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회


제1장. 고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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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공장납입이 좌절된 후에도 제강소의 현대화를 위한 뚜렷한 방도를 세우지 못하고있었다.

김성남은 내각에 제기한 자금문제가 해결되면 D그룹의 콘스틸전기로만이라도 들여올 생각이였으나 자금이 언제 되겠는지 모르는 일이다.

이러한 때 로설계가 리규택이 초고전력전기로를 우리 힘으로 만들어보자고 제기하였다.

《남들이 하는걸 왜 우리가 못하겠습니까? 나한테 설계를 맡겨주면 기어이 해내겠수다!》

김성남은 인차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외국의 강철공장참관을 통해 느낀것이지만 현대야금공업의 정수인 초고전력전기로를 구경도 못한 리규택이 과연 설계해낼수 있겠는지…

그렇다고 제힘으로 해보겠다는 그의 제의를 밀어버릴수는 없었다.

하여 리규택은 초고전력전기로라는 명칭을 달고 설계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성남은 그것에 전적으로 기대를 걸지는 않았다.

만약 자금이 실현되지 못하는 경우 대치할수 있는 예비안에 불과했다.

몇달후 자금문제가 해결되였다. 대부가 아니라 당당히 자금을 지불하고 설비를 들여올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것이다.

마르꼬에게 전기로를 한기만을 판매하여줄것을 의뢰하여 합의를 보았다.

김성남을 단장으로 하는 기술대표단이 다시 해외로 나가게 되였다.

떠나기 앞서 그는 리규택을 만났다.

《전기로 한기를 사오게 되였으니 설계를 잠시 중지하십시오.》

리규택이 들고있던 연필을 집어던지며 울컥했다.

《왜 완전히 걷어치우란 소릴 못하고 잠시란 말이우?…》

김성남이도 이번만은 자중하지 못하고 어성을 높였다.

《일이 그렇게 된걸 어찌겠습니까. 그만두라면 그만두십시오.》

《이제야 알겠수다. 그러니 만약경우를 생각해서란 말이구만. 그래도 난 증발랭각장치도입을 도와주었던 지배인을 믿었댔수다. 그런데 머리허연 사람을 이렇게 괄시하는 법이 어디 있소? 에익.》

욱하는 성미그대로 리규택은 설계도판에서 그리던 도면을 뽑아내여 북- 찢어버렸다.

《?…》

《참는것도 한도가 있지, 난 집으로 들어가고말겠수다.》

리규택은 두팔을 붙잡는 공정실장의 손을 탁 뿌리치며 울분을 토했다.

《내 두번다시는 제강소에 발길질을 안하겠소.》

그때 김성남은 그렇게도 바라던 현대적전기로를 구입할수 있게 되였다는 기쁨으로 하여 한 로설계가의 인생에 어떤 좌절감을 주게 되였는지 미처 생각 못했었다.

예전과 다름없이 마르꼬는 반갑고 친절하게 그를 맞아주었다. 기술면담도 순조롭게 진행되였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않았던 문제에 부닥치게 될줄이야.…

상업면담시 전기로의 가격을 정할 때 상대측이 본래가격보다 근 두배나 높이 부른것이였다.

이 문제를 놓고 치렬한 공방전이 벌어졌다.

가격을 할인할데 대한 우리의 강력한 요구에 그들은 5프로이상 낮출수 없다고 그 이상 더 낮추라면 거래할수 없다고 딱 잘랐다. 랑패였다.

어쩌면 이럴수가 있단 말인가?!

자존심이 허락치 않았다.

더우기 김성남이 격분한것은 주재책임자인 마르꼬가 상업면담장에 얼굴을 내밀지 않은것이였다.

마르꼬는 왜 나오지 않고 대리인이라는자가 주관하는가?

자기를 생명의 은인이라고 진심으로 도와주던 마르꼬가 아닌가?

마치도 믿는 도끼에 발을 찍힌 심정이였다.

