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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1 회


제 6 장


11


9월 마지막주소조운영의 날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류룡철과 함께 동평양기계공장으로 가시였다. 선정화선생이 기사장인 오빠를 찾아 그 공장으로 갔다는것을 아셨던것이다.

기계소조에서 아주 훌륭한 발기를 했기때문이였다.

선반과 볼반 등 공작기계들을 능숙하게 다룰수 있게 된 소조원들은 물리소조의 최원석이나 화학소조의 주영화네처럼 방식상학때 저들도 제손으로 직접 무엇이든 창안품을 하나 내놓고싶어졌다.

어찌 물리소조나 화학소조만인가.

김정일동지의 발기대로 음악소조에서는 다채로운 예술공연을 준비해가지고 수차 건설장들에 나가 떠들썩하게 선동공연을 했고 체육소조에서는 시내학교들을 찾아다니며 축구와 배구경기도 진행했다.

기계소조라고 가만있을수가 없었다. 다른 소조들에서는 그렇게 실천활동으로써 은을 내고있는데 공업의 핵심은 철과 기계라고 긍지스러워하는 기계소조가 잠을 자고있어 되겠는가, 저희도 그만했으면 무엇인가 한방 꽝 쏘아야겠다고 들썩들썩했다.

거듭되는 론의중에 소조책임자는 무릎을 탁 치고나서 김정일동지를 찾아갔다. 물리소조와 음악소조, 자동차소조를 지도하신것처럼 자기네 소조에서는 무엇을 하면 좋겠는지 가르쳐달라는것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쾌히 응하시고 곧 기계소조원들과 마주앉으시였다. 그들의 의견을 하나하나 친절히 듣고나신 그이께서는 경성군의 아마공장 로동계급처럼 선반을 만들어보자는 대담한 구상도 좋고 자동차소조원들을 도와주기 위해 차부속품들을 깎아내놓자는 안도 좋지만 기계소조에서는 못기계를 하나 마련하는것이 어떤가고 하셨었다.

한것은 지난해 수도건설지원전투때 비록 큰것은 아니면서도 곳곳에서 못이 부족하여 애를 태우군 하던 일이 생각나셨던것이다.

소조원들도 그 생각이 났던지 손벽을 치며 지지해나섰다. 그들을 그렇게 흥분시키는것은 못만드는기계는 구조가 그리 복잡하지 않아 다루기도 쉬울뿐아니라 선반을 만드는 일처럼 공상적인감보다 자기들의 힘으로도 얼마든지 해낼수 있는 현실성과 특히는 실효성이 높다는것이였다.

지금 수도시민들의 일상생활에서도 그렇고 여전히 건설장마다에서는 있으면 있는대로 요구하는것이 각종 규격의 못이였던것이다. 여러가지 못을 만들어 건설장들에 보내주고 상점들에도 가져다준다면 얼마나 좋아하겠는가.

못은 그 자재도 쉽게 해결할수 있었다. 비록 자투리라고 해도 각종 규격의 쇠줄만 있으면 되는데 개인집들에는 물론 시내곳곳의 수매소들과 건설장들에서 흔하게 찾아볼수 있는것이 쇠줄이 아닌가.

누구보다 기뻐한것은 선정화선생이였다.

지난 여름 결혼식을 한 그는 원래 새 학년도가 시작되면서부터는 남편을 따라 다른 곳으로 가게 되여있었다. 하지만 학급학생들과 헤여지기 너무도 서운하여 방식상학때까지만은 학교에 더 있기로 했었는데 그러한 선생이고보니 누구보다도 방식상학에 더 관심과 기대가 컸던것이였다.

마침 맏오빠가 동평양기계공장의 기사장이였다. 큰 기계공장 기사장이 못기계 만드는것쯤 도와주지 못하겠는가.

그것을 아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보다 큰 흥분이 가슴을 쾅 침을 느끼시였다.

자동차소조원들생각에서 오는 흥분이였다.

자동차소조에서 왜 자동차운전기술만 배우겠는가. 뜨락또르나 불도젤운전기술을 배우면 군대에 나가서도 그렇고 일단 유사시에 땅크병이 제꺽 되여서 원쑤들을 본때있게 족칠수 있게 준비할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시였다.

《틀렸어, 틀렸거던.》 하고 못마땅해하던 최현동지의 얼굴이 떠오르셨다. 그가 요구하고 바라던것이 바로 이런것이 아니겠는가!

류룡철이 이미 그런 지식과 기술을 배울수 있었더라면 지금 얼마나 좋았겠는가.

잘하면 기계공장에서 페기된 불도젤같은것도 한대 얻을런지 모른다. 내부장치들만이라도 분해해다 놓고 부족되는 부속들은 보충을 하여 조립하면 실내에서도 구조작용원리와 운전조작기술같은것은 얼마든지 터득을 할수 있다고 믿으시였다.

얼마 안있어 군복을 입을 류룡철에게 그 생각을 비쳤더니 그는 제편에서 더 흥분하여 당장 기계공장으로 가자고 서둘렀다. 군복을 입기전에 저도 모교를 위해서 무엇인가 좋은 일을 하게 되였다고 좋아하는것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가슴이 뭉클하시였다.

모교를 위해 좋은 일을 하게 되는 기쁨도 기쁨이지만 입대를 앞두고 하루라도 더 자신의 곁에 가까이 붙어 어디든지 함께 다니고싶어하는 그 심정을 다시금 뜨겁게 느끼셨던것이다.

좋은 일을 하려는 사람들한테는 더 좋은 일들이 차례지기마련인지 기계공장에 갔던 일도 예상밖으로 크게 다 잘 풀렸다.

마침 기계공장에 자체로 만들어쓰던 못기계가 3대 있는데 그중 한대를 즉시 학교에 이관시켜주겠다는 약속과 함께 선정화선생의 오빠가 자기네 공장에는 없지만 어느 건설사업소의 운수직장에 낡을대로 낡아 내버려둔 불도젤 한대를 본 생각이 난다며 자기가 나서서 책임적으로 해결해보내겠다고 했던것이다.

뻐스를 타면 쉽게 돌아갈수 있었지만 일행은 나루터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대동강가에 나서니 강건너로 몇달전에 착공한 대극장건설장의 웅장한 모습이 한눈에 안겨왔다. 멀리 모란봉쪽으로는 역시 같은 시기에 착공한 옥류교건설장이 가슴을 툭툭 뛰게 하였다.

위대한 수령님께서 지난해 여름 어느날 시안의 설계부문과 건설부문일군들을 데리고 친히 유람선에 오르시여 대동강을 수차 오르내리시며 손수 위치를 정해주신 대극장과 옥류교건설장이였다.

가뜩이나 서늘한 가을바람은 청신한 대동강의 물기와 어울려 더욱 쩡하게 느껴졌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더우기 가슴벅차오름을 느끼셨다.

지난 조국해방전쟁시기 제국주의자들이 무차별폭격으로 수십만발의 폭탄을 쏟아부으면서 평양을 지도우에서 영영 없애버리겠다고 떠들어댔다고 한 사실이 생각나셨던것이다.

말그대로 재더미만 남았던 그 평양이 지금 어떻게 일어서고있는가.

전쟁이 한창이던 때에 건설일군들과 함께 화염에 휩싸인 장대재에 올라 불타는 도시를 바라보시며 전후 평양시복구의 원대한 구상을 펼쳐주신 위대한 수령님의 가르치심도 생각나시였다.

시내중심으로 쭉쭉 뻗어나가는 도로망들도 수풀처럼 일떠서는 살림집구획들도 다 그날에 밝혀주신 건설방향에 의한것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시금 이제 10년이나 20년후면 우리 평양이 어떻게 변모될가 하는 생각이 드시였다. 아니, 천리마를 타고 세상을 깜짝깜짝 놀래우며 힘차게 내달리는 우리 조국의 모습은 과연 어떻게 될가? 하루라도 빨리 그날을 앞당기기 위해 아버님과 함께, 아버님을 보좌하여 조국건설, 조선혁명의 길에 나서고싶으시였다. 더 웅장화려한 평양, 빛나는 내 나라 우리 조국을 휘황찬란히 건설하고싶으시였다.

