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페지로
날자별열람


제 1 회


전 설


옛날옛적 이 고장에는 참으로 살기 좋고 아름다운 마을이 있었단다.

마을을 굽이돌아흐르는 거울같은 강물우에는 녀인들의 머리채같은 수양버들이 실실이 드리워져있었고 동네를 지키는 장수마냥 달마산의 웅장한 모습이 거연히 비껴있었지.

그 풍치가 하도 수려하여 하늘에 있는 선녀들이 무지개를 타고내려와 목욕을 하고 올라가군 하였다.

마을에는 마음씨 착하고 일 잘하는 총각이 살고있었는데 그는 한 선녀를 은근히 사랑했단다.

하지만 하늘의 선녀에게 사랑을 고백할수 없어 속만 태우고있었지. 보름달처럼 점점 커만 가는 사랑을 감출수 없었던 총각은 어느날 목욕을 하고 올라가려는 선녀의 앞을 막아나서며 자기의 절절한 심정을 털어놓았단다.

얼굴이 노을빛이 된 선녀는 아무말없이 하늘로 올라가 하늘님께 솔직히 아뢰였다.

그 총각의 마음을 시험해보기로 결심한 하늘님은 이 고장에 오래동안 비가 내리지 않게 했단다.

마을에는 왕가물이 들어 곡식들이 말라죽고 강물마저 마르게 되였다.

사람들은 하나둘 마을을 떠나가고 총각만이 남게 되였지. 선녀를 잊을래야 잊을수 없었던것이였다. 그 총각은 비를 기다리며 앉아있지 않았다.

제힘으로 커다란 우물을 파리라 결심했단다. 물이 솟구치고 강이 흐르면 선녀가 다시 내려올것이라고 믿으면서… 며칠동안 땅속깊이 파고들어갔으나 물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굳은 바위층까지 만나 더는 팔수가 없게 되였단다. 입술은 말라터지고 부르튼 손에서는 피가 흘렀다. 그래도 물러서지 않았다. 기어이 우물을 파고야말겠다는 바위보다 더 굳은 마음을 안고 까고 또 깠지.

어느날 힘이 진한 총각이 팔을 벤채 잠간 잠에 들어 꿈을 꾸었는데 꿈속에서 아름다운 칠색무지개가 비끼며 그 선녀가 나타났단다.

선녀는 이제 우물속의 바위만 깨면 맑은 물이 나올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꿈에서 깨여난 총각은 하도 신기하여 바위를 까기 시작했단다.

정대를 대고 망치로 힘껏 휘둘러쳤다. 쩡- 하는 소리와 함께 바위가 쩍 갈라지며 맑은 샘물이 콸-콸- 쏟아져나왔단다. 총각은 너무도 기뻐 두손으로 물을 흠뻑 떠서 꿀꺽꿀꺽 마시였다. 꿀같이 달고 시원한 샘물이였다. 그 물을 마시니 장수힘이 부쩍부쩍 솟구쳐올랐단다.

총각은 선녀가 다시 내려올 그날을 그리며 우물안 둘레에 돌을 쌓아 정결하게 만들어놓았다.

그러자 이튿날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단다.

샘물은 점점 커다란 분수처럼 솟구쳐올라 메마른 땅을 적시였다.

죽었던 곡식과 풀들이 다시 살아나 아름다운 꽃이 피고 탐스러운 열매를 맺았다. 말랐던 강물도 사품치며 흐르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맑은 하늘에서 강물우로 칠색무지개가 드리우고 어여쁜 선녀들이 내려와 머리를 감더니 목욕을 한 후 다시 올라가려고 했단다.

더는 참을수 없었던 총각은 선녀의 앞을 가로막으며 변함없는 사랑을 절절하게 고백하였다.

변심모르고 용감한 총각에게 마음이 끌렸던 선녀는 하늘님의 허락을 받고 이 고장에 내려와 총각과 가정을 이루었지. 하늘님은 이 땅에 해마다 만풍년이 들게 했고 산천경개 수려한 살기 좋은 고장으로 되도록 보살펴주었다. 하늘님의 은총으로 그들은 아들딸을 많이 낳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 그때부터 이 마을을 선녀가 내려와 산 곳이라고 해서 강선이라 부르게 되였단다.

그후 강선사람들은 나라를 강점한 일본놈들과 또다시 우리 나라를 먹어보려고 덤벼들었던 미국놈들때문에 두차례나 큰 불행을 겪게 되였다.

그러나 선녀의 아버지인 하늘님도 도와주지 못했다.

오직 일본놈들과 미국놈들을 때려부신 김일성장군님께서만이 우리 강선사람들의 진정한 하늘님이시였다.

