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 회


제1장. 고뇌


8


초고전력전기로를 들여오자는 부상앞에서 자체의 힘으로 하겠다고 한 김성남은 긴급협의회를 열었다.

《한마디로 말하면 우리 힘으로 초고전력전기로를 건설하자는것입니다. 우선 설계인데 대담하게 해보겠다는 동무들은 일어나 말해보시오.》

사람들은 놀라운 표정으로 서로 얼굴만 쳐다보며 수군거릴뿐 선뜻 일어나지 못한다. 한동안 장내가 술렁거리더니 점점 쥐죽은듯 조용해졌다. 김성남은 대범한 눈길로 기술자들을 둘러보았다.

고전력전기로정도에서 해보겠다고 하던 몇몇 기술자들의 얼굴이 눈에 띄우건만 그들도 심각한 얼굴로 앉아있다. 모두가 생각에 잠겨 눈길을 들지 않는다. 하긴 첨단기술을 요하는 거창한 전기로설계인데야…

그들의 반수이상은 김성남이 직접 선발한 쟁쟁한 젊은 기술자들이다. 몇해전 기업소기술자들속에서 40살전후의 사람들로 시험을 쳐서 50여명을 뽑았다. 그들에게 외국어와 콤퓨터, 프로그람작성법, 현대과학기술발전추세 등 정보산업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할수 있도록 시기별로 재교육을 주어 체계적으로 키웠다.

그런데 어째서 말 한마디 없이 눈길을 떨구고 자기들의 주견조차 내놓지 못하는가.…

한사람한사람 일별해오던 김성남이 무거운 침묵을 깨뜨렸다.

《설계실의 리제일동무가 왜 보이지 않소? 병원에서 아직 퇴원하지 못하고있소?》

뒤쪽에서 설계실장이 일어섰다.

《그렇습니다. 더 치료받아야 할것 같습니다.》

《?!…》

리제일은 현대적인 련속조괴기설계를 책임지고 설비조립과 시운전까지 보장한 젊은 설계가이다. 전공부문인 기계공학은 말할것도 없고 야금과 전기, 유압, 자동화를 비롯한 다방면적인 지식을 소유하고있는 그였기에 어떤 과업을 주어도 막히는데가 없이 책임적으로 해내군 했었다.

새로 개조한 련속조괴기를 시운전할 때였다. 강괴를 전달하는 순간 그것이 뒤로 밀리면서 쇠물이 밀려났다. 시운전은 실패였다. 모두가 손맥이 풀려 나앉았다. 그런 경우 발전된 나라에서도 그 기술적문제해결은 힘들어 한다. 그때 리제일이 자기가 연구해보겠다고 나섰다. 몇밤을 새우며 고심하더니 새로운 기구를 설계하여 내놓았다.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기웃거렸지만 김성남은 그를 믿고 내밀어주어 성공시켰다.

사람들은 혀를 찼다. 역시 현대교육을 받은 젊은이가 다르다고…

후날 제강소에 왔던 외국의 기술자들도 간단한 기구에 의하여 강괴를 두부모처럼 척척 절단하는것을 보고는 입을 딱 벌렸었다. 정말 기발한 착상이다. 조선기술자들의 수준이 이렇게 높은줄 몰랐다고 엄지손가락을 내흔들었었다.

천성적으로 약한 체질에 몇달동안 밤을 밝히다싶이 한 리제일은 현장에서 쓰러져 병원에 실려갔던것이다. 그가 이 자리에 있었더라면 주먹을 흔들며 자기가 설계를 맡아하겠다고 나섰을것이라고 생각하며 김성남은 깊은숨을 내쉬였다. 장내를 둘러보던 그의 눈길이 아직까지도 머리를 수그리고앉아있는 박영재에게 가서 멎었다.

부상의 아들인 그도 지난 기간 여러건의 대상설계와 시공을 맡아 원만히 수행하였고 리제일이와 함께 련속조괴기현대화전투에 참가하여 여러건의 기발한 착상을 내놓아 사람들을 놀래웠다.

