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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자별열람


제 59 회


제 3 편
70일전투의 열풍속에서


제 29 장


1


속도전의 진공나팔소리 울리며 질풍같이 내달리는 온 나라 전투장은 활화산처럼 타번지였다. 속도전의 폭풍, 날마다 시각마다 새 기록창조, 강산을 진감하는 대진군의 발걸음소리… 이즈음 《로동신문》은 70일전투소식들로 대서특필하고있었다.

특히 70일전투의 중심고리인 채굴공업과 수송전선, 수출품생산에서 대비약, 대혁신을 일으켜 미달했던 올해계획수행을 눈앞에 바라보고있는 소식들이며 기본건설과 공업, 농업을 비롯한 인민경제의 모든 분야에서 총돌격전에 떨쳐나선 우리 로동계급의 혁명적열정과 영웅적기상을 소개한 기사들…

북방의 대야금기지―김책제철련합기업소에서는 새로운 대형련속식소결로와 대형용광로가 일떠섰다. 천리마의 고향 강선은 제2강철직장을 세웠고 대철광석생산기지인 무산광산은 현대적인 대형설비들로 개건확장되였다.

어찌 그뿐이랴! 북창화력발전소(당시)는 제2계단공사를 완공하여 전기를 꽝꽝 생산하고있으며 새로운 규모의 화학기지와 경공업공장들이 보강되고 전국의 방방곡곡에 식료가공을 위한 곡산공장들과 옥쌀공장이 우후죽순처럼 일떠서고있었다. 그리고 《우리 나라 사회주의농촌문제에 관한 테제》발표 10돐이 되는 이해 농업전선에서는 이 땅이 생겨 처음보는 대풍작을 이룩하였다.

이 나날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70일전투의 작전과 지휘로 낮과 밤이 따로없이 일하고계시였다. 오죽했으면 꺼지지 않는 당중앙창가의 눈부신 불빛이라는 내용을 담은 노래와 시작품들이 줄줄이 쏟아져나왔겠는가. 그이의 정력적인 헌신과 불면불휴의 로고, 비범한 령도와 대담하고 통이 큰 작전, 완강한 공격정신으로 조국은 미증유의 속도로 세월을 주름잡으며 일대 도약하고있었다. 그리하여 이해 인민경제계획완수는 물론 우리 당 제5차대회가 제시한 인민경제 부문별고지들을 당창건 30돐전으로 앞당겨 점령할수 있는 확고한 토대가 튼튼히 다져지고있었다.

승림화학공장당위원회에서는 70일전투중간총화를 짓고 온 나라에 대비약의 폭풍을 일으킨 그 모든 기적들에는 기업소로동계급의 전투적위훈도 깃들어있음을 긍지높이 돌이켜보았다. 하루에도 수천톤의 원유를 가공처리하는 기업소에서는 불꽃튀는 전투장마다 매일 기름제품들을 수백차량씩 보내주군 하였다.

기업소는 속도전의 불바람을 더 세차게 일으켜 전투의 생명수를 끊임없이 생산보장할 더 높은 과업을 제기하였다. 또한 강물처럼 폭포치는 연유생산과 함께 이 기간 페불을 가장 높은 수준에서 리용하여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 충정의 보고를 올릴 결의도 다시금 굳게 다지였다.

결사관철, 결사투쟁의 열기로 온 공장이 부글부글 끓고있는 그 시각, 서윤정은 류다른 번민에 잠겨 강대철을 찾아가고있었다. 좀전에 공장당위원회의 한 일군이 찾아와 그와 진지한 담화를 나누었다. 그 일군은 뜻밖에도 처녀시절 강대철이와의 관계를 알고싶어했다. 누가 정식 신소로 제기한것은 아니지만 나도는 소문이 하도 오명스러워 사실여부를 정확히 밝혀 수습하려고 하였다. 정말 얼토당토않은 일이였다.

그런데 어째서 스무해전 고향을 떠나던 그밤의 일을 알려고 할가?

