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0 회
제4장.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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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첫 봄비가 내렸다. 군데군데 고여있는 비물에 푸른 하늘이 비껴 번쩍거리고 대기는 청신하다. 어디선가 새들이 우짖는 소리가 들려온다. 길옆의 가로수들이며 휘늘어진 개나리가지들에도 한껏 파아란 물이 올라 제법 싱그러운 봄향기가 풍겨오는듯 하다.
하지만 김성남은 그것을 감상할만 한 정신적여유가 없다. 방금전 그는 책임비서의 전화를 받았다. 당중앙위원회 일군과 박상근부상이 와있으니 급히 당위원회로 오라는것이다.
그러니 드디여?…
김성남의 생각은 착잡하였다.
그의 머리속에 국가계획위원회 일군이 하던 말이 떠올랐다.
…작은 살림집 한채를 짓자고 해도 여러가지 해당한 절차를 밟고 승인을 받은 상태에서 시작하는데 하물며 국가의 승인도 없이 멀쩡한 전기로를 해체하고 그처럼 방대한 공사를 시작하였으니 상상이나 할수 있는 일인가?…
문제의 심각성은 바로 여기에 있는것이다. 나라의 법질서는 지켜야 한다고, 당중앙위원회에도 보고되였으니 차후지시를 기다려야 한다던 부상의 말도 떠오른다.
혹시… 건설을 중지하라는 지시를?
김성남은 저도 모르게 무거운 숨을 길게 내쉬였다.
제강소를 현대화한다는것이 과연 이렇게도 복잡하고 힘든 일이란 말인가?…
돌이켜보면 초고전력전기로건설을 기업소의 기술력량으로 설계하고 건설하겠다고 용단을 내린것자체가 특이한 사변이라고 할수 있었다.
어떻게 그런 어벌이 큰 결심을 하였던지 스스로도 놀랍다. 공사를 시작해놓고보니 정말 잘했다 하는 생각이 든다. 제힘으로 하자고 결심하니 방도가 나섰다.
남을 쳐다보며 외국으로 나다닐 때에는 도와주겠다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해외로 함께 나가자고 잡아끌어도 도리질하며 부득부득 집으로 들어갔던 로기술자들이 우리 힘으로 하자고 하니 저마다 팔을 걷고 달려나왔다. 온 강선사람들이 떨쳐나섰다.
허나 질서를 위반했으니… 이제 그것에 대하여 추궁하고 책임을 묻는다면 모든 잘못을 성근하게 인정하고 그 어떤 책벌도 받을것이다.
그러나 초고전력전기로건설만은 꼭 승인해달라고 하리라.…
당위원회마당에 들어서니 두대의 검은 승용차가 차체를 번쩍이며 위엄있게 서있다. 그때도 바로 강철직장건물앞에 이렇게 두대의 승용차가 서있었다는것이 상기되여 중압감을 느꼈다.
김성남은 청사 2층에 있는 책임비서방으로 올라갔다.
긴의자에 앉아 책임비서와 이야기를 나누던 당중앙위원회의 담당부부장이 김성남의 인사를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김성남의 긴장한 얼굴을 한동안 바라보고나서 파란 뚜껑으로 된 책을 펼쳐들었다.
《예?!…》
너무도 뜻밖의 일에 김성남은 그 자리에 얼어붙고말았다.
그러니
김성남은 머리를 쳐들수가 없었다.
책임일군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저 멀리에서 공명되여 들려오는것 같았다.
《!…》
김성남은 자기 귀를 의심하였다. 그는 머리를 쳐들고 책임일군을 바라보았다.
책임일군이 고개를 끄덕이였다.
《그렇습니다.
《예?!…
김성남은 더 말을 할수가 없었다.
나라의 경제규률을 어긴 책임을 엄하게 따질 대신 오히려 관대히 용서해주자고 하니 그 너그러움앞에, 그 믿음앞에 눈물이 앞설뿐이였다.
책임비서도 박상근도 두눈만 슴벅거렸다.
이들을 한동안 바라보고있던 담당부부장이 김성남에게 시선을 주며 다시 말을 이었다.
《!…》
김성남의 눈에서 참고참았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제강소를 현대화해보자고 뛰여다니던 나날 초고전력전기로를 둘러싸고 복잡하게 얽혔던 문제들, 그 누구에게도 하소할수 없었던 안타깝고 가슴아픈 일들이 그 얼마였던가.
그 모든 사연들을
김성남은 벽에 모셔진
《가장 어렵고 힘들 때
우리는 이 노래를 더 힘차게 부르며 초고전력전기로를 기어이 건설해놓고
방안에 있는 사람들모두가 숭엄한 표정으로
말씀전달이 끝나자 당중앙위원회 부부장이 김성남의 두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지배인동무! 우리
그리고는 박상근부상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부상동무! 성에서도 초고전력전기로건설을 잘 도와주어야 하겠습니다.》
깊은 생각에 잠겨있던 박상근이 머리를 쳐들었다.
《알겠습니다. 힘껏 돕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