《영재동무, 뭘 생각하나? 초고전력전기로설계를 한번 해볼 용기가 없나?》

박영재는 주춤했다.

사실 우리 나라에서 처음인 초고전력전기로의 설계를 맡아하여 야금학계를 놀래우고싶은 야심이 없는것도 아니였다. 그러나 그것은 다른 대상설계와는 대비도 할수 없는 첨단기술이다. 순간적인 격동이나 욕망으로 어떻게 대할수 있단 말인가.

박영재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로 쏠렸다.

《저는 아직 현장경험도 어리고 기술기능수준도 낮다보니 그처럼 거창한 초고전력전기로설계를 맡아할만 한 재목이 못됩니다.》

박영재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그러나 초고전력전기로 본체설계만은 해낼수 있습니다. 중요한 자동화부분품들은 야금공업이 발전된 나라에서 들여다가 조립하는 방향에서 건설을 하면 어떻겠는가 하는것입니다.》

일부 사람들은 공감이 가는듯 고개를 끄덕거렸으나 김성남은 미간을 찌프렸다.

《그건 왜?…》

《솔직히 터놓고 말한다면 우린 일반전기로나 다루어보았지 현대적인 전기로는 구경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지금 세계적추세의 견지에서도 자체로 개발하는것보다 발전된 나라의 설비를 들여다가 조립하여 빠른 기간내에 생산에서 실리를 얻는것입니다.》

실망어린 눈길로 그를 바라보고있던 김성남이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그건 안돼, 형식만 우리것이고 내장은 외국의 설비로 하자는것인데?… 절대로 안돼. 자존심이 허락치 않아.》

박영재가 얼굴이 벌개서 앉자 키가 후리후리한 설계실장이 일어섰다.

그는 우리 설계력량으로는 물론 군설계연구소에서도 수천매에 달하는 방대한 설계를 하기가 어렵다고 하니 설계만은 다른 나라에 의뢰하여 사오는것이 어떤가고 제기했다.

부분설비를 사오자는것이나 무엇이 다른게 있는가.… 김성남은 대번에 눌러치웠다. 몇몇 사람들을 더 일쿼세워보았지만 속이 후련한 말은 한마디도 없다. 성에서 한다는 작전을 좀더 기다려보고 시작하는것이 어떤가 하고 제기하는 사람까지 있다. 김성남은 너무 답답하여 그만한 배짱들이 없는가고 큰소리를 쳤다. 그러나 이것은 완력으로 내리먹여 되는 일이 아니지 않는가.…이럴줄 알았더라면 납입작전을 벌릴 때 젊은 기술자들을 데리고 나갈걸 잘못했다는 생각까지 든다.

실패하는 한이 있더라도 한번 해보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이렇게 한명도 없단 말인가?

김성남의 눈앞에 리규택, 유진섭의 모습이 안겨오며 사라질줄 모른다. 그들이 이 자리에 있었더라면 어떻게 나왔겠는가. 마음이 괴로와진다.

협의회가 끝나고 방을 나선 김성남은 청사앞 계단에 서서 밤하늘을 쳐다보았다. 기울이면 쏟아질듯 한 별들이 보석처럼 반짝인다. 늘 별을 안고 출근하고 별을 지고 퇴근길에 오르는 그였다.

또글또글 여물어가는 별빛을 밟으며 걷느라니 또다시 로기술자들에 대한 생각이 간절해진다. 초고전력전기로를 자체로 하자고 나섰던 그들이 아니였던가.…

현대과학기술교육을 받은 젊고 재능있는 기술자들도 감히 나서지 못하는 현대적전기로설계를 어떻게 그들이 아무런 주저도 없이 자체로 하겠다고 선뜻 나설수 있었겠는가?…

그들은 60년대 공장대학졸업생들이였다. 년로보장나이도 지났었다.