…마가을의 음산한 비바람이 우수수 나무잎을 날리는 밤, 윤정은 렬차의 차창가에 홀로 앉아있었다. 이제 기적소리가 울리면 고향을 떠나게 되는 몸, 자기앞에 어떤 생활이 기다릴지, 남편되는 사람의 성품은 어떤지.…

윤정은 도병원에서 돌아온 종섭이 울면서 제가 보고 들은 말을 전했을 때 전혀 믿지 않았다. 너 철딱서니 없는게 어른들의 말을 귀동냥하다니, 쪼꼬만게 뭘 안다구 아무 말이나 하는거냐!… 하고.

하지만 그후 건강을 회복하고 다시 일터에 온 강대철의 태도는 실로 뜻밖이였다. 첫날 작업장에서 만났을 때 념려해주어 고맙다는 인사말 한마디 해놓고는 가슴속 애끓는 정을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아, 그런데 눈보라 사납던 그밤에는 한 처녀의 집앞에서 장밤 온몸과 발까지 얼구었다고 하지 않는가!

불같은 사람, 헛보지 않은 사람, 하지만 어쩜… 어쩜… 뜨겁고도 헌신적인 사랑으로 불타던 윤정의 가슴은 홀지에 꺼져내렸다. 무시당한 사랑… 윤정은 비로소 자신의 어리석음에 몸부림쳤다. 불시에 자기의 존재가 가련하고 하잘나위없어졌다. 늘 자기를 칭찬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뒤에서 비웃는것만 같았다.

그 나날 윤정은 먼 친척벌되는 사람의 주선으로 선을 보게 되였다.

참으로 다행스러웠다. 그는 배우자를 별로 알아볼것도 없이 수락하였다. 그저 하루라도 빨리 이 고장을 떠나고싶은 생각뿐… 어머니가 며칠 더 기다리다 남편이 데리러 오면 함께 떠나라고 애절히 권고했으나 가만히 역에 나와 렬차에 몸을 실은 그였다.

그밤 그렇게 고향을 떠났건만 그 이상 떠도는 터무니없는 말들은 누군가 강대철이를 모해하려고 퍼뜨린것 같았다. 그런데 더욱 리해할수 없는것은 강대철자신이 그 모든것을 시인한 사실이였다. 성미가 과격한 그가 앞뒤를 가리지 않고 밸풀이를 한것 같기도 하였다. 윤정은 멀리 흘러간 즐겁지 못한 일을 다시 들추고싶지는 않았지만 그때문에 한 인간이 시시껄렁한 말밥에 올라 사업권위는 물론 인격에 손상을 입힐것 같아 그냥 내쳐둘수 없었다.

얼마후 윤정은 건설현장지휘부에 닿았다. 지휘부에는 리진이밖에 없었다. 그는 책상우에 수수대로 만든 각이한 장치물모형들을 널어놓고 그 무슨 생각에 골똘히 잠겨있었다.

《뭘해요?》

리진은 푸들쩍 놀라며 반색하였다.

《아, 소장어머니군요. 탑조립장기중기능력이 딸려 활차들을 리용하는 권양시험을…》

리진의 순박한 얼굴에는 례의 어줍은 미소가 어렸다. 사색의 그늘은 지우지 못했어도 창조의 세계에서 사는 그가 못내 미덥고 정이 갔다.

《화학쟁이가 설비조립연구사가 됐군요. 호호… 비서동문 어데 갔어요?》

윤정은 강대철을 이전 직책대로 불렀다. 굳어진 버릇때문에서라기보다 그에 대한 변함없는 존경을 지울수 없는 일종의 진정에서부터였다.

《대장아바이요?》

리진은 창곁에 다가가 밖을 가리켰다.

《저기 탑조립장을 좀 보십시오. 저 허공발판우에 말입니다.》

윤정은 멀지 않은 곳, 고공발판우에서 싸리안전모를 쓰고 기발을 쳐들어 탑조립을 지휘하고있는 강대철을 내다보았다. 첫눈에 눈앞이 아찔했다. 어쩌면 그 나이에 저렇게 높은 곳에서… 기중기가 긴 팔을 빼들고 집채같은 탑의 동체를 물어 허공에 들어올렸다. 둔중한 동체는 잠시 한자리에 멈춰서더니 바람에 약간씩 좌우로 흔들리였다. 발판우에 있던 여러 조립공들이 동체에 련결한 바줄을 당기기도 하고 늦추기도 하며 중심을 맞춰갔다. 강대철의 기발신호에 따라 동체가 천천히 아래로 내려앉는다. 뒤미처 쩌렁― 하는 야무진 강철음이 건설장의 구조물들을 뒤흔들며 메아리쳤다. 탑의 동체가 제자리에 들어가 맞물린 장쾌한 음향이였다.

