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페지로
날자별열람

제 42 회


제 6 장


12


10월 초순경이면 대체로 날씨가 맑게 개이군 했는데 어인 일인지 창창 맑았던 하늘에서 구름이 가실줄을 몰랐다.

당창건기념일이 박두해오면서는 사흘동안이나 비가 구질구질 내리면서 바람질을 세게 했다.

거리로는 락엽이 날리고 건설장들마다에서는 비물이 마를새없이 질쩍거렸다. 학교교재원의 나무잎들도 반나마 떨어졌고 운동장 곳곳에도 비물이 고여 논판처럼 번들거렸다.

방식상학의 날에도 그렇게 궂히지 않을가 하는것은 특히 자동차소조원들의 걱정이였다. 운동장에 하얀 금을 그어놓고 신바람나게 운전기술을 보여야겠는데 논판처럼 질쩍거린다면 어찌한단 말인가.

최원석의 심정도 같았다.

청청 맑은 하늘로 기운차게 날아올라야 할 로케트인데 가뜩이나 찌뿌둥한 날씨에 비까지 쏟아져내린다면 제대로 발사나 되겠는가.

또 한풀 꺾인듯 한 분위기를 포착하신 김정일동지께서는 곧 학교민청위원들과 소조책임자들의 모임을 소집하시였다. 각 소조들에서의 방식상학준비정형을 최종적으로 다시 료해하고 있을수 있는 뜻밖의 정황들까지 예견하여 사전대책들을 더욱 철저히 세울데 대한 현실적인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토의하시였다.

《다시 반복하지만 일기조건을 걱정하는것은 청년들답지 않습니다. 동무들, 생각해보시오. 항일빨찌산대원들이, 우리의 영웅적인 인민군용사들이 비가 오고 눈바람이 휘몰아친다고 원쑤들과의 싸움을 주저한적이 있었습니까?

우리가 소조활동을 벌리면서 배운 지식을 현실속에서 튼튼히 다져나가는 목적자체가 어디에 있습니까.

자동차를 항상 맑은 날, 마른 길로만 운전할수도 없는 일이고 우리의 앞길에 항상 맑은 날만 있을수도 없지 않습니까. 우리는 눈비는 물론 예상할수 없는 폭우와 폭풍도 예견해야 하며 험산준령과 가시덤불길도 각오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번 방식상학도 항일빨찌산들의 혁명정신, 위대한 수령님의 혁명사상을 따라배우는 정신으로 대해야 하며 부닥치는 난관들을 우리자체의 힘과 지혜로 헤쳐나가야 합니다. 이 정신, 이 각오와 관점, 자세와 립장앞에서는 천만산악도 물러앉고 하늘길도 열릴것입니다.》

《옳습니다.》

자동차소조책임자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흥분을 터쳤다.

《옳습니다. 나부터도 날궂히는것을 걱정했는데 아주 그릇된 생각이였습니다. 사실말이지 이번 방식상학때 사람들앞에서 멋을 부리며 한번 뽐을 내여보자는 생각이 없지 않았다는것을 비판합니다.

부위원장동무의 말을 듣고보니 방식상학을 할 때 오히려 비가 더 억수로 쏟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강물도 헤가르고 진펄도 헤쳐나가야 할 우리가 아닙니까.》

물리소조책임자도 뒤질세라 일어났다.

《나 역시 같았습니다. 방식상학에서 사람들한테 잘 보일 생각부터 앞세웠지 우리 소조원들자체를 명실공히 미래의 주인, 앞날의 믿음직한 주인으로서의 책임을 다할수 있는 실지 쓸모있는 지식과 기술을 소유한 나라의 튼튼한 인재들로 준비하도록 하는데로 확고히 지향시키지는 못했습니다.》

자기의 힘과 지혜를 믿고 과감히 맞서나가면 천만산악도 물러서고 하늘길도 열린다고 하신 김정일동지의 말씀대로 온 학교가 떨쳐나섰는데 정말로 방식상학의 날을 이틀 앞두고 언제였던가싶게 날이 챙챙 맑아졌다.

거리상공에 무겁게 내려앉았던 비구름장들은 밤사이에 어디론가 말끔히 사라지고 해빛 눈부신 하늘에는 목화송이같은 하얀 송이구름 몇송이가 떠돌뿐이였다.

