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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8 회


제 2 편


30


《여보, 그러다가 또 밤을 새우시겠어요. 이젠 그만하시고 눈을 좀 붙이세요.》

《당신이나 어서 자오. 박사론문을 마저 끝내야 할게 아니요.》

《당신 건강을 해칠가봐 그래요.》

《걱정하지 마오. 간호원 한정실동무! 쓰러지지 않는다니까.》

김광우는 가볍게 소리내여 웃으며 안해를 다정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사이에 건강이 좋아진 안해의 갸름한 얼굴에는 발그레한 색조가 피여올랐다.

고요한 방안에는 부드럽고 따스한것이 가득 찼다. 그것은 부부의 정이였다. 사랑이였다.

바로 그 시각, 잠들지 못하고있는 또 한쌍이 있었다. 라영국과 그의 애인 전영랑이였다.

전영랑이 《동진 자기를 되찾아야 해요!》 하는 말을 남기고 총각의 곁을 떠나간 후 처음으로 만나는 두사람이였다.

그들은 전영랑의 집에서 저녁을 먹고 시내로 나온것이였다. 전영랑의 아버지 전학선이 오늘 딸에게 《그 젊은 수재총각을 집으로 데리고 오너라.》 하고 드디여 말했던것이였다.

그런데 사실 처녀는 아버지가 며칠전에 일이 있어 교원강습소에 건너갔다가 라영국을 만나 심각한 말을 해주었다는데 대하여서는 모르고있었다.

《광우부국장이 말했다는 그 급행렬차에 우리모두는 운명을 걸어야 하네. 그건 바로 그 급행렬차에 우리 수령님들의 념원이, 강대한 우리 조국의 오늘과 래일의 운명이 실려있기때문이지. 그런데 동무가 그 누구의 말 한마디에 신념이 흔들렸다면 그건 정말 옳지 않은거요. 참되게 사랑하라구, 우리의 제도를… 우리가 태여났고 몸담그고 사는 이 나라를… 우리가 조국애라고 하는 그 말의 참뜻이란 뭐겠나? 그건 의무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심장을 바치는 사랑이지. 바로 우리 장군님께서 그렇게 조국을 사랑하셨네! 심장을… 심장을 다 바치시여…》

전학선은 목이 꽉 잠기여 말을 더 잇지 못했다.

라영국은 그 말을 들으며 회오와 자책에 빠져들었다. 이 라영국은 우리 교육의 진보에 디딤돌이 될 창조물에 나의 지혜와 노력이 깃들 때 그것을 긍지와 보람으로 여길것이라고 말이야 얼마나 현란하게 했는가. 그런데 나야말로 급행렬차에 운명을 걸고 여기에 심장을 바치지 못했지. 그래서 자기의 리익을 앞세우며 동요했던것이지.

처녀를 실망케 하고 눈물을 흘리게 한것도 가슴에 걸리였다.

라영국은 조용해지기 시작하는 밤거리를 처녀와 나란히 걸으며 자기를 뼈아프게 반성해보던 며칠새의 그 일들에 대하여 말하고있었다.

《급행렬차에 우리모두의 운명을 걸어야 한다던 전부상동지의 그 말이 나를 정신들게 했고 지나온 내자신의 생활을 돌이켜보게 했단 말이요. 생각해보면 난 동무앞에서 뜬소리만 할줄 아는 희떠운 존재였지 실속있는 인간은 되지 못했던거요.》

처녀는 살래살래 고개를 저었다.

《아니예요. 동진 결코 뜬소리를 한게 아니예요. 동진 그때 화학공장의 평범한 로동자로 한생을 보내는 훌륭한 아버지에 대하여 말하지 않았나요. 그 아버지처럼 살겠다고… 하지만 신념이 흔들렸던건 사실이예요.》

두사람은 한참이나 말없이 생활의 소음이 잦아들줄 모르는 도시의 야경을 바라보았다.

《영랑, 나를 용서하지?》

《사랑해요! 사랑…》

처녀의 목소리는 흐느낌속에 잦아들었다.

두 젊은이는 서로의 뜨거운 숨결을, 심장의 고동소리를 가까이에서 느끼며 그 자리에 오래도록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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