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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 회


제3장. 완강성


9


박상근부상이 전기로건설장에 와있다는 전화를 받은 김성남은 솜옷을 걸치고 방을 나섰다. 사무실앞마당에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던 운전사가 급히 달려와 승용차문을 열었다.

김성남이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

《다시 찾을 때까지 차고에 가있소.》

《?…》

건설에 필요한 세멘트를 해결하기 위해 세멘트공장에 가려고 차를 대기시켜놓았던것이다.

김성남은 강철직장쪽으로 걸음을 다그쳤다.

높고 길다란 강철직장건물앞에 두대의 검은 승용차가 위엄있게 서있었다.

김성남은 긴장한 마음으로 강철직장철대문을 넘어섰다. 착암기소리로 귀가 멍멍해졌다. 솜옷을 입은 박상근과 국가계획위원회 일군이 시공책임자와 서승민의 설명을 들으며 건설장을 돌아보고있다.

돌격대원들은 그에 개의치 않고 해체한 로체들을 운반하고 기초를 탕탕 까내고있다.

박상근은 급히 달려온 김성남의 인사도 받는둥마는둥 하며 현장을 가리켰다.

《이게 무슨 일이요? 도대체 제정신이 있소?》

김성남이 아무 대꾸도 없이 서있자 국가계획위원회 일군이 엄하게 따졌다.

《지배인동문 사회주의계획경제규률이 있다는걸 잊은게 아닙니까?》

김성남이 수그렸던 머리를 쳐들었다.

《알고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무슨 란장판입니까? 도대체 이걸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이때 련락을 받고 나온 류준권이 다가오며 그들에게 인사를 했다.

그 일군이 마침이라는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기업소책임일군들이 다 모였구만. 그럼 어디 답변해보시오,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국가계획에도 물리지 않고 이렇게 큰 건설을 벌려놓았습니까?》

류준권이 작업현장을 둘러보며 의견을 내놓았다.

《돌격대원들이 일하는 현장에서 이러지 말고 사무실에 들어가 이야기를 합시다.》

그의 말에 모두 건물안에 있는 현장지휘부로 올라갔다.

도색이 벗겨진 수수한 책상을 마주하고 앉자 박상근이 먼저 발언했다.

《동무들은 국가의 계획경제법질서를 란폭하게 위반했다는걸 인정합니까?》

그는 문제의 엄중성을 강조하려는듯 《법질서》와 《란폭한 위반》이라는 말에 더 힘을 주며 따졌다. 마치도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책상우에 두툼한 사업수첩을 펼쳐놓고 적을 차비를 하는 국가계획위원회 일군을 건너다보며 김성남이 침착하게 대답했다.

《인정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건설과 관련된 기술과제제안서를 규정대로 성에 올려보냈습니다.》

박상근이 랭정하게 그의 말을 가로챘다.

《옳소. 하지만 승인하지 않았소. 내가 그에 대해서 몇번이나 말했는가? 전문설계연구소에서도 반대하였고 기술적파악이 없는 건설에 투자할수 없다고 말이요! 그런데 동문 왜 상급의 지시를 무시하고 제 마음대로 공사를 시작했소? 뭐 다른 사람들은 동무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가? 어디 말해보오.》

김성남은 굽어들지 않았다.

《제강소현대화의 주인이야 우리가 아닙니까? 초고전력전기로를 제힘으로 해보자고 온 제강소가 떨쳐나섰습니다. 그런데…》

사업수첩에 무엇인가 적고있던 계획위원회 일군이 고개를 쳐들었다.

《그렇다고 국가에서 제정한 계획경제질서를 란폭하게 위반해도 된다는겁니까?》

그 일군은 못마땅한 시선을 성남에게서 떼지 못하며 다시 입을 뗐다.

《동무들처럼 그렇게 제 마음대로 한다면 사회주의경제관리체계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생각 좀 해보시오.