나무잎들은 다시 파랗게 물이 오르는듯싶었고 운동장에 고였던 비물들도 어느 사이 땅속으로 잦아들어 자취를 감추었다. 선들선들 불어오는 마가을바람은 대기의 습기를 말끔히 거두어 바다쪽으로 씨원스레 몰아가고 거리거리에는 다시금 건조하고 따뜻한 공기가 휘감겨들었다.

방식상학의 날에는 특히 더 하늘이 높고 청신하여 해빛도 유난히 밝았다.

내각과 성의 교육부문 일군들과 함께 평양시안의 각 학교 교장, 모범적인 교원들이 여러대의 뻐스를 타고 찾아왔다.

회의실에서 교장선생의 소조조직운영과 관련한 경험종합해설을 들은 참관자들은 장운영이 책임자로 활동하는 김일성원수혁명활동연구소조로부터 시작하여 리용과 성효정이 주동이 되여 수백종의 동물박제품들과 식물표본들을 그쯘하게 마련해놓은 생물연구실, 기계소조와 물리소조, 식초와 알콜을 자기들의 손으로 직접 제조하고있는 주영화네 화학소조를 놀라움과 감탄속에 돌아본 다음 다시 회의실에 모여 한숨 쉬면서 음악소조원들이 출연하는 예술공연을 관람하였다.

큰 극장의 전문예술단체 예술인들의 공연관람 못지 않게 탄복의 박수갈채를 보낸 그들은 이어 운동장으로 나가 가슴을 조이면서 자동차소조원들의 운전기술을 본 다음 행사의 마지막절정으로 준비한 최원석을 비롯한 물리소조원들의 로케트발사장에 모여섰다.

은빛색갈을 입힌 동체에서 《남산―1》호라는 빨간색의 글발이 유난스러운 로케트가 해빛을 번쩍번쩍 튕기고있었다.

그 주위로는 참관자들뿐만아니라 전교학생들과 교원들도 다 모였다.

학생들은 꽃다발과 함께 수십개의 고무풍선까지 들었다.

참관자들과 학생들은 환희에 넘쳐있었지만 최원석은 가슴이 너무 조여들어 숨조차 제대로 쉴수가 없었다.

물론 여러차례 반복실험을 하여 자신은 있었다. 하지만 일이 안되려면 자빠져도 코가 깨여진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지금까지의 모든 참관은 예상보다도 더 크게 성공했는데 그 성과를 자기네 물리소조가, 구체적으로는 최원석 자기가 다 말아먹게 되는게 아닐가 하는 공포심이 어린 걱정이였다.

운동장을 꽉 채운 참관자들도 그렇지만 수백명 학생들과 그들이 들고있는 꽃다발과 고무풍선마저도 속이 떨리게 했다.

소조책임자와 다른 소조원들의 긴장도 최원석 못지 않았다.

최원석은 저도모르게 학생대렬을 둘러보았다. 주영화와 리용, 장운영도 긴장한 눈빛들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민청위원장선생과 함께 서계시였다.

그이께서도 어지간히 긴장한 표정이시였다.

최원석과 시선이 마주치자 그이의 안광에서는 영채로운 빛이 번쩍 했다.

그이께서는 힘있게 고개를 끄덕여보이시였다.

순간 최원석은 막혔던 숨길이 활 열리면서 터지도록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끼였다. 너무도 큰 흥분으로 들떠오른 그는 물리소조책임자가 호각을 입에 물면서 붉은색의 신호기발을 머리우로 높이 들어올리는것도 미처 가늠하지 못하였다. 그저 감각으로 느끼면서 본능적으로 발사장치의 전기스위치에 두손을 모아얹었다.

자연 숨이 멎었다. 온 운동장이 일제히 숨을 멈추었다. 아니, 온 세상이, 하늘과 땅 전체가 숨을 죽인듯싶었다.

정신이 다 아찔해지는 순간 그는 귀청을 째는듯 한 호각소리와 함께 눈앞이 온통 불길속에 휩싸이는감을 느끼였다.

소조책임자의 붉은 기발이 힘차게 아래로 내려졌던것이다.

최원석은 그다음 제가 어떻게 했는지 몰랐다.

