구름이 낀 하늘처럼 어두워졌다. 료해문건에 반영된 김일로의 자료는 다음과 같았다.

김일로는 성격이 길들이지 못한 가라말처럼 사납고 무슨 일이든 제 밸대로만 하려는 경향이 농후한 사람이였다. 그의 성격적인 약점은 사업이나 생활에서 꼭같이 표현되였다. 누구의 말을 빌면 그는 집에 들어가면 안해와 다투기를 밥먹듯 한다는것이였다. 주변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가정싸움의 원인은 세대주가 가정생활에 전혀 무관심하고 집에 들어와선 걸핏하면 짜증을 내고 어떤 때는 가장집물도 부신다는것이다.

남편에 대한 안해의 불만은 굴러가는 눈덩이만큼 커져 이제는 저런 남편과 함께 살수 없다고 리혼문제까지 제기했다고 한다. 남편이 리혼하기를 거절하자 안해는 딸을 데리고 본가집으로 가버렸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 들에 나가도 샌다고 김일로는 주재로 나가있는 령창탄광에서도 그 성격적약점을 여러번 발로시켰다.

여러가지 사실중에서도 최근에 제기된 자료가 엄중했다. 그는 며칠전 령창탄광 지배인방에 뛰여들어 석탄문제를 가지고 언성을 높이던중 화가 난다고 하여 전기신세를 질 생각을 하지도 말라며 전기코드에 꽂혀있는 전기설비들을 모두 뽑아버렸다는것이였다.

탄광에서는 이 사실을 화력발전소에 통보했고 이렇게 준비되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발전소를 대표하여 탄광주재로 사업할수 있는가, 다른 사람과 교체해주면 좋겠다 하고 정식 제기해왔던것이다.

리성복은 제기된 자료를 구체적으로 읽고 부비서에게 물었다.

《그래 이 자료들은 객관적으로 증명된 자료겠소?》

《예.》

《술을 마시고 망동을 부렸다오?》

《탄광당위원회와도 련락을 가졌는데 그런것 같지는 않습니다. 가정문제에 대해서는 료해를 했습니다.》

《술을 마시지 않고서는 어떻게 이런 망동을 부릴수가 있겠소.》

리성복은 문건을 책상에 놓으며 결이 난 얼굴로 부비서를 바라보았다.

《술은 마시지 않았습니다. 연료과 동무들의 말에 의하면 그는 원체 술을 입에 대지 못한답니다.》

부비서의 말은 사실이였다. 자료에 제기된 결함들에는 객관적료해가 충분히 첨부되여있었다.

《본인을 만나봤소?》

《아직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월말이여서 래달초에는 그를 불러들이겠습니다.》

부비서는 제기된 자료가 엄중한것만큼 그 처리문제는 자료뒤면에 첨부하지 않았다. 리성복은 이만한 결함이면 김일로를 본직위에서 해임시키고 로동단련을 시켜도 무방하다는것을 알고있었다.

(김일로가 망동을 부렸군.)

리성복은 김일로의 인간됨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었다. 그래서인지 자료를 보면서도 설마 이 사람이 이런짓을 범할 사람일가 의심이 갈 정도였다.

김일로가 집에 들어가 안해와 가정싸움을 자주 한다는 사실을 리성복도 알고있었다. 그래 언제인가는 그의 집에 찾아가보리라 마음먹고있던참이였다.

그런데 일이 터졌다. 지난 4월 기업소창립절을 맞으며 진행한 예술소조공연때에도 관중들은 김일로부부가 부르는 2중창노래를 고대했다. 그들부부는 본래 전문배우 못지 않게 노래를 잘 불렀다. 혼성2중창의 안삼불은 전문가들도 경탄할만큼 기가 딱 찼다. 그런것으로 하여 공장예술공연때는 이들부부가 부르는 혼성2중창이 최절정이였다.