더 많은 학생들이 쓸모있는 인재들로 자라도록 해야 한다. 당면하여 여러 학교들의 본보기로 될 방식상학준비를 실속있게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하시였다.

허나 그이는 물론 선정화선생과 류룡철도 그때 학교에서 어떤 뜻밖의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있는지에 대해서는 감감 생각도 못하였다.

《룡철동문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김정일동지께서는 선정화선생의 따뜻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시였다.

문득 선생님과 함께 걷는 이런 길도 이것이 마지막일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시였다. 참으로 고맙고 좋은 훌륭한 녀선생이였다는 생각에 서분함이 밀물처럼 차오르시였다.

이제 새 담임선생이 오게 될것이라고 하는데 녀선생일가 남선생일가 하는 생각도 드시였다. 녀선생이건 남선생이건 훌륭한 선생님일것이라는 믿음이 가셨다. 선정화선생은 물론 옛 민청위원장선생도 그렇고 지금의 민청위원장선생과 교장선생님… 우에서 얼마나 좋은 선생님들을 보내주었는가.

선정화선생은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말은 룡철에게 했지만 눈길은 김정일동지께로 보내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시였다.

류룡철은 선생이 진짜 자기한테 묻는줄 알았던지 머리를 썩썩 긁고나서 저으기 어줍게 입을 열었다.

《저 선생님, 언제부터 묻고싶었던 말이 하나 있는데 말입니다. 저― 에이.》

류룡철은 얼굴을 붉히면서 손을 홱 내저었다.

선정화선생도 웃고 김정일동지께서도 웃으시였다.

저 친구 무슨 일이기에 저럴가?

선정화선생이 호기심을 감추지 못하며 물었다.

《무슨 말인데 룡철동무답지 않게 그래요?》

류룡철은 한동안 더 목덜미만 어루쓸다가 어물어물 얼버무렸다.

《하, 이거 좀 쑥스러운 말이여서…》

얼굴을 더 활딱 붉히면서 김정일동지부터 일별하고난 류룡철은 내친김이란듯 훅 내뱉듯이 물었다.

《에이 까짓거… 선생님, 사랑이란건 언제부터 하는겁니까?》

《예―에?!》

《?!…》

선정화선생은 걸음을 멈췄다.

김정일동지께서도 같이 따라서시였다.

(이 친구 어느 녀학생을 마음에 두고있는게 아니야?)

당장 군복을 입게 되니 별일이 다 생길지 모른다. 하긴 인생의 결정적전환의 갈림길목이라고도 할수 있지 않는가. 류룡철과 허물없이 지내던 녀학생들의 얼굴이 떠오르시였다.

주영화? 장운영? 성효정?…

선정화선생이 김정일동지를 대신하듯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어느 가까운 녀동무라도 있는게지요?》

류룡철은 한길이나 펄쩍 뛰였다.

《아, 아닙니다. 무슨 그런 말씀을… 하, 이거 내가 또 덜퉁스레… 내 말은 절대 그런게 아닙니다. 절대로!》

류룡철은 두손까지 횅횅 내젓고나서 여전히 질겁을 한듯 한 목소리로 토설을 했다.

《사실은 말입니다, 며칠전에 우리 문학소조에서 작품분석토론을 하다가 청춘의 사랑에 대한 문제가 상정됐댔는데 한 녀동무가 사랑은 언제부터 할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론쟁이 대단했습니다.

적어도 25살이상은 되여야 한다느니, 공민증을 받으면 당당히 사랑을 할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느니 옥신각신했는데 한 녀동무가 일어나서 사랑에 무슨 나이규정이 있는가, 쏘련을 비롯해서 다른 나라들을 보라, 지어 중학생들도 사랑의 감정을 나누지 않는가, 우린 고급중학교학생들이며 더우기 이제는 당당하게 공민증까지 받은 공민이다, 류룡철동무는 군복을 입게 된다, 동무들도 영화에서 보지 않았는가, 군대나가는 전사에게 사랑하는 처녀가 꽃다발을 안겨주고 손수건을 흔들면서 바래주는거, 얼마나 감동적이고 랑만적이며 숭고한 장면이였어? 라고 했습니다.》

룡철은 무엇인가 꿀꺽 삼키고나서 더 열정적으로 녀학생의 말을 흉내냈다.

《그리고는 〈그래 이제 룡철동무가 초소로 떠날 때 우리 동무들중에 그런 녀동무가 있다고 하면 시비질을 할테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 참 창피해서… 하지만 난 그날밤 왜 그런지 잠이 잘 오지 않았습니다. 어쩐지 난 말입니다, 선생님… 내가 떠날 때도 우리 동무들이 다 떨쳐나 바래주겠는데… 문규동무를 바래줄 때처럼 우리 부위원장동무가 가만 있지 않을테니까요. 그때 제일 미안한건 녀동무들일것 같아 그럽니다. 내가 왜 지난날 덜렁거리며 싱겁게 놀았댔는지 후회됩니다. 특히 녀동무들앞에서… 아, 이건 죄다 솔직한 말입니다. 뭘 숨기겠습니까.

정말이지 난 왜 우리 부위원장동무처럼 그렇게 동무들을 진심으로 위해주고 진정으로 사랑을 바치지 못했을가요!》

류룡철의 얼굴에는 진심으로 후회하는 빛이 함뿍 어렸다. 결코 어느 녀동무를 마음에 두어서 그러는것이 아니라는게 분명했다. 진정 얼마 안있으면 어차피 헤여져야 할 동무들에 대한 정의 폭발이였다. 그의 후회 그자체가 얼마나 값진것인가!

인간의 솔직성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김정일동지께서는 류룡철이 급해나서 손을 홰홰 내젓기는 했지만 그나이면 자연 이성의 사랑에 대해서도 관심이 가게 되리라는 생각도 드시였다. 하지만 그이께서도 아직은 청춘의 사랑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본적이 없어 자못 딱해나셨다.

너무 뜻밖의 질문이여서인지 선정화선생도 선뜻 입을 열지 못하고 김정일동지께로 눈길을 돌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좀 신중해지시였다.

자신께서 직접 문학소조에 들어가 더 진지한 론의를 벌리고 명백히 선을 세워주고싶으셨다. 자신께서 먼저 청춘의 사랑, 혁명적이며 아름답고 고상한 사랑이란 어떤것인가에 대해서도 깊이 연구를 하여야겠다고 생각하시였다.

우리 나라에 아름답고 고상하고 열렬한 사랑의 귀감이 얼마나 많은가. 항일무장투쟁시기에만도 생사판가리의 항일전으로 떠나간 애인을 기다려 일본놈들의 가혹한 인간적박대, 반인륜적학대에도 추호의 꺾임이 없이 끝까지 절개를 지키면서 해방의 날을 기다린 렬녀들이 한둘이 아니며 지난 조국해방전쟁시기 불구의 몸으로 돌아온 영예군인에게 일생을 언약한 안해가 되여 만사람의 축복을 받은 녀인들은 또 얼마인가.

당장 류룡철에게 대답을 주고싶으시였다. 영예로운 군사복무의 길로 떠나가는 사랑하는 동무에게 티끌만 한 미지수도 남게 하고싶지 않으시였던것이다.

그이께서는 외국청소년학생들의 문제를 상정시켰다고 해서였던지 어느 책에서인가 읽으셨던 로씨야의 유명한 음악가 뾰또르 일리이츠 챠이꼽스끼의 사랑의 일화가 생각나시였다. 굳이 다른 설명은 하고싶지않아 그 일화를 그대로 차근차근 옮기시였다.

…챠이꼽스끼는 30살이 훨씬 지날 때까지도 사랑이나 결혼같은것에는 전혀 무관심하였다. 오로지 음악밖에 몰랐고 음악의 세계에서 사는것이 더없는 락이였다. 낮에 밤을 이어 음악의 숭고한 세계를 탐구하고 창조해나가는데 사색과 열정을 다 쏟아부었다.

20대 황금의 시절도 가버리고 그의 나이 어느덧 30을 훨씬 넘기게 된 어느해 늦봄이였다.

