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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0 회


제 2 편


12


《동문 정말 콤퓨터시험을 치자는거예요 어쩌자는거예요? 도안의 수백명 수험생들을 치르어야 하는 원격시험장인데 콤퓨터가 이게 다예요?》

최윤호를 앞세우고 김광우와 함께 시험장에 직접 들어와본 정성금이 참지 못하고 발끈해서 소리질렀다.

《어찌겠습니까. 도안의 실정이 그렇단 말입니다. 수험생들은 다른 도들보다 우리 도가 제일 많은데다가 콤퓨터를 많이 가지고있는 대학들에서는 수업을 보장해야 한다면서 서로 밀내기를 하지. 그렇다고 생산이 바쁜 공장이나 기업소들에 가서 업무용콤퓨터를 내라고 할수도 없는 일이고…》

정성금이 기가 막혀 그의 말을 중둥무이했다.

《그게 일을 하자는 사람의 말이예요?》

《그래서 내 우에서 도와주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최윤호는 옆에 있는 광우부국장의 눈치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변명했다.

패배주의이다! 아니, 이것이야말로 태만이다! 광우는 무슨 말이 나가려는것을 참았다.

정성금이 성을 좀처럼 가라앉히지 못하고 최윤호를 몰아대는 가운데 광우는 쓸쓸한 눈길로 시험장안을 둘러보고 또 보았다. 전날에 유선일이 하던 말이 조금도 그른데가 없었다.

시험장안에 들여놓은 콤퓨터라는것이 기껏해서 60대정도나 되였다. 그것도 대학도서관에 원래부터 있던 콤퓨터들을 시험장을 꾸리면서 부랴부랴 옮겨놓은것 같았다.

봉사기실의 형편도 다를바 없었다.

《동무는 일을 하자는 사람이 아니구만요. 어쩌면 이럴수가 있어요? 도의 실정을 핑게대지 말아요. 도의 실정이 어쨌단 말이예요? 도의 실정이 어려워서 종합전원코드 하나 똑바른것이 없고 시험장엔 감시촬영기나 하나 달랑 달아놓았어요? 콤퓨터가 이것밖에 없는데 감시는 무얼 감시하고 콤퓨터시험은 뭘 가지고 친다는거예요?》

《그래서 부국장동지한테 당장은 위원회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도자체의 힘으로 힘들다고 제가 솔직히 다 말씀드린겁니다.》

김광우는 쓰거운 웃음이 나갔다.

《그건 사실이요.》

그는 무슨 말을 또 참지 못하고 하려는 정성금에게 언짢은 눈길을 피뜩 던졌다.

《그만하우, 성금동무. 도의 실정이 어려울거라는거야 우리가 생각못하고 내려온게 아니지 않소. 유선일동무는 여기 남아서 봉사기실을 꾸리는데 무엇이 더 있어야겠는지 명세를 작성해야겠소.》

광우는 정성금과 김호성을 데리고 숙소로 향했다. 돌아오면서 광우는 아직도 성이 풀리지 않은 정성금을 유심히 돌아보았다.

《성금동무, 웬일이요?》

《제가 어드래서요?》

정성금이 내쏘듯이 성의없는 소리를 했다.

광우는 탓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여기로 내려올 때부터 좋은 인상이 아니더니… 최윤호처장과 무슨 일이 있었소?》

《일은 무슨 일이겠습니까. 부국장동진 호인이 돼서 좋겠습니다.》

《허허허.》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이 아니예요!》

광우는 점점 이상한 생각이 들었으나 더 캐묻지 않았다.

그는 어깨가 무거웠다. 방금 정성금에게 도의 실정이 어려울거라는거야 우리가 모르고 내려온건 아니지 않소 했는데 그것은 사실이였다.

