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페지로
날자별열람


제 58 회


제 3 편
70일전투의 열풍속에서


제 28 장


2


함수소에 의한 암모니아생산공정의 첫단계 건설목표는 세개의 대상 즉 수소분리탑들과 흡착정제장치, 수소저장탕크들이였다. 산소분리기에서 질좋은 질소가 무진장 나오는 조건에서 함수소만 잘 분리하여 순도높게 정제하면 암모니아합성은 순조롭게 될수 있었다.

기업소에서는 리진이 병원에 있는 기간 강력한 기술진을 무어 그의 령감을 실현할수 있게 보충하고 심화시켜 1차대상들의 기술준비를 열흘나마 불철주야 작업으로 끝냈다.

그에 따라 지금 설계전투가 이어져 도면이 나오면 제창 속도전을 벌려 시공과 제작에 진입하였다. 실로 속도전이야말로 사람들의 혁명적열정을 최대로 발양시키고 집단의 힘과 지혜를 하나로 모두어 집단주의위력을 가장 높이 발휘하게 하는 전투였다.

리진은 퇴원후 건설지휘부시공참모격으로 공정장치물제작과 조립, 기초공사들에 대한 전반적인 기술지도를 맡게 되였다. 그는 이 아침 첫시간에 기사장의 동의를 받아야 할 일이 생겨 출근하자바람으로 서둘렀다.

수소분리공정조립도면에 의하면 높이 30메터, 직경 5메터를 헤아리는 탑을 세토막을 내여 조립하게 되여있었다. 공장기중기능력을 고려한 이 작업방법을 갖고는 조립속도를 보장할수 없었다. 만약 바람이 터진 날 토막을 친 탑의 동체를 기중기로 들어 조립하려면 그 중심축을 맞추기가 여간 말째지 않아 시간이 무한정 들뿐아니라 용접공들이 고공에서 작업해야 하므로 매우 불리하였다.

리진은 며칠간 고심하던 끝에 찾은것이 두토막조립방법이였다. 그것을 시행하려면 기사장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그가 행정청사정문앞에 들어서는데 마침 기사장이 한쪽겨드랑에 서류가방을 끼고 급히 계단을 내려오고있었다. 계단아래에는 승용차가 발동을 걸어놓고 부르릉거렸다. 리진은 한순간을 놓치면 하루일이 뒤틀릴것 같아 용기를 내여 마주 달려갔다.

《기사장동지, 잠간만.》

리진은 재빨리 탑조립도면을 펼치고는 두토막조립의 가능성을 중언부언하였다. 전준혁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있는것 같았으나 그에 대한 못마땅한 감정이 앞서며 건전하고 리성적인 판단을 방해하였다.

《백톤이 넘는 중량물들을 두토막으로 조립하다니? 기중기최대권양능력이 얼만지 아오? 삼십톤이야, 삼십톤! 세토막조립도 기중기허용한계를 뛰여넘어 모험한거란 말이요.》

《보조권양기로 협력하면 될것 같아 그럽니다. 연공들과도 의논해봤습니다.》

《여보, 권양기가 당장 어데 있어. 나도 욕심같아선 두토막이 아니라 통채로 조립했으면싶소. 그 외아들기중기가 자빠지면 다야. 손털고 나앉겠는가? 설계의 요구대로 세토막으로 조립하시오.》

전준혁의 목소리는 칼날처럼 선득선득했다. 더 말할새없이 그는 차문을 열고 들어가버렸다. 승용차는 이내 배기가스를 뿜어치며 자리를 떴다. 리진은 알싸한 배기가스에 얻어맞으며 한자리에 서있다 돌아섰다. 공장에 하나밖에 없는 설비를 생각하는 기사장의 립장이 리해되였다. 그러나 수소분리탑만이 아니라 이제 흡착정제장치와 수소탕크들, 그 많은 중량물들을 다 토막을 쳐서 조립한다면 공사기일은 세월이 없을상싶었다. 번거롭고 안타까운 그의 얼굴에는 그림자가 내려앉았다. 하늘도 찌뿌둥 낮게 드리웠다. 이 며칠째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싸락눈을 퍼붓다가는 바람이 갈개쳤다. 아무런 방책도 떠오르지 않는 그의 몸은 차겁게 얼어들기만 하였다.