리진은 털모자를 쓰고 자리를 일었다.

《좀 기다리십시오.》

《아니, 난 바쁘지 않으니 그일 방해하지 말아요.》

《시간은 지금밖에 없습니다. 동체 한토막을 앉혔으니 다음토막을 준비할 때까지 공간이 좀 있습니다.》

윤정은 더 막지 않았다. 한시각이라도 빨리 강대철의 소문들을 없애버리는것도 늦잡을 일은 아니였다. 무엇보다 본인이 경솔히 인정해버린 자료들을 취소해야 하였다. 보증은 윤정이자신이 설테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강대철이 목청을 돋구며 나타났다.

《소장동무가 오셨소? 그렇잖아도 한번 만나려던 참이였소.》

그는 싸리안전모와 통장갑을 벗어 의자우에 던지였다. 그 눈빛은 여전히 번쩍이였고 희슥한 상고머리와 몸에서는 날파람스러운 패기와 강기가 그대로 살아있어 주접이 든 구석이라고는 한점 없었다. 그리고 좀처럼 곁을 주지 않던 그가 어찌하여 제쪽에서 먼저 만나고싶어했는지 반갑기도 하였다. 분명 자신의 신상에 닥친 그 불미스러운 일때문일거라고 생각하니 때마침 찾아와 그를 돕게 된것이 다행스럽기도 하였다. 그러나 말꼭지는 다르게 떼였다.

《그 나이에 고공작업은 삼가해야 하잖아요.》

《하아, 소장동무가 날 벌써 늙다리로 보는게 아니요? 머리카락은 세도 속이 궁글자면 아직 멀었소. 참, 일하는 맛이 별맛이라더니 천하제일미요. 그새 로동에 몸을 적시지 못한 봉창을 해야 할게 아니겠소. 하하…》

강대철은 입가에 서글서글한 미소를 담고 쾌활한 어조로 떠들더니 퍼그나 가라앉은 음성으로 뒤를 이었다.

《소장동무, 집사람의 상처가 거지반 아물어가오. 이젠 지팽이 없이 걷기 시작했소. 철민이가 퇴근하면 매일 저녁마다 그애 손을 잡고 저 산비탈길을 오르내리는 걷기련습을 하고있소.》

《그래요!》

윤정은 저도 모르게 반갑게 받았다. 그의 눈에서는 불꽃같은 기쁨의 광채가 일었다.

《집사람이 동무한테 인사를 전해달라고… 신신당부하더구만.》

《무슨 말을 그렇게…》

윤정은 어째선지 목이 꽉 잠겨 더 말이 나가지 않았다. 자기가 기울인 크지 않은 성의가 효험을 낸다니 더없이 기쁘면서도 부인의 건강때문에 한뉘 속을 쓰고 고생하던 강대철이한테 좀더 일찌기 도움을 주지 못한것이 후회되기도 하였다.

한편 윤정은 그가 만나고싶었다는 진의도가 이때문이라면 그는 아직 자기 일신에 닥친 위험을 모르고있는것으로 생각되였다.

마침 강대철이 먼저 물었다.

《그래 어떻게 왔소?》

《저… 오늘 당위원회 한 일군을 만났어요. 비서동무의 지난날 일들을 묻더군요.》

《그래서?》

《거긴 사실도 있고… 험하게 꾸민것들도 적지 않더군요.》

《알고있소.》

강대철의 얼굴에는 한가닥의 쓰디쓴 미소가 스쳤다. 윤정은 그가 별로 괘념치 않게 받아넘기는것이 안타까왔다.

《그걸 바로잡아야 할게 아니겠어요.》

《어떻게 말이요?》

《사실만 인정해야지요.》

《음.…》

강대철이 뒤짐을 지고 방안을 거닐었다. 윤정은 아이들도 알고 남을 일을 되묻는 그가 허망하기도 하고 알고있으면서도 속수무책으로 지내는것이 되려 이상했다. 강대철이 윤정의 앞에 와 우뚝 멈춰섰다. 낯빛은 어딘가 서름서름해졌다.

