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페지로
날자별열람


제 2 회


제 1 장


균 렬


2


15년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련희와의 전화상봉은 리성복으로 하여금 당장 집으로 달려가 그를 껴안고 그간의 회포를 실컷 나누고싶은 거의 어린애같은 충동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리성복은 자리를 뜰수 없었다. 당장 기사장방에서 2호발전기회전자축에 균렬이 생긴 문제를 놓고 공장기술력량들의 참가밑에 기술협의회가 있게 되는것이였다. 협의회시간까지는 10분이 남아있었다.

리성복은 세면장으로 나가 찬물에 와락와락 세면을 했다. 종일 정양소건설장에서 땀을 실컷 흘린 그였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거울앞에서 자기의 모습을 비쳐보았다. 별스레 꺼칠해진 얼굴에 주름살이 더 늘어난것 같았다.

이 며칠사이 리성복은 밥을 먹어도 모래알을 씹은것 같았고 눈을 감아도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지금 공장에는 지배인이 없다. 한달전에 뇌출혈로 중앙병원에 후송된것이였다. 화력발전소의 크고작은 일을 다 걷어안고 분주하게 뛰여다니던 그가 없고보니 별스레 큰 구멍이 뚫린것 같았다. 그 공간을 메꾸기 위해 당비서도 기사장도 배가로 뛰여다녔다.

현재 화력발전소에서 벌려놓은 일은 한두가지가 아니였다. 현행전력생산과제를 수행하자고 해도 허리가 뻐근한데 동시에 현대적인 살림집들과 정양소, 전자도서열람실공사까지 벌려놓았던것이다.

그것은 리성복이 초급당비서로 부임되자부터 벼르던 일이였다. 당면한 전력생산에 다몰리워 영천화력발전소는 오래동안 종업원들의 살림집보수며 고열속에서 일하는 열생산직장 로동자들을 위한 정양, 새 세기 정보화시대에 맞는 높은 과학기술기능의 발양 등 현실적요구를 충분히 실현시키지 못하고있었다. 그것이 리성복을 항상 괴롭혔다. 하여 그는 지난해부터 대담하게 그 모든 과제를 전격적으로 동시에 밀고나갈 결심밑에 초급당위원회의 결정으로 쪼아박고 100여명으로 구성된 청년돌격대를 무어 공사를 시작했다.

당위원회가 자기들의 생활에 진심으로 낯을 돌렸다는것을 깨달은 화력발전소 전체 종업원들은 전기생산은 생산대로 밀고나가면서도 통이 큰 건설공사에 한사람같이 떨쳐나섰다. 생산자대중의 마음과의 사업이 은을 낸것이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며칠전 2호발전기대보수때 회전자축에서 치명적인 균렬이 발견되여 발전소일군들과 기술자들, 종업원모두를 아연케 만들었다. 발전기에서 회전자축은 심장과 같은것이였다. 그 심장에 병이 들었으니 인체의 각 기관과 같은 전력생산계통이며 건설공사 등이 동맥경화를 일으키지 않을수 없었다.

그 일로 리성복이 누구보다 고민했다. 거울에 비쳐진 자기의 어두운 얼굴은 바로 회전자축의 균렬로 하여 마음속에 웅크린 불안의 뚜렷한 표적이라고 할수 있었다.

(이겨내야 해. 전력생산도 2호발전기회전자축복구도 건설도 다같이 밀고나가야 해!)

리성복은 힘껏 고개를 흔들고나서 기사장방으로 내려갔다.

리성복이 방에 들어서자 즉시 기술협의회가 시작되였다. 먼저 기사장 명인국이 자리에서 일어나 서두를 뗐다.

《2호발전기회전자축의 균렬문제를 놓고 기술발전과동무들이 수차례나 기술감정과 협의를 진행하였습니다. 하지만 균렬의 원인도, 복구방도도 아직 찾지 못하였습니다. 처음부터 금속재질상 결함이 있었다는 주장과 기름공급계통의 비정상적인 차단으로 오는 균렬일수 있다는 주장이 엇갈리고있습니다. 앞으로 원인은 밝혀지겠지만 어쨌든 문제는 2호발전기를 가동시킬수 없다는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최선을 다하여 2호발전기를 살려내야 합니다. 그럼 기술발전부기사장동무가 지금까지 종합한 회전자축의 균렬상태에 대하여 이야기하겠습니다. 부기사장동무!》

명인국은 자기 맞은켠에 앉아 무엇인가 부지런히 쓰고있는 석남흥을 불렀다. 석남흥은 원주필을 놓고 움쭉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내싸게 눈이며 입, 코 등이 시원시원하게 박인 젊은이였다.

