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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 회


제 1 편


26


그날 시험문제의 수준을 높이는 문제를 놓고 전학선부상과 광우부국장사이에 오간 말이 시험연구조성원들에게 알려져 불만을 야기시켰다.

아침 첫 시간에 작업시작을 앞두고 모여앉았는데 《안테나》가 높다는 김승호가 어디서 들었는지 그런 일이 있었다누만 하는 식으로 한마디를 하여 자연히 화제거리가 되였다.

《부상동지의 견해가 그렇단 말이야? 위원장동진 혁신하래, 부상동진 수준이 너무 높대,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거야?》 최광남이 라영국이쪽에 눈길을 던졌다.《영국선생은 어떻게 생각해?》

라영국의 애인이 부상의 딸이라고 해서 껴들이는것이였다.

그렇다고 해서 라영국이 사람들앞에서 내놓고 부상을 두둔할수도 없는것이였다. 그러면 일이 얼마나 우습게 되겠는가.

《어떻게 생각하기는 어떻게 생각해요? 광남선생의 그 견해부터가 틀렸습니다.》 라영국이 공연히 자기를 거든다는 식으로 투덜거리였다.

《라영국이, 이 최광남의 견해가 어쨌다는거야?》

《누가 뭐라고 한마디 했다고 해서 바람에 갈대 흔들리듯 하면 그것도 신념이 없는거란 말입니다. 그렇지 않아요? 영심선생.》

했건만 우영심은 누구의 편에도 서지 않고 새물새물 웃기만 했다. 대신 김승호가 시물거리며 끼여들었다.

《이보라구, 라영국동무. 가시아버지 될분을 그렇게 빗대놓고 비난해서 일없겠나?》

라영국은 여기서 좀 희떠워졌다.

《사실이 그렇지 않습니까. 시험문제의 수준을 높이는거야 현실적요구로 제기되는것인데… 지금이 어느때입니까? 수준이 너무 높다고 하는 사람들은 지난 세기에 머물러있자는것인데 그러면 발전을 못하지요 뭐.》

며칠후에 라영국은 애인처녀를 만나 그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그것은 엉큼한 라영국이 어느 정도 윤색한것이였다.

라영국이 자기는 부상동지를 비난하는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시험연구조에서 시험문제자료기지를 개선하는 문제가 화제에 오르면서 부상동지에 대하여 모두들 매우 서운한 소리들을 했다는것, 그것은 부상동지가 콤퓨터원격시험의 수준을 너무 높이 정했다고 의견이 있어하기때문이라는것, 그래서 부상동지에 대하여 어떤 선생들은 시험의 수준에 대한 부상동지의 견해가 그렇다면 전세기에 머물러있자는것인가? 발전은 어느 세월에 하자는것인가? 라고 말했으며 지어 어떤 선생은 그 부상동지가 애당초 콤퓨터에 의한 대학입학원격시험에 대하여 내놓고 반대도 하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해서 적극 발벗고 나서려는것도 아닌것 같은데 지금 그런 사람들이 문제라고 해서 모두들 부상동지에 대하여 실망하더라고 했다.

라영국은 그러면서 자기는 그 자리에 앉아 듣기가 민망스러웠으며 부상동지가 그런 말을 듣는것이 매우 가슴아팠노라고 했다.

그날 저녁, 전학선이 퇴근하여 저녁식사를 하고 자기 방에 들어와 담배 한대를 태우고있는데 딸 영랑이 《아버지, 나 좀 말씀드릴게 있어요.》 하면서 들어왔다.

딸이 그렇게 나올 때엔 그저 범상한 말을 하자는것이 아니다.

《왜 또 그러니? 또 무슨 일이 있니? 여기 와앉으려무나.》 딸의 얼굴색을 뜯어보며 전학선이 물었다.

딸은 아버지옆의 쏘파에 와앉아 잠시 말을 고루는듯 침묵해있더니 드디여 《음-》 하며 힐난의 눈길로 아버지를 보았다.

그 모양이 귀엽기만 해서 전학선은 껄껄거리였다.

《아버진 뭐예요?!》

《왜 그러니? 말을 해야 알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아야 할 아버지가 오히려 자꾸 비난을 받으니까 그러지요 뭐.》

전학선은 도무지 까닭을 알수 없어 딸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리기만 했다.

