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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5 회


제 1 편


25


김광우의 방에 전학선부상이 일부러 들리였다.

사업상 직접 련관되는것이 없어 같은 층에 있으면서도 어쩌다 한번씩 만나보는 두사람이였다.

《부국장동무, 원격시험을 준비하면서 대학입학시험문제의 수준을 높인다는게 무슨 소리요?》

방에 들어와 앉자마자 부상이 묻는 말이였다.

김광우는 히죽이 웃었다.

《아니, 부상동지가 그건 어떻게 아십니까? 콤퓨터원격시험엔 낯을 돌리지 않을것 같더니요.》

《동문 꼭 우리 딸년이 말하듯 하누만. 이 전학선이 마치 콤퓨터시험을 반대라도 하는것 같이 말이요.》

김광우는 속에서 반가운 웃음이 끓어올랐으나 내색하지 않고 일부러 놀라는체 했다.

《아니, 따님이 콤퓨터시험을 놓고 뭐라고 했단 말입니까? 부상동지, 그렇다면 그건 정말 놀라운 일인데요. 호텔료리사까지도 우리 일에 관심이 있다니 말입니다.》

전학선이 그러는 부국장의 얼굴을 미심쩍은 눈길로 유심히 바라보았다.

《모르겠소. 우리 딸년이 부국장동무처럼 말하는것인지 부국장이 우리 딸년처럼 말하는것인지 모르겠단 말이요. 어쨌든간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그년이 제 총각하고 일요일 하루낮을 보내고나서 돌아와서는 뭐라고 그랬는지 아오?》

그것은 벌써 열흘전의 일이였다.

한동안 집에 얼씬하지 않던 딸 영랑이 오래간만에 들려서는 저녁식사후에 아주 중요한 말을 할게 있다면서 아버지방에 뛰여들었다.

서정적인 음악을 틀어놓고 사색에 잠겨있던 전학선이 음량을 적당히 낮추어놓고나서 무슨 말인가 하려고 하면서도 바재이는 딸의 거동을 주시했다. 한동안 어찌된 일인지 무슨 고민에 빠진듯 집에 들어와서도 묻는 말에나 마지못해 대답하던 딸에게서 요즘은 분명 이상한 변화가 왔다.

그것이 사랑하는 련인과 관련된다는것을 전학선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수 있었다.

그자신도 젊었을적에는 지금의 안해와 련애를 하면서 흔히 《사랑의 곡절》이라고 말하는 그런 쓰고단 체험을 했던것이였다. 하긴 젊었을적에야 누군들 그러루한 체험을 못해봤으랴.

딸애의 고운 얼굴에는 요즘 희열과 랑만과 공상 그리고 부끄러움의 발그레한 색조가 피여나고 웃음이 많아졌다.

딸애는 제 어머니와 얼마전까지는 한동안 심란해서 무슨 말인가를 속삭이군 했다. 요즘에 와서 두 녀자가 세대주이며 집안의 유일한 남성인 자기를 제껴놓고 이따금씩 목소리를 낮추어가며 소곤거리군 하는것은 여전하였지만 그 뒤끝에 딸애의 부끄러움에 찬 조심스러운 웃음소리를 들을수 있는것이 얼마전과 다른것이였다.

전학선은 딸애의 그 감정을 소중히 여기여 아는척 하지 않았다.

전학선은 너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넌지시 물었다.

《요즘 네 일이 잘되니?》

딸은 조금 의아해서 아버지를 물끄러미 건너다보았다.

《무슨 말씀이세요? 아버지, 호텔료리사의 일이라는거야 그렇지요뭐. 특별히 잘되고 못되고 할게 뭐 있겠어요? 자기 의무대로 하면 되는걸.》

전학선은 어이없고 또 재미도 있어 껄껄 소리내여 웃었다. 그리고는 딸애의 천진한 웃음이 비낀 눈을 들여다보았다.

