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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 회


제 2 장


에돌아갈수 없는 길


7


지용수는 2호발전기회전자축의 균렬복구를 위한 기술협의회에 참가하기 위해 영천화력발전소로 내려왔다.

그는 이 문제를 놓고 남달리 마음을 많이 써왔다. 영천화력발전소는 지용수에게 있어 잊을수 없는 곳이였다. 15년전 그는 이곳에서 기술발전과장으로 일했었다. 발전기의 매 호기마다 그의 손길이 가닿지 않은데라고는 없다. 그런 그에게 2호발전기회전자축의 균렬은 자기의 살점이 떨어져나간만큼이나 아픈것이였다.

지금 나라의 전력사정은 여전히 긴장하며 어디서나 요구되는것이 전기였다. 그런 상황에서 2호발전기회전자축의 균렬은 영천화력발전소를 벗어나 성적인 커다란 관심사로 되고있다. 게다가 모두가 능력있는 일군으로 평가하고있는 지배인은 병으로 장기입원중이여서 이 문제를 놓고 론의가 분분하다.

다만 명백한것은 최단기간에 무조건 2호발전기의 동음을 울려야 한다는것이다. 그러자면 2호발전기의 회전자축을 교체하든지 아니면 회전자축의 균렬을 제거해야 했다.

이 두길중 어느것을 택하여야 하는가? 이 문제점을 놓고 많은 토론이 있었으나 해결책은 찾지 못했다.

리성복당비서도 이 문제때문에 매일과 같이 자기 집에 전화를 걸어왔고 또 언제인가는 집에 찾아오기까지 했었다.

지용수도 자기 일처럼 뛰였다. 그는 이미전부터 2호발전기회전자축의 복구는 그 어떤 경우에도 가능성이 없다는것을 확언하고있었다. 그가 주장하는 가장 빠른 길은 자금은 많이 들어도 새 발전기축을 외국에 주문하여 사와야 한다는것이였다. 그는 그 실현을 위하여 성은 물론 내각에까지 상정시킬 만단의 준비를 갖추어놓았다.

바로 이런 때 뜻밖의 소식이 지용수를 아연케 만들었다. 영천화력발전소의 초급당비서와 기사장이 2호발전기회전자축의 균렬을 공장자체의 힘으로 복구하겠다는 결심을 경애하는 장군님께 보고올려달라고 제의했던것이다.

지용수는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이 사람들이 어벌도 크지. 2호발전기회전자축을 자체의 힘으로 복구하겠다니… 그건 좋은 일인데 무슨 수로 복구한단 말인가? 그래 이 문제가 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보다 심각하고 책임적인 문제라는걸 정말 모른단 말인가?)

지용수는 서둘러 기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기사장도 신심없는 목소리로 당비서가 균렬간 2호발전기회전자축을 용접의 방법으로 복구하자는 안을 믿고 결심을 내렸다고 중얼거렸다.

《그래 기사장동문 균렬간 회전자축을 용접의 방법으로 복구하자는 안을 어떻게 생각하오?》

지용수는 기사장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오겠는지 뻔히 알고있으면서 재삼 물었다.

《글쎄, 된다고는 볼수 없지만 어쨌든 토론에 붙여봐야…》

기사장은 또 애매한 말로 얼버무렸다.

《여보 기사장동무, 동무야 발전소의 책임일군인데 그런 어정쩡한 론거로 날이 서겠소? 된다, 안된다 명백해야지. 어쨌든 내가 내려가겠으니 그때 토론해봅시다. 가만, 그 용접안을 누가 내놓았다구?》

《서재필이라구 2년전에 년로보장을 받고 집으로 들어간…》

《됐소, 서재필을 알면 동무보다 내 더잘 알게요. 이만 전화를 끊겠소.》

지용수는 기사장의 말을 중도에서 끊어버렸다. 그는 이미 당비서와 전화로 용접안을 내놓은 서재필의 문제를 놓고 토론이 있었다. 그가 기사장에게 재삼 묻는것은 서재필에 대한 자기의 립장을 은근히 삐치려는 의도에서였다.