김성남은 면담휴식참에 마르꼬를 호출하였다.

《마르꼬!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어쩌면 이럴수가 있나, 이럴수가…》

죄지은 사람처럼 머리를 수그린 마르꼬는 침묵만 지켰다.

김성남은 참을수가 없었다.

《자넨 날 친우로 생각하나?》

마르꼬는 머리를 끄덕거렸다.

《그건 변함없네!…》

《그럼 변한건 자네의 그 리기심인가? 상품판매에도 일정한 도덕과 륜리가 있네. 어쩌면 전기로값을 두배나 높이 부른단 말인가?

자넨 날 친우라고 하지만 그것은 위선에 지나지 않아! 돈밖에 모르는 위선자!…》

머리를 푹 수그리고 마주잡은 손만 주물럭거리던 마르꼬가 비애가 가득 어린 파란 눈을 들었다.

《날 리해해달라구. 난 위선자가 아니야. 가격문제에 있어선 나는 아무런 권한도 없네.…》

《아무리 그렇다 한들 어쩌면 본래가격보다 곱이나 높일수 있나? 이건 판매가 아니라 강도질이야, 강도질!…》

어깨를 축 내려드리운 마르꼬는 깊은 한숨만 풀풀 내쉬였다.

그럴 때마다 그의 덩지큰 몸집이 공기를 뽑아내는 고무인형마냥 점점 줄어드는것처럼 느껴진다.

마르꼬는 서글프게 말했다.

《친우에게서 그런 말을 듣게 된 내 가슴은 터지는것 같네. 난… 나를 데려다가 공부를 시키며 살뜰히 돌봐준 사회주의조선을 나의 조국처럼 생각하네. 그리고 내 생명의 은인인 자네를 영원히 잊지 않을것이네.…

하지만 자네를 도와줄 힘이 내겐 없다네.…

이 모든것은 우리 리사장의 지령이네. 그러니 난들…》

김성남은 다시한번 놀랐다.

《뭐라구? 리사장의 지령?…》

《그렇네. 리사장은 A그룹이 강철공장납입을 일방적으로 중지시켰다는것을 알고 값을 올린것이지.…

그래도 어쩔수없이 사갈것이라고 하면서…》

김성남은 너무도 격분하여 주먹을 불끈 틀어쥐였다.

황금만능의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자본주의경제의 본질을 모르는바가 아니지만 이처럼 남의 약점을 역리용하여 상품의 가격을 터무니없이 높이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그런줄도 모르고 또다시 행여나 하고 남의 공장과 설비를 넘겨다본 자신이 역겹게만 느껴졌다. 그의 마음을 들여다본듯 마르꼬가 구슬픈 어조로 말했다.

《자넨 사회주의사회에서 생활하다보니 자본주의가 어떤것인가를 다는 모를거네. 자본주의사회에서 부르짖는 자유와 평등, 도덕과 륜리는 하나의 허울에 지나지 않네. 부모자식간의 의리도 돈이 없으면 지킬수 없다네.

모든것을 다 돈이 결정하니까. 돈을 위해서라면 생명보험에 건 남편도 바다에 처넣고 앓는 부모의 숨통을 눌러 저금통장을 빼앗아내는것이 바로 자본주의사회라네. 난 자네가 눈물겹도록 부럽네.

인간을 가장 귀중한 존재로 내세우는 사회주의조국에서 사는것이 얼마나 큰 행운이고 행복인가 하는것을 성남은 다는 모를거네. 나는 자본주의사회에서 살아보고나서야 그것을 느꼈다네.…》

《…》

김성남은 그의 말이 죄다 진실이라는것을 느꼈다.

고뇌의 눈물이 그렁한 마르꼬의 파랑눈이 그것을 증명해주었던것이다.

2차납입작전도 완전히 실패로 끝났다. 조국에 돌아오니 리규택이 집으로 은퇴했고 그뒤로 여러 분야의 로기술자들도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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