하지만 그들은 창립절경축무대에서의 노래선정을 해놓고도 그전날 밤 부부싸움으로 공연무대에 나오지 못했다. 수천명의 종업원들이 혀를 찼다. 음악적인 안삼불은 리상적인데 가정생활에서는 왜 불협화음이 나오는가? 두사람이 꼭같아 싸우지!…

가정에서의 불협화음은 사업에서도 불협화음을 가져오기마련이다. 자료에서 언급된것처럼 김일로는 발전소의 명예를 심히 손상시켰다. 탄광의 석탄생산이자 발전소의 전기생산이라는것을 과연 이 사람이 모르는가?

화력발전소에서는 김일로를 믿고 그를 령창탄광에 주재로 내보냈다. 그랬으면 탄광을 도와 한톤의 석탄이라도 발전소에 보내주기 위해 애써야지 그런 망동을 부리며 발전소의 명예를 손상시켰으니 이건 몇마디 욕으로 해결될것이 아니다.

리성복은 문제의 심중성을 생각할수록 격해지는 자신을 다잡았다. 언제나 사람문제처리에서는 백번천번 재고 또 재야 한다는것이 그의 사업준칙이였다.

리성복은 결론을 기다리는 부비서에게 조용한 어조로 말했다.

《이 동무문제는 좀 더 알아보고 결심합시다. 내 시간을 내서 탄광에 내려가보겠소.》

《알겠습니다, 저도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부비서가 방에서 나가자 리성복은 탁자에 놓인 보온병에서 물을 부어마셨다. 김일로의 모습이 선히 떠올랐다. 그 모습과 함께 10년전 처음 그를 만나던 때의 일도 생생하게 기억되였다.

…리성복이 화력발전소 당비서로 부임되여온지 1년이 지난 어느날이였다. 그는 새벽 4시경 잠에서 깨여나 발전소구내를 돌아보러 집을 나섰다.

화력발전소는 공업의 종합체라고 말할수 있다. 누구든 화력발전소에서 전기가 어떻게 생산되는가 물으면 그 대답은 간단명료하다. 석탄으로 증기를 생산하고 그 생산된 증기로 발전기타빈을 돌리면 전기가 나온다. 말은 쉽지만 전기를 생산하는데는 기계공업, 화학공업, 금속공업, 석탄공업이 치차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이런 사정으로 하여 발전소일군들은 어느 하루도 편안히 잠들지 못한다.

리성복은 당비서로 부임되여온 후 대체로 새벽에 일어나 공장으로 나와 구내를 한바퀴 돌아보며 발전설비들의 가동상태를 확인하고 들어가 맘편히 아침식사를 하군 하였다.

그날 새벽은 밤하늘에 별 하나 깜박거리지 않아 사위는 한치앞도 분간키 어렵게 어두웠다. 리성복은 처음 종합지령실에 들려 호기당 발전기들의 정상가동정형을 알아보고 전기직장, 열생산직장을 거쳐 운탄직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운탄직장 콘베아실밖에 이르렀을 때 멀지 않은 곳에서 삽질소리가 들려왔다.

(이 새벽에 누굴가?)

리성복이 몇걸음 더 다가가자 삽질소리가 멎었다. 서로가 인기척을 느꼈던것이다.

《누구요?》

먼저 저쪽에서 한껏 긴장된 목소리로 물어왔다. 리성복은 이상한 생각이 들어 선뜻 대답하지 않았다.

(이 먹물처럼 어두운 속에서 불도 켜지 않고 일할 사람이 있을가? 여기야 운탄직장콘베아실밖인데 새벽교대자들이 일할 곳도 아니지 않는가, 참 이상하다.)

또다시 상대쪽에서 조심조심 말소리가 들려왔다.

《겁내지 마오. 보아하니 동무도 석탄이 부족돼서 나온것 같은데 서로 협력해서 날밝기 전에 둬탕 해제끼기요.》

리성복은 그제서야 그가 칠칠캄캄한 이 새벽에 밤고양이처럼 살금살금 제 리속을 보는 사람이라는것을 알았다. 분명 석탄이 모자라 남 다 자는 새벽에 간이 콩알만 해서 저런 수고를 할것이다. 보아하니 미루분쇄시 미세하게 날아떨어진 미분탄 같았다. 미분탄은 발전소화실에 날아들기에는 그 카로리가 적당치 않다. 하지만 가정용부엌에서는 얼마든지 태울수 있다. 그러나 미분탄도 공장구내안에 있는 엄연한 공장재산이다.