가극 《예브게니 오네긴》작곡에 온 정력을 쏟고있던 챠이꼽스끼는 겉봉에 《아. 이. 밀류꼬바》라는 이름과 주소가 씌여져있는 편지 한통을 받았다.

《밀류꼬바?》

챠이꼽스끼는 머리를 기웃거리며 겉봉을 뜯었다.

《저의 가장 사랑하고 가장 존경하는 뾰또르 일리이츠 챠이꼽스끼선생님, 저는 안또니나 이와노브나 밀류꼬바라고 부르는 모스크바음악학원을 졸업한 처녀입니다.

당신은 저를 모를수 있어도 저는 당신에 대하여 잘 알고있습니다. 한것은 제가 당신의 음악을 열렬히 사랑하고있기때문입니다.》

이렇게 꼭지를 뗀 편지에서 처녀는 로골적으로 챠이꼽스끼에게 사랑을 고백하였다.

장문의 편지를 다 읽고난 챠이꼽스끼는 《사랑에 미쳐빠진 처녀로군.》 하고는 그 편지를 책상서랍에 깊숙이 넣어버렸다.

며칠이 지나서 처녀의 편지가 또 날아들었는데 그 편지는 처녀에게 아무런 련모의 정도 가지고있지 않던 챠이꼽스끼를 무척 당황하게 하였다.

《전 당신과 결혼할수 없다면 강물에 빠져 죽어버리고말겠어요.》

참말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긴 했지만 한편 챠이꼽스끼에게는 뜻밖의 고민이 아닐수 없었다.

(이 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거절한다면 어떻게 될것인가?)

갑작스레 들이닥친 고민과 괴로움에 빠져 음악창작도 제대로 못하던 그는 차츰 미친듯이 사랑에 빠진 처녀가 정말 강물에 몸을 던지기라도하면 어쩌랴 하는 동정심에 마침내는 그 처녀와 결혼을 하게 되였다.

물론 그는 첫 편지를 받을 때부터 밀류꼬바가 현숙한 처녀는 못되며 어덴가 경박스러운데가 있다는것을 전혀 모른것은 아니였으나 음악학원을 나왔으니 예술에 대한 취미와 리해는 가지고있으리라 믿었다. 그가 그 처녀에게서 바란것은 음악에 대한 리해와 어떤 풍파속에서도 예술과 함께 자기와 운명을 같이하리라는 기대였다.

했으나 밀류꼬바는 그 기대에 너무도 어긋났다. 예술에 대한 관심은 점점 없어졌고 이른아침부터 경대에 마주앉아 화장을 하고 옷치레나 하면서 허영심에 들떠 명성높은 남편의 그늘아래서 호의호식하며 살아가려는 꿈만 꾸었다.

챠이꼽스끼는 아주 실망에 빠져버리고말았다. 자기가 무엇때문에 깊은 파악도 없는 처녀와 사랑을 약속했던가 하고 뼈저린 후회속에 모대기던 그는 더는 견딜수가 없어 자살을 결심하였다.

쌀쌀한 추위가 시작되던 어느날 그는 처녀가 몸을 던지면 어쩌랴 하고 겁을 먹었던 그 차디찬 강물에 종시 제가 뛰여들고말았다.…

김정일동지께서 례사롭게 조용조용 이야기하셨지만 류룡철은 충격이 컸다. 선정화선생이 웃음을 살짝 머금으며 말했다.

《파악없는 결혼 즉 맹목적인 남녀간의 사랑은 실패를 면치 못한다는 심각한 교훈의 일화구만요.》

이어 그는 제사 또박또박 말을 이었다.

《옳아요. 사랑의 감정을 나이로 규정하는건 아니예요. 하지만 사랑도 인간의 세계관과 직결되는 문제가 아닐가요? 생활에 대한 깊은 리해와 대상에 대한 충분한 파악이 없이 일시적인 흥분이나 그 어떤 동정같은데 빠져 서두른 사랑이 어떻게 공고할수 있겠어요.》

선생은 김정일동지께 의미있는 시선을 보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밝은 미소를 함뿍 담으며 어서 계속하라고 고개를 끄덕여보이시였다.

선생은 더욱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중요한건 뭔가? 이성의 사랑이건 조국에 대한 사랑이건 그 사랑의 기초, 본바탕이 무엇인가 하는거예요. 다시말해서 무엇을 위한 사랑인가? 진정으로 목숨보다 귀중한 조국과 집단, 동지들을 위한 사랑인가, 밀류꼬바와 같은 일신의 리기와 향락만을 추구하는 저속한 사랑인가?… 뭐 긴말 할게 있어요. 그에 대해선 우리 부위원장동무가 너무도 빛나는 모범을 보여주지 않았나요. 진정한 동지적사랑! 그 모범을 본받아 룡철동무도 오늘 그처럼 훌륭한 결심을 한거구요.》

《하 이거…》

뜻밖의 치하에 멋해난듯 룡철은 또 얼굴을 붉히면서 몸둘바를 몰라했다. 이어 《가만!》 하면서 어디론가 급히 뛰여갔다.

얼마 멀지 않은 아름드리 은행나무밑에 얼음과자를 파는 야외매대가 있었다. 곧바로 그리로 뛰여간 룡철은 시원한 얼음과자 몇개를 손에 들고 돌아왔다.

《하, 이거 거리가 좀 멀어야 부위원장동무처럼 땀을 흘려보는건데…》

중학시절의 무더운 여름 어느날 열에 떠 앓고있는 동무에게 얼음과자를 먹이려고 땀을 흘리며 뛰여다니신 김정일동지를 생각하여 하는 말이였다.

그 한마디의 말에 방금 사랑에 대하여 일깨워준 그이의 말씀과 선생님의 견해에 대한 절대적인 긍정을 집약한것이였다.

어느덧 나루터가 눈앞에 가까와졌다.

마침 나루배 한척이 이쪽으로 씽씽 오고있었다. 배가 금시 가라앉지 않을가 아니아니할만큼 사람들이 가득 탔다.

옥류교와 대극장건설이 왁작 끓게 되자 지원자들까지 부쩍 늘어나 밤낮으로 땀을 빼는 나루배였다.

제 기분에 붕 들떠오른 류룡철이 느닷없이 나루배에 대고 손을 버쩍 들어 흔들었다.

《어―》

소리까지 크게 쳤다. 누구 아는 사람이 있어서가 아니였다.

한데 놀랍게도 나루배에서도 사람들의 틈을 헤치고 나서며 손을 마주젓는 학생이 있었다. 리용이였다. 당장 물에 뛰여들기라도 할듯싶은 그는 무엇인가 무척 급해하는 모습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이름할수 없는 긴장감을 느끼시였다. 예감이 좋지 않으셨던것이다.

선정화선생도 안색이 흐려졌다.

누구에게라없이 반갑게 내젓던 류룡철의 손도 천천히 아래로 미끄러져내렸다.

일행은 약속이라도 한듯 나루배를 향해 급한 걸음을 놓았다.

배가 잔교에 닿자바람으로 리용이 제일먼저 훌쩍 뛰여내렸다.

그는 오래간만에 처음 만나기라도 한것처럼 선정화선생한테 꾸벅 인사부터 했다. 무슨 일에서든 침착하고 착실한 그의 성미로 보면 일도 보통일이 생긴게 아니라는 짐작이 대뜸 들었다.

류룡철이 성큼 나서며 물었다.

《무슨 일이야? 어딜 가댔어?》

리용은 그제서야 자기가 지나치게 흥분했음을 깨달은 모양 두손으로 얼굴을 뻑 쓸어내리며 선정화선생앞으로 다가섰다.

《선생님이랑 부위원장동무를 찾아가댔습니다. 일이 심상치 않습니다. 교육성에서 간부들이 내려왔는데 방식상학준비를 료해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선정화선생은 부러 례사롭게 물었다.

《그거야… 날자가 박두했는데 우에서 내려와 알아볼수 있지 않아요?》

리용은 고개를 저었다.

