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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 회


제 1 편


6


《광남선생, 오늘은 어떻게 된거요? 긴장하게 일해야겠어.》

콤퓨터에서 자주 물러나 뒤목을 슬슬 문지르고있는 최광남을 보며 량원일이 점잖게 한마디 했다.

그 말에 최광남이 목운동을 하며 군소리없이 다시 일손을 잡는데 김승호가 건반을 부지런히 때리며 싱긋 웃었다.

《모르겠단말이야. 저 사람 밤에 어디 나가서 딴장 보는게 아니야? 그러지 않으면야 조장이 시간보장때문에 안타까와하는 때에 저럴수가 있나, 원.》

김승호 역시 지루감을 느끼기 시작하던 때라 롱말을 한마디 던져보는것이였다.

다시 콤퓨터에 달라붙던 최광남이 화면에 눈길을 박은채 심상하게 투덜거리였다.

《승호동무나 그 이마가 더 벗어지지 않게 주의하라구요. 딴장이 뭐요. 사실은 내 요즘 며칠째 불면증이 오면서 어쩌다 잠들면 괴상한 꿈만 계속 꾼단 말이요. 어제밤 꿈에선 글쎄 내가 돼지사양공이 되였는데 괴상하게 생긴 괴물이 나타나서 수백마리의 돼지를 다 먹어치우더란말이요. 아무리 소리쳐야 불가사리같은 그놈이 끄떡해야 말이지. 그래 이게 웬 괴물이야 해서 자세히 보니 우리 량원일선생이 프로그람을 짜넣은 로보트더란 말이요.》

김승호는 《허어―》 하며 일부러스럽게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그 꿈이 문제로구만. 이보우, 최광남선생. 그렇다면 내가 비방을 하나 대주지. 나쁜 꿈을 꾸면 사슴대가리를 먹으라구. 그걸 푹 삶아서 국물과 함께 고기를 먹으면 잠이 잘 오고 꿈을 꾸어도 좋은 꿈만 꾼다오.》

곁에서 콤퓨터작업을 하고있던 라영국이며 우영심이까지 키득거리였다. 요즘 머리휴식을 하는 짬시간에 《동의보감》을 자주 들여다보는 김승호의 입에서 나온 말이고보면 그게 영 근거없는 소리는 아닐상싶지만 그렇다고 한들 콤퓨터밖에 모르는 최광남이 어디 가서 그 희귀한 사슴대가리를 구해오겠는가? 그래서 웃는것이였다.

건반누르는 소리만 지루하게 들리던 방안에 화기의 산들바람이 일고있을 때 문가에 김호성조장이 나타나 다들 작업을 잠시 중지하고 모이라고 했다. 김호성은 나가다가 다시 돌아서서 라영국을 찾았다.

《라동무는 정문에 내려가보오. 녀동무가 찾아왔소.》

콤퓨터앞에 앉아있던 연구사들이 별로 서두르는 기색이 없이 화면을 접으며 시물시물 웃었다.

《좋구만! 나도 지금 한창 저런 시절이라면 얼마나 좋겠나. 그런데 이 김승호는 다 지나가버렸단 말이야. 집에 들어가면 못생긴 안해가 반겨주지.》 김승호는 마치 인륜대사인 결혼에서는 실패한 인간이라도 되는듯이 한숨까지 내질렀다.

《제 안해를 두고 그렇게 말하는건 좋지 않아요, 승호선생.》

고지식한 우영심의 말에 최광남이 싱긋이 웃으며 김승호를 시까슬러댔다.

《영심선생은 모르는 소리. 저 승호선생의 처가 얼마나 미인인지 아오? 처에 비하면야 승호동문 백조에 까마귀지. 숫돌이마에 그나마도 벗어졌지, 어디 볼데가 있소? 그런데 저런 사내들이 밖에 나가서는 처녀들앞에서 총각흉내를 곧잘 낸단 말이야.》

점점 험상하게 번져가는 최광남의 롱말쯤은 먼산의 뻐꾸기소리처럼 흘려보내며 김승호는 노래부르듯이 긴소리를 뽑았다.