지용수는 서재필을 당비서나 기사장 못지 않게 그의 겉모양새는 물론이고 그 속통머리까지 말짱 알고있다고 자부한다. 그는 영천화력발전소건설 초창기부터 서재필과 함께 일했던것이다. 발전소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내리고있는 서재필에 대한 혹평은 용접기술은 높은데 기술코대를 세우며 저만 저라고 남을 깔본다는 식으로 흔히 기술이 높은 사람들이면 늘 잔등에 지고다니며 듣고있는 가볍다면 가볍고 무겁다면 무거운 그런 결함이였다. 하지만 지용수국장의 평은 너무 린색하다고 하리만큼 가혹했다. 우선 서재필의 기술적인 측면에서 그를 평한다면 그의 남다른 용접기술은 집단의 리익을 위해 써먹게 되는것이 아니라 철저히 자기 개인의 명예를 지키는데 복종되는 아주 편협하고 졸렬한 기술이라는것이다. 또 그의 인간적인 풍모에 대해 혹평할라치면 자기자신을 위해서는 남을 서슴없이 구렁텅이에 빠뜨리는 일도 아무 꺼리낌없이 하는 극단한 개인리기주의가 꽉 찬 무서운 사람이라는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그와 함께 일할 때 여러번 느낀바가 있어 오늘에도 서재필이 하면 도리머리는 물론 입이 다 쓰거워진다는 지용수이다.

서재필에 대한 지용수국장의 견해가 이러할진대 그가 내놓았다는 용접안이 그의 마음에 들리 만무한것이다. 헌데 그 안을 공장당비서가 극구 찬양한다니 이 또한 문제가 아닐수 없었다. 무릇 일군들이 그런 사람들의 속궁냥을 꿰뚫어보지 못하고 사탕발림의 얼림수에 넘어 덮어놓고 믿다가 랑패를 보는 일이 드문드문 나타나고있는것이다. 그때 가서 후회했댔자 무슨 필요가 있단 말인가. 리성복이 무슨 연고로 무턱대고 서재필을 믿는지 그가 제정신이 있는 사람같지 않았다.

그는 전화로 리성복을 찾아 서재필이 내놓은 용접안에 크게 기대를 걸지 말라고 오금을 박았다. 그런데 리성복은 친구의 권고를 뭘로 아는지 오히려 제켠에서 기대를 가지고 안 가지고 하는 문제는 두고볼 일이니 어서 기술협의회를 조직해달라고 성화를 먹이였다.

지용수는 영천화력발전소에서 자체의 힘으로 2호발전기를 복구하겠다고 결의한 이상 이러구저러구 더 할 말이 없었다. 어쨌든 기술협의회에서 따끔히 이야기해주리라 그는 단단히 별렸다.

지용수는 먼저 당비서의 방부터 찾아갔다. 방은 걸려있었다. 청사관리원의 말에 의하면 그는 정양소건설장에 나가있다는것이였다.

요즘 발전소에서 정양소와 전자도서열람실공사를 벌려놓고 힘겨운 전투를 벌리고있다는 사실을 그는 이미 알고있던터였다. 그 건설을 발기하고 내미는 사람이 리성복이였다.

성에서도 영천화력발전소에서 벌려놓은 건설문제를 가지고 더러 말들이 있다. 화력발전소에서는 뭐니뭐니해도 전기를 많이 생산하는것이 기본이다. 그런데 영천화력발전소에서는 부과된 전력생산계획을 수행하재도 숨가쁜데 거기에 여기저기 건설까지 벌려놓아 이모저모 전력생산에 지장을 준다는 의견이 발전소의 일부 일군들속에서 제기되였다고 한다.

사실 건설문제만도 그렇다. 지금처럼 전력생산이 긴장한 때 많은 로력과 자재가 들어야 하는 방대한 건설을 벌려놓았다는 그자체가 지용수로서는 잘 리해가 되지 않았다. 발전소에서 건설을 벌려놓은 문제가 자기의 사업권한밖이여서 이래라저래라 시비할것은 못되지만 어쨌든 친구지간의 의리를 봐서도 꼭 말해주리라 생각하고있었다.

지용수는 기사장방으로 내려갔다. 방은 깨끗이 정돈되여있었다. 협의회를 이 방에서 하기로 되였던것이다.

기사장은 지용수를 반갑게 맞았다.

《오시는 사이 몹시 더웠겠습니다.》

지용수는 건성 인사를 받으며 창문쪽에 놓인 긴 쏘파에 앉았다.

《그런데 협의회준비는 다 됐소?》

《예, 그런대로…》

기사장의 대답은 시원치 않았다.