요즈음 때없이 그들의 생각이 자꾸 떠오르는것을 어쩔수 없다. 허나 그들을 이미 내가 집으로 들여보냈다. 년로보장나이가 지나 어쨌든 집으로 들어가야 할 그들이 아니였는가고 아무리 자신을 위안하려 해도 량심의 목소리는 가슴을 저미며 파고든다.

그런것이 아니였다고, 그렇지 않다고 아무리 자신을 변명하려고 해도 아버지와 같은 그들의 등을 떠밀어내보낸것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그것은 죄다 사실이다. 나는 그들의 의기를 무시했다.

언제인가 유진섭을 집에 들여보냈을 때 고모가 찾아왔었다. 네 아버지의 친지로서 제강소를 위해 한생을 바친 량심적인 기술자이고 아직도 얼마든지 한몫 할수 있는 그를 들여보낸것은 잘된 처사가 아니다. 그런 로선배들을 다 들여보내고 누구와 함께 일하겠는가고 하면서 지배인이 되더니 의리도 모르고 안하무인격이 되였다고 신칙하였었다. 그런데 나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설계를 하고있던 리규택아바이마저 들여보냈다.

아, 길지 않은 나날에 나는 너무도 귀중한것을 잃었고 서슴없이 버렸다. 오늘날에 와서 이렇게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세월이 흘러 이제는 그들의 머리도 백발이 되였으리라. 이제 다시 지나간 그 시절을 되찾을수 없지 않는가. 가슴이 미여진다.

천리마전설을 들려주던 할머니와 할아버지, 사진으로만 눈에 익힌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아신다면 용서치 않고 뺨을 쳤을것이다. 로기술자들을 그렇게 들여보내는게 어디 있느냐고, 그 성미를 제발 고치라고 안해가 충고를 주던 일이 생각났다. 김성남은 갑자기 심장이 죄여드는감을 느꼈다.

나는 아버지의 전우들인 로기술자들앞에 죄를 지었다. 그 죄를 무엇으로 씻어야 하는가.

기어이 우리 힘으로 초고전력전기로를 건설하여야 한다. 그것이 바로 그분들앞에 지은 죄를 씻는 길이 아니겠는가.…

침묵을 지키고있던 젊은 기술자들의 모습이 다시 떠오른다. 미국놈들의 압력이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현대적전기로를 들여오자던 박상근부상의 말이 들려온다.

아니다. 절대로 그럴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방도는 없지 않는가.

어디선가 할머니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신심을 잃지 않고 난관을 뚫고나가면 꿈은 꼭 이루어진단다.》

터벅 터벅…

상념에 잠겨 걷고있던 김성남은 갑자기 눈앞이 환해지는 바람에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고뇌어린 눈길을 쳐들고보니 련합당위원회 청사앞이였다.

밤근무를 서고있던 일군이 놀라서 물었다.

《지배인동지, 누굴 만나시려고?…》

김성남이 성급히 물었다.

《책임비서동지가 계시오?》

《예, 지금 방에…》

김성남은 깊은숨을 내쉬며 손목시계를 보았다. 야광시침이 밤 10시를 가리키고있었다.


X


《기업소에 내려왔던 부상동지를 만났습니다.…》

책임비서를 만난 김성남은 부상과 론의되였던 문제들을 이야기하였다.

류준권은 묵묵히 듣기만 한다. 전기로앞에서 단련된 그의 구리빛얼굴에서는 아무런 변화도 찾아볼수 없다. 마치도 이글거리는 쇠물을 들여다보며 그 성분을 가늠하듯 눈을 가느스름히 좁혀뜨고 한곳을 응시할뿐이다.

김성남의 말이 끝나자 그는 통쾌하게 웃었다.

