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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자별열람

제 59 회


제 2 편


21


광우의 걱정은 공연한것이 아니였다.

시험날자를 하루 앞두고 최금동이란 학생 한명이 도착하지 않았다. 림산마을 녀선생 오련희가 평양에 데리고왔던 금동학생의 모습이 눈앞에 선히 떠올랐다.

《학생은 희망이 뭐냐?》 수학실력이 놀라울 정도로 높은것을 보고 김호성이 그렇게 물었을 때 《난 수학이 재미납니다. 난 수학으로 말할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것과 말입니다. 나무랑 날아가는 새들이랑, 거기엔 수학이 있거던요. 세계적인 유명한 수학자가 되는것이 저의 꿈입니다.》 하고 당당하게 말했다는 수재학생이였다.

그 애어린 청년은 아닌게아니라 앞머리가 툭 삐여져나와 드세차고 자존심이 보통 강해보이지 않았다.

수학으로 말할수 있다는데는 어딘가 추상적인것이 느껴지는것이지만 시험연구조적으로도 실력자이며 수학전문가인 량원일은 이 학생이야말로 정말 앞으로 국보적인 인재가 될것이라고 확언했다.

광우는 최윤호의 사무실에서 전화로 금동소년이 산다는 림산작업소를 찾았다.

눈이 이렇게 내리는데 전화가 될가 하고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도 련결되였다.

지구의 한끝에서 날아오는듯 한 사나이의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앵앵 울려나왔다.

전화를 받는 사람은 자기를 림산작업소 소장이라고 했다.

최금동이라고 거기 분교에서 대학추천을 받은 학생이 아직 도착하지 않아 그러는데 떠났는지 어쨌는지 몰라서 그런다는 김광우의 말을 겨우 알아들은 작업소장은 대뜸 놀라며 소리소리 질렀다.

《아니, 무슨 소린지 모르겠수다 원. 오늘 아침에 그 애 담임선생이 데리고 떠났는데요. 자동차에 태워서 보냈시다 원. 우리 림산동네에서 평양공부할 대학생이 나왔다구 해서요. 온 동네가 떨쳐나 바래주기까지 했는데 아직도 가닿지 않았다니 원. 아하, 이거 눈이 많이 와서 그 사람들이 도중에 고생을 하는 모양이군. 눈길에 자동차가 사고라도 치지 않았는지 원. 거긴 길이 험하오다 원원. 좌우간 여보시오, 우리 여기서도 알아보기는 하겠는데요, 가긴 갈거우다.》

그쪽에서 바쁜 일이 있는지 먼저 전화를 끊었다.

《떠나긴 했다오.》

광우는 송수화기를 내려놓으며 손목시계를 내려다보았다. 벌써 점심때가 되여오고있다.

눈은 하염없이 내리고있다.

《못 올겁니다.》

창밖을 내다보던 최윤호가 시름겹게 말했다.

《그건 무슨 소리요? 이 눈때문에 고생이야 하겠지. 아니면 자동차가 오던 도중 고장이 나서 좀 지체할수도 있지 않소.》

《나는 거기서 오는 길을 압니다.》

광우는 피뜩 최윤호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초조감같기도 하고 아니면 고뇌같기도 한 이름할수 없는 감정이 진하게 얽혀있었다.

《길이 그렇게 험하오?》

《눈이 조금만 오거나 비가 와도 차들이 다니지 못합니다. 사태때문에 사나흘씩 길이 막혀버리는건 보통이니까요. 젠장, 일기예보랑 들었겠는데 좀 미리 떠나보낼것이지.》

《그 사람들이야 눈이 와도 이런 폭설이 내릴줄이야 알았겠소. 좌우간 기다려보기요.》

《어찌겠습니까? 시험이 시작되기 전에 오지 못하면 할수 없는거지요.》

광우는 자기도 모르게 화를 내며 그를 돌아보았다.

《동문 그런 한심한 소리 하지 마오! 어떻게 하나 시험이야 쳐야지. 희망을 안고 수백리길을 오는 학생이 아니요.》

《…》

최윤호는 얼굴이 재빛이 되여 한숨을 그었다.

광우는 조금전에 그가 여기로 오는 길을 안다고 하던 말이 피뜩 떠올랐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윤호가 형님의 산소를 찾아보려고 그 길을 한번 다녀왔다는것을 광우는 알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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