《그래 기사장동무의 생각엔 용접의 방법으로 발전기회전자축을 복구할 가능성이 보이오?》

《…》

기사장은 한동안 대답이 없었다.

명인국기사장은 지용수국장에게서 두번째로 이런 질문을 받는다. 그는 국장이 자기의 입에서 어떤 대답을 기다리는지 모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상급이라고 맹목적으로 비유를 맞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였다.

사실 기사장은 2호발전기를 살리는데서는 지용수와 같은 의견이였다. 그는 이미전에 2호발전기회전자축을 외국에서 주문하여 사올데 대한 주문서를 만들기까지 했다.

그런데 기업소자체로 조직한 협의회때 당비서를 비롯한 기술일군들이 공장자체의 힘으로 복구해야 한다고 열기띤 토론을 하는 바람에 그 제기를 당분간 미루기로 작정했던것이다. 그때는 아무리 그래도 이 길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을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난데없이 서재필이 용접의 방법으로 회전자축의 균렬을 복구할수 있다는 안을 기술발전부기사장에게 이야기한것이 당비서의 귀에까지 흘러들어가게 되여 문제는 얼마든지 우리 힘으로 복구할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까지 되였던것이다.

이러한 때 리성복과 명인국은 도당위원회의 부름을 받고 올라갔다.

그들은 당중앙위원회 일군으로부터 영천화력발전소의 2호발전기가 회전자축의 균렬로 동음을 멈추었다는 보고를 받으신 장군님께서 하루빨리 2호발전기를 복구하여 동기전력생산을 보장할데 대한 믿음의 가르치심을 주셨다는 사실을 전달받게 되였다.

그때 리성복당비서는 즉석에서 주저없이 당중앙위원회 일군에게 2호발전기를 공장자체의 힘으로 복구하여 동기전력생산을 보장하겠다는 결의를 경애하는 장군님께 보고올려달라고 제의했다.

기사장도 당비서의 제의에 호응했다. 하지만 2호발전기회전자축의 균렬을 복구하는 문제가 그렇듯 간단히 해결될 문제가 아님을 날이 감에 따라 느끼게 되면서 더럭 위구심이 그의 온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만일 용접의 방법이 실패하여 2호발전기를 살려내지 못한다면 그 책임을 누가 어떻게 져야 하는가?

명인국은 며칠밤을 패며 이 문제를 놓고 고심했다. 기술적으로는 가능성이 없지도 않았지만 회전자축의 덩지큰 모양을 보면 도리머리를 젓게 되였다. 덩지도 덩지지만 그 회전속도가 분당 3 600회이다. 게다가 균렬이 간 부위가 힘모멘트를 가장 많이 받는 3번메달부위이다.

명인국은 적당히 이야기하리라 마음먹고 입을 뗐다.

《국장동지, 어쨌든 용접의 방법으로밖에는 2호발전기를 살려낼 방도가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 어떻게 하든 그 가능성을 찾아야지요.》

《기사장동무, 거 동무의 말을 듣고는 뭐가 뭔지 갈피를 잡을수 없구만. 똑똑히 찍어말하오. 가능성이 있소 없소?》

지용수는 명인국의 속심을 꿰뚫어본듯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명인국은 입을 꾹 봉하고있었다. 그는 더이상 자기 의사를 내비치고싶지 않았다. 지용수국장이 협의회차로 영천화력발전소에 내려왔지만 용접안을 반대한다는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맹목적으로 그에 추종할 필요는 없었다.

명인국은 지용수국장을 잘 알고있었다. 그는 전력공업부문에서는 무시할수 없는 실력자였다. 실력자인것만큼 그 코대가 대단히 높았다. 그는 성적으로 과학기술적측면에서는 물론 경영활동에서도 그 영향력이 대단했다. 지금 성의 국장, 부국장들의 대다수가 그의 밑에서 일을 배웠거나 함께 일하던 사람들이였다. 그만큼 그의 위치는 높았다.

언제인가 그는 전화로 성에서 기사장을 지배인의 후임으로 보고있으니 이런 때 한번 본때를 보이는것도 나쁘지 않다고 은근히 침을 놓았다.

그때 명인국은 그의 조언을 심중히 받아들였다. 그도 지배인이 결원된 상태에서 성의 간부들 보란듯이 일을 제껴 그들의 눈에 들고싶은 욕망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조련치 않았다.