돌연 저 앞쪽 은백양나무가 서있는 곳에서 누구인가 왝왝 고함치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왔다. 리진이 가까이 다가가니 강대철이 무엇때문인지 성이 독같이 올라 팔을 내두르며 소리치고있었다. 그앞에는 두사람이 머리를 떨구고 섰는데 나이지숙한 중년은 측량기를, 애젊은 청년은 표척대를 들었었다. 공장설계실 측량공들이였다.

《뭣때문에 넓다란 공지가 많은데 하필 여기다 수소탕크를 앉힌단 말인가, 엉? 이 나무는 절대로 못 찍어! 동무네 실장한테 전하라구. 〈피바다근위대〉 대장령감이 탕크위치를 다른데 잡으란다구 말일세.》

《체, 이런 외딴데 있는 나무가 무슨 구실을 하겠다구.》

비뚤서 서있던 애젊은 청년이 은백양나무몸통을 주먹으로 툭툭 건드리더니 볼부은 소리를 하였다. 강대철의 툭 불거진 광대뼈어름에 뜨거운 피가 몰켜들었다.

《뭐, 외딴데? 야 이 녀석아, 이 나문 이 고장의 산 력사야. 이 나무에는 우리 고장이 어떻게 지금처럼 희한해졌는지 다 적혀있어. 또 혹시 알겠냐, 너의 부모들이 처녀총각시절에 이 나무밑에서 련애를 했는지.…》

《뭐예요? 하하… 이 아바이 진짜 걸작인데.》

《걸작은 무슨 말라빠진 걸작, 썩 사라지지 못할가!》

《아바이, 알겠습니다. 실장동무와 의논하여 탕크위치를 옮기겠습니다.》

중년이 측량기를 둘러메더니 청년의 옷자락을 슬슬 나꾸채며 가버렸다. 나무아래에는 눈에 싸인 묵은 잎들이 허옇게 널려있었다.

《허헛 참, 하마트면 아까운 나무를 잃을번 했군. 이젠 이 나무도 구내안에 들어왔으니 기슭이 아니라 복판에 선셈이야.》

강대철이 뒤짐을 지고 혼자소리로 뇌이다 리진을 띄여보고는 다시 이었다.

《자네 소시적에 이 나무삭정이로 불을 지폈다지? 공식집인가 찢어서 말일세.》

리진은 흠칠 눈이 떼꾼해졌다.

《주경이 못 잊어하더군. 자네가 그날의 약속을 지켜 그 무슨 창조의 불을 지폈다구.》

리진은 순식간에 쩌릿한것이 가슴을 쿵 쳤다. 뒤이어 어인 일인지 눈앞이 부옇게 흐려졌다. 애틋한 추억만 남기고 가버린 그 녀자, 다시는 찾을길도, 볼수도 없으면서도 서로 비쳐주는 별이 되자던 어릴적 마음을 그대로 안고 간 주경이… 그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이 샘처럼 끓어오르면서 어린시절 그와 함께 나눈 잊지 못할 자취를 년륜에 새겼을 이 은백양나무를 지켜준 아바이의 웅심이 뜨겁게 마쳐왔다.

《고맙습니다. 아바이, 하지만 그 모든것은 다 지나가버린 과거가 아닙니까?》

《그런 과거는 누구나 갖고있는게 아니지. 얼마나 좋은건가.》

다시 리진이한테 몸을 돌린 강대철은 꿰뚫는듯 한 눈길을 던지였다.

《그래 갔던 일은 어떻게 됐나?》

《승인하지 않더군요, 기중기를 망쳐먹을가봐.》

《…》

《아바이, 무슨 다른 방책이 없을가요?》

강대철은 아무 대답도 않고 깊은 생각에 잠겨 나무주위를 걷기만 하였다. 그는 발밑에서 밟히는 나무잎소리보다 풀이 죽은 리진의 억양에서 억눌린 정열의 고르롭지 못한 숨결을 듣고있었다.