《빨리 내려가 만나라구요, 젊은 총각.》

《너무 윽박지르지 말게. 정도가 지나치면 사랑의 비둘기가 영 날아가버린다구요, 내 경험이긴 하지만.》 최광남이였다.

사실 방금 시작된 라영국이네 련애는 긴장한 프로그람개발전투를 하고있는 시험연구조의 관심사가 되였을뿐더러 조에 꼭 필요하다고 할수 있는 랑만도 주군 하였는데 유감스럽게도 갑자기 그들 두사람의 관계에서 마찰음이 일어나 모두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그들의 련애가 사랑의 바다를 향해 기슭을 떠나자마자 폭풍을 만난 작은 돛배처지가 된것으로 알고있는 연구사들이 걱정이 담긴 롱말들을 한마디씩 섬겨댔다. 당자는 들었는지말았는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뭐 특별히 바쁜 일은 아니라는듯 라영국은 조금도 서두르는 기색을 보이지 않으면서 콤퓨터화면을 껐다.

《이보오 라영국동무, 처녀가 밑에서 기다린다지 않아. 빨리 내려가보라구.》

인정이 헤픈 최광남이 한마디 해서야 라영국은 성가신 일이라도 당하는 사람처럼 《젠장!》하고 혼자소리를 지르며 자리를 떴다.

라영국이 사라진 문쪽을 바라보며 최광남이 걱정스러운 표정이 되여 머리를 기웃거리는데 김승호는 꿈만해서 자기도 그런 경험을 체험해본듯이 말했다.

《광남선생은 공연한 걱정을 하는군. 그건 저 라영국이 우리앞에서 일부러 아닌보살을 하는거요. 이제 정작 처녀앞에 서보지. 꿀같이 달콤한 말만 골라서 하지 않나. 어디라구.》

《자자, 모이라지 않소. 빨리 가자구.》

량원일이 독촉해서야 모두들 서둘러 방에서 나갔다.

김호성이 다들 모이라고 한지 1분도 못되여 연구사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부국장이 시험연구조로 내려올 때마다 자기 전용사무실처럼 리용하는 방이다.

《다들 모였소?》 부국장은 얼굴에 느슨한 미소를 실으며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라영국동무는 손님 만나러 정문에 내려갔소? 그런데 영심선생이 보이지 않누만.》

《이 동문 왜 나타나지 않아? 알려주었는데. 언제 봐야 집단은 생각지 않는다니까.》

김호성이였다.

우영심은 작업실에서 남자들과 함께 자리를 떴는데 아직 나타나지 않은걸 보니 자기 방에 잠간 들릴 일이 있어 떨어진 모양이였다.

그러지 않아도 기분상태가 좋지 않은 김호성이 언짢은 소리를 한마디 하는통에 모임직전의 흥그럽던 화제바람이 잦아들었다.

부국장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김호성을 너그럽게 책망했다.

《뭘 집단을 생각지 않아 그러겠소. 그 동무 성격이 그런건데.》

그때 마침 우영심이 미안해하며 들어왔다.

김호성이 방금전까지 그 녀자때문에 화를 내던 일을 생각하며 모두들 소리없이 싱글싱글 웃었다.

성격이 느리여 무슨 일이 있어도 바빠할줄 모르며 언제나 행동에서 한박자 느린것때문에 책임자한테서 드문히 말을 듣군 하는 우영심이 요즘은 그가 맡은 외국어과목에 대한 시험문제작성이 계획대로 진척되지 않아 김호성이 더욱 신경을 쓰는중이였다.

《요즘에도 산매 아버지한테서 〈프로전화〉가 오우? 우영심선생.》

산매란 올해 유치원생이 된 우영심의 딸이다. 광우는 늦게 온것때문에 조장한테서 또 무슨 꾸중이라도 들을가봐 바재이는 눈치가 분명한 우영심의 마음을 눙쳐주려고 한마디 한것이였다. 그랬던노릇이 오히려 그 녀자를 더욱 곤경에 몰아넣는 결과를 낳았다.

