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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자별열람


제 53 회


제 3 편
70일전투의 열풍속에서


제 26 장


1


사무실에서 한밤을 보낸 전준혁은 날이 샐녘에 전화로 청사직일근무성원을 찾아 종섭이 아침에 출근하게 되면 자기 방에 보내라고 일렀다. 전준혁은 오늘 오전 렬차로 떠나게 되는 손님편에 리진의 수훈내신문건을 완비하여 보낼 결심이였다. 강비서가 보류했다고 하여 순순히 물러설 자기가 아니였다.

김리진의 수훈문제는 강비서의 생각처럼 사고의 원인을 가리우는 연막이 아니라는것, 또한 자기는 의연히 사람들에게 덕을 주는 일군이며 그리고 공장의 저상된 분위기를 일변시키고 전투원들을 위훈에로 불러일으키는 계기로 된다는것을 실증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사업임을 재삼확신하였다. 그는 이 문제를 정치분과를 뛰여넘어 직접 공장당위원회를 저저이 납득시켜 합의할 생각이였다.

전준혁이 피로가 풀리지 않은 무거운 몸을 긴쏘파에서 일으켜세우는데 문기척소리와 함께 종섭이 나타났다. 종섭은 기별을 받자 곧바로 달려온 모양 몹시 숨차하였다. 전준혁은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아도 매우 흡족했다. 종섭은 언제나 필요한 시각이면 제때에 어김없이 나타나는데 그것은 냄새를 잘 맡는 후각이 아니라 눈썰미가 빠르고 예민한 촉각이 발달했다고 봐야 할것이였다. 다소 기분을 잡친다면 기사장, 자기의 속내를 지나칠 정도로 앞질러 내다보는 그것때문이였다. 전준혁은 그것이 부에 많은 동료들이 있는 자기의 인맥을 타고 올리뻗으려는것임을 모르는바 아니지만 그런 내색은 전혀 하지 않으면서 그를 써주고있었다.

《지도원동무, 이제 정치분과에 가서 리진의 수훈내신문건을 찾아다주오. 강비서는 보증수표를 못하겠다니 당위원회와 합의하여 오늘 손님편에 보내기요.》

《비서령감은 왜 수표하지 않는답니까? 무던히도 리진을 끼고돌더니. 이젠 신물이 났는가?》

종섭은 의외라는듯 빈정거렸다. 머루알눈에는 묘한 미소가 아물거렸다.

《엊저녁 리진이 찾아와 이번 사고의 원인을 말이요, 3호로대보수때 로공들이 들고나왔던 15일대보수안을 지키지 못한데서 찾더구만. 그랬더라면 바깥곡관들까지 교체했을거라고 말이요.… 그때 동무가 로공들의 15일안을 눌러놓지 않았던가?》

이 찌르는듯 한 물음에 종섭의 윤기돌던 머루알동자가 재빨리 한고패 돌면서 눈전체가 동그래졌다. 그는 그 동그라미속에 지나간 일들을 더듬더니만 벌씬 웃었다.

《그랬지요. 제가 참모부서가 내놓은 10일대보수안을 납득시켰지요, 기사장동지의 의도대로.》

《내가 그렇게 하라고 지시했소?》

《아니, 그러지는 않았지만, 그런데 그게 뭐 어쨌다는겁니까?》

전준혁은 인츰 말문을 열지 않았다. 속이 깊지 못한 종섭이 바질바질 안달증이 나서 기사장을 지켜봤다. 뒤짐을 지고 돌아서는 전준혁은 별로 괘념치 않는 시푸녕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지금에 와서 강비서가 그걸 걸고드누만, 사고의 원인이 거기 있다면서. 그 사고를 가리우려고 리진을 내세운다는거요. 그리고 뭐 로대보수를 날림식으로 해놓고는 시간을 앞당겨 보수했다고 평가를 받고 또 그 로가 얼마 못가 터진것을 막았다고 해서 평가를 받는다면서… 마치 리진이 그 희생물이 된듯이 역전시킨단 말이요.》

《음, 그래서 수표를 거부했군요.》

종섭의 반들거리는 머루눈에는 순간 어두운 그림자가 스쳐지나갔다. 그것은 어떤 섬찍한 그 무엇을 담은 그림자였으나 준혁이 더 어쩔사이없이 그는 씽 문밖으로 뛰쳐나갔다.