작은 살림집 한채를 짓자고 해도 여러가지 해당한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하물며 그처럼 큰 건설공사를 승인도 받지 않고 시작한다는것은 상상이나 할 일입니까? 이거야말로 무정부주의적인것입니다. 문제의 엄중성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놓고도 무슨 변명이 그리 많습니까? 무슨 변명이…》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이때라는듯 곁에 앉아있던 서승민이 껴들었다.

《저도 여러번 말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지배인동무는 그 누구의 말도 안 듣고 끝내 1호전기로를 제 마음대로 까부셨습니다. 난 금속공업부문에서 수십년 일해오지만 이런 일은 처음 봅니다, 처음…》

그의 말투에는 젊은 지배인에게서 여러차례나 무시당하고 밀리운 울분이 다분히 스며있었다.

초고전력전기로건설장에서 들려오는 소음이 방안의 고요를 깨뜨렸다.

김성남이 조용히 머리를 쳐들었다.

《물론 우리가 제힘으로 하겠다는 욕망이 앞서 성에서도 승인하지 않은 건설을 시작한것은 잘못했습니다. 나라의 재정형편이 어렵다는것도 알고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제강소의 잠재력을 총발동하여 하겠다는것입니다. 그러니 이제라도 추가계획으로 물려주길 바랍니다.》

김성남의 굽힘없는 태도에 박상근은 얼핏 느껴지는 의혹을 누르며 소리쳤다.

《그만두오. 동문 전번에도 제강소잠재력소릴 했는데 그래 제강소잠재력은 나라의 재산이 아니란 말이요?…》라고 한 그는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을 들으려는듯 앞에 앉은 두사람을 쳐다보았다.

《…》

《그러다 실패하는 날에는 그 책임은 둘째치고 나라에 끼친 그 막대한 손해는 무엇으로 보상한단 말이요. 안되오, 난 책임일군으로서 절대로 승인할수 없소. 정 하겠으면 전기로대보수로 정하고 유압구동장치들과 콤퓨터화를 도입하는 방향에서 하시오.》

김성남과 책임비서의 눈길이 마주쳤다. 말은 없어도 김성남의 눈빛에서 단호한 결심을 알아본 류준권은 지지한다는듯 고개를 끄덕이였다.

《그건 안됩니다.… 우린 기어이 초고전력전기로를 건설하고야말겠습니다.》

류준권이 힘있게 덧붙였다.

《지배인동무도 말했지만 우리의 목표는 뚜렷합니다. 초고전력전기로를 우리 힘으로 하자는건 강선로동계급의 드팀없는 의지입니다. 그러니 추가계획으로 물려주길 바랍니다.》

박상근이 엄하게 잘랐다.

《안되오. 공사를 당장 중지하시오.》

모두들 덤덤히 말이 없다. 이때였다. 무거운 침묵을 깨뜨리며 현장방송차에서 《강선의 노을》노래가 장엄하게 울려왔다. 모여앉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숭엄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마치도 그 음악선률이 나약해지려는 김성남의 마음을 떠밀어주는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머리를 버쩍 쳐들었다.

《우린 9월 9일까지 기어이 조업하자고 결의하였습니다. 부상동지도 보셨겠지만 이미 전기로를 해체한 상태입니다. 새 전기로의 동체며 기타 자동화설비들도 본격적으로 제작하고있는중입니다.

우리 강선이 어떤 곳입니까? 무엇이든 하자고 결심하면 못해낸 일이 없는 천리마의 고향이 아닙니까!》

《…》

《부상동무, 갑시다! 제강소의 특수성을 운운하면서 떡떡 맞서는 이 사람들 하고 뭘 더 말할게 있습니까?》

계획일군이 이렇게 말하며 일어나자 서승민이 덩덩해서 따라일어섰다. 불안과 의혹이 뒤섞인 표정으로 앉아있던 박상근은 자리에서 무겁게 일어나며 그들의 뒤를 따랐다.

