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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자별열람


제 43 회


제 3 편

70일전투의 열풍속에서


제 21 장


1


이 며칠째 매일같이 기나긴 겨울밤을 불면으로 시달리던 전주경은 날이 샐녘에야 살얼음같은 엷은 잠이 들었는데 그나마 누군가의 무거운 발이 그 살얼음잠을 바수며 된욕을 퍼부었다. 그는 어설픈 꿈속에서도 영문도 모르고 욕을 듣는것이 억울하여 무엇인가 항변하려고 모지름을 썼으나 입이 열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 형체모를 탁하고 날카로운 음성은 점점 더 무섭게 채찍처럼 날아왔다. 주경은 그 채찍에 맞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몸을 뒤틀다 눈을 떴다.

《…동문 이런 식으로 날 괴롭힐셈이요? 난 더는 참지 못하겠소!》

《호호… 참, 억지를 부리지 말아요. 내가 한 소행이라는 근거가 어디 있어요?》

전주경은 눈을 펀히 뜨고도 이상하게 꿈속에서 들은 그 음성이 그냥 들려왔다.

남자와 녀자의 목소리, 둘 다 귀에 설지 않았다. 그 음성들은 아주 가까운데서, 옆방에서 울려왔다. 주경은 잠기가 말짱 가셔졌다. 그의 침실 옆방은 정양소 소장사무실이였다.

《정 시침을 떼겠소? 좋소. 그럼 도병원 약국동무들이 보낸 이 편지를 공개하고말겠소.》

저 쇠소리나는 쩡쩡한 음성은?… 강대철아저씨의 목소리가 틀림없어. 그런데 왜 이 새벽에 저렇게 성났을가? 그것도 서윤정소장한테.…

《한달전 우리 집사람이 그곳 약국동무들한테 좋은 약을 보내주어 처음으로 쌍지팽이 없이 걷게 된 기쁨과 감사의 인사를 보냈댔소. 그런데 그곳 동무들이 뭐라고 회답했는지 여기에 다 적혀있단 말이요. 자기들은 사실 병원당조직앞으로 보낸 그곳 한 녀성의 무기명편지를 받고 너무도 감동하여 한 소행이니 인사를 받아야 한다면 그 이름모를 녀성을 꼭 찾아 하라구… 젠장, 꼭 그렇게 자기를 숨겨야 하겠소?》

《좀 조용조용해요. 정양생들이 깨나겠어요. 옆방에는 주경이가 자는데… 어쨌든 난 몰라요.》

《모르긴 왜 몰라? 동무밖에 이런 일을 할 사람이 없소. 그래 시원히 툭 털어놓으면 못쓰오? 왜 뒤에서 이러나 말이요?》

《뒤에서요? 좋아요. 그렇다면 털어놓자요. 속통머리 작은 나로서는 어쩐지… 내놓고 하기가 생색이 될것 같기도 하고 또 비서동무의 부인이 오해할것 같기도 하고… 같은 녀성으로서 별나더군요. 비서동무, 용서해요.》

《젠장, 다 늙은것들이 오해는 무슨 오해. 이젠 알았으니 됐소. 난 가겠소!》

(어마나! 그럼 강아저씨 부인을 일궈세운 광폭항생제를 서윤정소장이? 그런데 어째서 감쪽같이 하려 했을가? 정말 강아저씨 부인이 오해할가봐? 얼마나 속이 깊고 뜨거운 녀성인가.…)

주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소장방에 들어갔다. 서윤정은 사무책상앞에 그린듯이 앉아있었다. 주경이 들어서자 그는 얼른 손수건을 꺼내 불깃한 눈언저리에 가져갔다.

《용서해요, 잠결에 다 들었어요. 참 좋은 일을 했어요. 사실 강아저씨 부인이 쓴 그 감사편지를 내가 부쳤어요.》

《그래요? 주경이, 난 강비서 부인을 진심으로 돕고싶었어.》

《그런데두 강아저씬 큰소리군요.》

《그 사람은 기쁠 때나 괴로울 때나 큰소리지. 하지만… 참 좋은 사람이지.…》

《저도 알아요. 그런데 왜 울어요?》

서윤정이 눈에 댄 손수건아래로 맑은 눈물이 한점 떨어져내렸다. 자기 감정을 감추려던 서윤정은 당황한 미소를 지었다.