우영심은 당장 얼굴이 빨개지며 어쩔바를 몰라하는데 아닌게아니라 곁에서들 저마끔 소리없이 웃었다. 콤퓨터만 마주하고 앉아있느라 무료감에 지쳤던 남자들의 입에서 그 녀자를 더욱 궁지에 몰아넣을 롱말이나 유모아라도 쏟아져나올판이였다.

우영심의 남편은 도체육단의 중량급레스링선수이다. 시험연구조 남자들한테는 《사랑과다증》에 걸린 남편이라는 아주 이채로운 별칭으로 불리우고있다. 안해인 우영심이까지도 기꺼이 인정하는 별칭이다.

《사랑과다증》이란 안해를 지나치다고 할 정도로 사랑한다고 해서 유모아가 심한 시험연구조의 수학전문가 김승호가 우영심의 남편한테 붙여놓은것이다.

사실 우영심의 남편은 몸매나 얼굴이나 빠지는데가 없이 곱고 인정 또한 많은 안해를 끔찍이도 사랑했다. 안해와 떨어져 하루라도 그 목소리를 듣지 못하면 속상한지 매일과 같이 전화를 걸어와서 어떤 때는 우영심을 여간 난처하게 하지 않았다. 일단 안해와 통화가 시작되면 끝날줄 모르는것이였다.

그런즉 《프로전화》라는것도 그닥 과장된 표현은 아닌데 부국장도 그들부부의 남다른 금슬을 알고있었다.

아닌게아니라 우영심이 곤경을 치르는 대가로 방안의 분위기는 다시금 화기로와졌다.

그런데 부국장이 위원장방에서 있은 협의회내용을 알려주자 불협화음이 일어났다. 역시 시험문제자료기지를 새롭게 혁신하는 문제때문이였다.

조장인 김호성은 차를 타고오면서 부국장한테 자기의 편안치 않은 심기를 이미 터쳐보인지라 입을 다물고있고 다른 사람들이 저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아니 부국장동지, 지금까지 밤을 패며 긴장하게 일해서 시험문제작성이 끝나가고 프로그람작업도 거의 마무리단계에 이르렀는데 이제와서 뒤집어놓으면 우린 어떻게 하라는겁니까?》

최광남이 한마디 하기 바쁘게 저저마다 불만을 터놓았다.

《시험날자가 멀지 않았는데 원격시험을 치자는것인지 말자는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 많은 문제를 다시 검토하고 프로그람도 다시 작성한다는게 말이 쉽지 그게 어디 헐한 일입니까?》

《시험문제의 질을 높이자는것도 그렇습니다. 수학의 증명문제나 자연과학과목의 실험문제와 같은것은 학생들의 론리적인 사고과정을 추적하여 평가하는 문제로서 콤퓨터시험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자면 문제형식이나 프로그람작성에서 연구해야 할 새로운 문제점들이 적지 않습니다. 더우기는 중학교졸업생들이 그런 난도가 높은 문제들을 리해하겠는가 하는것입니다.》

《시험때가 박두해오는데 시간도 없지 않습니까.》

《광남선생이 그렇게 말하면 안되지 뭐.》

왜서인지 처음부터 자기의 견해를 비치지 않고있던 량원일이 좋지 않은 소리로 한마디 했다. 그 바람에 모두들 조용해졌다.

조에서 제일 년장자이며 프로그람실력에 있어서도 대학적으로 인정하는 권위자라고 할수 있는 량원일은 응용수학연구실 실장으로 있다가 시험연구조에 동원된 사람이였다. 하여 조에서 그의 한마디한마디 말은 누구에게나 무게있게 통하는데 그 량원일이 시간타발을 하는 소리에는 그만 참지 못하고 불만을 터친것이였다.