《아버진 왜 새것을 지지할줄 모르세요?》

《넌 이 아버지가 시대에 뒤떨어진 보수분자라는 말을 또 하자는거냐?》

《아버진 왜 콤퓨터원격시험을 부득부득 반대해요? 나라의 교육을 발전시키자면 시험체계두 종전하구 달라져야 하지 않나요. 지금은 21세기가 아니예요. 모든걸 새롭게 혁신하는 시대란 말이예요. 더우기 나라에선 전민과학기술인재화를 실현하자고 하는 때인데 그러자면 교육부문에서부터 진보가 이루어져야지요. 콤퓨터시험도 그래요. 교원들의 교수방법과 중등교육단계에 있는 학생들의 학습방법을 혁신하자면 꼭 필요한게 아니겠어요.》

《허허.》

《왜 웃으세요? 아버지.》

《우리 따님이 그새 상당히 개명했는걸.》

《아니, 아버진 이 딸이 대학졸업생이라는걸 잊으신게 아니예요?》

《교수방법이요, 중등교육단계요 하는 말까지 하니 말이다. 너의 그 굉장한 수재총각이 네 귀에 또 무슨 말을 불어넣은 모양이로구나.》

《어마! 굉장한 수재라는건 무슨 말씀이야요? 제가 언제 그렇게 말했다구 그래요?》

《광우부국장 그 사람이 그러더구나. 세상에 그 총각보다 더 똑똑한 수재총각은 없는것처럼 말하더라.》

《어마나- 그 부국장동지가 왜 그랬을가?》

《내야 알겠니. 아마 청춘들의 사랑을 지켜주려고 그랬겠지. 그쯤 리해하려무나. 하지만 얘야, 이 아버지가 콤퓨터원격시험을 반대한다는건 모르고 하는 소리다. 내가 반대는 무슨 반대를 하겠니? 그게 교육의 진보를 위해서 필요한 일인데야.》

딸의 커다란 눈에 의혹이 비끼였다.

《그럼 아버지가 콤퓨터원격시험을 도입하는데 적극적이지 못하다는건 무슨 소리예요? 그건 아버지가 믿지 못한다는 소리가 아니야요?》

《믿지 못한다? 그저 하는 소리가 그거로구나. 얘, 아버진 그 사람들의 일을 믿지 못해서 그러는게 아니다. 하지만 생활이란 빵을 한형타에 넣고 구워내듯이 그렇게 단순한것이 아니다. 너한테 어떻게 다 말해주겠니? 그러니 이 아버지한테 함부로 보수주의자감투를 씌우지 말아! 알겠니?》 전학선은 웃으며 딸의 말큰한 볼을 손가락으로 꼭 찔렀다.

아버지가 자기를 어린애취급하는것만 같아 딸은 바짝 약이 올랐다. 그러면서도 어쩌는수 없어 말이 궁해지자 또 입을 비쭉 내밀며 《흠-》 하는 소리를 내질렀다.

《지식이 많다고 해서 다 시대에 따라서는건 아니예요.》

변명할 말을 고르던 딸은 끝내 그 한마디를 흘리며 방에서 나가버렸다.

딸은 인생체험이 아니라 어느 책에서 본 소리를 한게 분명하지만 전학선은 생각이 깊어졌다.

귀전에는 언젠가 광우부국장이 《부상동지가 콤퓨터시험을 믿지 못해서 그러는게 아니라는것을 압니다. 그러면서도 앞에 나서기 두려워 한다면 그거야말로 패배주의입니다!》 하던 말이 다시금 귀전을 왕왕 울리였다.

전학선부상이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고 해서 그들을 리해시킨것은 아니요.》라고 한것은 결코 주관적인 견해를 말한것이 아니였다.

위원회당비서로부터 콤퓨터에 의한 대학입학원격시험에 관심을 돌려야 한다는 충고비슷한 말을 들은 후 나라의 중등교육발전에 관계하는 부상으로 자기 사업을 놓고 생각이 많았던 전학선은 마침 평양시안의 여러 대학 일군들이 모인 협의회에 참가한 기회에 이미전부터 면식이 있는 몇몇 일군들을 일부러 만나 콤퓨터시험에 대한 그 사람들의 견해를 들어보았다.

부상은 개별적인 일군들을 따로따로 만나면서 그들에게 꼭같은 질문을 제기했다.

부상의 질문: 전국적인 대학입학시험을 콤퓨터에 의한 원격시험으로 진행하자고 하는데 거기서는 어떻게 생각하오?

대답은 각이했다.


ㄱ대학일군: 전번에 그 문제를 가지고 부국장동무와 이야기가 있었는데요. 새것을 지향하는 면에서 발전적이라고 볼수 있지요.

새것을 지향해야 합니다. 지금은 새 세기이고 정보산업시대가 아닙니까. 세계를 앞서나가려면 나라를 진보에로 이끌어가는데서 중요한 몫을 맡은 우리 자신들부터가 부단히 창조적인 사색을 해야 하며 새것을 창조해야 하지요. 이거 제가… 허허, 어쨌든 새 시험방법이 성공하면 서지시험이 안고있는 일부 부족점이 극복되리라는건 명백합니다.

그래서 우의 일군들이 새 시험방법을 시도하는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콤퓨터로 수험생들의 실력을 서지시험만큼 정확하게 판정할수 있겠는지? 채점이 정확해야 합니다. 그러지 못하면 새 방법이 의의가 없게 됩니다. 교육은 나라의 존망과 관련되는것이 아닙니까. 미안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콤퓨터시험에 대하여 좀더 생각을 해봐야 하겠습니다.


생각을 더 해봐야겠다는것은 새 시험방법을 아직은 믿지 못하겠다는것이였다.