《자네 이 나무를 잊은게 아닌가?》

강대철의 생뚱같은 물음이였다.

《예?!》

《내 생각에는 자네 아직 우리 지도자동지께서 바라시는 창조의 불을 지피지 못한것 같네. 그 불은 이 땅의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 한치의 땅도 제 살점처럼 대할 때 타오르네. 하물며 이 나문 자네한테 옳은 삶을 약속해준 세월의 증견자가 아닌가. 이 나무를 잊지 말아야 해. 그래야 이 땅과 사람들을 더 귀히 여기게 되고 배심도 든든해져 좋은 궁냥도 떠오른단 말일세. 사람의 의리는 서로 떨어져있을 때 량심으로 지키는게 아니겠나.》

강대철의 의미심장한 말은 리진의 가슴을 눅눅히 적셔주었다. 사실 리진은 주경이와 갈라진 이후부터 가슴은 알속이 다 빠져 빈껍데기만 남은듯 감정은 그지없이 메말라갔다. 불꺼진 사랑의 심장은 뜨겁지도 열렬하지도 않았다. 그 꺼져버린 사랑의 불과 함께 이 나무도 작별의 상징처럼 잊으려 하였다. 하지만 오늘 이 나무를 통하여 지금껏 사랑자체에 머물러있는 자신을 다시금 발견하게 되였고 사랑은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높은 지향과 함께 고동치지 않을 때는 모든것을 잃는다는것을 절감하였다. 그렇다, 진정한 사랑이란 이 나무가 년륜에 새겼을 당과 조국을 위한 창조의 불을 지피는 길일것이다. 바로 주경이도 그렇게 살며 투쟁하는 나의 앞날을 축복해준것이리라.

리진은 구름이 낀것 같던 흐리터분한 기분이 한결 밝아져 가슴은 이땅과 인간들에 대한 사랑의 열망으로 끓어올랐다.

점심시간이면 건설장의 휴계실마당은 《피바다근위대》원들의 씨름터로 화하여 떠들썩한 응원과 웃음으로 넘치였다.

굴착조와 조립조 두패로 갈라져 이미 여러날째 승부를 다투어오던 씨름경기는 마침내 오늘 최우승자를 결정하게 되여 저윽 긴장된 분위기속에서 응원열기는 고조되여갔다.

건설직장과 구축물보수직장, 중기계운전공로력들로 구성된 굴착조에는 재치있는 씨름묘기와 강기를 지닌 오복이와 장사같은 힘이 실팍한 몸에서 울근불근거리는 승표가 있어 우승은 먹어놓은 떡처럼 여기고있었다.

게다가 응원조를 맡은 방울이 처녀들을 휘동하여 북춤을 추어대는데 굴착조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것 같았다. 앞가슴에 중북을 안은 처녀들이 빨간 리봉댕기가 달린 북채를 일시에 쳐들었다가는 쿵당거리며 춤가락을 이어가는 속에 방울은 북을 치며 빙글빙글 한바퀴 돌았다. 방울의 날씬한 손놀림과 매 동작들은 률동적이고 아릿다왔다. 지어 그가 입은 수수한 면직물작업복과 흔하디흔한 빨간 머리수건에서도 특이한 빛을 뿌리는듯싶었다.

한편 조립조는 제관직장과 공무직장, 설비조립공들과 설계원들, 공업연구소 연구사들로 무어졌었다. 기대되는 선수로서는 키가 구척장신인 살집좋은 설계원과 리진이, 승학이들이였다. 승학은 밤교대가 끝나면 반원들을 데리고 의례히 한나절은 여기 건설장을 돕군 하여 《피바다근위대》원처럼 행세하였다.

어제 승학은 오복이와의 경기에서 패했다. 그리고 좀전에는 크게 믿었던 살집 유들유들한 구척장신의 설계원도 승표의 궁둥배지기에 걸려 두부자루처럼 나자빠지는통에 조립은 완전히 기가 죽어버렸다. 그 가라앉은 기분을 복돋아주려고 효남이 잔등에다 안전모를 집어넣고 갑삭갑삭 춤을 추어대고있었다.