리성복은 공장재산에 손을 대는 저 렴치없는 사람을 단속하여 콱 망신을 주고싶은 생각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불쑥 자신은 이 덩지 큰 화력발전소의 당비서라는 자각이 들었다. 요즘 화력발전소에서는 동기전력생산용석탄이 긴장하여 종업원들에게 월동용석탄을 제 정량대로 공급하지 못하고있었다. 그러니 오죽했으면 이 새벽에 이런 수고를 하겠는가. 여기까지 생각을 몰아가자 다음행동이 난처해졌다. 그는 리성복을 동업자로 알고있다. 그런 그에게 《내 당비서요.》 하고 얼굴을 내밀수는 없다. 그렇다고 모른척 돌아갈수도 없는 일이였다.

(할수 없지. 나도 협력자가 되는수다. 이렇게 된바엔 종업원들의 월동준비도 알아볼겸 손달구지나 밀어주자.)

리성복은 그에게 다가가 석탄을 싣기 좋게 손달구지채를 잡아주었다. 그 사람은 덤볐다치며 삽질을 해대더니 잠간사이 크지 않은 손달구지에 석탄을 무둑 담았다.

《됐소, 갑시다. 동무는 뒤에서 밀어주오.》

리성복에게서 손달구지채를 넘겨받은 그 사람은 어두운 공장구내길로 씨엉씨엉 끌고갔다.

리성복은 허리를 낮추 구부리고 손달구지를 밀어주었다.

《집이 어디요?》

리성복이 물었다.

《동암상점 뒤켠 골목이요.》

동암상점이면 후문에서 멀지 않다. 분명 정문으로는 통과하지 못할것이니 후문쪽으로 돌아갈것이다. 손달구지채를 잡고 동암마을로 부리나케 가는 사람은 운탄직장 수리공 김일로였다. 그의 걸음이 어찌나 빠른지 리성복은 숨이 차 따라 못갈 지경이였다. 등골에서 땀이 흘렀다. 그러거나말거나 김일로는 낮시간에 새겨두었던지 구내길을 요리조리 에돌며 후문쪽으로 손달구지를 몰았다.

어느새 손달구지는 공장후문을 벗어나 동암마을어구에 들어섰다. 그때에야 위험계선을 넘어선듯 김일로는 걸음속도를 늦추었다.

리성복이 그에게 물었다.

《식구는 몇이요?》

《단출하지요. 나와 처 그리고 갓 돌을 지낸 딸뿐이요. 보아하니 거기선 나이든분인것 같은데 집에 밤작업에 나갈 젊은이들이 없는게지요?》

김일로는 날이 어두워 뒤에서 손달구지를 미는 사람의 얼굴은 가려볼수 없었으나 진중한 목소리로 나이를 대중한것 같았다.

《…》

《어느 직장이요?》

리성복은 예견치 않았던 질문이 연방 들려와 어떻게 대답할지 난처해났다. 그렇다고 입을 봉하고 있을수도 없었다. 그래 얼결에 생각내키는대로 대답했다.

《화학직장이요.》

《그랬댔구만. 하기야 우린 탄을 다루는 직장이여서 정 급할 땐 이렇게라도 메꾸지요. 거긴 바쁘겠수다.》

그러니 앞서 손달구지를 끌고가는 사람은 운탄직장사람이 분명했다.

《운탄직장에선 탄공급을 했소?》

《했지요.》

《그것가지고는 월동용석탄이 모자라겠소?》

《모자라기야 뭐… 넉넉치는 못해도 빠듯하게는 되지요.》

(그러니 그 빠듯한 고비를 이런 방법으로 메꾸는구나.)

손달구지는 동암마을에 들어섰다. 마을은 이른새벽이여서 망망대해의 밤고기배처럼 여기저기 불빛이 보일뿐 사위는 어둠으로 뒤덮여있었다. 동암상점 좌측골목을 빠져나간 손달구지는 얼마 가지 않아 멎어섰다.