이곳 도로 말하면 인구수가 많은데다가 수도와 멀리 떨어져있어 이래저래 불리한 조건들이 많다. 실은 그래서 1차로 진행하는 시범대상으로 정했던것이 아닌가.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때문에 지방에서부터 먼저 콤퓨터원격시험을 실시하더라도 조건이 유리한 도를 선정하지 않겠느냐고 하는것도 굳이 이곳으로 내려온것은 제일 불리한 단위에서부터 진행하면 다음 단계부터 수월하리라는 타산에서였는데 그게 잘못한것이 아니였을가 하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정성금이나 김호성앞에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그는 속에서 최윤호에 대한 욕이 와글와글 끓어올랐다.

사람이 어쩌면 그렇게까지 무책임할수 있단 말인가! 그것은 대학추천사업과 관련한 신소가 제기되여 최윤호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을 처음으로 품게 되던 그때와 또 다른 감정이였다.

그때에는 최윤호를 비판하면서도 사람이 원칙을 떠나 사고하기 시작하면 생활에서 누구나 흔히 범할수 있는 과오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일은 뭔가? 이게 량심이나 원칙에만 국한되는것인가? 교육에서 진보가 이루어지는가, 제자리걸음을 하는가 하는것이 나라의 운명과 관련되는 중대사라는것을 최윤호가 과연 모를 사람인가?

광우는 위원회에서 떠나올 때 당비서가 해주던 말을 생각했다.

《교육을 발전시켜 하루빨리 과학기술인재화를 실현하고 우리 나라를 강성부흥의 령마루에 올려세우는것은 우리 수령님들의 뜻이고 경애하는 원수님의 원대한 구상이요.

내려가서 어떤 일이 있더라도 성과를 보고 올라와야겠소. 나라의 시험제도를 혁신하는데서 큰걸음을 내디디자면 무엇보다도 이번 일이 잘돼야 합니다.》하고 당비서는 말했었다.

당비서가 《어떤 일이 있더라도》한것은 처음부터 일이 얼음우에서 박밀듯이 수나롭게 되지 않으리라는것을 예견해서였는지 모른다.

광우는 도당위원회의 도움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와 함께 인민위원회안의 교육부문담당 일군들과 학교후원단체 책임자들도 만나야 했다.

정성금과 김호성은 대비시험을 비롯하여 콤퓨터시험과 관련한 사업을 맡아하기도 바쁜 몸이니 결국 그 모든 일감을 광우 혼자 다 맡아안고 뛰여다녀야 했다.

해야 할 일은 가득한데 자기의 몸이 견디여내겠는지 걱정스러웠다. 여기로 내려오는 길에 된탕을 겪은 후과가 아직은 완전히 가시여지지 않아 이따금 속을 비트는것 같은 아픔에 자기도 모르게 배를 움켜안군 했다.

일을 끝내기 전에는 쓰러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한시간에도 몇번씩 하면서 집을 떠나올 때 안해가 넣어준 약을 사람들 몰래 먹었다.

그는 먼저 모자라는 콤퓨터문제를 풀기 위해 공업대학의 지석영교무부학장을 만날 생각을 했다.

최윤호가 그것을 알고 왜서인지 쓰거운 웃음을 꺼칠한 얼굴에 실으며 말했다.

《지석영교무부학장을 만나자고요? 만나지 마십시오, 부국장동지.》

광우는 이상해서 그를 돌아보았다.

《동문 별난 말을 하누만. 그 사람이 먼곳에 있는것도 아닌데 왜 만나지 말라는거요?》

《제가 그때문에 한번 방에 찾아갔댔으니까요.》

지석영이 학생들에 대한 강의에 지장이 되여 콤퓨터를 그 이상 내줄수 없어한다는것이며 애당초 콤퓨터시험이라는것이 해보다가 그만둘 일이라고 했다는것이며… 하는 소리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광우는 어이없어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설레설레 젓다가 최윤호를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그래서 최동무는 시험봉사기실의 설비들을 보는 동무에게 그런 말을 했소? 콤퓨터시험이라는게 가망없는 일이라고 말이요.》

최윤호는 얼굴이 뻘개지면서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러니 들리는 소리가 사실인게로구만. 그렇소?》

광우는 속에서 노기가 치받쳤다. 하면서도 지석영이 그렇게 말했다는것이 선듯 믿어지지 않았다. 이 최윤호는 최윤호이고 지석영이 어떻게 그런 말을 할수 있단 말인가!

