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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9 회


제 1 편


19


조장한테서 억울한 비판을 받았다고 우영심이 잔뜩 의견이 있어하는 바람에 집단의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던 바로 그날 저녁에 있은 일이였다.

김호성이 동무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올라와 자기 방에서 문건 하나를 만들고있는데 딸애한테서 전화가 왔다.

《아버지, 집에 언제 오나요?》

김호성은 집에 내려갔다온지도 두달이 되여오니까 어린것이 아버지가 보고싶어 그러는줄 알고 웃으며 말했다.

《우리 금선이 아버지가 막 보고싶지? 하하, 이 아버지도 금선이 보고싶어 죽을지경인걸.》

《…》

《공부 잘하니? 선생님말씀이랑 할머니말씀이랑 잘 듣구?》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여느때같으면 해해거리며 뭐라고 잘도 조잘댔을 딸애인데 왜서인지 말이 없었다.

딸애는 한참만에야 말했다.

《아버지, 집에 빨리 와!》

김호성은 갑자기 가슴이 짜릿해왔다. 어머니 없이 자라는 애가 아닌가! 이 아버지의 사랑이 오죽 그리웠으면 그러랴싶었다.

《얘 금선아, 이 아버지가 말해주지 않았니. 아버진 우리 나라를 더욱 빛내일 중요한 일을 하느라고 금선이 보고싶어도 집에 자주 내려갈수 없는거라고 말이다. 너도 이제 한살 더 먹으면 중학생이 되겠는데 이 아버지를 리해하렴.》

《…》

얘가 성이 났구나! 눈앞에선 원망이 가득 실린 딸애의 까칠한 얼굴이 얼른거리였다.

《얘 금선아, 성났니?》

《…》

김호성은 마음이 약해지는 자기를 느꼈다.

《이 아버진 정말 바쁘다. 일감은 산같은데 시간은 없구나! 네가 리해 못하겠니? 정 그러면 한번 내려가자꾸나. 그러면 되겠니?》

그래도 기척이 없다. 차츰차츰 속에서 언짢은 감정이 끓어올랐다.

갑자기 딸애의 목소리가 고막을 찔렀다.

《외할머니가… 외할머니가!…》그리고는 목소리가 뚝 끊어졌다.

김호성은 와뜰 놀라며 부르짖었다.

《야, 외할머니가 어떻게 됐다는거냐?》

《됐어 아버지, 내려오지 마!》

딸애는 아예 전화를 끊어버렸다.

아무리 찾아도 전화는 다시 이어지지 않았다.

속에서는 불이 일었다. 철없는 딸애를 속으로 안타깨비라고 아무리 욕을 해야 소용이 없었다. 딸애는 다시 전화를 걸지 않을것이다. 이런 속상한 일이 어디 또 있을가! 가시어머니가 어떻게 됐다는것인가? 심장발작이라도 일어난게 아닐가? …

그렇다. 그날 저녁 그런 일이 있었다.

김호성은 긴장하게 일하는 동무들 보기가 미안했지만 시간을 내였다.

《집에 무슨 일이 있으면 내려가봐야지.》

부국장은 선선히 승인했다. 무슨 일때문인지는 구태여 묻지 않았다. 시험연구조일이 바쁜데 오래 지체하지 말아야겠다는 말만 한마디 했다.

(도대체 가시어머니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가?)

뻐스를 타고 집으로 내려가는 김호성은 머리속에서 그 생각이 잠시도 떠나지 않았다. 그는 초조하고 착잡한 심리에 빠져들었다. 심하게 앓고있는것이나 아닌지? 아니면… 혹시… 점점 불안한 생각들이 떠오르고 거기에 시험연구조일까지 겹쳐들면서 머리가 터져나갈 지경이였다. 한창 바쁜 모퉁이에 이게 뭔가!

그러나저러나간에 가시어머니의 일이 제일 걱정되였다.

심장병이 있어 한뉘를 고생하는 로인이 아닌가.

김호성은 일이 바빠 늘 나가 생활하다싶이하면서 가시어머니의 일때문에 마음이 편안치 않았다.

