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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 회


제 1 편


9


열명도 안되는 부서성원들이 일하는 사무실에는 대체로 내부사업을 위주로 보는 녀성부원이 혼자 콤퓨터를 마주하고 앉아 자료들을 종합하거나 아래단위들과 전화하면서 방을 지키는 때가 많다.

부서에서 내부사업을 맡아보는지도 10년이 되여오는데다가 기억력이 비상하고 일감을 처리하는데서 언제나 빈틈이 없는 이 중년녀성부원은 위원회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거의 모르는것이 없다. 위원회안에서 돌아가는 소문이라면 기차가 역을 거치듯이 의례히 이 녀성부원 앞을 거쳐가는듯 했다. 기관안의 일들은 대체로 내부일을 보는 부원들이 먼저 알게 되고 그들의 입을 통해서 퍼져가기마련인데 어찌된 일인지 한청사안의 많고도 많은 부서의 내부사업을 맡아보는 부원들중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은 물어볼것이 있으면 자기 사업에 정통하고있으며 기억력만 좋은것이 아니라 친절하고 상냥한 미소로 방문자를 맞아줄줄 아는 그 녀성부원을 찾아오는것이였다. 그러니 위원회안에서 떠도는 소문이라면 그 녀자를 경유해서 흘러간다는것도 그닥 과장된 표현은 아니다.

이 녀성부원이 오늘은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혼자 방을 지키며 콤퓨터앞에 앉아 건반을 누르고있는데 나들문이 열리였다.

《그사이 무슨 다른 일은 없었소?》

원격시험때문에 아래단위들을 찾아 며칠동안 분주하게 돌아다니던 광우부국장이 사무실로 들어오며 물었다.

녀성부원은 콤퓨터앞에서 물러나며 깍듯이 아래사람답게 례의를 차리며 대답했다.

《다른 일은 없는데 당위원회에서 부국장동지를 찾았습니다.》

《당위원회에서?》 광우는 무슨 일이냐고 묻는듯 한 눈길로 녀성부원을 마주보며 물었다.

녀성부원은 약간 주저하는 눈치를 보이다가 입을 열었다.

《년초에 아래단위에서 제기되였던 신소건과 관련하여 그러는것 같은데… 잘 모르겠습니다.》

무슨 내용인지 더 알고있으면서도 그것이 우의 일군들에 한한 일이고 더우기는 자기 상급의 인격과 관련되는것이라면 크나작으나 아래사람이 알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 그러는것 같았다. 그 녀자의 맑은 얼굴에서 그 어떤 비난의 색채같은것은 전혀 찾아볼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그 녀자의 말에서 감촉되는 그것으로 하여 광우는 다소 기분이 좋지 않았다. 광우는 그것이 자기의 지나친 주관일수도 있다는 너그러운 생각을 하며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

《신소건이라니? 무슨 신소건 말이요?》

광우가 의아해서 물어서야 녀성부원은 ㅎ도에서 제기되였던 신소건이 있지 않는가고 했다.

생각이 났다. 그는 점점 의혹이 짙어가는 눈길로 녀성부원을 바라보았다.

《아니, 그거야 그때 이미 처리된게 아니요?》

《글쎄, 전… 잘…》 녀성부원은 고개를 저었다.

광우는 이상하게 생각되였다.

ㅎ도에서 있은 신소건이란 김광우가 책임부원을 할 때 있었던 일이였다. 그곳 어느 건설사업소의 한 로동자가 위원회앞으로 신소편지를 보내온것이였다.

대학추천사업을 공정하게 못했다는 내용이였다. 어느 중학교의 같은 졸업생들중에서 두명의 학생에 대한 중앙대학추천문제가 제기되였는데 공부 잘하는 자기 아들은 떨어지고 그대신 성적이 자기 아들보다 못한 어느 일군의 자식이 추천되였다는것이였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심중한 문제가 아닐수 없었다. 정확히 알아보고 시급히 바로잡아야 했다.