《물론 그렇습니다. 한데 문제는… 매 소조실마다 돌면서 코코에 트집만 잡는데 있습니다. 교장선생님을 계속 추궁하는데 옆에서 보기가 막 딱할 정도입니다. 교무부장선생님이 전체 교원들을 회의실에 다 모이라고 했는데… 일부 소조원들의 이름도 찍었습니다.》

《소조원들이요?》

《예, 신통히도 소조활동에 뜨아해하거나 이렇게저렇게 불평을 부리던 학생들만 찍어냈습니다. 장운영동무랑 최원석, 주영화동무들이 자기들도 참가하겠다고, 왜 모범소조원들과 소조책임자들을 빼놓느냐고 막 들이댔습니다. 그랬더니 홍종팔의 아버지인 부상이란 사람이 교무부장선생님한테 〈옳소, 핵심소조원들과 소조책임자들을 우선적으로 참가시켜야지.…〉했는데 그 억양이 곱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주영화동무가 빨리 부위원장동무랑 선생님한테 알려야 하지 않겠는가고 해서… 에이, 이거 무슨 판인지 모르겠습니다.》

리용은 또 두손으로 얼굴을 뻑 쓸어내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얼핏 학교쪽을 바라보시였다. 학생들의 전반적인 학과실력이 떨어졌다고 모임때마다 목청을 돋구군 하던 교무부장선생의 목소리가 들리는듯싶으셨다. 그것이 진심으로의 그의 걱정이 아니라는것은 김정일동지께서도 이미 알고계시였다. 광범한 학생들이 망라되는 소조활동을 달가와하지 않는 일부 개별적일군들이 있다는것도 알고계시였다. 하지만 그들도 점차 깨도가 되리라 생각하시였었는데 이렇게도 집요할가 하는 생각에 기분이 좋지 않으시였다.

김정일동지의 안색을 살피고있던 류룡철이 주먹을 홱 들어올리며 분격을 터치듯 말했다.

《부위원장동무, 빨리 가봐야 하지 않겠어?… 선생님?》

괜히 들뜬 기분에 사랑이요 뭐요 하면서 바쁜 길을 지체시켜 학교에서 뜻밖의 일이 벌어지게 한것만 같아 속이 철렁한 그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저으기 단호한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그래, 그러자. 선생님, 우리도 빨리 가봅시다.》

사람들을 다 내리운 나루배에 다시금 강을 건늘 손님들이 줄을 지어 오르고있었다.

강바람이 휘―익 불어왔다.

겨울바람처럼 맵짜서 숨이 컥 막히게 하는 찬바람이였다.


× ×


학교회의실은 전에없이 별스레 넓고 휑해보였다.

교원들이 앞줄에 앉고 그뒤에 소조책임자들과 함께 몇명의 소조원들이 옹송그리듯 하며 모여앉았다. 옆에 앉은 사람들의 가슴에서 뛰는 심장의 박동소리도 들릴만큼 긴장된 정적에 숨이 막히는듯 했다. 가뜩이나 높아보이는 회의실앞 널마루우의 회의집행석에 나란히 앉은 세사람의 각이한 얼굴표정으로 해서였다.

교육성 부상 홍준모를 가운데놓고 교장선생과 교무부장선생이 좌우로 갈라져앉았는데 교장선생의 얼굴은 먹장구름이 콱 덮인것처럼 컴컴했고 교무부장선생은 큰 명절날 씨름판에서 마지막도전자를 보기 좋게 멨다꽂고난 사람처럼 기가 뻗친 인상이였다.

홍준모는 시종 서글서글 웃는 표정이였다. 워낙 풍채가 좋은데다 너부죽한 얼굴에 매양 너그러운 웃음을 담기 위해 마음을 쓰는 그는 속이 좋지 않을 때면 더우기 편안하고 안정된 인상을 짓군 하는데 아주 습관이 되였었다. 하기에 그를 잘 아는 사람들속에서는 그가 소리없이 웃음을 담을 때면 오히려 소름이 오싹 돋는다는 말까지 나왔다.

학교소조실들을 돌아볼 때는 건건이 구석구석을 파고들면서 엄하게 질책을 했지만 정작 교원학생협의회를 열고 집행석에 나앉자부터 그는 언제 그렇게 어성을 높이고 짜증을 냈던가싶게 무척 인자하고 부드러워졌다.

아니, 내심은 범이라도 잡은듯이 아주 만족스러워하고있었다.

그도그럴것이 그는 오늘로서 이 학교 교장선생을 다른 학교로 조동시킬 결심을 최종적으로 확정했던것이다. 생각같아서는 교육부문에서 당장 떼내여 어느 건설장이나 탄광같은데로 보내고싶었지만 보는 눈들이 있어 그렇게까지 야박스럽게 처리할수는 없었다.

그는 이미 교장선생을 조동시킬수 있는 충분한 자료를 문건화하여 준비해놓았었다. 대체로는 교무부장 권길수가 제공한 자료들이였는데 만약의 경우를 생각하여 제가 직접 확인을 하는것이 필요했다.

듣던바대로 오늘 돌아보니 소조실마다가 장마당과 같은 인상이였다. 교장을 그대로 두고는 당장 목전에 닥친 방식상학을 자기가 의도하는대로 도저히 성사시킬수가 없다는것이 명백했다.

결국 오늘의 방식상학준비정형《시찰》로써 이 학교 교장문제를 최종결속해야겠다고 단호히 결심을 한것이였다.

아울러 성의 《결정》과 《지시》를 걸써 대하면서 지어 반발까지 할 때 그 후과가 얼마나 엄중하게 되는가를 똑똑히 깨우쳐주어 성의 권위를 세워야겠다고 생각하였다.

이미 교장의 《결함자료》들을 다 묶어놓았을뿐아니라 사전에 권길수를 통하여 오늘 모임에 필요한 준비도 일정하게 시켜놓았으므로 그는 될수록이면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교원들과 학생들에게 교장의 《과오》를 찍소리 한마디 못하게 인정시킬 자신이 만만했다.

그는 큰 물고기를 얕은 곬으로 몰아다잡듯이 《그물》을 될수록 넓게 쳤다.

《에- 이 학교에서 그동안 성의 지시를 받들고 방식상학준비를 하느라고 애들을 적지 않게 썼소. 에, 이번 방식상학이 가지는 의의와 중요성… 평양시안에 많은 학교들이 있지만 왜서 이 학교를 시범단위로 선정했는가에 대해서는 구태여 더 말하지 않겠소. 에- 시간이 없는데 간단히 중점적으로 론하기요. 교무부장선생.》

《예.》

권길수가 기다렸던듯이 발딱 일어났다. 홍준모는 그는 보지도 않고 교원, 학생들만 둘러보며 오늘이 며칠인가고 물었다.

권길수가 챙챙한 목소리로 날자를 밝히자 그는 여전히 고개를 돌리지 않은채 비꼬는 투로 물었다.

《방식상학날자까지는 며칠 남았소?》

권길수는 죽을 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목을 꺾으며 기여들어가는 목소리로 가까스로 대답했다.

《저… 보름도 채 안됩니다.》

홍준모는 웃몸을 의자등받이로 쭉 폈다.

《알고는 있구만, 그렇단 말이요. 겨우 보름. 한데 지금의 상태로 제대로 보장을 할수 있소?》

《…》

《대답할수가 없지.》

목소리가 챙 높아졌다.

《여보, 이게 아이들 놀음살인줄 아오? 국가적인 행사란 말이요, 중요행사. 당신 교무부장이 옳소?》

권길수는 책상이 패일만큼 한숨을 내쉬였다.

홍준모는 동정이라도 하듯 어성을 낮추었다.

《하긴 교무부장이야 어디까지나 교무부장이지. 하지만 선생도 당원이 아닌가. 당원이 성의 지시가 먹어들지 않고 또 제멋대로 외곡집행되는걸 매일, 매 시각 눈 펀히 뜨고 보면서도 말 한마디 제바로 못하는건 뭐요, 엉? 그렇게도 주대머리가 없소?》

그는 다시 목소리를 높이면서 주먹으로 책상을 꽝 쳤다.

회의장안에는 불시에 우박이 쏟아져내리는것 같았다.

불안의 눈길들이 교장선생한테로 쏠렸다.