리성복은 그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긴장한 협의회의 의제와는 전혀 다른 왕청같은 생각이 피뜩 떠올랐다. 리성복이 석남흥을 남달리 관심하게 된것은 기술일군으로서의 능력에 앞서 그가 우선 뜨거운 인간애를 지닌 젊은이라는데서였다.

석남흥은 새살림을 편후 자기네 인민반안에 하반신마비로 신고하는 특류영예군인이 있다는것을 알자 즉시 그를 찾아가 통성하고는 10년세월이 넘도록 물심량면으로 도와주고있다.

이 사실을 리성복은 얼마전에야 영천시 석수동에서 살고있는 특류영예군인 최영학이 화력발전소 초급당위원회에 보내온 편지를 받아보고서야 알게 되였던것이다.

편지에는 이렇게 씌여있었다.

《…비서동지, 발전소에서 부기사장으로 일하는 석남흥동무가 우리 인민반으로 이사를 온지는 어언 10년세월이 흘렀습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는데 석동무는 10년세월을 하루와 같이 우리 가정을 친척집처럼 따뜻이 돌봐주고있습니다. 명절날 아침이면 제일먼저 우리집 문을 두드리는것은 석동무의 가정입니다. 어디 명절뿐입니까? 색다른 음식이 생겨도 아이들의 손에 들려 우리 집으로 먼저 보내고 휴식날이면 량주가 저의 병치료에 좋다는 약초를 캐러 여기서 20리도 넘는 다락산으로 오릅니다. 그리고는 밤을 패며 약을 달여가지고 저를 찾아와서는 약숟가락을 저의 입에 가져다 대주며 이 약을 먹고 어서 자리에서 일어나라고 신심과 용기를 줍니다.

비서동지, 이제는 시일이 지났지만 이 사실을 꼭 비서동지에게 알리고싶습니다. 작년 초봄 석동무는 안해와 유치원에 다니는 둘째아들 철남이의 손목을 잡고 저의 집을 찾아왔습니다. 그날은 저의 생일날이였습니다.

석동무네 집에서 차려온 음식을 펴놓고 두 가정은 단란히 모여앉았습니다. 석동무가 철남이의 손에 술병을 쥐여주자 철남이는 고사리같은 작은 손으로 술을 부어주면서 저를 아버지라고 부르는게 아니겠습니까? 저도 안해도 놀랐습니다. 하지만 석동무와 그의 안해는 그러는 철남이를 대견하게 바라보는것이였습니다.

비서동지, 저는 일생 처음으로 〈아버지〉라는 부름을 받아보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저의 가슴은 놀란토끼를 안은듯 후드득 뛰였습니다. 그러는 나를 안심시키며 석동무가 말했습니다.

〈영학동무! 어서 아들이 부어주는 술을 받소. 그리고 철남이를 친아들로 여기고 한집에서 살아주기를 바라오. 난 이 애가 영학동무의 가정에 웃음을 주고 기쁨을 준다면 더 바랄게 없겠소. 그러니 철남이를 영학동무처럼 훌륭한 사람으로 키워주길 바라오.〉

비서동지, 난 너무도 뜻밖의 사실앞에 말문이 꽉 막혔습니다. 우리 두 가족은 명절때나 휴식날이면 한가정처럼 모여 하루를 즐겁게 보내군했습니다. 그때면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있어 정말 사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러다가도 석동무의 가정이 돌아가면 정말이지 집이 텅 빈것같아 쓸쓸하기란 그지없었습니다. 어찌 그러지 않겠습니까? 재물 놓고는 웃지 못해도 아이들 놓고는 웃는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정말 아이가 그리웠습니다. 하지만 저의 육체로서는…

비서동지, 저의 이 마음속 고충을 어느새 포착했는지 석동무가 자기 친자식을 선듯 내 품에 안겨주었으니… 세상에 이런 고마운 사람들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사실 철남이는 어릴 때부터 우리 부부와 친아들처럼 정이 든 사이였습니다.