공교롭게도 그때 광우에게는 하나의 딱한 사정이 있었다. 데리고있던 막내딸이 돌격대로 나간 후 세칸짜리 덩실한 집에서는 광우네 내외가 신혼부부처럼 단둘이 살고있었는데 오래전부터 앓던 속병이 도지는 바람에 중학교 교원을 하다가 끝내 사직하고 집으로 들어온 안해가 갑자기 병이 더 심해지면서 아예 자리에 누워버린것이였다.

광우는 자기가 붙어있으면서 관심해주어야 할 안해에게 미안한 소리를 하고 신소에 제기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하여 현지로 내려갔다.

그는 도학생모집사업에 관여하는 최윤호처장을 만났다.

김광우와는 전쟁시기부터 아버지들이 한부대에서 사단장과 정치일군이였다는것으로 하여 인연이 남다른 사이였다.

전후에 그들의 두 가정은 군인사택마을에서 이웃하고 살았다. 그때에도 김광우의 아버지 김중혁은 사단장이였고 최윤호의 아버지는 사단정치일군이였다.

김중혁에게 있어서 최윤호의 아버지는 단순한 정치일군이기 전에 사선을 함께 넘어온 잊을수 없는 전우였다.

전략적인 일시적후퇴시기에 있었던 일이였다. 락동강을 건너갔던 사단은 최고사령부의 명령을 받고 간고한 전투를 치르면서 북으로 들어오고있었다.

김중혁은 사단지휘부와 함께 남강원도의 산발을 타고오다가 춘천계선에 이르러 이상한 공기를 감촉했다. 적들이 끈질기게 달려들어 하루에도 몇차례씩 힘겨운 전투를 치르어야 했는데 그날따라 온종일 조용한것이였다.

김중혁은 마치 사단지휘부가 적이 없는 텅 빈 지대를 지나가는것만 같이 생각될 지경이였다.

그것이 오히려 불안을 자아냈다.

바로 그럴 때 김중혁은 하나의 이상한 징후를 포착했다. 캄캄한 밤이였다. 사단지휘부가 행군하고있는 개활지대너머 맞은켠 산에서 희미한 불빛이 잠간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결코 헛개비에 홀리운것이 아니였다. 김중혁은 거기서 누군가가 분명 무척 조심하느라고 손으로 불빛을 가리우면서 무엇을 비쳐보고 인차 꺼버린 전지불을 자기가 보았다는데 대하여 조금도 의심치 않았다. 산에서 왜놈들과 싸울 때에도 그 비슷한 일이 있었던것이였다.

적이다! 하는 생각이 번개치듯 떠올랐다. 하루동안 사단지휘부가 적정이 없는 지대를 거침없이 행군해올수 있은것이 무엇때문인가를 어렴풋이 깨달았다.

적들이 그 산에서 어떤 음모를 꾸미고있는것이였다. 그런것이 아니라면 이 깊은 밤에 누가 인적없는 산속에서 밤샘을 하고있겠는가. 눈앞에는 어둠의 면사포에 가리워진 적들의 무수한 총구가 떠올랐다.

그것은 젊은 사단장의 머리속에 그저 느닷없이 떠오른 상념이 아니였다. 김중혁이 지도작업을 하면서 익혀둔데 의하면 그곳은 북으로 뻗어있는 산줄기에서 하나의 외통길이라고 할수 있었다.

하나의 군집단이 산줄기를 타고 북으로 들어가자면 어차피 그곳을 거쳐야 하는데 뒤에서는 최고사령부의 명령을 받고 전략적인 일시적후퇴의 길에 오른 많은 부대들이 오고있었다. 만약 어느 부대든지 저 산이 안고있는 비밀을 알지 못하고 들어오다가 놈들의 매복에 걸려들면 어떻게 되겠는가!

김중혁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얼마나 엄청나게 많은 적들의 무력이 그 산에 은밀히 전개되여있는가에 대해서는 상상조차 할수 없었다.

그것은 당시 대내에 잠입해있던 미제의 고용간첩 리승엽놈의 작간에 의하여 일어난 사건이였다.

