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페지로
날자별열람

제 55 회


제 2 편


17


드디여 모든 준비는 끝났다.

애를 먹던 설비들도 다 들어와 봉사기실과 시험장이 나무랄데 없이 완성되였으며 위원회의 종합봉사기실과 망을 통한 대화도 오갔다.

망부하시험과 100대가 훨씬 넘는 시험용말단콤퓨터들을 동시에 가동시키는 련동시험도 성과적으로 진행되였다.

이 일을 위해 유선일도 수고를 많이 했지만 정성금이나 김호성도 그들나름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 그들은 콤퓨터시험에 대한 인식이 아직도 부족한 사람들을 위해 실무강습을 여러차례 진행하고 대비시험까지 조직하느라 여러날동안 휴식 한번 못해본것이였다.

이틀후에는 도안의 수백명 수험생들이 모여들게 될것이다. 하여 모두들 기쁜 마음으로 한숨 돌리면서도 초조감이라는 이상한 분위기에 휩싸이고있을 때 평양에서 전화가 왔다. 시험연구조에 떨어져있는 장연화가 걸어오는 전화였다.

《추운 날씨에 도에 내려가서 수고가 많겠습니다, 부국장동지.》

《수고야 거기 떨어져있는 동무들도 다같이 하지. 다들 잘있소? 앓는 동무들은 없소?》

《우리 여기서야 무슨 일이 있겠습니까. 거기 내려가있는 사람들이 일없으면 되는거지요 뭐.》

《걱정마오. 여기서는 다들 건강하오. 그런데 갑자기 무슨 일로 전화를 하오?》

《시험날자가 다되지 않았습니까, 부국장동지. 거기 준비가 어떻게 돼가는가 해서 여기서 다들 걱정을 하기에 제가 전화를 해보는겁니다.

여기 떨어져있자니 어디 거기 생각을 안하게 됩니까.》

광우는 가슴이 뭉클해왔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었다.

《원, 사람들두! 모두들 걱정하지 말라고 하오. 준비가 다되였으니 일이 잘될거요!》

김광우는 평양을 떠나면서 시험연구조에 준 과제와 관련하여 몇가지 알아보고나서 기쁜 마음으로 전화를 끊었다.

《평양에서도 맡은 일을 다 끝내고 모두들 여기 일이 잘되기만을 바라고있소. 량원일동무랑 거기 사람들이 수고했겠소. 밤을 패면서 일했겠지.》

무슨 내용인가 해서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전화온 내용을 알려주고나서 광우는 손을 썩썩 맞비비며 방안을 오락가락했다.

평양에 있는 사람들에게 모든 준비가 다되였다고 전화로 큰소리를 쳐놓았지만 그래도 놓치고있는 구석이 없는가 해서 신경을 썼다.

여러 갈래의 실무강습이 성과적으로 진행되여 새로운 시험제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원만히 섰다. 그것이 제일 중요한것이다. 사람들이 준비된것이다. 이제 봉사기실과 시험장준비에서만 다른 일이 없으면 된다.

유선일과 함께 그가 맡은 물질적기반을 한 공정, 한 공정 따져보던 광우는 발동발전기에 생각이 미치였다.

콤퓨터시험이 한창 진행되는 시간에 전원이 차단될수도 있는 비상정황을 예견하여 오늘 낮에야 겨우 가져다놓은 발동발전기였다. 그것을 책임지고 실어온 최윤호는 대학경리부서에서 창고로 쓰던 건물안에 지금 설치하는중인데 이제 가동시켜보고 제대로 되면 다른 일이 없을것이라고 했지만 그래도 광우는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고싶었다.

광우가 발동발전기를 들여놓았다는 건물쪽으로 가는데 마침 거기서 퉁탕거리는 소리가 났다. 발동발전기를 시동시켜보는것이였다.

고르롭게 돌아가는 발동기소리에 기분이 좋아가지고 건물안으로 들어서니 깨끗한 작업복차림의 말쑥한 중년사나이가 기관상태를 주시하고있다가 초면의 광우에게 머리를 끄덕여 인사를 했다.

발동발전기를 실어보낸 기관에서 설비의 상태를 확인해주기 위해 따라온 기술자일것이다.