《호텔료리사라… 그래… 의무란 말이지… 의무에 충실해야지. 누구나 의무에 충실할 때 사회가 발전하는것이지.… 의무라…》

그제서야 령리한 딸은 아버지가 결코 료리사의 일에 대하여 물은것이 아니라는것을 깨닫고 얼굴이 익은 사과알처럼 빨개졌다.

《아버지!》

《그래, 너의 친구와는 관계가 좋아졌니?》

《좋지 않아요.》

전학선은 의아해졌다.

《어, 좋지 않다니? 그럼 너의 얼굴에 씌여있는건 뭐냐?》

《저의 얼굴에 뭐가 씌여있다는거예요?》

《노상 어려있는 그 웃음 말이다. 그건 사과가 다 익었다는거다. 그래 잔치를 언제 하자니?》

딸은 그 말에 입을 귀엽게 비쭉했다.

《음- 됐어요, 아버지. 이 딸은 오늘 아버지한테 정말 신중히 말씀을 드릴게 있어요.》

전학선은 《그래.》 하며 딸의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말하렴.》

《아버지, 아무리 진보적인것이라도 그것이 처음 태여날적엔 그걸 반대하는 보수주의자들이 있기마련이야요. 아버진 그런 방해분자가 되여서는 안돼요. 왜냐하면 그런 보수주의자들이 처음에는 득세할수 있지만 종당에 가서는 진리앞에서 밀려나 지탄의 대상이 되기때문이야요. 웃지 마시라요. 이건 력사의 필연이예요. 웃지 마시라는데두요.》

《력사의 필연이라… 어마어마한걸. 너는 결국 무얼 말하자는거냐?》

《난 아버지가 진리의 편에 섰으면 좋겠어요. 말하자면 콤퓨터로 진행하는 원격시험에 대한 견해를 바로가지셨으면 하는거예요. 아버지가 아닌 다른 어떤 높은 일군이나 사회의 진보를 이룩하는데서 무거운 책임을 지니고있는 지식인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예요. 새로운 시험제도가 필요하다는것을 인정하면서도 어떤 원인으로 해서 나서기 주저한다면 그건 더 큰 죄악이라고 할수 있어요. 아버진 새것을 지향하는 사람들을 리해만 하는데 그칠것이 아니라 그들을 도와나서야 해요. 우리 식의 원격시험체계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미지의 길을 개척하고있지만 진리는 그 사람들편에 있어요. 그건 나라의 교육을 진보에로 이끌어가는 기관차나 같으니까요.》

《진보에로 이끌어가는 기관차라… 그건 너의 그 총각의 말이냐?》

《아버지! 이 딸은 지금 신중히 말씀드리는건데… 됐어요!》

딸은 정말 약이 올라 새파래서 부르짖었다.…

전학선은 그 이야기를 하며 김광우의 얼굴표정을 슬그머니 살피였다.

《우리 딸년이 요즘 동무네 일에 별로 극성이란 말이요. 그건 총각보다도 광우부국장의 입김이 작용해서가 아니요?》 부상이 말끝에 하는 말이였다.

광우는 흡족하여 싱글싱글 웃었다.

《부상동지두! 뭘 그렇겠습니까.》

《우리 딸년을 내세워서 이 전학선을 자기 렬차에 태우자고 그러는것 같단 말이요.》

(그러니 우리 렬차에 새 손님이 한명 늘어난셈이군.) 하는 생각이 김광우의 머리속에 은연중 떠올랐다.

《딸이 참 똑똑한데요. 기관차에 비유했단 말이지요. 그건 아주 옳은 말이지요. 그러니 부상동지도 더 늦기 전에 우리 렬차에 오르십시오.》

전학선은 손을 홰홰 내저었다.