며칠전 우리 집에서 놀다 저녁 늦어 집으로 돌아간 철남이가 밥도 먹지 않고 시쁘둥해있더라는것입니다. 어머니가 왜 그러느냐고 물으니 자기가 집으로 가려고 하자 영예군인아저씨가 눈물이 글썽해 바래워주었다는것입니다. 그러면서 어머니에게 자기가 영예군인아저씨의 집에서 살면 안되느냐고 묻더라는것이였습니다.

유치원생인 아들애의 기특한 마음에 그들부부는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철남이의 의향대로 이렇게 우리 부부에게 친아들을 안겨주었던것입니다. 우리 부부는 철남이를 친아들을 품에 안듯 꼭 안아주었습니다. 비서동지, 이렇게 되여 저의 부부에게도 친아들이 생겼습니다. 그날 밤 저의 부부는 남의 아픔을 자기 아픔처럼 여기고 남의 기쁨을 자기 기쁨처럼 여길줄 아는 고마운 사람들 그리고 이 고마운 사람들을 키워준 우리 장군님께 큰절을 드렸습니다.…》

편지를 읽고난 리성복은 그길로 석남흥을 찾아가 그의 손을 잡고 말했다.

《석동무, 정말 고맙소. 영예군인의 집에 아들을 보냈더구만. 사람두, 왜 말한마디 없었소. 그런 장한 일을 하구두 말이요.》

그러는 리성복의 눈가에는 후더운 물기가 핑그르 돌았다.

《비서동지, 이젠 영학동무의 가정에도 아들애의 웃음소리도 들려오고 글 읽는 소리도 울려와 사는 맛을 느끼겠구나 하고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개운해집니다.》

석남홍은 싱그레 웃으며 한점 꾸밈없는 진정을 소박하게 터놓았다.

《그래, 그래, 철남인 두 가정의 행복동이로 무럭무럭 자랄게요.》

《그럴가요?》

그러면서 끝없는 행복감에 싸여 리성복의 손을 꼭 잡았던것이다.

석남흥이 바로 이런 사람이였다.

오늘 이 협의회에서 그가 맡은 몫이 자못 컸다. 석남흥은 청중을 둘러보며 침착한 어조로 이야기했다.

《이자 기사장동지도 설명한바와 같이 2호발전기회전자축의 균렬은 화력발전소력사에 없는 뜻밖의 사고입니다. 그럼 콤퓨터화면으로 2호발전기회전자축의 균렬상태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석남흥은 콤퓨터가 놓여있는 탁앞으로 나갔다. 콤퓨터는 기술협의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앉아서도 볼수 있게 높이 설치되여있었다. 그는 콤퓨터를 기동시키고 지시봉으로 균렬부위를 가리키며 설명했다.

《지금 콤퓨터화면에 현시된 이 위치에 균렬이 갔습니다. 이 부위는 발전기 3번메달축목입니다. 회전자축에서 이 3번메달축목부위는 부하모멘트를 가장 많이 받는 곳입니다. 이 축목겉면으로부터 아래로 5센치, 우로 7센치정도의 잔 균렬이 갔습니다. 그 깊이는 현상태에서 축목중심까지 확장된것으로 판명되였습니다.》

콤퓨터화면에는 균렬의 중심부위가 크게 확장되여 비쳐졌다. 협의회참가자들은 웅성거렸다. 기술발전부기사장의 마지막결론이 무엇이겠는가가 너무도 뻔했기때문이였다.

예측대로 석남흥은 모두가 두려워하는 이야기로 자기 말을 아퀴지었다.

《이런 상태에서 2호발전기를 돌린다는것은 완전히 불가능합니다.》

모두들 흠칫 몸을 움츠렸다. 그랬다. 2호발전기는 지금껏 한번의 사고도 없이 수만키로와트의 전기를 생산하던 자랑높은 발전기였다. 그런 발전기가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숨을 죽이게 된것이였다.