《수고합니다. 잘됩니까?》

요란한 발동기소리때문에 광우는 그의 귀에 대고 큰소리로 물었다.

사나이는 빙그레 웃으며 퉁탕퉁탕 기운차게 돌아가는 발동기를 눈으로 가리켰다.

《잘되지 않구요. 신형인데요. 요즘은 다 이걸 씁니다.》

사나이는 발동기소리때문에 큰소리로 말했다.

판매자특유의 심리가 어느 정도 드러나는 말이여서 광우는 자기도 모르게 느슨한 웃음을 지었지만 사실 빨간 도색을 하고 기름 한점 새여나오지 않은 발동발전기는 미남자처럼 잘생겼으며 탐탁해보였다.

발동발전기가 꺼졌을 때 광우는 하나 의문되는것이 있어 물었다.

《동무는 기술을 아는 전문가인것 같은데 어떻소? 이 발동발전기를 가지고 콤퓨터를 200대쯤 걸어도 되겠소?》

그것은 광우가 발동발전기에 붙어있는 사용설명서며 기술적제원을 보면서 생겨난 의문이였다.

《200대를 걸어야 합니까?》 그는 무엇이 이상한지 고개를 기웃거리다가 혼자서 픽 웃었다. 《용량이 좀 모자랍니다.》

광우는 대뜸 좋지 않은 소리를 했다.

《그렇다면 동무네는 이 필요없는것을 왜 실어왔소? 량심이 없지 않소. 우린 중요한 국가적인 일에 쓰자고 그러는데 동무네는 구매자의 사정은 어떻든지간에 판매만 실현하면 그만이라는거요?》

중년사나이는 한순간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있다가 얼굴이 뻘개지며 벌컥 성을 냈다.

《그러지 마십시오. 우리야 여기 사정을 구체적으로 압니까? 콤퓨터시험때문이라면서 그저 실어오면 된다기에 구매자측과 약속한대로 이렇게 가져다놓았을뿐인데요.》

광우는 그제서야 자기가 애꿎은 사나이에게 화를 내고있다는 생각에 점직해졌다.

화를 내자면 최윤호를 탓해야 마땅한 일이였다. 발동발전기때문에 판매기관에 갔으면 마땅히 용량타산을 해봤어야 하지 않겠는가. 최윤호가 발동발전기의 용량이 얼마만해야 한다는것을 모를 사람인가. 지금이라도 와보기를 잘했다. 시험날자가 눈앞에 박두했는데 최윤호의 말만 듣고 마음놓았다가 시험이 시작되였을 때 정전이라도 되면 어쩔번 했는가! 잘 준비된 일이 별치 않은 구두 한컬레때문에 튄다더니!

어느 유명한 인물의 격언 한구절이 떠올라 《허.》 하고 자기도 모르게 맹랑한 소리를 질렀다.

판매기관의 사나이가 어쩐지 비난의 색조에 가까와보이는 미소를 매끈한 얼굴에 실으며 한마디 했다.

《용량이 모자라면 어디 가서 새걸 다시 사오느라 그러지 말고 어느 기관에서 가지고있는것을 빌려오십시오. 탐문해보면 발동발전기를 가지고있는 기관이 있을겁니다. 시험도중에 정전이 되여 쓴다고 해도 한번이나 쓰고말것인데 뭐 값이 비싼 새것으로 사올 필요가 어디 있습니까?》

광우는 그 말이 대뜸 이상하게 들리였다. 애당초 이 사나이가 별다른 의미없이 말을 시작한것 같지 않았다.

《동문 지금 무슨 소리를 하오? 한번만 쓰고 그친다는건 뭐요?》

사나이는 무엇때문인지 주저하는듯 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남들이 하는 말을 곁에서 듣고 다른 사람들한테 옮긴다는것도 례절바른 처사는 못되지요. 하지만 경우에 어긋나는것이라고 해도 말합시다. 아침에 이 발동발전기때문에 왔던 그 동지가 우리 책임자동지하고 말하면서 그러더구만요. 우에서 아래실정은 알지도 못하면서 콤퓨터시험이라는걸 하자고 그러는데 시범적으로는 해볼수 있지만 그게 전국도입은 안된다구요.》

《!…》

사나이는 피끗 고개를 들어 김광우의 굳어진 얼굴표정을 일별했다.