호성은 몇해전에 뜻밖의 일로 사랑하는 안해를 잃었다. 부부가 금슬이 좋아 함께 살아오면서도 두사람은 서로 얼굴 한번 붉힌적이 없었다. 그런데다가 안해 강수련은 다감하고 마음이 비단결처럼 고왔으며 의협심을 천성으로 타고난 녀자였다. 동네에서 그 녀자를 칭찬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사람이 한생을 살아가느라면 좋은 일도 있는 반면에 가슴아픈 일도 당하기마련이지만 김호성에게 있어서 안해의 죽음은 참기 어려운것이였다.

그때 김호성은 처음부터 촌에 있는 늙은 가시아버지와 가시어머니를 모셔다 함께 살고있었다. 늙은 량주를 잘 모시자니 모자라는것이 더러 있었다. 안해는 드문히 고맙다는 소리, 미안하다는 소리를 했는데 그럴 때면 김호성이 정말로 성을 냈다.

《여보, 그런 소리 하지 마오. 당신 아버님은 전쟁때 락동강계선까지 나갔다왔고 월비산전투에 참가하여 한쪽다리를 상한 영예군인로병이요. 설사 자기를 낳아준 친부모가 아니라고 해도 우린 잘 모셔야 하오. 그들은 자기들의 피를 바쳐 우리 세대에게 오늘을 넘겨준 혁명선배들이란 말이요. 그리고 말이요, 사람은 정이 없어 못사는것이지 물건이나 쌀이 바르다고 못사는게 아니요. 난 당신 아버님이나 어머님을 내 친아버지, 친어머니가 아니라고 언제한번 생각해본적이 없소.》

안해는 그 말이 고마와 눈물을 흘리였다.

어느해 곡식이 누렇게 익어가는 가을이였다. 안해는 먼 촌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고있었다.

등에 진 배낭속에는 친척집에서 꾸려준 말린 고추며 올감자며 완두콩이며 하는 농토산물이 들어있었다.

안해는 먼데서부터 타고오던 자동차가 집이 있는 도시근방에 이르러 다른 방향으로 가는 바람에 내려서 걷기 시작했다. 땡볕에 땀을 흘리며 한참 걸어가다나니 고개 하나를 두고 물을 마시고싶어졌다.

그래서 밭가운데 외따로 떨어져있는 인가를 찾아들어갔다. 복슬강아지 한마리가 낯선 사람이 나타났다고 영악스럽게 짖어대는데 어찌된 일인지 주인은 보이지 않았다.

안해가 주인이 있는가고 몇번을 찾아서야 울타리너머 어딘가에서 《들어오세요.》하는 녀자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리였다. 인차 집모퉁이쪽에서 푸성귀를 담은 비닐소랭이를 든 중년녀인이 나타났다.

친절하고 상냥하기 이를데없는 녀주인은 길을 가다가 갈증이 나서 찾아들어온 손님이 먼길에 지친 몸으로 고개를 걸어서 넘어가야 한다는것을 알고 동정이 갔던 모양이였다. 물 한그릇 떠주고는 해가늠을 해보더니 쉬여가라면서 방안으로 이끌었다.

그러지 않아도 배낭까지 지고 걸어오느라 힘들었던 안해는 고마와하며 따라들어갔다. 주인집녀인은 《자동차를 타고 200리도 넘게 왔다니 점심을 못했겠구만요.》 했는데 안해는 아닌게아니라 점심을 굶은 상태였다. 그래서 생각없이 《집에 가서 먹지요 뭐.》하고 말했다.

주인집녀인은 부엌으로 내려가 떨거덕거리더니 완두콩이 섞인 잡곡밥 한그릇에 김치종지며 빨갛게 고추물이 오른 무우장절임을 곁들여서 들여왔다.

그 바람에 안해는 바빠맞아 그러지 말라며 급히 일어나려고 했다.

집주인은 시장하겠는데 변변치 않은 잡곡밥이라도 한술 들고가라고 굳이 붙들었다.

집주인은 그러고나서 《손님대접할게 이것밖에 없구만요.》 하며 몹시 미안해했다.

정앞에서 무른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주인녀자의 그 말이 오히려 안해를 감동시켰다.

그 집의 방안이며 부엌이며를 둘러보니 살림은 그닥 넉넉치 못한것 같은데 인정은 넘쳐나는 집이였다.

알고보니 주인녀자 역시 돌격대출신이였다. 산후탈로 몇해째 직장에도 못 나가며 고생하는 녀자였다.

녀인은 남편이 철길순회원이라고 했다.