해방후 지척에 있는 고향집마저 들리지 않으시고 먼저 강선을 찾아주셨고 전쟁이 끝난 후에도 여러차례 강선을 찾아오셨단다.

장군님께서는 강선에 찾아오시여 파괴된 제강소를 빨리 복구하고 잘사는 나라를 건설하자고, 남들이 한걸음 내디딜 때 열걸음, 백걸음을 달려가야 한다고 하시면서 그러자면 천리마를 타야 한다고 말씀하시였다.

처음 사람들은 어리둥절하였단다.

난생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천리마였으니까…

혹시 하늘님이 천리마를 내려보내주겠는지 하고도 생각하였지.

강선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보신 장군님께서는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원래 천리마란 하루에 천리씩 달리는 말이라는 뜻인데 우리의 오랜 조상때부터 빨리 달린다는 상징적인 말로 전해왔다면서 그것은 그 누가 가져다주는것이 아니고 자기의 정신속에, 심장속에 있다고, 제힘을 믿고 남이 한걸음 걸을 때 열걸음, 백걸음 뛰면 천리마는 강선의 하늘높이 날아오를것이라고 예언하시였다.

사람들은 그제야 천리마란 어떤 말인가를 알고 떨쳐일어났단다.

수령님께서 강재 1만톤만 더 있으면 나라가 허리를 펴겠다고 하셨을때 강선사람들은 그보다 더 많은 강재를 밀어냈단다.

참 대단했지, 그러자 그 뜻깊은 백양나무우에서 번개가 치고 우뢰소리가 크게 울리더니 쇠물빛노을속으로 날개돋힌 강철천리마가 훨훨 날아올랐단다.

그때 천리마의 발굽에서 일어난 불꽃이 온 나라에 축포처럼 흩날려 퍼졌는데 그 불꽃이 떨어진 곳마다에서 숱한 자동차, 뜨락또르, 기계들이며 먹을것, 입을것이 폭포처럼 쾅쾅 쏟아져나오고 곳곳마다에서 우렁찬 노래소리가 터져올랐단다.


우리는 자랑찬 사회주의건설자

천리마 타고서 번개처럼 달린다


정말 없는게 없고 부러운게 없었단다. 그런데 사람들이 안타까운것은 천리마가 너무도 빨라서 볼수가 없는것이였다.

앞으로 후대들이 천리마를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말이다.

사람들은 수령님께 자기들의 심정을 말씀드렸단다.

수령님께서는 빙긋이 웃으시면서 손을 들어 평양의 장대재우를 가리키시였다. 거기에는 사람들이 그렇게 보고싶어하던 날개돋힌 천리마가 우뚝 솟아있었단다. 인민들의 심정을 미리 헤아려보신 수령님께서 천리마동상을 세우신것이였다. 너도 이제 평양에 가게 되면 천리마동상을 찾아가보아라.

그 천리마에 할아버지랑 아버지랑 천리마시대의 기수들이 다 타고서 지금도 하늘높이 날고있단다.

그후 수령님께서는 우리 강선땅을 천리마가 제일 먼저 날아오른 고장이라고 해서 천리마의 고향이라고 불러주셨단다.

침을 꼴깍 삼키며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던 성남은 호기심에 겨워 묻군 했다.

《할머니도 천리마를 타보았나요?》

《암, 타보구말구!》

《피 거짓말, 그걸 어떻게 아나요?》

그러면 할머니는 저고리에 달아놓은 금빛으로 번쩍거리는 천리마휘장을 보여주었다. 한번 달아보자는 성화에 못이겨 벗겨주면 성남은 그 휘장을 가슴에 달고 깡충깡충 뛰면서 소리치군 하였다.

《나도 이제 어른이 되면 더 크고 힘이 센 강철천리마를 만들어타고 하늘높이 훨훨 올라가 선녀를 데려오겠어요!》

《녀석두 원! 천리마를 타고 선녀를 데려온다구! 호호호… 음, 좋은 꿈이다. 그러자면 공부를 많이 해서 꼭 훌륭한 사람이 돼야 한다. 그리고 어려울 때나 괴로울 때나 신심을 잃지 않고 난관을 뚫고나가면 꿈은 꼭 이루어진단다!》

《알겠어요, 할머니!》

이것은 한때 제강소에서 일했던 할머니가 들려주군 하던 강선땅의 전설이다.

전설이 어린 성남에게 어찌도 강한 인상을 주었던지 그는 자주 제강소구내에 들어가군 하였다. 수령님께서 찾아오셨던 백양나무밑에 앉아 하늘가득 채우며 타오르는 쇠물빛노을을 지켜보았다.