《나도 그 동지의 생각이 옳지 않다고 봅니다. 저도 대학추천을 받은 딸애가 있다보니 동지들이 여기 내려와서 콤퓨터시험문제를 놓고 진행한 강연회에 참가하여 들었습니다. 콤퓨터에 의한 시험을 한두사람의 욕망만 가지고 시작한 일이야 아니겠지요? 그건 국가의 정책이겠는데 아무렴 국가가 될수 없는 일을 시작했겠습니까?…》

사나이는 무엇을 주저한것이 아니였다. 실없는 소리를 한것은 더우기 아니였다. 자기가 하고싶었던 말을 한것이였다!

그가 방금전에 한번이나 쓰면 되는 발동발전기인데 무엇때문에 비싼 새것으로 사다놓을 필요가 있는가고 말한것도 결코 본심에서 나온것이 아니였다. 일종의 울분이였다.

웅심의 호수우로 바람이 불었다. 아니, 폭풍이 일었다. 폭풍은 지금껏 가까스로 잠재우고있던 호수를 순식간에 뒤번져놓았다.

광우는 자기가 어떻게 창고건물에서 나왔으며 발길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지 못했다.

나쁜 사람! 언젠가 건설사업소 운전사가 《늘 좋은 말만 하는 사람에게 다 정의가 있는것은 아니지요.》 하던 말이 생각났다. 또 다른 목소리가 귀전을 울리였다.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저도 많이 배웠구요!》 그건 누구의 말인가? 다른 누구도 아닌 최윤호가 원격시험과 관련한 강습에 참가하고나서 진지한 표정을 띠고 하던 말이다. 그 최윤호가 콤퓨터에 의한 새로운 시험체계의 가동을 눈앞에 둔 지금까지도 그것을 믿지 않고있단 말인가? 믿지 않고있으면서 그것때문에 뛰여다녔단 말인가? 단지 자기의 체면을 세우려고? 아니면 비판을 받지 않으려고?

최윤호의 사무실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려던 광우는 안에서 들려오는 방주인의 성난 목소리에 굳어졌다. 최윤호가 누구와 전화를 하는지 아니면 사람을 앞에 놓고 그러는것인지는 알수 없었다.

《여보시오, 도대체 콤퓨터 한대가 뭐요? 이 잘난 콤퓨터 한대때문에 일하는 일군들을 비판받게 만든단 말이요? 동무때문에 일하자는 사람 뭐가 되였는가! 당장 가져가오! 당신의 이 콤퓨터가 아니면 국가가 일을 못할것 같소? 여보, 주제넘소! 이게 아니래도 시험준비가 다 됐단 말이요!》

최윤호는 마치도 자기가 콤퓨터시험을 위해 애를 쓰며 일한 결과 시험준비는 끝났는데 일을 하느라 발이 닳도록 뛰여다닌 자기는 콤퓨터 한대때문에 억울한 비판을 받았다고 누구에게인가 모욕적인 언사를 복수적으로 퍼붓고있었다.

한순간 정적이 흘렀다. 이어 최윤호의 노기충천한 우뢰질에 주눅이 들어버린듯 한 약간 갈린 나직한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미안합니다, 일하는 일군을 비판받게 해서요. 당신이야 〈좋은 사람〉이지요, 〈좋은 사람〉.》

문밖에 있는 김광우에게는 겨우 전달되는 사나이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주눅이 들었다고? 아니였다! 로골적인 비양이였다. 선들선들 날이 선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의 임자는 결코 쉽게 수그러들 만만한 성격이 아니였다.

그것을 느낀듯 최윤호가 조금전의 청청하던 목소리와는 달리 나직하게, 그러면서도 결코 노기가 조금도 풀리지 않은 소리를 했다.

《여보시오 동무, 그건 무슨 소리요?》

《당신은 신소문제가 제기되였을 때 나를 찾아와 말했지요? 자기는 김광우부국장동지와 아주 가까운 사이라구요. 그게 우에 신소를 해야 부질없는 일이니 다시는 복잡하게 놀지 말라는 소리가 아니였는가요? 시시해서 더 말하고싶지도 않소!》

쾅! 책상을 내리치는 소리!