눈앞에는 지석영의 잘 다듬어진 커다란 얼굴이 떠올랐다. 번쩍이는 장서를 부러워하는 광우에게 대학에서만도 20대, 30대의 박사들이 나오는데 자기는 행정실무에 빠지다보니 오래전에 시작해놓은 박사론문도 손대볼 겨를이 없다고 그가 한숨을 쉬며 하던 말이 생각났다.

《그럴수야 있나?》하고 광우는 혼자소리로 중얼거리였다.

그는 생각이 많아가지고 대학교무부학장방을 찾아들어갔다. 광우네가 도소재지로 내려왔을 때 얼핏 한번 나타난 후 사흘이 지나도록 얼굴을 볼수 없는 지석영이였다.

《늘 바쁜 모양이군요.》 서늘한 기운이 도는 사무실에 앉아 목소리를 돋구어가며 누구와 전화를 하다가 반겨맞아주는 지석영을 보고 광우가 인사삼아 말했다.

《별로 큰일도 못하면서 늘 이래야 하지 않습니까. 이 추운 날씨에 내려와 고생하겠습니다.》

《고생이야 무얼.》

광우는 방안을 둘러보다가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정갈한 책장에 또다시 눈길이 갔다. 손 한번 대본것 같지 않은 화려한 표지의 새 책들이 빈자리 없이 차곡차곡 꽂혀있는 서가이다. 생활에는 책을 치장물처럼 여기면서 거두어들여서는 자기도 읽지 않으면서 남들한테도 빌려주기 꺼려하는 괴이한 습벽의 인간들이 간혹 있지만 이 지석영의 경우는 다른것이다. 행정사업을 하지만 대학일군이 아닌가.

김광우가 책장을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하고있을 때 지석영이 구슬픈 음향조차 느껴지는 한숨을 내그었다.

《집에 들어가서는 도무지 원서 한장도 읽어볼 사이가 없어 사무실에서나 짬짬이 보자고 해서 몽땅 내다놨지요. 우리 대학에만도 20대, 30대 젊은 박사들이 나옵니다. 그런데 내라는게 이미 시작해놓은 박사론문조차도 손을 못 대보지 않습니까. 공연히 행정사업에 발을 들여놔가지구 그러지요.》

(이 사람은 전번에 나를 만났을 때에도 그 말을 했다는걸 잊은 모양이군. 이 사람은 누가 사무실에 찾아오면 그 말부터 하는가? 교수나 박사가 못된것이 마치 행정실무사업때문인듯이 말하는군. 하긴 그대신 일은 많이 하는 모양이군. 그럴수 있지. 이 사람에게야 언제 책을 펴들고있을 시간이 있을라구.)

그가 측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광우는 허거픈 웃음이 나갔다.

지석영이 그 웃음을 동정의 뜻으로 알았던지 또 긴 한숨을 내쉬였다. 그러고나서 어떻게 왔느냐고 물었다.

김광우의 입에서 콤퓨터소리가 나오자 지석영은 잠시 난감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생각해보다가 우선우선한 미소를 지었다.

《어찌겠습니까. 교수에 며칠 지장이 되더라도 내놓아야지요.》

광우는 황황히 손을 내저었다.