혹시 전설속의 강철천리마가 노을속으로 불쑥 날아오르지 않겠는가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리면서…

그러나 천리마는 그림자도 볼수 없었다. 김성남의 눈길이 강철직장곁에 있는 굴뚝에 가멎었다. 그 꼭대기에 올라가면 평양에 있다는 천리마동상이라도 볼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성남은 철사다리에 매달렸다가 지나가던 사람들에게 덜미를 잡혀 정문밖으로 쫓겨나고말았었다.

그러나 언제이건 꼭 높은 굴뚝우에 올라가 기어이 천리마동상을 보고야말겠다는 옹고집은 버리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이였다.

할머니를 따라 시장에 갔던 성남은 시장옆 외딴 곳에 서있는 높은 콩크리트굴뚝을 쳐다보며 춤을 꼴깍 삼켰다.

그것은 보이라굴뚝이였다.

전쟁때 건물은 다 파괴되고 기관포알자리가 군데군데 난 굴뚝만이 요행 남아있었던것이다.

굴뚝에는 아래에서 우에까지 쇠란간이 촘촘히 박혀있었는데 어서 와서 재미있게 올라가라고 부르는것만 같았다.

그 유혹이 어찌나 강했던지 할머니가 남새를 고르느라고 잠간 손목을 놓은 사이에 슬며시 장마당을 빠져나와 굴뚝밑으로 달려갔다.

사람들은 장보는데 정신이 팔렸는지 그 누구도 보는 사람이 없었다.

이때라고 생각한 성남은 누가 붙잡기라도 할세라 녹이 벌겋게 쓴 란간에 매달렸다.

한단… 두단… 한동안 올라가다가 내려다본 그는 실망하여 혀끝을 빼쭉 내밀었다.

시장에서 봄비는 녀인들만 보일뿐 천리마동상은 그림자도 안 보인다.

성남은 다시 웃란간을 향하여 손을 뻗치였다.

굴뚝 중간을 훨씬 벗어난 성남은 아래를 내려다보고 《야!》 하고 감탄했다.

멀리 제강소풍경이 한눈에 안겨왔던것이다. 강철직장의 유리창문으로 전기로의 불빛이 번쩍번쩍 비쳐왔다. 시누런 연기들이 구름처럼 뭉실뭉실 피여오른다. 마치도 작은 장난감처럼 보이는 기차들이 강괴를 가득 싣고 흰 김을 풀썩풀썩 내뿜으며 기여간다. 강선땅에서 날아올랐다는 전설속의 천리마를 탄것처럼 신이 났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천리마동상도 보일것만 같았다. 이제 얼마나 더 올라가면 꼭대기에 닿을것인가 하고 굴뚝우를 다시 쳐다보았다.

굴뚝과 잇닿은 푸른 하늘에서는 흰구름이 둥실둥실 바람에 실려갔다.

순간 성남은 눈앞이 아찔하여 눈을 감았다.

흘러가는 구름의 역작용으로 마치도 굴뚝이 기울어지며 넘어지는듯한 환각을 느낀것이다.

다시 눈을 떴으나 여전했다.

하늘도 땅도 한데 어울려 빙글빙글 돌아갔다. 더럭 겁이 났다.

급히 내려가려고 했으나 손발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쇠란간에서 한손만 떼도 당장 굴뚝밑으로 허궁 날아떨어질것만 같았다. 성남은 터지려는 울음을 삼키며 란간을 더 꽉 틀어잡았다.

한동안 그렇게 긴장한 상태에서 시간이 흘러갔다.

손맥이 다 풀려 더는 란간을 잡고있을 힘이 없다.

성남은 저도 모르게 할머니를 찾으며 울었다.…

그때 지나가던 용감한 청년이 굴뚝에 올라와 구원해주었으니 망정이지 큰일 칠번 했었다.

그후 할머니에게서 눈물이 찔끔 나오도록 욕을 먹었고 걸음마다 심한 단속을 받기는 했으나 그 사건으로 해서 김성남은 강선땅에서 담이 큰 아이로 유명짜해졌었다.

사탕봉지를 쥐여주며 어떻게 되여 높은 굴뚝우에 올라가게 되였는지 이야기해달라는 사람들의 지꿎은 성화까지 받았었다.

이제는 세월이 흘러 그때 일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없다.

다만 어린시절의 어렴풋한 추억으로만 남아있을뿐…


  다음페지

facebook로 보내기
twitter로 보내기
cyworld
Reddit로 보내기
linkedin로 보내기
pinterest로 보내기
google로 보내기
naver로 보내기
kakaostory 로 보내기
flipboard로 보내기
band로 보내기
←되돌이

감상글쓰기

보안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