벼락은 권길수에게 치는것 같지만 실지 겨눔점은 교장선생이라는것을 교원들의 뒤에 앉은 학생들까지도 너무나 잘 알고있었던것이다.

교장선생은 입을 꾹 다물고 꿋꿋한 자세였다. 교장선생의 그 태도는 회의장안의 공기를 터질것처럼 더 팽팽하게 했다.

김정일동지께서 선정화선생을 앞세우고 회의장에 들어서신것은 그때였다.

금시 폭발할것처럼 팽팽하던 회의장안에 가벼운 파도가 일었다.

가슴조이며 기다렸던듯 맨 뒤쪽에 나란히 앉았던 주영화와 장운영이 반쯤 일어나면서 선정화선생일행을 맞이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류룡철과 함께 최원석과 나란히 앉아있는 물리소조책임자옆에 조용히 자리를 잡으셨다.

홍준모는 일순 당황해했다. 몇해전 당대회소식을 가지고 강연을 하다가 땀을 빼며 물러났다던 연사가 생각난것이다.

학교정문에 들어서면서 엎어질듯이 마주 달려나오는 권길수를 통해 김정일동지께서 동평양기계공장으로 가셨다는 말을 듣고 마침이라 여겼던 그였다.

어쩐지 일이 상서롭지 못하게 번져질것 같은 예감과 함께 한마디한마디 말을 주의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내심 긴장해졌다. 나도 방식상학을 최대한 잘 보장하자는것이 아니냐는 배심이 들기도 했다.

그의 날카로운 눈길이 학생들한테로 날아갔다. 뭐니뭐니해도 소조활동의 기본당자인 학생들의 입을 통해 사전에 방패막을 든든히 쳐놓고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것이다.

이미전부터 눈여겨두었던 한 녀학생이 있었다. 아들 종팔이 저의 학급 학생이라고 하면서 집에도 몇번 데려왔던 화학소조원이였다. 화학소조에 들긴 했지만 소조활동에 별로 흥미를 가지지는 못하고있어 소조의 부족점들을 적지 않게 알게 해준 녀학생이였다.

사전에 권길수한테 귀띔을 하여 그런 학생들 몇명을 골라 묻는 말에 《과학》적인 대답을 할수 있도록 단단히 준비시켜놓고 그 명단까지 받아 사업수첩에 적어놓았었다. 그 학생들의 반영자료만으로도 그는 교장선생을 달구어댈 자신이 만만했다.

화학소조책임자도 있고 모범적인 학생 주영화도 있었지만 홍준모는 전혀 모르쇠를 하면서 그 녀학생부터 불러세우리라 작정하였다.

《어쨌든 성에서 중요하게 계획한 사업인것만큼 방식상학은 무조건 예정된 날자에 해야 합니다. 한데 준비상태는 어떠한가.

오늘 모두들 돌아봐서 알겠지만 눈이 딱 감길 지경이란 말이요. 단단히 책임을 져야 하겠소, 책임을! 에― 책임문제는 차차로 보구 우선 학생당자들의 말부터 들어봅시다. 저기 저 맨 뒤줄 창문쪽에서 세번째 녀학생… 예, 학생, 좀 말해보라구, 솔직하게.》

화학소조녀학생은 겁이라도 먹은듯 어깨를 옹송그리며 일어섰다.

홍준모는 린광과도 같은 차거운 빛을 뿜으면서도 억양만은 부드럽게 물었다.

《우리가 료해한데 의하면 학생은 집에서 쓰는 법랑소랭이와 바께쯔, 사기접시와 밥사발까지 내왔다는데 사실입니까?》

《네.》

홍준모는 얼핏 권길수와 눈맞춤을 하며 얄궂은 웃음을 지었다.

이어 한걸음 더 조이듯이 물었다.

《누가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까?》

《…》

《일없소, 빨리 대책을 세우자고 하는 일이니까 사실대로 솔직하게 말하면 돼. 선생이요? 소조책임자요?》

녀학생은 울음이라도 삼키는듯 고개를 더 깊이 떨구었다.

홍준모는 보란듯이 다섯손가락으로 책상을 소리나게 다독이였다.

《음, 압력이 보통 아니였던 모양이구만. 여보 교무부장선생, 어떻게 했으면 학생들이 저렇게 기도 펴지 못하게 됐소, 에?》

녀학생이 펄쩍 놀란듯 고개를 들었다.

《아닙니다. 누구도 압력을 가하진 않았습니다. 소조원은 많은데 실험기구는 적어서… 그래서 우리 소조원들이 자발적으로 한것입니다.》

홍준모는 저도모르게 환성이라도 터치듯이 책상을 탕 쳤다.

녀학생이 선생이나 소조책임자를 비호하느라고 했는지는 모르나 그 말은 오히려 그가 가장 바라던 말이였던것이다.

《옳아, 실험기구가 모자라 소조실들을 온통 장마당으로 만들었으니 실험기구들을 차판으로 실어들인들 되겠는가. 학생은 앉소.》

그는 아주 만족하여 권길수와 또 한번 눈맞춤을 하고나서 사업수첩에 특별히 동그라미를 쳐놓았던 학생의 이름을 불렀다.

곱슬머리에 첫눈에도 무척 장난꾸러기같은 인상의 남학생이 엉거주춤 일어났다. 홍준모는 빤히 알면서도 모르는척 물었다.

《학생은 어느 소조에 들었나?》

《자동차소조에 들었습니다.》

녀학생과는 달리 그는 두려울게 뭐냐는듯 거침없이 대답했다.

홍준모는 저렇게 물불을 가리지 않는 입에서 무슨 말이 쏟아질지 알겠는가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권길수가 이미 찍어준 대상이라 정통을 찌르고들듯이 물었다.

《그래, 운전기술을 좀 배웠나?》

남학생은 방금까지의 태도와는 다르게 우물쭈물했다.

《배우긴 배우느라 했는데…》

홍준모는 대뜸 그의 말을 중둥무이시켰다.

《운전실습을 한다면서 자동차를 몰고 거리바닥에 나갔다가 가로수를 들이받았다는게 학생이지?》

목소리가 아주 엄해졌다.

《다행히 가로수를 들이받았길래 망정이지 사람을 받았다면 어쩔번 했는가, 엉?》

《잘못했습니다.》

《잘못했다? 이제 와서 잘못했다는 말 한마디면 되는 일인가. 망태기거던. 망태기도 이만저만한 망태기인가.… 그건 그렇구, 지난번 교육성의 실력료해때 학생성적은 몇점이였나?》

《…》

《총평 평균점수 3.6… 맞소?》

남학생은 모욕이라도 당한듯 팩하고 반발하였다.

《난 앞으로 자동차운전사가 되겠습니다!》

홍준모는 당황했다. 기분이 너무 뜬김에 사춘기나이의 예민할대로 예민한 자존심을 찔러놓았다는 후회감에서였다.

하지만 그는 아주 너그럽게 타일렀다.

《자동차운전사가 되는건 탓하지 않소. 하지만 그건 학교를 졸업한 다음의 일이고 지금은 학생이 아닌가. 학생의 기본임무가 뭐요? 학과실력, 학업성적이란 말이요. 앉소.》

홍준모는 더이상 자료확인을 시킬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모든것이 명백해진것만큼 가차없이 된타격을 들이대야 했다.

그는 후두둑 뛰는 가슴우에 두팔을 엇걸어얹어 흥분을 진정시켰다. 그리고는 한동안 두눈을 꾹 감고앉아 부러 시간을 끌었다. 생각같아서는 당장 협의회를 끝내고 성으로 올라가 품들여 준비한 교장조동문건을 상방으로 들여가고싶었다.

그는 큰숨을 후욱 내불고나서 엄한 목소리로 마디마디 찍어던지듯이 말을 이었다.

《모든 교원, 학생들이 인정한바와 같이…》

그는 《인정한바와 같이》 하는 말에 특별히 력점을 찍었다.

《지금의 실태는 한심하기 그지없습니다. 반복하지만 망태기도 이만저만 망태기가 아니란 말이요.

