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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1 회


제 1 편


21


김광우는 시험연구조로 건너왔던김에 량원일을 만났다.

《량동무, 시험정보과가 정식 나오는것과 관련해서 동무들속에서 다른 일은 없소?》

광우는 별다른 기색을 보이지 않으면서 물은것이지만 생각은 많았다. 한것은 김호성조장에게서 과장으로 떨어지는것과 관련해서 좋지 않은 말을 들었기때문이였다.

조성원들가운데서 조용한 축으로 알려져있으며 사람이 원만한 량원일은 부국장이 새삼스럽게 묻는 리유를 대체로 짐작하는듯 신중한 표정이 되여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일부 동무들속에서 그런 말들을 하고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확고히 나가겠다고 하는것도 아닙니다. 좀 사정이 있는 동무들은 있습니다. 례하면 우영심동무 경우인데 그 동무자신은 남편과 아이를 두고 올라와있는 가정부인이지만 함께 일해온 동무들과 떨어지는것이 미안해서 그러는지 아직 강좌로 돌아가겠다는 말은 하지 않고있습니다. 우리 보건대 그 동무의 남편은 안해가 장기간 집을 나가 사는것을 바라지 않는것 같습니다.》

《허허, 그러니 우영심선생이 강좌에 떨어져야 그 사람들의 문제가 원만히 풀리겠구만.》

《사실 그 동무가 연구심도 있고 창조물에 자기의 넋을 심으려 하는데서는 따라배울만 한 동무입니다. 그때문에 속도가 떠서 말을 좀 듣지만…》속이 깊은 량원일은 우영심을 몰아대는 호성조장에 대한 의견이 있으면서도 그것은 말하지 않았다.

부국장은 고개를 끄덕이였다.

《량동무의 말이 옳소. 창조물은 결코 기술 하나만으로 이루어지는게 아니지. 거기에 자기의 넋을 심을 때 나라의 진보에 이바지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창조물이 될수 있소. 그 넋이란게 뭐겠소? 나라를 받들겠다는 마음이고 사랑이 아니겠소. 그 어떤 타산도 없는 순결하고 열렬한 사랑. 라영국이는 어떻소?》

《좋은 친구입니다. 우리 조의 막내이지만 실력이 있고 일에 달라붙으면 일자리를 내고서야 물러나는 이악한 동무입니다. 그 동무의 아버지가 한생을 화학공장에서 일해오는 성실한 로동자인데 그 아버지가 아들한테 사람은 사회에 보탬을 주는 필요한 인간이 돼야 한다는 좋은 말을 해주는것 같습니다. 애인과의 관계에서 처녀의 아버지견해가 시원치 않아 좀 문제가 있는 모양인데… 제가 알기에는 그렇다고 처녀도 갈라지려는것 같지는 않습니다.》

량원일이 전학선부상에 대한 의견이 있으면서도 일군들에 대한 문제여서 일부러 피하는것이 분명했다.

《량동무, 나는 동무문제에 대해서는 더 견해를 묻지 않겠소. 재능있는 프로그람전문가인 동무는 다른데로 옮겨가면 더 발전할수 있을거요.》

그것은 사실이였다. 량원일이 대학응용수학연구실에 있으면서 전국알아맞추기경연을 위해 내놓았던 프로그람이 우수한것으로 인정되면서 그는 그 분야의 전문가들속에 유능한 프로그람전문가로 알려진것이였다.

《하지만》하고 김광우는 말했다. 《량동무는 지금껏 아무런 내색도 없이 일해오고있지 않소. 시험정보과가 나온 다음에도 기둥이 되여주오. 나라의 진보에 밑거름이 된다는것이 무엇이겠소? 그건 자식이 자기를 낳아주고 키워주고 내세워준 어머니앞에 성실하다는것이 아니겠소.》

김광우는 그곳을 나서면서 새삼스럽게 자신에 대해서 생각했다.

어깨가 무거웠다. 지금까지 일 하나만 생각하고 시험연구조의 매 사람들에 대하여 너무나도 무관심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 사람들 한사람한사람은 나라가 아끼는 재사들이다. 그 사람들은 모두 앞길이 구만리같은 젊은이들이며 그들이라고 창공에 훨훨 나래치고싶은 생각이 왜 없겠는가. 그런데 나는 언제한번 그들의 발전에 대하여, 그들의 운명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보았던가? 누구나 사회적의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그 하나의 관점만 세워놓고 일했다. 그러니 내가 무슨 사람들의 운명을 책임질줄 아는 좋은 일군이겠는가. 일을 시키기 전에 먼저 사람들을 알고 그들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간직해야 한다. 군대에서도 나는 그렇게 배우지 않았는가.

그가 이렇게 생각하며 복도를 걸어가는데 라영국이 마주 걸어오다가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부국장동지.》

《어, 라선생이로구만.》 광우는 번거로운 생각에서 벗어나며 얼굴에 미소를 실었다.

《요즘 일이 잘돼가오?》

《뭐 대체로…》

《내가 말하는건 애인과의 일이 어떻게 돼가는가 하는거요.》

라영국은 의아해했다. 그러다가 히죽이 웃었다.

《뭐 대체로…》

《이 사람이! 대체로가 입에 붙었나?》

광우는 어이없어 껄껄거리고 라영국은 얼굴이 수수떡처럼 뻘개졌다.

《이보라구 라영국동무, 처녀가 마음에 들면 절대로 놓치지 말라구. 너무 그러면 오히려 랑패를 볼수 있소. 나이많은 사람의 말을 듣소. 그리고 말이요, 그 처녀한테 말해주오. 라동무를 사랑하는데 처녀의 아버지한테 무슨 문제가 있다면 어떤 수를 써서든지 돌려세우라고 하오. 례하면 〈아버지, 이 딸은 죽어도 그 동무와 떨어질수 없어요. 그 동문 장차 나라의 과학발전을 위해 큰일을 할수 있는 재사예요. 그러니 아버지는 그 동무가 지금 하는 일을 적극 지지해주어야 해요.〉라고 말이요. 이보오, 이 부국장이 그런것까지 말해주어야 하겠나? 음, 음―》

김광우는 일부러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지나쳐서 걸어갔다. 그는 혼자 히죽이 웃었다.

멀어져가는 부국장을 뒤에서 바라보는 라영국의 단정한 얼굴에 의혹이 실리였다. 저 부국장동지가 어떻게 되여 우리들의 사랑에 대하여 그렇게 관심이 많을가? 어째서 우리들의 일에 관심이 많은것인가?

라영국은 인차 씩 웃어버렸다. (부국장동진 일군이니까.) 하고 심상하게 생각해버렸다.

자기의 일과 특별한 관계가 없는 이여의 문제에 대하여서는 생각을 깊이 하지 않는데 습관되여있는 라영국이였다. 그 《이여의 문제》에 대해서는 다 잘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그치는것이였다.

세상에 나서 서른해를 살아오며 라영국이 체험을 통해 세워놓은 견해에 의하면 그렇게 하는것이 한여름의 솜옷같이 성가신 번거로움에서 벗어나 편리하게 살수 있을뿐더러 중요하게는 인생의 목적을 향해 층계를 거침없이 톺아오를수 있기때문이였다.

라영국은 부국장이 무엇때문에 전학선부상과 관련되는 이상한 말을 했으며 그것이 결코 무시해버려도 되는 《이여의 문제》가 아니라는데 대하여서는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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