사실 우에서 요구하는대로 문제의 수준을 올리자고 전반적인 문제자료기지를 검토하고 새로 갱신해야 한다면 누구보다도 부담이 많아지는 사람은 프로그람을 맡은 량원일이라고 할수 있었다.

《우리야 학구적인 사고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 아니요. 그런 이지러진 소리는 어울리지 않소.》

사람이 고지식하고 성근한 량원일은 그래놓고 스스로 미안한 생각이 들었던지 타협의 색채가 농후한 어조로 다시 말을 이었다.

《저는 시험문제의 질을 높이자는것이 응당한 요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미 일을 시작하기 전에 여기에 낯을 돌렸어야 했습니다.

말하자면 발전하는 우리 중등교육의 실태와 인재강국을 지향하는 시대적요구가 반영돼야 한다 그 말입니다.

그렇게 놓고보면 시간이 급하다는데 빙자할 문제가 아니지요. 학생들의 론리적인 사고과정을 충분히 평가할수 있게 시험문제의 형식도 더 연구돼야 합니다.

물론 이미 해놓은 과목별문제자료기지가 중등교육 전과정의 교육내용을 포괄하고있고 문제의 형식도 학생들이 배운 내용을 어느정도 기억하고있는가를 판정하던 종전의 문제형식에서는 많이 벗어났다고 하지만 우리는 여기에 만족하여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우리는 중등교육단계의 모든 학생들이 교과서내용에 대한 기계적인 인식이 아니라 하나를 배우고 열을 창조할수 있는 응용능력, 활용능력을 키우는데로 지향하는데 좋은 작용을 하도록 대학입학시험문제를 끊임없이 갱신하고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일을 좀 했다고 만족해하면 더 전진하지 못합니다.

이런 말도 있지 않습니까. 〈발전하지 않는것은 살아있지 않는것이다.〉 부국장동지, 이거 제가…》

량원일은 그 말이 상급앞에서 례의에 어긋나는 경솔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던지 얼굴이 벌개지며 말끝을 사리였다.

부국장이 리해의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제꺽 손을 내저었다.

《뭘 그러오. 그건 좋은 말이요.》

《그러니 우린 다 사망했는가?》

최광남이 능청스럽게 롱말을 한마디 던지는 바람에 분위기가 따분하던 방안에 화기의 바람이 일었다.

광우는 고개를 끄덕이였다.

《량동무의 말이 옳소. 지금 학생들속에서 교과서를 기계적으로 따로외워 순수 대학입학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따내기 위한 공부에 치중하는 현상이 근절되지 못하고있는것은 교원들부터가 지식전수를 위한 교수방법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사정과도 관련되오.

따라서 시험문제의 형식을 어떻게 발전시키는가 하는 문제는 중등교육의 질적수준을 시대적요구에 따라세우기 위한데서 중요한 문제이고 우리 당의 새 세기 교육혁명사상을 어떻게 구현하는가 하는 문제와 관련되여있다고 볼수 있소. 어디 더 생각되는것이 있으면 말해보오.》

누구도 말이 없었다.

광우는 모든 동무들이 자기가 맡은 부문에 대한 연구를 심화시켜야 하겠다는 말을 하며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모두들 각이한 생각이 실린 표정들이였다.

《허, 바쁘게 됐군!》, 《신경질이 남아돌아가는 우리 조장이 되게 달굴거야.》, 《허, 이달엔 색시보러 집에 내려가기 다 틀렸는걸. 할수 없지.》…

광우는 빙그레 웃었다.

《동무들이 알아야 할것은 문제자료기지를 새롭게 혁신하는 문제가 원격시험체계를 개발하는데서 핵심적인 의의를 가지는 중요과제라는거요. 안 그렇소? 동무들.》

《그건 그렇습니다. 우리가 시험제도를 새롭게 혁신하자는 목적이 무엇입니까. 나라의 중등교육발전을 추동하고 보다 능력있는 인재후비들을 육성선발해서 고등교육부문에 보내주자는것이 아니겠습니까.》

모임의 분위기에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은 이번에도 역시 량원일이였다. 조장인 김호성은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무슨 번민이라도 있는듯 자기 견해를 한마디도 내비치지 않았다. 광우는 그것이 불만스러웠으나 내색하지 않으면서 량원일의 말을 지지하여 고개를 끄덕이였다.