생각들 해보오. 화학실험실은 산골농촌집의 부엌칸처럼 만들어놓았지, 자동차소조에서는 엄중한 충돌사고를 일으켰지… 정말이지 인명피해라도 냈더라면 그 책임을 어떻게 질번 했는가. 법적책임, 에? 그리구 또 물리소조에서는 뭐 로케트를 연구한다는데 계속 실패라면서? 로케트가 뭐요, 로케트가… 로케트가 동네 애들이름과 같은건줄 아는가. 붕 떠서, 응?》

최원석은 얼굴이 시뻘개서 입술을 짓물었다. 저 사람이 정말 내가 그토록 마음속으로 고맙게 여겼던 간부동지가 옳은가 하고 꿈을 꾸는것만 같았다. 아무리 해도 믿어지지 않아 도대체 부상동지가 옳으냐고 한마디 묻기라도 하고싶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려는데 물리소조책임자가 손목을 잡아 꾹 눌러앉혔다. 그리고는 제가 자리를 차듯이 일어섰다.

《물리소조책임자입니다.》

그는 어른처럼 자기 소개부터 하고나서 침착하면서도 단호하게 말했다.

《로케트에 대해서는 물리교과서에도 있습니다. 우린 수차의 반복실험을 통해 실패의 원인도 찾았습니다. 어떻게 하든 방식상학때 우리 물리소조에서는 로케트를 하늘로 쏘아올리겠습니다.》

홍준모는 흥하고 코바람을 내불었다. 왝하고 욕설을 퍼붓고싶었지만 부상으로서의 체면이나 깎이울것 같아 아예 대척을 안했다.

그는 쓴물이 입안을 채워 한동안 낯을 찡그리고있다가 그 학생은 보지도 않고 대신 교장선생한테로 고개를 홱 돌렸다.

《여보 교장선생, 이 학교에서는 도덕교양도 안하오? 도대체 버르장머리가 있는가? 례절이?》

그 소리에 천정이 무너져내리는것 같았다.

홍준모는 제풀에 가슴을 풀떡이다가 손을 홱 내리그었다.

《정말 안되겠소. 문제가 있어도 단단히 있소. 지금 상태로는 방식상학이 아니라 학교사업전반에 대한 검열부터 해야겠소. 검열!》

회의장안은 큰 바위돌에라도 짓눌리운것 같았다.

홍준모는 검열까지는 붙이지 않고서도 교장문제는 얼마든지 처리할수 있다는 자신심이 용용했지만 더 무섭게 엄포를 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저도모르게 자리에서 움쭉 일어났다. 그리고 목소리도 아주 엄하게 뜨직뜨직 냈다.

《이젠 근본문제가 어디에 걸렸는가가 명백하오. 우리 성에서 너무도 모르고있었단 말이요. 나도 책임을 크게 느끼오.

이제부터 방식상학준비는 내가 직접 책임지고 내밀겠소. 성에서 직접… 시적인 중요행사인데 날자를 미룰수도 없지 않는가.》

숨죽였던 회의장안이 폭풍이라도 만난것처럼 술렁거렸다.

그러자 권길수가 발딱 일어나며 소리를 빽 질렀다.

《조용하시오, 조용. 방금 부상동지가 뭐라고 지적하셨소? 도덕이 없다고 하시지 않았는가. 례절!》

홍준모는 권길수에게 앉으라고 손짓을 해보이며 입을 열었다.

《시간이 없습니다, 시간이! 혁명적인 긴급대책을 세워야겠습니다. 에― 우선 교장선생은 오늘부터 사업을 중지하고 성으로 올라와 자체검토를 해야겠소. 학교사업은 교무부장선생한테 인계하시오. 에, 그리구 모든 소조는 그 성원들부터 검토하구 열명이상 초과시키지 말아야겠소. 열명!… 물론 방식상학을 끝낸 다음에는 다시 확대하든말든 좋도록 하시오.》

《그렇게는 안됩니다.》

교장선생이 총알처럼 내쏘았다.

그는 바위돌처럼 끄떡않고 앉아 책상우에 펴놓은 사업수첩에 눈길을 박은채 글이라도 읽듯이 마디마디 힘을 주어 말했다.

《물론 내 사업에 대한 검토는 받겠습니다. 하지만… 전에도 말했지만 이 학교의 교장은 아직 납니다. 방식상학을 그런 낯내기식으로 하라는 지시는 접수할수 없습니다.》

《뭐야?!》

홍준모의 입에서는 끝내 야비한 말이 튀여나왔다.

교장선생도 고개를 버쩍 들며 홍준모를 마주보았다. 그 눈길에서도 분노가 끓었다. 숱한 교원들과 학생들앞에서 당하는 모욕을 참을수가 없었던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점점 더 심각해지는 사태를 침착하게 살피고계시였다.

그이께서는 홍준모의 걸음이 진심으로 방식상학준비를 잘 도와주자고 하는데 목적을 둔것이 아니라는것을 인차 짐작하시였다.

학교의 기본주인인 교장선생을 옆에 앉히고도 쩍하면 교무부장과 눈맞춤을 해가며 야지랑스레 웃음을 짓군 하는 그 불손한 태도부터가 불쾌하셨다. 협의회장안을 둘러보면 신통히도 소조활동에서 이러저러하게 말썽이 있었거나 문제가 생겼던 학생들을 골라다 앉힌것도 스칠 일이 아닌데다 모범적인 소조원들과 소조책임자들이 그쯘하게 참가했음에도 부디부디 문제가 있는 학생들만을 골라가며 세워놓고 이러니저러니 하는것을 봐도 분명 그 어떤 불순한 목적이 있다고 생각하시였다.

화학소조원들이 실험기구가 모자라 집에서 여유가 있는 바께쯔나 소랭이를 좀 내다 썼기로서니 잘못될게 무엇인가. 아직 나라사정이 어려운 때인데 반드시 학교비품만을 써야 한다는 법이 있는가.

자동차소조원이 대담하게 차를 몰고 거리에 나가 운전실습을 해본 일도 그랬다. 소조지도교원이 사전에 교통지휘부문 일군들에게 운전실습구간과 실습시간까지 통보해주고 승인을 받은 조건에서 자기가 직접 학생의 옆에 붙어앉아 운전을 시켰었다.

일은 운전도중에 갑자기 나어린 한 소녀가 길을 건너가려고 자동차앞에 뛰여든데 있었다.

지도교원부터가 눈앞이 새까매져 비명을 내질렀는데 학생이 용케도 날쌔게 정황을 판단하고 차를 무작정 옆으로 잡아돌리면서 급제동을 했던것이다. 비록 자동차앞부분에 일정한 파손은 있었지만 학생의 정황판단과 처리, 운전기술은 오히려 칭찬을 받아야 할 일로써 교통안전일군들도 크게 문제를 세우지 않았었다.

한데 사연의 전말을 빤히 다 알고있을 교육성일군이 굳이 그 일을 꼬집어 문제시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김정일동지께서는 지난 일들을 더듬으시였다.

입술을 꽉 짓무시였다.

박헌영, 리승엽, 최창익, 박창옥, 허가이를 비롯한 반당반혁명종파분자들과의 투쟁이 생각나셨던것이다. 그자들의 책동이 어떠했던가. 앞에서는 당의 로선과 정책을 제일 열성스럽게 떠받드는척 했고 인민들의 생활문제도 제일 걱정하는듯이 곳곳을 싸다니며 떠들어댔지만 뒤에 돌아앉아서는 얼마나 못되게 쏠라닥거리며 당과 국가의 정책들에 도전해나섰댔는가.

아버님께서는 얼마나 속을 태우셨으며 바로 그놈들의 비렬한 책동으로 가렬한 조국해방전쟁시기 가슴아픈 희생은 얼마나 냈고 전후복구건설에서는 또 얼마나 많은 진통을 겪어야 했던가.

피가 끓으셨다.

물론 저 간부란 사람이 지난날의 그자들과 직접적으로 련결되였으리라고는 믿지 않으셨다. 주모자들은 물론 그 잔여분자들까지도 엄하게 적발숙청되지 않았는가.