인민군대에 의하여 서울이 해방되자 거기에 나가있던 리승엽놈은 전략적인 일시적후퇴가 시작되자 최고사령부에서 내리는 명령이 부대들에 가닿지 못하도록 교묘하게 책동하는 한편 북으로 들어가는 인민군부대들을 괴멸시킬 목적으로 그들의 움직임을 놈들에게 미리 알려주었다.

하여 적들은 그곳에 엄청나게 많은 무력을 비밀리에 끌어다 대기시켜놓았던것이였다. 하지만 그런 내막은 썩 후에야 알려진것이였다.

김중혁은 맞은켠 산에 놈들이 있다는것을 알게 된 이상 어둠을 리용하여 개활지대로 에돌아갈수도 있었다. 하지만 뒤에서 들어오는 아군부대들에 적이 있다는것을 알려주기 위해 전투를 벌리기로 했다.

사단지휘부는 직속대대와 함께 행군하고있었는데 대대장은 보름전에 전사하여 상급부관이 인솔하는 상태였다. 그런데다가 사단지휘부에서는 문화부사단장이 부상을 당하여 담가신세를 지면서 들어오는 형편이였다.

김중혁은 자기가 직접 직속대대와 사단지휘부안의 전투능력이 있는 인원들을 모두 이끌고 전투를 벌리기로 했다.

전투능력을 상실한 부상병들과 군의, 간호원들, 통신병들은 부상을 입은 문화부사단장이 인솔하여 적들의 눈길이 덜 미칠수 있는 개활지대로 에돌아 빠져나가기로 했다.

그때 헤여지기에 앞서 문화부사단장이 김중혁에게 이상한 작별의 말을 했다.

《주의하십시오, 사단장동지. 살아야 합니다!》

마치 신경질을 부리듯이 하는 말이였다.

문화부사단장은 어둠속에 거대한 괴물처럼 웅크리고있는 맞은켠 산속에 상상밖의 커다란 위험이 도사리고있는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다가 사단장자신이 자기가 어떤 위험속에 스스로 뛰여드는것인지 알고있으며 따라서 무슨 모험도 단행할 각오를 하고있다는것을 명백히 느끼고있었던것이였다.

문화부사단장이 그것을 알면서도 사단장을 막아나서지 못한것은 무조건 놈들과 전투를 하여 총소리를 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이 군사적견지에서 보면 옳았기때문이였다. 조금전에 적들의 있을수 있는 음모를 까밝히기 위해서라도 전투를 벌려야 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김중혁이 열을 내뿜듯이 말했다.

《적들이 우리 인민군부대들의 행군로정을 알고 이곳 지형조건을 리용하여 음모를 꾸밀수 있습니다. 더우기 춘천이 가깝고 서울에서 얼마 멀지도 않은 여기로 우리 부대들이 무난히 지나가라고 적들이 비워놓을수는 없습니다. 전투를 합시다. 우리가 자기 안전만을 생각하면서 에돌아간것으로 하여 뒤에서 오는 아군부대들이 위험에 처한다면 최고사령부의 전략적기도를 실현하는데 엄중한 후과를 미치게 할수 있습니다.》

전투는 처절했다. 김중혁이 놈들의 음모가 있을수 있다고 예견은 했지만 그렇게 많은 적의 력량이 산속에 숨어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것이였다.

김중혁이네는 어쩔수없이 적의 강력한 화력권내에 들었다. 가까이에서 쓰러지는 대원들을 보면서 김중혁은 전멸이라는 생각에 전률했다.

하지만 그것은 한순간이였다. 그는 빗살처럼 예광탄이 날아오는 그 아래에 엎드려있으면서 자기를 모질게 질책했다. 여기서 전멸되다니!

무슨 생각을 하는가! 한생을 군인으로 살며 최고사령관동지를 받들어야 할 이 김중혁이 아닌가! 그는 돌파하리라 결심했다.

마침 실오리같은 하현달마저 구름속에 숨어버리여 주변은 캄캄해졌다.

그가 전투원들을 돌격에로 불러일으키려는 순간이였다. 적진에서 예상치 않던 혼란이 일어났다.