한편 강대철은 이 아침 전례없는 뜨거운 감동에 깊이 빠져있었다. 매일아침 당보부터 읽는것이 첫 일과인 그는 이 아침에 펼친 신문의 옹근 한면을 차지한 실화기사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있었다.

…우리 나라 대형무역선《혁신》호가 인디아양을 항행하던 도중 갑자기 두 선원이 거의 동시에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뜻하지 않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배의 의사가 구급대책을 세웠지만 그들의 병은 제때에 수술을 받지 않으면 살려내기 힘든 위급한 상태였다. 사방을 둘러봐야 무인도 하나 없는 대양의 한가운데여서 의사도 선장도 선원들도 중태에 빠진 그들을 구원할 길이 없어 그저 마른가슴만 쥐여뜯으며 그들의 운명이 결정되는 시각을 기다려 눈물만 쥐여뿌리였다. 그 소식이 전파를 타고 조국에 전해졌을 때는 새벽 2시경이였다.

그 시각 70일전투를 진두지휘하고계시던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혁신》호에서 발생한 불상사를 알게 되시였다.

《수령님의 전사들인 선원들을 살려야 합니다. 그들은 우리들에게 생명을 의탁하고 바다에 나간 동무들입니다. 환자들을 구원할수 있는 한가닥의 길은 그들의 생명을 연장하면서 빠른 시일안에 배를 항구에 대는것입니다.…》

그런데 《혁신》호가 가장 빨리 갈수 있는 항구는 스리랑카의 꼴롬보와 인디아의 마드라스였다. 마드라스는 꼴롬보보다 좀 가깝기는 하지만 항행목적지가 아니므로 거액의 외화를 뿌려야 하기때문에 꼴롬보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이 사실을 아시게 된 그이께서는 단호한 조치를 취하시였다.

《…환자들의 생명은 시간을 다툽니다. 조금이라도 가까운 마드라스를 정합시다. 이럴 때 우리 당이 잠잘수 없고 국가와 재외대표부가 가만히 있을수 없습니다. 다 떨쳐나섭시다.…》

그리하여 그 시각부터 조국과 인디아양, 인디아대륙을 포괄하는 지구의 넓은 지역에서는 70일전투와 함께 두 생명을 구원하기 위한 또 하나의 긴장한 전투가 벌어졌다.

꺼져가는 동지들의 생명을 놓고 안타까이 몸부림치던 《혁신》호 선원들은 조국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공개전파를 받게 되였다.

《위대한 수령님의 혁명전사들의 생명은 담보되여있음. 즉시 항로를 바꾸고 인디아의 마드라스를 향하여 전속으로 달릴것. 그곳에는 모든 준비가 되여있음. 환자들의 발병시일과 열, 맥박, 증상, 치료정형 등 상세한 내용과 현재 가지고있는 약품과 수량을 알릴것.…》

항로를 바꾼 《혁신》호에서는 조국의 유능한 의료집단과의 련계하에 환자들에 대한 구급조치가 진행되였으며 한편 조국의 긴급지시를 받은 인디아주재 우리 나라 대사관일군들을 실은 비행기가 그 나라의 수도에서 수천리 떨어진 마드라스를 향해 날아와 환자들을 맞이할 만단의 준비를 갖추고 기다리고있었다.

이렇게 되여 인디아양의 한가운데서 생사기로에 놓여있던 《혁신》호의 두 선원이 다시 소생하게 되였다.…

이 기사를 두번째로 읽고있는 강대철은 가슴을 치는 격정에 눈굽이 젖어들었다. 아, 망망대해의 한복판에서 사경에 처한 생명들을 위해 온 조국과 한개 드넓은 대륙이 떨쳐나서게 될줄이야. 동서고금에 없는 이 전대미문의 인간사랑의 세계, 대를 이어가며 받는 수령복이야말로 우리가 받아안은 복중에서 가장 큰 복이였다.