강철직장밖으로 나와 계획위원회 일군을 보내고난 박상근은 제강소에 남았다. 법적추궁은 추궁이고 도대체 초고전력전기로건설을 위한 기술준비와 설비제작, 기타 문제들을 어느 정도로 해놓았기에 김성남이 저렇게 떵떵 맞서는것인지 제 눈으로 확인해보고싶었다. 지배인과 함께 돌아볼가 하다가 그만두고 서승민을 데리고 강철직장에서 얼마 멀지 않은 자동화직장으로 먼저 갔다.

다부진 체격에 기름배인 작업복을 입은 직장장이 급히 뛰여와 인사를 한다. 박상근이 지배인으로 있을 때 제관1작업반장으로 일하였는데 이제는 직장장사업을 하고있다.

《그래 자동화직장에선 무얼 맡았소?》

《우린 전기로의 편심바닥과 로체와 천개 그리고 자동화설비들을 제작합니다.》

용접불꽃이 번쩍거리고 탕-탕 철판절단소리가 들려오는 제관장을 바라보며 박상근이 물었다.

《로체를 제작하는 철판은 어디서 해결했소?》

직장장이 싱긋 웃었다.

《그건 ㅂ제철소에 있는 사장된 회전로동체를 단 이틀동안에 해체하여 날라왔습니다.》

《그것으로 될것 같소?》

《전기로동체로서는 이모저모로 나무랄데가 없습니다. 얼마든지 할수 있습니다.》

《음-》

로받침틀을 제작한다는 보수직장에도 들렸고 변압기와 전기설비들을 맡았다는 동력직장, 내화벽돌을 굽는 고질내화물직장에도 가보았다.

그 어디서나 옛 지배인을 알아보았다. 부족한것은 많지만 맡은 설비들을 제 기한내로 무조건 해내겠다고 주먹을 흔든다.

기술과와 설계실에도 들렸다.

전극자동승강장치를 비롯한 중요부문 설계를 아직 완성하지 못했으나 설계원들은 신심있게 내밀고있었다.

박상근의 마음은 무거워졌다.

믿음이 가지 않는다. 중요자동화설비제작도 세계적수준을 보장하겠는지…

그러나 건설자들의 신심과 배짱은 하늘을 찌를듯 하다. 어느 누구의 얼굴을 보아도 한점의 실망과 비관의 그림자마저 찾아볼수 없었다.

무엇인가 보이지 않는 큰 힘이 느껴진다. 그것이 과연 무엇이겠는가.·

생각이 깊어진 그는 서승민을 보내고나서 다시 강철직장안의 현장지휘부로 갔다. 김성남은 없었다. 기초 까는데 나가있다고 한다.

철계단을 내려 현장으로 나가던 박상근은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분명했다. 성남이였다. 웃동을 벗어던진채로 돌격대원들속에 섞여 착암기를 틀어잡고 발파구멍을 뚫고있었다. 법적추궁을 눈앞에 두고도 착암기를 억세게 틀어쥐고있는 김성남의 완강하고도 필사적인 그 모습에는 고집으로만 볼수 없는 미지의 그 힘이 느껴진다. 혹시 그가 해낼수도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피뜩 떠올랐다.

불타는 고지우에서 기관총을 휘두르는 사수와도 같은 그의 모습에서 어쩐지 지금까지 잘 알고있던 김성남이 아니라 전혀 모르는, 생소한 사람을 보는것만 같았다. 그를 떠밀어주는, 초고전력전기로건설자들을 떠밀어주는 그 힘은 어디서 생기는것인가? 어디서…

김성남이 착암기를 놓을 때까지 기다린 박상근은 그와 함께 현장지휘부로 갔다.

성으로 올라간줄 알았던 그가 다시 나타난것이 놀라왔으나 김성남은 묵묵히 앉아있었다.

박상근이 대범하게 어색한 침묵을 깨뜨렸다.

