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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3 회


제 2 편


15


다음날 도당책임일군방에서 도안의 교육부문과 관계되는 일군들의 협의회가 열리였다.

거기에는 최윤호를 비롯한 학생모집사업을 보는 일군들과 공업대학의 지석영교무부학장도 참가했다.

《동무들, 이 콤퓨터를 보십시오.》

협의회를 시작하기 전에 책임일군이 자기의 탁상우를 가리키며 하는 말이였다.

그제서야 방안의 사람들은 분명 책임일군이 사용하는것이 아닌게 분명한 휴대용콤퓨터 한대가 놓여있는것을 알아보고 왜 그러는가해서 고개들을 기웃거리였다.

그들이 이상해하는것은 책임일군이 새삼스럽게 사람들의 이목을 그 콤퓨터에 집중시키는 말을 했기때문이였다.

많은 사람들가운데 다만 한사람, 최윤호만이 얼굴이 뻘개지며 몹시 바빠했다. 책임일군의 입에서 어떤 벼락이 떨어지리라는것을 최윤호만이 알고있기때문이였다.

최윤호는 책임일군의 방에 들어서면서부터 그의 탁상우에 놓여있는 례의 그 콤퓨터를 보았으며 그 순간부터 오늘 자기가 마치 무슨 수난자라도 되는듯이 생각되였던것이였다.

《이 콤퓨터는》

드디여 책임일군의 입이 무겁게 열리였다.

《한 로동자가 우리 도에서 진행하는 콤퓨터원격시험장에 놓아달라고 자진해서 가져온것입니다. 군대에 나간 아들이 애용하던것이고 둘째아들이 대학공부를 하며 써야 할 콤퓨터를 말이요.

정보화시대에 콤퓨터 한대가 뭐겠소? 큰것은 아닙니다. 여기 모인 동무들의 집에 휴대용콤퓨터 한대 없는 사람이 있습니까?

하지만 동무들, 생각들을 좀 해보시오. 한 로동자가 국가를 생각해서 콤퓨터를 내왔단 말이요! 생각되는것이 없습니까?》

책임일군의 말은 방안의 공기를 얼어붙게 하기에 충분할만큼 준절했다.

연추같이 무거운 정적이 방안에 드리웠다.

책임일군이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협의회를 하기 전에 동무들한테 하고싶은 말이 있습니다. 량심에 관한 문제를 말이요.

우리 사회에서 일군이란 세도가가 아닙니다. 자기 하나를 위해서 사는 사람은 더우기 아닙니다. 인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고 국가의 부흥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때문에 량심으로 나라를 받들줄 알아야 합니다.

말로써 하는 애국은 애국이 아닙니다.

그런데 보시오, 동무들. 교육문제가 국가의 존망과 관계되는 문제이기때문에 당에서 교육을 그토록 중시하며 전민과학기술인재화의 목표를 내걸었는데 우리 일군들의 관점이 어떻게 서있는가?》

책임일군은 어제 아침에 콤퓨터시험장에 들려서 본 실태를 렬거하고나서 드디여 최윤호에게로 눈길을 돌리였다.

《처장동무는 참 틀렸소! 그거야 누구보다도 동무가 해야 하는 일이 아니요. 그런데 알아보니 도의 형편에 빙자하고있다고 하오. 우리 도의 사정이 지금 당장 콤퓨터시험에 들어갈 형편이 못되기때문에 시험날자가 박두한 오늘까지도 준비가 채 안된것처럼 말했다는거요. 처장동무, 그게 사실이요?》

최윤호는 고개를 푹 숙이고 대답을 못했다.

모두의 눈길이 그한테로 쏠리였다.

《옳지 않소! 옳지 않단 말이요! 동무는 신소문제가 제기되여 한번 비판을 받았던 동무가 아니요. 채심을 해야지. 지금 위대한 장군님의 유훈을 관철하자고 온 도가 떨쳐나선걸 동무는 보지 못하오? 도자체의 힘으로 일떠세운 발전소가 준공을 앞두고있소. 인민생활향상에 기여하게 될 경공업공장들이 현대화되고 지난주부터는 새로 일떠선 버섯공장도 생산에 들어갔소. 우리 도의 전망이 아주 좋습니다, 동무들.

그런데 처장동무는 도의 형편이 어쨌단 말이요? 그래 도의 형편이 한 로동자가 집의 콤퓨터를 들어내와야 할 형편이란 말이요? 우리 도의 형편이 시험장에 콤퓨터 몇백대쯤 들여놓을 형편이 못된다는거요?

나라의 미래를 떠메고나갈 똑똑한 인재들을 키워내자고 국가가 시작한 일이 아닌가. 동무는 시험장준비를 위해서 머리를 얼마나 썼으며 얼마나 뛰였소? 우에 제기라도 해보았소? 그랬더라면 예산에 없었던 항목이라고 해도 콤퓨터 몇백대는 사오고도 남았을거요. 노력을 하지 않았소.

동무들, 패배주의란 결코 형편이 어려워서 나오는것이 아닙니다. 그건 신념에 관한 문제이고 나라를 받들어야 할 일군의 량심에 관한 문제입니다. 그런 신념과 량심이 없는 사람에게서는 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패배주의밖에 나올것이 없습니다. 주인들이 일을 어떻게 했기에 도와주러 내려온 손님들이 실무강습에 출연해야 하는 그 바쁜 가운데서도 시험장준비때문에 안타까와하며 뛰여다니게 한단 말이요? 여기 모인 나를 비롯해서 관점들을 바로 세워야겠습니다.》

도당책임일군은 수험생들이 며칠있으면 모여오겠는데 그전까지 원격시험준비를 원만히 갖추자면 어떻게 해야 하겠는지 의견들을 내놓으라고 하면서 지석영한테로 눈길을 돌리였다.