《다 들었소? 그러니 시험문제자료기지구축단계에서부터 문제의 형식을 교원들의 교수수준과 학생들의 실력수준을 기본으로 하여 정하던 종래의 인식에서 완전히 벗어나야겠소.

시험문제를 작성하는 동무들은 학생들의 응용능력을 평가한다는 일면적인 사고에만 머무를것이 아니라 지식경제시대의 요구에 맞게 교수내용을 실용화, 종합화, 현대화하며 교원들의 교수과정과 교수수단, 수법들을 혁신하는데 기여하는것으로 되여야 한다 그 말이요.

동무들도 다 알고있는 문제이지만 지식경제시대에 와서 인간의 능력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고있단 말이요.》

전통적인 관념에서 볼 때 인간의 능력은 본질상 그 인간이 지니고있는 지식의 질과 량이다.

하지만 그것은 이미 낡은 관념으로 되고있다.

오늘날의 인간은 《지식폭발》에 적응할수 있는 능력, 지식을 부단히 갱신할수 있는 능력, 경제와 과학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적응하는 능력, 다시말해서 첨단돌파능력이 있어야 한다.

뿐만아니라 미래를 예측하고 거기에 적응하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

인간의 능력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는데 따라 종전의 교수관념도 달라지고있다.

자라나는 새 세대들을 인류가 축적한 기성지식에 대한 단순한 적재가 아니라 사회의 진보에 실질적으로 기여할수 있는 창조적인 능력의 소유자들로 키우자면 교원들부터가 풍부한 전공지식과 함께 새로운 린접부문의 지식들을 부단히 창조해나가야 한다.

김광우가 인간의 능력에 대한 평가소리를 한것은 바로 그런 내용을 념두에 둔것이였다.

우리가 콤퓨터에 의한 원격시험으로 넘어가자는 목적의 하나도 바로 교원들의 교수방법에서 근본적인 전환을 가져오자는데 있다는것을 말하고싶었던것이였다.

《물론 우리는 여기서도 어디까지나 우리의 실정과 우리 혁명의 요구를 기준으로 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하는 일은 새것을 개척해야 하는 창조사업입니다.

그러니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며 동무들이 처음 해보는 일이지만 이악하게 노력해서 일정한 성과를 거둔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시험문제의 질을 높이는 문제가 제기되였고 그것이 교육발전을 위해 필요한것만큼 반드시 소화해야 합니다.》

광우는 어떻게 하면 중등교육단계의 실력이 다 나올수 있게 하면서도 학생들의 학습에 대한 열의를 높여줄수 있게 하겠는가 하는 방향에서 각자가 자기 맡은 전공과목을 놓고 연구를 더 심화시켜야겠다고 했다.

누구도 말이 없었다. 무거운 표정들이였다.

몇개월동안 밤을 새워가면서 힘들게 지어놓은 집을 헐어버리고 다시 지어야 하는 격이 되였으니 손맥이 풀릴수도 있는 일이였다. 그중에서도 우영심의 표정이 말이 아니였다.

그러지 않아도 그 녀자가 맡은 외국어과목은 작업량이 많은데다가 진척정도가 굼뜨다나니 요구성높은 조장한테서 자주 말을 듣는것이였다.

부국장이 그 녀자의 걱정이 실린 얼굴색을 띠여보며 리해의 너그러운 미소를 짓고있을 때 아름다운 음악이 울리였다.

우영심의 손전화기에서 울려나오는 호출음이였다. 옆에 앉아있던 남자들이 벌써부터 무슨 전화인가를 짐작하고 저마끔 시물거리였다.

우영심이 얼른 밖으로 나갔다. 공교롭게도 남자들의 눈길이 다 미치는 때에 남편한테서 전화가 온것이였다.

