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페지로
날자별열람


제 26 회


제 2 편
별뜨는 하늘


제 12 장


1


이른아침부터 운동장처럼 드넓은 공장정문앞은 수많은 종업원들로 꽉 찼다. 붉은 기발들과 여러가지 70일전투구호들, 표어들로 일색한 직장대렬들이 줄맞추어 정렬하였고 정문앞으로부터 긴 구내길 량옆에는 손에손에 꽃가지를 든 가두녀성들과 중학교학생들이 늘어섰다.

공장에서는 70일전투 첫 출근길환영모임을 성대히 조직하였다. 공장초급당비서(당시) 한정묵이 마이크앞에 나서 선동연설을 하였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우리에게 총공격명령을 내리시였다. 우리는 70일간의 치열한 공격전을 벌려 온 세상이 불가능으로 믿고있는 올해 인민경제계획을 무조건 넘쳐수행하여 승승장구하는 우리 조선의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

우리는 이제 석달도 안되는 짧은 기간에 반년분에 맞먹는 일감을 제껴야 한다. 어제날의 보폭으로는 어림도 없다. 도처에서 상상을 뛰여넘는 최고기준, 최고기록돌파운동을 힘차게 벌려야 한다.

우리모두 친애하는 그이의 령도따라 심장마다 주체형의 붉은 피만을 끓이며 그 어떤 어려움도 난관도 맞받아뚫고나가는 백열전의 용사가 되자!…

한정묵의 연설에 이어 70일전투고지들을 결사점령하기 위한 부분별결의와 맹세들, 그에 호응하는 열광적인 구호들, 격동에 넘친 방송선동이 온 공장지구를 뒤흔들었다.

출근길행진이 시작되였다. 먼저 갓 조직된 70일전투지휘부성원들이 앞장서나가고 뒤따라 공장당비서와 지배인을 비롯한 책임일군들의 목마를 탄 혁신자대렬이 정문에 들어섰다. 북을 치며 노래를 부르던 가두녀성들과 학생들이 달려나와 꽃보라를 뿌리고 꽃목걸이를 목에 걸어주며 열렬히 환영해주었다.

기세충천하여 출근길에 나선 대렬의 대부분은 붉은기를 추켜들고 전투적인 구호를 웨치면서 정류직장 3호로대보수현장으로 흘러갔다.

공장당집행위원회는 70일전투의 첫 공격과녁을 3호로대보수부터 정했다. 방대한 생산과제와 페불도입시험에서 기둥역할을 하게 될 3호로를 튼튼히 정비보강하는것이 무엇보다 급선무였던것이다. 그사이 제품생산은 다른 로들에 만부하를 걸기로 하였다. 때문에 이 사업에 현장로공들은 물론 제관직장과 공무직장, 보수직장, 기술혁신돌격대의 대부분력량을 집중하였다. 이 영예로운 전투에 참가한 사람들은 누구라없이 긍지와 자랑으로 가슴이 부풀었었다.

그러나 이 아침 전준혁기사장만은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실은 공장당집행위원회 위임에 의해 70일전투지휘부안에서 로대보수와 페불리용분과를 맡게 된 그로서는 이 아침 흥분된 마음을 걷잡지 못하고있었는데 좀전에 지배인의 뜻밖의 추궁을 받았던것이다.

70일전투 총책임자인 지배인은 3호로대보수와 관련하여 참모부서가 제기한 일정과 현장로공들이 제출한 일정이 서로 다른데 대해 심히 불만을 표시하였다.

참모부서에서는 대보수날자를 10일간으로 세웠다면 현장로공들은 적어도 15일간을 주장하였었다. 그 까닭은 열복사실내화벽돌교체작업도 시간이 걸리지만 원유흐름관교체작업에 품이 많이 든다는것이였다.

그러니 지배인의 불만은 참모부서를 거느리고있는 기사장이 대보수일정을 놓고 사전에 군중토의에 붙이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전준혁은 아침출근길환영모임이 끝나자바람으로 참모부문 해당 일군들을 불렀다. 거기에 전주경이도 참가시켰다. 그 소협의회에서 전준혁은 로보수와 관련한 자기의 립장을 다시금 명백히 강조하였다.