하지만 아직도 그 여독은 사회생활의 여러 분야에서 각이한 형태로 나타나고있는것도 사실이였다. 관료주의, 전횡, 직권람용, 자기들의 리기적인 목적실현을 위한 끼리끼리의 분파적행위…

김정일동지께서는 무엇인가 마쳐오는 촉감에 고개를 돌리셨다.

선정화선생이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마주보고있었다. 그 눈빛에 참을수 없는 분노와 격정이 끓고있었다.

언제인가 강연회때 연사가 쫓겨가던 일을 상기하면서 교원으로서 당정책옹위에 투철하지 못했던 일을 심각하게 반성하던 일이 생각나셨다.

《난 정말 교육자로서의 자격이 없어요. 글쎄 그날 정일동무가 아니였다면 어찌될번 했나요. 이건 나 하나의 자책이 아닙니다. 많은 교원들이 큰 충격을 받았답니다.》

지금도 그 자책인듯 선생의 눈빛과 얼굴표정에는 단호하고도 결연한 빛이 어려있었다. 그는 당장 자리를 차고 일어날듯 두손으로 앞의자의 등받이를 틀어잡았다.

그런 그에게 김정일동지께서는 조용히 고개를 저어보이시였다.

아버지원수님의 뜻, 당의 뜻과 어긋나는 로골적인 행위앞에 그와의 투쟁을 다른 사람에게 양보할수가 없으셨던것이다.

그이께서는 결연히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시였다.

한데 그 순간이였다.

김정일동지를 지켜보고있던 룡철이 먼저 자리를 차며 일어났다.

장내의 눈길이 일제히 그한테로 쏠렸다.

김정일동지께서도 놀라시였다.

당장 무슨 일이라도 낼듯이 펄펄 뛰던 홍준모도 주춤했다.

권길수도 어지간히 당황한 기색이였다. 공포의 기운까지 어렸던 협의회장은 한순간 정적과 긴장속에 숨을 죽였다.

류룡철은 김정일동지께 의미깊게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아주 자신만만하고 배심이 든든한 눈빛과 표정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도 일으키려던 몸을 다시 의자등받이에 붙이며 힘있게 고개를 끄덕여주시였다.

류룡철은 히쭉 웃음까지 머금었다.

사실 그는 자기가 그렇게 행동하리라는데 대해서는 전혀 생각지 못했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는 차츰 김정일동지께서 절대로 이 사태를 그냥 두지 않으시리라 믿었다.

그의 눈앞에 3차당대회직후 학교의 강연회때 강연에 출연했던 연사를 쫓아버리던 일이 선히 떠올랐다. 그때와 무엇이 다른가! 아니, 내 그때 무슨 일을 저질렀댔던가!

그는 점점 더 온몸이 불덩이처럼 달아올랐다.

김정일동지께서 틀림없이 그때처럼 단호히 자리에서 일어나실것이 분명한데 이 투쟁에 그이께서 나서게 하고싶지 않았다.

그때는 너무도 철이 없어 셈판을 몰랐지만 지금이야 우리도 당당한 민청원이 아닌가. 부위원장동무가 지금껏 우리한테 배워준것이 무엇이며 우리는 또 무엇을 따라배웠는가!

(그래, 우리 마음이자 부위원장동무 마음이고 부위원장동무 마음은 곧 그대로 우리 마음이다!… 부위원장동무, 이젠 우릴 믿어줘!)

그는 고개를 돌려 동무들을 둘러보았다. 주영화, 장운영, 리용, 최원석…

그는 명치가 찌르르해오면서 눈굽이 화끈했다. 저를 보는 그들의 눈굽들에 하나같이 뜨거운것이 고여오르고있었던것이다.

선정화선생의 눈굽에서도 물기가 반짝했다.

돌연 언제인가 조립식건설문제를 놓고 홍종팔앞에 주먹을 내들며 맞서던 일이 생각났다. 그때도 동무들은 저런 눈빛들로 지지를 보냈었다.

룡철은 갑자기 기침이 터져나와 회의집행석을 향해 홱 돌아섰으나 인차 입을 열지 못했다.

그는 구태여 소조활동정형에 대해서는 설명하고싶지 않았다.

잘못한것이 없기도 했지만 빤히 다 알고있는 현실을 아닌보살하면서 의식적으로 까박을 붙이고 결함을 만들어 《과오》를 엄중시하려는 시도앞에서 무엇을 더 론한단 말인가.

그는 될수록 김정일동지처럼 말하려고 했다.

제 성미대로 얼굴 좀 뜨끔하게 하는 말부터 하고싶었지만 아주 침착하게 나직나직 말을 뗐다.

《모든 학생들이 다방면적으로 준비된 나라의 인재들로 자라는것은 당의 요구이고 시대의 요구일뿐아니라 우리자신들의 욕구이며 세대의 임무입니다. 소조활동은 우리 학생들자신의 일이며 명백히 그 활동의 주인도 우리자신입니다. 우리의 미래가 과학과 기술의 시대, 치렬한 과학경쟁의 시대로 된다는것은 누구에게나 명명백백한것이며 그렇기때문에 우리는 바로 그 시대의 주인들로, 미래의 역군으로 튼튼히 준비해야 합니다.

당에서는 그래서 먼 앞날까지를 내다보면서 현실발전의 요구에 맞게 교육체계도 대담하게 개편하였다고 봅니다.》

룡철은 잠시 말을 끊으면서 큰숨을 들이쉬였다.

미리 준비하고 일어난것은 아닌데 어떻게 그렇게 말이 잘 흘러나가는지 저로서도 놀라웠던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 더 힘있게 고개를 끄덕여주시였다.

그는 또 한번 가볍게 기침을 하고나서 말을 이었다.

《학생과외소조활동도 나라의 귀중한 인재육성사업의 일환으로서 명백히 당정책적요구이며 혁신적인 국가적시책의 하나입니다. 이런 견지에서 볼 때 우리는, 온 나라의 모든 학교들에서는 한명의 학생이라도 더 많이 소조활동에 참가하여야 하며 따라서 이번 우리 학교 방식상학의 기본목적과 의의도 이것을 보여주어 현실성있게 증명하고 그 정당성과 생활력을 확신시키는데 있다고 봅니다. 모든 학생들의 적극적인 망라!… 이번 방식상학의 기본핵도 응당 여기에 두어야 하지 않겠는가고 생각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소조인원을 대폭 축소하라는데 대해서는 그 의도를 알수 없으며 접수할수도 없습니다.》

침착하고 조용조용 울리던 그의 목소리는 종시 격조가 높아졌다.

홍준모는 너무도 뜻밖의 일이여서인지 이름할수 없는 손짓을 하며 맥이 빠진 사람처럼 제자리에 눌러앉았다.

권길수가 대신 엉거주춤 일어나는듯 하다가 옹송그리듯이 뒤따라 앉았다.

홍준모의 돌발적인 전횡에 겁을 먹었던 교원, 학생들은 차츰 고개를 들기 시작하였다. 무겁고 침침하고 어둡게까지 느껴지던 회의장안의 공기는 맑은 가을날의 청신한 숲기운마냥 시원해졌다.

탄복과 안도의 물결이 더욱더 뜨겁게 류룡철에게로 파도쳤다.

그 뜨거운 물결은 이어 산이라도 안은듯이 흥분하고 만족해하시는 김정일동지께로 흘렀다.

그이께서는 참말이지 예상밖의 놀람과 흥분으로 하여 가슴이 막 터질듯싶으시였다.

류룡철이 어쩌면 사전에 구체적인 내용을 열렬히 토론하기라도 했던것처럼 자신께서 하고싶었던 말을 그렇게도 씨원스럽고도 거침없이 다 할가?!

잊지 못할 그 강연회가 있었던 날 저녁 격정을 터뜨리는 박문규앞에 무릎을 꿇고앉아 귀뺨이라도 쳐달라고 하며 자책의 몸부림을 치던 모습이 눈앞에 선하셨다.

(미더운 동무!)

그이께서는 두손으로 앞의자등받이를 꽉 움켜쥐시였다.