《에이, 정말 시끄러워죽겠어.》 하는 소리가 복도로 나가는 그 녀자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 소리에 방안의 남자들은 기다렸던듯이 내놓고 웃었다. 쌓인 스트레스가 그 웃음소리에 말짱 날아나는듯 했다.

《웃지들 마오. 남편이라면 그 산매 아버지처럼 안해를 그렇게 사랑해야 돼. 우리 영심선생은 행복한 녀자요.》

김광우가 그렇게 말해서 또 분위기가 흥그러워졌다.

광우는 얼굴색이 밝아진 사람들을 둘러보면서 마음이 가벼워졌다.

복도에서는 우영심이 어리광같기도 하고 진짜로 짜증을 내는것 같기도 한 목소리로 남편과 전화를 하고있었다.

《여보, 왜 때없이 자꾸 전화를 하면서 그래요?》

《그건 무슨 소리요? 당신은 사랑하는 이 〈애인〉의 목소리가 반갑지도 않소?》

《에이, 처녀총각도 아닌데 애인은 무슨 애인이람. 싱거운 사람!》

《우영심동무, 이 명준기는 귀여운 딸애의 착실한 아버지이지만 언제나 첫사랑을 속삭이던 그때처럼 동무를 사랑한단 말이요.》

《여보 산매 아버지, 당신의 사랑이 지극한건 알겠어요. 가슴이 찡하단 말이예요. 하지만 난 지금 그런 롱담을 할 겨를이 없어요.》

《롱담이란건 무슨 소리요? 난 정말 당신의 목소리가 듣고싶단 말이요. 〈애인〉의 사랑을 롱담으로 치부하다니, 너무하구만!》

《아유!― 속상해! 여보, 무슨 일이 있으면 빨리 말씀하시라요. 우린 지금 모임을 하고있단 말이예요. 우리 일과 관련된 아주 중요한 모임이예요.》 우영심은 목소리를 낮추어 《부국장동지까지 내려와서 말이예요.》했다.

그 바람에 레스링선수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우영심동무, 그건 무슨 소리요? 그러면 그렇다고 진작 말을 했어야지. 그런걸 모르고 우리 귀여운 따님한테 일이 있어 전화하지 않아.》

이번에는 우영심이 깜짝 놀라며 큰소리로 다급히 부르짖었다.

《여보, 산매한테 무슨 일이 있다는거예요? 어디 앓아요? 혹시 학교에 갔다가 무슨 일이 생긴게 아니예요?》

《일은 무슨 일. 밥을 안 먹는단 말이요. 열이 쪼꼼 있는것 같기도 한데… 이거 당신이 없으니 어떻게 해야 하겠는지 모르겠단 말이요.》

《아유! 훌륭한 아버지. 유명한 수학자인 뉴톤이 개구멍을 어떻게 내야 하는지 몰라 쩔쩔맸다더니 당신은 레스링 하나밖에 모르는게지요?

인차 세계선수권보유자가 될거예요. 이봐요, 고명한 〈레스링박사〉선생님. 명심해서 들어요. 이제 당장 따님을 업고 진료소로 가세요. 거기서 소화불량인지 감기에 걸렸는지 정확한 진단을 받은 다음 의사들이 내주는 약을 먹이세요. 아무 약이나 먹이면 안돼요. 꼭 의사선생의 말대로 해야 해요. 알겠어요?》

《아차, 내가 왜 병원에 가면 된다는 생각을 못했을가? 그렇게 단순한 생각을.》

《그래서 〈레스링박사〉지요.》

《됐소, 그만하기요. 중요한 모임을 한다는데… 빨리 참가하오.》

그들 부부가 다정한 전화를 하고있을 때 정문앞에서는 라영국이 처녀를 만나고있었다.

《어떻게 왔소?》 멀리서부터 싱글싱글 웃으며 다가온 라영국이 물었다.