이런 때 공교롭게도 2호발전기회전자축의 균렬로 더욱 성일군들의 초점이 모아지게 되였으니 자기의 주장을 서뿔리 내비쳤다가 경솔하다는 소리를 듣게 되면 어쩌겠는가.

두사람의 따분한 분위기를 문두드리는 소리가 깨뜨렸다. 명인국이 대답하자 조용히 문이 열리며 지련희가 들어섰다.

《아버지!》

뜻밖에 나타난 아버지일로 련희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듯 했다.

《련희구나. 그래 화력발전소생활이 어떻니?》

지용수는 해볕에 감실감실해진 딸애를 정겹게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재미있어요. 어머닌 건강하신가요?》

《응, 그저 네 소리뿐이다. 그래 큰어머니의 건강은 어떻니?》

지련희는 그 물음에 인츰 대답하지 못했다. 그럴만도 했다. 요즘 큰어머니가 심장병이 도져 얼굴도 붓고 혈압도 올라가 몹시 불편해하는 상태라는것을 지용수는 이미 알고있었던것이다.

딸의 심정이 리해되여 지용수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 협의회를 끝내고는 큰어머니도 만나보겠다.》

이때 명인국이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래간만에 만난 부녀의 상봉을 위해 자리를 피하려는것 같았다. 그러는 명인국을 지련희가 붙잡았다.

《기사장동지, 전 기사장동지를 만나러 왔습니다.》

《나를?》

명인국은 자기를 가리키며 물었다.

《저… 아버지! 사업토의를 하시댔어요?》

《아니, 어서 만나거라.》

지용수는 딸을 너그럽게 바라보았다.

《기사장동지, 한가지 애로되는것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뭔데?》

지련희는 기사장앞에 도면말이를 펼쳐놓았다. 명인국은 책상우에 놓여있는 안경을 찾아끼며 도면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그 도면은 서봉철이 1년전부터 들고다니던 용접봉심선절단기기계제작도면이였다.

《아니, 이 도면이 어떻게 너한테 가있냐?》

《왜요? 나한테 있으면 안됩니까?》

《음… 그럼 그녀석은 이젠 포기한 모양이지?》

명인국은 깨도가 된듯 머리를 끄덕거렸다. 그는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다. 서봉철은 쥐뿔도 모르면서 욱욱 배짱만 부리는 풋내기이지만 지련희야 대학까지 나왔으니 어련히 성공시킬 가망이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명인국의 속생각을 련희가 즉시 뒤집어놓았다.

《포기한것이 아니라 더 완강히 밀고나가는데요 뭐. 우린 서로 합동하는거예요.》

《합동한다구?》

명인국은 저으기 놀랐다.

(허, 이녀석이 엉큼한걸? 벌써 련희를 꼬드겨 손에 틀어쥐였군. 속에 구렝이가 들어앉은 놈이야.)

《그래 이번엔 됨직하냐?》

명인국은 무심한체 설계도면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기다렸다는듯 지련희가 냉큼 나섰다.

《기사장동지, 이번에 우리는 제작원가를 줄이기 위해 절단기칼날 각도를 5~4도로 주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본래는 18키로짜리 전동기를 썼지만 우리가 설계한대로 하면 10키로전동기면 됩니다. 그리고 혁신적으로 개조한것은 칼날본체와 여기 소재압착본체자리길에 보호판을 넣어준것입니다.》

《보호판의 재질은?》

《40강을 썼습니다.》

지련희는 기사장이 충분히 리해가 가게 설명해주었다. 명인국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동안 설계를 들여다보았다. 이번엔 될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처음 서봉철이 가져왔던 설계는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기술자들의 방조도 받는다면서 서봉철이 너무 끈덕지게 달라붙고 또 확신성을 장담했기에 기계제작에 필요한 자재를 대주었다가 랑패를 본 그였다. 이제는 그녀석의 말이라면 콩으로 메주를 쑨대도 곧이듣지 않을 판이다. 그런데 서봉철이 련희를 어떻게 꾀여냈는지 기사장도 머리를 돌리지 않을수 없게 하였다.

명인국은 쏘파에 앉아있는 지용수에게로 눈길을 주었다. 지용수는 얼굴에 흡족한 웃음을 띠고있었다. 딸이 대견스러운 모양이였다.

무릇 딸자식을 가진 아버지들 누구나 그러하듯 지용수도 딸에 대한 관심이 정도이상으로 높았다. 정말이지 어머니 없는 어린 딸을 안고 눈물을 흘리던 일이 엊그제같은데 지금은 다 자란 처녀가 되였던것이다.