《철도는 나라의 동맥이라고 하지 않나요. 철길이 안전해야 기차가 무사고운행하여 짐을 많이 실어나를게 아니예요. 안해라는게 제구실을 못하다보니 어떤 날엔 점심밥곽에 변변한 반찬을 싸주지 못해 미안한 때가 있답니다. 그런 날엔 남편을 내보내고 혼자 눈물을 흘리기도 하지요 뭐. 호호.》

남편이 하는 일을 긍지로 여기는 소박하고 마음이 깨끗한 녀자였다.

안해는 그 녀자의 말이 리해되였다. 《아주머니, 지금은 좀 힘들더라도 견디여내자요. 이제 잘살게 될 때가 꼭 와요.》하고 웃으며 말해주었다.

그날 안해는 먼길에 지고오던, 도시에서는 귀한 농토산물들을 죄다 그 집에 꺼내놓고 저녁늦어서야 집에 들어섰다.

안해는 친척집에 갔다오면서 빈 배낭만을 들고온 사연을 말했다.

안해는 집안사람들 보기 미안해하며 그 말을 했지만 김호성은 그것이 조금도 서운하지 않았다.

《그게 강수련이지! 배낭을 그대로 지고왔다면 강수련이 아니지!》

그때부터 안해는 그 집의 인정에 끌려 드문히 고개를 넘나들었다.

안해의 마음속에서는 철길순회원 남편이 일을 잘해야 기차가 무사고운행으로 많은 짐을 실어나를게 아니예요 하던 녀인의 목소리가 울리였다.

안해는 나라의 철길을 지키는 남편을 위해 앓는 몸으로 마음을 쓰는 녀인을 위해 집에 무엇이 조금 생기면 그 집에 들고가군 했는데 그날도 그런 일로 고개를 넘어갔다오고있었다.

지금도 김호성의 가슴속에는 그날의 괴로운 추억이 영원히 아물지 않을 아픈 상처로 남아있다.

우뢰울고 번개치며 광풍이 몰아치던 늦은 저녁이였다. 멀리서 꾸르릉거리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일없겠지 하고 집을 나섰던 안해는 철길순회원네 집에서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쏟아져내리는 폭우를 만났다.

고개를 넘어가는 소로길은 탕수가 흘러내리는 도랑처럼 되였다. 그 《도랑》옆에서 구새먹은 뽀뿌라나무 한대가 강풍에 넘어지면서 안해를 내리쳤다.…

딸없는 사위에게 얹혀살게 된 늙은 내외는 집에서 나가려고 했다.

그것은 김호성을 위하는 마음에서였다. 젊은 나이에 안해를 잃은 사위이니 어차피 재취를 해야 할것인데 자기네가 있으면 딱해지리라고 생각했을것이였다.

가시아버지와 가시어머니는 그렇게 생각할수 있는 일이지만 김호성은 그럴수 없었다.

《안해가 없다고 해서 아버님과 어머님이 이 집에서 나가면 먼저 간 금선이 어머니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아니, 그건 인간세상의 법도가 아닙니다. 절대로 그렇게는 못합니다.》

호성은 안해가 세상을 떠난 다음에도 두 늙은이를 자기를 낳아준 친부모이상으로 모시였다.

가정의 화목은 그전과 조금도 다름없었다.

가시아버지는 전쟁에 나가 기관총이 울부짖는 적참호에 주저없이 뛰여들어 총창으로 놈들을 찔러넘기고 그자신도 복부에 총상을 입은 용감한 전투원이였지만 천성이 조용하고 인정이 많은 로인이였다. 그 가시아버지가 드문히 《젊은 나이에 외롭게 살지 말게. 재취를 한다고 그게 륜리에 어긋나는 일도 아니고 남들이 뭐라고 하지 않아. 우리 생각말구 좋은 사람 골라 금선이 새 어머니를 들여오라구.》 했지만 김호성은 그 일을 서두르지 않았다. 세상떠난 사람에게 죄되는 일처럼 생각되기때문이였다. 그만큼 김호성은 안해를 사랑했다.

다시 몇해가 흘렀을 때 그렇게 고박하고 사람좋던 가시아버지가 로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가시아버지는 숨을 거두면서 사위에게 말했다.