《거참, 속시원히 말 잘했습니다. 우리 힘으로 초고전력전기로를 건설하는것, 그것이 바로 미국놈들의 거만한 코대를 꺾어놓는 길이 아니겠습니까?》

책임비서의 대범한 지지를 받고보니 한순간 속이 후련하였지만 김성남의 마음은 가벼워지지 않았다.

류준권은 얼핏 그를 쳐다보며 빙그레 웃었다.

《지배인동문 장한 결심을 하였는데 왜 얼굴표정이 어둡습니까? 무슨 고민거리라도 있는게 아닙니까?》

나이가 10년이나 우인 년장자이지만 늘 존경어를 써주며 자기의 의사를 존중해주는 책임비서이다.

김성남은 오늘 기술협의회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툭 털어놓았다.

그의 말을 다 듣고난 류준권은 자리에서 움쭉 일어났다.

천천히 방안을 거닐면서 혼자소리처럼 되뇌이였다.

《그러니… 젊은 기술자들이 선뜻 응해나서지 못한단 말이지요? 새 세대 청년기술자들이…》

불만이 어린듯 한 책임비서의 말에 김성남은 그들을 선발하고 키워온 자신을 변명하듯 나직이 말을 뗐다.

《사실… 련속조괴기기술개조를 책임지고 설계한 리제일동무가 있었더라면… 헌데 지금 입원치료를 받고있으니…》

아무말없이 뚜벅뚜벅 걷기만 하던 류준권은 피끗 책상우의 탁상시계를 쳐다보고나서 사물함앞으로 다가갔다. 건빵 몇개를 꺼내더니 차대우에 올려놓는다.

《내 늦어질 때마다 요기하는것입니다. 맛은 없어도 좀 들면서 이야기합시다.》

그들은 소박한 음식을 들면서 생활적인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배인동문 어떤 음식을 좋아합니까?》

《콩음식이면 고기를 밀어놓습니다. 특히 시래기를 푹푹 썰어놓고 끓인데다가 얼벌벌한 양념을 친 콩비지를 별미로 여깁니다.》

류준권은 물 한모금을 마시고나서 웃었다.

《장수음식을 좋아하는걸 보니 백살은 문제없겠습니다. 헌데 난 특기가 없지요. 그저 가마안에 들어갔던것은 다 좋아합니다. 허허.》

건빵을 들며 담소를 하고난 류준권이 말머리를 돌리였다.

《내 그동안 좀 료해하여보니 젊은 기술자들이 현대과학기술에 정통하고 재능도 있는것 같은데 담력이 약합니다. 담력이…》

《…》

류준권은 다시 말을 이었다.

《아무리 정보산업시대라고 해도 우리가 경계해야 할게 있지요. 그것은 기술만능, 과학만능에 눌리워 정신의 힘을 보지 못하는것입니다.…

해방후에도 그렇고 전후에도 우리 강선사람들이 하자고 결심해서 못해낸 일이 있었습니까. 그것은 바로 수령님께서 심어주신 천리마정신이 낳은것이지요.…

그런데 새 세대 기술자들에게 그 정신이 희박합니다. 담력과 배짱이란 바로 거기서 나오는것이 아니겠습니까?》

《…》

잠시 무엇인가 생각하던 류준권은 다시 말을 이었다.

《참, 내 얼마전에 기술공정실에 나가보았습니다. 로기술자들은 거의다 들어가고 천리마시대 체험자로서는 실장아바이 혼자더구만.…

그의 말에 의하면 초고전력전기로를 건설하자고 하던 로기술자들이 있었다던데…》

김성남은 죄스러운 마음을 다잡지 못하며 더듬거렸다.

《예,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 잘못으로 그만…》

류준권은 알만 하다는듯 고개를 끄덕이였다.

《지배인동무, 오늘 내가 자꾸 다그어댄다고 욕하지 마시오.》

《무슨 말씀을… 비서동지가 아니면 누가 날 신칙하겠습니까?》

《그러지 않아도 기회를 봐서 이야기하려고 했습니다. 일군들속에서 젊은 지배인이 독단이 심하고 사업작풍이 거칠다는 의견들이 제기되고있습니다. 물론 일을 하자면 큰소리도 칠 때가 있지요.