지금 경기장에는 준결승까지 톺아오른 조립조의 리진이와 굴착조의 오복이가 나섰다. 이 경기는 단체의 승패를 결정함과 동시에 비교씨름으로 넘어가 이긴 선수는 단연 우승후보자인 최승표와 맞서게 된다.

《심판석에 하나 제기합시다.》

오복이 작은 몸집을 깍듯이 꺾고 정중히 말했다.

《대장아바이, 경기시간을 조금만 지체시켜주십시오. 저와 리진동무의 경기는 우리 집사람이 봐야 합니다. 이제 곧 도착할겁니다.》

《뭐라구? 이게 뭐 아녀자들 구경거리인줄 알아!》

심판장인 강대철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오복은 다시 시침을 뻑 따고 허리를 접었다.

《리진동문 병원에서 퇴원하게 되면 저와 씨름 한판 겨루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때 난 우리 집사람앞에서 다짐했습니다. 내가 이기면 삼태자를 만들거라고 말입니다. 나는 오늘 반드시 이길것입니다. 난 이 경기를 통하여 우리 집사람한테 삼태자는 문제없다는 신심을 주자는겁니다.》

《에끼! 이녀석, 이게 뭐 너희 부부 밤씨름인줄 아냐?》

휴계실이 날아갈듯 한 폭소가 일어번지였다. 강대철이도 뻗두룩한 상고머리를 쳐들고 버룩버룩 웃었다.

오복은 쾌승을 장담하며 의기양양히 경기장에 나섰다. 리진이도 벌씬 웃으며 마주 걸어나왔다. 아주 여유있고 자신만만한 자세였다. 그 순간 오복은 그와 승표를 마주 세우고싶은 생각이 뇌리를 쳤다. 이 기회에 그들 서로의 감정을 풀어놓고싶었다. 리진이 만약 이기면 그앞에서 노상 우뚤렁거리는 승표의 기가 꺾일것이고 승표가 이기면 리진의 기세도 눌리워져 상처입은 승표의 자존심이 다소 가라앉을것이였다.

오복은 샅바를 잡으려고 리진이한테 접근했을적에 귀속말로 속삭이였다.

《자네 승표와 겨루고싶나?》

《물론.》

《그와는 안될걸세.》

《길고 짧은거야 대봐야 알지.》

《무슨 말들인가? 둘 다 퇴장시키고말겠어!》

강대철이 그들이 소곤거리는 소리를 듣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윽고 강대철의 시작구령과 함께 오복은 제창 특기수법인 안손치기로 넘어갔다. 그는 날쌔게 한손을 뽑아 상대의 한다리를 제지하면서 그의 몸을 앞으로 홱 잡아챘다. 리진의 중심이 앞으로 쏠리는 순간 오복은 자기의 몸을 재빨리 옆으로 뽑으려 했다. 지지점을 잃은 리진은 앞으로 넘어지면서 오복이를 덮치였다.

와하― 조립조의 응원자들이 일시에 함성을 터치며 일어났다. 리진이 오복을 그러안은채 넘어뜨렸던것이다. 하지만 리진은 오복이가 우정 그렇게 한듯 한 감촉을 느꼈다. 한것은 그가 한초만 앞서 몸을 뺐어도 중심을 잃은 자기는 깔개판에 코밀이를 했을것이였다.

《이녀석, 세쌍둥이가 쉽게 생기는줄 알았지? 하하…》

강대철은 통쾌하게 껄껄 웃었다. 리진의 승리는 여태 패하기만 하던 조립조가 다시 머리를 쳐들수 있는 계기인데다가 희떱게 놀아대던 오복이를 납작하게 만들어 쾌재스러웠다.

강대철은 시간이 없다며 한판승으로 이 경기를 결속해치웠다. 오복은 입을 삐죽거릴뿐 더 항변하지 않았다. 그의 내심은 다음경기에 가있었다.