《부인이 일어난것이 기뻐서… 그리고 오래간만에 그 사람 욕을 들으니 옹쳤던 속이 내려가는것 같기도 하고…》

눈물이 고인 서윤정의 눈은 기쁨에 젖어 빛났다. 마음은 커다란 환희에 휩싸인듯 마치나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이 봄의 첫 해빛에 녹아내리는것 같이 환희로우면서도 축축히 젖은 미소였다. 그것은 서윤정의 마음속에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미였고 매력이였다. 아, 저리도 비단같은 마음이 세상에 또 있을가? 욕을 먹으면서도 기뻐서 울다니… 설혹 서윤정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그 사람이 강아저씨가 아닐가. 그가 잊지 못해하는 첫 남자가 그라면?… 아니, 그럴수 없어. 어떻게 그처럼 강직하고 대바른 강아저씨가 사랑을 외면할가?…

서윤정의 고운 마음에 무척 감동되였던 주경은 뒤미처 와뜰 놀라며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우고 돌아섰다. 자기의 눈굽에도 맑은것이 고이더니 걷잡을수 없이 흘러내리였다. 언제인가 서윤정을 동정하여 리진이한테 세상에 믿지 못할것은 남자들이라고 절규했던 그 말이 이 순간 강렬한 전률을 일으켜 어쩌면 자기자신의 오늘을 예언한것처럼 마쳐왔다. 그처럼 깨끗한 처녀의 순정속에 처음으로 묻었던 련정의 씨앗… 그것을 소중히 싹틔우고 꽃피우려 애써왔건만… 아무런 감정의 온기도 없는 방심과 무표정의 싸늘한 그늘속에 시들어버릴줄이야.… 참 어리석게두. 그한테 다른 처녀가 생긴줄 모르고 그를 마음에 두다니. 그는 꿈에도 생각잖는데. 지금껏 그에 대한 련정은 내가 가꾼 무지개, 나의 공상이였어. 어릴적 장난이고 자취뿐이였고. 우리한테는 아무 일도 없었어, 흘러가버린 구름과 물결처럼.… 혹시 이것이 사랑의 륜회라는것은 아닐가? 사랑의 련인들만이 겪는다는, 흐렸다 개였다 하는 그런 변덕은 아닌지?… 그렇잖으면 내가 꾸민 무지개, 그 공상을 사랑한것일가? 그런데 마음은 왜 이다지도 불안하고 불쾌할가. 가슴은 텅 비고 걸음은 허공을 밟는것 같고. 그가 그렇게 이 가슴에 차있었을가? 그의 형체가 자리잡은 가슴에는 텅 빈 공간이 나진것 같애.…

전주경은 지금까지 자기의 마음속에 그뿍히 차넘치고 가슴속 비밀로 간직해오던 그지없이 환희롭던 그것이 훌 빠져버린 허탈감과 그토록 다정하고 소중하던 이름이 무서운 고통과 함께 그 이름과 결별한다고 생각하니 제 심장을 도려내는듯 아팠다.

《네가 요즘 왜 그렇게 핼쑥해졌니, 또 밤샘을 하는게 아니냐?》

전준혁은 아침출근걸음에 자기 방에 먼저 들린 주경을 놀랍게 쳐다보며 몬쓰테라화분에 물을 주던 주전자를 든채 굳어졌다. 항상 재기발랄하던 주경은 애써 태연히 어조를 밝게 했다.

《아이, 내가 어째서요?》

《어디 몸에 탈이 생기지 않았니?》

《아니예요.》

전준혁은 그제야 화분에 물주전자를 기울이고는 수건으로 물묻은 손을 닦았다.

《얘야, 기쁜 일이 생겼다. 엊저녁 너희네 연구소 부소장선생한테서 기별이 왔었다.》

《후보원사선생님 말예요?》

《그래, 페불국부도입을 가지고 네가 큼직한 학위론문을 준비해야겠다고 말이다. 부소장선생은 페불도입이 전체 페가스량의 10%에 해당되는것은 좀 아쉽기는 하지만 국가적리익도 적지 않거니와 열에네르기개발에서 가치있는것으로 리해하더구나. 하하.…》

전준혁은 기분이 흠썩 밝아졌다.

《그리고 말이다, 넌 학위론문을 준비하면서 한쪽으로는 페불전량도입에 붙어야겠다. 네 보기엔 리진이 그 사람 실력이 어때? 널 축으로하는 전량도입개발팀을 새로 구성해볼가 생각중이야.》

《아니, 그래서는 안돼요. 전량도입은 처음부터 리진동무가… 실지 그 동무만큼 파악이 깊은 연구사는 소적으로 없어요. 리진동문 그 분야의 지식도 있고 탐구심도 깊다고 봐요. 차라리 제가 그 동무의…》

리진을 옹호하던 주경은 말허리를 꺾어버렸다. 며칠전까지만 하여도 매일 아침 자고 일어나면 그를 볼수 있고 그와 함께 연구사업을 하는것이 기쁨이고 즐거움이였다면 이제는 아침에 눈을 뜨면 가련한 자기 처지부터 생각하게 되는 그런 때가 빈번할것이고 그와 한지붕아래 있는것이 퍼그나 지겨울것 같았다.