《다 왔소.》

김일로는 발뒤축을 높이고 대문너머로 팔을 뻗쳐 대문빗장을 벗겼다. 대문이 열려졌다. 두사람은 손달구지를 밀고 대문안으로 들어가 집마당에 석탄을 쏟았다. 원체 손달구지가 작아서인지 쏟아놓은 석탄이 보잘것 없었다.

리성복은 혹시나 안주인이 불을 켜고 나오면 어쩌나 걱정했다. 집앞에까지 와서 지금껏 손달구지를 밀어준 사람이 당비서인줄 알면 얼마나 난처해지겠는가. 다행히도 안주인은 새벽잠이 많은지 기척도 없었다. 리성복이 걱정한 일은 다행히도 벌어지지 않았다.

《자, 이젠 동무차례요. 날이 밝기 전에 제꺽 한탕 해버리자구요.》

김일로는 팔굽으로 얼굴에 내밴 땀을 뻑 문지르며 손달구지를 끌고 다시 온 길을 되돌아섰다. 리성복은 그를 따라 터벅터벅 새벽길을 걸었다. 걸으면서 생각이 깊어졌다.

(공장일이 잘되자면 공장의 주인인 로동자들의 생활이 안착되여야 한다. 화력발전소의 기본원료는 석탄이다. 석탄을 다루는 사람들이 가정에서 석탄부족을 느끼면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석탄이 빠져나갈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후방과에 단단히 이야기해서 어떻게 하나 종업원들의 석탄문제를 넉넉히 풀어야 한다. 그리고 열생산직장에서 나오는 연재를 가지고도 머리를 잘 쓰면 모자라는 석탄을 대신할수 있지 않겠는가.)

리성복은 새벽공기를 한껏 들이마시며 종업원들의 땔감문제를 풀 방도를 모색했다. 손달구지는 어느새 석탄을 모아두었던 운탄직장콘베아실밖에 도착했다.

《그래 집은 어디요?》

김일로가 리성복에게 물었다.

리성복은 고개를 숙인채 대답했다.

《나도 그 방향이요.》

《그럼 됐소. 자, 손달구지채를 잡소.》

김일로는 삽날에서 불꽃이 일 정도로 잽싸게 석탄을 담아실었다. 석탄은 두사람분을 예견하지 못했던것으로 해서 그 주변을 박박 긁어모아서야 손달구지에 골숨히 찼다.

김일로는 이것도 과남하게 여겨야 한다는듯 리성복에게 눈을 끔쩍해보였다. 그러면서도 자기앞에 선 사람이 당비서라는것은 전혀 모르고있었다. 날이 푸름푸름 밝아왔지만 아직은 둬서너메터에서는 상대방의 얼굴을 잘 가려볼수 없이 어둑어득했던것이다.

《됐소, 어서 갑시다.》

김일로는 손달구지채를 이제 가야 할 집주인에게 넘겨주려다말고 다시 제가 잡았다. 이러나저러나간에 날밝기 전에 공장구내를 벗어나려면 젊은 사람이 앞채를 잡는것이 상책이라는 생각이 든 모양이였다.

두사람은 말 한마디 주고받을새없이 부지런히 후문을 벗어났다. 이제는 일단 공장구내를 벗어났으니 그리 헤덤비지 않아도 되였다.

후에 김일로가 고백한데 의하면 그는 그때 안도의 숨을 내쉬며 손수레를 멈추었다고 한다. 위험구간도 벗어났겠다, 날까지 푸름푸름하니 밝았으니 그 빛에 손달구지를 밀고온 화학직장사람의 얼굴이나 보자는 심산이였다. 지금껏 얼굴도 모르고 협동작전을 했으니 후날 만나도 인사를 나눌겸 얼굴이나 알아야 할게 아닌가. 김일로는 리성복에게로 돌아섰다.

순간 그의 눈은 꼿꼿해졌다. 전류에라도 감전된듯 온몸이 굳어졌다.