그러나 아래일군들의 창발적의견을 무시하고 내리먹이면 일이 잘될수 없습니다. 오히려 역작용이 일어나지요.…》

김성남은 책임비서의 말을 마음속으로 되새기며 묵묵히 앉아있다.

가장 힘있는 대답은 침묵이다.

류준권은 믿음이 어린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난 이렇게 생각합니다. 일군들의 고상한 도덕품성과 옳바른 사업작풍은 능히 엄격한 명령과 지시를 대신할수 있다고 말입니다!》

《!…》

김성남은 수그렸던 머리를 들었다.

《제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허허, 접수력이 빠른걸 보니 결함도 빨리 고칠것 같습니다. 지배인동무, 내 한가지 제기하랍니까?》

《무슨 말씀인지?…》

《집에 들어간 로기술자들을 만나보아야 할 필요가 있지 않겠습니까!》

《예?…》

로기술자들에 대한 생각이 때없이 나군 하였지만 그들에 대한 기대는 전혀 가지지 않았던 성남이였다.

70고령에 이른 그들이 무슨 큰일을 할수 있겠는가. 나이와 함께 찾아오는 로쇠는 어쩔수 없는 생리적현상인것이다. 더우기 등을 떠밀다싶이 들여보낸 그들을 이제 무슨 체면으로… 다시 나오라면 그들이 응하겠는지 그것도 모를 일이였다.

김성남은 자신심없는 목소리로 뜨직이 말했다.

《이제는… 집에 들어간지도 여러해가 지났고 년세도 많으니 기술도 기력도 다 쇠진해졌을겁니다.》

《나이도 많고 기술도 기력도 다 쇠진해졌단 말이지요?》

지배인의 말을 되씹으며 한동안 생각에 잠겼던 류준권은 그것을 부정하듯 손을 아래로 홱 내리그었다.

《아닙니다. 기력은 약해졌는지 모르겠지만 초고전력전기로를 건설하겠다던 그 배짱과 정신만은 변함이 없을겁니다. 그들은 전후의 어려운 시기 강철로 우리 당을 받들어온 천리마기수들이 아닙니까!

그들도 제강소를 현대화하지 못하고 들어간것을 가슴아파하고있을겁니다. 그들의 인생말년을 쇠물빛노을처럼 빛내주기 위해서도 기어이 데려내와야 합니다.》

김성남은 인생말년이라는 말이 깊은 의미를 가지고 뇌리에 미쳐와 저도 모르게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누구나 다 자기 인생말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것이고 빛나게 마치고저 한다. 그들 역시 그랬을것이다.

도대체 나는 로기술자들의 인생말년에 대해 단 한순간이라도 마음써본적이 있었던가?…

나는 그들을 서슴없이 집으로 들여보냈다. 해외출장이 인생말년의 마지막기회가 아닌가고 했을 때 유진섭의 실망어린 얼굴이며 그리던 도면을 찢어버리며 울분을 터뜨리던 리규택의 모습이 가슴아프게 떠오른다.

오늘 이 시각까지도 나는 무엇을 가지고 고심했던가.

그들의 인생말년을 빛내주지 못한것때문에?

아니였다.

초고전력전기로를 건설하자니 그들이 자꾸 생각났다. 흘러간 세월과 함께 찾아왔을 그들의 로쇠를 놓고 한탄했을뿐이다.

확실히 나는 그들이 우리 당을 강철로 받들어온 천리마기수들이였다는것도, 그 시대 인간들의 정신력에 대해서도 망각하였다. 한갖 공장관리운영과 생산을 위한 평범한 기술자로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책임비서는 인생말년을 깨끗이 마무리하지 못하고 들어간 그것이 마음에 걸려 저렇듯 가슴아파하는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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