《아니아니, 교수에 지장이 된다면 그만두시오. 그러면 안됩니다.》

《허허, 일없습니다. 며칠이면 되겠는데요. 위원회적으로 하는 중요한 사업인데 보장해야지요. 30대 더 냅시다.》

광우는 어리벙벙할 지경이였다. 최윤호의 말을 듣고 큰 희망을 못가지고 왔는데 비록 원만한 수자는 못되지만 어쨌든 일정한 대수는 확보된것이였다.

지석영이 조직사업을 하여 콤퓨터들을 시험장에 설치까지 해주겠다는 바람에 마음놓고 곧장 다른데로 발걸음을 옮기였다.

그가 시건설사업소에 들렸다나오는데 작업복차림으로 마주오던 나이 40줄의 로동자가 《안녕하십니까?》 하고 인사를 했다.

아들의 대학추천문제때문에 신소를 하여 문제가 복잡하게 제기되였던 사람이 아닌가.

광우는 얼굴에 반가운 표정을 떠올리였다. 왜서인지 광우는 그 사람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가지고있었다.

《어, 문형이 아버지군요? 이거 오래간만입니다.》

미안한 생각은 그다음에 뒤따랐다. 지금은 대학입학철이 아닌가. 대학추천을 못 받은 아들 생각을 할것이다.

《참, 그때 그 아들이 어떻게 되였습니까? 시원림사업소엔가 들어가있었지요? 그 엉뚱한 친구.》

절컥절컥 전정가위질을 하며 영어로 외국인과 말하던 애숭이의 모습을 눈앞에 떠올리며 광우는 느슨한 웃음을 지었다.

《군대에 나가려고 했는데 그 애가 원래 눈이 좋지 않아 안경을 끼지 않습니까. 금년에 대학추천을 받았습니다. 그것도 평양대학에를요. 그땐 정말… 제가…》

그는 얼굴이 환해가지고 그때 자기가 너무나 인사불성이였노라고 미안한 소리를 했다.

광우는 마음이 놓이였다.

《허허, 됐습니다. 거기서 잘못한것은 없지요. 아들이 희망대로 중앙대학추천을 받았다니 잘되였습니다.》

자기 일처럼 기뻐하는 김광우를 보며 그 사람은 장가간 새서방처럼 싱글싱글 웃었다.

《금년 대학입학시험은 중앙대학추천생들도 평양에 올라가지 않고 제고장에 앉아서 콤퓨터로 친다지요?》

《예.》

《저는 강습에 참가하지 못했는데 거기 참가했던 학부형들한테서 들었지요. 다들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시험장에 콤퓨터대수도 모자라고 다른 설비들도 채 들여놓지 못해 우에서 내려온분들이 그때문에 애를 먹는다던데 저희들 학부형들이 도울 일은 없을가요?》

《아니, 그런 소린 어디서 들었습니까?》 광우는 갑자기 속이 후더워지며 껄껄 소리내여 웃었다. 《그 마음만 해도 우리한테 힘이 됩니다. 하지만 문형이 아버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 일을 하자고 일군들이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물론 도에서 처음 하는 일인데 애로야 왜 없겠습니까. 애로야 있지요. 그래도 다 됩니다.》

그와 헤여져 숙소로 돌아오는 광우의 기분은 좋았다. 콤퓨터 몇대가 해결되여서만이 아니였다. 눈앞에는 그 푸수한 로동자의 얼굴이 자꾸만 떠올랐다. 사람들이 얼마나 좋은가! 우리 사람들이!

숙소로 돌아오니 텅 비여있었다. 점심때가 되였는데 시험장에 일보러 나간 사람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은 모양이였다.

사람들이 보지 않을 때 약을 먹으려고 안해가 꾸려준 약꾸레미를 헤쳐놓고있는데 출입문이 열리면서 정성금이와 김호성이 들어섰다.

정성금은 잔뜩 흐린 낯을 해가지고 무슨 말을 하려다가 부국장이 원탁우에 펴놓은 약꾸레미에 눈길이 갔다. 여러가지 약봉투들을 보자 대뜸 눈이 둥그래졌다.