(이크, 이게 누군가? 당비서가?…)

처음 그는 자기 눈을 의심했다. 하지만 자기앞에 얼굴을 반쯤 돌린 사람의 형태만 봐도 영낙없는 당비서였다. 체격은 체소하나 어느모로보나 강단이 느껴지는 당비서를 그는 쉽게 알아보았다. 범을 본 토끼만큼 놀라면서도 속히웠다는 생각에 울기가 치밀었다.

이럴수가 있는가. 이거야말로 길렀다 잡아먹자는것과 뭐가 다른가? 제기랄, 될대로 되라지. 내앞에 선 사람은 화학직장사람이지 당비서는 아니야. 그러니 처음 계약했던대로 너 한탕 나 한탕이다!

김일로는 불시에 염통이 커졌다. 하여 그는 어디서 그런 담이 생겼는지 시침을 뚝 따고 청맹과니시늉을 했다.

《이보 화학직장아바이, 년세도 많은데 힘겹게 따라다닐게 있소? 내 끌구가겠으니 천천히 따라오시구려.》

그것이 김일로의 고백이였다.

그러나 그날 새벽 리성복은 속으로 웃음이 나오는것을 겨우 참았었다. 일이 맹랑하게 번져졌다. 날이 밝기 전에 그 친구네 집대문앞에까지 가서는 슬그머니 빠지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던것이다. 더 우스운것은 그 친구가 분명 당비서의 얼굴을 알아봤겠는데도 천연스레 화학직장아바이로 불러주는것이였다.

리성복이 어정쩡해있을 때 김일로는 손달구지를 끌고 언제 손쓸새없이 바람처럼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이젠 빈몸으로도 따라갈수가 없었다.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도 들었다.

리성복은 그가 운탄직장 수리공이라는것을 얼굴로만 알지 이름조차도 모른다. 그쪽에서 모르는척 하니 자기도 모르는척 하면 될것이 아닌가. 공장구내길에서 정면으로 맞다들면 어떨는지, 하긴 그때도 모르는척 하면 그만이 아닌가.

김일로는 손달구지를 몰고 어느새 리성복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허, 그 친구 성격이 보통 아니군. 괴짜야!)

리성복은 다부진 체격에 결패있는 눈길로 자기를 흘겨보던 김일로의 표상을 다시금 머리속에 떠올리며 오던 길로 되돌아갔다. 그는 후문으로 들어와 석탄하차장에 들려 석탄재고량을 확인했고 다음은 연료과에 들려 밤새 들어온 석탄화차량을 알아보았다. 이렇게 리성복의 새벽순회는 종합지령실로부터 시작하여 연료과에서 끝난다. 모든것이 정상이였다.

이제는 이른아침시간이 되였다. 발전소사택의 굴뚝마다에서 흰 연기가 솟아오르는것이랑 장성강동뚝길로 아침달리기를 하는 모습이랑 선명히 볼수 있었다.

흥그러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온 리성복은 뜻밖의 사실에 아연해졌다. 집마당에는 미분탄이 쏟아져있었다. 영문을 묻는 리성복에게 안해 백옥녀는 이렇게 되물었다.

《여보, 당신이 집에 탄을 보낸게 아니예요?》

《?…》

리성복은 어이가 없어 말이 나가지 않았다.

(허, 그 친구 멋있게 되받아넘겼군. 보기 드문 괴짜야. 성격이 있거던.)

《당신 남들이 보면 뭐라겠어요. 집에 석탄이 없는것도 아닌데… 정말 가슴이 철렁했어요.》

안해는 안해대로 남편을 질책했다. 리성복은 안해의 질책에는 개의치 않고 벙글서 웃으며 물었다.

《그래 뭐라면서 탄을 쏟아놓았소?》

《아침밥을 안치는데 주인을 찾는 소리가 나더군요. 그래 나가보니 웬 젊은 사람이 탄을 가져왔다고 하더군요. 문을 열어주며 이 새벽에 무슨 탄공급인가고 물었지요. 그랬더니 씽하니 들어와 〈이건 당비서집몫입니다.〉 하고는 공다루듯 손달구지를 엎어놓더군요. 대체 무슨 탄인가 물었더니 이제 당비서동지가 들어오시면 다 알게 된다나요.》

안해는 영문도 모르고 방금전에 있었던 사실을 그대로 이야기했다.