《공업대학에서 도서관을 원격시험장으로 내고 콤퓨터도 적지 않은 대수를 내놓았다는데 그건 잘한 일입니다. 이렇게 하면 된단 말입니다. 좀더 내놓을수 없겠는지 예비를 찾아보십시오. 콤퓨터야 아무래도 대학만큼 가지고있는 단위가 없겠는데요. 그렇다고 강의에 지장을 주면서 내놓으라는것은 아닙니다.》

지석영은 그제서야 도당책임일군이 왜 교육부나 학생모집일군도 아닌 사람들까지 협의회에 참가시켰는가를 깨달은 표정이였다. 그러면서도 방금 칭찬비슷한 말까지 들은지라 도당책임일군앞에서 차마 우는 소리를 할 형편이 못된다고 생각하는것 같았다.

그는 일어나 조심스럽게 말했다.

《예비를 찾아보겠습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책임일군은 이어 다른 단위의 일군들을 차례로 일으켜세워 실정을 알아보고 분담을 했다. 그래놓고서도 모자라는 몇가지 설비들은 당장 사오도록 했다.

콤퓨터며 변압기며 발동발전기며 하는 설비들과 봉사기에 련결할 부분품들이 기본적으로 해결된셈이니 다른것들은 문제로 되지도 않았다.

협의회가 끝나고 모두가 도당책임일군의 방에서 나올 때 최윤호는 얼굴이 꺼매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비난의 눈길로 자기를 보는것만 같아 될수록 누구의 눈에도 걸리지 않으면서 재빨리 빠져나가려고 애썼다.

한편 사람들속에 싸여 먼저 도당청사를 빠져나오던 지석영은 무슨 일로 해서인지 정문앞에 서있는 광우부국장과 마주쳤다.

벙글벙글 웃는 김광우의 얼굴을 보자 지석영의 머리속에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다. 도당에 제기해서 자기를 협의회에 참가시키게 한 사람이 다름아닌 광우부국장이라는 생각이였다.

《무슨 회의가 있었던거군요?》

여전히 벙글거리며 김광우가 말을 걸었다.

지석영은 회의내용을 다 짐작하고 자기를 놀리기라도 하는것 같아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이였다.

《부국장동지가 〈초청〉을 해서 도당회의에 참가했댔지요.》

《허허, 내가 무슨 도당책임일군이나 된다고 부학장선생을 도당회의에 초청을 하고말고한단 말이요? 모를 일인데.》

김광우는 정말 모를 일이라는듯 고개를 기웃거리기까지 했다.

엉큼한 사람!

지석영은 웃는 사람에게 우는 얼굴을 보일수 없어 어설픈 미소를 얼굴에서 거두지 않은채 입을 열었다.

《아니, 그럼 부국장동지…》 그는 입을 열기 바쁘게 인차 중둥무이 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사람앞에서 혀를 잘못 놀렸다가는 또 도당에 들어가겠지 하는 생각이 떠올라 하려던 말을 얼른 정정했다. 《좌우간 콤퓨터 20대를 더 가져다놓게 하겠습니다.》

김광우는 생각지 않던 큰 고기를 낚은 낚시군처럼 당장 희색이 만면했다. 콤퓨터 20대라니!

《허허, 그거 정말 부학장선생이 좋은 생각을 했군요. 그런데 좋은 말 하면서 얼굴색은 왜 그렇소?》

《아니, 제 얼굴색이 어째서요?》

《소태씹은 상이요.》

김광우는 그러고나서 또 껄껄 웃었다.

바로 그때 최윤호가 두사람의 옆을 말없이 씽 지나갔다.

지석영이 무슨 할 말이 있는지 그를 불렀다.

《이보우, 처장동무.》

최윤호는 마지못해 그냥 가려던 걸음을 멈추고 지석영을 돌아보았다.

《왜 그럽니까?》

몹시 성가신 투였다.

지석영이 아연해서 한순간 굳어져버렸다가 인차 무엇인가 깨도가 되는듯 약간 미안해하는 기색을 띠며 한마디 했다.

《거 얼굴색은 좀 밝게 하구려.》

그 순간 최윤호의 눈이 경멸의 차거운 빛을 발산했다. 그는 무슨 말인가 하려는듯 하면서도 입을 열지 않았다.

《됐수다.》 지석영은 대범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손을 내저었다.

김광우쪽에는 눈길 한번 돌리지 않은채 최윤호는 말없이 돌아서서 가버렸다. 그것은 분명 김광우에 대한 로골적인 질시였다. 최윤호는 애꿎은 지석영에게 화를 낸것이였다.

방금 최윤호가 도당책임일군방에서 콤퓨터시험준비때문에 엄한 비판을 받은데 대하여 회의참가자가 아닌 광우는 알수 없었다.

광우는 멀어져가는 최윤호를 보면서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광우 자기를 생면부지의 인간처럼 외면해버리지 않았는가. 최윤호의 저 《무관심》이 어디서 오는것일가? 그러고보면 지석영부학장을 대할 때의 그 싸늘한 표정도 이 광우에 대한 감정때문이 아닐가? 그렇게 생각하니 가슴이 서늘해왔다. 왜 그럴가? 내가 오해를 하는것일가? 나는 분명 할 말이 있으면서도 저 최윤호한테 아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성금책임부원이나 유선일동무가 그의 무책임성에 대하여 말할 때에도 나의 견해를 비치지 않았다. 그건 결코 우리 두사람의 남다른 인연을 생각해서 그런것이 아니다. 나는 책임자로서 신중해야 했기때문이였다. 그런데 저 최윤호동무는 무엇때문에 나를 질시하는것인가? 그렇다, 경멸이고 질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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