《아니, 무슨 약이 그렇게 많습니까?》

《허허, 별게 아니요. 내가 출장을 간다니까 집사람이 공연히 이렇게 꾸려주질 않겠소. 무슨 큰 병이나 있는것처럼 말이지. 그런데 성금동무의 낯색이 왜 그렇소?》

정성금은 기연가미연가해서 아무일도 없는듯이 말하는 부국장의 안색을 살피다가 또 최윤호를 욕하기 시작했다.

《그런 패배주의자를 믿고 여기로 내려온게 잘못입니다. 없다는것뿐이지 뭐 하나라도 제대로 되여있는게 있습니까? 그런 사람이 어떻게 그자리에 붙어있는지 모르겠다니까요.》

수험생들이 도착하기 전에 시험장 꾸리는 일을 나가서 봐주라고 했더니 거기 나가서 또 화가 나는 일을 당한 모양이였다.

광우는 기분이 좋은지라 김호성이쪽에 대고 슬그머니 눈을 찌긋해보이며 말했다.

《그것 참 이상하지 않소. 성금동무는 최윤호동무라면 기를 쓰고 걸지 못해 야단이니 말이요.》

정성금이 새파래진 얼굴을 부국장에게 홱 돌리였다.

《말하지 않게 됐습니까?》

《왜? 무슨 일이 있었소?》

광우는 여전히 얼굴에 웃음을 실은채 물었다.

일은 최윤호가 콤퓨터원격시험준비를 제대로 해놓지 않아 평양에서 도와주러 내려온 김광우네들이 뛰여다니는것때문에 상급한테서 되게 말을 들은것으로 해서 시작되였다고 할수 있었다. 그것은 어제 저녁에 있은 일이였다. 부서사업정형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그의 상급은 도대체 어떻게 되여 우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시험장준비때문에 시안의 온 기관들을 찾아다니게 하는가? 그거야 처장동무가 해야 하는 일이고 제대로 되자면 시험장준비야 이미 다 되여있어야 하지 않는가, 우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우리 도 사람들을 두고 뭐라고 하겠는가! 자기 일에 대하여 그렇게도 책임성이 없는 일군이 어디에 필요한가고 엄하게 추궁했던것이였다. 《그렇게 책임성이 없는 일군이 어디에 필요한가?》하는 마지막말은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최윤호의 경우에는 일하는 과정에 일군들이 드문히 듣는 소리로 그저 스쳐지나도 되는 비판으로만 볼수 없었다. 그러지 않아도 이미 건설사업소의 세멘트문제로 해서 일을 잘해야겠다는 충고를 받았던것이였다.

최윤호는 자기가 어제 저녁 상급한테서 비판을 받은것은 전적으로 광우부국장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도안의 사정이 당장 콤퓨터시험에 들어갈 형편이 못되는데 광우부국장이 그걸 알면서도 1차대상에 넣었기때문에 지금처럼 난처한 처지에 빠졌다는것이였다.

그런 일이 있었다는것을 전혀 모르고 시험장에 나간 정성금은 도무지 리해가 되지 않아 될수록 목소리를 낮춰가며 한마디 했다.

《동문 정말 너무해요. 어쩌면 위원회에서 콤퓨터원격시험을 친다고 통지를 했겠는데 이렇게밖에 해놓을수 없어요?》

다른 감정을 섞지 않고 조용히 한 말인데 뜻밖에도 최윤호는 울컥 화를 냈다.

《뭐가 어쨌다는겁니까?》

정성금은 언제 살갑게 굴었던가싶게 갑자기 푸르딩딩해진 그를 의아해서 돌아보았다. 뭔가 속에 쌓여있는 감정을 쏟아놓은것이 분명했다.

정성금은 자중하려던 자기를 하마트면 잊어버릴번 했다. 그는 감정을 눅잦히려고 애쓰며 말했다.