리성복은 그 사람의 성격을 봐서는 능히 그럴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안해에게 말했다.

《여보, 사연은 후에 말하겠으니 어서 손수레를 끌어오우. 탄주인이 바뀌였소.》

백옥녀는 군말없이 남편이 지시한대로 손수레를 끌어왔다. 리성복은 손수레에 미분탄을 퍼담았다. 그의 집 손수레는 처음 탄을 싣고온 손수레보다 조금 컸다. 그는 탄창고에 들어가 탄기계로 빚은 마른 구멍탄을 30장이나 더 실었다.

《이 탄을 주인에게 돌려주오.》

《주인이 누구게요?》

《동암상점 골목으로 들어가 두번째 집이요. 멀지도 않은데 얼른 갔다오우.》

백옥녀는 이 탄이 사연이 있는 탄이라고 생각한 모양 군말없이 손수레를 끌고 동암상점쪽으로 갔다. 동암상점까지는 리성복이 밀어주었다. 그다음 안해에게 주인이 있거들랑 아무 말 하지 말고 탄을 부려주고오라고 당부했다.

리성복은 딸이 차려주는 아침밥을 먹고 출근길에 올랐다. 출근길에서 그는 탄을 가져다주고 오는 안해를 만났다.

《수고했소.》

《여보, 그 집이 화력발전소가족이 맞아요?》

리성복은 골살을 찌프렸다.

《당신 집을 헛갈린게 아니요?》

《헛갈리다니요, 아닌게아니라 그 집앞마당에도 미분탄이 쌓여있더군요.》

《그래서?》

《그 집은 혼자 사는 녀인의 집이예요. 동암리산림반에서 일한댔어요. 거 뭐랬더라… 응, 일로아저씨가 보냈지요? 하면서 반갑게 맞아주더군요.》

(혼자 사는 녀인이라… 그러니…)

리성복은 그제서야 모든 사실이 한줄로 꿰여지면서 깨도가 들었다. 순간 김일로의 인간상이 괴짜로부터 흉물스러운 사람으로 뒤바뀌였다. 물론 혼자 사는 녀인을 동정해주는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제집탄도 아닌 공장재산에까지 손을 대면서 그런 선심을 쓰는것은 좋지 않은 일이다. 그런줄 알았으면 어두운 새벽 그 자리에서 옳고그름을 빠갤걸 그랬다는 후회도 들었다.

사실 리성복은 월동준비를 못한 세대들의 가정형편을 료해해보자고 당비서라는 신분을 감추고 따라나섰던것이다. 그런데 일이 이렇게 번질줄은 몰랐다. 리성복은 기회를 봐서 단단히 이야기해주리라 속다짐하며 출근길을 이어갔다.

그로부터 이틀후 화력발전소 초급당위원회로 운탄직장 수리공 김일로가 이른새벽에 발전소재산인 미분석탄을 혼자 사는 녀인에게 가져다준 자료가 올라왔다. 새벽어둠을 리용해 슬쩍 해치운 사실이 누군가의 눈에 걸려든것이였다. 운탄직장부문당에서는 김일로의 일을 놓고 강한 투쟁을 벌리며 그를 엄격히 처벌할데 대한 의견을 초급당에 제기했다.

리성복은 자료를 가지고온 부비서에게 그제 새벽에 있었던 일을 상세하게 이야기해주었다. 부비서는 그 이야기를 듣더니 폭소에 가까운 웃음을 터쳤다. 이야기하는 리성복도 참지 못하고 부비서를 따라웃었다. 정말 웃지 않고는 못 견딜 일이였다.