지용수는 대학을 졸업한 딸을 얼마든지 좋은 직업에 배치할수 있었다. 그러나 부디 그를 영천화력발전소로 현실체험을 내보냈다. 한것은 우선 현실에 들어가 현장경험을 쌓고 또 입당까지 하면 처녀시절에 갖추어야 할 징표를 모두 가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어느 중앙기관에 배치받아 든든한 발판을 딛고 사회생활을 할수 있게 될것이다. 그다음 결혼문제는 얼음에 박밀듯 쭉 해결될것이다.

지용수의 머리속에는 딸의 전망에 대한 설계가 완성되여있었다. 이제 영천화력발전소에서 현실체험을 무난히 끝내고 입당까지 하면 다음 단계는 식은죽먹기이다. 그것은 문제될것이 없다. 발전소에는 리성복이 당비서로 일하고있는것이다. 딸의 장래에 대해 일일이 설명 안해도 리성복은 어련히 련희를 친딸처럼 잘 돌봐줄것이다.

딸이 영천화력발전소에로 현실체험을 내려온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새 발전소에서 절실히 필요한 기계제작에 달라붙었으니 딸은 아버지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일하고있다. 지용수는 그것이 마음에 들었다.

《저… 기사장동지, 우린 그저 손을 내미는게 아닙니다. 기계제작에 필요한 각종 소재는 다 자체로 해결하겠습니다. 그저 50미리강판만 해결해주십시오.》

련희는 기사장에게 조르다싶이 했다. 지용수가 슬쩍 지원포를 쏴주었다.

《기사장동무, 좀 도와주오, 다 기업소를 위한 일인데. 정 힘들면 내 힘써달라우?》

명인국은 히죽이 웃으며 손을 저었다.

《50미리강판이 뭐라고 국장동지까지 나서겠습니까? 제가 자재과에 이야기해서 꼭 해결해주겠습니다. 련희야, 이젠 됐니?》

《기사장동지, 고맙습니다!》

련희는 어린애처럼 명인국의 팔에 매달리며 기뻐했다.

《련희야, 이번에 실패하면 그녀석은 물론 너까지도 문제를 세우겠다. 알겠지?》

명인국은 롱조로 엄포를 놓았다. 지용수도 그러는 명인국에게 웃음을 던지며 말했다.

《그래, 상벌이 명백해야 하지. 련희야, 이 아버지의 얼굴을 봐서라도 꼭 성공시켜라.》

《알겠어요, 아버지!》

지용수는 딸애의 잔등을 가볍게 두드려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전 가겠어요.》

《응, 그래라. 내 저녁에 큰엄마집에 가겠다.》

련희는 가볍게 인사하고 방을 나섰다. 명인국이 련희를 바래우고나서 말했다.

《국장동지, 딸을 잘 키웠습니다.》

《기사장동무가 그렇게 생각한다니 나도 기쁘구만. 하지만 저 애를 키운건 내가 아니라 당비서네요. 정말 쉽지 않은 사람들이지. 제자식 하나도 키우기 힘든데 남의 자식까지 맡아 젖먹여 키웠으니 난 아직 그 은혜를 다 갚지 못하고있소.》

지용수는 축축히 물기머금은 목소리로 말했다. 온 발전소사람들이 지련희가 당비서의 집에서 친부모나 다름없는 보살핌속에서 자랐다는것을 알고있다. 그래서인지 명인국도 연방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정말 쉽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어릴 때는 젖먹여 키워주고 다자란 오늘까지도 친자식처럼 관심하니 말입니다.》

지용수는 말없이 담배를 꺼내물었다. 생각할수록 련희를 키워준 리성복내외가 눈물겹게 고마왔다. 하여 지용수는 누구에게라없이 리성복을 자랑했다. 자랑뒤말에는 《그는 나의 둘도 없는 옛친구요!》라고 덧붙였다. 그만큼 두사람은 동무따라 강남 갈만큼 절친한 사이였다.

갑자기 지용수는 어떤 미묘한 예감이 들어 불쑥 물었다.

《기사장동무, 련희와 함께 기계제작을 하는 동무가 누구요?》

《아직 모르고있습니까?》

《알긴 어떻게 알겠소. 언제 나에게 귀띔이나 해주었게 그러오?》

《특수용접작업반에서 일하는 서봉철이라고…》

《그래 총각이요?》

지용수는 다우쳐물었다.