《이 사람, 저 로친이 변변치 못한 이 령감을 만나 한뉘 고생이 많았네. 좋은 로친인데… 심장때문에…》

한생을 심장때문에 고생해오는 늙은 로친을 딸없는 사위네 집에 홀로 남겨두고 먼저 가는것이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였다.

김호성은 집에 있는 날보다 나가 사는 날이 더 많았다. 위원회에 올라와 전국적인 대학입학원격시험을 위한 《미래》프로그람개발조를 책임지면서부터는 더했다. 거의 집에 붙어있을새가 없었다.

결국 집안일은 가시어머니에게 다 떠맡긴셈이였다.

가시어머니는 집일을 하면서 딸이 남겨놓고간 손녀의 뒤바라지도 해야 했다. 제 어머니를 일찍 잃다보니 어려서부터 할머니의 손에서 자라온 딸애였다.

그 애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할머니를 도와 웬만한 잔심부름같은건 해준다고 하지만 그래도 김호성은 심장때문에 고생하는 가시어머니에게 자기의 성의가 부족하여 고생만 시키는것 같아 먼저 간 안해와 가시아버지앞에 늘 죄스러운 심정이였다.

이 김호성에게 요즘 은근히 마음쓸 일이 하나 생기였다.

안해가 돌격대소대장을 할적에 대원으로 있던 강수영이란 녀자한테서 이상한 편지가 온것이였다.

안해와 이름도 형제처럼 비슷한 그들 두 녀자가 돌격대에서 제대된 다음에도 전화로 서로 소식을 주고받으며 우정을 두터이 하고있다는것은 김호성이도 알고있었다. 안해가 세상을 떠난지도 여러해가 지난 지금에 이르러 그 녀자에게서 그런 편지가 올줄은 김호성이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였다.

《강수련소대장동지의 자리에 제가 서고싶어요.》 라고 쓴 편지였다.

강수영은 회답을 기다리겠노라고 했다.

하지만 회답을 할수가 없었다. 뭐라고 회답한단 말인가? 동의한다고 쓰기에는 자기가 깨끗한 처녀의 희생의 대가로 행복을 누리려는 량심없는 인간처럼 생각되였고 단념하라고 하기에는 처녀의 진심에 대한 모욕으로 되는것만 같았다. 대학공부도 하고 나이도 어지간한 처녀가 결코 범박한 그 어떤 욕망에 들떠서 편지를 쓴것이 아니였다.

김호성은 자기가 회답하지 않으면 처녀가 그것이 그대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회답으로 리해할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회답편지를 쓰지 않았는데 그래놓고도 마음은 편안치 않았다. 처녀에게 미안한 생각이 자꾸만 드는것이였다.

결국 처녀는 일 바쁜 김호성의 심중에 무거운 짐을 하나 덧놓아준셈이였다.

김호성은 저녁느지막해서야 집에 들어섰다.

앓아누워있으리라고 생각했던 가시어머니는 덤덤해서 앉아있다가 집안으로 들어오는 사위를 보자 《임자 왔나?》라고 했다.

아무리 봐야 앓는 로인같지 않았다. 딸은 별로 반색하는 기색이 없이 벽에 기대여앉아있다가 아버지쪽에 한번 피끗 눈길을 돌렸을뿐이였다.

김호성은 자기도 모르게 화를 냈다.

《금선아, 넌 뭐냐?! 집에 무슨 큰일이나 생긴것처럼 오라 어쩌라하면서 그러니? 일바쁜 아버지한테.》

《피, 할머니한테 물어보라요!》 딸은 아버지를 쳐다보지도 않으면서 한마디 내쏘고나서 웃방으로 씽 올라가버렸다.

김호성은 아연해서 굳어져있다가 한숨을 내쉬였다. 무슨 일이 있기는 있은 모양이였다.

《어머니,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저녁식사를 엉성한 분위기속에서 대충 치르고났을 때 김호성이 물었다.

《이 사람, 임자 요즘 이 로친때문에 마음쓰는게 있지 않나?》

김호성은 의아해서 굳어져있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아니, 그건 무슨 말씀이세요?》

웃방에서 딸애의 토라진 목소리가 날아내려왔다.

《할머닌 숙천에 있는 이모네 집에 가 살겠대. 아버지가 싫대. 숙천에 가면 나까지두 데려가겠대. 그러면 엄마도 없는데 아버지 혼자…》

《이년아, 그만하지 못하겠니?》가시어머니가 웃방에 대고 소리질렀다.