《그러니 비서동지도 공범자겠습니다?!》

《옳소, 나도 비판무대에 함께 올라야 할것 같소. 허허…》

《그 친구 보통내기가 아닌데요? 하하.》

부비서는 평시에 웃음이 별반 없는 과묵한 사람이였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듣더니 잠자던 웃음집이 화뜰 놀라 깨여난듯 계속 웃어댔다.

《여보, 그만 웃소. 오늘 초급당위원회를 열고 종업원들의 월동용석탄공급문제를 토의합시다. 우린 어디까지나 일군다운 립장에 서야 하오.》

리성복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이미 웃음을 거둔 부비서가 진중히 물었다.

《그런데 운탄직장부문당에서 조직한 비판사업은 어떻게 하시렵니까?》

《어떻게 할게 있소? 투쟁을 벌려 공장재산에 손을 대는 나쁜 버릇을 고쳐주어야지. 비판에 앞서 부비서동무가 김일로동무를 만나 전후사연을 똑바로 알아보오. 그리고 회의지도도 동무가 나서서 하오.》

《알겠습니다.》

그로부터 몇시간후 동암리산림반에서 일하는 한 녀인이 수심에 싸인 얼굴로 리성복을 찾아왔다. 퍼그나 시간이 지나서야 녀인은 당비서방에서 나왔다. 뒤따라 리성복이 너그러운 표정을 짓고 녀인을 바래주었다.

녀인을 층계까지 바래우고난 그는 그길로 부비서의 방으로 갔다. 부비서방에는 자물쇠가 걸려있었다.

(벌써 나갔는가?)

그는 자기 방으로 돌아와 다급히 운탄직장에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공명통으로는 운탄직장의 견습공인듯 한 애된 처녀의 맑은 목소리가 짜랑짜랑 귀청을 울리며 들려왔다.

《…예. 부비서동지가 내려왔습니다. 지금 회의실에서 회의가 한창 진행되고있습니다.》

《알겠소.》

리성복은 송수화기를 놓고 부랴부랴 운탄직장으로 나갔다. 운탄직장 회의실에서는 일로에 대한 비판이 한창이였다. 비판무대에 나선 김일로는 서리맞은 배추잎처럼 축 처져 머리를 숙이고있었다.

리성복이 자리에 앉자 부비서는 그의 귀 가까이에 대고 김일로가 모든 사실을 인정했다고 소곤소곤 이야기해주었다. 리성복은 심중한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였다. 그리고는 부문당비서에게 어서 회의를 지도하라고 고개짓을 했다.

《자, 또 동지적인 비판을 줍시다.》

처음엔 누구도 일어나지 않았다. 비판회의에 당비서와 부비서가 참가한걸 보니 문제가 크게 번져질거라는 생각에 위구심을 느낀듯싶었다.

정숙한 회의장분위기를 깨뜨리며 누군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김일로의 새벽일을 알아내여 부문당에 보고한 설비부원이였다. 그는 피대를 돋구었다.

《여, 일로동무, 내 한가지 묻기요. 지금 동무의 나이가 어떻게 됐소?》

김일로는 꿀먹은 벙어리마냥 입을 다물고있었다.

《난 동무가 이제 갓 서른을 넘긴걸로 아는데 벌써부터 혼자 사는 녀인을 찾아다니면서 그 추태요? 얼굴이 뜨겁지 않소?》

순간 김일로는 머리를 쳐들고 설비부원을 쏘아보며 맞받아소리 쳤다.

《뭐라구요? 거 말 다했소?》

《일로동무!》

부문당비서가 맵짜게 불렀다. 김일로는 억울한듯 황소숨을 내쉬며 고개를 외로 틀었다.

이쯤되자 설비부원은 더욱 승이 살아 목청을 돋구었다.

《여, 동무! 동무가 그런 마음이 없었다면 왜 공장재산에까지 손을 대면서 새벽시간에 혼자 사는 녀성을 찾아다니는가? 이게 문제가 아닙니까?》

듣기가 거북하여 리성복이 나섰다.