선수석에서 오복의 패배를 아연하게 지켜보고있던 승표의 가슴에서는 피가 툭툭 튀였다. 전날 병원에서 풀리지 않던 격한 감정이 되살아났다. 체력에서나 기질에서나 약골로 굽어보던 리진이, 그가 정녕 남들이 돋보는 강자란 말인가.

승표는 도고하고 랭랭한 눈길을 쳐들고 리진의 앞으로 스적스적 다가왔다.

먼저 리진이가 샅바를 잡게 되였다. 그는 어깨를 승표의 몸에 깊숙이 박고 샅바를 조여비틀었다. 그품이 여간 아니였다. 씨름경기의 승패는 샅바잡기부터 시작된다.

(흥, 잡도리가 만만찮아. 네가 사람들앞에 날 또 만신창시킬려구. 그렇게는 안될걸.)

승표는 어금이를 깨물었다.

경기시작구령이 울렸으나 승표는 얼마간 숨을 딱 끊고 움직일념을 안했다. 그러던 그는 끙 하고 용을 쓰며 리진을 허양 들어올렸다. 들배지기수였다. 그러나 리진은 중심을 잃지 않고 그의 몸에 딱 붙어 떨어질줄 몰랐다. 승표는 몇번 휘두르다 맥이 진하여 리진을 바닥에 도로내려놓았다. 그찰나 리진은 승표의 한다리를 호미걸이로 하고 밀쳤다. 승표의 몸이 점점 뒤로 젖혀져 아짜아짜한 고비가 몇초 흘렀다. 숨소리조차 없던 관중석에서 《넘어간다!》하는 응원소리가 울렸다. 하지만 다시 중심을 잡은 승표는 리진을 붙안고 몸을 한옆으로 돌리다 불시에 반대방향으로 몸통을 접치였다. 뒤미처 둘은 거의 동시에 아래로 떨어져내렸는데 리진의 어깨가 먼저 깔개에 닿았다.

와― 굴착조에서 환성을 질렀다. 초긴장속에서 지켜보고있던 처녀들이 북통이 터지게 두드려댔다. 방울은 너무 기뻐 북채를 쳐들고 발을 동동 구르기까지 하였다. 그 모양을 가로 비껴보고있던 오복이 일어나 손을 쳐들고 핀잔했다.

《챠챠, 이 방울동물 좀 보오. 되게는 좋아한다.》

《아이, 우리 편이 이기지 않았나요.》

《뭐, 우리 편?… 흥, 말은 바른대로 승표가 이겼기때문이겠지?》

《어마나!》

방울은 꽃같이 핀 얼굴이 활딱 붉어져 어쩔바를 몰라하다 군중속으로 달아뺐다. 또 왁작 웃어댔다.

저녁작업총화뒤끝에 리진은 누가 등뒤에서 어깨를 툭 치여 돌아봤다.

오복의 눈이 비웃음으로 쪼프려졌었다.

《내가 뭐라든가, 승표와는 안될거라고 하잖았나.》

리진은 싱긋 웃었다.

《승표 그 친구 힘이 장사야. 난 상대도 안돼. 그러니 승부야 제대로 된셈이지.》

《아니, 그럼?!》

오복은 엷은 눈시울을 슴벅이였다. 리진의 얼굴은 선한 미소로 한껏 밝아져있었다.

《봤지? 승표동무가 이기니까 방울이 좋아하는걸. 하하… 사람마다 남다른 긍지가 있어야 할게 아닌가, 더구나 사랑하는 사람앞에서야.》

오복은 잠시 한자리에 얼어붙은듯 휘둥그런 눈길로 리진을 바라보았다. 그는 결코 이기고싶어 승표한테 도전한것은 아니였었다. 오복은 리진의 그 웅심에 치밀어오르는 불뭉치같은 뜨거운것을 삼키였다.

《여보게, 승학반장이 해주던 게이야기가 생각나누만. 남을 돕는 일이 자기를 위한 일이라던. 참 우리 생활이란 이래서 화목하고 아름다워질거란 말일세.》


이전페지   다음페지

←되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