《도대체 정신들이 있는지 모르겠거던. 로를 안고 보름이나 뭉개려하다니… 70일전투정신이 뭔지 아오? 당이 제시한 속도전의 정당성과 위력을 만천하에 과시하는거란 말이요. 우린 현장에서 쓰러지는 한이 있어도 10일간 일정을 추호도 양보해서는 안되오. 관교체문제는 내가 책임지고 다시 검토할테니까 주경연구사는 당분간 일을 좀 미루더라도 열복사실천정과 아치부분의 일체식화 기술지도를 맡아줘야겠소.》

전준혁은 사업을 의논하는 공식장소여서 주경을 너나들이로 대하지 않았다. 중유로 열복사실천정과 아치부분일체식화는 최근 과학기술분야에서 새로 개발한것으로서 각이한 규격의 내화벽돌로 쌓는 현존방법과는 달리 그 견딤성도 높거니와 자재와 시간을 훨씬 절약하는 공법이였다.

전주경은 공정안의 기술관리형편을 료해하는 과정에 로를 대보수하는 경우 이 공법을 대담하게 받아들일것을 전준혁에게 건의한적이 있었다. 전준혁은 로보수기일을 놓고 의견들이 분분한 조건에서 이 새로운 공법을 도입하여 보수일정도 맞추고 반대립장도 일축해버리고싶었다. 그러자면 그에 기술적파악이 있는 주경을 붙여야 하였다.

전주경은 그 일임을 맡고 현장으로 나섰다. 중유로열복사실천정과 아치부분면적들을 현장에서 직접 검측할겸 15일안을 주장한 현장기술일군들과 로공들에게 이 새 공법을 알려줘야 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번거로왔다. 3호로는 리진이 일하는 곳이였다. 한주일전에 그와 불쾌한 상면이 있은 후 아직 한번도 만나보지 못했다. 전주경자신도 어떻게 처신했으면 좋을지 질정할수 없었지만 리진의 쪽에서 더 피하는 눈치였다.

그날 밤 연구소에 돌아온 전주경은 들뛰는 가슴을 도무지 진정할수 없었다. 난 사람을 때렸어!… 덜덜 떠는 그는 하냥 이 말만을 곱씹었다. 사정이야 어떻든 난생 처음 저지른 엄청난 짓에 당혹하여 장밤 몸부림이 나갔다. 난 사람을 때렸어! 어쩜 그런 일이 생겼을가?… 아무리 생각해도 자상히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뭔가… 누구를 잘못되게 했다거니, 가족들에게 용서 못할 불행을 들씌웠다거니, 기꺼이 밑거름이 되겠다거니 하는 술취한 사람의 넉두리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요즘 그가 얼마나 골머리를 앓았으면 그런 정신착란이 생겼을가? 두차례의 시험실패, 기사장의 책벌, 기술혁신돌격대제명… 그런 사정도 모르고 그따위짓을 하다니… 아, 누구보다도 가까운 사람, 지나온 생활의 아름다운 갈피마다 언제나 함께 있은 어릴적동무, 언제인가 이 가슴을 그리도 활랑거리게 했던 상급생의 청혼편지도 그때문에 찢어버렸고 전날 이른새벽 엄마와 작은아버지가 영웅의 아들을 입에 올렸을 때도 그만을 생각했던 내 동무…

나는 그밤 그를 페불연구의 기둥으로 내세우고싶어 함께 공통점을 찾으려 했다. 그리고 어쩐지 그밤따라 그가 몹시 그리웠어. 그래서 궂은 날도 마다하잖고 비를 맞으면서 그를 기다렸지. 하지만 그 동문 취중에서 헤여나지 못하고 망발만 해대고 이 맹추는 그걸 가려듣지 못하고 격발했으니 잘못이야 뻔하지 않아. 아, 남같지 않은 귀중한 사람…

전주경의 가슴은 홀연 홧홧 달아올랐다. 그 활활 타오르는 숨가쁜 흥분은 지금껏 그 누구한테도 열어주지 않은 마음속 사랑의 문이 저도 모르는새에 열리는 환희였으며 그 열려진 문으로 들어서는 리진을 보게 되는 행복이였다.

전주경은 그밤 자기가 저지른 엄청난짓이 불타는 사랑의 심장만이 할수 있는 권리임을 느낄수 있었다. 그러던차에 리진의 일신상에서는 하나의 충격적인 변화가 생겼다. 최근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현실에서 제기되는 과학기술적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과학자, 기술자돌격대활동을 힘있게 벌릴데 대하여 간곡히 지적하시였다. 그에 따라 작은아버지는 리진의 70일전투기술혁신돌격대 인입문제를 당조직과 합의하였고 공장당위원회에서는 그를 공업연구소 연구사로 임명하였다.