부상당한 몸으로 사단지휘부의 부상자들과 함께 어둠을 리용하여 개활지대로 은밀히 빠져나가던 문화부사단장은 멀지 않은 곳에서 울려오는 전투의 소음에 불안하여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는 수백인지 수천인지 모를 적들의 자동총이 미친듯이 울부짖고 박격포탄이 터지는 속에서 아군의 총소리를 가려들으려고 애썼다.

전투가 심상치 않게 번져가는것이 알리였다. 눈앞에는 적들의 질풍사격에 쓰러지는 사단장이며 아군전투원들의 모습이 얼른거리였다. 하여 그는 부상병들을 이끌고 전투에 진입하여 적들의 후위를 칠 결심을 한것이였다.

하지만 김중혁은 그때 일이 그렇게 되였다는것을 알수 없었다.

적들이 예견치 않았던 후면공격을 받고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있는 사이에 김중혁은 지체없이 전투원들을 공격에로 불러일으켰다.

《앞으로!》

적들의 질풍사격이 몰아오는 죽음의 선풍에 악이 받쳤던 전투원들이 그 소리에 벌떡벌떡 일어났다.

한개 대대력량이 증오의 무서운 불길이 되여 적진을 휩쓸었다. 놈들을 짓뭉개며 돌파하는데 성공했다.

김중혁은 락엽이 깔린 완만한 고지후면을 내려가다가 담가에 실려 전투를 지휘하는 문화부사단장을 만났다.

《살았습니까? 사단장동지!》

《살지 않구요. 그런데 문화부사단장동지, 그 몸으로 사지판에 뛰여든단 말입니까?》

《죽지 않소. 아직 대를 이을 아들도 못 보았는데 죽기는 왜 죽는단 말이요?》

문화부사단장은 껄껄 웃었다. 평시에 자기는 아들가진 사람들을 제일 부러워하는데 안해가 아직 아들을 낳지 못했다고 불만이라도 있는듯이 롱말을 하던 그였다.

이 전투로 하여 뒤에서 행군해오는 아군부대들에 적들의 음모가 알려지게 되였다.

김광우는 전후에 아버지가 뜻밖의 불행을 당하여 일찍 세상을 떠난 후 자라면서 어머니를 통해 그 이야기를 들었다.

광우가 후에 어머니와 군인사택마을을 떠나 군대에 나갈 때 그 정치일군이 세상떠난 아버지를 대신하여 좋은 말을 해주었다.

《너의 아버지 김중혁동지는 위대한 수령님밖에 모르는 훌륭한 군인이였다. 전쟁시기에도 전후에도 그렇게 살았다. 너도 아버지처럼 살아야 한다!》

광우가 최전연부대에서 하전사생활을 하고있을 때 최윤호의 아버지는 제대되여 부대를 떠나갔다. 전쟁때 부상당했던것으로 하여 군사복무를 계속할수 없었기때문이였다.

하여 광우는 그 고마운 정치일군을 다시 볼수 없었는데 뜻밖에도 위원회에 배치되여와서 최윤호를 만났다.

사업상필요로 ㅎ도에 내려갔다가 그곳 모집처장을 만났는데 알고보니 그가 바로 군인사택시절에 광우네 옆집에서 살던 그 고마운 정치일군의 아들이였다. 김광우가 군대에 나가기 전에 정치일군에게는 데려다 키우는 아들이 있었다. 그러다가 늦어서 안해가 아들을 하나 낳았다. 그가 바로 최윤호였다.

아버지들의 남다른 연고로 하여 두사람의 상봉은 감회로왔다. 그런데다가 성인이 되여 처음 만나보는 최윤호는 첫인상부터 그지없이 소탈하고 사람의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는 다감한 사나이여서 김광우를 더없이 기쁘게 했다.…

최윤호는 도모집처에 불쑥 나타난 김광우를 보자 내려온다는 전화라도 하고 내려올것이지 이건 뭔가고 짐짓 노여운 소리를 했다.

광우는 진정에 겨운 따뜻한것을 느끼며 껄껄 소리내여 웃었다.