《내 그래서 부국장이 엉큼한 수단군이 아닌지 모르겠다는거요.》

《제가 수단군은 무슨 수단군이겠습니까. 딸이 똑똑해서 그러는것인데요. 부상동지도 아시는가본데 그 따님이 우리 시험연구조의 수재총각까지 가로챈것을 보면 눈이 여간 바로 배긴게 아닌것 같습니다.》

《됐소, 그 소린 그만하기요. 딸은 딸이구… 한데 그 시험연구조에서 말이요, 시험문제의 수준을 높이라는 요구가 갑자기 제기되여 다 만들어놓은 문제자료기지와 프로그람들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하고 갱신한다는데 도대체 무슨 소리요? 우리 딸이 그러더군. 아마 좋아하는 총각한테서 들은 모양이요.》

《그건 사실입니다. 우리가 시험방법을 개선하여 콤퓨터에 의한 원격시험에로 넘어가자는것이 공정성일면만을 추구해서가 아니지 않습니까.》

전학선은 머리를 기웃거리였다.

《모르겠소. 글쎄, 동무네도 무슨 생각이 있겠지. 하지만 시험문제의 수준을 높이는 문제는 신중해야 할거요. 잘못하면 편향이 제기될수 있소. 그러지 않아도 서지시험에 비해서 시험문제수가 많고 문제풀이방식도 달라지는데다가 난도까지 높여보오. 나라의 전반적인 대학입학시험성적이 떨어지면 어떤 결과가 이루어지겠는가 생각해보란 말이요. 수험생들속에서 혼란이 일어나겠지만 그건 큰 문제가 아니요. 점수가 떨어지면 다같이 떨어질테니까 그 점수를 가지고 등수를 매기면 되겠지. 문제는 나라의 대외적권위요. 우리가 세상에 대고 가장 우월한 교육제도를 마련해놓았다고 하면서 대학입학시험성적이 전반적으로 낮아지면 우리의 교육수준을 놓고 남들이 뭐라고 하겠소. 그래도 문제의 수준을 높여야 하겠소?》

《높여야 합니다.》

《주관을 범하는게 아니요?》

광우는 고집스레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물론 대학입학시험점수가 전반적으로 낮아지는 문제가 나라의 대외적권위와도 관계된다는 말씀은 옳습니다. 그러니 부상동지야 나라의 대외적권위가 훼손되여서는 안된다는 좋은 생각에서 그렇게 말씀하시겠지요. 하지만 부상동지의 견해가 전적으로 옳은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부상의 창백해보이는 기름한 얼굴에는 약간 불쾌해하는 기색이 나타났다.

《말해보오.》

《인재강국을 지향하는 국가의 목표와 발전하는 현실에 따라서자고해서 새로운 시험방법도 필요한것이 아니겠습니까. 당에서 구상하는대로 전민과학기술인재화를 실현하자면 중등교육단계에 있는 학생들의 공부에 대한 관점을 바로 세워주는것과 함께 현재 중등교육부문 교원들의 교수방법에서 근본적인 전환이 일어나야 합니다. 부상동지도 언젠가 그렇게 말씀하지 않았습니까.》

전환이 일어나야 한다. 나라가 더 강해지자면 진보의 첨단에 서야 할 일군들, 지식인들부터가 침체에서 벗어나 혁신적인 사고를 하는것이 중요하다.

우리 교육부문도 같다. 교단을 지켜선 교원들 스스로가 자신들에한 요구성을 높이는것과 함께 교수방법을 발전하는 시대에 따라세우기 위한 부단한 연구를 하고 또 새로운 지식정보를 받아들여 지식의 로화에서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이것은 누구도 외면할수 없는 시대의 요구이다. 그러자면 시험문제부터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부상은 주의깊게 듣고나서 고개를 끄덕이였다. 그러면서도 얼굴에선 여전히 불만의 기색이 사라지지 않았다.

《리치적으로는 옳소. 그런데…》

《…》

부상이 무슨 말인가 하려고 할 때 문기척소리가 나고 이어 라영국이 들어왔다.