《내가 지배인에게 가슴아픈 소릴 했는데 사실 그 말을 해놓고 나도 마음이 괴로왔소. 어쩌겠나. 나이를 먹으면 노염이 잦다고 내 심정을 리해하라구. …》

담배를 꺼낸 박상근이 그에게 권했으나 김성남은 조용히 사양했다.

담배에 불을 붙여문 박상근이 눈길을 들었다.

《성남이, 그래 초고전력전기로건설을 정말 해낼수 있다고 생각하나?》

《…》

박상근은 이와 비슷한 물음을 언제인가 성남에게 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오늘의 물음은 어찌보면 성남에게라기보다 오히려 자신에게 하는 질문과도 같았다.

《좀전에 난 현장을 한번 돌아보았네. 그런데 기술준비나 부분설계도 아직 완성되지 않았더구만. 설비제작에서도 걸리는게 한두가지가 아니고. 거기에다 9월 9일까지 하겠다고 하니… 난 아무리 생각해보아야 도무지 리해가 되지 않아.

도대체 무얼 가지고 어떻게 건설하자는것인지…

이건 결코 추궁이 아니요. 혹시 내가 잘못 생각할수도 있지 않나. 그래서 다시 찾아온거요.》

《?!…》

김성남은 그의 심정이 리해되였다. 생활에서나 사업에서 위선을 모르는 그였었다.

박상근이 제강소에서 사업할 때에는 늘 현장에서 살다싶이 했다. 용해공들과 함께 쇠장대를 틀어잡았고 구수한 마라초도 말아피우면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알아보기도 하였다. 가열로증발랭각장치를 비롯한 여러가지 새 기술혁신안들을 적극 내밀어주어 성공시켰다.

어려운 고난의 행군시기에는 현존설비들을 제대로 보존하면서 생산을 계속 내밀었으며 로동자들의 생활도 잘 돌봐주었다. 한번은 기업소후방과에서 적지 않은 량의 콩기름을 구입해온적이 있었다. 일군들은 종업원들에게 먼저 1키로그람씩 공급하고 나머지는 창고에 보관하였다가 다음기회에 공급하겠다고 했었다. 그러자 박상근은 책상을 쾅 쳤다. 전량을 다 공급하라고, 기름을 남겨두면 쥐 소금 녹이듯 솔금솔금 다 없어진다고 하였었다.

그는 현장식당에서 식사 한끼를 하여도 량권과 금액을 꼭꼭 내는 청렴성으로 하여 일군들과 로동자들의 존경을 받았었다.

그러던 그가 오늘날에 와서 이렇게까지 달라지다니?…

김성남은 자신의 잘못이 뼈아프게 느껴졌다. 사실 의리가 없다고 한 그의 말을 듣고 가슴이 아팠었다. 은인이며 스승과도 같은 그의 의사를 거역하는것이 얼마나 뻐근한 일인가 하는것도 느껴본 성남이였다.

그러나 이 시각 성남은 자신이 정말 의리가 없는 인간이였음을 자인하였다. 지금까지 그의 잘못된 생각이나 결함을 느껴보면서도 의리를 지킨다고 외면하였거나 동조해나섰었다. 그것은 위선이였다, 위선!… 그러다나니 오늘과 같은 일이 벌어진것이 아니겠는가…

김성남은 주저없이 입을 열었다.

《물론 부분설계가 아직 완성되지 못한것들이 있고 기술준비, 설비제작에서도 걸린것이 많습니다. 하지만 전 그것이 결정적인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김성남은 다시 말을 이었다. 그의 말은 조용하나 힘이 있었다.

《며칠전 저는 유진섭동지를 만나러 갔다가 천리마작업반운동이 한창 벌어지고있던 그 시절 한 친우에게서 받았다는 기술서적을 우연히 보게 되였습니다.

그 책의 첫장에는 이렇게 씌여져있었습니다.

꺼지지 않는 강선의 노을을 위하여, 유진섭동무에게.