《전화는 무슨 전화요.》

《그래도 어디 그렇습니까? 미리 알았더라면 우리 집사람한테 준비라도 시키는건데.》

《허허, 준비는 무슨 준비요!》

《집의 아주머니는 어떻습니까? 교원을 하면서 건강이 좋지 않아 고생한다더니요?!》

광우는 한순간 자리에 누워있는 안해의 파릿한 얼굴이 눈앞에 그려졌다. 그는 걱정을 내색하지 않으며 밝은 표정을 보이려고 애썼다.

《그저 그러하지. 한달전에 사직하고 들어왔소.》

그 말속에 어쩔수없이 울리는 쓸쓸한 기운을 느낀듯 최윤호의 퍽 수척해보이는 꺼칠한 얼굴에 걱정이 뽀얗게 실리였다.

《병이 심해진거로구만요!》 그는 어딘가 먼곳을 바라보는듯 잠시 고개를 들고있다가 《아!》하는 소리를 애달픈 탄식처럼 내질렀다.

《됐소, 최동무. 걱정하지 마오. 우리 그 사람이야 내가 잘 알지. 건강이 회복되면 다시 학교에 나가겠다고 하는 사람이요.》

김광우가 내려온 사연을 드디여 말하자 최윤호는 자책에 잠기며 성근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가 잘못했습니다. 신소는 공화국공민 누구에게나 부여되여있는 권리이기도 하지만 사실 대학추천에서 떨어진 자녀들의 부모된 심정이야 오죽하겠습니까. 더구나 그 사람은 그럴수 있습니다. 우리가 찾아가 사연을 설명하여 왜 일이 그렇게 되였는지 잘 리해시켰어야 하는건데 일이 바쁘다는 생각만 하면서 그런 사업은 못했단 말입니다. 우리도 후에야 잘못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최윤호는 그렇게 말하며 사실은 대학생선발시험에서 두 학생의 점수가 꼭같아서 평상시성적을 보고 결정했노라고 했다.

말을 듣고보니 충분히 그럴수 있겠다고 생각되였다. 광우는 별치 않은 일같지만 그래도 신소를 한 당사자를 찾아가 만나봐야겠다고 했다.

최윤호는 무슨 생각을 하는듯 하다가 별다른 기색을 보이지 않으면서 선선히 말했다.

《그래야지요 뭐. 제가 사업소에 전화로 미리 련락을 하겠습니다.》

그러고나서 전화로 건설사업소를 찾았다.

최윤호는 누군가와 전화를 하더니 인차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하, 이거 일이 좀 별나게 되였습니다. 신소자가 사업소운전사인데 오늘 오전에 세멘트실러 떠났답니다. 잘해야 래일모레쯤에나 돌아온다누만요.》

일도 참! 광우는 맹랑하여 입을 쩝 다시였다. 이틀이나 사흘을 려관방에 박혀 기다릴수는 없지 않은가.

평양에 바쁜 일감들을 두고온 광우였다. 그런데다가 앓는 안해를 두고온것이 마음을 불안촉급하게 했다.

그가 난감해하는것을 본 최윤호가 무척 미안해하며 말했다.

《어찌겠습니까. 우리가 일처리를 잘못해서 제기된 문제인데 제가 책임적으로 그 사람을 찾아가 만나겠습니다. 사연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서 그 사람을 리해시키겠습니다. 광우동지는 일이 바쁜것 같은데 마음놓고 올라가십시오.》

그리하여 광우는 이번 일에서 심중한 교훈을 찾고 사람들과의 사업을 잘해야겠다는 말을 최윤호에게 해주고 평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그 신소건때문에 이 김광우를 찾는것은 무엇때문인가?

광우는 그때 ㅎ도에 내려갔다오면서 무슨 석연치 못한것이 없었던가 하는 불안한 생각을 하면서 당위원회로 갔다.

《찾았습니까? 비서동지.》

《오, 부국장동무요?》 탁상을 마주하고앉아 무엇인가 부지런히 쓰고있던 당비서가 둥실한 얼굴에 훤한 미소를 담으며 반가이 맞았다.