그 바람에 어느 정도 심각하게 번져가려던 두사람의 대화가 끊어졌다. 둘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들어 라영국을 바라보았다.

젊은이는 부국장방에 주인과 함께 있는 사람이 부상인줄을 알고 바빠하는 기색이 되여 다시 나가야 하지 않을가 하고 망설이는 눈치였다.

《어떻게 왔소?》 하고 부국장이 물어서야 자세를 바로하며 집에 일이 있어 하루 내려갔다와야겠다고 했다.

광우는 밝은 낯색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그런거야 조장동무한테 승인받으면 되겠는데 무얼. 하여간 일이 있다니 내려갔다오오. 여기 일이 바쁜 생각만 하면서 너무 서둘러 올라오느라고 그러지 말고. 알겠소?》

광우는 《알겠소?》할 때 의미있는 웃음까지 지어보이였다. 《호텔에 있는 처녀도 만나보라구.》 하는 의미였다.

라영국이 방에서 나가자 광우는 방금전에 부상과 대화하며 열을 내던 사람같지 않게 라영국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다.

《똑똑한 젊은이입니다. 머리는 수재이고 그만큼 실력이 있는것은 물론입니다. 시험연구조에서도 저 친구가 크게 한몫 하니까요. 앞으로 발전이 촉망됩니다. 저런 젊은이들이 크게 성공합니다. 품성은 또 얼마나 돼먹었다구요.》

부국장의 말을 들으면 라영국이 사내로서 갖추어야 할 장점은 다 가지고있는듯이 생각될 지경이였다.

부상은 흠흠하고 코소리를 내며 덤덤해서 듣고있다가 총각을 별치 않게 본다는듯 일부러 찌뿌둥해서 말했다.

《그러니 저 젊은 친구가 내 사위감이라는거겠소? 키가 좀 작아. 그리고 사내라는게 담이 그렇게 작아가지고 무슨 큰일을 치겠소? 이 부상의 사위가 되겠다는 녀석이 내가 여기 앉아있는걸 봤으면 제가 누구외다 하고 먼저 인사를 해야지. 음음, 안되겠소.》 부상은 고개를 홱홱 저었다.

부상이 라영국을 찌글써하게 보는것 같아 김광우는 자기도 모르게 조바심이 났다.

《원, 부상동지두! 총각이 아직 가시아버지가 될분한테 정식으로 자기소개도 하지 않은 상태인데 어떻게 그런 인사를 한단 말입니까. 오히려 똑똑한 처사라고 봐야지요. 그리고 키가 꼭 전주대처럼 커야만 하겠습니까. 그렇다고 뭐 그 친구 키가 그닥 작은편도 아닌걸요. 오히려 보기 좋은 키지요.》

《부국장의 눈엔 별게 다 장점이군. 흠, 난 모르겠소.》

《부상동지의 호텔에 다닌다는 그 딸도 시집갈 때가 된것 같은데 절대로 다른데 가서 사위감을 고르느라 그러지 마십시오. 저 친구를 놓치면 안됩니다.》

김광우는 마지막말을 반복했는데 그것만은 좀 지나친 모험일수 있었다.

부상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방금 시험문제수준을 놓고 나누던 대화와는 다른 말을 했다.

《먼저 사람들을 납득시키오. 일군들을 말이요. 부국장동무가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고 해서 그들을 다 리해시킨것은 아니요.》

부상은 방에서 나갔다. 그의 마지막말이 귀전에서 사라질줄 몰랐다. 사람들을… 배운 사람들을 납득시킨다는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말인가? 내가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고 하지만 그 사람들을 다 리해시킨것이 아니라는 말은 도대체 무슨 뜻에서 한 말인가? 그런데 부상이 시험문제의 수준을 높이는 문제와 관련해서 무슨 말을 더 하자고 그랬을가?

광우는 왜서인지 거기에 더 신경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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