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페지로
날자별열람


제 31 회


제 2 편
별뜨는 하늘


제 14 장


2


강대철은 오늘 일이 아주 잘되였다고 생각하였다. 당의 품속에서 아무런 근심걱정도 모르고 배우고 자란 새 세대인 전주경이한테 좋은 영향을 준것은 물론 공장의 젊은이들에게 한 인간의 참모습을 통하여 나라를 어떻게 지켜야 하는가를 보여준 계기로 되였다. 전준혁이도 매우 흡족한 기분이였다.

강대철은 이 기회에 최근 마음속에 걸려 내려가지 않는 시급한 문제를 기사장과 조용히 나누고싶어 다들 차를 태워 먼저 보냈다. 자기와 기사장은 신선한 공기와 산경치가 좋아 산책삼아 천천히 걷겠다면서 뒤에 떨어졌다.

그들은 색바랜 풀들에 가리워진 오솔길을 따라 산을 내렸다. 좁은 길이여서 전준혁이 앞서고 한걸음뒤에 강대철이 따라섰다. 길섶에는 개암나무덩굴과 다박솔들이 우거져 허리를 쳤다. 숲에서는 이따금 장꿩이 살진 몸을 푸드득이며 날아옜다.

《사실은 기사장동무와 조용히 의논하고싶은것이 있수다.》

강대철이 먼저 말꼭지를 떼였다. 뒤를 돌아보는 전준혁은 어서 말하라는듯 검은 눈빛이 선해지고 두툼한 입술에 미소가 실렸다. 강대철은 바재일것 없이 툭 털어놓았다.

《그 페불국부도입 말이우다. 자꾸 속에 걸리거던.》

《왜요?》

《군대식으로 말하면 명령집행에서 그 무슨 요령같단 말이요.》

《내 일전에 주경이한테서 들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다음주일정에 공장기술자모임을 조직하여 페불리용과 관련한 과학기술적문제를 가지고 견해들을 나누어보려고 합니다.》

《아니, 그게 아닙니다. 페불리용에 대한 관점이랄가, 립장과 태도라고 할수 있겠지.…》

《…》

전준혁은 아무 대꾸없이 걷기만 하였다. 무슨 뜻인지 깨도가 되지 않은듯싶었다. 강대철은 그냥 뒤를 이었다.

《페불리용은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우리들에게 주신 과업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무슨 전량이니 국부이니 하는 안이 설정되는가 하는거요. 무조건 죄다 잡는것이 우리들의 자세이고 립장이 아니겠소?》

전준혁은 가던 걸음을 우뚝 세우고 받았다.

《물론 전부 리용하면야 여북 좋겠습니까. 거야 우린 리진의 시험을 통하여 충분히 확증하지 않았습니까. 현시점에서 페불의 일부라도 리용하는것은 하나의 기적이라고 난 믿습니다. 또 혹 알겠습니까. 국부도입이 장차 전량도입의 문을 열게 될지 말입니다. 우린 때론 최후의 목적지에 빨리 가닿기 위해 에돌아가는 경우도 있거던요.…》

전준혁은 잠시 말을 끊었다 뒤꼬리를 달았다.

《여기에 무슨 관점이니 립장이니 하는 사상문제가 있겠습니까. 참 섭섭한데요. 누구보다 실정을 잘 아는 아바이가 그렇게 리해하니 말입니다.》

전준혁은 악의 없는 미소를 떠올리며 짐짓 불만을 터뜨렸다. 강대철은 전준혁의 강경하면서도 사리정연한 론조에 할말을 잃고 서슴거렸다. 사리는 맞는것 같은데 감각과 느낌으로는 그렇게 안겨오지 않았다. 무엇인가 딱히 찍어 말할수 없어도 국부도입은 어떤 오묘한 연막에 가리워진 요령부득이한 수로 느껴졌다.

(나의 감각과 느낌이 한쪽으로만 치우쳐 그렇게 보이는것일가?… 메스실린더의 눈금은 우에서나 아래에서 보아서는 안된다. 수평상태에서 볼 때만이 공정하고 정확하다. 당일군의 수평자는 어데 있는가. 그것친애하는 그이의 의도와 뜻을 최상의 높이에서 받들어가는 로동계급의 신념이 아닐가?…)

《좋수다. 그건 순수 과학기술적문제라고 합시다. 하지만 과학에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와 기술자에게는 자기 수령, 자기 조국, 자기 인민이 있지 않소. 기사장동무, 우린 올해 정초에 김정일동지를 어버이수령님의 유일한 후계자로 추대하였소. 어찌보면 우린 지금 조선혁명의 령도자를 처음 모시였던 20년대 청년공산주의자들처럼 바로 그런 력사적시각에 서있다고 말할수 있소.