《여기 와앉소. 요즘 사무실이 자주 비여있어 부국장동무 보기가 힘들구만요. 일이 잘돼갑니까?》

《예, 제가 아직 경험이 없다나니…》

《누군 뭐 경험이 있어가지고 일을 시작했겠소? 경험이야 일을 하면서 쌓으면 되는거지요. 문제는 우리 일군들이 인민에 대한 헌신적인 복무정신을 가지고 자기 사업에 대해 연구를 하며 배심있게 내미는것입니다. 부국장동무가 대학입학시험제도를 혁신하기 위해 애를 많이 쓴다는걸 알고있습니다. 내가 이미 말했지만 그건 나라의 교육발전을 위해 아주 중요한 사업이고 따라서 반드시 성과가 있어야 합니다. 한가지 알아볼 문제가 생겨서 부국장동무를 만나자고 했습니다. 지금 바쁘지 않습니까?》

《말씀하십시오.》

당비서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잠시 무슨 생각을 하는듯 하다가 김광우를 건너다보았다.

《작년에 대학생모집사업과 관련하여 신소가 제기되였던것이 있지요? 부국장동무가 책임부원으로 있으면서 담당했던 도에서 말이요.》

《예, 제가 그때 료해하러 내려갔댔습니다.》

광우는 긴장해지며 당비서의 얼굴표정을 일별했다.

온화한 미소가 떠돌던 당비서의 얼굴에 불만의 기색이 력연하게 실리였다.

《거기 주민들속에서 그 신소처리문제를 놓고 좋지 않은 반영이 더러 제기되고있는가봅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겁니까?》

광우는 비로소 무엇인가 잘못됐다는 불안한 예감을 하며 그때 현지에 내려가서 한 일에 대하여 자초지종 말했다.

당비서는 다 듣고나서 한동안 고개를 숙이고 말이 없었다.

광우는 《우리가 전적으로 잘못했습니다.》 하고 겸허하게 자기비판적으로 말하던 최윤호의 별로 수척해보이던 얼굴이 눈앞에서 얼른거리였다. 그리고 《바쁘신것 같은데 마음놓고 올라가십시오.》 하던 그 말!

《참, 동무두!》 당비서의 탄식같은 목소리가 망각에 빠져버린 김광우의 귀전에 먼 하늘의 우뢰소리처럼 들려왔다.

물론 신소자가 자리를 떠서 없었다니 그럴수 있었겠다고 리해는 된다. 그밖에 다른 사정도 있었으리라고 본다.

신소처리를 어떻게 하고 돌아왔는지 제때에 구체적으로 알아보지 못한 우리에게도 우선 잘못이 있다. 지금도 그곳 일부 주민들속에서 로동자의 자식이기때문에 중앙대학추천에서 떨어졌다는 말들이 돌아간다고 한다.

이번일에서 심중한 교훈을 찾아야겠다. 우리 일군들이 인민관이 바로서있지 못하고 일을 책임적으로 못한다면 결과가 어떻게 되겠는가!

《국가에 대한 인민들의 신뢰에 자그마한 실금이라도 가면 안되지요. 오로지 우리 당을 하늘처럼 믿고 운명을 같이해오는 인민들이 아닙니까.

그럴수록 우리 일군들은 인민의 충복답게 일을 더 잘해야 합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부국장동무가 현지에 다시 내려가 실태를 구체적으로 알아봐야겠습니다.》

김광우는 자기가 어떻게 당비서방에서 나왔는지 전혀 의식하지 못하였다.

자기 방으로 돌아온 그는 의자에 앉아 한식경을 무아상태에 빠진듯 멍하니 천정만 올려다보았다.

일군들이 일을 잘못해서 국가에 대한 인민들의 신뢰에 실금 하나라도 가면 되겠느냐고 하던 당비서의 준절한 목소리가 다시금 귀전을 왕왕 울리였다.

내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가!

그 순간에 광우는 《여보, 최윤호동무가 약을 두고갔어요. 구하기 힘들다는 귀한 약을.》하던 안해의 모습이 떠올랐다. 의리심이 있고 인정많은 최윤호라고 고마와하며 눈물에 젖던 안해였다. 광우는 그 일을 생각하자 마음이 편안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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