《생각해보세요. 시험방법을 혁신한다는것이 어디 간단한 일이예요? 하지만 우리 교육의 질을 발전하는 시대의 요구에 따라세우고 국가가 목표로 내건 인재강국을 건설하기 위해 꼭 해야 하는 일이예요. 이 일이 그렇게 중요한 사업이지만 몇몇 사람들이 애를 쓴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지 않나요. 나라의 교육사업을 책임진 우리모두가 여기에 뼈심을 들여야 빛을 볼수 있는거예요. 그걸 동무가 모를 사람이 아니지요.

그런데 동문 참… 이거야 위원회에서 하는 일이니 마지못해 나서는것이지 다른거예요? 동문 정말 콤퓨터시험이라는걸 믿지 못해서 그런거예요? 아니면 뭐예요? 동무를 비판하자고 해서 그러는게 아니니 솔직히 말해봐요.》

최윤호는 처음에 화를 냈던 자기를 뉘우치는 모양 얼굴이 뻘개서 무안한 표정을 짓고있다가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해보라니 말하지요. 도안의 형편이 당장 콤퓨터원격시험에 들어갈 처지가 못된다는거야 도에 앉아있는 이 최윤호가 더 잘 알지 우에서 잘 알겠습니까? 그래 고려해달라는 의미에서 처음 실정료해를 내려온 담당책임부원동무한테 여기 형편이 어렵다는걸 다 말해주었습니다. 그런데도 1차로 우리 도를 잡아넣었단 말입니다. 그거야 이 최윤호를 골탕먹이자는것이지 다른것입니까? 우에 앉아있는 일군들이야 하라고 해놓고 일이 안되였으면 혁명성이 없소, 책임성이 없소, 패배주의요 하고 비판하기는 좋지요. 》

최윤호는 그전에 있은 신소건으로 하여 복잡한 일이 있었던것이며 전번 대학추천사업때 건설사업소 지배인의 아들문제를 제기했다가 전학선부상보다도 광우부국장한테 얼굴뜨거운 일을 당해야 했던 그 일에 대해서 말했다.

《인정이 있어서 인간이 아니겠습니까. 원칙은 뭐 저만 있다는건가요? 어쩌면 아버지의 옛 전우인 로병동지까지 저를 믿고 찾아갔는데 권한을 쥔 사람이 그만한 부탁도 못 들어준단 말입니까?》하고 최윤호는 말했다.

정성금은 자기의 인생지론에 대하여 확신하는 그를 새삼스럽게 바라보다가 《동문 역시… 이젠 알겠어요.》하고 질시의 말을 던졌다. 그의 말에는 아리숭한것이 있었다.

최윤호가 그것을 느끼고 서슬이 돋친 눈으로 상대방을 쳐다보았다.

《무엇을 알겠다는겁니까?》

《량심이 깨끗치 못하면 인간자체가 어떻게 되는가를 말이예요. 동문 오련희동무의 운명을 어떻게 만들어놓았어요? 동문 자기가 먼저 련희를 배반한것이 아니라고 변명하겠지요? 하지만 순결한 마음을 욕되게 한 죄는 한생 속죄를 해도 벗지 못할거예요! 그리고 동무한테 더 말해줄것이 있어요. 동문 광우부국장을 알면 얼마나 알아요? 부국장동지가 최전연에서 군사복무를 할 때 심한 동상을 입은 후과로 수술을 하고 겨우 살아날수 있었고 그 몸으로 여기 내려오다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 동무는 알기나 하고 그렇게 말해요? 부국장동지가 여기 도착해서 왜 동무한테 더운 방 소리를 한줄 알아요?》

최윤호는 의아해서 정성금을 바라보았다.

정성금은 《됐어요.》 하고 신경질적으로 내뱉았다. 여기로 내려오다가 있었던 일을 말하지 말라고 광우부국장이 일부러 강조하던 말을 생각한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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