《소장동무, 난 그 모든것을 부정할수 없었소.》

《네?!》

《소장동무.…》

강대철의 음성은 저윽 온화하고 칼칼한 눈빛은 괴로움에 떨었다.

《난 한 녀성의 처녀시절에 아픈 상처를 입힌 사람이요. 그가 나때문에 한시절 괴로움속에 모대긴줄을 전혀 모르고있었으니 말이요. 남들보다 삐여진데 없는 이 인간이 그의 마음을 든장질해놓은것 같아 견딜수 없구만.

헌데 그 사람은 말이요, 평생 나한테 한풀이를 하지 않았소. 오히려 이즈막에 와선 나를 도와주고있소. 난 때늦게나마 그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줘야겠다고 생각했소. 그래 나한테 들씌워진 그 어떤 험구라 할지라도 나를 징벌하는것이라면 다 받아들였던거요. 물론 그것으로 그의 가슴속 응어리가 풀릴수는 없겠지만.》

윤정은 창밖 멀리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고있었다. 불행과 고뇌를 체험한 인간의 감정이 풍부하듯이 이 시각 윤정의 얼굴은 깊은 우애와 선망으로 물결치였다.

《비서동무, 거긴 비서동무의 잘못이 조금도 없어요. 그 시절 참된 사랑이란 전혀 알수 없었던 제가 오히려 비서동무의 마음을 몰랐으니… 용서를 빌어야 한다면 저예요. 그리고 그 시절에 있은 일을 잊은지도 오래구요.》

윤정은 제 심정을 솔직히 고백하였다. 강대철은 흠흠 코소리를 내며 여전히 자기 학대의 감정에서 헤여나지 못했다.

《실지 난 당일군으로서 사람들을 뜨겁게 대해주지 못했소. 걸핏하면 큰소리가 나가거던. 오죽했으면 젊은 녀석들이 내가 사업작풍때문에 떨어질거라고 놀리겠소? 난 그걸 롱말로 듣지 않소. 까짓것, 이제 떨어진대도 그 사람들과 함께 있겠으니 두렵지 않지만 제일 두려운것은 거창한 이 시대에 필요한 몫이 없을가봐요. 필요한 인간이 된다는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 화학공장건설자들이 이 공장을 지어놓고 떠날 때 울더구만. 자기들이 세운 탑과 탕크, 장치와 구조물들을 끌어안고 말이요, 마치도 어머니가 애지중지 키운 자식과 작별할 때처럼. 그건 이 땅에 어머니와 같은 성실한 피와 땀을 바친 사람들만이, 필요한 몫을 다한 인간들만이 체험하는 감정이고 권리가 아니겠소. 나도 장차 공장을 졸업할 때 그들처럼 울어야 할텐데…》

윤정은 강대철의 그 결바른 지조에 눈굽이 달아오르고 머리가 숙어졌다. 방안공기가 숨차게 가빠났다. 이 사람이야말로 뜨거운 인간애와장밖에 모르는 진짜배기일군이라는 생각이 또다시 가슴을 쳤다. 이런 사람들은 생활의 진창에 빠지는 경우에조차 그 훌륭한 인간미와 결곡한 지조로 하여 삶은 보석처럼 빛날것이였다. 윤정은 이같이 진실하고 불같은 사람을 헐뜯으려는 그자체가 까마귀가 봉황을 흉보는 가소롭기 짝이 없는 짓으로 또 그를 구원하려는것 역시 어리석기 그지없는 일로 여겨졌다.

윤정은 그와 갈라져 구내를 걸었다. 장참 보아오던 눈에 익은 공장의 탑들과 구조물 하나하나가 왜 이리도 사랑스럽고 친근하게 안겨오는지. 《나도 공장을 졸업할 때… 울어야 할텐데…》바로 그런 고귀한 넋들이 이 창조물들에 슴배여있는거라고 생각되였다. 윤정은 이 시각 자신의 생활에서 그처럼 갈망하던 소원이랄가, 번성하는 공장과 사람들을 위해 어머니와 같은 구실을 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또 어머니처럼 헌신하는 일이 어떻게 살며 투쟁하는것인지 확연히 알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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