강대철은 이 실화를 가지고 리진이뿐아니라 전투원들속에 실효모임을 조직할 계획을 세워나갔다. 그때 달아오른 난로처럼 얼굴이 벌겋게 된 종섭이 방에 뛰여들었다.

《리진의 수훈내신문건을 가지러 왔습니다.》

《그건 왜?》

《기사장동지가 찾습니다. 우와 상론하려나 봅니다.》

《이미 그만두기로 당위원회와 합의를 했소. 더 신경을 쓰지 말라고 하오.》

강대철은 하던 일을 계속하려고 다시 펜을 잡았다. 그런데 움직일념을 않고 한자리에 굳어진 종섭의 파리한 입술에는 가벼운 경련이 일고 량손을 바지주머니에 지르고 마뜩잖게 흘겨보는 머루알눈에는 싸늘한 바람이 일었다. 강대철이 상고머리를 번쩍 쳐들었다.

《왜 의견이 있소?》

《참, 비서동무의 인정두 이 겨울볕보다 더 얕군요. 난 퍼그나 깊은줄 알았더니. 어느때에는 리진을 기술혁신돌격대에 넣어주지 않는다고 되게나 몸이 달아하더니만. 그래도 그 동무야 목숨을 내댄 영웅이 아닌가요. 우리 기술자들의 용감성을 너무 헐값으로 치부하는데요.》

종섭의 시까스름을 멀뚱해 듣고있던 강대철은 열물같은 쓰거운 혐오감이 치밀어올랐다.

《동무를 보니 내 일전에 무슨 일로 하여 공장문화회관에 갔을적에 알게 된 조명사가 떠오르는구만. 무대조명사란 그 사람은 연출인지 감독인지 하는 사람의 지시와 의도에 따라 때로는 조명기앞에다 푸른 색지를 끼워넣더구만. 그러자 무대우의 출연자들이 갑자기 푸른색 인간으로 뵈지 않겠나. 좀더 있을라니 이번에는 노란 색지를 끼워넣겠지. 무대는 단박에 환해지면서 출연자들이 노랗게 뵈여.… 그래 리진이 사고를 저질러 돌격대에 받아들일수 없다던 그때는 노란인간같더니 왜 이제는 새빨간 색지를 끼우라고 지시하던가?! 알아두게, 리진이 그 사람은 동무처럼 누구의 장단에 맞추는 조명사가 아니라 원래 백지장처럼 깨끗한 인간이란 말일세.》

《뭐요? 말 다했소? 좋소, 난 누구의 장단에 맞추는 조명사라고 합시다.…》

전신을 휩쓰는 모욕감에 몸을 떠는 종섭의 얄팍한 입술에는 잔잔한 미소가 건너갔다. 그 미소는 미세하나 폭풍을 예감하는 그런것이였다. 종섭의 가슴에서는 격렬한 태풍이 일어번졌다. 오래전부터 그의 가슴속에서 태동하면서 터져나갈 곳을 찾던 태풍이였다. 종섭은 헉 바람을 들이키고는 분노의 태풍을 뿜었다.

《뭐? 우리가 사고의 원인을 가리우기 위해 리진을 내세운다고 하는데… 당신은 젊은 시절에 자신을 위해 한 녀성을 어떻게 대했소? 내 누이를 유혹해놓고는 차버린게 누구요?》

강대철은 입 한번 벌리지 못하고 정수리를 몽둥이에 얻어맞은 사람처럼 처음에는 머리가 핑 돌고 어리뻥해졌다. 가슴을 어이고 날아드는 그 벼락에 입에서는 신음소리같은 비명이 나갔다. 그는 말을 하려 하였으나 종시 아무 말도 못하고 후들후들 떨기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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