펑! 하는 폭발음과 함께 자기 키만큼이나 큰 로케트동체가 움씰하더니 용을 쓰면서 하늘공중으로 씽 날아오르는것을 멍하니 쳐다보기만 하였다.

《야!》

《떴다!》

《성공, 성공이다!》

로케트의 발사폭음에는 비할수도 없는 환성이 터졌다.

힘차게 날아오르는 로케트와 함께 형형색색의 고무풍선들이 일제히 운동장상공을 뒤덮었다.

《만세!》

《성공이다, 만세!》

《만세, 물리소조 만세!》

꽃보라가 쏟아지고 꽃테프들이 날아와 최원석의 목과 어깨우에 감겼다.

박수폭풍이 일었다.

최원석은 목이 꽉 메여올랐다. 눈앞이 뽀얘졌다.

얼마후에야 그는 자기의 두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후더운 눈물을 감촉하였다.

제일먼저 박수를 보내시는 김정일동지의 모습앞에 불덩이같은것이 가슴속에서 치밀었던것이다.

(부위원장동무, 고맙습니다. 오늘의 이 성공은 부위원장동무가 아니였다면 생각할수도 없습니다!)

손바닥이 터져라 열렬히 축하의 박수를 보내는 동무들과 선생님들을 둘러보았다. 주영화와 장운영, 리용과 성효정, 경일호 그리고 선정화선생과 교장선생도 열정적으로 박수를 치고있었다.

뜨거운 눈길을 다시금 학생들, 교원들, 수백명의 참관자들과 함께 힘차게 박수를 치고계시는 김정일동지께로 돌리였다.

그이께서는 더 힘있게 박수를 치시면서 푸른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로케트 《남산―1》호를 만족스럽게 바라보고계시였다.

로케트는 이윽하여 대동강변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하였다.

그쪽 하늘에서는 밝고밝은 태양이 더욱 눈부신 빛을 누리에 한껏 뿌리고있었다.


× ×


방식상학소식은 그날로 평양시안의 학교들뿐아니라 가정세대들에까지 쫙 퍼졌다. 뻐스칸에서도 직장의 사무실들에서도 진짜로케트가 날아오른것만큼이나 희한들 해서 떠들었다.

살림집건설장들의 기중기들은 더 힘차게 벽체블로크들을 물어올렸고 옥류교와 평양대극장건설장들에서는 대폭의 붉은 기발들이 더 힘차게 나붓기는 가운데 방송차의 선동소리가 하늘가로 꽝꽝 메아리쳤다.

그 놀라운 소식에 누구보다 흥분한 사람은 아직 조국체류중인 림춘추였다. 외국대사로 나가 활동하면서도 전쟁시기부터 그 나라에 보내여 공부시키고있는 우리 나라의 전재고아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돌리고있던 그는 방식상학이 있은 다음날로 직접 학교로 찾아와 교장선생을 만났다.

그리고 매 소조실들도 빠짐없이 돌아보며 소조발기에 대해서는 물론 그 조직운영과정에 대하여 큰 감동속에 구체적으로 들었다.

방식상학을 앞두고 격렬하게 벌어졌던 교육성 부상과의 대결소식을 듣고서는 제사 책상을 치며 격분을 터뜨렸다.

아울러 김정일동지의 뜻을 받들어 자리를 차며 일어나 당의 교육정책을 열렬히 옹호해나선 학생들의 날카로운 투쟁앞에 탄복을 금치 못했다.

(모두들 우리 장군을 지지하고 옹위해나섰단 말이지, 우리 장군을… 과시 우리 수령님의 뒤를 이을 장군이시다!)

학교에서 나오는 길로 그는 승용차를 대성산으로 돌렸다.

김정숙동지의 묘소를 찾아가려는것이였다.

기쁜 날이든, 속상한 일이 생겼을 때이든 더우기 김정일동지와 관련한 일이 있을 때면 만사 제쳐놓고 찾아가군 하는 그였다.

하긴 전쟁의 어려운 시기 지방당의 책임일군으로 사업할 때에도 평양에 오게 되면 적들의 폭격이 심한 속에서도 그이의 분묘옆에 자리를 정하고 밤새도록 마음속의 대화를 나누며 새날을 맞군 하던 그가 아니였던가.