유진섭동지는 그 책을 인생의 길동무처럼 생각하며 지금도 때없이 보고있다고 합니다. 그보다 더 좋은 책이 없어서였겠습니까?…》

박상근은 놀랐다. 그 책을 준 사람이 성남이 아버지라는것을 대뜸 알아차렸다. 그 시절 대학으로 떠나가는 그에게도 그런 책을 주었던것이다.

대학에서 공부할 때나 그후 제강소에 배치되여 일할 때에도 그 책은 적지 않은 도움을 주었고 힘이 되였었다. 언제부터인가는 발전하는 과학기술추세에 뒤떨어진것이라고 생각되고 별로 참고할만 한 가치도 없는것 같아 책장구석에 꽂혀있는채로 있었다. 그러다보니 그 책에 대한 관심도 없었고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잠시 말을 끊었던 김성남은 깊은숨을 들이쉬고나서 다시 입을 뗐다.

《결코 그에게 더 좋은 책이 없어서가 아니였습니다. 그것이 바로 그 시절처럼 오늘도 천리마의 넋을 안고살려는 그의 지향이 아니겠습니까.

어느때건 기술공정실에 가보면 로기술자들의 책상우에 현대과학기술서적들이 무드기 쌓여있는것을 볼수 있습니다. 그들은 지칠줄 모르는 열정으로 첨단기술을 부단히 독파하면서 든든한 배심과 담력을 가지고 초고전력전기로건설에 주저없이 나섰고 지금도 흔들림없이 자신을 바쳐가고있습니다.

리규택동지는 아들의 생사를 결정하는 수술립회에도 가지 않고 총설계를 기어이 완성하였습니다.

유진섭동지는 변압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색하고있고 초고전력전기로운영과 관련한 새로운 조업방식을 내놓을 준비를 하고있습니다.》

김성남은 생각깊은 얼굴로 앉아있는 박상근을 바라보며 결연히 말을 이었다.

《그런데 전 부상동지에게서 그런 모습을 찾아볼수 없었습니다. 박상근동지도… 천리마시대의 기수가 아니였습니까.

전 제강소에 계실 때의 박상근동지의 모습, 늘 현장에 내려가 로동자들과 잎담배도 함께 말아피우고 허물없이 무릎을 마주하고 이야기도 나누며 걸린 문제들을 풀어나가던 그 시절의 그 모습을 다시 보고싶습니다!》

김성남은 여기서 말을 끊고 생각에 잠긴 박상근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우리는 지난 기간 로기술자들을 믿지 못하였기에,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았기에 여러해나 제강소현대화를 지연시켰습니다. 그 책임이 저나 박상근동지에게 정녕 없단 말입니까? 그런데 오늘날에 와서까지 우리 강선로동계급의 의지를 믿지 못하고있으니…

전 이것이 무엇보다 가슴이 아픕니다!》

말을 끝낸 김성남은 작업복 웃단추를 벗겨놓으며 큰숨을 후- 내쉬였다.

박상근은 쥐고있던 담배가 저절로 타들어가 꺼진것도 느끼지 못했다. 그가 정말 하기 힘든 말을 했다는것을 의식하였다.

그러니 내가 그들처럼 살지 못했단 말이지…

성남이가 말한것처럼 나도 그때 천리마기수였다. 허나 오늘날에 와서 그 말이, 그 의미가 까마득한 옛날의 대명사처럼 느껴진다.

그렇다면 과연 그 정신만 가지고 오늘의 지식경제시대, 최첨단기술을 요하는 정보산업시대를 대할수 있단 말인가.…

생각은 복잡하고 마음은 괴로왔으나 그는 내색하지 않고 무거운 머리를 들었다.

《진심으로 말해주어 고맙소. 성남동무의 결심이 옳을수도 있지. 하지만 누가 옳았는가 하는것은 오직 시간만이 증명해줄거요, 오직 시간만이…

초고전력전기로건설문제는 이미 내각에 상정되였고 문제의 심각성으로하여 당중앙위원회에도 보고되였소. 그러니 차후지시를 기다리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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