《동무, 동문 그 녀인의 나이를 알고있소?》

《저… 나이는 딱히…》

설비부원은 얼굴이 지지벌개서 멍하니 굳어졌다. 표정으로 보아 그가 녀인의 얼굴도 나이도 전혀 모른다는것이 알렸다. 후에 알아보니 그저 안해가 어디서 듣고왔는지 큰일이나 난것처럼 들려주는 소리를 듣고 부문당에 보고했다는것이였다.

《모르면 내 말해주지. 그 녀인은 일로동무의 맏누이벌도 넘는 쉰살난 중년의 녀성이요. 비판을 해도 정당하게 근거있는 비판을 해야지 지레짐작하고 제 마음대로 하면 안되지. 잘 새겨두오. 알겠소?》

설비부원은 말문이 막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리성복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무들, 난 방금전에 한 녀인을 만나고 오는 길입니다. 그 녀인은 일로삼촌이 자기 집에 탄을 가져온것때문에 비판무대에 오르게 되였다는 사실을 알고 정신없이 나를 찾아왔던것입니다. 그 녀인은 눈물을 흘리면서 일로동무대신 자기를 욕해달라고, 그 탄의 몇배라도 공장에 가져다놓겠으니 그를 용서해달라고 하소연했습니다. 알고보니 그 녀인의 남편은 화력발전소를 건설할 때 발전기를 조립하다가 뜻밖의 사고로 희생되였습니다. 순직자가정이란 말입니다. 그때 일로동무는 그 작업반장밑에서 일했습니다. 그 작업반장이 세상을 떠난 후 일로동문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 집에 찾아가 성심성의로 도와주었습니다. 그는 몇달전에 산에서 땔감을 주어오는 녀인을 만나보고 몇번 자기 집 탄을 날라다주었습니다. 그러다가 월동용석탄이 걱정되여 생각던 끝에 미분탄을 모아두었다가 가져다준것입니다. 그렇다고 공장재산을 내간 일로동무의 잘못은 없는가? 매우 큽니다. 도와주고싶으면 조직적으로 제기해서 문제를 풀수도 있지 않습니까.》

리성복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자신에 대한 반성으로 넘어갔다.

《난 이 자리를 빌어 순직자가정을 잘 돌봐주지 못한 자신도 비판합니다.》

술렁술렁하던 청중은 물을 뿌린듯 조용해졌다. 다만 김일로의 흐느낌소리만이 사람들의 심장을 아프게 파고들었다.

돌연 김일로가 울먹울먹 말했다.

《비서동지, 제가 잘못했습니다.》

《알았으면 됐습니다. 어서 들어가시오. 동무들! 우리는 이번 일을 통해 일로동무의 마음을 높이 사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가 이 덩지 큰 발전소에서 당이 바라는대로 전기를 꽝꽝 생산하려면 기술도 높고 공장애도 지녀야 하며 동지들을 위한 마음 또한 뜨거워야 한다고 봅니다.

이자 방금 내자신이 이야기한 화력발전소건설을 위해 순직한 그 작업반장의 안해나 자식들은 우리 발전소의 한가족이나 같습니다. 그는 갔어도 그가 우리 발전소에 뿌린 땀과 열정은 현세대에 그대로 이어져 저 발전기가 내는 전기처럼 눈부시게, 아름답게 빛을 뿜고있습니다!》

리성복의 이야기는 청중들의 심장을 세차게 흔들어주었다. 그랬다. 조국땅 방방곡곡 송전선을 타고 흐르는 전기는 전력생산자들의 뜨거운 헌신에 떠받들려 신비한 힘을 내는 창조의 빛으로 빛나는것이 아니겠는가.

김일로는 이렇게 리성복에 의해 다시 재생되여 동지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으며 일하게 되였다. 그후 그는 공장대학을 졸업하고 리성복의 보증으로 연료과 령창탄광주재의 책임적인 위치에서 일하게 되였다.…

리성복은 이미 몇번을 읽어본, 손에 쥔 종이장에 찍혀진 자료에서 시선을 뗄수 없었다. 김일로의 인간됨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다고 생각해온 그였다. 마음같아서는 한달음에 달려가 그를 만나고싶었다.

하지만 령창탄광까지는 수백리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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