대성산골안은 언제나 그러했지만 장수봉밑의 안침진 소나무숲은 더우기 잎떨어지는 소리도 들릴만큼 고요했다. 온갖 단풍이 울긋불긋한 숲속의 동천호와 서천호물가녁에서는 가을풍경에 취한듯 팔뚝같은 물고기들이 첨벙첨벙 뛰여오르며 숲의 고요를 깨뜨렸다.

오래간만에 찾아오는 손님을 열정적으로 맞는양 솔새와 박새들이 무성한 나무가지들을 넘놀며 유정스레 우짖고 다람쥐와 청서들이 깜찍스럽게 재롱을 피웠다.

림춘추는 매양 그러하듯이 옛 남문터앞에 승용차를 세우고 숲속길을 천천히 걸어올라갔다. 숲속길은 점점 더 아름드리나무들속에 묻히여 봄의 고향 백두산밀영의 밀림속에 들어선감을 느끼였다.

이윽고 김정숙동지의 묘소앞에 이른 그는 한동안이나 고개를 깊이 숙이고 정중히 서있었다. 한참동안 그렇게 서서 그리움의 정을 터치고난 그는 조용히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는 반드시 그러군 했던것처럼 천천히 묘주위를 돌고나서 앞의 금잔디우에 가만히 앉았다. 명절이면 명절날마다, 때로는 일요일 저녁에도 김정일동지께서 찾아와 앉으시여 하많은 마음속의 말씀을 나누군 하신다는 목메이게 하는 자리였다.

《정숙동무!》

림춘추는 뜨거움이 어린 목소리로 불렀다. 이어 불같은 환희의 격정을 터쳤다.

《정숙동무, 내 오늘 너무도 기뻐서 찾아왔소. 전번 귀국때에는 종파놈팽이들때문에 마음고생하시는 우리 수령님을 옆에서 도와드리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분노, 죄책감때문에 왔댔다면 오늘은 정말이지 하늘로 날아오르기라도 하고싶은 심정으로 달려왔소.

우리 광명성장군 말이요, 어쩌면 그리도 대바르고 정의롭고 름름하오. 어쩌면 그리도 예지롭고 슬기롭고 인정이 바다같소!

내 비록 글을 쓰는 문필가라고 하지만 적중한 말을 찾지 못하겠소. 기껏 한마디로 집약해본다면 정숙동무, 그 인정 하나만 봐도 신통히 꼭 정숙동무를 닮았구려. 백두밀림에서부터 정숙동무가 온갖 정성, 모든 품을 다하여 기울인 그 기대, 그 희망 아니, 항일전의 우리 모든 전우들의 한결같은 기대와 불같은 념원과 믿음이 분명히 명백한 현실로 활짝 펼쳐지고있다는 확신이요.》

그는 역시 소설도 쓰고 시도 짓는 문필가이며 정치인이고 외교일군이였다. 했으나 한시간가까이 가슴속에서 솟구치는 격정을 터치고 또 터치였건만 그것은 오히려 더 불길처럼 황황 타번지였다.

김일, 오진우, 최현, 오백룡, 박영순, 황순희, 리을설… 항일전의 옛 전우들의 얼굴이 한꺼번에 다 떠올랐다. 그들모두를 붙안고 앉아 며칠, 몇밤이라도 새우고싶었다.

불의 격랑에 한껏 들떠오른 그는 운전사의 재촉을 두세차례나 더 받고서야 대성산을 내렸다.

시내중심에 들어섰으나 기쁨의 흥분을 도저히 누를수가 없어 친형제이상으로 정이 통하고 마음이 통하는 오진우를 찾아갔다.

어깨우에 단 주먹같은 장령별의 무게로 해서인지 옆에서 폭탄이 터져도 꿈쩍 않을 기상이였건만 림춘추를 맞아들이는 첫 순간 오진우는 퍼그나 의아해하였다. 한순간이 지나서야 그는 제 성미대로 전혀 웃음기를 담지 않은 뚝한 표정을 짓고 한마디 던졌다.

《기쁜 일이 생긴 모양이요?》

림춘추는 콱 터치듯 했다.