ㄴ대학일군: 허허, 우리를 리해시켜주십시오. 이렇게 말한다고 욕하지 마십시오. 그 방법이 실현가능하고 나라의 교육발전을 위해 유익하다는게 확실하면 누가 손들어 찬성하지 않겠습니까?

자기는 믿지 못하면서 기치를 든 사람들한테서 낡은것을 고집한다는 말을 들을가봐 무작정 나도 좋수다 하면 안되지요. 그러니 우리를 리해시켜주십시오.


역시 아직은 믿지 못하겠다는 대답이다. 그러면서도 량심적인 대답이다.



ㄷ대학일군: 새로운것이 태여날 때면 흔히 낡고 보수적인것이 나타나 진보의 걸음을 막아나서지요. 생활을 반영한다는 작가들이 쓴 소설이나 영화를 보아도 그렇지 않습니까. 긍정인물이 있는가 하면 부정인물도 있지요.

콤퓨터에 의한 새로운 시험방법문제가 제기되면서 생각을 좀 해보았습니다. 내가 바로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그런 부정인물이 아닌가하고 말입니다.

나라의 교육이 발전하여 과학과 기술의 시대에 따라서자면 시험제도도 응당 혁신해야 합니다. 더우기 콤퓨터에 의한 시험이라고 하면 기대되는바가 큽니다. 그래서 관심을 가지게 되고 생각을 많이 해보게 된단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적어도 수천명의 대학생들을 맡아 나라의 미래를 떠메고나갈 과학인재로 키워야 할 대학일군인 나는 이 문제를 놓고 책임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 하고 말입니다.

물론 콤퓨터시험제도를 발기한 위원회안의 일군들은 대학일군이 아니기때문에 책임적인 사고를 할수 없다는 소리가 아닙니다. 어쨌든… 아니, 저로서는 그 문제에 대하여 아직은 똑똑한 견해를 세울수 없습니다.

다만 콤퓨터에 의한 새로운 시험방법이 나라의 교육발전을 추동하는 실질적으로 은을 낼수 있는 방법으로 완성되기를 바랄뿐입니다.


조심스러운 론리이고 까다로운 론리이지만 시비할것은 하나도 없다. 전학선은 그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오면서 김광우부국장이 의분에 차서 하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자기 전학선을 패배주의자로 몰아붙이면서 하던 신랄한 비판이였다.

그때 김광우는 학계의 권위와 명예도 가지고있는 사람들, 자기 식의 론리가 땅땅 굳은 사람들을 설득시키기 힘들뿐더러 서뿔리 나섰다가 자기가 손해를 볼수 있다는 생각만 하면서 관조적인 립장에 선다면 우리가 어떻게 남들보다 앞서나가겠는가고 했다. 그 말은 옳다. 하지만…

전학선은 《우리를 리해시켜주십시오.》하던 어느 대학일군의 말을 생각했다. 단순히 론리적인 사유를 하는데 습관된데서 나온 말이라고만 볼수 없는것이였다. 그 한마디 말속에는 누구보다 지식이 많고 땅땅 굳은 리론을 겸비하고있으면서 학계에서 그 관록을 무시할수 없는 일부 사람들한테서 흔히 찾아보게 되는 완고한 그 무엇이 있는것이라고 전학선은 생각했다.

전학선의 견해에 의하면 그것은 사람들의 머리속에 굳어져있는, 자기들이 한생 축적해온 경험과 지식을 거의 절대적으로 믿는데서부터 새로운것이 나오면 주저하면서 선듯 지지하지 못하는 그것이였다.

(전학선이 네가 그 사람들을 지도하는 위치에 있다고 하지만 과연 그들을 설복하여 새로운 시험제도의 적극적인 지지자로 만들수 있단 말인가?)

아니, 자신이 없었다. 그 사람들의 굳어진 인식을 어떻게 깬단 말인가? 그것을 깨려다가는 오히려 그 사람들의 미움깨나 사기십상이다. 그렇게 되는 경우 학계와 련관이 없지 않다고 할수 있는 이 전학선이 좋은 일을 하려다가 성사는 못하고 저 하나만 손해를 볼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도 교육부문에서 오래 일해온 이 전학선이도 자신없는 일인데 광우부국장이 어떻게 그 사람들을 리해시킨단 말인가?

전학선은 그때 《물론 부상동무가 그 사업이 다른 부서에서 하는 일이라고 외면하지야 않겠지요.》하던 위원회당비서의 말을 생각했다. 당비서의 그 말도 결국 이 전학선을 《패배주의자》라고 하던 광우부국장의 비판과 같은 의미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나는 지금 학계의 관록있는 일부 일군들의 굳어진 인식을 깨는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고있지 않는가. 전학선은 그것을 스스로 깨닫자 가슴이 선뜩해왔다.

광우 그 사람의 말이 옳다. 사회의 진보를 위해 나서야 한다는것을 알면서도 나서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인식이 부족한 사람들의 패배주의에 비할바없이 우리 혁명에 엄청난 손해를 주는 행위가 아니겠는가. 전학선은 생각이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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