《자, 그럼 누구든 좋으니 방도가 있으면 말하시오.》

기사장이 장내를 둘러보며 말했다. 누구도 선뜻 입을 떼는 사람은 없었다. 소리를 죽여 옆사람과 수군거리는 몇사람이 띄였으나 주석단사람들의 시선이 쏠리자 그것마저 뚝 그쳐버렸다. 무거운 침묵속에 시간은 사정없이 흘러갔다.

리성복은 압착기에 꽉 끼인듯 가슴이 답답해났다. 물론 그도 한번의 기술협의회로 당장 어떤 고양이뿔같은 방도가 나지리라고 기대하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협의회분위기가 너무도 저조하지 않는가.

그는 끝내 제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협의회참가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당비서에게 쏠렸다. 혹시 그 어떤 신통한 수를 내놓지 않을가 하는 기대가 잔뜩 실린 눈길들이였다.

리성복은 어쩔수없이 언짢은 말로 허두를 떼게 되였다.

《난 지금처럼 앉아서 한숨만 쉬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애초에 전기를 다루는 화력로동계급답지 않단 말이요. 이미 우리 발전소터전을 잡아주시면서 어버이수령님께서 어떻게 가르치셨습니까? 전기란 눈에 보이지 않아도 그 힘은 무한하다고, 바로 그런 전기를 생산하는 화력로동계급이기에 그 힘은 전기보다 더 강한것이라고 믿음과 힘을 주시지 않았습니까. 그래 우리 발전소로동계급이 2호발전기를 살려낼 힘이 없는가? 있습니다. 수령님께서 우리들에게 안겨주신 믿음이 바로 그 힘인것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하나 무조건 2호발전기를 살려내야 합니다. 그것도 우리자신의 손으로!》

협의회장소는 자못 엄숙한 분위기가 떠돌았다. 전기가 무한한 힘을 내지만 그것을 생산하는 화력로동계급의 힘은 전기보다 더 강하다는 어버이수령님의 말씀의 무게가 새삼스럽게 가슴을 두드린듯 했다. 그러나 리성복의 호소에 심장이 끓는다고 해서 결코 기술적인 해결책이 세워진것은 아니여서 장내는 더 깊은 침묵속에 빠져들어갔다. 모두들 고개를 떨군채 안타까움에 모대기고있었던것이다.

협의회는 이렇다할 결론이나 그 어떤 대책적문제도 토의되지 못하고 끝나버렸다. 기사장방에는 리성복과 명인국만이 남았다. 리성복은 답답한 가슴을 달래려고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물며 안타까이 물었다.

《기사장동무, 그래 2호발전기를 살려낼 방책이 그렇게도 없소?》

《…》

명인국은 입술을 움죽거리고있었다. 무엇인가 전혀 속궁리가 없는것도 아닌것 같은데 왜서인지 바재이는듯, 망설이는듯 한 거동이였다. 사실 그는 화력발전소건설당시부터 오늘까지 발전기와 함께 살아온 사람이였다. 군대에서 제대되여 화력발전소로 탄원해온 그는 열생산직장에서 작업반장으로, 직장장으로, 그후 생산부기사장을 거쳐 오늘은 기사장의 사업을 맡아 수행하고있다. 그는 현장에서 일하면서 김책공업종합대학 열공학부를 통신으로 졸업한 현장경험이 풍부하고 내밀성이 강한 일군으로 호평받고있었다. 그런 그였기에 지배인이 입원해있는 기간 현행 전기생산에서 제기되는 많은 문제를 막힘없이 풀어나갔었다. 그래서 리성복이 그에게 마지막기대를 걸어보게 되는것이였다.

《어림짐작이라도 좋소. 어서 이야기해보오.》

리성복은 지꿎게 기사장을 바라보았다. 명인국은 그 눈길을 대하기가 저어된듯 슬며시 눈길을 돌리며 나직이 한숨을 내쉬였다.

《비서동지, 저도 정말… 속이 상합니다. 2호발전기가 가동해도 월전력생산계획이 빠듯한데 그것마저 아주 숨죽어버렸으니… 어떻게 해서든지 살려내기야 해야지요. 하지만…》

명인국은 다시 입술을 움죽거리다가 아주 침묵을 지켜버렸다. 리성복은 이번에도 그가 무엇인가를 채 말하지 않고있다는 감촉을 받았으나 더이상 따지게 되지 않았다. 지금 따졌대야 말할것 같지도 않았다.