리진은 당의 신임과 믿음에 기술로써 보답할 결의를 다지면서 로보수와 정상운전을 보장할 때까지 그냥 대보수현장지휘부에 남아있게 해달라고 하여 그렇게 하기로 하였다.

어제 공업연구소에 나타난 전준혁은 소장을 불러 전주경의 옆방을 리진의 연구실로 꾸리라고 이르고는 웃으며 이런 말을 하였다.

《소장동무, 동무넨 김리진동물 기술혁신돌격대에서 제명해버렸지만 그사이 그 동무가 어쨌는지 아오. 3호로대보수를 미리 예견하고 그 걸린 자재들을 홀로 탐구하고 찾아냈소. 샤모트혼합물에 없어서는 안될 고령토를 비파봉뒤산 여기저기를 뚜지여 기어코 찾아냈단 말이요! 난 너무도 고맙고 감동하여 그 동무앞에서 정식 사과했소. 동무의 기술혁신돌격대문제는 우리 동무들이 당의 뜻을 모르고 경솔하게 한짓이니… 이 기사장이 무릎을 꿇고 빈다고 했더니 그 친구 되게나 울더구만. 머리도 좋고 열정도 있고 눈물도 있는 그가 앞으로는 과오를 범하지 않게 소장동무가 곁에서 잘 도와줘야겠소.》

전주경은 아래사람앞에서도 스스럼없이 사과하는 작은아버지의 호방스러움에 탄복하면서도 리진의 아름다운 소행에 눈물이 질끔 내뱄다. 역시 리진은 옹졸하거나 유약한 사내는 아니였다.

전주경의 가슴에는 훈훈한 바람이 흘러들며 마음은 그지없이 따뜻하고 상쾌하였다. 누구도 아닌 작은아버지가 리진을 값높이 일러주니 기뻤다. 그가 지금까지 보아온 리진은 진실하면서도 소심했고 울뚝밸이 있으면서도 겁이 많았다. 주경은 그의 이 측면에 불만보다도 애정을 품고있었다. 마치도 남동생을 귀엽게 보는 누나처럼.

로대보수현장은 말그대로 부글부글 끓었다. 5층건물의 높이를 이룬 정방형의 웅장한 로체안은 만장 여러곳에 설치한 투광등빛으로 바깥보다 더 밝았다. 네면의 로체벽에 계단처럼 매달린 발판들에서는 로벽을 까기도 하고 다른쪽에서는 관들을 뜯어내는 산소절단작업을 벌리고있었다. 량쪽에 배치된 바퀴식기중기들이 해체된 사관들과 파벽돌이 담긴 바가지를 물고 팔들을 휘둘러댔다.

원유가공로들은 용광로와 달리 내열벽으로 둘러싼 열복사실 사면에 원유흐름관들이 촘촘히 늘어져있다. 때문에 중유로의 대보수는 부식된 관교체와 내열벽교체작업이 기본이였다.

벽을 허물어뜨리는 소리, 배관을 울리는 쇠붙이소리, 먼지를 빨아내는 배풍기소리, 호각소리… 게다가 로체안은 채 식지 않은 화끈한 잔열로 하여 누구라없이 비지땀을 철철 흘렸다. 맞들이를 들고 뛰여다니는 몇몇의 처녀들을 제외하고는 태반이 남자들인 그들의 얼굴은 숯검댕이와 땀에 얼룩져 누가 누구인지 분간키 어려웠다.

전주경이 현장에 들어서니 땅바닥에서 기중기를 지휘하던 승학이 마주 걸어왔다. 그는 기중기신호기발로 안전모 채양아래 즐펀한 땀을 훔쳤다.

《기사장동지 전활 받았습니다. 검측작업을 곧 시작하려오?》

《그래요. 작업을 잠간 중지해야겠어요.》

《그럼 휴식구령을 주겠소.》

중유로체안은 대보수작업에 동원된 로력들로 바글거렸다. 전주경은 이제 작업중지구령이 내리면 숱한 사람들의 시선속에서 검측작업이 진행될것이며 그들가운데는 리진의 따가운 눈길도 있으리라고 생각하니 어지간히 몸이 졸아들것 같았으나 그렇다고 주눅이 들고싶지 않았다.

어차피 그는 검측작업이 끝나면 로공들을 따로 모아놓고 열복사실천정과 아치부분의 일체식시공방법은 물론 참모부의 10일대보수안을 납득시켜야 하였다. 그것은 기사장이 그한테 직접 준 과업이였다.