조용조용 울리던 사나이의 목소리가 급기야 높아졌다.

《당신은… 당신은 그런 〈좋은 사람〉이란 말이요! 언제나 〈좋은 말〉만 하는 〈좋은 사람〉! 하지만… 하지만… 사람을 함부로 모욕하지 마시오! 》

《…》

《…》

광우는 갑자기 온몸이 나른해왔다. 그게 언제였던가? 신소문제때문에 처음 내려왔던 그때 저 최윤호가 뭐라고 했던가? 자기가 신소자를 만나 잘 리해시키겠노라고 했다. 그 《리해시킨다》는것이 바로… 광우는 기가 막혀 입을 하 벌린채 아무것도 없는 복도천정을 올려다보았다.

그는 그냥 돌아가려 했다. 그런데 그때 조용하던 방안에서 최윤호의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동문 아주 나쁜 사람이요! 아주 까다로운 말짼 사람이란 말이요. 일군들을 물어메치는 능수. 내가 동무때문에 골탕먹은것이 어디 이번이 처음이요?》

《그러니 당신은 내가 신소한것으로 해서 비판을 받은 그 복수를 지금 하는거요?》

《여, 동무!》 우뢰치는듯 한 최윤호의 목소리. 《나만 비판을 받았으면 말도 하지 않겠소. 동무때문에 그때 김광우부국장동지가 우에서 어떤 비판을 받았는지 아는가?!》

《…》

정적… 정적…

광우는 방금전까지만 해도 모욕당한 자존심으로 하여 길길이 뛰던 인간이, 평상시에 성글성글한 흰 이발이 드러나도록 웃던 건설사업소 운전사가 최윤호의 그 마지막말에 할말을 찾지 못한채 얼굴을 숙이고있는 처참한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것만 같았다.

분노로 하여 가슴이 널뛰듯 했다. 정의롭고 주대가 있던 저 로동자는 이 광우가 자기때문에 비판을 받았다는 그 한마디에 주눅이 들어버렸는가?

최윤호가 그렇게 뒤집어놓다니! 이 광우가 우에서 어쨌다구?

광우는 기척도 없이 자기도 모르게 출입문을 벌컥 열었다.

방안에 있던 두사람의 눈길이 동시에 출입문쪽으로 향했다.

부국장이 공교롭게도 그 시각에 나타나리라는 생각을 못했던 방주인은 아연해서 굳어져버리였고 다른 한사람, 건설사업소 운전사는 얼굴이 컴컴해서 마치 생면부지의 손님을 대하듯 김광우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허허…》

청청한 하늘에서 소낙비라도 내리는듯, 지금 이 방에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 당치않은 웃음소리가 자기의 입에서 어떻게 되여 흘러나왔는지 광우자신도 어이없었다.

《문형이 아버지는 가보십시오.》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간신히 누르며 광우는 조용히 말했다.

그가 나가고 두사람만 남았을 때 광우는 벽가의 쏘파에 가앉으며 호주머니를 더듬다가 잡히는것이 없어 엉거주춤 서있는 최윤호를 올려다보았다.

《담배 한대 주겠소?》.

최윤호는 고개를 들어 의아한 눈길로 부국장을 피끗 보고나서 담배 한갑을 옆차대에 가져다놓아주었다.

광우는 담배 한대를 뽑아 불을 붙여들었으나 피우지 않고 한동안 천정을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갑자기 가슴이 쓰리였다. 아득한 허공 그 어딘가에서 안해의 목소리가 울려오는듯 했다. 《여보, 내려가면 최윤호동무한테 고맙다는 인사를 하세요.》

《비판을 하십시오.》

지겹도록 오랜 침묵끝에 최윤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는 오늘 일도 별나게는 되여 김광우앞에서 자기의 본심을 적라라하게 드러냈다는 생각을 하는것 같았다.

광우는 이윽해서야 최윤호에게로 눈길을 보냈다.

그 순간 그의 의식의 한끝은 다른데 가있었다. 아득히 흘러간 세월의 언덕너머에서 울려오는 목소리가 고막을 울리고있었다.