하긴 언제부터 마음과 뜻을 나누고 불같은 우정을 나누며 함께 자란 동무인가! 더우기 이제는 내 나라 조국방선을 지키고 아버지원수님을 수반으로 하는 당중앙위원회를 목숨으로 사수하는 영광의 대오, 조선인민군입대자가 아닌가!

김정일동지의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에 흥분은 더욱더 활화산처럼 폭발했지만 류룡철은 어쩐지 상대조차 되지 않는 억지군들과 마주선것과도 같은 구토감을 느끼였다.

돌연 쓴물이 올라와 침이라도 뱉고 앉아버릴가 하다가 한가지 문제만은 명백히 해야겠기에 그는 더 단호한 목소리로 이었다.

《방식상학은 계획된 날자에 어김없이 진행될것입니다. 그리고 이 사업과 관련하여 교장선생님은 교육자로서의 량심과 헌신을 다 바쳤다는것을 우리 민청원들이 보증합니다.》

그는 다시 동무들한테로 돌아서며 큰소리로 물었다.

《동무들, 그렇지 않습니까?》

기다리기라도 했던듯 리용이 벌떡 일어나며 대답했다.

《옳습니다. 우리 민청이 보증합니다!》

최원석과 물리소조책임자도 동시에 자리를 차며 뛰쳐일어났다.

《방식상학을 놓고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우린 기어코 로케트를 쏘아올리겠습니다.》

주영화와 장운영도 뒤질세라 따라 일어섰다.

폭풍이 이는듯 했다.

홍준모는 입만 항 벌리고있었다. 얼마간이 지나서야 책상우에 펼쳐놓았던 문건들이며 사업수첩을 가방속에 주섬주섬 걷어넣으면서 권길수에게 뭐라고 수군수군 했다. 권길수가 다시금 엉거주춤 일어나서 쥐여짜는 목소리로 우물우물 한마디 했다.

《잠간 휴식하겠습니다.》

홍준모와 권길수가 서두르기라도 하듯이 퇴장을 하자 교장선생이 무슨 말인가 하려는듯 연탁에 나서긴 했지만 울음이 왈칵 터져나오는지 종시 입을 열지 못한채 돌아서고말았다.

회의장안은 다시 물속처럼 잠잠했다.

이윽하여 리용이 벌떡 일어났다.

《룡철이!》

그는 목메여 부르며 그를 와락 붙안았다. 뒤따라 최원석과 물리소조책임자를 비롯한 남학생들도 팔을 벌리며 달려와 한뭉치가 되여 돌아갔다.

《룡철이, 잘했어!》

《신통히 우리 맘 다 터쳤어!》

《야, 역시 군대가 군대다. 완전히 달라졌어!》

주영화며 장운영… 녀학생들은 열렬한 박수로 호응을 했다.

김정일동지께서도 힘차게 박수를 치시였다. 그러시는 그이의 눈굽에도 뜨거운것이 가득 어렸다.

선정화선생은 박수치던 손을 가슴우에 꼭 모아얹었다.

훌륭한 저 학생들, 름름한 저 동무들이 어떻게 자라났는가 하는 생각에서였다.

선생의 그 믿음을 알아주기라도 한듯 박수소리는 점점 더 높아져 회의장안이 떠나갈듯싶었다.

잠간 휴식을 하겠다고 했지만 협의회는 다시 열리지 않았다.

홍준모는 그길로 누구의 바래움도 받지 못한채 학교를 떠났는데 성에서는 이미 그의 해임문제가 결정되였던것이다.

그는 그 다음날로 아침일찍 가족과 함께 북방의 먼 지방도시로 떠나갔다.

그들이 평양을 떠난지 얼마 안있어 그네들의 옆집에서 산다는 한 녀인이 김정일동지를 찾아와 홍종팔의 부탁이라면서 편지 한통을 전달하였다.

《부위원장동무, 열번도 더 찾아가고싶었지만 용단을 내리지 못하고 이렇게 편지글을 남기고 떠나는 용렬한 졸장부를 리해해주십시오. 너무도 갑작스레 닥뜨린 일이라 당황하기도 하고, 물론 시간도 없었지만 보다는 부위원장동무와 동무들앞에 얼굴들고 나설수가 없어서임을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밤새껏 눈 한번 붙이지 못했습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그랬습니다. 누구를 탓하고 누구를 원망하겠습니까. 나자신이 원망스럽고 저주롭고 증오스럽기도 합니다. 글쎄 내가 뭘 남보다 더 잘났다고 뻐기며 쭐러덩거렸겠습니까. 김일동지, 최현동지, 림춘추동지… 항일혁명투사동지들의 집 자녀들을 보라고 한 말씀이 지금도 귀전을 후려칩니다. 오죽 격노했으면 나이를 거꾸로 먹는건 아니냐는 말씀까지 했겠습니까. 옳습니다. 거꿀걸음을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부위원장동무는 물론 동무들이, 민청조직이 이 못난 놈을 동지라고 믿고 바른길로 이끌어주려고 얼마나 마음을 썼습니까.

동무도 인간이냐고, 우리의 정이 그렇게도 통하지 않느냐고, 줴버리면 주어갈 사람도 없는 자존심이 그렇게도 아깝고 값비싼것이냐고 격분을 터뜨리던 부위원장동무의 규탄이 더우기 가슴을 칩니다.

인간이라면 인간의 정을 받을줄도 알아야 한다고 그처럼 안타깝게 절절히 일깨워주군 했는데 내 왜 그리 채심을 못했던지 심장이 터지고 가슴이 찢어지는것 같습니다.

동무를 사랑하겠으면 부위원장동무처럼 정을 주는것부터 따라배우라고 눈물을 머금고 하던 장운영동무의 말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조립식건설문제를 가지고 희떱게 놀았을 때 룡철동무가 면상이라도 후려칠것처럼 격분해서 맞서나섰던 일은 정말이지 일생 잊을것 같지 못합니다.

부위원장동무, 솔직히 고백합니다. 난 그때부터 분명 제정신이 아니였습니다. 부위원장동무가 그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고중에 올라오면서 왜 그렇게 됐느냐고 안타까와했는데 맞습니다. 이 홍종팔은 그때의 내가 아니였습니다. 운영이, 룡철이… 동무들의 타매에 그것을 깨닫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부끄러움과 함께 나날이 더 불안했고 나자신에게 짜증이 났습니다. 학교에 나가기가 나날이 더 싫어지기까지 했습니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그 자존심과 우월감때문이였습니다. 나중에는 용렬해지기까지 했습니다. 부위원장동무를 만나고싶어 몇번이나 민청실앞에까지 찾아가기도 했었지만 차마 문고리를 쥘수가 없어 돌아서군 했습니다.

경일호만큼도 못하겠는가고 했는데 정말이지 그가 부럽기도 했습니다.

자동차가 경적을 울립니다. 이사짐을 다 싣고 나를 찾는 소리입니다. 누구도 나한테로 오지는 않습니다. 아버지가 막는것 같습니다. 일체 말이 없던 아버지가 내가 편지를 쓴다는걸 알았을 때 〈쓰거라. 이제 와서 무슨 체면이 있겠냐만… 네가 이 아버지를 용서한다면 아버지도 인생의 새 출발을 하련다는 말 한마디만 써주렴. 그래, 갱신을 하고 새 출발을 해야지!〉 하고 내 어깨를 힘있게 잡아주었습니다.

아버지말이자 어머니의 마음, 내 마음, 우리 집안모두의 심정입니다.

이 홍종팔이 새 홍종팔이 되였을 때 떳떳한 모습으로 동무들앞에 찾아간다는것을 믿어주십시오. 미더운 동무들앞에, 고마운 민청조직앞에 진심으로 결의합니다.

귀한 몸 하루같이 건강하기와 방식상학을 비롯하여 모든 일들이 다 멋지게 잘되기를 바랍니다.》

맨밑에 《장운영동무한테》라고 썼다가 삭제표식을 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편지를 든채 움직이지 못하시였다. 가슴이 아프셨던것이다.

리용이 의아하여 가까이 다가왔다.

그이께서는 아무 말씀없이 편지를 그에게 넘겨주시였다.

며칠후에는 권길수도 조용히 다른 부문으로 조동이 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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