《연구사동무, 검측이 끝나면 현장지휘부에 들려주오.》

기중기고리에서 쇠바줄을 벗기던 승학이 전주경을 돌아보며 퉁명스레 말했다.

《왜요?》

《리진동무가 기다릴거요.》

《예―에?》

《우리가 제기한 15일안을 들어봐야지요.》

《?!…》

전주경은 로공들쪽에서 저들의 대보수날자를 리해시키려드는데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전주경은 할말을 잃고있는데 돌연 머리우에서 청높은 목소리가 떨어져내렸다.

《아, 연구사동무가 왔구만. 반갑수다!》

주경은 머리를 쳐들었다. 높다란 발판우에는 웃동을 벗어버린 사내가 벙어리장갑낀 손을 쳐들고 벌씬 웃고있었다. 지난번 분기말 생산총화를 할 때 혁신자로 무대에 나섰던 키작은 청년이였다.

그날 공장에서는 혁신자축하모임을 가졌는데 분기계획완수자들을 무대에 불러내다 주악을 풍짝풍짝 울리면서 꽃송이를 안기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맨 끝머리에 서있던 키작은 청년한테는 꽃송이가 차례지지 않았다. 당사자는 물론 보는 사람들도 어지간히 민망스러워할 때였다. 관람석앞줄에 앉아있던 주경은 앞탁에 놓인 꽃묶음에서 한송이 뽑아들고 무대에 뛰여올라 사태를 수습하여 장내에 요란한 박수갈채를 터치게 하였다. 그런 인연으로 알게 된 청년이였다.

전주경은 이 낯설고 서먹서먹한 곳에서 자기를 반겨주는 사람이 있다는것이 무등 기뻐 정찬 미소를 보냈다.

키작은 청년은 만장에서 내리드리운 바줄을 잡더니 맞은켠 발판우로 날파람있게 몸을 날렸다.

그 발판우에서 파벽돌을 무드기 담은 바가지를 재빨리 기중기고리에 걸어놓았다. 뒤이어 아슬한 허공에서 공중그네비행을 하는 교예사처럼 다시 몸을 날려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때 허우대가 거쿨진 사내가 작업장에 성큼성큼 들어섰다. 그는 대뜸 안타깝게 째진 눈을 발판우로 던지더니 다짜고짜 목에 건 호각을 호륵호륵 불었다.

《여, 오복이. 작업복을 걸치지 않을테야? 당장 작업을 중지시키고 말겠어!》

한팔에 로동안전원완장을 두른 그는 뭉툭한 코날개를 우습강스레 벌름거리며 을러멨다. 하지만 그쯤한 으름장은 코방귀라는듯 오복의 편에서 너스레를 떨었다.

《이보게 승표, 제발 저 맞들이처녀들을 좀 다른데 돌려주게나.》

《뭐야?》

《이거 더워 미칠지경이야. 아예 홀랑 벗고싶단 말이야.》

그러자 뎅뎅하던 승표의 얼굴가죽이 흐물흐물해졌다. 그는 얼핏 전주경의 쪽을 건너다봤다. 뭔가 흥에 겨워 응수할 잡도리였다.

《어째, 아래님도 땀투성이 됐나?》

《저런 고현놈, 혀바닥 발칙스럽다.》

《으하하…》

승표의 너털웃음에 로체안은 폭소가 일었다. 승표는 웃는 가위에도 능글스러운 시선을 전주경이한테서 떼지 않았다. 이런 경우 사내들은 녀자가 곁에 있으면 더 성수나는 모양이다. 전주경은 그 시선을 감촉하며 검측준비를 서둘렀다. 한편 승학은 기중기고리에 빈바가지와 함께 얼음과자가 듬뿍 담긴 안전모자끈도 걸어놓고는 들어올리라고 신호를 보냈다. 오복이와 승표의 수작질은 계속되였다.

《여 승표, 한곡조 뽑게나. 벌써 한나절 계획을 넘쳐한 이 형을 축하해줘야지. 자네 그 까투리타령 있잖아!》

《까투리타령이야 나 혼자 부를 멋이 있나. 매방울이 없이야…》 하며 뇌까리던 승표는 처녀들한테로 눈길을 더듬었다. 그 눈길은 왜서인지 허둥거렸다. 그는 부랴부랴 밖으로 뛰쳐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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