《광우야, 아버지처럼 살아라!》

그것은 김광우를 초소로 떠나보내며 아버지네 부대의 정치일군이 해주던 말이다. 아버지에게는 생명의 은인이나 같다고 어머니가 생전에 고마와하며 말해주군 하던 그가 바로 저 최윤호의 아버지가 아닌가!

광우가 가슴이 쓰려오는것은 그때문이였다.

《동무의 아버지는》 광우는 숨이 꽉 막히는것 같은 고통을 강잉히 묵새기며 말했다.

《그래, 동무의 아버지는 전쟁시기 락동강을 건너갔다왔고 신념이 없는 떨떨한 인간이라면 자기 생명부터 생각했을 가장 엄혹한 시각에 담가에 실려 사람들을 전투에로 불러일으켰소. 부상병들을 지휘하여 사단을 구원했고 전투승리의 돌파구를 열어놓은 정치일군이였단 말이요!》

광우는 지금도 아득한 망망천지 어딘가에서 울려오는것만 같은 그 참된 인간의 목소리를 듣고있다. 부상병들을 전투에로 부르던 문화부사단장의 그 목소리를.

《동무들! 부상병동무들! 우리는 부상을 당한 몸들이지만 군인들이고 전투원들이요. 우리가 무엇을 위해 군복을 입었고 총을 잡았는가?

지금 전투의 운명이 우리한테 달려있소! 최고사령부의 전략적의도가 위험에 처한다면 우리가 살아서 무얼하겠는가! 동무들, 앞으로! 승리를 위하여 앞으로―오!―》

오, 그것은 사라지지 않는 넋의 메아리가 아닌가! 피흘리면서, 목숨을 바치면서 위대한 수령님과 당을 사수했고 우리의 소중한 제도를 지켜낸 선대의 넋이 우리들의 심장에 와닿는 메아리가 아닌가!

《내가 왜 최윤호동무도 다 알고있을 이런 말을 하는가?

동무를 보면서 훌륭한 아버지를 두었다고 해서 사상은 저절로 유전되는것이 아니라는 말이 참 옳구나 하는 생각을 했기때문이요.

나는 그 생각을 동무가 가져온 발동발전기를 보러 나갔다가 여기로 오는 그 짧은 시간에도 했고 이 방에서 동무가 량심이 깨끗한 한 로동자를 몰아대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했소.

그래 동무는 자기 당조직이 준 비판이 그렇게도 가슴에 걸려 내려가지 않소? 그래서 한 로동자에게 분풀이를 했소?

동무가 언제부터 변했는지는 모르겠소. 동무는 아주 좋지 않은 사람이요! 신념이 없는… 그렇소! 신념이 없는 위험한 사람이란 말이요!》

납덩이같은 정적이 한동안 계속되였다.

고개를 푹 숙이고있던 최윤호의 입에서 한참후에야 나직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너무 그러지 마십시오!》

그것은 원망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 무슨 변명도 아니였다. 자기를 조금이라도 유지해보려는 인간의 맥빠진 몸부림도 아니였다. 끈질긴 그 무엇이 그의 말에서 감촉되였다.

《말해보오, 뭐가 너무하단 말이요?》

《이자 그 로동자동무앞에서는 제가 너무했습니다. 하지만 사람을 함부로 반동취급하지는 말란 말입니다!

부국장동지나 우에서 내려온 사람들이야 일하기 쉽지요. 지시하면 되니까요. 성과를 거두고 올라가면 그만이겠지요.

원칙에 대해서 아래사람들한테 말하기도 좋구요. 현실이 어떠하든, 아래사람들의 사정쯤 어떠하든 동지들한테야 그게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광우는 아연해서 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래서 동문 발동발전기의 용량타산도 해보지 않고 가져왔소?》

그 말에 최윤호는 왈칵 증을 냈다.

《그럼 어떻게 하라는겁니까? 판매기관에 가니까 그런것밖에 없는데요? 자리를 보고 다리를 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할수 있는걸 제가 안했습니까?