처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였다. 애인이 늦가을의 흐린 하늘처럼 시펄뚱해서 맞이하리라는 생각에 찾아갈가 어쩔가 하다가 자존심을 누르고 왔는데 언제 절교를 선언했던가싶게 벌쭉거리는 인상이 아닌가.

이 사람이 녀자앞에서는 주대도 없이 쉽사리 뼈가 물렁탕이 되여버리는 그런 서푼짜리 사내가 아닌가 하는 생각조차 들었다.

사실 라영국은 며칠전에 처녀를 만나면서 부상인 그의 아버지가 시험연구조의 일을 두고 좋지 않게 이야기했다는 말을 듣고서는 다시 만나지 않을것처럼 푸르딩딩했던것이다.

숙소로 돌아와서는 라영국이 함께 일하는 동료들앞에서 자기들의 사랑이 슬프게도 끝장난것처럼 말하여 그들 청춘남녀의 사랑을 집단의 귀중한 재산처럼 소중히 여겨온 모두를 자못 서운하게 했다.

처녀는 그런 일까지 있었다는것은 알수 없었지만 라영국이 직접 자기에게 《난 동무나 동무 아버지에게 만족을 주지 못할수도 있소.》라고 매정하게 말한 그 한마디만도 언밥덩이를 삼킨듯 아직도 속에서 내려가지 않아 일부러 새침한 표정을 지으며 애인을 맞이했다.

《왜 찾아왔느냐고요? 처녀의 마음을 든장질해놓고는 먼저 아픈 말을 쏟아놓은 사람은 누군데…》

라영국은 손목시계를 내려다보며 모자라는 사람처럼 벌쭉 헤식은 웃음을 지었다.

《오, 그거야 우리 연구조가 하는 일을 누구보다 지지해주고 힘을 주어야 할 동무의 아버지가 오히려 반대를 한다니까 그렇게 말한것이지. 난 정말 우리 연구조를 떠날수 없단 말이요. 그건 함께 일해오는 사람들에 대한 도덕적의무감에 귀착되는 문제요. 동문 그걸 리해하지 못하고있소. 그런데 정말 무슨 일로 이렇게 찾아왔소? 난 지금 대단히 바쁘오.》

대수롭지 않은 일을 말하듯 하는 라영국을 어이없어 빤히 올려다보던 처녀의 두눈에 물기가 어리면서 돌연히 원망과 분노가 타올랐다.

《그러니… 동진… 정말… 우리들의 관계를…》 처녀는 파들파들 떨면서 끝내 말끝을 잇지 못했다.

라영국은 그만 어리둥절했다.

《갑자기 왜 그래? 영랑.》

《됐어요!》 별안간 처녀는 몸을 홱 돌려 걸어갔다.

라영국은 《동문 그걸 리해하지 못하고있소.》라고 한 그 말에 대하여 그리고 지금은 시간이 없다고 한 자기의 그 말에 대하여 처녀가 엄청난 오해를 하고있으며 자칫 잘못하다가는 아름다운 새가 자기의 품에서 영영 날아가버릴수 있다는 생각이 별안간 떠올랐다.

하여 처녀를 붙들고 사연을 설명해야겠는데 그럴 겨를이 없었다. 처녀는 얄궂게도 시야에서 사라져가고 부국장방에서는 중요한 토론을 하며 자기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있을것이였다.

《젠장! 갈테면 가라지!》 그는 자신에게인지 처녀에게인지 모를 화를 내며 전영랑이 사라진쪽에 대고 말이 나가는대로 내뱉았다.

라영국이 모임장소에 들어섰을 때 모두의 눈길이 그한테 쏠리였다.

《벌써 다 만났소?》 마치도 모임은 모임이고 두 련인이 오래동안 재미있게 만나기를 바라기라도 했던듯 싱글거리던 부국장은 라영국의 시퍼래진 얼굴색을 띠여보고 의아해서 다시 물었다.

《아니, 무슨 일이 있었소?》

라영국은 자리에 앉아서도 대답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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