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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4 회


제 2 편


26


《시험이 끝나면 조카와 함께 련희선생을 꼭 집에 데리고오세요. 당신은 꼭 데리고와야 해요.》

아침에 출근하려는 최윤호에게 안해가 곡진하게 말했다.

어제 저녁에는 금동이가 왔다는것을 알고 조카라도 집에 데리고와서 하루밤 재울것이지 왜 그냥 들어왔는가고 서운한 소리를 한 안해였다. 그때에는 시험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로 넘기였는데 이 아침에는 오련희 소리를 하여 최윤호의 마음을 더욱 번거롭게 하는것이였다.

그 녀자는 지금도 자기 남편이 오련희를 먼저 배반한것으로 알고있는것이였다.

활동반경이 좁은 안해이기도 하지만 최윤호 역시 그렇게 리해하는 안해에게 진실을 말해줄 용기는 없었다. 그러지 않아도 친척들과 동무들로부터 최윤호는 어째서 세상떠난 형님이 남겨놓은 그의 가족들한테 관심이 없느냐는 빈축을 사는 판이고 형님의 산소에 처음으로 갔다가 형수한테 문전거절을 당해야 했던 그 일에 대하여 여직껏 누구한테도 말하지 못하고있는데 오련희한테서 배척을 당한 사연을 안해가 안다면 무엇이라고 하랴.

어제일로 하여 최윤호는 지금도 생각이 많다. 자기는 오련희의 가슴속에 환멸밖에 남겨놓은것이 없는데 그 오련희가 형님이 저세상으로 가면서 남겨놓은 조카애를 데리고 100리도 넘는 생눈길을 걸어온것이였다.

최윤호는 시험이 끝나면 광우부국장을 다시 만나 자기의 마음속괴로움을 털어놓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용서를 한다고 해도 가슴속쓰라림은 사라지지 않으리라.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아버지야 어찌 이 아들을 용서할것인가? 더우기 지금도 먼 림산마을의 산등성이에 묻혀있는 형님이 어찌 이 최윤호를 용서할것인가! 그네들의 몫까지 합쳐 광우부국장이 뺨이라도 친다면 마음이 지금처럼 괴롭지 않으리라.

그런데 그 기회마저 차례지지 않을줄이야 어떻게 알았으랴.

광우부국장은 마지막수험생인 금동이를 마중갔다오는 길로 곧장 평양으로 떠나갔다고 하지 않는가.

최윤호에게는 마치 생활이 자기를 피해 달아나는것만 같은 어처구니없는 생각조차 들었다.

그런 어수선한 기분에 싸여 집을 나섰다. 그는 걸어가면서 갑자기 세상떠난 형님 생각을 했다.

《윤호야, 아버지는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조국을 위해 피를 흘렸고 우리 수령님의 로선을 지켜 목숨을 내대고 싸웠다. 넌 언제나 아버지를 잊어선 안돼!》

그것은 아버지를 장례지내고 산에서 내려오면서 형님이 해주던 말이였다.

그런데 이 최윤호는 아버지를 잊고 살았다. 훌륭한 아버지의 후광에 싸여 발전할 꿈을 꾸면서 아버지를 잊고 살았다. 그때 형님이 아버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하던 그 말뜻을 새겨들었더라면 최윤호는 오늘처럼 되지 않았을것이다. 그래서 세상떠난 형님이 더더욱 못 견디게 그리운것이였다. 나를 낳아준 아버지와 어머니를 내놓는다면 이 세상에서 최윤호를 제일 사랑해준것이 그 형님이 아니랴!

최윤호는 걸음길로 숱한 사람들이 오가고있다는것도 의식하지 못하면서 흑― 하고 흐느꼈다.

그는 그 순간에 하나의 생각이 머리속에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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