한편 전준혁은 자기딴의 속깊은 궁냥이 있었다. 초기페불전량도입을 불가능쩨마로 락인하고 한낮 국부도입범위를 넓히는 과제로 내세웠던것인데 페불을 중심에 놓은 리진의 가스로개조안이 제기되면서부터 그는 전량도입의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되였다. 페불전량도입이야말로 황금낟가리를 쌓는 세계적인 기적임과 동시에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현지말씀을 최상의 높이에서 실현하는 길이였다. 이것을 누가 실현하든 공장기술진을 책임진 그의 성과가 아닐수 없었다. 그는 기사장이라는 직책에서 언제나 자기 일을 자연스럽고 구속없이 합법적으로, 유리한쪽으로 저울추를 옮겨놓을줄을 알았고 대상에 관계없이 너그러움과 관용을 베풀어 사람들의 존경을 샀다. 전준혁은 리진에 대한 개인감정을 일소해버리고 그가 전량도입을 끝까지 실현하도록 성심성의로 내밀어주고있었다. 그러니 주경의 말처럼 동요하지 말고 리진을 축으로 주경이와 쌍벽을 이루게 하리라고 맘먹게 되였다.

전준혁은 이 문제는 이쯤해두고 주경이와 이렇게 호젓하게 만난김에 그의 집안이 금후 긴요한 가정사로 내세우고있는 조카의 일신상의 문제를 꺼냈다.

《얘야, 게 좀 앉아라. 너와 긴하게 할말이 있다.》

전주경은 작은아버지의 여느때없는 진중한 안색에 다소 긴장하여 자리에 앉았다. 전준혁은 어버이다운 부드러운 음성으로 나직이 입을 열었다.

《뭐 에돌것 없이 툭 터놓고 말하자꾸나. 네 혼사문제를 놓고 나와 엄마가 좀 의논이 있었다. 네가 그사이 공부에만 치중하다나니 약속한 사람이 없는줄로 알고있다. 설사 있다 해도 나와 엄마처럼 먼 장래까지 내다볼수야 없었겠지. 그래서 우리가 맞춤한 대상을 물색했는데… 강대철비서네 그 제대군인총각이다.》

전준혁은 잠시 말을 끊고 주경의 동정을 살폈다. 주경은 아무 내색없이 다소곳이 머리를 숙이고 옆차대우의 물주전자에 시선을 박고있었다.

《그 사람 당자로 말하면 인물체격도 준수하고 군사복무도 성실히 하여 군공도 많이 세웠더구나. 아쉽다면 학력인데 그것도 문제될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당에서 관심하는 사람이니 이제 대학공부를 시켜 친아버지의 뒤를 잇게 할게다. 나도 그렇게 되도록 힘쓰련다. 그의 아버진 지난 조국해방전쟁시기 영웅이고 정치일군이였으니까.… 네가 반대없다면 성례는 70일전투를 성과적으로 총화한 후에 하려고 한다.》

한자리에 꼼짝않고있던 주경은 갑자기 옆차대모서리를 꽉 틀어잡았다.

그우의 물주전자가 위태롭게 기우뚱했다. 순간 가슴속을 뒤집는 격한것이, 제 사랑도 지키지 못한 자신에 대한 원망과 서러움이 물큰 솟구쳐올랐다. 그리도 소중히 제 손으로 씨를 뿌리고 움틔우던 사랑은 어데로 사라지고 이렇듯 정도 나눈적 없는 사람을…

분하고 슬픈것이 끓는 가슴은 배반당한 애정의 고통과 상처입은 자존심이 섞여 그의 어조는 자못 격해졌다.

《작은아버지, 난 싫어요. 그 사람이 싫다는게 아니예요. 물론 훌륭하리라고 믿어요. 그러나 그 사람은 나와 살면 행복할수 없어요. 내 마음은 다른데 가있겠으니 말예요.》

《얘야, 물론 서로 생활적으로 깊이 알고 맺어지는것이 더 공고한 사랑이겠지.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다 그럴수야 없잖겠니. 부부간의 정은 결혼후부터 시작되고 깊어진다고 했다. 나와 엄마도 다른 사람의 소개를 통해 만났지.》

《작은아버지, 버릇없는 말같은데… 난 누가 놔준 다리를 타고 이루어지는 그런 물리적결합은 경멸해요. 난 사랑이란 어떤 행위가 아니라 구체적인 감정이고 느낌이라고 생각해요. 내자신이 그 인간을 알고 깊은 관계와 인연속에서 강렬한 욕망과 느낌을 받아야 한다고 봐요.》

《넌 사랑에 아주 리상적인 목표를 내세운것 같은데 이것아, 사람은 자기가 바라는것을 다 성취할수 없어. 그저 바라면서 살아갈뿐이야. 바란다는것과 사는것은 서로 달라. 됐다, 진정해라. 네 신경이 몹시 쇠약해진것 같구나.》

전준혁은 주경의 가슴속에 분별잃은 정열이 몸부림치는것을 간파하고 대화를 더 잇고싶지 않아 그만두려 하였다. 그러나 주경의 가슴은 누그러들지 않았다. 꺾이우고 상처입은 사랑의 심화는 며칠째 쌓이고쌓였던 고뇌의 동을 터치고야말았다.