《예, 제대되여서부터 우리 발전소에서 일하는 총각입니다.》

《특수용접반의 제대군인총각이라?!…》

순간 알수 없는 불안감이 전류처럼 온몸으로 퍼져갔다. 련희도 처녀이고 서봉철도 나이찬 총각이다. 무릇 처녀총각이 공동으로 연구사업을 하든가 한초소에서 일을 하든가 하면 극적인 정황이 없이도 서로가 교제를 깊이할수 있는 조건이 많아진다. 그 교제가 서로의 리해를 동반하면 인츰 동무관계보다 이성관계로 넘어가기가 쉽다. 그런 실례는 실생활속에서도 허다하고 소설에서나 영화에서는 더 말할것 없다.

지용수가 느끼는 불안의 원인이 바로 이것이였다. 혹시 괜한 걱정은 아닌지… 하면서도 생각은 자꾸 걱정쪽으로만 기울어진다. 사람의 일이란 모른다. 남녀간의 정은 일단 깊어지면 그것을 끊기가 조련치 않다.

그는 딸애가 화력발전소에서 현실체험을 착실하게 하고 자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온 신경을 거기에 쓰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마음 한켠으로는 딸애에 대한 믿음도 없지 않다. 그는 딸애를 믿고싶었다. 그도 이제는 세계관이 선 대학졸업생이다. 그리고 모든 문제를 랭정한 리성을 가지고 대할수 있는 지성인이다. 그러니 제발 아버지가 우려하는 길로 가주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딸애에 대한 믿음이 허물어져 그동안 제발 이루어지지 말아야 할데로 번져간다면…

지용수는 기사장에게 다시 물었다.

《그의 부모들은 뭘하는 사람들이요?》

《…》

기사장도 지용수가 우려하는 문제를 파악했는지 말을 떼지 못하고 주밋거렸다.

《여기 발전소사람들이겠소?》

《예, 국장동지도 잘 아실겁니다. 서봉철은… 서재필의 하나밖에 없는 외아들입니다.》

《뭐-요?》

지용수는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반쯤 엉치를 들어올리기까지 했다. 서재필은 그가 영천화력발전소에서 기술발전과장을 할 때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다. 성과학기술국에 소환되여 몇번 공장에 내려와있을 때도 공장구내에서 만나면 인사도 없이 스쳐지나는 사이였다. 그런데 그 자식들은 사슴처럼 다정히 기계제작을 한다니 세상일이란 얼마나 묘한것인가.

《기사장동무, 그 서봉철이라는 청년은 어떻소?》

지용수는 참 힘든 질문을 했다. 무슨 뜻에서 이런 질문을 했는지 자기자신도 잘 몰랐다. 하여간 딸과 함께 공동으로 기계제작을 한다니 호기심이 동한다 할가? 아니면 진심으로 그의 인간됨을 알고싶어서일가?

《제 아버지에 비하면 얼싸합니다. 생기기도 잘나고 성격도 좋고 하여간 딸가진 부모들이면 다 탐나하지요. 하지만 거 중뿔나게 나서는것만은 영 질색입니다.》

지용수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는 바싹 정신을 차리고 딸을 신칙해야겠다는 생각이 버쩍 들었다. 그는 기사장에게 부탁조로 말했다.

《기사장동무, 동무도 딸가진 부모니만치 이 신경, 저 신경 쓸일이 많을게요. 어찌겠소, 나야 늘 딸과 헤여져있으니 하고싶은 말도 못할 때가 많지 않소. 그러니 기사장동무가 친딸을 위하는 마음으로 잘 신칙해주오. 난 우리 딸애의 반려자를 이미 골라놨소. 내 말뜻을 알겠소?》

《알겠습니다. 아마 국장동지가 우려하는 그런 문제로까지는 번져지지 않을겁니다.》

《나도 그러리라 믿소.》

지용수는 기사장에게 자기 의사를 충분히 전달했다고 생각되자 갑자기 상기한듯 화제를 제꺽 돌렸다.

《가만, 협의회를 언제 조직했다구?》

《저녁 6시부터 시작하겠다고 포치했습니다.》

《시간이 있군. 그럼 내 당비서를 만나겠소. 이보 기사장동무, 기술협의회때 립장을 명백히 해야겠소.》

지용수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기사장방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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