《그렇소. 기뻐도 보통 기쁜 일이겠소!》

《그럴테지.》

오진우는 짐작이 된다는듯 뒤짐을 지며 돌아섰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우리 평양만도 한해에 10년 아니, 100년맞잡이로 변했거던. 림동무가 조국에 나왔다간것이 언제요?…

평양대극장, 옥류교… 에? 5개년계획을 거의다 끝내지 않았소. 2년반에! 놈들이 기절초풍을 할 정도란 말 들었겠소?》

《암, 물론이요. 온 유럽땅이 들썩들썩하지. 하지만 내 말은 그게 아니요!》

오진우는 여전히 제 성미대로 느럭느럭 방안을 거닐며 툭하게 던졌다.

《오, 천리마?!》

림춘추는 손을 홱 내저으며 성을 내듯 어성을 높였다.

《우리 장군 말이요. 광명성!》

오진우는 그제서야 씽 돌아섰다. 그 얼굴과 눈빛에 의아함과 긴장감이 어렸다.

그런 그에게 한걸음 썩 다가서며 림춘추는 다그어대듯 물었다.

《남산학교소식 들었소?》

《들었소. 부상이 혼쭐이 났댔다더구만.》

《그에 대해서야 뭐 더 론할게 있소. 우리 광명성장군 말이요, 학교민청조직과 동무들을 이끌고나가는 그 조직적수완과 통솔력, 우리 수령님의 사상, 당의 로선과 정책에 대한 견결한 옹호와 투철한 결사관철의 정신… 이번 방식상학준비과정이 무엇을 보여주었는가 하는거요!》

《말할게 있소? 우리 수령님 그대로이지!》

오진우도 드디여 흥분을 터쳤다.

림춘추의 격동은 한층더 껑충 도약을 했다.

《옳아, 우리 수령님 그대로란 말이 옳아. 우리 수령님께서 조국개선의 그날부터 제일 귀중히 여기신게 뭐요.

인재중시! 나라는 해방시켰는데… 너무도 모자랐거던. 우리 광명성장군의 가슴에 지금 무엇이 꽉 차있는가! 사람중시, 인간중시!… 수령님의 그 원대한 구상을 실현하자면 첫째도 둘째도 사람문제부터 풀어야 한다는것이 체질화되시였단 말이요.

여보 오동무, 우리가 철도 없는 시절에 수령님을 따라 혁명의 길에 나서서 어떻게 자랐소? 사령관동지께서 쥐여주신 연필을 쥐고 우리 글을 배우며 혁명을 배운 우리 혁명가들이 아니요.》

림춘추는 돌연 목이 메여올라 기침을 했다.

오진우가 얼른 물고뿌를 내밀었다.

림춘추는 물 한고뿌를 다 마시고나서 더 뜨겁게 흥분을 터쳤다.

《정말이지 수령님께서 우리를 어떻게 키워주셨소. 생각나오? 〈너는 김혁 나는 성주〉!… 우리 전우들을 위해 지새우신 밤은 얼마이며 흘리신 눈물은 또 얼마요! 우린 그 정에 끌려 한생 수령님을 따라왔거던. 수령님께서 얼마나 뜨겁게 말씀하시군 하오. 혁명가가 되기 전에 우선 참다운 인간이 되여야 한다고 말이요. 우리 장군이야말로 그렇지 않소. 재삼 말하지만 학교민청사업을 밀고나가는 그 조직력, 동지들을 믿고 그들에 의거하여 수령님의 교육혁명구상을 정력적으로 보좌해드린 그 충정은 물론 수령님의 뜻을 받들어 진행하는 방식상학을 성과적으로 보장한 그 방법론… 정말이지 난 방식상학준비를 앞두고 진행한 협의회소식을 듣고는 이 심장이 막 터지기라도 하는것 같았소.》

오진우는 갑자기 림춘추를 등지며 돌아섰다. 성큼성큼 창문앞으로 걸어간 그는 두손으로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더니 마치 시라도 읊듯이 격정을 터쳤다.

《아, 보이오, 보여! 우리 장군의 시대가 환해. 우리 군대, 우리 인민… 2천만 동포가 우리 수령님을 운명의 구세주로 믿고 따라나섰던 그때처럼 천만군민이 우리 장군의 그 정의 세계에 끌려 억척으로 뭉쳐나갈 조선혁명의 장래! 륭성번영할 조국의 앞날이 환히 보인단 말이요!》

한순간 의아했던 림춘추도 그제야 급히 그의 뒤를 따라섰다.