《작은아버지, 난 결코 사랑의 높은 요구를 제기한건 아니예요. 난 어릴적부터 잘 알고 성격도 취미도 속마음까지도 다 아는 그런 사람, 일생 기름작업복을 벗지 않아도 좋으니 무한히 성실하고 소박하고 함께 연구사업도 하고 날 리해해주는 그런 사람을 선택하고싶었어요. 난 그런 대상을 리진동무라고 생각했어요.…》

비감에 젖은 목소리로 여기까지 단숨에 내리엮은 주경은 실련의 눈물이 솟구쳐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부지중 꿈처럼 지나가버린 지난 모든것들이 더없이 귀중하게 사무쳐져 자기의 사랑이 사라진것이 아니라 더 세차게 끓고있는것 같아 몸부림쳤다.

주경의 그 모양을 얼없이 바라보는 전준혁은 바위처럼 굳어졌다. 마른하늘에서 떨어진 벼락도 그를 이렇게까지는 놀래우지 않았을것이였다. 그러나 그는 자중했다. 길 안 든 생매같기도 하고 광야의 바람처럼 제멋대로인 주경의 토설이 꼭 철없는 아이들의 장난처럼 들렸다.

《얘야, 사랑은 생명의 전부라고 했다. 그러니 사랑을 놀음으로 장난해서는 안된다. 생명을 갖고 장난할수 없듯이 말이다.》

《안예요. 난 그를 진심으로 생각했어요. 이 감정은 어느 한 순간에 자란것이 아니예요. 우린 서로 이 땅에 태줄을 끊은 때부터 알고 함께 자랐어요. 그는 진실하면서도 소심해요. 남자의 소심성은 유해롭다고 한 그 결점까지도 난 사랑한것 같애요. 처음에는 남자답지 않는 그 성미가 그렇게도 싫더니 지금은 있는 그대로 모든것이 다 귀중해보여요.》

아연실색한 전준혁은 그제야 안개속같던 의혹의 장막이 하나하나 벗겨지면서 명료해졌다. 리진의 어머니 유선림녀인이 들고왔던 뜨개옷이며 그들과의 관계가 깊은 강대철이 요전날 주경의 혼사때문에 왔다면서 말 한마디 못하고 자리를 피하던 당혹한 거동이며 그 청혼에 아직 대답을 못하고있는 침묵이며… 그러니 자기가 모르게 뒤에서 얼마나 깊은 짬짜미들이 있었단 말인가.

전준혁은 오랜 세월 사랑하는 조카를 두고 세웠던 훌륭한 계획들이 물거품이 되여버린 착각이 들어 어금이를 뿌드득 갈며 타는듯 한 눈빛으로 다우쳐물었다.

《그래 지금은 어떻게 됐다는거냐?》

《그의 어머니가… 다른 처녀를 봐둔것 같애요.》

《널 하늘이 도왔다. 리진은 우리 집안에 들어와서는 안될 사람이야!》

《안되다니요, 그건 무슨 말씀이예요?!…》

노여움과 실망이 격랑처럼 일어번지던 전준혁은 다소 마음을 눙쳤다. 주경의 얼굴에는 여전히 못 잊어하는 추억의 그림자와 리진을 옹호하려는 뜨거운 심정이 어려있었다.

전준혁은 참을수 없는 의분이 타올랐다. 그는 조카의 사업과 생활에 방해가 되고 마음에도 상처를 입힐가봐 자기만 알고 묻어두려던 과거의 진실을 더는 숨기지 말아야겠다고 단정하였다. 전준혁은 장을 열고 유선림이 들고왔던 봉투를 꺼내놓았다.

《이걸 읽어봐라.》

《이건 뭐예요?》

《리진의 어머니가 갖고온… 그들의 고백이다.》

《?!…》

주경은 놀라운 시선을 봉투에 옮겼다. 도대체 이 봉투속에 무슨 고백이 있다는건가?…

전준혁의 입은 철문처럼 닫겨있었다. 그는 말코지에 걸린 작업복을 걸치더니 문을 열고 사라졌다. 그의 랭담하고 성난 거동에는 섬찍한 그 무엇이 있어 주경은 오싹 몸서리쳤다. 뭔가 이 봉투속에는 무서운 사연이, 세월의 이끼에 덮인 진실이 있는것 같아 주경은 떨리는 손으로 종이장들을 끄집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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