그다음엔 딸애의 울음소리.

《싫어! 난 안 갈래. 아버지 혼자 두구 어디 간단 말이야? 엄마!- 엄마-야!-》

방안에는 한동안 무거운 정적이 깃들었다.

《계집애두! 언제면 커서 철이 들겠는지…》

가시어머니가 혼자소리를 하다가 긴 한숨을 그었다.

한동안 아연해있던 김호성은 속에서 부걱부걱 괴여오르는 언짢은 감정을 애써 누르며 힘들게 입을 열었다.

《어머니, 제가 싫어졌다는건 무슨 소리예요? 정이 식어졌다는거예요? 제가 일이 바빠 집에 자주 내려오지 못한다고 해서 그렇게 생각하는것입니까?》

《아니네. 이 사람, 이 로친이 임자만큼 아는건 없어두 개인사정보다 나라일이 더 중하다는것쯤은 아네. 하지만 임자가 젊은 나이에 이 늙은이 하나때문에 발목이 잡혀 많은걸 잃을수야 없지 않나. 내 딸이 살아있으면야 무슨 일이 있겠나. 임자가 어쩌다가 집에 내려오면 반겨맞는 안사람이 없는 집에서 이 로친이 해주는 엉성한 식사나 한두끼 하고 나서는걸 차마 못 보겠네. 내 눈치볼것 없이 금선이 새 엄마를 어서 데려오라구.》

《참, 어머니두!》 김호성은 그제서야 깨도가 되여 허거프게 웃었다.

《그래서 저애한테 이 사위가 싫다는 말씀까지 하셨어요?》

《…》

김호성은 한숨을 그었다. 가시어머니가 야속했다. 공연한 일로 바쁜 사람 오게 하지 않았는가.

가시어머니의 입에서 애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사람 금선이 애비, 이 늙은것의 말을 들으라구. 나야 이제 살면 얼마나 더 살겠나. 임자야 한창나이가 아닌가.》

김호성은 그러지 말자고 했다가 자기도 모르게 왈칵 성을 냈다.

《그런 말씀 마시라요!》

《…》

그는 인차 후회하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어머닌 숙천에 가시면 여기서보다 오륙이야 편할지 모르지요. 하지만 마음은 편하지 못할거예요. 그건 어머니가 이 집에 정을 두고 살았기때문이예요. 어머니가 숙천에 가시면 이 사위나 저 금선이의 마음도 편할수 없어요. 난 언제한번 어머니를 남이라고 생각해본적이 없어요. 설사 아무런 인척관계도 없는 남남사이라고 해도 그래요. 난 어머니와 헤여지지 못해요. 난 어머니가 좋아요. 어머니가 해주는 밥이 더 맛있고 어머니의 온기가 있는 이 집이 좋아요.》

《이 사람, 이 로친을 울리겠나? 임자가 나빠서 그러는게 아니라고 몇번이나 말해야겠나. 나도 금선이 애비를 남이라고 생각해본적이 없네.》

《어머니, 이 사위가 어머니를 고생 많이 시키지요?》

《임자, 그건 무슨 소린가?》

《사위라는게 늘 나가살다보니 집에서 제가 해야 하는 일도 어머니가 다 해야 하니까요. 심장때문에 그러지 않아도 고생하시는 어머니가 말이예요. 하지만 저도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릴 때가 있을거예요. 그때문에 이 사위가 힘든줄 모르고 동무들과 함께 밤을 새워가며 일을 하는거예요. 난 사회에 나가서 일을 잘하는것이 어머니한테 자식된 효도를 다하는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어머니를 잘 모시는건 전쟁로병인 금선이 외할아버지가 저한테 남긴 부탁이예요. 얘 금선아, 여기 내려오려무나.》

웃방에 있던 딸애가 살며시 내려와 할머니곁에 앉았다.

《그렇지 않니? 금선아. 이 아버지의 말이 맞지?》

딸애는 그제서야 촉촉히 젖어든 눈에 웃음을 담았다.

《할머니, 가지 말아. 여기서 살자요. 난 할머니가 좋아요.》

《원, 계집애두! 이년아, 그만하지 못하겠니!》

로인은 애달픈 소리를 하며 촉촉히 젖어든 눈굽을 훔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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