《우리 장군의 시대!… 그렇지, 그렇소. 그 인정에야 누군들 안 따르겠소. 천만의 대오, 온 나라가 뭉친 통일단결!… 훌륭해. 황홀하거던! 노을처럼 황홀한 세계요!》

오진우는 또 림춘추를 향해 홱 돌아섰다.

이글이글 끓는 눈길로 림춘추를 마주보며 무엇인가 더 터치려는듯 했으나 그는 끝내 입을 열지 못한채 손을 홱 내젓고 다시 돌아서며 한탄처럼 이었다.

《이거 이런 땐 참 내자신이 귀뺨이라도 한대 치고싶단 말이요. 림동무야 한다하는 문필가이니 그렇게 멋있는 말을 하는데 일생 군복과 총밖에 모르는 이 오진우야 어디 그렇게 되오?》

그러자 림춘추는 두손을 펴서 내흔들었다.

《아, 됐소됐소. 오동무, 그 말자체가 명담이요. 그 말이 림춘추의 열마디, 백마디보다 훨씬 낫소!》

진심으로 진정을 터치고난 림춘추는 제편에서 정색을 했다.

《오동무, 사실 내가 오늘 찾아온건 감탄이나 하고 치하나 하자고 하는게 아니요. 어깨가 무거워진단 말이요. 우리 투사들의 어깨가! 우리가 백두산에서부터 무엇을 념원했소. 김정숙동지랑 항일전우들이 우리의 광명성을 어떻게 받들었소. 이제 우리 항일전우들, 우리 세대의 임무가 뭐요?》

《그만하오. 그거야 새삼스레 더 론할게 있소? 수령님께서도 여러차례 말씀이 계셨소. 자제분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고 말이요. 깜짝 놀란 때도 한두번이 아니라고 하셨소. 자제분과 마주하면 더 힘이 나고 신심이 북받쳐서 깊은 밤에도 자주 마주앉게 되군 한다고 하셨소. 며칠전에 김일동지를 만났댔는데 그도 무척 탄복을 했소. 우리 혁명의 장래를 놓고 말이요.》

《음!》

림춘추는 그제서야 큰숨을 훅 내쉬였다.

그는 두손을 쥐였다폈다 하면서 오진우의 반대쪽켠을 천천히 거닐었다.

뜨거운 정적이 흘렀다.

시원하게 트인 창문앞에 다가서던 림춘추가 느닷없이 물었다.

《우리 장군이 어머님을 그리며 노래 한곡을 지었는데 알고있소?》

《세월의 눈비를 다 맞으시며… 하는 노래 말이요? 아직은 미완성이라고 하던데…》

《알고있구만. 미완성이든 어쨌든… 내 전날 댁에 들렸다가 피아노를 치면서 부르는걸 들으며 울었소. 아, 우리 광명성!… 내 그래서 오늘 정숙동무의 묘앞에서 그 노래를 다시 불렀소. 광명성장군을 대신해서 말이요.》

순간 명치끝으로 불뭉치같은것이 울컥 치밀었다.

입술을 꽉 깨물어 가까스로 눌러삼킨 그는 저도모르게 조용조용 그 노래를 다시 부르기 시작하였다.


세월의 눈비를 다 맞으시며

나를 품어 키우신 나의 어머니

만가지 소원을 헤아려보시며

조선의 고운 꿈 꽃피워주셨네


오진우가 석쉼하게 갈리는 목소리로 노래의 2절가사를 나직나직 받아외웠다.


비와도 눈와도 먼길 떠나도

손잡아 이끄신 나의 어머니

순간을 살아도 빛나게 살라고

길러준 그 품을 내 어이 잊으랴


림춘추가 돌아섰다. 두 혁명전우의 눈길이 뜨겁게 마주쳤다.

그들은 약속이라도 했던듯 목소리를 합쳤다.


기쁘나 힘드나 부르고싶은

정답고 미더운 나의 어머니

그 은혜 못 잊어 세월의 끝까지

수령님 받들어 한길을 가리라


어머니 어머니 나의 어머니

뜨거운 그 사랑 내 크며 알았네


노래는 끝났지만 두 투사의 눈길은 떨어질줄을 몰랐다.

림춘추가 뜨직뜨직 다시한번 외웠다.

《내 크며 알았네.》

오진우도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래. 그렇지… 〈내 크며〉 알구말구!》

이전페지   다음페지

←되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