용량문제도 그렇습니다. 정전이 되는 경우에 비상대책으로 발동발전기가 필요한것인데 설사 그걸 쓰게 된다고 해도 용량에 맞게 100명씩 갈라서 시험을 치면 되지 않습니까.》

《매해 그렇게 하겠소?》

《…》

광우는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믿지 않았지, 새로운 시험체계가 성공하여 전국적인 대학입학시험에서 진보가 이루어지리라는것을 믿지 않았지. 그래서 용량이 모자라는 발동발전기를 가져다놓아 형식이나 갖춘거요!》

《…》

광우는 가슴이 답답해왔다. 그는 쏘파에서 일어나 창문가로 다가갔다.

밖에서는 바람이 일고있었다. 마당가의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거리였다. 앙상한 가지들에는 지난해 떨어졌어야 할 말라버린 잎사귀 몇개가 앙탈을 부리듯 끈질기게 달라붙어있으면서 바람에 떨었다.

《믿지 않았지… 믿지 않았지.》

광우의 입에서 그 말이 사라지지 않는 메아리처럼 울려나왔다. 가슴이 예리한 송곳에 찔린듯 아파나기 시작했다.

《동무에 대하여 이미전에 들은 소리가 있소. 동무의 아버지는 공장에서 순직한 로동자의 자식을 데려다 친아들처럼 키웠고 대학공부까지 시켰소.

그런데 동무는 친형제나 다름없는 그 사람이 과오를 범했다고 해서 어떻게 했소?

동무의 곁에서 떨어져 촌으로 내려간 한 녀선생은 동무가 형님이 아니라고 배척해버린 그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서 남겨놓은 자식의 재능을 틔워주기 위해 그 애를 데리고 평양으로 올라와 한달동안 안 가본데가 없소.

그 녀선생이 한 어린 수재학생의 미래를 위해 평양의 인민대학습당으로, 천리마제강련합기업소로, 서해갑문으로 끝없이 걸을 때 동무는 자신의 리기적목적실현을 위해 평양에 올라와 어떻게 했소?

주위를 둘러보면 제가 맡은 일에서는 못한다는 구실이 더 많으면서 일신상의 문제에서는 결심해서 못하는 일이 없는 사람들이 있소. 동무는 자신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오.

사람이… 사람이… 어쩌면 그럴수 있소? 교만방자해도 분수가 있지. 당조직에서 비판을 받고 로동자에게 분풀이를 해? 동문 그 깨끗한 로동자의 마음을 어떻게 모욕했소? 최명선동지가 아들의 그 꼴을 봤더라면 저세상에서 일어나 최윤호의 이마빡에 총알을 박아넣었을거요!》

아, 가슴이 왜 이다지도 쓰리고 아픈것인가?! 정의란것이 없다면 사람은 이 세상에 살 필요가 없다고 누가 말했던가? 그 사람은 참 괜찮은 말을 했다. 그런데 지금 어떻게 되여 그 말이 생각나는것인가?

문득 방금 방에서 나간 로동자의 모습이 눈앞에 떠올랐다. 가슴이 아플거야, 내 가슴이 이렇게 쓰린데 모욕당한 그 사람의 심정이야 말해 무엇하랴!

광우는 다시금 창문너머로 눈길을 보냈다. 마당건너 태를 치는 앙상한 나무가지에서 떨어지지 않겠다고 앙탈을 부리던 묵은 나무잎사귀 하나가 끝내 떨어져 바람에 날려갔다.

《지금이 어느때요? 놈들이 우리 나라를 없애버리겠다고 지랄발광하는 때가 아니요. 우리가 경애하는 김정은동지의 교육사상과 구상을 받들고 나라의 교육을 더욱 발전시켜 인재강국을 건설하고 더 훌륭한 미래를 앞당기자는것도 경애하는 원수님을 보위하고 우리의 제도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란 말이요!》

광우는 나들문을 향해 걸어나가다가 서서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있는 최윤호를 다시 돌아보았다.

《명심하오. 어머니배안에서부터 역적이 되여 나오는게 아니요. 사람이 자기의 리익만을 추구하며 사는데 습관되면 속에는 다른 세계가 생겨나게 되며 그러면 당정책을 믿지 않게 되고 나중에는 수령도 당도 국가도 모르는 인간이 되고마오!》

그는 방에서 나왔다.


이전페지   다음페지

←되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