이번 당일군강습에서도 제기되였지만 친애하는 김정일동지께서소 발기하시고 진두에서 지휘하시는 70일전투는 우리 경제를 일대 도약시킬 계기일뿐아니라 친애하는 그이를 미래의 태양으로 천세만세 따르려는 우리 인민의 신념과 의지를 다지는 기초축성과정으로 될것이요. 그 기초란 뭐겠소. 우리 일군들이 그이의 지시나 명령집행에서 취하게 되는 자세와 립장이 아니겠소. 그이를 받드는 기초에 어떤 불순한 타산이나 요령이라는 잡물이 들어가면 그런 기초는 기필코 무너질것이고 우리 후대들도 그런 일본새를 본받게 될거요. 우린 그이를 받드는 기초를 티없이 깨끗하고 순결한 타입물로 다져야 하오. 그래야 서풍이 불건 남풍이 불건 세월의 그 어떤 바람에도 끄덕없는 기초가 될것이고 우리 후세들은 대를 이어 그우에다 그이만을 받드는 만년대계의 집을 지을수 있소. 난 그런 관점에서 페불리용문제를 봐야 한다고 생각했을뿐이요.》

평시에 팩팩한 성미로 하여 사색과 언변이 틔우지 못한것 같아도 깊은 사고방식과 한치도 양보 없는 당적원칙을 갖고있어 은근히 무게있는 강대철의 열변에 저윽 감동된 전준혁은 저도 모르게 그의 손을 움켜잡았다.

《좋은 말을 해주어 고맙습니다. 아바이, 그런 방향에서 페불을 사색하고 탐구하도록 조직하리다. 하지만 페불이 어떻게 되든 그걸 가지고 무슨 감투를 씌울 생각일랑 아예 마시오. 하하…》

역시 전준혁은 그릇이 큰 사람이였다. 그는 무슨 일에서나 감동되면 즉석에서 받아들이는 일군임에 틀림없었다. 강대철은 그가 대범하게 나오는 바람에 속시원히 웃었다.

강대철이 페불에 이렇듯 깊은 관심을 갖게 된것은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현지말씀의 진리성과 함께 인민성을 더욱 뜨겁게 느꼈기때문이였다.

그는 공장을 조업할 초기부터 굴뚝에서 타버리는 페불이 여간 아깝지 않았다. 그 많은 열원을 쓸모없이 버리는것은 항간에서 말하듯이 쓸개빠진짓이라고 생각하였다. 세계원유가공공장들은 하나같이 같은 모양이라니 어데다 내놓고 말할수는 없어도 고도로 발전된 현대산업이니 원유과학기술이니 하는것들에 침을 뱉고싶은 심정이였다.

바로 그무렵에 공장은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현지지도를 받게 되였다. 그때 강대철은 그이께서 하신 현지말씀을 전달받고 경탄과 격정의 눈물을 터치고말았다. 얼마나 비범한 천리혜안의 예지를 지니셨는가. 세계가 엄두도 내지 못하는 페불을 쓸모있게 하여 인민의 재부로 되게 하라고, 우리 로동계급이 새로운 원유가공법을 개발하는데서 세상의 앞자리에 나서라고 하셨으니… 이 땅은 날이 갈수록 인민의 소원이 진리로 꽃피는 아름다운 대지였다.…

《참, 아바이.》

제 생각에 잠겨 산을 내리던 강대철은 전준혁이 찾는 소리에 머리를 들었다. 이번에는 전준혁이 뒤를 보지 않고 말을 꺼냈다.

《내 언제부터 하나 묻고싶었는데 말입니다.… 집의 제대군인총각을 대학에 보내지 않으렵니까? 현장에서 그만큼 단련시켰으면 이젠 족할텐데요.》

강대철은 뜻밖의 질문이여서 얼떠름해있다가 받았다.

《아직 그럴 생각은 없소다. 그 녀석은 제 아버지를 닮자면 뼈까지 푹 절은 진짜배기로동자가 돼야 할가보오.》

《허어, 사람을 키우는거야 어디 로동현장뿐인가요. 대학에 보낼 의향이라면 내가 좀 도와줄수 있습니다.》

《그래요? 때가 되면 힘을 빌리리다.》

강대철은 이 순간 전우의 아들에 대한 책임감이 머리를 쳤다. 이태전에 제대된 그를 공장에서 제일 어렵고 힘든 부문에 넣어 일을 시키고있지만 아직 그의 전망에 대해 깊이 생각한적이 없었다. 당에서 어련히 바로잡아주리라고 믿고있을뿐이였다. 아버지로서의 자기의 사명은 그가 어디에 내놓아도 쇠소리나는 진실한 인간이 되려면 땀과 기름내 풍기는 로동자가 되는 길이며 또 한생을 그렇게 일해도 무방하리라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방금 기사장의 권고를 들으니 자기 생각이 너무 외곬이 아닐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 친자식이라면 몰라도 영웅의 자식을 계속 한곳에 방임해둔다면?… 아니아니, 정치부중대장이 살아있어도 다르게는 키우지 않았을것이다. 어쨌든 자기 집안일에 관심해주는 기사장이 고맙기만 하였다.

잠시후 그들은 한길에 나섰다. 길 한옆에는 흑곤색의 기사장승용차가 대기하고있었다. 전준혁은 문을 열어 강대철이를 먼저 앉힌 다음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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