과학적인 해결책이 아니고는 경솔하게 입을 여는 사람이 아니라고 보았던것이다.

두사람은 이렇다할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헤여졌다. 리성복은 무거운 마음으로 기사장방을 나섰다.

층계를 올라서던 그는 부비서방에 불이 켜진것을 보았다. 손목시계를 보니 밤 9시 30분이였다. 아마 자기를 기다려 퇴근하지 않고있는것 같았다. 그는 부비서방으로 들어갔다.

《협의회가 끝났습니까?》

부비서가 반기며 물었다.

《끝났소. 나때문에 퇴근이 늦었구만!》

《일없습니다. 그런데 방도를 찾았습니까?》

부비서는 한껏 기대가 어린 눈으로 리성복을 바라보았다. 리성복은 머리를 저으며 힘겹게 자리에 앉았다. 그다음 불쑥 되물었다.

《창립절준비는 어떻게 됐소?》

이제 며칠 있으면 맞게 되는 영천화력발전소의 창립절을 념두에 둔 물음이였다.

《?…》

부비서는 말귀를 잘못 들었나싶었는지 한동안 멍하니 리성복을 쳐다보았다. 그럴만도 했다. 2호발전기회전자축의 균렬이라는 뜻밖의 사고는 온 화력발전소종업원들의 관심사였다. 전기와 함께 살며 전기로 하여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는 그들로서는 그 전기를 계획대로 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수치가 아닐수 없는것이였다. 그로 하여 발전소를 책임진 일군들의 심정은 더더구나 무거웠다.

하여 리성복은 창립절을 계기로 공장예술소조공연과 체육행사를 본때있게 조직하여 종업원들의 사기를 올려줄 생각으로 부비서에게 그 행사준비를 면밀하게 조직할데 대한 과업을 주었던것이다.

이윽해서야 부비서는 제김에 어설프게 웃으며 《다 됐습니다.》 하고 대답하고나서 인쇄한 예술공연프로와 체육경기조직요강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면서 몇마디 보댔다.

《비서동지, 제 의견은 창립절 당일날저녁에 예술소조공연은 진행하되 체육행사는 고려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것입니다. 4월전력생산계획도 바쁘고 또 2호발전기도 멎었는데…》

《아니요!》

리성복은 부비서의 의견을 단호히 잘라버렸다.

《내 생각은 반대요. 그럴 때일수록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락천적으로 일하도록 만들어야지. 지금처럼 어려운 때 로동자들의 사기를 올려주고 또 저조해진 공장분위기를 일신시키기 위해서도 체육행사는 무조건 진행해야 하오. 그것도 본때나게! 안 그렇소?》

《…》

리성복은 부비서가 짜놓은 체육경기조직요강을 들여다보며 저도 모르게 빙긋 웃었다. 체육경기종목에서 가장 인기있는 종목은 돌격대처녀들과 기타 보장부문처녀들사이에 진행하게 되여있는 녀자축구경기였다. 돌격대팀은 초급당비서가 책임지고 보장부문팀은 기사장이 책임지게 되여있었다. 녀자축구경기종목은 보름전부터 알려져있어 두 팀은 작업여가시간에 훈련을 맹렬하게 진행하고있다. 돌격대팀은 도체육단에서 녀자축구감독까지 모셔다 훈련지도를 받는다는 소문이 짜하게 돌았다. 어쨌든 이번 창립절에 진행하게 될 녀자축구경기는 인기종목으로서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리성복은 흐뭇해져서 말을 이었다.

《부비서동무, 우리 이번 창립절을 기업소가 들썩하게 맞이하기요. 우리 돌격대처녀들의 축구실력도 만만치 않소. 그들이 날보고 뭐랬는지 아오? 이번 녀자축구경기에서 우승한 팀과 남자팀사이에 도전경기를 걸겠다는거요. 허허…》

《그 경기 참 볼만 하겠습니다.》

두사람은 방안이 떠나가게 큰소리로 웃었다.

리성복은 부비서와 함께 밤이 깊어가는줄도 모르고 기업소창립절을 뜻깊게 맞이하기 위한 조직사업을 구체적으로 토론하였다.


이전페지   다음페지

←되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